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씨 집안 저택에 가서 뭘 하는 거지?부모님이 전호영을 좋아한다는 것을 생각하자 고현은 더 이상 침대에 앉아 있을 기분이 아니었다. 더 이상 집에 돌아가지 않으면 부모님이 말만 번지르르한 전호영에게 넘어갈까 봐 두려웠다.고현은 부모님이 자기 결혼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20년 넘게 남장을 해온 그녀는 일찍이 남자로서의 생활에 익숙해졌다.하지만 그녀보고 아내를 찾으라면 그것 또한 불가능했다.어떻게 말해도 그녀는 여자니까 결혼한 후 아내에게 진정한 결혼 생활을 줄 수 없다.하지만 고현은 누구에게 시집가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여자로서 생활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녀는 살면서 지금까지 한 번도 치마를 입은 적이 없었다.게다가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은 남자를 만나지도 못했다.부모님도 그녀가 너무 훌륭해서 그녀와 어울릴만한 남자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그리하여 그녀의 혼사를 걱정하면서도 재촉하지는 않았다.만약 전호영이 나타나지 않았더라면 고현은 전혀 걱정하지 않았을 것이고 평생 솔로로 살 수 있었을 것이다.전호영은 전씨 일가의 셋째 도련님으로 모든 면에서 훌륭했다. 그녀도 사실 전호영의 재능에 대해 마음속으로 인정했다. 전씨 일가는 가풍도 좋아 비록 두 집안의 거리가 좀 멀다고는 하지만 부모님이 전호영을 사위로 삼으려 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주말엔 부모님을 만나러 고택에 갈 줄 알았어요. 그래서 여기로 찾아온 거예요. 대표님, 아줌마가 아침 같이 먹자고 하셨어요, 일찍 오세요, 기다릴게요.”전호영은 말을 마치고는 전화를 끊었다.고현은 안색이 안 좋았다.전호영은 그녀의 집을 아예 자기 집으로 여기고 있었다.고현은 일어나기 싫었지만 최대한 빨리 일어났다. 그녀는 남자로 분장할 시간이 좀 필요했다. 30분 후.고현은 경호원들을 거느리고 큰 별장을 떠나 고씨 일가의 저택으로 향했다.집에 채 들어가기도 전에 부모님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묻지 않아도 전호영 때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남자는 사람을 참 잘
고현은 표정이 어두워지며 꽤 어이없다는 듯이 말했다.“엄마, 저는 주말에 되어서야 겨우 쉬잖아요. 주말엔 스스로 깨어나고 싶을 때까지 자고 싶어요. 그리고 보통 하루 쉬고는 나가서 놀곤 하거든요. 이게 출근하는 것보다 더 피곤해요. 게다가 호영 씨도 바쁜 사람인데 어떻게 감히 호영 씨에게 부탁할 수 있어요?”그러자 아버지가 말을 받았다.“확실히 호영 씨가 고현이를 데리고 놀러 다니게 할 수는 없는 일이지. 고현이가 호영 씨를 데리고 노는 건 어때? 여긴 강성이니까 호영 씨보다는 고현이가 더 잘 알지 않겠어?”고현은 굳은 얼굴로 말하지 않았다.전호영은 웃으며 말했다.“필요할 때 고현 대표님께 가이드를 부탁해야겠네요.”“어디로 놀러 가고 싶은 곳이 있으면 고현이에게 말해요. 차갑고 상대하기 싫어하는 태도이긴 하지만 어쨌든 강성 사람이니 어느 곳이 재미있는지, 어느 가게가 맛있는지 아주 잘 알고 있거든요.”