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거였군요.”진미리는 웃으며 말했다.“호영 씨도 부모님을 너무 탓하지는 마요. 부모 마음이라는 게 다 이런 거죠. 나도 고현 형제 둘을 재촉하고 있지만 내 말을 듣지 않아요. 재촉해도 소용없어요. 다만 몇 마디 잔소리만 하는 게 다예요. 아마도 우리가 잔소리하는 게 싫은지 고현이는 거의 고택에 돌아오지도 않아요. 고빈 그놈은 더 말할 것도 없고요. 이성 친구는 많지만 제대로 된 여자 친구는 한 명도 없다니까요.”“엄마, 아침 먹으러 오라고 날 부른 거 아니었어요? 저 빈속으로 돌아왔는데요.”고현은 어머니의 말을 다시 한번 끊을 수밖에 없었다.“그렇지, 아침 먹어야지. 이제 둘이 나가서 승마도 해야 하지? 호영 씨, 우리 고씨 저택 목장 근처에 온천이 하나 있는데 지금 같은 날씨에는 말을 타고 나면 온몸이 땀으로 젖을 것 아니에요? 온천에 가기 딱 좋겠네요.”“...”진미리는 고현이 사실 여자라는 사실을 바로 말하는 것만 남았다.전호영은 웃으며 말했다.“목장 근처에 온천까지 있다니 참 좋네요. 말을 다 타고 온천에 가면 참 시원하겠네요.”“먼저 아침 먹으러 가요.”진미리는 말하면서 일어섰다.고현의 아버지는 전호영이 일어서기를 기다렸다가 친구처럼 전호영의 어깨에 손을 걸치고는 진미리의 뒤를 따라 식당으로 향했다.고현은 어이가 없었다.물어볼 필요도 없이 그녀는 부모님이 정말 전호영을 마음에 들어 한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녀와 전호영을 맺어줄 생각인 것이다.그녀는 휴대폰을 꺼내 동생에게 전화했다.고빈이 전화를 받자 차갑게 명령했다.“고빈, 지금 어디에 있든 당장 고택으로 돌아와.”말을 끝내고 동생이 대답할 틈도 주지 않고 끊어버렸다.“...”전화 저편에 있는 고빈은 어이가 없었다.그는 오늘 친구 몇 명을 불러서 개인 요트를 타고 바다로 나가기로 했는데 지금 부두에 막 도착한 터였다.하지만 누나가 내린 명령이니 할 수 없었다. “우리 큰형님이 바로 돌아오라고 명령하셨어. 함께 바다로 나갈 수 없게 됐으니까 너희들끼리 가서
고현은 다시 한 마디를 덧붙이며 물었다.“할머니가 골라주신 아내감에만 구애해야 하는 거예요? 다른 사람은 안 되는 겁니까?”전호영은 응하며 대답했다.“무조건 할머니가 골라주신 사람이어야 해요.”고씨 부부의 열정은 단번에 식어버렸다.전의 열정은 다 헛수고였다.고현은 전호영에게 물어보며 부모님의 반응을 살폈다.부모님의 열정이 식은 것을 보고 그녀는 적당히 하고 더 이상 묻지 않았다.진미리는 이 사실이 상당히 달갑지 않아 전호영에게 물었다.“호영 씨 형제들은 모두 유명한 인재일 뿐만 아니라 능력 있는 사람인데 혼인 대사를 어떻게 할머니의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는 거예요?”고현의 아버지도 말했다.“요즘 젊은이들은 자유연애이니 자유혼인을 추구하고 있어 옛날처럼 무턱대고 결혼하지 않잖아요? 부모로서 자식의 의지를 강제로 대신할 수는 없죠. 그저 의견을 제시할 뿐. 호영 씨 부모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으시고 할머니께서 당신들을 대신하게 한다니요. 결혼은 소꿉장난이 아니라 평생의 큰일이잖아요. 당신이 아내로 맞이하는 사람은 당신과 평생을 함께 할 사람인데, 만약 호영 씨가 할머니께서 골라주신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합니까? 평생을 버틸 수 있겠어요?”