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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1화

엄혜정은 염민우가 병원에 가서 머리를 검사해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염민우는 그녀가 주의하지 않는 틈을 타 시계를 샀다. “왜 이렇게 빠른 거야?” 엄혜정은 멍하니 물었다. “모두 경험이야.” “…….” 엄혜정은 웃을 수가 없었다. 그 후 염민우는 엄혜정을 데리고 세인시에서 손꼽히는 식당에 가서 밥을 먹었다. 메뉴의 가격이 엄혜정을 놀라게 했다. 염민우는 아예 메뉴를 들고 주문한 후 종업원에게 준비하라고 했다. 요리가 나오는 것을 보고 엄혜정은 식겁 놀랐다! ‘이렇게 많은 걸 어떻게 다 먹어!!!’ 마지막에 엄혜정은 너무 배불러서 의자에 기대앉아 있었다. “여기 디저트 괜찮아, 먹어봐.” 염민우는 또 종업원에게 디저트를 시켰다. 그러자 백조 모양의 디저트가 나왔는데 새하얗고 고급스러워 마치 살아있는 것 같았다. “나 지금 물도 못 마시겠어!” 엄혜정은 소리를 낮추고 말했다. 엄혜정은 백조 디저트를 보고 제작에 깜짝 놀랐다. 그는 진짜 백조인 줄 알았다! ‘나 같은 사람이 이렇게 새하얗고 고귀한 백조와 어울릴까?’ “염민우!” 이때 한 여자의 목소리가 전해왔다. “이 사람 누구야? 날 차버린 게 이 여자 때문이었어?” 엄혜정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소란 피우는 여자를 한 눈 보고 또 태연자약하게 그 여자를 무시하는 염민우를 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설마 우리 사이 오해한 건 아니겠지?’ “나 밥 먹고 있잖아.” 염민우는 그녀를 한 눈 보고 적당히 하라는 말투로 말했다. “밥 먹는 거야 아님 다른 여자랑 놀아주는 거야?” 그 여자는 말하며 엄혜정한테 화풀이를 했다. “딱 봐도 좋은 여자는 아닌 것 같다. 남자 많이 꼬시게 생겼네!” 그러자 염민우의 얼굴이 갑자기 가라앉았다. “당장 사과해.” “내가 왜? 내가 틀린 말을 했어?” 미녀는 도도하게 엄혜정을 보며 계속 말했다. “가서 거울 좀 봐. 네까짓 게 민우랑 어울린다고 생각해?” 엄혜정은 원래 해명하려고 했지만 이 여자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아 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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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2화

염민우는 엄혜정이 긴장한 얼굴을 보고 시선을 따라 바라보니 육성현이 어두운 얼굴로 이쪽으로 오고 있는 것을 보았다. 엄혜정의 신경은 육성현이 다가올수록 팽팽해져 호흡조차 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육성현은 그들의 테이블을 지나갔을 뿐 조금도 머물지 않았다. 그는 단지 밥을 먹으러 온 것 같았다. “지금은 염씨 가문에서 널 감싸주고 있으니 너는 두려워할 필요 없어.” 염민우가 말했다. “앞으로도 염씨 저택에서 지내, 육성현 곁으로 돌아가지 마.” 엄혜정의 마음속에는 희망이 불타올랐다. ‘정말 그래도 될까?’ 엄혜정은 육성현의 번듯한 양복 속에 숨겨진 본성을 생각하니 마음이 떨렸다. ‘염씨 가문이 무엇 때문에 날 위해서 육씨 가문과 맞서겠어?’ 엄혜정은 감히 상상도 못 했다. “들었어?” 염민우가 물었다. 하지만 엄혜정은 그가 충동적으로 선의를 베푼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도와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워. 나 때문에 육가와 맞서지 마.” ‘육성현은 죽을지언정 다른 사람에게 살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않는 괴물이니까.’ “그가 눈에 거슬려서 그래.” 염민우는 친누나를 두둔할 수 있는 명분을 찾았다. “사람을 보내오는 건 쉬워도 데려가는 건 어려울 거야. 