앞뒤가 모두 막혀서 2층에서 뛰어내리지 않은 한 도망갈 수 없었다. 하지만 1층엔 김신걸과 원유희가 있어 도망갈 길이 없었다. 원유희는 가면을 쓴 남자를 상관하지 않고 유미를 구하려고 했다. 이때 김신걸이 원유희의 허리를 감싸고 말했다. “걱정하지 마. 내 부하가 구해서 직접 병원으로 이송될 거야.” 원유희는 유미가 천천히 올라가는 것을 보았다. 매번 움직일 때마다 유미는 아파서 경련을 일으켰다. ‘그래도 살아서 다행이야.’ 맨 아래에서 남자에서 보호받고 있는 원유희를 보며 유미는 그들이 구조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지도 못했다. 유미가 가장 위층에서 구조받는 것을 본 원유희는 그제야 마음을 놓았다. “고마워.” “나 하고는 그런 말 하지 않아도 돼.” 김신걸은 손으로 원유희의 부드러운 얼굴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나한테 사실대로 말했어야지. 무슨 일이 있어도 내가 너를 괴롭힌 사람들을 지옥으로 보낼 테니까.” 원유희는 마음속으로 괴로우면서도 불안했다. ‘김신걸이 여기까지 찾아왔다는 건 내가 겪은 일을 다 알았다는 건데. 하긴, 원래 속일 수 없는 일이었어.’ “무서워하지 말고 돌아가서 천천히 얘기해 줘.” 김신걸은 온화한 눈빛으로 원유희를 바라보며 말했다. “네가 사람을 죽였다고 해도 내가 수습해 줄 게.” 원유희는 말을 하지 못했다. 마치 그동안의 두려움과 절망이 한순간에 의지할 곳을 찾은 것 같았다. 긴장했던 신경이 풀려 원유희의 눈물이 줄 끊어진 구슬처럼 흘러내렸다. 김신걸은 원유희를 품에 않고 원유희의 귀가에 쉰 목소리로 말했다.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김신걸은 원유희가 당한 모든 고통이 모두 자신 때문인 것처럼 계속 사과했다. 가면을 쓴 남자는 무릎을 꿇었다. 김신걸과 원유희가 고개를 돌려 보니 천애조직의 지도자가 땅강아지와 같은 존재로 변했다. ‘많음 사람들을 죽이고 사람 목숨을 장난으로 여기는 사람은 동정할 필요 없어.’ “어떻게 생겼는지 보게 가면을 벗겨.”김신걸은 음험한 눈으로 분부했다.
한참 지나서야 원유희를 풀어주었다. 원유희는 눈앞이 캄캄해서 눈을 감고 힘없이 말했다. “너…….” 김신걸은 검은 눈동자로 원유희를 바라보았다. 마치 아무리 봐도 부족한 것 같았다. “난 무슨 짓을 하려고 한 게 아니야. 단지 너에게 뽀뽀하고 싶어서 그랬어.” 김신걸의 말을 들은 원유희는 어이가 없었다. 왜냐하면 김신걸이 매번 그렇게 말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결국엔 김신결의 뜻대로 되었다. 하지만 이번엔 원유희는 거절할 마음이 없었다. “고마워. 네가 아니었다면 난 유미를 구할 수 없었을 거야.” “말로만 고맙다고 하는 거야?” 김신걸의 검은 눈동자는 위험한 갈고리 같아 원유희의 영혼을 끌어가려는 것만 같았다. 원유희의 눈빛이 떨렸다. 원유희는 김신걸이 무엇을 원하는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사실은 별거 아니야. 한잠자는 것뿐인데 뭐. 예전에도 많이 잤잖아.’ 하지만 원유희의 머릿속에는 임지효가 생각났다. ‘임지효가 진심으로 김신걸을 사랑하는 것 같던데 내가 중간에 끼어들면 임지효도 고통스러워하겠지…….’ 원유희는 시선을 떨구고 말했다. “만약 너한테 다른 여자가 있다면 날 건드리지 마. 나는 단지 아이들 곁에 있고 싶을 뿐이야.” ‘괜히 내 마음 흔들지 말라고.’ “혹시 임지효 말하는 거야?” 원유희는 김신걸이 아무렇지 않게 말할 줄 몰라서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 “내…… 내 말은 네가 다른 여자를 찾으면 안 된다는 게 아니라, 그냥…….” 김신걸은 원유희의 말을 끊고 압박적인 말투로 물었다. “넌 내가 다른 여자 찾기를 바라는 거야?” 원유희는 목이 조여왔다. “넌 좋아하는 사람이 있잖아…….”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처음부터 너뿐이야.” 원유희는 입을 뻥긋하더니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날 좋아한다고? 그것도 처음부터? 김신걸이 날 좋아한 적 있나? 내가 미워서 괴롭히고 학대한 거 아니야? 그게 좋아하는 거랑 무슨 상관이야?’ “임지효가 너와 닮아서 별장에서 갈게 한 거야. 네가 미치게