전호영은 요리를 한 젓가락 먹은 후 고현에게 말했다.“고현 대표님, 이 요리 맛있네요, 드셔보세요.”고현은 그 요리를 한 눈 보기만 했을 뿐 우아하게 계속 밥을 먹었다.그녀는 담담하게 말했다.“우리 집 요리사는 모두 5성급 호텔에서 모셔 온 사람들이에요. 모든 요리의 향과 맛은 일품이죠. 입에 맞는다면 많이 드세요. 우리 집 요리사에 대한 인정이기도 하니까요.”전호영은 전씨 그룹의 요식업을 관리하고 있기에 안 먹어본 요리가 없었다.고씨 집안의 셰프로서 전호영에게 맛있다고 칭찬을 듣는 것은 큰 상을 받은 것처럼 기쁠 일이었다.전호영은 다시 한 젓가락 집어 먹고 난 후에야 고현 아버지의 질문에 대답했다.“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할머니와 친하게 지냈어요. 할머니도 우리 형제들의 성격을 잘 알
여운초는 하예정보다 사람들에게 더 많은 질투를 받았다. 그녀가 장님이라는 이유 하나 때문에.전이진은 전씨 일가 둘째 사모님의 장남으로 각 방면에서도 매우 훌륭했다. 얼마나 많은 명문가 사모님이 그를 주시하고 사위로 삼고 싶어 했는지 모른다. 전이진은 뜻밖에도 여운초라는 장님을 좋아하게 된 것이다.고씨 부부는 전호영이 머지않아 다른 집안의 사위가 될 것으로 생각하며 전호영에 대한 태도가 겉으로는 변하지 않은 것 같았지만 실제로는 열정이 조금 식었다.전호영은 그것을 알아차렸지만 개의치 않았다.먼저 실망을 준 후 다시 희망을, 그 후 서프라이즈를 해줄 생각이었다.그는 고씨 일가가 할머니가 골라준 아내감이 고현일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을 것이라 장담했다.“호영 씨, 할머니께서 골라주신 아내감은 어느 집 규수죠?”진미리는 호기심에 물었다.“어른의 재촉을 피해 강성으로 도망 온 것이라 말한 걸 보면 할머니가 골라주신 사람이 마음에 안 든 거예요?”그런 상황이라면 1년 후 그녀의 딸이 희망이 있을지도 모른다.“알아본 적도 없으니까 싫다고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좋다고 할 수도 없어요. 어쨌든 너무 어색해서 피할 수밖에 없었어요.”진미리는 웃으며 말했다.“그렇긴 하죠. 낯선 사람을 아내로 보는 건 어색하긴 하죠.”“그러고 보면 고현 대표님의 부모님은 참 좋아요. 대표님은 저보다 한 살만 어리지만 우리 집 어른들처럼 대표님을 재촉하지 않잖아요.”전호영은 화제를 고현에게 돌렸다.진미리는 또 미소를 지으며 담담하게 우아한 동작으로 밥을 먹고 있는 딸을 바라보았다.“우리도 걱정이에요. 다만 고현이는 일이 너무 바빠서 연애할 시간이 없어요. 고현이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도 고현이는 그 사람을 좋아하지 않으니. 게다가 좋아하는 사람도 없고 말이에요. 우리가 결혼을 재촉해도 소용없어요.”“고현 대표님을 사모하는 여자들이 줄을 섰다는데 대표님은 좋아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는 거예요? 안목은 정말 높군요.”전호영은 감탄했다.“지난번에 대표님과 얘기한 적이 있