우리 염씨 가문을 뭐로 보고.” 이때 엄혜정 가방 안의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그 유행하는 작은 가방도 식사 전에 염민우가 사준 것이었다. 핸드폰을 꺼내자 그녀는 전화 온 사람이 육 성현이라는 것을 보았다. “육성현이야?” 염민우는 그녀의 안색을 보고 육 성현인지 알아채고 그녀의 핸드폰을 빼앗아 가서 전화를 끊어버렸다. “너…….” “계산해 주세요!” 염민우는 손을 들어 종업원을 불렀다. 그러자 종업원이 와서 계산했다. 계산이 끝나자 염민우는 엄혜정을 끌고 갔다. 도중에 엄혜정은 계속 안절부절했다. ‘이렇게 육성현의 전화를 끊어도 될까?’ “너 너무 했어.” 엄혜정은 자기도 모르게 염민우를 책망했다. 염민우는 긴 다리를 꼬고 말했다. “내가 말했지, 염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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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3화

“통지해 드려서 알고 있습니다. 조금 있으면 둘째 어르신과 부인님께서 돌아오실 거예요.” 채아주머니는 엄혜정을 한 눈 흘기고 말했다. “이렇게 중요한 가족식사 자리에 엄혜정은 참석하지 않는 게 낫지 않을까요?” “채아주머니, 엄혜정은 염씨 가문의 아가씨야. 앞으로 이런 말은 더 이상 내 귀에 들리지 않도록 해.” 염민우가 정색해서 말했다. “염씨 가문의…… 아가씨요? 염씨 가문엔 큰 아가씨 한 명밖에 없는데…….” 채아주머니는 자기도 모르게 반박했다. “엄마가 그녀를 수양딸로 받아들였으니 이제부터는 염씨 가문의 아가씨야. 채아주머니는 염씨 저택에서 오랫동안 일한 사람으로서 규칙을 가장 잘 지켜야 하는 거 아니야?” 염민우의 말에 말문이 막힌 채아주머니는 꾹 참고 있었다. 밖에서 자동차 소리가 들려왔다. 염민우가 몸을 돌려 보니 조영순의 차였다. 그리고 염군과 조영순 부부가 같이 차에서 내렸다. ‘둘이 같이 집에 오다니.’ 엄혜정이 이곳에 온 며칠 동안 염군과 조영순은 매번 선후로 돌아왔지 한 번도 같이 돌아온 적이 없었다. 그래서 엄혜정은 그들이 육성현과 염정은이 와서 식사한다는 소식 때문에 그런 거라고 생각했다. 조영순이 차에서 내린 후 비틀거려 염군이 부축했다 엄혜정은 앞으로 걸어오는 조영순과 염군이 눈도 깜빡이지 않고 자기를 쳐다보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특히 조영순의 안색이 안 좋아 보였다. ‘몸이 안 좋은가?’ 엄혜정은 마음속으로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왜 이렇게 나를 쳐다보지? 난 아무 짓도 안 했는데…….’ 하지만 엄혜정은 자신이 없었다. 왜냐하면 그녀가 무엇을 해도 조영순이 좋아하지 않을 거라는 걸 알기 때문이었다. 염민우는 앞으로 막아서며 말했다. “엄마, 아버지 괜찮아요?” 그의 말을 들은 염군과 조영순은 비로소 억지로 정신을 차렸다. 조영순은 또 눈물이 날 뻔했다. 염군은 엄혜정을 보더니 감정을 억제하고 말했다. “혜정아, 우리 같이 들어가자.” 갑자기 이름을 불린 엄혜정은 표정이 멍해졌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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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4화

조영순은 상태가 안 좋아 보였다. 이따금씩 그녀를 쳐다보는데 볼 때마다 눈에는 눈물이 고여있었다. 염군은 엄혜정이랑 일상적인 이야기를 나누었다. “요즘 계속 바빠서 너랑 얘기도 못 나눴네. 아무래도 염씨 가문의 손님인데 이건 아니지. 넌 영순이의 수양딸이니까 우리 이제 한 가족이나 마찬가지야. 너만 괜찮다면 여기에 계속 머물러 있어도 괜찮다. 그리고 내가 사람들 보고 방을 꾸미라고 했으니 이제부터는 객실에서 자지 말고 저녁에 마음에 드는지 한 번 보렴. 부족한 게 있으면 나랑 네 아주머니한테 말하고.” 그가 말한 아주머니는 당연히 조영순이었다. 