유미는 참혹하게 살해당해 원유희는 서 있을 수 없을 정도로 통곡했다. 김신걸은 부하에게 조사하라고 분부한 후 원유희를 안고 병원을 나왔다.차에 타서도 원유희의 눈물은 멈추질 않았다.김신걸은 원유희를 품에 안고 말했다.“내가 조사할게.”원유희는 김신걸의 품에서 나와 말했다.“틀림없이 천애 사람들의 짓이야! 그들은 인간이 아니야. 자기들이 양성한 킬러도 아무렇지 않게 죽이는 짐승이야.”“그럴 수도 있어. 가면을 쓴 남자가 정말 보스가 아닐 수 있어.”김신걸이 말했다.원유희는 눈물을 흘리는 것도 잊고 멍하니 김신걸을 바라보았다. 가면을 쓴 남자의 키, 목소리, 일거수일투족을 돌이켜보았는데도 어디가 다른 지 알 수 없었다.“그때 가면을 벗겼을 때 어딘가 이상한 것 같았어. 하지만 내가 괜한 생각을 한 것 같아 말을 하지 않았는데…….”김신걸이 말했다.“킬러조직의 두목으로서 너무 쉽게 죽었어.”김신걸의 말을 들은 원유희는 문득 깨달았다.“그러니까 천애 창시자가 일부러 사람을 찾아 자신을 가장하고 날 나타나게 해서 정세를 파악하려고 했다는 거야? 그럼 너까지 연루된 거야?”“응.”김신걸은 확답했다.원유희는 후회스럽고 괴로웠다.‘내가 방심하지만 않았다면 유미도 죽지 않았을 텐데.’“내가 유미를 죽게 만든 거야.”원유희는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눈물을 흘렸다.김신걸은 다시 원유희를 안고 말했다.“네 잘못이 아니야. 내가 반드시 그 남자를 잡아낼 게.”원유희는 고개를 끄덕이고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한참이 지나서야 마음을 가라앉혔다.호텔에 도착하자 김신걸은 물을 따라서 원유희의 등을 어루만지며 말했다.“물 좀 마서.”원유희는 물을 한 모금 마시고 마음속의 슬픔을 억누르고서야 예전에 실종된 과정을 말하기 시작했다.“그때…… 난 가면을 쓴 남자에게 잡혀갔어. 헬리콥터가 바다 위로 올라가자 그 남자가 일부러 폭탄을 터뜨려 추락한 것처럼 위장한 거였어. 그리고 외딴섬에 끌려갔는데 도망가는 사람은 무조건 총으로 쏴 죽였는데 아무도 그런 규칙
세 쌍둥이는 학교에서 나오자마자 엄마를 보고 신나게 달려갔다. “엄마!” “엄마!” “엄마!” 원유희는 혼자서 세 명을 안을 수 없어 쪼그리고 앉아 그들을 껴안았다. 아이들을 안고 있으니 왠지 마음이 든든한 것 같았다. “엄마 언제 돌아왔어요?” “떠날 때 우리한테 말하지 않아서 엄청 걱정했어요.” “엄마가 돌아와서 다행이에요.” 그러자 원유희가 해명했다. “엄마가 처리할 일이 있어서 끝나자마자 바로 왔지.” “그럼…… 이후에 또 출국할 거예요?” 유담이 불쌍하게 물었다. 원유희는 옆에 있는 김신걸을 한 눈 보고 말했다. “아니, 이젠 가지 않을 거야.” “그럼 약속 지켜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우리가 엄마 앞에서 엉엉 울 거예요.” “엄마가 돌아올 때까지 계속 계속 울 거예요.” 아이들의 위협적인 말을 들은 원유희는 웃으며 말했다. “그래. 약속 지킬게.” 말을 마친 원유희는 세 쌍둥이를 데리고 차에 올라 함께 학교를 떠났다. 어전원에 도착하자 입구에 낯선 차 한 대가 세워져 있었다. 이때 해림이 나와서 말했다. “김 대표님, 명화 도련님께서 오셨어요.” 거실에 들어서자 김명화가 소파에 앉아 드라마 속 멜로를 감상하고 있었다. 김신걸과 원유희, 그리고 아이들이 함께 들어오자 김명화의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 그리고 품에서 세 개의 선물을 꺼내 아이들에게 주며 말했다. “이건 너희들에게 주는 선물이야. 마음에 드는지 열어봐.” 상자를 열어보니 안에 색깔이 다른 다이아몬드가 들어있었다. “앞으로 엄마 아빠가 돈을 주지 않으면 이거 돈으로 바꿀 수 있어.” 김명화는 아이들에게 말했다. 김신걸이 아무 표정 없이 외투를 벗자 해림이 옆에서 받았다. “너희들 외국에서 금방 돌아온 거야?”김명화가 물었다. 원유희는 눈빛이 변하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형, 해림이 형 출장 갔다고 하던데 유희도 데리고 간 거야?” 김명화는 다시 한번 물었다. 김신걸이 대답하지 않자 원유희의 앞으로 다가가 물었다. “뭐
김명화는 더 이상 머무르지 않고 떠났다. 원유희는 서재에서 세 쌍둥이와 함께 공부를 하고 있었다. 김신걸도 원유희와 한 의자에 앉아 있었는데 원유희가 비좁다고 느끼고 일어나려고 하자 김신걸은 강한 팔로 원유희를 잡고 일어나지 못하게 했다. 탄탄하고 뜨거운 느낌이 옷감을 통해 피부에 스며들자 원유희는 김신걸을 노려보며 아이들이 있다고 눈치 주었다. “가서 손 씻고 밥 먹자.” 김신걸이 말했다. “엄마도 우리와 같이 가요.” 유담이 엄마보고 같이 손 씻으러 가자고 말했다. “엄마는 조금 있다가 갈 거야.” 김신걸은 원유희를 대신해서 말했다. 세 쌍둥이는 분했지만 아빠의 위엄을 못 이기고 서재를 떠났다. 문이 닫히자 김신걸은 시선을 거두고 기다렸다는 듯이 원유희의 작은 입술에 키스를 했다. “음…….” 원유희는 갑작스러운 키스에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김신걸은 구석구석 놓치지 않고 꼼꼼하게, 부드러우면서도 공격적으로 키스를 했다. 원유희는 자신의 몸이 서서히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참지 못하고 떨기 시작했다. ‘이런 김신걸이 낯설지만 왠지 날 안심시킬 수 있는 것 같아. 