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화의 곁에 있었던 비서는 그녀에게 존경과 충성을 바쳤지만 사랑은 없었다.마찬가지로, 그녀 역시 자신의 비서와는 어디까지나 주인과 비서의 관계일 뿐 비서에게 특별한 감정을 느낀 적이 없었다.만약, 그때 그녀가 비서한테 마음이 생겼더라면, 어쩌면 더 훌륭한 자녀를 두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기 딸이 뒤바뀌는 끔찍한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었다.이윤미는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그녀의 표정은 어쩐지 씁쓸해 보였다.“엄마, 저 지금 사랑 같은 건 생각하고 싶지 않아요. 연애할 시간도 없고요. 전에 말했듯이, 후계자가 필요하면 아이 아빠 없이 그냥 딸만 낳겠어요.”이윤미는 잠시 머뭇거렸다.“저는 엄마처럼... 아빠한테 배신당하고 싶지 않거든요.”“......”이은화는 결국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는 엄마로서 자신의 딸이 평생 혼자 살도록 놔둘 수 없었다. 그래서 오히려 방윤림이 이윤미를 사랑하고 있고, 그리고 자신도 결코 둘의 관계를 반대하지 않는다고 말해주고 싶었다.어떻게든 딸과 방윤림을 이어주고 싶었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방윤림은 고아였고, 가족들을 돌봐야 한다는 부담도 없었다. 그리고, 설령 방윤림이 이씨 가문에 입적하지 않더라도 그는 평생 이윤미에게 충성할 것이었다.그러나, 정작 그녀의 딸이 남자를 믿지 못하고 오직 딸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니...이은화가 과거에 어떤 잔인하고 냉혹한 일을 했는지를 떠나서, 결국 그녀도 딸을 둔 한 명의 평범한 엄마였다. 그녀는 딸의 혼인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하지만, 이 순간, 더 이상 사랑 이야기를 해봤자 결론이 나지 않을 것 같았다. 딸을 설득할 수도 없었고, 그녀 역시 딸의 생각을 받아들이기도 어려웠다. 결국, 둘 중 누구도 상대를 굴복시킬 수 없었다.더 이상 이런 대화는 무의미했다. 이은화는 자연스럽게 화제를 돌렸다.“네 아빠가 퇴원하면, 엄마는 잠시 어디 좀 다녀올 거야. 그동안 회사와 집안일 모두 너에게 맡길게.”이윤미는 놀란 듯했다.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