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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남편은 억만장자의 모든 챕터: 챕터 3071 - 챕터 3080

3175 챕터

제3071화

이윤미가 예상한 대로 이은화는 곧바로 딸의 말속에 담긴 우려를 눈치챘다.이윤정이 현재 유일하게 내세울 수 있는 건 그녀의 뛰어난 외모였다.이은화의 세 아들은 모두 밖에 애인을 둔 적이 있었고 각자 애인이 한 명도 아니었다. 심지어 그동안 며느리들이 눈치채지 못했을 뿐 바람을 피운 것도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세 아들의 외모를 탐하는 본능은 남편인 정군호에게서 유전 받은 게 틀림없었다.만약 이윤정이 정말 마음먹고 정일범을 비롯한 세 아들을 유혹하려 한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일이었다.그리고 무엇보다 그들은 원래부터 이윤정을 편애했고 친여동생인 이윤미에게는 늘 무관심했었다.그러기에 이윤정이 세 아들을 이용해 무언가 이득을 챙기게 된다면 그건 당연한 수순이었다.이런 생각이 들자 이은화의 얼굴빛은 한층 더 어두워졌다.만약 이윤정이 정말로 정일범을 유혹한다면 그것은 부자가 똑같이 그녀의 손아귀에 놀아나는 꼴이었기 때문이었다. 비록 정군호는 이윤정의 함정에 빠졌다고 해도 정일범은 스스로 덫에 걸려드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윤미야, 이 일은 엄마가 알아서 처리할 테니 넌 신경 쓰지 마. 윤정이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도록 조치할 거야. 만약 윤정이가 네 오빠들을 이용하려 한다면 엄마가 네 새언니들한테 말할 거야. 그럼 그들이 자기 가정을 지키려고 나서겠지.”이은화는 어째서인지 직접 나서기가 꺼려졌다.어쩌면 친딸처럼 키워 온 이윤정을 생각하면 한순간에 냉정해질 수 없을지도 모른다. 이십 년이 넘는 세월 동안 길러온 모녀의 정을 그렇게 간단히 끊어버릴 수는 없는 법이었다.또 어쩌면 나이가 들면서 예전처럼 냉정해지지 못한 걸지도 모른다. 분명 이윤정이 정일법과 같이 있는 모습을 본 순간 이윤화는 분노로 미칠 것 같았지만 이윤정을 죽일 정도로 가혹한 처벌을 주지 않았다.결국 이은화 그녀의 마음이 많이 약해진 것이었다.“엄마, 저도 이윤정 일에 신경 쓸 만큼 여유 없어요. 이윤정이 절 건드리지만 않는다면 저도 상관하고 싶지 않아요.”이윤미도 더 이상 이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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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72화

