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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21화

아내가 그의 가족에게 혜택을 준건 사실이지만 그의 가족은 아내의 위엄 때문에 밖에서는 꼬리를 내리고 조용하게 지냈다. 아내 앞에서는 더욱 비굴하게 행동하며 하인보다 더 하인처럼 보였다.이런 것들이 정군호의 마음속에서 불만을 키웠다. 그는 오로지 모든 희망을 딸에게 걸었다.“윤정아, 네 엄마가 한 말을 아빠가 바꿀 수 없다. 네가 엄마에게 말해봐라. 아빠는 정말 방법이 없어. 이윤미가 말한 걸 못 들었니? 나는 네 엄마가 데려온 남자일 뿐이야. 데려온 남자가 집안에서 무슨 지위가 있겠니.”“아빠.”정군호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윤정아, 아빠는 정말 방법이 없다. 아빠가 집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 너도 알잖아.”이윤정은 입을 삐죽 내밀었다.아버지의 말이 사실임을 알고 있었다.이씨 가문에서 그녀의 양아버지는 발언권이 없었다.한편 2층 서재, 이가주는 이미 책상 앞에 앉아 이윤미가 들어오기를 기다렸다.“문 닫고 잠가.”이윤미는 그녀의 말대로 했다.“차가 고장 난 건 무슨 일이지?”이가주가 물었다.“누군가 손을 썼어요.”이가주는 의자에 기댄 채 딸에게 물었다.“의심되는 사람이라도 있어?”“아빠랑 오빠들, 그리고 엄마가 가장 아끼시는 윤정을 제외하면 다른 사람은 생각나지 않아요.”이가주는 딸의 대답에 의외로 화 내지 않고 잠시 침묵하더니 입을 열었다.“엄마는 윤정에 대해 복잡한 감정을 가지고 있지만 우리 이씨 가문의 규칙은 변하지 않는다.”이 말은 이윤미에게 안심하라는 의미였다. 그녀가 은퇴하면 이가주 자리는 반드시 이윤미의 것이 될 것이다.“엄마는 윤정을 자기 집으로 돌려보내세요.”이가주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윤미아, 친딸이 아닌 사람은 결국 친딸이 아니야. 그래도 조금은 쓸모가 있으니, 적어도 네가 실력을 키울 수 있는 도구로는 쓸 만해. 당분간은 남겨둬.”가끔은 화가 나서 윤정에게 심한 말을 하기도 했지만 결국 윤정을 남겨두었다.친딸이라도 순조롭게 성장하게 할 수 없다. 그래야만 가업을 지키는 주인이 될 수 있다.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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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22화

고현이 만약 그녀의 사위가 될 수 있다면 그녀는 꿈에서도 웃으며 깨어날 것이다.“엄마, 저랑 고현은 그냥 친구예요. 고현이 직접 저한테 말했어요. 자기를 좋아하지 말라고, 절대로 받아주지 않을 거라고 했어요. 만약 제가 이윤정처럼 좋아한다면 결국 상처받는 사람은 저일 거라 했어요.”“친구로 지내는 게 더 오래 갈 수 있겠지.”이윤미는 한때 고현에 대한 감정을 품었었지만 그것은 뛰어난 사람을 마주했을 때 본능적으로 생기는 호감이었다.고현이 속말음을 털어놓은 후 이윤미는 그에 대해 순수한 감상만 남았다.이가주는 잠시 침묵하다가 결국 말했다.“고현은 우리 집과 맞지 않는다. 친구로 지내는 것이 좋겠어.”고현과 친구가 되는 것만으로도 이윤미에게는 이득이 될 것이다.“그럼 좋아하는 사람이 있니? 집에 돌아오기 전에 누군가를 좋아한 적 있어? ”이가주 역시 딸의 혼인을 걱정하며 말했다.“만약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 엄마에게 말해봐. 데리고 와서 엄마한테 보여줘. 사람 됨됨이가 괜찮으면 엄마도 반대하지 않을 거야. 집안이 너무 좋은 사람은 데릴 사위가 될 리 없고 반면 너무 못한 사람이면 결혼할 때 많은 혼수를 주고 관계를 끊으면 된다. 그럼 뱀파이어처럼 달라붙을까 봐 걱정할 필요 없어.”“너희 할아버지 할머니 집안이 너무 형편없어서 그동안 엄마도 그들을 많이 도와줬다.”