김신걸이 정말로 변한 걸까? 다시 날 괴롭히던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가지는 않을까? 그때 피에 굶주린 눈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어.’ “윽.” 원유희는 혀가 아파서 정신을 차렸다. ‘김신걸, 날 잡아먹으려는 거야 뭐야?’ 살짝 떨어지자 축축한 숨결이 뒤엉켜 있었다. 김신걸은 검은 눈동자로 원유희를 뚫어져라 바라보며 말했다. “나와 키스하는데 정신을 다른데 팔다니? 벌을 받아야지.” 원유희가 정신을 차려보니 자신이 어느새 김신걸의 튼튼한 허벅지에 앉아 있었다. 친밀한 자세에 원유희는 심장이 튀어나올 것 같았다. “밥…… 밥 먹으러 가야지. 아이들이 기다리고 있어.” 원유희는 한참이 지나서야 말했다. “좀 기다리라고 해.” 김신걸은 손가락으로 원유희의 부드럽고 촉촉한 입술을 가볍게 어루만졌다. 원유희는 서재의 온도가 올라가서 덥고 호흡이 불안정하기
저녁에 원유희는 숙제하는 아이들과 함께 있었다. 아이들은 혼자 다 할 수 있어서 어른들이 힘들게 가르쳐주지 않아도 되었다. 원유희가 거기에 있는 건 단지 아이들과 함께 있고 싶어서였다. 김신걸은 출국할 때 미뤄진 업무를 처리하느라 바빴다. 그래도 회사에 가지 않고 소재에서 처리했다. 원유희는 앉아서 저녁에 김신걸과 어떻게 지내야 할지 생각했다. ‘따로 자야 할까? 아니면…….’ 여기까지 생각한 원유희는 가슴이 설레기 시작했다. 아까 식사 시간이 아니라면 절대로 서재를 벗어날 수 없었을 거야. 그러니 밤에 김신걸이 날 가만 둘 수 있을까?’ “엄마 얼굴이 왜 빨개졌어요?” 유담은 신대륙을 발견한 것처럼 말했다. “더워서 그러지!” 조한이 말했다. 상우는 눈을 깜빡이며 의심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원유희가 말하려고 하자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핸드폰을 꺼내 보니 낯선 번호였다. 하지만 잘못 걸려온 전화 같지는 않았다. 원유희는 갑자기 경계심이 생겨 상우의 작은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엄마 전화받으러 갔다 올 게, 너희들은 공부하고 있어.” 말을 마친 원유희는 베란다고 가서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운 좋게 도망치다니.” 상대방은 익숙한 변성처리한 남자 목소리였다. 원유희는 몸을 떨며 말했다. “네가 유미 죽였지! 왜 그랬어?” “네가 거짓말을 해서.” “내가 거짓말했다고 사람을 죽여?” 원유희는 분노가 치밀었다. 원유희는 자신이 김신걸을 죽이지 않고 가짜 수급을 가지고 가서 상대방이 그런 말을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잘못을 했으면 벌을 받아야지. 그게 바로 천애의 규칙이야.” “내 소중한 사람을 죽였으니 나도 더 이상 널 위해 움직이지 않을 거야. 이것도 나의 규칙이야!” “내가 왜 너희 나라 번호로 전화했는지 궁금하지 않아?” 원유희는 핸드폰을 꽉 쥐고 말했다. “너 설마 나 따라온 거야?” “지금 내 요구는 하나뿐이야. 네가 계속 임무를 완수하면 넌 자유로워질 거야.” 상대방이 말한 임
“윽!” 원유희는 김신걸의 침실로 끌려가 침대에 도착하기도 전에 소파에 깔렸다. 김신걸은 원유희의 핸드폰을 한쪽에 놓고 당황해서 얼굴이 붉어진 사람을 내려다보았다. “방금 했던 화제 계속 말해봐.” 김신걸의 평소보다 더 낮고 섹시한 목소리로 말했다. 원유희는 머릿속이 혼란스러웠지만 김신걸이 말한 화제가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눈앞에 있는 아름다운 남자 제외한 다른 사고는 전혀 할 수 없었다. “내가 이미 대답했잖아.” “난 그런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아.” 김신걸은 원유희의 얼굴에 다가가 내뿜는 숨결이 원유희의 부드러운 피부에 분출되었는데, 뜨거워서 화상을 입을 지경이었다. 원유희는 숨이 막힐 것 같았다. “날 죽이지 않는 이유가 아쉬워서, 날 사랑해서라고 말해.” 김신걸의 눈길은 원유희의 눈, 얼굴, 그리고 입술사이에서 왔다 갔다 하며 마치 원유희의 얼굴을 어루만지는 것 같았다. “김신걸…….” 원유희는 목구멍이 막힌 듯 말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다. 원유희의 심장이 빠르게 뛰고 목구멍에서 튀어나오려고 할 때 탁자 위의 핸드폰이 울렸다. 원유희는 지푸라기를 잡은 듯 말했다. “잠깐만, 핸드폰 좀 보게.” 원유희는 호흡이 가빠와 두 손으로 김신걸을 밀었다. “내가 중요해, 아니면 문자가 중요해?” 김신걸의 얇은 입술은 거의 원유희의 작은 입술에 붙으려고 했다. 원유희의 얼굴은 온도가 상승해 질식할 것 같았다. “김신걸…… 윽!” 원유희가 일어나서 말하려고 입을 열자 김신걸에게 키스를 당했다. 김신걸의 키스는 바로 목구멍으로 파고들었다. 원유희는 호흡이 가빠져 김신걸을 미는 손이 나른해졌다. 원유희는 여전히 긴장했다. 김신걸은 마치 자신을 뱃속에 삼키려는 것 같았다. “김…… 윽…….” 원유희는 말도 하지 못하고 김신걸의 격렬한 키스를 감당했다. 김신걸은 수백 년 동안 굶주린 맹수가 맛있는 음식을 본 것처럼 달려들어 물어뜯었다. 이때 옆에 있던 핸드폰이 다시 울렸다. 이번엔 문자가 아니라 전화가 왔다. 한 번