염군은 너무 친근하게 행동하면 상대방이 부담스럽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입을 열자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았다. 엄혜정은 갑작스러운 관심에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는 염씨 가문에서 육성현에게 보여주기 위해 정말 고생한다고 생각했다. “감사합니다…….” 하지만 그들이 주제 모른다고 여길까 봐 엄혜정은 할 수 없이 받아들였다. 조영순은 계속 말을 하지 않았다. 이때 채아주머니가 다가와서 말했다. “둘째 부인, 둘째 어르신, 큰 아가씨와 육 대표님께서 오셨어요.” 엄혜정은 갑자기 긴장하기 시작했다. 일어나서 마중 나갈 때 엄혜정은 맨 뒤에 서있었다. 그는 점심에 식당에서 육성현을 만난 일을 생각했다. ‘점심에 식당에서 마주쳤는데 바로 저녁에 와서 밥을 먹다니, 혹시 나랑 관련이 있을까?’ “삼촌, 숙모!” 염정은은 드레스를 입고 육성현의 팔짱을 꼈다. 그 모습은 아주 친밀해 보였다. 사람을 사이에 두고 엄혜정은 한눈에 보았다. “성현 씨가 오늘 시간이 된다고 나와 함께 집에 와서 밥을 먹자고 해서. 성현 씨 뜻이야.” 염정은은 육성현의 입장을 밝혔다. “너무 당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육성현은 예의 바르게 말하며 눈빛은 가장 뒤에 서 있는 엄혜정에게 떨어졌다. 엄혜정은 가시에 찔린 것처럼 온몸을 떨었다. “아니야, 들어와.” 염군이 말했다. 염정은은 들어가서 불쾌하게 엄혜정을 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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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5화

염정은은 순간 얼굴을 들 수 없었으며 정교한 화장도 곧 무너질 것 같았다.그때 염군이 정색하며 호통쳤다.“민우!”하지만 염민우는 자신과 상관없다는 듯 엄혜정에게 음식을 짚어주었다.“자, 많이 먹어요. 우리 집 주방장이 제일 잘하는 음식, 스테이크예요.”그는 잘 자른 스테이크를 혜정의 그릇에 덜어주었다.육성현과 민우가 번갈아 가며 음식을 짚어주자 정은은 화가 치밀어 올랐으며 마치 뜨거운 솥에 들어간 느낌이 들었다.‘그녀의 존재를 무시할 수 없을까?’이 테이블에서 그녀는 들러리일 뿐이다.그리고 이 모든 것은 육성현이 시작한 것이다.“염씨 가문의 생활이 아주 좋은 거 같네요. 모두 당신에게 잘 보이려고 하네요.”성현이 어두운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혜정은 당황한 마음을 감추었다. 사실 그녀는 성현의 위협과 조롱을 알아들었다.그녀가 잘살고 있으면 성현이 그녀의 삶을 고통스럽게 만들 것이다.“난 내가 한 말을 기억하고 있어. 엄혜정을 수양딸로 받아들일 거라고. 너도 잊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해.”줄곧 침묵을 일관하던 조영순이 말문을 열었다.성현의 호박색 눈동자는 늑대 같은 눈빛으로 맞은편에 있는 엄혜정을 주시했다.“그럼 제가 오해했네요.”그 오해는 혜정이 이곳에 온 뒤 행복을 누리는 것이 아니라 괴롭힘을 당할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혜정은 고개를 숙이고 시선을 거뒀다. 그녀는 칼을 겨누는 느낌을 받았다.그때 엄정은이 말을 떼려다가 결국 꾹 참았다. 그녀는 숙모에게 틀림없이 다른 계획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테이블에서 더 이상 말하는 사람이 없고 밥 먹는 소리만 들릴 뿐 아주 경직된 분위기였다.한편 민우는 아무런 느낌도 못 받고 아주 편안하게 식사했다.그는 한쪽으로 혜정에게 요리 맛을 얘기하며 한쪽으로는 음식을 짚어주었다.정말 도발하는 것 같았다.하여 혜정이 테이블 밑으로 그의 발을 밟아 눈치줬지만 그는 아무것도 못 느낀 것처럼 매력 넘치는 미소만 날렸다.저녁 식사가 막바지에 이르자 육성현과 염정은은 갈 준비를 했다.염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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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6화