“우리 이씨 가문은 돈이 많지만 그들이 착취하는 것은 참을 수 없다. 그러니 앞으로 네가 남편을 고를 때 너무 뛰어난 사람도 안 되고 너무 못한 사람도 안 돼. 중간쯤 되는 사람을 선택하는 게 좋겠어.”이윤미는 웃으며 말했다.“전 아직 좋아하는 사람이 없어요. 유일하게 감탄한 사람은 고현 도려님인데 그분하고 절대 이루어질 수 없으니.”“천천히 찾아봐. 우리 집안은 확실히 선택하기 어려워.”이가주는 말하고 나서 한숨을 쉬었다.그러나 곧바로 책상에서 서류케이스를 꺼내 이윤미 앞에 던졌다.“엄마, 이게 뭐예요? ”“네가 직접 열어봐.”이가주의 표정은 이내 엄숙해졌다. 이윤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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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23화

이가주의 얼굴이 많이 누그러졌다.그녀가 말했다.“남들이 뭐라고 하든 신경 쓰지 마. 그들은 네가 출세하는 걸 원하지 않고 더군다나 이윤정이 출세하는 건 절대 바라지 않을 거야.”“우리 이씨 가문은 백 년 넘게 이어져 왔다. 가난할 때도 부유할 때도 있었고 온갖 일들이다 일어났지 않느냐?”“우리 직계가 방계를 그렇게 오랫동안 눌러왔으니 그들이 당연히 마음에 한이 맺혔겠지. 기회를 잡기만 하면 출세하려 한다. 그 소문들도 아마 그들이 퍼뜨린 것일 거다.”이가주는 딸에게 자신의 손으로 자매들을 모두 죽였다는 사실을 말할 수 없었다.이 사실을 아는 사람은 모두 죽었고 증거도 말끔히 없앴다. 아마도 빠져나간 사람은 없을 것이다.일이 일어난 지 몇 십 년이나 지났으니 확실한 증거가 나오기 전까지는 그녀도 절대인정하지 않을 것이다.두 조카딸이 당시 나이가 어리다 보니 약간의 기억이 남아있다고 해도 희미할 수 있어 되찾기 어려웠다.어쨌든 그녀는 수십 년 동안 두 조카딸의 소식을 계속 주의했지만 아무런 소식도 들려오지 않았다. 관성은 그렇게 큰 도시인데 두 조카딸이 정말 그곳에 있다고 하더라도 쉽게 찾을 수 있겠는가?설령 찾는다 해도 그녀는 두렵지 않았다.이씨 가문의 뒷받침 없이 그 두 조카딸이 살아남기조차 힘들었을 테니 운이 좋다면 평범한 가정에서 자랐겠지. 상업 전쟁에 대해 접할 기회도 없었을 텐데 어떻게 그녀의 딸과 맞설 수 있겠는가?게다가 조카딸들도 나이가 적지 않다. 반면 그녀의 딸은 한창 젊으니 나이로는 유리한 위치에 있다.“윤미아, 우리 가문은 다른 가문과는 다르지만 내부 싸움이 적을 수는 없다. 네 생활비서 외에는 아무도 믿지 마라”이윤미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엄마, 저도 알아요.”“알면 됐다. 이제 돌아가 쉬어라. 내일은 새 차를 한 대 선물해줄게.”“감사합니다. 엄마.”“엄마도 일찍 쉬세요.”이윤미는 말을 마치고 서류케이스를 들고 돌아섰다.그녀가 나간 지 몇 분도 지나지 않아 정군호가 문을 두드리고 들어왔다.“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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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24화

이은화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애가 우리랑 닮지 않은 건 사실이야. 하지만 여러 번 DNA 검사를 해본 결과, 윤미가 우리 딸이라는 건 틀림없는 사실이었어. 외모는 닮았는데 하는 행동은 너무 틀려. 지나치게 물렁물렁해. 이씨 가문의 피를 이어받고 왜 저렇게 나약한지 모르겠어. 나는 해가 갈수록 늙어가는데 도대체 언제쯤 대를 이어줄지 모르겠구나. 나도 빨리 물러나서 손주 보며 여유롭게 살고 싶어. 근데 며느리들이 협조하지 않는 걸 어째. 첫 손주는 이왕이면 손녀였으면 좋겠는데, 손녀가 생기면 마음이 놓일 거야. 만약 윤미가 가문을 이어받지 못한다면 10~20년 더 살면서 손녀 후계자로 키울 수 있을 테니까.”