“이렇게 말씀하시면 앞으로 정말 사양하지 않을게요.”진미리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별말씀을요, 내가 호영 씨 제일 좋아하는 거 알죠?”그녀의 두 아이의 말솜씨는 전호영 한 사람에게도 미치지 못했다. 전호영은 그 어떤 화제라도 말을 받을 수 있었기에 모두 그녀가 좋아하는 화제로 얘기를 나눴다.진미리는 이 아이가 마음에 쏙 들었다.“엄마!”부모님의 전호영에 대한 태도는 고현으로 하여금 착각을 일으키게 했다. 부모님은 아예 전호영을 사위처럼 대한다고 생각되었고 심지어 그녀를 한시라도 빨리 전호영의 침대로 보내고 싶어 한다고 생각이 들 정도였다.고현은 이제 겨우 28살이다.늙은 나이도 아닌데 뭐가 그리 급한 걸까?만약 꼭 시집가야 한다면 서른 살이 된 후에 다시 고려해 볼 생각이었다.“고현아, 호영 씨는 멀리서 온 손님이니 잘 대접해야지. 얼굴 좀 펴고, 빚이라도 진 듯한 얼굴 하지 말어.”아버지는 이렇게 말하면서도 속으로는 딸이 남장하도록 묵인한 걸 후회하고 있었다.그는 딸이 잠시 남장하다가 말 거로 생각헸는데 20년 동안 남장을
“그런 거였군요.”진미리는 웃으며 말했다.“호영 씨도 부모님을 너무 탓하지는 마요. 부모 마음이라는 게 다 이런 거죠. 나도 고현 형제 둘을 재촉하고 있지만 내 말을 듣지 않아요. 재촉해도 소용없어요. 다만 몇 마디 잔소리만 하는 게 다예요. 아마도 우리가 잔소리하는 게 싫은지 고현이는 거의 고택에 돌아오지도 않아요. 고빈 그놈은 더 말할 것도 없고요. 이성 친구는 많지만 제대로 된 여자 친구는 한 명도 없다니까요.”“엄마, 아침 먹으러 오라고 날 부른 거 아니었어요? 저 빈속으로 돌아왔는데요.”고현은 어머니의 말을 다시 한번 끊을 수밖에 없었다.“그렇지, 아침 먹어야지. 이제 둘이 나가서 승마도 해야 하지? 호영 씨, 우리 고씨 저택 목장 근처에 온천이 하나 있는데 지금 같은 날씨에는 말을 타고 나면 온몸이 땀으로 젖을 것 아니에요? 온천에 가기 딱 좋겠네요.”“...”진미리는 고현이 사실 여자라는 사실을 바로 말하는 것만 남았다.전호영은 웃으며 말했다.“목장 근처에 온천까지 있다니 참 좋네요. 말을 다 타고 온천에 가면 참 시원하겠네요.”“먼저 아침 먹으러 가요.”진미리는 말하면서 일어섰다.고현의 아버지는 전호영이 일어서기를 기다렸다가 친구처럼 전호영의 어깨에 손을 걸치고는 진미리의 뒤를 따라 식당으로 향했다.고현은 어이가 없었다.물어볼 필요도 없이 그녀는 부모님이 정말 전호영을 마음에 들어 한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녀와 전호영을 맺어줄 생각인 것이다.그녀는 휴대폰을 꺼내 동생에게 전화했다.고빈이 전화를 받자 차갑게 명령했다.“고빈, 지금 어디에 있든 당장 고택으로 돌아와.”말을 끝내고 동생이 대답할 틈도 주지 않고 끊어버렸다.“...”전화 저편에 있는 고빈은 어이가 없었다.그는 오늘 친구 몇 명을 불러서 개인 요트를 타고 바다로 나가기로 했는데 지금 부두에 막 도착한 터였다.하지만 누나가 내린 명령이니 할 수 없었다. “우리 큰형님이 바로 돌아오라고 명령하셨어. 함께 바다로 나갈 수 없게 됐으니까 너희들끼리 가서
