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내 남편은 억만장자: Chapter 1881 - Chapter 18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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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81화
전태윤은 용정을 품에 안았다.바로 우빈이도 달려왔다.“이모부.”전태윤은 웃으며 다른 한 손으로 우빈이를 품에 안았다.하예정이 일어나 소리가 나는 곳으로 시선을 돌리니 남편이 두 아이를 안고 그녀 쪽으로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어? 어떻게 내가 여기 있는 걸 알고 찾아온 거지?’전태윤은 두 아이를 안고 다가와 다시 허리를 굽혀 땅에 내려놓으며 말했다.“자, 놀러 가.”우빈이는 용정의 팔을 끌어당기며 말했다.“용정아, 우리 놀러 가자.”용정이도 활발한 성격이라 노는 것을 가장 좋아했다.예진 리조트에는 아이가 몇 명 있었지만 용정을 제외한 나머지는 아직 젖먹이였다. 걷지도 못하고 말도 못하고 울기만 하여 용정이는 그들과 노는 게 재미없었다.모처럼 나이 또래의 친구가 왔으니 용정이는 우빈이와 미친 듯이 뛰어놀았다.하예정은 남편을 잠시 바라보더니 물었다.“우리가 여기 있는 걸 어떻게 알았어요?”전태윤은 손을 뻗어 그녀의 얼굴을 가볍게 어루만지며 말했다.“말 한마디 없이 가버리면 어떡해? 당신 보려고 기쁜 마음으로 집에 돌아갔더니 당신은 이미 할머니를 따라가 버렸지 뭐야. 그러다 당신이 나에게 전화했을 때,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리는 걸 보고 예진 리조트에 왔다는 걸 알았어.”전태윤은 원래 찾아올 생각이 없었다.하지만 아내와 함께 있는 날들에 익숙해졌는지 너무 지루한 나머지 찾아오게 된 것이다. 하예정이 떠난 지 하루 이틀밖에 되지 않았지만 벌써 몇 년 동안 헤어진 것처럼 느껴졌다. 그는 그리움의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개인 비행기를 타고 예진 리조트에 왔다.“지호의 울음소리를 들은 거네요.”예지호가 울고 있을 때라 전태윤이 들을까 봐 급히 전화를 끊었는데 그래도 한발 늦었다.“방금 도착하셨나요?”“응, 예씨네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먼저 만나 뵈었어. 그리고 허락받고 당신을 찾아온 거야.”전태윤은 근처에 있는 두 아이가 즐겁게 노느라 주의하지 않은 틈을 타 하예정을 품으로 당겨와 힘써 껴안고는 바로 놓아주었다.“여보, 앞으로 다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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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82화
하예정은 아이들이 장난치는 것을 볼 때마다 자기는 언제쯤이야 아이를 가질 수 있겠느냐고 생각하곤 한다.전태윤은 아내를 너무나도 잘 알아 위로하는 말을 한마디 한 것이다.하예정은 머리를 남편의 어깨에 기댔다.놀다가 지친 두 아이는 다시 어른들 쪽으로 뛰어왔다.용정은 너무 빨리 달린 나머지 부주의로 작은 돌에 걸려 넘어지고 말았다.우빈이는 얼른 친구를 일으켜 세우려고 했다.전태윤과 하예정도 벌떡 일어나 빠른 걸음으로 앞으로 달려갔다. 우빈이는 아직 어려 포동포동한 용정이를 일으켜 세울 수가 없었다. 결국 하예정이 용정이를 땅에서 일으켜 안았다.용정이는 울기 일보 직전이었다. 하예정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넘어진 게 아프지 않냐고 묻자 마치 어머니 품에 안긴 것만 같았다. 이에 용정이는 눈가에 눈물이 맺혔음에도 불구하고 고개를 저으며 아프지 않다고 말했다.하예정은 용정 옷의 먼지를 털어주었고, 눈가에 눈물이 고여있는 것을 보고 또 휴지를 꺼내 부드럽게 눈물을 닦아 주었다.“등이 다쳤어 아니면 머리가 다친 거야?”용정이는 뒤로 넘어졌다.하예정은 어디 다친 데는 없나 확인하려고 용정이의 옷을 위로 당겨 올렸다. 