이은화의 말을 듣고 정군호는 속으로 여러 가지를 계산했다.딸이 가문의 주인이 되는 것이 손녀가 주인이 되는 것보다 낫긴 하지만 딸은 곁에서 키우지 않아 정이 없었다.이윤미가 가문의 주인이 된다면 그는 눈치를 보며 살아야 할 것이다.반면 손녀가 가문을 이끌면 그는 할아버지로서 존경받을 것이고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을지도 몰랐다.이씨 가문은 딸이 대를 잇고 아들을 선호하지 않았지만, 딸을 낳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다. 그들 부부도 아들 몇을 낳고 나서야 겨우 딸 하나를 얻었으니 말이다.전 세대 가주는 운이 좋아서 딸을 연달아 둘이나 낳았다. 그 전 세대도 딸을 쉽게 낳았는데 유독 그들 부부만 아들 몇을 낳고 나서야 딸을 얻었다.과연 아들들이 한 번에 딸을 낳을 수 있을까?노부부는 계단을 내려와 본채를 나서며 마당을 거닐었다.정군호는 다시 아까 그 주제로 돌아갔다.“아직 윤미가 뭘 했는지 말하지 않았잖아요. 왜 윤미랑 얘기하고 나서 그 좋던 기분이 나빠졌어요? 혹시 윤미가 제가 결혼을 강요한 걸 원망이라도 했어요?”“그건 아니야. 나 모르게 무슨 짓을 벌인 것 같아서 그래. 근데 그걸 증명할 증거를 찾지 못했어. 그래서 좀 답답했을 뿐이야.”이은화는 친딸이 진실을 알아낼까 봐 걱정했다. 모녀의 관계가 깨질까 두려운 것이다.이윤미는 겉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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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25화

이윤미는 부모가 무슨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지 몰랐다.자신의 방으로 돌아온 그녀는 휴대전화를 꺼내 방윤림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광성에 간 사실을 어머니가 알았다는 내용이었다.방윤림은 곧바로 답장을 보냈다.[죄송합니다. 제가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습니다.]이윤미가 답했다.[엄마 곁에 있는 생활 비서가 움직였으니 알아챈 건 당연한 일이야. 자책할 필요 없어. 내가 광성에서 쓴 영수증 몇 장만 나온 거니까 양호한 거야.]하지만 방윤림은 여전히 자책하며 말했다.[그래도 제 실수입니다. 이번 달 월급과 보너스를 전부 차감해 주십시오.]방윤림의 성격을 잘 아는 이윤미는 답장을 보냈다.[이번 달 보너스는 전부 차감하고 월급은 그냥 둬. 너도 살아야지. 내가 널 먹여 살릴 순 없잖아?]방윤림은 이윤미의 메시지를 오랫동안 응시하다가 마침내 답장을 보냈다.[감사합니다, 아가씨.]그는 이윤미에게 기대고 싶지 않았다. 그는 그녀에게 가장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싶었다.이번 일을 통해 방윤림은 자신이 그동안 너무 자신감에 차 있었음을 깨달았다. 가주의 수하에 비해 그는 확실히 부족한 부분이 많았다.그렇게 밤이 지나갔다.다음 날, 관성의 산꼭대기 별장에서.전태윤은 옷을 정리하며 계단을 내려가고 있었다.“형.”전이혁이 소파에서 일어나 그가 내려오는 것을 보며 얼굴에 웃음을 띠었다.“형수님은 아직 안 일어나셨어?”“아직 일러, 좀 더 자게 놔둬. 예정이는 잠이 많아.”잠이 많은 게 구토보다는 나았다.똑같이 임신했지만, 심효진은 임신 초기 증상이 거의 없었고 티도 나지 않았다.반면 하예정은 매일 아침 일어나자마자 신물이 나올 때까지 구토했다. 식사 후에도 가끔씩 토할 때가 있었다.하예정은 식욕이 좋고 잘 먹었지만 토하는 횟수가 많아지자 점점 음식을 두려워하게 되었다. 그래서 최근 며칠 먹는 양이 확 줄어들었다.전태윤은 그녀가 먹은 것이 없어서 항상 걱정되었다.매일 아침, 하예정의 식사는 그가 직접 준비했다. 먹고 싶은 게 있어서 전날 미리 말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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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26화

