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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51화

“별장에 일이 일어났으면 네가 가장 먼저 발견했어야 하는데 왜 그러지 못한 거야? 이유를 말해봐.”육성현은 소파에 몸을 기대고 매서운 눈빛으로 아래에서 위로 훑어보며 물었다.“내가 모니터링을 지켜보라고 했는데 본 거 맞아?”최광영은 꿋꿋이 서서 감히 대답을 하지 못했다.“최광영, 넌 이렇게 세심하지 못한 사람이 아니야.”육성현은 엄숙한 말투로 말했다.최광영은 놀라서 무릎을 꿇고 말했다.“형님, 형님께서 날 탓하더라도 내가 한 일에 대해 후회하진 않아요! 엄혜정을 혐님 곁에 두어서는 안 됩니다. 그는 재수가 없는 여자예요. 언젠간 형님을 해칠 거예요! 난 그냥 낯선 남자가 전화 와서 엄혜정을 데려가겠다고 해서…….”뒤의 말을 듣지 않아도 그가 무슨 일을 했는지 알 수 있었다.옆에 있던 이소군은 놀라서 말했다.“최광영, 너…….”“형님, 형님은 이제 육성현이예요. 육가 미래의 후계자란 말이에요. 엄혜정은 이미 과거예요. 형님이 그녀를 찾아 복수하지 않는 게 어디예요. 절대로 그녀를 곁에 두면 안 됩니다…….”최광영은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지 못하고 계속 말했다.이소군은 갑자기 일이 커졌다는 걸 느꼈다.눈앞이 어지러워진 육성현은 테이블 위에 있는 개봉하지 않은 술병으로 최광영의 머리를 세게 내려쳤다.펑하는 소리와 함께 유리조각과 술이 사방으로 튀였다.“아!”최광영은 머리를 껴안고 바닥에 누워 비명을 질렀다.육성현은 최광영을 향해 걸어갔다.“언제부터 네가 내 일에 참견할 자격이 있었지? 네가 죽고 싶은 것 같으니 내가 도와줄게!”말을 마친 그는 최광영의 배를 세게 걷어찼다.“아!”“죽어!”육성현은 미친 듯이 그를 걷어찼다.최광영은 반항하지 않고 복부와 급소를 껴안고 육성현의 발차기를 견뎠다.이 상황을 본 이소군은 마음이 초조했다.이렇게 차다가는 최광영이 죽을게 뻔했다!“형님, 화 푸세요, 광영도 나쁜 마음으로 그런 건 아니에요. 앞으로 다신 그러지 않을 거예요. 형님!”이소군은 앞으로 가서 육성현을 말렸다.거친 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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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52화

그녀를 유유히 쳐다보는 육성현의 눈빛은 집착과 광기로 가득 차있었다.‘그녀는 연약해서 한 손으로 쉽게 죽여버릴 수가 있었다. 죽여버리면 다시는 날 이렇게 분노하게 할 수 없을 텐데.’하지만 마음처럼 되지가 않았다. 그래서 그는 결국 그녀의 목을 놓아주었다.엄혜정은 육성현의 마음을 알지 못했다. 그저 그가 억지로 참으며 흉악한 독기를 뿜어내고 있다는 걸 느꼈다.죽음은 무섭지 않았다. 무서운 건 죽음 전의 기다림이었다.공기가 정지되고 심장이 멎어 호흡이 더 이상 기복이 없는 것 같았다.엄혜정이 곧 침묵 속에서 죽을 것 같다고 느꼈을 때 목을 억누르고 있던 압력이 황급히 떠났다.압력이 없어지고 그가 떠나가는 문 소리를 들은 후에야 그녀는 바들바들 떨며 숨을 내쉬였다.엄혜정은 몸을 옆으로 돌려 새우 모양으로 웅크렸다. 그래야 안전감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침대에 파묻힌 어깨가 파르르 떨렸다.그녀가 결국 울음을 터뜨린 것이었다.한밤중인데도 양석은 아직 회사에 남아 있었다.그는 조사된 상황을 육성현에게 말했다. 육성현은 분노를 억누를 수 없어 벌떡 일어나 말했다.“그럼 병원의 CCTV가 파괴되어 아무런 방법도 없다는 말이야?”양석은 잠시 멈추더니 계속 말했다.“대표님, 만약 염가와 육가가 모두 이 일을 알고 있다면 해결하기가 어려울 겁니다.”‘내가 가장 가까운 비서인데도 엄혜정이 임신한 사실을 몰랐다. 그러니 애당초 엄혜정이 조수로 일하게 된 것도 우연이 아니었을 것이다.’‘그리고 지금은 모두가 다 알고 있었다.’