아이의 등에 알 수 없는 문양들이 새겨져 있는 것을 보고 그녀는 멍해졌다.전태윤도 잠시 어리둥절했지만 전씨 그룹의 대표가 아니랄까 봐 반응이 빠른 그는 침착하게 용정의 등을 한번 쭉 훑어보아 등에 상처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바로 옷을 내려 등의 도안을 가렸다.“이모부, 용정의 등에...”“아무것도 아니야, 우빈이도 아무것도 못 본 척 절대 입 밖에 내지 마, 알겠어?”전태윤은 처음으로 엄숙한 태도로 우빈이에게 요구했다.우빈이는 이모부의 엄숙한 얼굴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요, 절대 다른 사람과 말하지 않을게요.”하예정은 원래 몇 마디 묻고 싶었지만 남편이 조카에게 하는 말을 듣고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그들 부부는 용정의 머리 쪽도 확인해 보았는데 아무 곳도 다친데가 없었다. 꼬마 녀석은 그저 넘어진 게 아픈 것뿐인 것 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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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83화
“이모.”우빈이는 질투로 가득 찬 눈빛으로 바라보았다.용정에게 이모를 빼앗겼다고 생각한 것이었다.우빈이도 참지 못하고 이모의 품으로 들어갔다. 용정과 겨룰 기세였다.하예정은 웃으면서 조카를 한 번 껴안고는 두 어린 녀석을 놓아주었다. 그러고는 따라 일어나 한 손에 한 사람씩 잡고 말했다.“밖에서 충분히 오래 놀았으니까 이젠 집으로 돌아가자.”전태윤은 우빈이의 다른 한쪽 손을 잡았다.부부는 아이 둘을 거느리고 있으니 네 식구처럼 보였다.집안으로 돌아온 하예정은 모연정에게 용정이 넘어진 것을 알려주었다.모연정은 급히 끌고 와서 검사하려고 하다가 뭔가 생각났는지 용정의 옷을 들어보려다 멈추고 용정의 어깨를 잡고는 관심 조로 그에게 물었다.“넘어진 곳은 아프지 않아?”“아파요, 하지만 예정 이모가 안아주니까 아프지 않아졌어요.”꼬마는 이렇게 대답한 후 잠시 생각을 하더니 한마디 더 보탰다.“예정 이모 몸에서 엄마와 같은 냄새가 나요. 예정 이모 너무 좋아요.”모연정은 웃으며 말했다.“누구든 만나기만 하면 좋은 거야?”그녀의 두 어머니, 은서윤 등 사람들을 대할 때에도 용정은 모두 좋다고, 너무 좋다고 말하곤 했다.사실 용정은 자기에게 진심으로 잘해주는 사람이기만 하면 누구든지 좋아했다. 비록 그는 아직 어리지만 누가 자신에게 진심인지 마음속으로 잘 알고 있었다.그저 밖으로 말하지 않을 뿐이었다.어떤 일은 굳이 말할 필요 없이 마음속으로만 알고 있으면 됐다.용정은 어머니의 웃음에 약간 쑥스러웠지만, 여전히 뻔뻔스럽게 어머니의 목을 껴안고 그녀의 품에서 애교를 떨며 말했다.“그래도 제일 좋아하는 사람은 어머니뿐이에요.”모연정이 말을 채 하기도 전에 용정은 도우미 아주머니가 큰 도련님이라고 공손히 부르는 소리를 듣고 곧 모연정의 품에서 빠져나왔다.그러고는 우빈의 손을 잡고 말했다.“우빈아, 동생들 보러 가자.”준성 아저씨는 그가 어머니의 품에서 애교 부리는 것을 가장 싫어했다.용정은 예준성을 많이 무서워했다.예준성은 사실 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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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84화