전호영도 웃으며 대답했다.“저도 아직 고 대표를 도와준 적 없으니 감사할 것도 없어요.”전호영은 고현을 바라보더니 농담을 건넸다.“고 대표, 힘내셔야겠어요. 고 대표가 결혼할 때면 꼭 저를 부르셔야 해요.”고현은 태연자약하게 답했다.“네, 결혼하게 되면 꼭 전 대표에게 결혼 청첩장을 보내드릴게요.”고현은 평생 결혼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아침 식사를 마친 후 고현 엄마 진미리는 하인에게 조금 전 먹었던 음식들을 정리하라고 지시했다.전호영이 고씨 집안의 사위가 될 수 있는 희망이 막막했지만 진미리는 그래도 딸에게 전호영을 따라 승마장에 가서 운동도 할 겸 함께 가라고 권했다.왜냐하면 고현이 온종일 집에만 박혀 있었기 때문이다.고현은 어이없는 듯 말을 이었다.“엄마, 내가 계속 집에 박혀 있는 건 아니잖아. 일주일에 딱 하루만 집에서 쉬는데 왜 그래.”가끔 주말이 되면 고현은 연회 혹은 파티 같은 일이 생길 때면 쉬지도 못했다.고씨 가주가 되기가 그리 쉽지 않은 일이었다.고씨 가문에서 대외로는 고현의 아버지가 이사님으로 되어 있지만 고현 남매가 고씨 그룹의 업무를 모두 도맡아 하는 사실은 누구나 다 알고 있었다.“내가 계속 말하잖아. 토요일에는 고빈에게 회사 일을 맡기고 넌 일주일에 이틀 쉬라고. 피부 좀 봐. 자꾸 밤새우면 피부가 견디지 못할 거야. 엄마가 사준 기초 화장품을 꾸준히 사용해 봐.”“타고난 미모라고 해도 화장품으로 관리하지 않다가 시간이 지나면 금세 늙어 보인다니까.”뒤에 그 몇 마디는 전호영이 듣지 못했다. 진미리가 아주 작은 소리로 말했기 때문이다.고현은 개의치 않아 하며 대답했다.“알겠어요.”고현은 기초 화장품을 꾸준히 사용하는 것이 무척 어려웠다. 매일 아침잠에서 깨어나면 간단하게 세수하고 아침밥 먹자마자 회사로 출근해 아침 회의를 해야 했다.“다녀왔습니다.”고현이 전호영과 함께 집을 나서는 순간 고빈이 부랴부랴 집으로 돌아왔다.누나가 전호영과 외출하려는 것을 보고 고빈은 멍해 있었다. 고빈은 누나를
“형, 전호영을 너무 경계하면 할수록 허점이 더 드러나게 될걸.”고빈은 낮은 소리로 말했다.고빈은 누나가 전호영을 경계하고 있는 이유를 알고 있었다. 전호영이 고현의 여성 신분을 알아챌까 봐 두려웠던 것이다.“전호영에게 골라준 아내가 어느 가문의 딸인지 궁금하군.”그들은 이 문제를 전호영에게 물었지만 전호영은 절대 대답하지 않았다.고빈은 웃으며 개의치 않게 말했다.“누구건 우리와 상관없는 일이야. 전씨 할머니가 택해준 며느리는 꼭 관성의 명문 딸일 것이고 재벌 가문이 아니더라도 관성 사람 일 걸.”“전 씨 큰 사모님과 전 씨 손자와 곧 결혼하게 될 둘째 사모님들 모두 관성 사람이거든.”고빈은 누나를 바라보았다. 고현은 고빈의 눈빛을 보더니 무슨 뜻인지 이내 알아챘다.전씨 가문의 며느릿감은 어차피 누나가 아닐 것이기에 그 정도로 의심하지 말라는 뜻이었다.평소에 고현은 이 정도로 남자를 경계하지도 않았고 의심하지도 않았다.고현은 평소 남자보다 더 남자답게 행동했다.무릇 고현과 잘 아는 사장님들은 모두 고현을 사위로 삼고 싶어 했지 아무도 그들의 며느리로 삼을 생각을 못 했다.고현은 한참을 침묵하다가 나지막이 대답했다.“나도 몰라. 전 대표와 마음이 안 맞아서 경계하는 것일 수도 있어.”고빈은 웃으며 말을 이었다.“전호영이 형을 건드린 적도 없을 텐데도 마음이 안 맞다니? 내가 보기엔 전호영이 너무 훌륭한 것 같아. 말재주도 좋아서 우리 부모님도 전호영을 맘에 들어 하잖아.”“이젠 전 대표에게 그렇게 친절하게 대하지 않을 거야.”고현의 작전은 성공했다.부모님은 이제는 고현과 전호영을 엮어줄 생각을 하지 않을 것이다.“왜?““아무것도 아니야. 잠깐 눈 좀 붙일게. 도착하면 깨워줘.”고현은 어젯밤 새벽까지 일했다. 그러다가 새벽에 또 전호영의 전화에 일찍 깨서 너무 졸렸다.오늘 외출하기 전에 커피 한잔하는 것을 까먹었다.하지만 오늘은 쉬는 날이라 일 안 해도 되기에 피곤하면 쉬어도 되었다. 커피 마시며 정신 차릴 필요 없었다.