원유희는 잠깐 생각하더니 말했다. “우리가 같이 가면 상대방이 쉽게 우릴 공격할 거야. 준비할 시간을 주면 안 돼. 그렇지 않으면 임지효가 위험할 테니까. 내가 일단 전화해서 물어보고 다시 결정하자.” 원유희는 핸드폰을 들고 상대방에게 전화를 걸자 세 번 울린 후에야 받았다. “지금 내 곁에 김신걸이 없어. 그러니까 솔직히 말해. 임지효는 왜 잡아간 거야?” 원유희는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전화 속의 남자가 가면을 쓴 남자일 가능성이 커. 하지만 임지효를 잡아간 사람이 본인인지 아니면 사람을 보내서 잡아갔는지는 아직 몰라.’ “넌 내 목적을 알잖아.” “김신걸은 내 아이들의 아빠인데 내가 어떻게 죽여? 내 입장도 좀 이해해 줘. 다른 사람으로 바꾸면 안 돼?” “네가 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이 할 거야. 천애에게 찍힌 사람은 반드시 죽여야 해. 그렇지 않으면 포기하지 않아.” “나와 임지효를 바꾸는 건 어때?” 원유희가 물었다. “너?” “맞아. 내가 조직을 벗어나지 않고 너 따라갈게. 그러니까 내 주변 사람들을 다치게 하지 마.” 원유희는 말을 마친 후 김신걸의 가라앉은 시선과 압박력이 가득한 카리스마를 느꼈다. “그래.” “주소 알려줘. 내가 너와 함께 갈게. 너 국내에 있는 거지?” 원유희가 물었다. “난 국내에 없어. 모두 너의 동료들이야. 일단 제성의 나성거리로 가면 백화점 사물함에 핸드폰이 있을 거야. 핸드폰을 받으면 어떻게 김신걸을 벗어날 수 있는지 알려줄게.” “지금?” “왜? 무슨 문제 있어?” “밤에 나가면 김신걸의 주의를 끌까 봐.” “그럼 24시간을 줄 테니까 알아서 해. 그런데 나에게 생각을 바꿀 기회를 주지 않는 것이 좋을 거야.” 상대방은 말을 마친 후 전화를 끊었다. 상대방이 눈치채지 못하게 원유희는 스피커폰도 켜지 않았다. 그리고 김신걸에게 말했다. “난 밤에 갈 거야. 하지만 넌 함께 가면 안 돼.” “넌 내 시야에서 벗어날 생각하지 마.” “난 임지효가 죽는 게 싫어. 유미에 임
육성현은 흠칫 놀랐다. 그러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내가 누구를 죽였다고 그래? 혜정아, 다 오해야. 나 지금 다 고쳤어. 진짜야, 어서 내려와. 물만두가 식겠다.”“오지 마!”엄혜정은 감정이 격해져서 소리쳤다.“다가오면 뛰어내릴 거라고 얘기했어!”“그래, 안 갈게.”육성현은 감히 다가가지 못했다.“혜정아, 진짜야. 난 사람을 죽이지 않았어. 우선 먼저 내려와. 내려오면 내가 다 설명해 줄게. 다 오해야.”“사실 처음부터 수상하다고 생각했어. 그냥 유희의 말이 날 깨닫게 했을 뿐이야.”엄혜정은 눈물이 그렁그렁했지만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다. 그녀는 육성현을 바라보면서 얘기했다.“근데 나 지금 다 알게 됐어. 증거는 없지만 넌 김하준이잖아. 난 적어도 아이를 위해서 네가 달라질 거라 기대했어. 근데, 넌 어떻게 네 아이의 외할머니랑 외할아버지를 죽일 수 있어? 김하준, 넌 도대체 정체가 뭐야? 세상에 어떻게 너 같은 괴물이 다 존재해?”“혜정아, 내려와서 천천히 얘기하자, 응? 거긴 너무 위험해.”“제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이 죽은 기분을 모르지? 너도 한번 느껴봐야 해.”엄혜정은 떨어지는 눈물과 함께 베란다에서 뛰어내렸다.“안돼!”육성현은 고함을 지르며 달려갔다. 하지만 엄혜정의 옷자락도 미처 잡지 못했다.그는 엄혜정이 바닥에 떨어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고, 그녀의 몸에서 피가 흘러나오는 것을 목격하게 되었다.밑에 서 있던 하인 중 그 누구도 엄혜정을 받아내지 못했다.“다 죽일 거야!”육성현은 미친 듯이 달려갔고, 눈에 거슬리는 하인들을 모조리 걷어차 버렸다. 그는 엄혜정 옆으로 기어가 부드럽게 그녀를 품에 안았다.“혜정아, 혜정아. 병원에 데려다줄게. 아무 일도 없을 거야!”엄혜정은 눈을 떴다. 그녀의 머리는 피투성이가 되었고, 초점이 점차 사라지는 눈으로 육성현을 바라보았다.“김하준, 다음 생이 있다면, 난 다시는 널 만나지 않을 거야…….”이렇게 한마디만 남기고 엄혜정은 숨을 끊게 되었다.“그래, 만나지 마,