고현은 다시 한 마디를 덧붙이며 물었다.“할머니가 골라주신 아내감에만 구애해야 하는 거예요? 다른 사람은 안 되는 겁니까?”전호영은 응하며 대답했다.“무조건 할머니가 골라주신 사람이어야 해요.”고씨 부부의 열정은 단번에 식어버렸다.전의 열정은 다 헛수고였다.고현은 전호영에게 물어보며 부모님의 반응을 살폈다.부모님의 열정이 식은 것을 보고 그녀는 적당히 하고 더 이상 묻지 않았다.진미리는 이 사실이 상당히 달갑지 않아 전호영에게 물었다.“호영 씨 형제들은 모두 유명한 인재일 뿐만 아니라 능력 있는 사람인데 혼인 대사를 어떻게 할머니의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는 거예요?”고현의 아버지도 말했다.“요즘 젊은이들은 자유연애이니 자유혼인을 추구하고 있어 옛날처럼 무턱대고 결혼하지 않잖아요? 부모로서 자식의 의지를 강제로 대신할 수는 없죠. 그저 의견을 제시할 뿐. 호영 씨 부모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으시고 할머니께서 당신들을 대신하게 한다니요. 결혼은 소꿉장난이 아니라 평생의 큰일이잖아요. 당신이 아내로 맞이하는 사람은 당신과 평생을 함께 할 사람인데, 만약 호영 씨가 할머니께서 골라주신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합니까? 평생을 버틸 수 있겠어요?”전호영은 요리를 한 젓가락 먹은 후 고현에게 말했다.“고현 대표님, 이 요리 맛있네요, 드셔보세요.”고현은 그 요리를 한 눈 보기만 했을 뿐 우아하게 계속 밥을 먹었다.그녀는 담담하게 말했다.“우리 집 요리사는 모두 5성급 호텔에서 모셔 온 사람들이에요. 모든 요리의 향과 맛은 일품이죠. 입에 맞는다면 많이 드세요. 우리 집 요리사에 대한 인정이기도 하니까요.”전호영은 전씨 그룹의 요식업을 관리하고 있기에 안 먹어본 요리가 없었다.고씨 집안의 셰프로서 전호영에게 맛있다고 칭찬을 듣는 것은 큰 상을 받은 것처럼 기쁠 일이었다.전호영은 다시 한 젓가락 집어 먹고 난 후에야 고현 아버지의 질문에 대답했다.“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할머니와 친하게 지냈어요. 할머니도 우리 형제들의 성격을 잘 알
여운초는 하예정보다 사람들에게 더 많은 질투를 받았다. 그녀가 장님이라는 이유 하나 때문에.전이진은 전씨 일가 둘째 사모님의 장남으로 각 방면에서도 매우 훌륭했다. 얼마나 많은 명문가 사모님이 그를 주시하고 사위로 삼고 싶어 했는지 모른다. 전이진은 뜻밖에도 여운초라는 장님을 좋아하게 된 것이다.고씨 부부는 전호영이 머지않아 다른 집안의 사위가 될 것으로 생각하며 전호영에 대한 태도가 겉으로는 변하지 않은 것 같았지만 실제로는 열정이 조금 식었다.전호영은 그것을 알아차렸지만 개의치 않았다.먼저 실망을 준 후 다시 희망을, 그 후 서프라이즈를 해줄 생각이었다.그는 고씨 일가가 할머니가 골라준 아내감이 고현일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을 것이라 장담했다.“호영 씨, 할머니께서 골라주신 아내감은 어느 집 규수죠?”진미리는 호기심에 물었다.“어른의 재촉을 피해 강성으로 도망 온 것이라 말한 걸 보면 할머니가 골라주신 사람이 마음에 안 든 거예요?”그런 상황이라면 1년 후 그녀의 딸이 희망이 있을지도 모른다.“알아본 적도 없으니까 싫다고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좋다고 할 수도 없어요. 어쨌든 너무 어색해서 피할 수밖에 없었어요.”진미리는 웃으며 말했다.“그렇긴 하죠. 낯선 사람을 아내로 보는 건 어색하긴 하죠.”“그러고 보면 고현 대표님의 부모님은 참 좋아요. 대표님은 저보다 한 살만 어리지만 우리 집 어른들처럼 대표님을 재촉하지 않잖아요.”