세인 시에서 염가와 육가의 세력이 어마어마하기에 육성현은 중간에서 어느 한쪽도 함부로 건드릴 수가 없었다.‘이렇게 억눌린 상황이기에 육 대표님이 분노하지 않을 수 없지.’실은 양석도 육성현의 성격이 침착하기에 이번엔 좀 참아야 한다고 생각했다.하지만 그는 눈앞의 남자가 진정한 육성현보다 더 무섭다는 것을 몰랐다.“병원에서 수술을 진행한 의사들은 조사해 봤어?”육성현은 좌석에 앉아 음험하고 차가운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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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53화

엄혜정은 갑자기 최광영이 소홀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정말로 소홀한 건지, 아니면 일부러 그런 건지는 알 수가 없었다.자동차의 엔진소리가 들려오자 엄혜정은 몸을 떨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녀는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이곳이 절대적으로 안전하다고 말할 순 없지만, 이렇게 당당하게 들어올 수 있는 사람은 육성현뿐이었다.육성현은 맞은편 의자에 비스듬히 앉아 엄혜정의 창백한 얼굴을 음흉하게 바라보았다. “다시 한번 물을게요. 당신을 납치한 사람을 봤나요?”육성현이 물었다. 그의 목소리는 낮고 어두워 감정의 기복을 알 수가 없었다.엄혜정은 육성현이 하는 말이 무슨 뜻인지 몰랐다.‘알아내서 물어보는 걸까, 아님 알아내지 못해서 고문하려는 걸까?’엄혜정이 조영순이라고 사실대로 말하지 않는 건 마음속으로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다…….염가의 미움을 사든 육성현을 건드리든 그녀는 결국 좋은 결과 없을 게 뻔했다.‘그리고 이제 와서 말한다고 무슨 의미가 있을까?’‘그 아이는 원래 태어나서는 안 될 존재였다.’‘어떻게 보면 염가가 내 걱정거리를 덜어준 셈이잖아…….’“혜정 씨, 내가 지금 기회를 주는 거예요.”육성현은 윗몸을 앞으로 기울여 야수가 공격하는 자세를 취했다.엄혜정은 무표정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당신은 왜 그쪽 내부에 문제가 생겼다고 여기지 않는 거예요? 최광영이 한 짓이죠? 그가 아니었다면 외부 사람들이 들어올 수 없었을 거예요. 적어도 그렇게 쉽게 들어올 순 없었겠죠. 하지만 당신은 왜 최광영을 조사하지 않고 오히려 매번 나한테 물어보는 거예요?”“최광영은 지금 병원에 있어요.”육성현은 계속 물었다.“이제 말해줄 수 있어요?”엄혜정의 몸이 약간 흔들렸다.‘최광영이 병원에 있다니. 아무래도 육성현에게 맞아 병원에 입원된 가능성이 크다. 다른 사람들은 그럴만한 용기가 없을 테니까.’‘내 예상이 맞았어. 역시 최광영에게 문제가 있었어…….’‘그리고 육성현의 집념으로 보아, 아이를 잃었으니 가만있지 않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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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54화

자동차가 떠나는 소리를 들은 그녀는 눈물이 멈추지 않고 떨어졌다.엄혜정은 육성현이 무엇을 할지 예측할 수 없었다.저녁에 잠자리에 들 때쯤 원유희에게서 전화가 왔다. 엄혜정은 감정을 가다듬고서야 전화를 받았다.“응, 유희야.”“우리 삼촌이랑 염정은의 혼사가 취소됐다며?”원유희가 물었다.“그건…… 나도 잘 모르겠어.”엄혜정은 말하면서 속으로 의아해했다.“나도 우연히 뉴스에서 본 건데 로얄 그룹에서 발표한 거라 당연히 네가 알고 있을 줄 알았는데.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널 연루시키진 않은 거지?”원유희가 물었다.“나…… 아이가 없어졌어. 