퇴원한 후, 엄혜정은 방에 혼자 남았을 때 원유희에게 연락했다.“유희야, 괜찮아? 김명화가 널 납치했다고 들었는데, 구출됐다고?”“응, 괜찮아. 지금은 집에 도착했어.”“다행이다.”원유희는 그녀의 정서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채고 물었다.“왜 그래? 기분이 안 좋아?”“부모님이 돌아가신 일 말이야. 나 다 알게 됐어.”원유희는 순간 멈칫했다.‘다 알았다고?’“미안해 혜정아, 숨기는 게 아니었는데.”“괜찮아, 나랑 아이를 생각해서 숨긴 거잖아.”엄혜정은 잠시 멈췄다가 다시 물었다.“네가 김명화를 죽였어?”“아니. 그날에 크루즈에서 김명화가 도망쳤거든. 우리가 김명화를 찾았을 땐 이미 주검으로 됐어. 그 주검도 바다에서 건져낸 거야.”“육성현도 있었지?”“응, 얘기해줬어?”엄혜정은 덤덤하게 물었다.“육성현을 의심해 보지 않았어?”원유희는 흠칫했고 아무런 얘기도 할 수가 없었다.“김명화를 죽인 사람, 그리고 우리 부모님을 죽인 사람 말이야…….”“그럴 리가?”원유희는 당황했다. 그녀는 엄혜정이 왜 육성현을 의심하게 됐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무슨 단서라도 발견한 거야? 아니면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하지 마.”“유희야, 저 사람 진짜 육성현이 아니잖아. 김하준이라고. 나 그 사람 잘 알아.”엄혜정은 목이 메였지만 울먹이면서 끝까지 말했다.“난 그 사람 고칠 줄 알았어, 적어도 아이를 위해서…….”“혜정아, 아직 조사하고 있어.”“그럼 너희들도 육성현을 의심하고 있다는 얘기잖아, 맞지?”“오해일 수도 있어.”“오해일 리가 없어.”엄혜정은 말을 마치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 원유희가 다시 전화를 걸어오자 그녀는 아예 핸드폰을 꺼버렸다.그리고 시체처럼 무기력하게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엄혜정은 서재에서 나온 육성현을 보면서 얘기했다.“나 물만두 먹고 싶은데, 사다 줄래? 예전에 빈민가에서 자주 사주던 물만두 말이야.”“그래.”육성현은 엄혜정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말했다.“먼저 우유 좀 마시고 있어. 금방 갔다 올게.”
육성현은 엄혜정을 끌어안았다.“김명화가 죽었대. 복수한 셈이나 마찬가지야. 그러니까 네가 무사히 지내야 장인어른 장모님이 안심하시지 않겠어? 침착해.”엄혜정은 울면서 그의 품에 쓰러졌다.그러고는 배가 간간이 쑤시자, 엄혜정의 얼굴은 하얗게 질렀다.육성현은 그녀의 상황을 바로 눈치채고 기사에게 소리쳤다.“얼른 병원으로 가!”“얼른!”염민우도 재촉했다. 그는 얼른 엄혜정의 손을 잡았는데, 그녀의 손이 얼음처럼 차갑다는 것을 발견했다.“누나, 아직 나도 있잖아. 그러니까 아무 일도 생기면 안 돼. 누나, 꼭 버텨줘.”엄혜정은 눈에 눈물을 머금고 그를 보고 있었다.그녀는 마음이 몹시 괴로웠고,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었다.‘난 부모님을 가질 자격이 없는 걸까……?’엄혜정이 깨어났을 때 그녀는 이미 병원에 있었다. 깨어나자마자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배를 만졌다.육성현은 그녀의 손을 잡았다.“지금 안정을 취해야 한대.”엄혜정은 주위를 둘러보았다.“민우는?”“밖에 있어. 너무 걱정되서 안절부절못하고 있어.”엄혜정은 육성현의 손에서 자기 손을 뺐다.“두 사람 너무해. 이렇게 큰일을 어떻게 나한테 숨길 수가 있어? 평생 숨길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 육성현, 우리 부모님의 목소리를 합성해서 나랑 통화하게 했어? 네 아이디어지? 넌 아이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다 할 수 있잖아!”“혜정아, 어차피 일은 벌어졌고, 너한테 알려준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어. 네 옆에는 나랑 아이가 있고, 민우에게 남은 가족이라곤 너밖에 없어. 너한테도 무슨 일이 생기면, 민우는 더 고통스러워질 거야.”엄혜정은 말을 하지 않았고, 눈물이 그렁그렁했다.엄혜정도 염민우가 더 고통스러워질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때 엄혜정은 염민우가 갑자기 엄청나게 말라갔던 것이 생각이났다. 엄혜정은 염민우의 일이 바쁜 줄로만 생각했는데, 이제야 그때 부모님이 돌아가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염민우는 모든 것을 혼자 감당하고 있었다.“울지 마. 의사가 지금은 안정을 찾아야 한다고 했어.”