전씨 할머니께서 말씀하신대로 큰형이 만든 음식을 먹을 기회가 가장 적었다. 할머니는 어르신이기 때문에 감히 큰형에게 요리하라고 강요할 수 있었지만, 그들은 큰형에게 요리해달라고 할 만큼 배짱이 없었다.형수님이 나타나면서부터 큰형은 주방에 있는 시간이 길어졌고 이 또한 형수님 덕분이었다.만약 모두가 서원 리조트로 간다면, 하예정이 먹고 싶은 것을 말하기만 하면 큰형이 요리를 준비하여 형수님을 만족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형님이 형수님을 모든 여자의 선망 대상으로 살게 하고 싶다고 했고 결국 그 약속을 지켰다.전태윤이 부엌으로 들어갔다.전이혁은 자리에 서서 몇 분 동안 묵묵히 서있다가 밖으로 나왔다.전이혁은 뒷마당에서 할머니를 찾았다.할머니는 뒤 정원에서 무술을 연습하는 것이 아니라 스피커를 틀어놓고 혼자 춤을 추고 계셨다.전이혁은 할 말을 잃었다.전이혁은 사람들이 스피커로 노래를 틀어놓고 춤추는 것을 매우 싫어했다.성인이 된 후고 전이혁은 대학을 졸업하고 나와 자신의 능력으로 번 돈으로 아파트를 샀다. 그 아파트는 회사와 거리가 가까워서 출퇴근이 편리했다.하지만 아파트 아주머니들이 아침저녁으로 동네에서 춤추고 있었고 그 노랫소리가 천지를 진동하듯 매우 시끄러웠다.아파트 주민들도 그 아줌마들한테 도리를 따지려고 했지만 아무런 소용도 없었다.심지어 극단적인 방법으로, 예를 들어 갑자기 그 아주머니들한테 물을 퍼붓는다든지 달걀을 뿌린다든지 온갖 짓들을 다 시도해 봤지만 서로 욕 싸움만 일어났을 뿐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다.춤을 추는 아주머니들은 심지어 농구장을 점령하여 학생들과 자리를 빼앗기도 했다.그 뒤로 전이혁은 그런 소란스러움을 견디지 못하고 끝내 그 집을 팔아 별장을 샀다.억지를 부리는 아주머니들을 멀리하고 나서야 전이혁의 귓가는 비로소 조용해 졌다.지금 그가 사는 별장은 아주 잘 관리되고 있었다.하여 존경하는 할머니께서도 지금 그 춤을 추시는 장면을 목격하더니 전이혁은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다행히 할머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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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27화

전이혁은 잠시 할 말을 잃었다.할머니는 그림을 다 본 후 그 종이를 전이혁에게 돌려주었다.“할머니.”할머니는 손을 들어 전이혁에게 말하지 말라는 손짓을 하며 입을 열었다.“네가 꿈을 꾼 것이기 때문에 의문이 있으면 너 스스로 원인을 찾을 것이지 나에게 물어본들 무슨 소용이야? 내가 신도 아닌데 모든 것을 다 알고 있을 리가 없잖아.”“그런데 할머니께서 며느릿감을 골라주셨고 제가 그 사진도 다 받았잖아요. 제가 언제든지 아내에게 구애할 준비가 다 되었지만 할머니께서 뽑아준 그 아내가 꿈에 나타난 여자가 아니에요.”“우리 전씨 가문의 남자는 이혼하지도 않고 내연녀도 키우지 않는데, 저는 제가 전씨 가문에서 첫 번째로 아내에게 미안한 남자로 되고 싶지 않아요.”전씨 할머니는 여전히 자신과 상관없다는 태도로 말했다.“그건 네 일이니 네가 잘 알아보고 문제점을 찾아야 해. 네가 꿈을 꾸게 된 이유가 내가 너에게 아내를 선택해 주었기 때문이라면 그 여자를 한 번 찾아가 봐.”“할머니!”전이혁은 할머니 옆에 앉아 애교를 부리듯 팔짱을 끼며 말했다.“할머니, 제가 더는 예쁘지 않으세요? 할머니께서 가장 좋아하는 손자가 바로 이혁 손는 손자가 전씨 가문에서 첫 번째 찌질남으로 되는 것이 가슴 아프지도 않으세요?”“내가 그랬다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손자는 항상 네 큰형이었어. 