염가네 사람들 짓이라 육성현이 그런 것 같아.” 엄혜정은 원유희에게 사실대로 말했다.“아이가…… 너무 슬퍼하지 말고 몸조리 잘해, 나중에 또 생길 거야.”“다신 생기지 않을 거야.”엄혜정은 단호하게 말했다.“난 원래 육성현의 아이를 낳고 싶지 않았어, 이제라도 없어졌으니 다행인 거고…….”엄혜정은 아이를 잃어 밤마다 혼자 슬퍼한다는 사실을 누구한테도 말하지 않았다.감히 울지도 못해 매번 눈을 감고 눈물을 참았다.하지만 원유희는 경험이 있기 때문에 엄혜정이 아무렇지 않은 듯 말해도 정말로 괜찮은 게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녀는 이런 감정을 너무 잘 알았다.“염가는 육성현을 건드리지 말았어야 했어. 그는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사람이야.”엄혜정이 말했다.‘그는 마치 약점이 없는 사람처럼 아무도 안중에 두지 않았다.’‘예전의 김하준같이 두려워하는 게 없었다. 몸에 칼이 들어가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는 괴물이었지.’“그가 무슨 짓을 하든 넌 아무 생각 말고 몸조리 잘해, 알았어?” 원유희는 그녀를 걱정하며 말했다.“응, 내 걱정은 하지 마. 넌 요즘 어때?”“나야 그대로지 뭐.”원유희는 어전원으로 돌아가 김신걸과 다시 원래처럼 회복된 것 같았지만 마음속의 불안감은 갈수록 강렬해졌다.왜냐면 속이 깊은 김신걸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더 이상했다.두 사람은 전화로 속마음을 털어놓고 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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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55화

“그러게, 난 육성현이 이렇게 염가를 무시할 줄 몰랐어! 그의 아버지 육원산도 염가의 눈치를 봐야 하는데!”조영순은 화가 나 말했다.채아주머니는 눈을 굴리더니 말했다.“큰 아가씨 말로는 육성현 도련님이 밖에 여자가 있기 때문이라면서요?”“아주머니도 알아?”조영순은 의아한 말투로 말했다.“아가씨가 그날 밤 기분이 안 좋으셔서 저한테 하소연을 했어요. 그 여자가 임신까지 했다는데 아이를 지우는 건 당연한 거 아니에요? 어떻게 아가씨에게 그런 억울함을 당하게 할 수 있어요?”채아주머니는 애초에 염정은의 어머니를 돌보던 하인으로서 아주 신임을 받았다.당시 염정은의 어머니가 난산으로 사망한 후 줄곧 채아주머니가 염정은을 돌봐왔다.그렇기 때문에 염정은에 대한 애정이 조영순보다 적진 않았다.그래서 채아주머니의 충성심을 본 조영순이 그를 자기 쪽으로 불러 일을 하게 한 것이었다. 이렇게 하면 그녀도 염정은을 볼 기회가 더 많을 테니까.이때 책상 위의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조영순이 손을 젓자 채아주머니는 나갔다. 문을 닫을 때 그는 조영순이 전화를 받는 소리를 들었다.“육가 어르신…….”채아주머니는 고개를 들자마자 화가 나서 돌아온 염정은을 보고 바삐 앞으로 다가가 관심 가득한 말투로 물었다.“아가씨, 기분이 안 좋으세요?”“육성현 그 자식 정말 너무 교양이 없어!”염정은은 명원모임에서 자신의 혼약이 취소당한 일을 알게 되었다.“그 많은 사람들이 달려와 나에게 어떻게 된 일인지 물어보는데 망신도 이렇게 큰 망신은 없을 거야!”염정은은 화가 나서 울음을 터뜨렸다.염정은이 우는 모습을 보고 있던 채아주머니는 마음이 아파 화가 난 말투로 육성현에게 욕설을 퍼부었다.“교양이 너무 없구먼. 육가 상속자가 어떻게 이런 일을 벌일 수가 있어?”“또 너무 그렇게 말하지 마. 그도 아무 쓸모없는 건 아니야…….”염정은은 소파에 앉아 애교 섞인 말투로 말했다.채아주머니는 그녀가 육성현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이렇게 말하니 또 안쓰러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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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56화