전호영은 화제를 고현에게 돌렸다.진미리는 또 미소를 지으며 담담하게 우아한 동작으로 밥을 먹고 있는 딸을 바라보았다.“우리도 걱정이에요. 다만 고현이는 일이 너무 바빠서 연애할 시간이 없어요. 고현이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도 고현이는 그 사람을 좋아하지 않으니. 게다가 좋아하는 사람도 없고 말이에요. 우리가 결혼을 재촉해도 소용없어요.”“고현 대표님을 사모하는 여자들이 줄을 섰다는데 대표님은 좋아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는 거예요? 안목은 정말 높군요.”전호영은 감탄했다.“지난번에 대표님과 얘기한 적이 있
전호영도 웃으며 대답했다.“저도 아직 고 대표를 도와준 적 없으니 감사할 것도 없어요.”전호영은 고현을 바라보더니 농담을 건넸다.“고 대표, 힘내셔야겠어요. 고 대표가 결혼할 때면 꼭 저를 부르셔야 해요.”고현은 태연자약하게 답했다.“네, 결혼하게 되면 꼭 전 대표에게 결혼 청첩장을 보내드릴게요.”고현은 평생 결혼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아침 식사를 마친 후 고현 엄마 진미리는 하인에게 조금 전 먹었던 음식들을 정리하라고 지시했다.전호영이 고씨 집안의 사위가 될 수 있는 희망이 막막했지만 진미리는 그래도 딸에게 전호영을 따라 승마장에 가서 운동도 할 겸 함께 가라고 권했다.왜냐하면 고현이 온종일 집에만 박혀 있었기 때문이다.고현은 어이없는 듯 말을 이었다.“엄마, 내가 계속 집에 박혀 있는 건 아니잖아. 일주일에 딱 하루만 집에서 쉬는데 왜 그래.”가끔 주말이 되면 고현은 연회 혹은 파티 같은 일이 생길 때면 쉬지도 못했다.고씨 가주가 되기가 그리 쉽지 않은 일이었다.고씨 가문에서 대외로는 고현의 아버지가 이사님으로 되어 있지만 고현 남매가 고씨 그룹의 업무를 모두 도맡아 하는 사실은 누구나 다 알고 있었다.“내가 계속 말하잖아. 토요일에는 고빈에게 회사 일을 맡기고 넌 일주일에 이틀 쉬라고. 피부 좀 봐. 자꾸 밤새우면 피부가 견디지 못할 거야. 엄마가 사준 기초 화장품을 꾸준히 사용해 봐.”“타고난 미모라고 해도 화장품으로 관리하지 않다가 시간이 지나면 금세 늙어 보인다니까.”뒤에 그 몇 마디는 전호영이 듣지 못했다. 진미리가 아주 작은 소리로 말했기 때문이다.고현은 개의치 않아 하며 대답했다.“알겠어요.”고현은 기초 화장품을 꾸준히 사용하는 것이 무척 어려웠다. 매일 아침잠에서 깨어나면 간단하게 세수하고 아침밥 먹자마자 회사로 출근해 아침 회의를 해야 했다.“다녀왔습니다.”고현이 전호영과 함께 집을 나서는 순간 고빈이 부랴부랴 집으로 돌아왔다.누나가 전호영과 외출하려는 것을 보고 고빈은 멍해 있었다. 고빈은 누나를
“형, 전호영을 너무 경계하면 할수록 허점이 더 드러나게 될걸.”고빈은 낮은 소리로 말했다.고빈은 누나가 전호영을 경계하고 있는 이유를 알고 있었다. 전호영이 고현의 여성 신분을 알아챌까 봐 두려웠던 것이다.“전호영에게 골라준 아내가 어느 가문의 딸인지 궁금하군.”그들은 이 문제를 전호영에게 물었지만 전호영은 절대 대답하지 않았다.고빈은 웃으며 개의치 않게 말했다.“누구건 우리와 상관없는 일이야. 전씨 할머니가 택해준 며느리는 꼭 관성의 명문 딸일 것이고 재벌 가문이 아니더라도 관성 사람 일 걸.”“전 씨 큰 사모님과 전 씨 손자와 곧 결혼하게 될 둘째 사모님들 모두 관성 사람이거든.”고빈은 누나를 바라보았다. 고현은 고빈의 눈빛을 보더니 무슨 뜻인지 이내 알아챘다.