“알았어요…….”염민우는 고개를 들었다. 그러다가 입구에 서 있는 엄혜정을 보고 깜짝 놀랐다.“누…… 누나. 여긴 어쩐 일이야?”엄혜정은 멍하니 거기에 서서 염민우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방금 얘기하고 있던 사람을 봤다.“하늘나라라뇨? 저희 부모님이 왜 하늘나라에 계셔요?”“아니야, 다른 사람의 얘기를 하고 있었어.”엄혜정은 두 사람의 얼굴에서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것을 발견했다.그녀는 똑똑히 들었다. 엄혜정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고, 다급하게 핸드폰을 찾았다.핸드폰을 못 찾자 바로 차로 뛰어갔다.“누나!”염민우는 엄혜정을 쫓아갔다.“뭐 하려고 그래?”“엄마 아빠한테 전화할 거야.”“지금 여행 중이시니까, 방해하지 않는 게 좋지 않을까?”엄혜정은 그를 보면서 물었다.“사실대로 얘기해줘. 엄마 아빠 왜 아직도 돌아오시지 않은 거야? 거짓말하지 마! 사실 줄곧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내가 임신했는데 엄마랑 아빠가 계속 안 오시는 게 말이 안 되잖아! 두 분 무슨 일이 생긴 거 맞지? 정말로…… 무슨 일이 생긴 거야?”염민우는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꾹 참고 말했다.“더 이상 묻지 마…….”“염민우! 계속 우물쭈물 얘기 안 하면, 나 이젠 널 안 봐!”염민우는 더 이상 숨길 수 없다는 것을 직감했다. ‘집에 오는 게 아니었어, 그나저나 아저씨는 왜 또 그런 허튼소리를 해서 참…….’“맞아, 누나 임신 3개월쯤 되었을 때, 누군가에 의해 살해당하셨어.”엄혜정은 몸이 휘청거렸다. 염민우는 바로 그녀를 부축했다.“침착해요! 엄마랑 아빠는 누나가 무사하기를 원하셨을 거야. 난 누나가 못 받아들일 것 같아서 장례식 때 일부러 알려주지 않았어.”엄혜정의 눈에서 눈물이 주룩주룩 흘러내렸다.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염민우를 바라보았다.“너 이러고도 내 친동생이 맞아? 어떻게 안 알려줄 수가 있어! 아기만 중요하고 부모님은 안 중요할 것 같아? 너…….”너무 충격 받은 엄혜정은 눈앞이 점점 캄캄해지더니 기절을 하고 말았다.“누나!”
육성현이 다가와 물었다.“유희야, 괜찮아?”원유희는 고개를 저었다.“너 안색이 안 좋은데, 왜 그래?”“김명화가 죽었어요.”김신걸이 얘기했다.“해독제는 찾았어요?”원유희는 다시 고개를 저었다.“아쉽네. 그럼 감염된 사람들은 우선 좀 참아야겠어.”원유희는 갑자기 뭐가 생각나 바로 김신걸을 밀쳤다.“날 만지지 마!”육성현은 그제야 원유희의 볼 아래의 병변 부위를 발견했다.“유희야, 김명화가 너한테도 독을 썼어?”김신걸은 미간을 찌푸렸다.“상관없어.”“안돼. 우리 둘다 아이들하고 접촉하지 않으려 한다면 애들이 걱정할 거야.”원유희는 거절했다.김신걸은 줄곧 원유희와 스킨쉽이 있었다. 원유희는 그도 감염되지 않을까 걱정했다.“방금도 널 안았는데, 감염되면 진작에 감염됐어.”김신걸이 말했다.원유희는 그래도 싫었다.“아니, 그래도 만지지 마.”해독제도 못 가진 상황에 김명화는 의문스럽게 죽었다. ‘여기 김명화를 죽이려고 한 사람이 있었단 말이지?’김신걸은 김명화를 죽이라는 명령을 내리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의 시체를 바다에 던질 일은 더더욱 없었다.그럼 분명 다른 사람이 한 짓이었다.‘무슨 목적으로? 김신걸도 감염되면 배후의 사람을 어떻게 잡아내지?’‘다른 조직의 사람도 이곳에 숨어 있을지도 몰라.’원유희는 말을 하지 않았다.“내려가자.”김신걸은 원유희의 말대로 몸에 손을 대지 않았다. 원유희가 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신을 떠날까 봐서 걱정이었다. 김신걸은 더 이상 그런 고통을 견딜 수 없었다.원유희는 김신걸을 따라 떠났다.육성현은 먼 곳에 있는 김명화의 시체를 봤다. 그리고 그가 죽은 것을 확인하고 떠났다.이제 아무도 김명화를 죽인 사람이 육성현이라는 것을 모를 것이다.엄혜정은 이미 임신 5개월 차에 접어들었다. 지금 어떠한 사고도 있어서는 안 되었다.육성현은 잠깐 해독제가 없더라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아이를 낳은 후 다시 생각하려 했다.엄혜정은 소파에 앉아 과일을 먹고 있었다.배는 이미 많이 나