샤워를 마치고 침대에 누운 엄혜정은 놀라서 다시 일어났다.그녀는 누군가가 들어오는 소리를 들었다.이젠 소리가 조금 나도 그녀의 신경이 곤두서고 예민해졌다.침실로 들어가 손에 양복을 들고 있는 육성현은 온몸에 먹구름이 낀 것처럼 음흉했다.엄혜정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은 한기가 한층 더 해진 것 같았다.‘지난번엔 육성현이 낮에 와서 하마터면 그녀를 죽일 뻔했는데, 오늘은 왜 밤에 왔을까?’육성현이 침대옆으로 걸어갈 때 엄혜정은 그의 몸에서 나는 술냄새를 맡았다.공기 중엔 위험으로 가득 차있었다.엄혜정은 경계의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당신 또 무슨 짓을 하려고 그래요?”“난 당신 보러 온 건데, 문제가 있나요?”육성현은 마치 난입한 짐승처럼 호박색 눈동자에 공포스러운 빛을 띠었다.엄혜정은 그가 자신을 보러 왔다는 말을 믿지 않았다.육성현은 외투를 침대 끝에 던져놓고 앉았다. 커다란 그림자가 그녀 앞의 빛을 거의 다 가려버렸다.“염가에서 식사자리를 마련한다고 하는데 당신도 같이 가요. 어때요? 좋아요?”엄혜정은 이해할 수 없어 물었다.“왜 나를 데려가려는 거예요?”“당신 조영순이랑 사이가 좋잖아요.”엄혜정은 화가 나서 숨을 헐떡이며 욕했다.“당신 정신 나갔어요?”그리고 몸을 돌려 침대 반대편으로 내려왔다. 그녀는 그를 멀리해야만 안전할 것 같았다.육성현은 꼼짝도 하지 않고 새장 속의 새가 발버둥 치는 걸 보듯 그녀를 바라보았다.‘한 마리의 새 같이 힘이 없는 그녀가 어떻게 내 손바닥을 벗어날 수 있겠는가?’“염가에서 과연 식사만 하려고 불렀을까요? 설마 당신이 결혼을 취소하려고 날 데리고 가려는 건 아니겠죠? 날 방패로 삼으려는 거 아니에요?”육성현의 눈빛이 포악해졌다.“그래도 당신은 꼭 가야 해요!”“나 안 가요!”“그건 당신이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에요!”육성현은 일어나서 샤워하러 욕실로 갔다.하지만 방 안의 공기는 쉽게 회복되지 않았다. 욕실에서 전해오는 물소리는 심란한 그녀에게 압력만 격화시킬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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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57화

위기감을 느낀 그녀는 1초도 망설이지 않고 침대에 올라가 누웠다.그리고 그다음은 기나긴 고요함이었다.엄혜정은 이런 압력에 결국 버티지 못하고 잠들어버렸다.아침에 놀라 깨어나보니 육성현은 곁에 없었고 방에도 그의 숨결을 느낄 수 없었다.엄혜정은 베란다에 가서 아래로 내려다보았다.그녀는 차가 있는지 확인하려고 한 건데 평소에 그녀가 자주 있던 정원 연못가의 의자에 앉아 있는 커다란 뒷모습을 보았다.그는 그곳에 앉아 한가하게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하지만 엄혜정은 알고 있었다. 평화로운 건 단지 그의 겉모습일 뿐.육성현이 가지 않은 건 그녀를 데리고 염가에 가야 하기 때문이었다.‘그가 말한 게 정말이었다니…….’엄혜정은 달려가 육성현의 뒤로 가서 끄떡도 하지 않는 그의 뒷모습을 보면서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오빠, 나 데려가지 않으면 안 돼요? 나 가기 싫어요…….”“내가 이미 결정한 일이니 아무리 말해도 결과는 변하지 않아.”육성현은 차갑게 말했다.엄혜정은 그의 앞으로 다가갔다.“당신은 이미 푸딩을 죽였어요, 더 이상 나보고 어쩌라는 거예요? 아이의 일은 결코 나 혼자만의 잘못이 아니에요! 당신은 잘못이 하나도 없나요?”지금도 푸딩을 언급할 때마다 그녀는 가슴이 아파 견딜 수가 없었다.