예준성은 또 전태윤 부부와 인사를 나눈 후에야 마침내 사랑하는 아내 옆에 앉았다.모두들 수다를 떠니 어느새 저녁 먹을 시간이 되었다.귀한 손님이 방문했기에 예씨 집안의 사람들은 모두 중앙의 본채에서 떠들썩하게 식사를 했다.그중 두 할머니가 가장 기뻐했다. 나이가 든 탓일까? 둘은 자손들이 온 집안에 가득 찬 장면을 보는 것을 좋아했다.저녁이 되고 하예정은 조카를 재우는 사이에 자신도 잠시 졸았다.문 여는 소리에 깨어나자 전태윤이 문을 밀고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아직 안 잤어?”전태윤은 부드럽게 말했다.“준성 씨와 얘기가 길어져서 당신 먼저 잠든 줄 알았어.”“우빈이를 재우다가 잠이 들 뻔했어요.”전태윤이 다가오자 그녀는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용정의 등에 있는 알 수 없는 문양은 뭘까요? 문신을 새긴 것 같은데... 어린애 등에 그런 것을 새겼으니 그때 얼마나 아팠을까요?”전태윤은 잠자코 있다가 입을 열었다.“어찌할 방법이 없는 이상 누가 자기 핏줄에게 그런 것을 새겼겠어.”“용정의 신분은 수수께끼일 뿐만 아니라 절대 원만한 신분도 아닐 거야. 예준성 부부가 용정이를 친자식처럼 대하면서도 곁에 두고 키우지 못하는 것을 보면... 아마도 어떤 일에 연루될까 봐서일 거야. 용정은 아직 어리고 계속 감싸줄 수는 없는 노릇이니 어릴때 부터 미리 기초를 다져둬야지.”“겨울 의사가 용정을 마음에 들어 해서 모연정은 용정이를 정겨울에게 제자이자 아들로 보낼 생각인 것 같아. 신의 세대의 괴짜들에 대한 전설도 적지 않잖아. 필요할 때가 오면 나서줄지도 몰라. 한 사람을 건드리기만 하면 한 무리의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셈이라 감히 건드리는 사람은 많지 않아. 게다가 모두 대단한 사람들이라 어디를 가든 기척을 남기지 않아. 그러니 용정이 신의를 따라가는 것이 훨씬 안전해.”하예정은 겁에 질린 듯 조용히 물었다.“설마 누군가가 용정을 쫓는 것은 아니겠죠? 아직 세 살도 안 되는 아인데.”전태윤은 깊이 잠든 우빈이를 바라보았다. 우빈이는 용정과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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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85화
“내일, 내일 우리 우빈이을 데리고 관성으로 돌아가요.”하예정은 조카을 데리고 예진 리조트를 떠나기로 했다. 어린아이는 일을 오래 기억하지 못해 관성에 돌아간 후 용정과의 접촉이 줄어들면 자연히 이 일을 잊게 될 것이다.전태윤은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내가 좋다고 하면 당신이 내가 당신들이 돌아가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고 말할까 봐 무서워. 또 안 된다고 하면 우빈이가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용정에게 물을까 봐, 혹시라도 용정의 옷을 들춰볼까 봐 두려워. 아이의 호기심은 매우 강하니까.”“본의 아니게 이런 비밀을 알게 되지만 않았더라면 예정된 날짜를 따라 돌아가려 했어요.”하예정은 자신이 용정의 등에 숨겨진 비밀을 발견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용정의 등에 문신을 새긴 사람은 틀림없이 용정의 가족일 것이다.전태윤의 말처럼 오죽하면 그렇게 어린아이에게 문신을 새겼을까?“너무 긴장할 필요 없어. 이틀간은 더 놀아도 돼. 예진 리조트에 있는 이상 두려워할 것이 없어.”전태윤은 와이프를 위로했다.“아마도 하늘의 뜻인가 봐.”온 지 이틀 만에 떠나면 너무 서두르는 것 같고 게다가 모연정과 함께 내일 아이들을 데리고 선우 집에 가서 은서윤을 찾아 놀 것을 약속하기도 했다. 갑자기 마음을 바꾸면 의심이 생기기 쉬웠다.“그럼 이틀만 더 놀아요.”전태윤은 응하고는 말했다.“너무 많이 생각하지 말고 일찍 자.”그는 아내 곁에 앉아 그녀를 껴안고 볼에 뽀뽀를 하고는 나지막이 말했다.“여긴 남의 집이니까 잠시 참는 거야.”하예정은 서둘러 남편을 밀어내고는 우빈의 옆으로 가 누웠다.전태윤은 작은 소리로 웃었다.밤이 조용히 흘러갔다.어둠이 지나고 동으로 떠오르는 해가 눈부신 아침 햇살을 비췄다.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었다.강성.아직 꿈속에 있던 고현은 휴대폰 벨 소리에 잠이 깼다.그녀는 화가 잔뜩 났다.평일에는 일이 바빴기에 일요일이 되어야만 푹 쉬고 늦잠을 잘 수 있었다.그런데 이른 새벽에 누군가가 전화를 하다니... 그녀는 눈도 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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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86화