김명화의 말이 끝나자마자 뒤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진선우는 킬러들과 격투하고 있었고, 매번 그들의 치명적인 곳을 공격했다.진선우가 실력이 없었다면, 킬러들은 진작에 그를 해결했을 것이다.김명화는 무엇을 깨닫고 손을 돌려 원유희를 잡으려 했다.원유희는 후퇴하는 동시에 다른 힘에 의해 품에 안겼다.“이거 놔!”원유희는 낯선 남자인 줄 알고 발버둥 치려 했다.“유희야.”원유희는 멍하니 고개를 돌렸고, 익숙한 얼굴을 보자 아주 기뻤다.“김신걸?”“나야.”김명화는 서로 애틋한 두 사람을 보자 화가 더 났다.“원유희, 역시 김신걸에게 단서를 남긴 사람, 너였어.”김명화는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그쪽이 너무 방심한 탓이죠.”‘내가 예전에 김신걸의 곁에서 도망치려고 했던 일이 김명화에게 착각을 준 거야?’“왜, 날 죽이려고? 네까짓 게?”김명화는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다른 출구로 달려갔다.하지만 경호원들은 이미 그곳에 서서 그를 막았다.김명화는 총을 꺼내 쏘자, 한 경호원은 바닥에 쓰러졌고, 다른 경호원은 얼른 옆으로 비켜 숨었다.일반인들은 그 출구를 포기했을 것이다. 김신걸의 사람들이 숨어있었기에, 그 출구는 아주 위험했다.하지만 김명화는 기어코 사격을 하면서 길을 텄다.안에 숨어 있던 경호원들은 피하면서 반격할 수밖에 없었다.경호원들의 반격에 김명화는 하마터면 맞을 뻔했다. 그러다가 몇발 더 쏘고는 바로 달렸다.김명화는 크루즈에 오래 있었다. 하여 갓 크루즈에 올라온 김신걸의 사람들보다 이곳을 훨씬 더 잘 알았다.몇 개의 모퉁이를 돌면 은폐하기 적합한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김명화는 다시 부하들에게 연락했지만 전화를 받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그제야 김명화는 김신걸의 사람들이 진작에 올라왔고, 자기 쪽 부하들은 아마 얼마 남지 않은 것을 깨닫게 되었다.도망치지 못한다면 김신걸에게 잡힐 것이 뻔했다.김명화는 죽어도 김신걸에게 잡히고 싶지 않았다.그러다가 갑자기 한 사람의 인기척이 났다. 김명화는 본능적으로 총을 들었다
원유희는 지금 약 때문에 힘을 쓸 수 없는 상황이었고, 크루즈 곳곳에는 CCTV가 있었다. 방에 들어올 때, 그 윗부분에 CCTV가 하나 있었다. 그래서 한밤중에 몰래 뭔가를 찾아보는 건 아예 불가능했다.김명화는 일찌감치 그녀가 아무것도 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원유희는 떠나기 전에 김신걸에게 단서를 남겨주었기에 그가 곧 이곳을 찾아올 거라 믿었다.다만 김신걸의 속도가 이렇게 빠를 거라 예상하지 못했다.날이 밝는 무렵, 원유희는 헬리콥터 소리를 들었다.이어 문이 펑 하고 열렸고, 원유희는 반응하기도 전에 멱살이 잡혔다.“연락을 어떻게 한 거야?”말을 마치고 원유희의 몸을 수색하려 했다.“아! 미쳤어요? 나 핸드폰 없어요!”“김신걸이 왔다고 널 데려갈 수 있다고 생각해? 죽어서 지옥에 내려가더라도 널 끌고 갈 거야. 가자!”“아니…….”원유희는 힘 없이 밖으로 끌려 나갔다.김명화는 원유희를 다른 방으로 보냈다.“우린 여기서 김신걸이 올 때까지 기다리면 돼.”원유희는 고개를 들어봤다. 입구에는 많은 폭탄이 놓여있었다.그걸로 부족한지 김명화는 원유희의 몸에 폭탄을 묶었다.“미쳤어요?”김명화는 원유희의 얼굴을 꽉 쥐었다.“김신걸이 널 어떻게 구할지 구경이나 하려고 그런다.”원유희는 마음이 매우 불안했다.‘김신걸이 왜 이렇게 왔을까? 너무 눈에 띄잖아.’다시 들어보니 이미 헬리콥터 소리가 나지 않았고, 밖에는 다른 인기척도 없었다.한 남자가 와서 말했다.“헬리콥터가 지나갔어요. 그냥 순찰하다가 지난 것 같아요.”김명화는 멍하니 서 있었다.원유희는 그를 비웃었다.“저 소리에 이렇게까지 놀랐단 말이에요?”“닥쳐!”김명화의 표정은 엄청나게 나빴다.“난 신걸이랑 아이들이 감염되는 거 보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연락하지 않을 거고요. 배고픈데 이 폭탄들이나 좀 뜯어줄래요?”김명화가 경각심을 낮추었을 때, 크루즈 밑에서 잠수하던 사람들이 갑자기 튀어나왔다. 10명 좌우로 보이는 사람들은 갈고리를 가드레일에 던지고 밧