전씨 가문의 며느릿감은 어차피 누나가 아닐 것이기에 그 정도로 의심하지 말라는 뜻이었다.평소에 고현은 이 정도로 남자를 경계하지도 않았고 의심하지도 않았다.고현은 평소 남자보다 더 남자답게 행동했다.무릇 고현과 잘 아는 사장님들은 모두 고현을 사위로 삼고 싶어 했지 아무도 그들의 며느리로 삼을 생각을 못 했다.고현은 한참을 침묵하다가 나지막이 대답했다.“나도 몰라. 전 대표와 마음이 안 맞아서 경계하는 것일 수도 있어.”고빈은 웃으며 말을 이었다.“전호영이 형을 건드린 적도 없을 텐데도 마음이 안 맞다니? 내가 보기엔 전호영이 너무 훌륭한 것 같아. 말재주도 좋아서 우리 부모님도 전호영을 맘에 들어 하잖아.”“이젠 전 대표에게 그렇게 친절하게 대하지 않을 거야.”고현의 작전은 성공했다.부모님은 이제는 고현과 전호영을 엮어줄 생각을 하지 않을 것이다.“왜?““아무것도 아니야. 잠깐 눈 좀 붙일게. 도착하면 깨워줘.”고현은 어젯밤 새벽까지 일했다. 그러다가 새벽에 또 전호영의 전화에 일찍 깨서 너무 졸렸다.오늘 외출하기 전에 커피 한잔하는 것을 까먹었다.하지만 오늘은 쉬는 날이라 일 안 해도 되기에 피곤하면 쉬어도 되었다. 커피 마시며 정신 차릴 필요 없었다.
전호영은 건장한 말에 올라탄 뒤 고현 남매가 앞으로 다가오자 고씨 남메에게 제안했다.“고 대표, 고빈 씨, 우리 경마합시다!”고빈은 웃으면서 대답했다.“우리 경마하기 위해 여기로 온 거예요.”“전 대표, 우리 모두 전 씨네 형제들이 문무를 모두 겸비했다고 들었어요. 오늘 전 대표의 승마 기술을 한번 봐야겠네요.”“과찬이세요, 고빈 씨. 제가 오랫동안 말을 타지 못한 터라 아마 당신 형제들을 못 이길 것 같네요.”고빈이 말을 이었다.“전 대표가 저희 귀한 손님이니 제가 1분만 양보할게요.”전호영은 고현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고현은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저도 오랜만에 말을 타는 거예요. 전 대표에게 양보 안 해도 제가 이길 수 없을 것 같아요. 우리는 공평하게 경마합시다.”“좋아요.”고빈은 말에 올라탔고 전호영과 고현이 먼저 뛰어갔다.고빈은 말을 잇지 않았다.고빈은 전호영이 그렇게 빨리 동의할 줄은 몰랐다. 지금 그 두 사람은 저 멀리 뛰어갔다. 아직 1분이 되지 않았다.고현과 전호영은 오랫동안 말을 타지 않아 승마술이 서툴다고 했다. 인제 와서 보니 말뿐이었지 서툴기는커녕 승마 기술이 여전히 좋았다. 두 사람은 서로 앞뒤로 쫓으며 달려갔다. 전호영을 잊었을지도 모른다.고빈은 겨우겨우 1분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 그리고 시간이 되어서야 그들 뒤를 따라갔다. 그들을 따라잡을 수 없었다.전호영과 고현은 서로를 양보할 의향이 전혀 없었다. 여러 바퀴를 뛰었지만 결국 전호영이 이겼다.전호영은 말 위에서 멋지게 뛰어내렸고 웃으면서 고현에게로 다가갔다.“고 대표, 말을 탈 때의 늠름한 모습이 정말 매력적이네요.”“과찬이세요.”전호영은 약골이 아닌 정말로 모든 실력을 겸비한 남자였다.고현은 경기에서 졌지만 전호영의 실력을 인정했다.고현이 전호영에 대한 태도까지 부드럽게 변했다.두 사람은 나무 밑에 앉아서 쉬고 있었다. 옆에는 이미 차와 간식이 놓여 있었다.두 사람은 그렇게 한참을 더 앉아 있었고 그제야 고빈이가 돌아왔다.고빈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