고씨 집안 저택에 가서 뭘 하는 거지?부모님이 전호영을 좋아한다는 것을 생각하자 고현은 더 이상 침대에 앉아 있을 기분이 아니었다. 더 이상 집에 돌아가지 않으면 부모님이 말만 번지르르한 전호영에게 넘어갈까 봐 두려웠다.고현은 부모님이 자기 결혼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20년 넘게 남장을 해온 그녀는 일찍이 남자로서의 생활에 익숙해졌다.하지만 그녀보고 아내를 찾으라면 그것 또한 불가능했다.어떻게 말해도 그녀는 여자니까 결혼한 후 아내에게 진정한 결혼 생활을 줄 수 없다.하지만 고현은 누구에게 시집가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여자로서 생활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녀는 살면서 지금까지 한 번도 치마를 입은 적이 없었다.게다가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은 남자를 만나지도 못했다.부모님도 그녀가 너무 훌륭해서 그녀와 어울릴만한 남자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그리하여 그녀의 혼사를 걱정하면서도 재촉하지는 않았다.만약 전호영이 나타나지 않았더라면 고현은 전혀 걱정하지 않았을 것이고 평생 솔로로 살 수 있었을 것이다.전호영은 전씨 일가의 셋째 도련님으로 모든 면에서 훌륭했다. 그녀도 사실 전호영의 재능에 대해 마음속으로 인정했다. 전씨 일가는 가풍도 좋아 비록 두 집안의 거리가 좀 멀다고는 하지만 부모님이 전호영을 사위로 삼으려 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주말엔 부모님을 만나러 고택에 갈 줄 알았어요. 그래서 여기로 찾아온 거예요. 대표님, 아줌마가 아침 같이 먹자고 하셨어요, 일찍 오세요, 기다릴게요.”전호영은 말을 마치고는 전화를 끊었다.고현은 안색이 안 좋았다.전호영은 그녀의 집을 아예 자기 집으로 여기고 있었다.고현은 일어나기 싫었지만 최대한 빨리 일어났다. 그녀는 남자로 분장할 시간이 좀 필요했다. 30분 후.고현은 경호원들을 거느리고 큰 별장을 떠나 고씨 일가의 저택으로 향했다.집에 채 들어가기도 전에 부모님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묻지 않아도 전호영 때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남자는 사람을 참 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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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87화
고현은 표정이 어두워지며 꽤 어이없다는 듯이 말했다.“엄마, 저는 주말에 되어서야 겨우 쉬잖아요. 주말엔 스스로 깨어나고 싶을 때까지 자고 싶어요. 그리고 보통 하루 쉬고는 나가서 놀곤 하거든요. 이게 출근하는 것보다 더 피곤해요. 게다가 호영 씨도 바쁜 사람인데 어떻게 감히 호영 씨에게 부탁할 수 있어요?”그러자 아버지가 말을 받았다.“확실히 호영 씨가 고현이를 데리고 놀러 다니게 할 수는 없는 일이지. 고현이가 호영 씨를 데리고 노는 건 어때? 여긴 강성이니까 호영 씨보다는 고현이가 더 잘 알지 않겠어?”고현은 굳은 얼굴로 말하지 않았다.전호영은 웃으며 말했다.“필요할 때 고현 대표님께 가이드를 부탁해야겠네요.”“어디로 놀러 가고 싶은 곳이 있으면 고현이에게 말해요. 차갑고 상대하기 싫어하는 태도이긴 하지만 어쨌든 강성 사람이니 어느 곳이 재미있는지, 어느 가게가 맛있는지 아주 잘 알고 있거든요.”“이렇게 말씀하시면 앞으로 정말 사양하지 않을게요.”진미리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별말씀을요, 내가 호영 씨 제일 좋아하는 거 알죠?”그녀의 두 아이의 말솜씨는 전호영 한 사람에게도 미치지 못했다. 