‘푸딩도 하나의 생명인데!’“당신 날 배신하는데 재미 붙었어요?”커피잔을 들고 있던 육성현의 손가락에 힘이 들어갔다.“내가 당신에게 너무 잘해 줬나 봐요. 그러니 당신이 내 말을 귓등으로 듣는 거겠죠!”“내가 당신을 배신할 줄 알면서 왜 나를 곁에 둔 거예요? 솔직히 말할게요. 내가 한번 배신한 이상 또다시 배신할 것이에요. 그러니까 제발 날 좀 멀리멀리 보내줘요…….”엄혜정은 격분해서 말했다.그러자 육성현은 엄혜정의 뺨을 갈겼다.“아!”엄혜정은 그 힘을 견디지 못하고 바닥에 넘어졌다. 귀가에 이명이 울릴 정도였다.육성현은 일어서서 엎드려 있는 그녀 앞에 다가가 무서운 얼굴로 말했다.“다시 한번 말해봐요!”엄혜정은 놀라서 벌벌 떨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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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58화

‘이 상황에서 젓가락 하나만 더 보태면 될 일이라고 아무렇지 않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육성현밖에 없을 거야.’ “그럼 그녀는 무슨 신분으로 여기에 앉아서 식사를 하는 거야?”염정은이 물었다.“당신의 애인? 성현 씨, 이건 너무 모욕적인 거 아니야?”“당신들이 이 여자를 데리고 오지 말라고 한 적이 없지 않습니까?”육성현은 식사자리에 모인 모든 사람에게 물었다.모든 사람들은 육성현의 논리에 말문이 막혀 뭐라고 하지 못하고 속으로 화를 내고 있었다.조영순은 바로 진정하고 말했다.“기왕 왔으니 다 털어놓고 얘기하자. 성현 씨, 당신이 염가와 혼인을 취소한 게 이 여자 때문이야?” 육성현은 귀찮아서 대답도 하지 않았다.하지만 답은 이미 뻔했다.그러자 조영순이 말했다.“당신 웃기려고 그런 거지? 빈민가의 여자를 위해 염가랑 맞서겠다? 당신이 정말로 육가의 후계자가 될 자격이 있는지 의심되네.”육성현은 손에 유리잔을 들고 천천히 돌리면서 매섭고 차가운 눈으로 조영순을 바라보며 물었다.“혜정 씨가 수술대에 올랐을 때 당신도 있었다고 들었는데 이 일부터 설명해 주시겠어요?”조영순은 엄혜정을 바라보았다.사실 그녀는 그날 밤 폭로될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육성현이 고작 애인 하나 때문에 염가와 적대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지금 보니 육성현이 보통 흐리멍덩한 게 아니었다. ‘공공연히 엄혜정을 데리고 와 염가를 도발하다니.’하지만 조영순은 눈 깜박할 사이에 전략을 바꿨다.“이 일은 확실히 우리가 잘못했어. 그래서 사과하는 의미로 엄혜정을 의녀로 삶고 싶은데…….”이 말이 나오자 눈동자만 조금 흔들린 육성현을 제외하고는 모두 놀란 표정이었다.“숙모, 그게 무슨 뜻이에요?” 염정은은 첫 번째로 나서 싫은 말투로 물었다.‘장난해?’‘엄혜정을 염가의 의녀로 삼다니. 그렇게 되면 빈민가의 여자가 나와 대등하게 되는 거잖아?’조영순은 그녀에게 조급해하지 말라는 눈빛을 건네주었다. 그리고 은혜를 베푸는 눈빛으로 엄혜정을 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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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59화