“하필 같은 업계에 발을 들여놔? 하예진은 이제 우리의 경쟁 상대야”이은화는 지금 무엇보다 이씨 그룹에 위협이 되는 존재를 치우는 게 중요했다.“적을 상대할 때는 절대 자비를 베풀 필요 없어. 하예진 회사가 설립 초기이니, 아직 약할 때 손을 써서 싹부터 잘라버려야 해.”이윤미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입을 뗐다.“엄마, 하예진이 따낸 거의 모든 계약 상대가 고씨 그룹이에요. 그리고 나머지는 전씨 가문과 노씨 가문이 성씨 가문의 체면을 봐서 체결한 대기업들이고요. 그들은 우리 그룹을 눈곱만큼도 신경 쓰지 않을 거예요.”이은화는 딸이 내키지 않아 하는 것을 알지만 단호하게 말했다.“어떻게 할지는 네가 직접 생각해 봐. 나는 오직 하나, 하예진이 이곳 강성에서 자리 잡는 꼴을 절대 눈 뜨고 두고 볼 수 없어.”사실, 이은화는 이윤미가 하예진과 경쟁 상대로 지내고 싶어 하지 않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만약 하예진이 이은화의 큰언니 후손이 아니었고, 이씨 가문을 겨냥해 강성으로 온 게 아니었다면, 그녀 또한 굳이 하예진과 싸우려 하지 않았을 것이었다.그리고, 하예진 뒤에는 삼대 가문이 있었다. 비록 거리가 먼 관성에 있지만 함부로 무시할 수 없는 존재였다. 그들이 마음먹고 이씨 그룹을 짓밟으려고 한다면, 이씨 그룹이 버틸 방법은 없었다. 게다가 소씨 가문이라는 보이지 않는 세력까지 있었으니...그렇기에 이은화는 이윤미에게 하예진이 올라오지 못하도록 단호하게 명령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그리고, 우리 가문 안에서도 벌써 배신을 꿈꾸는 자들이 있어. 하예진을 등에 업고 어떻게 해보려고 하는 것 같더구나. 이런 자들은 네가 철저하게 응징해서 다시 기어오르지 못하도록 경고해야 해.”“내가 아직 눈 뜨고 살아 있는데, 벌써 가문을 배신하려 하다니...”이은화는 끓어오르는 분노에 이를 악물었다.“큰언니가 죽은 지 수십 년이 지났어. 하예진이 아무리 외손녀라 한들 어쩌겠어? 감히 가주의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 것 같아?”“지금 이 자리에 있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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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73화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굳이 하예진과 싸울 필요도 없었다. 이윤미가 직접 이씨 그룹을 큰이모의 후손에게 돌려주고, 어지러워진 가문을 바로잡으면 될 일이었다.그렇게 되면, 이윤미는 이씨 가문에서 벗어나 자신의 사업을 운영하며 살아갈 수도 있었다. 그녀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삶이라 생각했다.이은화는 이윤미를 말없이 바라보았다. 딸의 말에서 느껴지는 어색한 태도를, 그녀가 모를 리 없었다.그녀는 눈빛은 날카롭게 돌변하며 이윤미를 노려보았다.하지만, 이윤미는 담담하게 이은화의 시선을 마주했다.“......”잠시 정적이 흐르고 이은화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그녀는 손을 뻗어 딸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부드럽게 말했다.“넌 참 주관이 뚜렷한 아이야. 엄마와 함께한 시간이 고작 2~3년이니, 엄마 말을 들으려 하지 않는다면, 나도 어쩔 수 없구나...”이은화는 잠시 하려던 말을 멈추고 이윤미에게 물었다.“아까, 방윤림이 널 데려다줬던데?”“맞아요.”“너희 둘, 매일 같이 지내다시피 하는데 혹시 너, 방윤림한테 어떤 감정을 품고 있는 거 아니지?”이윤미는 깜짝 놀라 눈을 크게 뜨며 대답했다.“엄마, 제가 방윤림 한테 감정을 품고 있다니요? 엄마도 아시잖아요. 방윤림은 그저 저에게 평생 충성하는 특별 비서일 뿐이에요.”“비서니까 하루 종일 제 옆에 붙어있는 게 당연한 거 아니에요?”이은화는 가볍게 웃었다.“방윤림은 사랑을 할 수도, 결혼을 할 수도 없지. 오직 너에게만 충성해야 하니까. 그런데, 만약 그가 너의 남자가 된다면 어떻게 되겠어?”이윤미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되면, 방윤림도 보통 남자들처럼 가정을 꾸릴 수도 있겠지. 자고로 우리나라 사람들은 ‘불효 중 가장 큰 불효가 자손을 남기지 않는 것’이라고 여겨왔어. 방윤림이 아무리 고아라 해도, 자기 핏줄을 남기고 싶은 건 당연한 일이야.”이은화는 딸을 바라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그리고, 방윤림이 너를 바라보는 눈빛... 그거 단순한 충성이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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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74화