“저는 정은이 내 사람이라고 말한 적 없어요. 약혼녀는 더더욱 아니고요. 밥 한 끼 먹었을 뿐인데 진짜로 받아들인 거예요?”육성현은 조영순을 흘겨보았다.한편 옆에 서 있던 염정은은 뺨을 맞은 것처럼 얼굴이 화끈거렸다.“성현아, 어떻게 그렇게 말할 수 있어? 날 이용하기 위해 나랑 밥 먹은 거야?”정은이 물었다.육성현은 침묵했다. 침묵은 즉 묵인과도 같다.정은은 화가 나 곧바로 자리를 떠났고 채 아주머니가 걱정되어 그녀의 뒤를 따랐다.그때 염군이 말문을 열었다.“성현아, 혜정은 지금 신분이 달라졌어. 이제는 염씨 가문의 수양딸이니 염씨 가족인 셈이야. 네가 혜정을 데려갈 권리는 없어.”조영순이 독하게 말했다.“그녀를 데려가려면 내 시체를 밟고 가!”혜정은 원래 겁이 질린 상태인데 그 시각 자신의 귀를 믿기 힘들었다.조영순이 이렇게까지 하는 건 정은 때문이다. 그녀가 성현을 따라가면 성현과 정은의 관계에 조금도 이득이 없다.“진짜 안 가?”성현의 차가운 목소리가 전해왔다.혜정은 순간 심장이 주체할 수 없이 뛰었고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것 같았다.그녀는 성현의 곁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조금도 없다. 만약 가능하다면 다시는 그와 만나고 싶지 않다.하지만 언제까지 염씨 가문에 숨어있을 수 있을까?그녀는 이 기회를 틈타 성현의 시도 때도 없는 협박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혜정을 협박하지 마. 혜정이 가겠다고 해도 내가 보내지 않을 거야.”조영순이 강하게 말했다.“좋아.”성현은 엄혜정을 차갑게 흘겨보고는 자리를 떴다.성현의 한마디에 혜정은 순간 다리에 힘이 풀렸다.한편 성혁이 자리를 뜨자마자 영순은 빠른 걸음으로 위층에 올라갔다.방에 들어가자마자 그녀는 통곡하기 시작했다.염군도 그녀의 뒤를 따라가 그녀의 어깨를 토닥여 주며 위로했다.그는 그녀가 얼마나 참았는지 알고 있다. 딸의 앞에서는 직접 내색할 수 없다. 게다가 마음속의 빚은 부모로서 아주 견디기 힘들었다.“하늘이 날 불쌍히 여겨 달이를 내 곁에 보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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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7화

엄혜정이 방으로 들어가 인테리어를 보니 객실과 천차만별이었다.얼마나 비싼지는 모르지만 아주 따뜻한 기분이 들었으며 마치 뜨거운 물에 샤워를 하는 것 같았다.벽지부터 커튼까지 온통 보라색이었고 따뜻한 불빛이 마음을 편하게 했다.이것이 진짜 그녀를 위해 준비한 방일까?만약 민우가 그녀를 데려온 것이 아니면 정은의 방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마음에 들어요?”민우가 물었다.“왜…… 제 방을 마련해준 거예요?”혜정이 물었다.“말했잖아요. 당신은 염씨 가문의 딸이라고요. 그러니 당연히 이 정도는 해야죠. 절대 정은보다 못해주지 않을 거예요.”“이유가 뭐죠?”혜정은 이해가 안 됐다.그녀는 조영순이 자신을 얼마나 싫어하는지 알기 때문이다.하여 그녀는 받아들일 수 없었고 아주 어리둥절했다.여태껏 싫어하다 갑자기 잘해주니 적응이 안 됐다.“난 염씨 가문의 유일한 손자이고 장손이에요. 그러니 내 말이 어느 정도 소용 있을 거예요.”민우가 아주 당연하듯 말했다.혜정이 생각했다.‘진짜 그런 걸까?’하지만 그날 민우와 조영순이 얘기를 나눈 것이 전환점이 된 것 같았다.그때 민우가 그녀의 머리를 톡톡 두드렸다.“갈게요.”혜정은 흠칫 놀라더니 민우가 나가는 걸 바라보았다.‘왜 머리를 때리는 거야?’한편 방을 나서던 민우는 자신의 손을 바라보며 도대체 누나를 찾은 건지 동생을 찾은 건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다.