그녀가 거절하기도 전에 염정은의 비웃는 소리가 들려왔다.“그러게요, 다른 사람은 몇 생을 구걸해도 이런 좋은 일이 있을까 말까 한데, 당신이 이런 복을 감당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우리 숙모의 의녀가 됐으니 당신도 눈치가 좀 있어야죠. 얼른 숙모에게 차를 따르고 권하세요.”하지만 엄혜정은 움직이지 않았다.그러자 육성현이 입을 열었다.“가서 차 따라드려요.”이 건 엄혜정이 해야 할 뿐만 아니라 잘해야 한다는 것을 일깨워 주는 말이었다.그녀는 감정을 참으며 냉담한 표정을 지었다.“나는 염가와 아무런 관계도 맺고 싶지 않습니다. 마음만 받겠습니다.”조영순이 그녀를 의녀로 삼겠다고 한 말이 모든 사람들을 놀라게 했지만 그녀의 대답은 그들을 더욱 놀라게 했다.‘엄혜정이 거절하다니?’염정은은 화가 나서 책상을 칠 번했다.“엄혜정 씨, 정말 그쪽이 뭐라도 된 줄 아세요? 뻔뻔스럽게 굴지 마세요.”그러자 엄혜정이 반박했다.“나는 이런 요구를 한 적이 없습니다.”“아, 이제야 알겠네요. 혜정 씨는 성현 씨한테 빌붙어 떨어지지 않으려는 거죠?”염정은은 단호하게 말했다.“하지만 지금 아이도 없어졌는데 뭘 가지고 빌붙으려고요?”설상가상이라고 아이를 언급하니 갑자기 이상하고 위압적인 분위기로 변했다.갑자기 옆에서 컵이 터지는 소리가 들려와 모든 사람들이 놀라 육성현을 바라보았다.육성현이 들고 있던 수정컵이 그의 손에서 깨졌다. 컵 안의 물이 사방으로 튀었고 그의 손은 조각에 베어 피를 흘리고 있었다.정말 보기만 해도 아파 보였다.“성현 씨, 괜찮아?”염정은은 관심 가득한 말투로 물었다.“병원에 갈까?”육성현은 듣지 못한 것처럼 얼굴을 돌려 무서운 눈빛으로 말했다.“차를 권해요!”엄혜정은 마음속의 공포를 참고 떨리는 목시리로 말했다.“…… 왜 나를 핍박하는 거예요? 내가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육성현의 목소리는 끔찍할 정도로 차가웠다.“혜정 씨, 내 인내심이 별로 남지 않았어요.”엄혜정은 이를 악물고 일어나 조영순의 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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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0화

그리고 찻잔을 받아서 한 모금 마셨다.엄혜정이 손을 내렸을 때 시큰해서 떨릴 정도였다.그녀는 조영순이 자기한테 잘 대해 줄 것이라는 말을 믿지 않았다. 그건 누가 들어도 반말이었기 때문이다.조영순은 컵을 내려놓고 말했다.“됐어, 너도 이제 일어나. 방금 유산했는데 병근이 남지 않도록 몸조리 잘 해지.”그녀는 일부러 엄혜정을 난처하게 하려고 말한 것 같았다.엄혜정보고 염군에게 차를 권하게 할 뜻도 전혀 없었다.단지 그녀가 의녀를 삼는 거지 염가와는 무관한 일 같았다.엄혜정이 일어날 때 무릎이 뻣뻣해져 하마터면 똑바로 서지 못할 뻔했다.육성현의 옆자리에 돌아와 앉은 그녀의 얼굴은 아픈 듯이 창백했다.조영순이 자연스럽게 수술얘기를 넘기자 육원산이 기회를 봐서 말했다.“차도 마시고, 엄혜정을 의녀로 받아들였으니 오늘은 참 좋은 날이네요. 언론의 일은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이 건 모든 사람을 곤경에서 벗어나게 하려고 한 말이었다.그러나 육성현은 웃으며 신사적인 말투로 말했다.“나보고 한 입으로 두 말하라고요? 그러면 앞으로 누가 내 말을 믿겠어요?”‘맞는 말이지만, 어느 쪽이 더 중요한지 구분이 안되나?’“안돼, 혼인 약속은…….”육원산은 계속 말하려고 했다.하지만 육성현이 말을 끊었다.“천천히 드세요. 나는 일이 있어 먼저 일어날게요.”그리고 그는 그들에게 반박할 기회를 주지 않고 떠났다.남아있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엄혜정은 따라나갔다.그들이 떠나자 육원산과 염가의 얼굴색이 말이 아니었다.육성현은 이미 염가와의 혼인을 취소하기로 마음먹었다.“나 진짜 파혼당하는 거야?”염정은은 분노를 참지 못하며 말했다. 그녀는 부끄러워 얼굴을 들 수가 없었다.그러자 육원산이 그녀를 위로했다.“정은아, 조급해하지 마. 아저씨가 성현이보고 말을 거두라고 할게. 넌 우리 육가의 며느리야. 이 일은 누구도 개변할 수 없어.”“그땐 성현 씨보고 공개적으로 저한테 사과하라고 하세요.”염정은이 요구했다.“당연히 그래야지!”육원산은 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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