태윤이야말로 내가 가장 아끼고 좋아하는 손자였어.”“할머니가 말씀하셨는데 할머니께서 잊어버리셨을 뿐이에요. 할머니.”전이혁은 애교가 소용없자 불쌍한 척했다.“할머니, 저를 좀 불쌍하게 여겨주세요. 제가 앞으로 정말로 그런 짓을 하면 우리 엄마와 큰어머니도 저를 용서하지 않을 거예요.”“걱정 마. 내가 가만히 있지 않을 테니.”“제가 엄마한테 맞으면 할머니께서 살려주신다고요?”전씨 할머니는 정색하며 대답했다.“난 가만히 있지 않고 빨리 자리를 뜨려고. 네가 네 엄마에게 맞는 걸 보지 않으면 되잖아.”전이혁은 어이가 없었다.“할머니 정말 너무 하신 거 아니에요? 큰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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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28화

그러나 전씨 할머니는 여전히 동요하지 않고 말했다.“이혁아, 가서 셋째 형에게 물어봐. 셋째 형의 방법을 참고해 보는 것도 좋을 거야.”전이혁이 말을 이었다.“할머니, 제가 도망치려고 한 건 아니에요. 할머니께서 우리 형제들을 위해서 골라주신 아내인데 제가 어떻게 도망치려고 하겠어요. 저 정말로 한동안 같은 꿈만 꾸었어요. 매일 밤 그림 속의 여자와 얽매였다니까요.”전이혁은 자신이 한 말이 모두 진심이라고 하늘에 맹세할 수 있었다.꿈이 사실이었다.할머니께 용서를 빌고 싶은 것도 사실이었다.“내 생각은 변함없어. 네 아내로 정하기 전에 할머니가 뒷조사할 만큼 다 했어. 그 여성분이 너에게 잘 어울리기 때문에 너에게 선택해 준 거야. 실물을 만나본 적도 없고 그 여성분에 대해 알아본 적도 없는데 어떻게 너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그럼 이렇게 하자. 네가 꿈속의 그 여자를 찾을 수 있다면 할머니가 정해준 아내를 포기해도 돼. 나도 네 탓 하지 않을게.”전이혁이 되물었다.“세상이 이렇게 큰데 어떻게 찾아요?”전이혁은 이 일로 할머니를 설득해서 선택된 아내를 포기하게 하려고 했다. 그렇게 되면 전이혁은 자신의 결혼에 대한 결정권을 거머쥐게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전씨 가문이 번창하기 때문에 전이혁이 대를 잇지 않아도 되였다. 자신이 없어도 전씨 가문에 여덟 명의 형제가 장가들고 아이를 낳아 전씨 가문의 번창함을 지속할 수 있었다.“지훈 씨도 수많은 사람 속에서 윤하 씨를 만났잖아. 지훈 씨는 너보다 상황이 더 어려워. 인연이 있으면 두 사람은 만나게 돼 있어. 만약 인연이 없다면 그 여자가 네 앞에 서 있다고 해도 넌 알아볼 수 없을 거야.”잠깐 말이 없던 전이혁이 중얼거렸다.“지훈 씨는 점쟁이 선생님께서 조언해 주셨잖아요. 저는 누구도 조언해 주지 않았는걸요.”“그래야 스릴 있지. 사사건건 미리 알고 있으면 얼마나 재미없어?”전이혁은 입을 삐죽거리며 말을 하지 않았다.보아하니 할머니가 전이혁을 놓아 줄 생각을 하지 않았던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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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29화

한참이 지나자 전이혁이 입을 열었다.“할머니, 배고프시죠? 돌아가서 아침 드세요. 큰형이 직접 주방에서 요리하고 있어요. 큰형이 형수님께 정말 잘해 주시네요. 우리도 큰형이 해준 음식 먹을 기회가 거의 없는데 형수님은 날마다 드실 수 있네요.”전이혁의 말속에는 부러움이 가득 담겨있었다.큰형은 형수님에게 정말 진심으로 대했다.전씨 할머니는 전이혁에 의해 부축되어 일어섰고 전이혁은 할머니를 도와 스피커를 집안으로 옮겨 드렸다.그리고 할머니께서 입을 열었다.“큰형이 부럽지? 너도 사람들에게 선망의 대상이 될 수 있어.”전이혁은 스피커를 안아 들고 할머니와 함께 집 안으로 들어가면서 말했다.