그녀는 너무나 보호가 필요한 사람이다.그 시각 혜정은 방을 한 바퀴 돌았다. 침실이 아주 크고 욕실도 아주 컸으며 심지어 옷방마저 아주 널찍했다.그녀는 객실에 있던 짐을 옮겨왔다. 당연히 낮에 민우가 사준 옷과 액세사리도 가져왔다.하지만 그녀는 너무 화려하여 착용하지 못했다.그녀는 다른 사람이 보답을 바라지 않고 잘해주면 오히려 마음이 불안하다.엄혜정은 자신의 인생이 너무 참혹해서 그렇다고 생각했다.침대에 앉으니 아주 부드럽고 푹신했으며 모두 품질이 좋은 라텍스라 아주 편했다.그녀가 침대 옆에 앉아 아름다운 방을 감상하고 있던 그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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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8화

“자기, 살살해. 귀가 먹을 거 같아.”엄혜정은 곧 쓰러질 지경이다.“당장…… 당장 삭제해요…… 전부 삭제해요!”“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해? 내 손에는 아주 많은 것이 있어. 당신의 사진과 동영상이 가득해. 내가 염씨 가족들에게 보내거나 로열 그룹 모니터에 틀면 정말 재밌을 거 같지 않아?”성현은 흥미진진하게 물었다.혜정은 성현이 무조건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알기에 아주 두려웠다.‘그는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시도해 볼까?”“하지 마요…….”혜정의 목소리가 떨렸다.“그러면 안 돼요.”“지금 당장 당신을 봐야겠어.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지 마.”그는 혜정의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곧바로 전화를 끊었다.혜정은 끊긴 핸드폰을 보며 식은땀을 흘렸다.그녀는 다시 성현의 곁으로 돌아가야 한다.이런 창피한 동영상이 유출된다면 그녀는 차라리 자살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혜정은 될수록 냉정하게 생각했다. 지금 성현에게 간다면 아직 그녀에게 기회가 있다.그녀는 고민도 않고 곧바로 방문을 열고 다급히 나가려고 했다.“혜정아, 어디 가는 거야?”혜정이 고개를 돌려보니 염군이 방에서 나오고 있었다. 그제야 그녀의 방이 염군과 조영순의 옆방이라는 걸 발견했다.“무슨 일이 생긴 거야?”염군은 그녀의 낯색이 어두운 걸 보고 걱정했다.염군은 여태껏 그녀에게 악담을 퍼부은 적이 없기에 혜정도 그에게 호감이 있다.“저는…… 저는 돌아갈게요. 그리고 저를 받아줘서 고마워요. 방해하지 않을게요…….”“만약 진짜 방해하는 게 두렵다면 방을 꾸며주지 않았을 거야. 여기는 네 집인데 어디로 간다는 거야?”염군이 그녀를 설득했다.“혜정아, 넌 염씨 가문의 사람이야. 누구도 널 괴롭히지 못해.”여태껏 혜정에게 이런 따뜻한 말을 하는 사람은 처음이다. 하여 혜정은 순간 눈시울을 붉혔다.그녀도 가고 싶지않지만 성현이 갖고 있는 동영상을 해결하지 않으면 그녀는 아주 힘들게 된다.“죄송해요!”혜정은 허리 숙여 인사하고는 곧바로 도망갔다.“엄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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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9화