이은화의 곁에 있었던 비서는 그녀에게 존경과 충성을 바쳤지만 사랑은 없었다.마찬가지로, 그녀 역시 자신의 비서와는 어디까지나 주인과 비서의 관계일 뿐 비서에게 특별한 감정을 느낀 적이 없었다.만약, 그때 그녀가 비서한테 마음이 생겼더라면, 어쩌면 더 훌륭한 자녀를 두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기 딸이 뒤바뀌는 끔찍한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었다.이윤미는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그녀의 표정은 어쩐지 씁쓸해 보였다.“엄마, 저 지금 사랑 같은 건 생각하고 싶지 않아요. 연애할 시간도 없고요. 전에 말했듯이, 후계자가 필요하면 아이 아빠 없이 그냥 딸만 낳겠어요.”이윤미는 잠시 머뭇거렸다.“저는 엄마처럼... 아빠한테 배신당하고 싶지 않거든요.”“......”이은화는 결국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는 엄마로서 자신의 딸이 평생 혼자 살도록 놔둘 수 없었다. 그래서 오히려 방윤림이 이윤미를 사랑하고 있고, 그리고 자신도 결코 둘의 관계를 반대하지 않는다고 말해주고 싶었다.어떻게든 딸과 방윤림을 이어주고 싶었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방윤림은 고아였고, 가족들을 돌봐야 한다는 부담도 없었다. 그리고, 설령 방윤림이 이씨 가문에 입적하지 않더라도 그는 평생 이윤미에게 충성할 것이었다.그러나, 정작 그녀의 딸이 남자를 믿지 못하고 오직 딸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니...이은화가 과거에 어떤 잔인하고 냉혹한 일을 했는지를 떠나서, 결국 그녀도 딸을 둔 한 명의 평범한 엄마였다. 그녀는 딸의 혼인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하지만, 이 순간, 더 이상 사랑 이야기를 해봤자 결론이 나지 않을 것 같았다. 딸을 설득할 수도 없었고, 그녀 역시 딸의 생각을 받아들이기도 어려웠다. 결국, 둘 중 누구도 상대를 굴복시킬 수 없었다.더 이상 이런 대화는 무의미했다. 이은화는 자연스럽게 화제를 돌렸다.“네 아빠가 퇴원하면, 엄마는 잠시 어디 좀 다녀올 거야. 그동안 회사와 집안일 모두 너에게 맡길게.”이윤미는 놀란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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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75화

“엄마, 오래전 인연이라는 그 사람, 누구예요?”이윤미는 호기심이 가득한 눈빛으로 물었다. 그러나, 이은화는 그 사람이 누구인지 밝히지 않았다.“그저 엄마의 오래전 인연일 뿐이야. 네가 굳이 알 필요는 없어.”“엄마가 없는 동안, 회사와 집안의 일 모두 잘 처리해야 한다. 혹시 네 지시를 따르지 않는 자들이 있다면, 잘 기억해 둬. 엄마가 돌아와서 직접 처리할 테니.”이은화는 단호하게 말했다.“물론, 네가 스스로 해결할 수 있다면 더 좋겠지. 엄마도 이제 나이가 들었단다. 점점 내려놓아 할 때가 다가오고 있어. 그러니 너도 언제까지나 엄마에게만 의지할 생각은 하지 마.”이윤미는 당연하다는 듯 어깨를 으쓱거렸다.“엄마, 걱정하지 마세요. 지난번 엄마가 2주 넘게 관성에 다녀오셨을 때도 저 혼자서 잘 해낸 거, 아시잖아요?”사실, 이은화가 집에 없으면 이윤미는 오히려 더 자유로웠다. 누군가 그녀의 엄마를 이용해 그녀를 억누르는 일도 없고, 그녀가 하고 싶은 대로 다 할 수 있었다.이은화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그래, 엄마도 널 믿는다. 이제 늦었으니 이만 올라가서 쉬거라. 난 TV 좀 보다가 자야겠어.”이은미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잘 자요, 엄마.”그렇게 그녀는 인사를 하고 2층으로 올라갔다.딸이 방으로 들어간 걸 확인한 후, 이은화는 조용히 목에 걸려있는 오래된 목걸이를 꺼냈다. 그 목걸이에는 작은 펜던트 하나가 달려 있었다. 그리고 그 펜던트 안에는 아주 작은 사진 한 장이 숨겨져 있었다. 그 사진 속 인물은 바로 전임 가주였던 큰언니에 충성하던 ‘그 사람’의 젊은 시절 사진이었다.아주 오래전, 이은화는 몰래 그를 찍어 사진으로 남겼다. 그리고 작게 잘라 펜던트 안에 간직하고 있던 것이었다.그것은, 그 누구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은, 이은화 자신만의 비밀이었다.사람들은 흔히 첫사랑은 잊혀지지 않는다고 말한다.하지만, 그와 이은화는 애초에 첫사랑이라 부를 수 없는 사이였다. 그는 한 번도 이은화를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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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76화