전호영은 그 어떤 화제라도 말을 받을 수 있었기에 모두 그녀가 좋아하는 화제로 얘기를 나눴다.진미리는 이 아이가 마음에 쏙 들었다.“엄마!”부모님의 전호영에 대한 태도는 고현으로 하여금 착각을 일으키게 했다. 부모님은 아예 전호영을 사위처럼 대한다고 생각되었고 심지어 그녀를 한시라도 빨리 전호영의 침대로 보내고 싶어 한다고 생각이 들 정도였다.고현은 이제 겨우 28살이다.늙은 나이도 아닌데 뭐가 그리 급한 걸까?만약 꼭 시집가야 한다면 서른 살이 된 후에 다시 고려해 볼 생각이었다.“고현아, 호영 씨는 멀리서 온 손님이니 잘 대접해야지. 얼굴 좀 펴고, 빚이라도 진 듯한 얼굴 하지 말어.”아버지는 이렇게 말하면서도 속으로는 딸이 남장하도록 묵인한 걸 후회하고 있었다.그는 딸이 잠시 남장하다가 말 거로 생각헸는데 20년 동안 남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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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88화
“그런 거였군요.”진미리는 웃으며 말했다.“호영 씨도 부모님을 너무 탓하지는 마요. 부모 마음이라는 게 다 이런 거죠. 나도 고현 형제 둘을 재촉하고 있지만 내 말을 듣지 않아요. 재촉해도 소용없어요. 다만 몇 마디 잔소리만 하는 게 다예요. 아마도 우리가 잔소리하는 게 싫은지 고현이는 거의 고택에 돌아오지도 않아요. 고빈 그놈은 더 말할 것도 없고요. 이성 친구는 많지만 제대로 된 여자 친구는 한 명도 없다니까요.”“엄마, 아침 먹으러 오라고 날 부른 거 아니었어요? 저 빈속으로 돌아왔는데요.”고현은 어머니의 말을 다시 한번 끊을 수밖에 없었다.“그렇지, 아침 먹어야지. 이제 둘이 나가서 승마도 해야 하지? 호영 씨, 우리 고씨 저택 목장 근처에 온천이 하나 있는데 지금 같은 날씨에는 말을 타고 나면 온몸이 땀으로 젖을 것 아니에요? 온천에 가기 딱 좋겠네요.”“...”진미리는 고현이 사실 여자라는 사실을 바로 말하는 것만 남았다.전호영은 웃으며 말했다.“목장 근처에 온천까지 있다니 참 좋네요. 말을 다 타고 온천에 가면 참 시원하겠네요.”“먼저 아침 먹으러 가요.”진미리는 말하면서 일어섰다.고현의 아버지는 전호영이 일어서기를 기다렸다가 친구처럼 전호영의 어깨에 손을 걸치고는 진미리의 뒤를 따라 식당으로 향했다.고현은 어이가 없었다.물어볼 필요도 없이 그녀는 부모님이 정말 전호영을 마음에 들어 한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녀와 전호영을 맺어줄 생각인 것이다.그녀는 휴대폰을 꺼내 동생에게 전화했다.고빈이 전화를 받자 차갑게 명령했다.“고빈, 지금 어디에 있든 당장 고택으로 돌아와.”말을 끝내고 동생이 대답할 틈도 주지 않고 끊어버렸다.“...”전화 저편에 있는 고빈은 어이가 없었다.그는 오늘 친구 몇 명을 불러서 개인 요트를 타고 바다로 나가기로 했는데 지금 부두에 막 도착한 터였다.하지만 누나가 내린 명령이니 할 수 없었다. “우리 큰형님이 바로 돌아오라고 명령하셨어. 함께 바다로 나갈 수 없게 됐으니까 너희들끼리 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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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89화
고현은 다시 한 마디를 덧붙이며 물었다.“할머니가 골라주신 아내감에만 구애해야 하는 거예요? 다른 사람은 안 되는 겁니까?”전호영은 응하며 대답했다.“무조건 할머니가 골라주신 사람이어야 해요.”고씨 부부의 열정은 단번에 식어버렸다.전의 열정은 다 헛수고였다.고현은 전호영에게 물어보며 부모님의 반응을 살폈다.부모님의 열정이 식은 것을 보고 그녀는 적당히 하고 더 이상 묻지 않았다.진미리는 이 사실이 상당히 달갑지 않아 전호영에게 물었다.“호영 씨 형제들은 모두 유명한 인재일 뿐만 아니라 능력 있는 사람인데 혼인 대사를 어떻게 할머니의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는 거예요?”고현의 아버지도 말했다.