몸 절반이 절벽 밖에 있다. 밤이 아직 완전히 어둡지 않았기에 아래에 있는 악어 몇 마리를 보았다.악어들은 눈알이 튀어나온 채 맛있는 음식이 떨어지기를 기다리고 있다.혜정은 심장이 멈출 것 같았으며 성현의 손을 더욱 힘껏 잡았다.“저것들은 아직 굶고 있어. 널 던지면 곧바로 산산조각이 될 거야. 아주 장관일 거야. 그렇지?”성현이 활짝 웃으니 마치 피도 눈물도 없는 괴물 같았다.혜정의 입술이 떨리고 있다.“육성현, 그러지 않을 거죠, 그러면 안 돼요.”“너한테 꽤 자신 있나 봐?”성현은 사이코패스처럼 계속하여 그녀를 밀었다.“아이도 없어졌는데 널 어디에 쓰겠어? 악어에게 먹이를 주는 것이 낫지.”“안 돼요!”혜정은 겁에 질려 눈을 꼭 감은 채 그의 옷을 힘껏 잡았다. 그 순간 옷깃의 단추가 펑 하고 뜯어지더니 아래로 떨어졌다.“육성현, 그러지 말아요. 내가 이렇게 부탁할게요.”“염씨 저택에 며칠 있더니 목숨이 아까워졌어?”성현이 그녀를 노려보았다.“말해봐. 민우와 어디까지 발전한 거야? 대답이 만족스럽지 못하면 너도 그 개처럼 될 거야.”혜정은 절망한 채 눈물 흘렸다.“육성현, 넌 사람도 아니야! 짐승이야!”“맞아. 난 항상 우리 엄마가 짐승과 날 낳았다고 생각했어.”성현의 얼굴은 험상궂었다.“넌 아직 내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어!”혜정은 씁쓸하게 대답했다.“민우는 나한테 동생과 같은 존재예요. 당신이 생각하는 그런 게 아니에요.”“동생?”성현은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맞아요. 그가 있었기에 난 염씨 저택에서 힘들게 지내지 않았어요. 하지만 절대 당신이 생각하는 그런 남녀 사이가 아니에요.”혜정은 무기력하게 말했다.그의 멱살을 잡은 손가락이 하얗게 변했지만 놓을 수가 없었다.성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녀를 빤히 쳐다보았다.그녀의 말이 진짜인지 확인하려는 것 같았다.조금이라도 거짓이 보이면 무참하게 그녀를 내던질 것이다.이런 위험에 처할 때 성현의 핸드폰이 진동했다.“날 일으켜 줘요.”혜정이 애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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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0화

“말할 수 없어?”육성현은 그녀의 어떤 표정도 놓치지 않았다.“모르겠어요…….”엄혜정은 시선을 돌렸다.성현은 앞으로 한 걸음 더 다가갔고 그의 큰 몸집은 위압감으로 느껴졌다.“혜정아, 누가 내 앞에서 거짓말하라고 가르쳤어?”“정말 몰랐어요.”혜정은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모르는 게 아니라, 말 못하는 거잖아. 왜냐하면, 염민우와 관련이 있으니까.”“염민우 씨와 나는 아무 사이도 아니에요.”혜정은 다시 한번 말했다.성현은 눈을 가늘게 뜨고 그녀를 보았다.정말 민우와 관련이 있다면 조영순이 나서지 않았을 것이다.어르신이 조영순을 지목했다는 건 안에 재미있는 뭐가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무슨 뜻이든 간에, 감히 그의 사람을 빼앗으려 하다니.잊으면 안 된다. 조영순은 아직 그에게 목숨을 빚지고 있다. 사는 게 지겨워진 건지 사사건건 그와 맞서고 있다.“네가 조영순에게 전화해.”성현은 그녀의 옆을 지나갈 때 무심코 한마디 했다.“무슨 말을 해야 할지는 내가 가르쳐 줄 필요 없지?”성현이 지나가고 나서야 혜정이는 정신을 차렸다.“조영순에게 말할 수 있지만…… 동영상과 사진은 지워요!”“너는 지금 나와 조건을 얘기할 자격이 없어. 동영상 유출을 조심하는 게 좋을 거야.”성현은 고개도 돌리지 않았다.협박을 받은 혜정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 이렇게 사람들이 오가는 거리에서 언제라도 옷이 벗겨질 것 같은 느낌이었다.성현이 떠난 뒤 혜정은 악어강의 절벽에서 벤치를 찾아 앉아 휴대폰을 손에 쥔 채 망설였다.그녀는 조영순의 휴대폰 번호를 몰라서 엄민우를 찾을 수밖에 없었다.사실, 그녀가 조영순의 휴대폰 번호를 알고 있다고 해도 눈치가 보여 감히 전화를 걸 수 없었을 것이다.휴대전화 벨이 울리고 혜정은 낯선 번호를 보며 입을 열었다.“여보세요?”“엄혜정, 어디 있어?”혜정은 깜짝 놀랐다.‘조영순?’그러자 그녀는 자세를 고쳐 앉았다.“전…… 성현 씨의 저택에 있어요.”“내가 지금 사람을 데리고 너를 데리러 갈게, 겁내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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