큰 저택에는 가정부와 경호원을 제외하면 이윤미 혼자뿐이었다.어머니와 오빠 내외는 외출 중이었고 어디로 갔는지 굳이 묻지 않았다.샤워를 마치고 옷을 갈아입은 뒤, 두꺼운 외투를 걸친 이윤미는 방을 나섰다.휴대전화를 손에 쥔 채 계단을 내려가며 하예진에게 전화를 걸었고 전화는 금방 연결되었다.“하예진 씨, 시간 되세요? 점심 같이 드시죠.”이윤미는 시원하게 웃으며 상대가 대답할 틈도 주지 않고 덧붙였다.“노 대표님이 우빈이 데리고 예진 씨 만나러 왔다면서요? 저도 우빈이 너무 보고 싶어요. 제가 세 사람한테 밥 살 테니까 나오세요. 거절은 안 됩니다. 방 비서님한테 이미 하루 호텔로 예약해달라고 했어요. 점심 때 뵙죠.”“이게 무슨 의논이에요? 통보잖아요.”“설마 거절하실 건가요? 제가 그래도 연장자인데, 어른이 점심 먹자고 하면 동생이 따라야죠. 안 그래요?”“거절한다고 한 적 없어요. 원래 호텔에서 점심 먹으려 했는데, 이윤미 씨가 사주신다니 사양 안 할게요.”“오전엔 뭐 하셨어요?”“어젯밤 늦게 들어와서 이제야 일어났어요. 우빈이랑 놀 틈도 없었고요. 점심 먹고 나서 한참 놀아줘야 해요. 그나저나 이 두 부자는 언제 관성으로 돌아가요?”하예진이 자연스럽게 이윤미의 말을 정정했다.“저랑 노동명 씨 아직 결혼 안 했어요.”“그건 시간문제 아닌가요? 설마 마음 바뀌어서 노동명 씨랑 결혼 안 하실 건 아니죠?”“노동명 씨가 우빈이를 친자식처럼 챙긴다는 건 저도 알아요. 두 사람 벌써 부자지간 같더라고요.”“남자 친구도 없으면서 남의 연애사에 관심은 많으시네요. 그러지 말고 얼른 좋은 분 찾아서 형부 만들어 주세요.”이윤미는 크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아마 평생 그런 일은 없을 거예요. 저는 결혼 안 할 거거든요. 그냥 적당한 남자랑 상의해서 아이만 가질 생각이에요. 후계자만 있으면 되니까요.”하예진은 말문이 막힌 듯 잠시 침묵하다가 조용히 말했다.“어머니께서 아시면 기절하시겠어요.”“그래도 어쩔 수 없어요. 어머니랑 아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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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77화

“그러게요, 정말 부러워요. 저도 예전부터 여행 가고 싶었는데.”하예진은 주형인과 결혼한 이후로 한 번도 여행을 가본 적이 없었다. 평소 출장으로 바쁘게 오가느라 제대로 된 휴식은커녕, 짧은 여유조차 허락되지 않았다.“고현 도련님은 호영 도련님을 만나더니 확실히 다르긴 다르네요.”이윤미가 감탄하며 말했다.“사랑에 빠진 고현 씨는 조금 더 여성스러워진 것 같아요.”고현에게는 쌍둥이 남동생이 있었다. 그래서 회사를 비워도 고빈이 남아 있었기에 비교적 마음 편하게 여행을 떠날 수 있었다.하지만 이윤미는 달랐다. 아직도 이씨 가문의 암투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을 사려야 했고 출장을 가더라도 멀리 떠나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길어야 오늘 떠나 내일 돌아오는 정도였다.너무 오래 자리를 비웠다간 힘겹게 쌓아 올린 위엄이 한순간에 무너질 수도 있었다.이윤정이 없더라도 세 명의 오빠는 여전히 그녀를 견제하고 있었고 회사에는 아직도 꺾지 못한 가시 같은 존재들이 몇 명 남아 있었다.그녀는 이씨 가문의 진짜 딸이었고 그들 역시 이를 받아들이기 시작하며 그녀의 노력을 인정했다.그들은 오랫동안 이씨 그룹을 위해 일해왔고 그 공헌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었지만 결국 이씨 그룹은 이씨 가문의 것이었다.현명한 사람은 시대의 흐름을 읽을 줄 아는 법이다.이윤미가 회사를 물려받게 되고 자신의 자리가 위험해지는 경우를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윤미 씨는 언제쯤 사랑에 빠져서 여성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실 건가요?”이윤미는 웃으며 핀잔을 주었다.“저보다 어른이면서 이런 농담 함부로 하시네요. 자세히 보세요. 제가 얼마나 여성스러운데요. 이제 운전해야 하니 장난은 그만할게요.”“네. 난폭운전은 하지 마세요.”“알겠어요. 누가 어른인지 모르겠네요. 밖에서 운전 좀 하셨다고 어린애한테 잔소리를 듣다니요.”“걱정돼서 그러는 거죠. 우리 아직 승부를 보지 않았잖아요.”이윤미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그건 형식적인 거죠. 저는 싸우고 싶지 않거든요.”“오늘은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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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78화