“요즘 젊은이들은 자유연애이니 자유혼인을 추구하고 있어 옛날처럼 무턱대고 결혼하지 않잖아요? 부모로서 자식의 의지를 강제로 대신할 수는 없죠. 그저 의견을 제시할 뿐. 호영 씨 부모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으시고 할머니께서 당신들을 대신하게 한다니요. 결혼은 소꿉장난이 아니라 평생의 큰일이잖아요. 당신이 아내로 맞이하는 사람은 당신과 평생을 함께 할 사람인데, 만약 호영 씨가 할머니께서 골라주신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합니까? 평생을 버틸 수 있겠어요?”전호영은 요리를 한 젓가락 먹은 후 고현에게 말했다.“고현 대표님, 이 요리 맛있네요, 드셔보세요.”고현은 그 요리를 한 눈 보기만 했을 뿐 우아하게 계속 밥을 먹었다.그녀는 담담하게 말했다.“우리 집 요리사는 모두 5성급 호텔에서 모셔 온 사람들이에요. 모든 요리의 향과 맛은 일품이죠. 입에 맞는다면 많이 드세요. 우리 집 요리사에 대한 인정이기도 하니까요.”전호영은 전씨 그룹의 요식업을 관리하고 있기에 안 먹어본 요리가 없었다.고씨 집안의 셰프로서 전호영에게 맛있다고 칭찬을 듣는 것은 큰 상을 받은 것처럼 기쁠 일이었다.전호영은 다시 한 젓가락 집어 먹고 난 후에야 고현 아버지의 질문에 대답했다.“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할머니와 친하게 지냈어요. 할머니도 우리 형제들의 성격을 잘 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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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90화
여운초는 하예정보다 사람들에게 더 많은 질투를 받았다. 그녀가 장님이라는 이유 하나 때문에.전이진은 전씨 일가 둘째 사모님의 장남으로 각 방면에서도 매우 훌륭했다. 얼마나 많은 명문가 사모님이 그를 주시하고 사위로 삼고 싶어 했는지 모른다. 전이진은 뜻밖에도 여운초라는 장님을 좋아하게 된 것이다.고씨 부부는 전호영이 머지않아 다른 집안의 사위가 될 것으로 생각하며 전호영에 대한 태도가 겉으로는 변하지 않은 것 같았지만 실제로는 열정이 조금 식었다.전호영은 그것을 알아차렸지만 개의치 않았다.먼저 실망을 준 후 다시 희망을, 그 후 서프라이즈를 해줄 생각이었다.그는 고씨 일가가 할머니가 골라준 아내감이 고현일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을 것이라 장담했다.“호영 씨, 할머니께서 골라주신 아내감은 어느 집 규수죠?”진미리는 호기심에 물었다.“어른의 재촉을 피해 강성으로 도망 온 것이라 말한 걸 보면 할머니가 골라주신 사람이 마음에 안 든 거예요?”그런 상황이라면 1년 후 그녀의 딸이 희망이 있을지도 모른다.“알아본 적도 없으니까 싫다고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좋다고 할 수도 없어요. 어쨌든 너무 어색해서 피할 수밖에 없었어요.”진미리는 웃으며 말했다.“그렇긴 하죠. 낯선 사람을 아내로 보는 건 어색하긴 하죠.”“그러고 보면 고현 대표님의 부모님은 참 좋아요. 대표님은 저보다 한 살만 어리지만 우리 집 어른들처럼 대표님을 재촉하지 않잖아요.”전호영은 화제를 고현에게 돌렸다.진미리는 또 미소를 지으며 담담하게 우아한 동작으로 밥을 먹고 있는 딸을 바라보았다.“우리도 걱정이에요. 다만 고현이는 일이 너무 바빠서 연애할 시간이 없어요. 고현이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도 고현이는 그 사람을 좋아하지 않으니. 게다가 좋아하는 사람도 없고 말이에요. 우리가 결혼을 재촉해도 소용없어요.”“고현 대표님을 사모하는 여자들이 줄을 섰다는데 대표님은 좋아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는 거예요? 안목은 정말 높군요.”전호영은 감탄했다.“지난번에 대표님과 얘기한 적이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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