“저는 할머니께서 정해주신 아내를 아직 본 적도 없는데 저한테 잘 맞을지 누가 알았겠어요? 게다가 저의 꿈에서 어떤 여자가 저에게 매달리고 있는걸요.”“나중에 제가 누구랑 결혼하게 될지도 모르는데 할머니 요구대로 그 여성분과 결혼하면 제가 그분을 배신할 가능성이 엄청 클 거예요. 그리고 꿈에서 저와 얽매이고 있는 그 여자는 할머니께서 정해주신 여자가 아닌걸요. 저 너무 힘드네요.”전씨 할머니가 바로 말을 이었다.“모든 일에는 방법이 있기 마련이야. 때가 되면 어떻게 선택해야 할지 알게 될 거야. 지금은 일단 아무 생각 말고 네 큰형의 결혼식이나 참석해. 그리고 다시 아내에게 구애하러 가. 어차피 내가 너희들에게 준 시간이 1년이니까.”전이혁이 물었다.“할머니, 저 좀 봐주시면 안 돼요?”“내가 가장 아끼는 네 큰형도 봐주지 않았거든. 봐봐. 태윤이랑 예정이도 딱 1년 만에 결혼식을 올리잖아.”할머니가 가장 마음에 들어 하는 커플이 바로 전태윤과 하예정, 그리고 전이진과 여운초 두 커플이었다.지금 정겨울이 여운초의 눈을 치료해 주고 있었다. 여운초는 매일 약을 먹고 있었고 정겨울도 그녀가 곧 시력을 회복할 수 있을 거라고 말했다.여운초는 빛을 조금 볼 수 있었지만, 독소가 완전히 제거되지 않았기에 앞이 여전히 흐릿하게 보였다.여운초는 자신이 다시 빛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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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30화

그러나 그 부잣집 할머니들의 건강은 전씨 할머니보다 못할 것이다. 전씨 할머니는 나이가 드셨지만 자주 비행기를 타고 다니며 손자들을 위해 아내를 신중하게 선택해 주었다.휴, 손자들이 불효하다는 말이 틀린 말은 아니었다.전이혁은 할머니가 임무를 내리지 않았다면 자신도 28세에 결혼하지 않을 것이라고 마음속으로 비방했다.결혼은 35세 이후에 결혼하려고 결정했다.형수님들의 결혼이 매우 행복해 보여서 부럽긴 했지만, 전이혁은 자유롭고 구속받지 않는 삶을 더 추구했다.전씨 할머니는 그런 손자들의 마음을 꿰뚫어 보았기 때문에 이런 임무를 내렸다.그들의 생각을 따른다면 아마 모든 손자가 30세 이후에 결혼할 것을 뻔히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할머니가 춤을 추면 몸도 단련되고 좋잖아. 집에서 춤추시는 거라 누구한테도 영향 주지 않고.”전태윤은 할머니께 밖으로 나가 춤추는 아줌마들에게서 춤을 배웠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어르신은 평생 멋지게, 마음대로 살아오셨고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전씨 손자들도 할머니께서 기뻐하시기를 바라고 있었기 때문에 할머니만 즐거워하신다면 어떤 일을 하시든 모두 지지했다.“할머니는 왜 찾으러 왔어?”전이혁이 부엌으로 들어가며 낮은 소리로 대답했다.“나를 봐주라고 설득하러 왔어. 너무 일찍 결혼하고 싶지 않거든. 원래 계획은 35세에 결혼하는 건데 할머니께서 벌써 나한테 아내를 골라주셨잖아. 1년이란 기간이 지나가면 난 29살이야. 내 계획보다 몇 년이나 앞섰단 말이야.”전태윤이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다.“넌 할머니와 28년 동안이나 지내왔으면서 할머니가 어떤 성격인지 아직도 잘 몰라? 왜 쓸데없는 짓만 해? 난 또 이진이가 겪었던 일들이 너희들에게 교훈을 가져다줄 줄 알았어. 그래서 너와 전우가 말 잘 들을 줄 알았는데. 너도 벗어날 궁리를 하고 있었어?”전호영은 반년 동안 질질 끌다가 끝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는 아예 장기적으로 강성에 머물면서 아내에게 구애하고 있었다.아마 며칠 더 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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