이윤미는 차를 세우고 창문을 내린 뒤, 방윤림에게 물었다.“우빈이와 노동명 씨 선물은 준비되었나요?”방윤림은 가볍게 웃으며 대답했다.“제가 하는 일인데,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다 준비했습니다. 그런데 아가씨께서는 직접 운전해서 가실 건가요?”“문제라도 있나요?”방윤림은 조용히 말했다.“아가씨께서 술이라도 드시면 운전을 못 하시잖아요. 제가 모시고 가면 어떨까요? 그러면 마음껏 드실 수도 있고요.”“술은 마시지 않을 거예요. 어젯밤에 충분히 마셨고 하예진 씨도 술을 마시지 않을 겁니다. 우빈이는 아직 어리고 노동명 씨는 다리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아서 하예진 씨가 술을 못 마시게 할 거예요.”이윤미의 말에 방윤림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이윤미가 차를 몰고 먼저 출발한 뒤, 방윤림은 그녀의 차가 멀어지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차에 올라 그녀를 따라갔다.30분 후, 하루 호텔에 도착했고 하예진은 우빈이를 데리고 이미 호텔 로비에서 기다리고 있었다.노동명은 몸이 불편해 내려오지 못한 모양이었다.이윤미는 하예진이 로비에서 기다리고 있는 줄 모르고 차를 세운 후, 방윤림이 따라오기를 기다리다가 조수석 뒤쪽 문을 열어 방윤림이 준비한 선물들을 챙기고 있었다.노동명을 위한 좋은 담배와 술, 그리고 몇 가지 영양제가 있었고 우빈이를 위한 장난감과 새 옷, 금팔찌와 장수 목걸이가 있었다.새 옷은 아마 한두 치수 크게 산 듯했다.우빈이의 정확한 사이즈를 몰랐기에 방윤림은 옷 가게 직원에게 ‘3~4살 남자아이’라고 설명하고 직원이 추천한 옷들로 구매했다.크게 사면 나중에 입혀도 되고 오래 입을 수 있지만 반면 작으면 다시 반품해야 하니 그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했다.사실 방윤림은 처음으로 아이 옷을 사 보는 것이었기에 그런 경험이 없는 만큼 일일이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예전에 노동명도 우빈이를 처음 돌볼 때는 많이 서툴렀다. 그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우빈이에게 바람개비만 계속 사다 주었었다.우빈이가 바람개비를 좋아하긴 했지만 너무 많이 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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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79화