원유희는 그를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김명화가 갑자기 뒤에서 무슨 짓을 할까 봐, 원유희는 그를 등지고 누울 수가 없었다.“너 기억나? 어릴 때 김신걸이 널 괴롭히면 넌 우리 집에 달려와서 내 침대에서 잤잖아.”“기억 안 나요.”“기억하는 거 다 알아. 난 그때 정말 널 도와주고 싶었어.”원유희는 그가 한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고 반박하지 않았다.그녀는 천장을 쳐다보며 말했다.“이전의 김명화는 이미 죽었다고 생각해요.”김명화의 표정은 어두워졌다.“우리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거야?”“내가 제일 아끼는 사람을 죽이고,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죠? 죽어서 사죄해도 모자랄 판에!”원유희는 지금의 김명화를 조금도 동정하지 않았다.“아무리 유년 시절이 불행해도, 다른 사람의 고통을 낙으로 삼으면 안 되죠!”“정말 고상한 척하네. 김신걸은 사람은 죽인 적이 없대? 육성현은 없대? 왜 걔네들이 사람을 죽인건 용서하면서, 난 용서하지 못하는 건데? 그 사람은 네 남편이고 네 가족이니까? 비겁하고 이기적인 건 너도 마찬가지야.”“참, 너도 사람을 죽였잖아. 네가 죽인 사람도 누군가의 아버지고, 누군가의 아들이야.”원유희는 기분이 착잡해졌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김명화는 원유희의 반응을 보고 가볍게 웃었다.“그러니까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마. 그냥 쉽게 쉽게, 편하게 살자.”“이렇게 예전의 저질렀던 일을 합리화하려는 거예요? 그리고 그 명분으로 더 많은 사람을 죽이려고요?”원유희는 김명화를 바라보면서 물었다.“당신을 용서하기 싫은 거 아니에요. 근데 지금까지 자기의 잘못도 모르는 사람을 어떻게 용서해요? 차라리 해독제를 그냥 줘요. 시장에 유통하지 말고요. 그러면 예전에 있었던 일은 없던 거로 할게요.”“정말?”김명화는 원유희를 보면서 물었다.“물론이죠.”원유희는 김명화의 말처럼 깊이 생각하지 않고, 아무렇지 않게 대답을 했다.미래의 일은 그 누구도 알 수 없었다.“그래. 해독제를 줄 수 있어. 근데 대신 넌 나랑 평생 같이
“밥 안 먹으면 너만 손해야.”김명화는 그녀가 꼼짝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말했다.‘맞네, 아무 것도 먹지 않으면 무슨 힘으로 김명화를 상대하겠어?’잠시 후, 납득이 간 원유희는 젓가락을 들고 생선을 먹기 시작했다.김명화는 그녀가 고기를 입에 넣는 것을 보고 물었다.“어때?”“설마 그쪽이 한 거예요?”원유희는 귀찮다는 듯이 그를 한번 힐끗 쳐다봤다.“맞아, 내가 직접 했어.”‘이게 뭐 자랑할 일인가?’“수고했네요, 이런 일까지 해야 한다니.”“내가 힘들 것 같으면 같이 할까?”“할 줄 모르는데요.”“정말 상전 팔자구먼.”김명화는 원유희를 사랑스럽다는 듯이 바라봤다.원유희는 김명화가 미쳤다고 생각했다. 원유희는 김명화가 자신을 괴롭히고, 김신걸에게 모욕을 주기 위해 이곳에 데려온 줄로 알았다.근데 직접 밥도 해줄 거라는 것은 생각하지 못했다.“설마 요리에 무슨 수작을 부린 거 아니죠?”원유희는 젓가락을 멈추었다.김명화는 손에 있는 젓가락을 흔들었다.“나도 먹고 있잖아.”“먼저 해독제를 먹었겠죠.”“그런 거 아니야.”“그럼 내가 묻힌 진물은? 그건 어떻게 해결한 거죠?”원유희가 물었다.“해독제가 있으니까 괜찮은 거잖아요.”“해독제 가지고 싶어?”“줄 생각은 있고요?”“착하면 줄게.”원유희는 의심스러웠지만 말하지 않았다.어차피 금방 왔으니 당장 해독제를 받을 수는 없었다. 하여 원유희는 일단 참고 해독제를 발견하면 김명화를 바로 제압하는 것을 선택했다.밥을 다 먹고 나머지는 부하가 다 치웠다.“같이 샤워할까?”김명화가 물었다.원유희는 그를 차갑게 보며 말했다.“아니요. 먼저 씻어요.”원유희는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욕실로 들어갔다.원유희는 자신의 감정을 가라앉히고 침착하자고 했다. ‘근데 자는 건 어떡하지? 정말로 같이 자야 해?’원유희는 침대를 봤다. 두 사람이 자고도 넉넉한 침대였고, 중간에 뭘 놓을 수도 있었다.김명화가 만약 자기 몸에 손을 대면 원유희는 같이 죽을 각오도 했다.10여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