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할 수 없어?”육성현은 그녀의 어떤 표정도 놓치지 않았다.“모르겠어요…….”엄혜정은 시선을 돌렸다.성현은 앞으로 한 걸음 더 다가갔고 그의 큰 몸집은 위압감으로 느껴졌다.“혜정아, 누가 내 앞에서 거짓말하라고 가르쳤어?”“정말 몰랐어요.”혜정은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모르는 게 아니라, 말 못하는 거잖아. 왜냐하면, 염민우와 관련이 있으니까.”“염민우 씨와 나는 아무 사이도 아니에요.”혜정은 다시 한번 말했다.성현은 눈을 가늘게 뜨고 그녀를 보았다.정말 민우와 관련이 있다면 조영순이 나서지 않았을 것이다.어르신이 조영순을 지목했다는 건 안에 재미있는 뭐가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무슨 뜻이든 간에, 감히 그의 사람을 빼앗으려 하다니.잊으면 안 된다. 조영순은 아직 그에게 목숨을 빚지고 있다. 사는 게 지겨워진 건지 사사건건 그와 맞서고 있다.“네가 조영순에게 전화해.”성현은 그녀의 옆을 지나갈 때 무심코 한마디 했다.“무슨 말을 해야 할지는 내가 가르쳐 줄 필요 없지?”성현이 지나가고 나서야 혜정이는 정신을 차렸다.“조영순에게 말할 수 있지만…… 동영상과 사진은 지워요!”“너는 지금 나와 조건을 얘기할 자격이 없어. 동영상 유출을 조심하는 게 좋을 거야.”성현은 고개도 돌리지 않았다.협박을 받은 혜정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 이렇게 사람들이 오가는 거리에서 언제라도 옷이 벗겨질 것 같은 느낌이었다.성현이 떠난 뒤 혜정은 악어강의 절벽에서 벤치를 찾아 앉아 휴대폰을 손에 쥔 채 망설였다.그녀는 조영순의 휴대폰 번호를 몰라서 엄민우를 찾을 수밖에 없었다.사실, 그녀가 조영순의 휴대폰 번호를 알고 있다고 해도 눈치가 보여 감히 전화를 걸 수 없었을 것이다.휴대전화 벨이 울리고 혜정은 낯선 번호를 보며 입을 열었다.“여보세요?”“엄혜정, 어디 있어?”혜정은 깜짝 놀랐다.‘조영순?’그러자 그녀는 자세를 고쳐 앉았다.“전…… 성현 씨의 저택에 있어요.”“내가 지금 사람을 데리고 너를 데리러 갈게, 겁내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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