“자, 이모할머니가 안아줄게. 우빈이를 위해 장난감도 사고 새 옷도 사고 금팔찌도 준비했어.”이윤미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밀었고 하예진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우빈이 장난감은 이미 넘쳐나서 둘 곳도 없어요. 안 사주셔도 되는데. 옷도 너무 많아서 다 못 입어요. 애들은 금방 자라니까 옷도 금방 작아지고요.”“그 많은 장난감은 제가 산 게 아니잖아요. 처음으로 이모할머니가 되었는데 당연히 우빈이에게 선물해야죠.”그러자 하예진이 짓궂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우빈이 옷이 많아서 아직 못 입은 것도 많을 텐데, 입기도 전에 작아졌다면 두 분 빨리 결혼하셔서 둘째 낳으시면 되겠네요. 둘째가 물려 입으면 되잖아요.”이윤미는 장난스럽게 말했다.“첫째는 새 옷, 둘째는 첫째가 입던 옷, 셋째와 넷째도 계속 둘째가 입던 옷으로 때운다는 말이 있잖아요. 우빈이 옷은 아직 새 옷이니까 둘째가 입어도 괜찮을 거예요.”하예진은 얼굴이 금세 빨개졌다.이 말을 들은 노동명은 아주 기뻐하며 함박웃음을 지었다.그도 사실 하예진과 아이를 더 낳고 싶었다.하지만 그녀가 원하지 않는다면 강요할 생각은 없었고 그에게는 이미 우빈이가 있기도 했다.어릴 때부터 친아들처럼 키워오면 바르게 잘 성장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노동명 씨, 이건 노동명 씨 선물이에요.”이윤미가 방윤림에게 눈짓하자 그는 준비한 선물을 노동명에게 건넸다.노동명은 살짝 당황한 듯 웃으며 말했다.“제 나이에 선물이라니요.”이윤미는 가볍게 웃으며 대답했다.“아무리 나이가 많아도 촌수로는 제가 어른이니까 선물하는 건 당연한 일이죠. 뭘 좋아하실지 몰라서 방 비서님이 좋은 담배와 술, 그리고 영양제를 준비했어요. 빨리 다리 나으셔서 하예진 씨와 결혼하셔야죠. 빨리 두 분 결혼식에 참석하고 싶어요.”그러자 하예진이 웃으며 말했다.“저희는 급하지 않아요. 오히려 이윤미 씨는 올해 스물아홉인데 남자 친구부터 만나보셔야 하는 것 아닌가요? 제가 좋은 남성분 몇 분 소개해 드릴까요?”이윤미는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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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80화

하예진은 아들에게 음식을 덜어주고 곧이어 노동명에게도 음식을 내밀었다.노동명의 눈빛에는 은근한 애정이 배어 있었다.그 옆에 앉은 방윤림은 자연스럽게 공용 젓가락을 들어 이윤미의 접시에 음식을 덜어주었다.그의 손길은 세심했다. 생선을 덜어줄 때는 가시를 하나하나 발라내어 담아주었고 뼈가 있는 고기도 먼저 손질한 후 내놓았다. 해산물 역시 손쉽게 먹을 수 있도록 손질해 주었다.이윤미는 하예진과 우빈이와 이야기하느라 정신이 팔려 그런 세세한 배려를 눈치채지 못했고 그저 자기 접시에 좋아하는 음식이 담겨 있고 따로 뼈를 발라내거나 가시를 걱정할 필요 없이 한입 베어 물기만 하면 된다는 사실만 알고 있었다.이윤미가 국을 다 마시면 어느새 그릇에 국이 다시 채워져 있었다.오랜 경험에서 오는 직감으로 하예진은 이씨 가문 가주의 모습처럼 이 상황을 단번에 파악했다.방윤림이 이윤미에게 마음이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는 전혀 눈치채지 못하는 듯했다.이윤미에게 방윤림은 그야말로 ‘만능 비서’였기에 그의 세심한 손길도 그녀는 그저 당연하게만 받아들였다. 이윤미의 삶에서 방윤림은 일뿐만 아니라 생활 전반을 챙겨주는 존재였기 때문이다.식사를 마친 후, 노동명과 방윤림은 가볍게 이야기를 나누었고 하예진은 아들과 이윤미를 데리고 자리를 옮겨 여자들끼리의 대화를 이어갔다.우빈이는 이윤미가 선물한 새 장난감을 갖고 놀았다.하예진은 다정하게 이윤미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둘 사이에는 친밀한 기류가 흐르고 있었다. 하예진은 이윤미를 향해 장난스럽게 속삭였다.“윤미 씨, 전에 남자는 필요 없고 결혼도 하고 싶지 않다면서요. 그냥 딸 하나만 낳고 싶다고 했잖아요? 제가 좋은 제안 하나 해드릴까요?”이윤미가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되물었다.“뭔데요?”“딸이 똑똑했으면 좋겠죠? 윤미 씨도 능력 있는 사람이지만 방윤림 씨는 더 뛰어난 사람이잖아요. 만약 윤미 씨가 아이를 낳을 생각이 있다면 방윤림 씨의 도움을 조금만 받으면 어떨까요? 두 분의 유전자가 합쳐지면 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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