전호영은 건장한 말에 올라탄 뒤 고현 남매가 앞으로 다가오자 고씨 남메에게 제안했다.“고 대표, 고빈 씨, 우리 경마합시다!”고빈은 웃으면서 대답했다.“우리 경마하기 위해 여기로 온 거예요.”“전 대표, 우리 모두 전 씨네 형제들이 문무를 모두 겸비했다고 들었어요. 오늘 전 대표의 승마 기술을 한번 봐야겠네요.”“과찬이세요, 고빈 씨. 제가 오랫동안 말을 타지 못한 터라 아마 당신 형제들을 못 이길 것 같네요.”고빈이 말을 이었다.“전 대표가 저희 귀한 손님이니 제가 1분만 양보할게요.”전호영은 고현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고현은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저도 오랜만에 말을 타는 거예요. 전 대표에게 양보 안 해도 제가 이길 수 없을 것 같아요. 우리는 공평하게 경마합시다.”“좋아요.”고빈은 말에 올라탔고 전호영과 고현이 먼저 뛰어갔다.고빈은 말을 잇지 않았다.고빈은 전호영이 그렇게 빨리 동의할 줄은 몰랐다. 지금 그 두 사람은 저 멀리 뛰어갔다. 아직 1분이 되지 않았다.고현과 전호영은 오랫동안 말을 타지 않아 승마술이 서툴다고 했다. 인제 와서 보니 말뿐이었지 서툴기는커녕 승마 기술이 여전히 좋았다. 두 사람은 서로 앞뒤로 쫓으며 달려갔다. 전호영을 잊었을지도 모른다.고빈은 겨우겨우 1분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 그리고 시간이 되어서야 그들 뒤를 따라갔다. 그들을 따라잡을 수 없었다.전호영과 고현은 서로를 양보할 의향이 전혀 없었다. 여러 바퀴를 뛰었지만 결국 전호영이 이겼다.전호영은 말 위에서 멋지게 뛰어내렸고 웃으면서 고현에게로 다가갔다.“고 대표, 말을 탈 때의 늠름한 모습이 정말 매력적이네요.”“과찬이세요.”전호영은 약골이 아닌 정말로 모든 실력을 겸비한 남자였다.고현은 경기에서 졌지만 전호영의 실력을 인정했다.고현이 전호영에 대한 태도까지 부드럽게 변했다.두 사람은 나무 밑에 앉아서 쉬고 있었다. 옆에는 이미 차와 간식이 놓여 있었다.두 사람은 그렇게 한참을 더 앉아 있었고 그제야 고빈이가 돌아왔다.고빈은
고빈은 황급히 전호영의 어깨를 손으로 톡 치며 나지막이 말했다.“전 대표, 이런 말은 절대로 우리 형에게 하면 안 돼요. 당신에게 화를 낼 수도 있어요. 우리 형이 평소에 말수는 적지만 쌍둥이 동생인 저한테는 유난히 잔소리가 많거든요.”“우리 형 좀 보세요. 아무리 뜯어봐도 여자 모습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어요.”전호영은 미소를 지으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당신 형도 당신이 걱정돼서 그러시는 거예요.”고현은 여자답게 생기지 않았다.고현이 조금이라도 여자 같았다면 전호영은 이 정도로 시간을 끌지는 않았을 것이다.전호영이 지금 구애하기 시작했지만 고현을 본 순간 마음이 흔들리는 기색을 못 느꼈다. 왠지 남자를 따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이때 고현의 시선은 두 사람의 눈과 마주쳤다.전호영은 눈웃음을 지었고 고현은 눈빛이 어두워지더니 이내 시선을 피했다.전호영이 자꾸 누나를 쳐다보는 것을 발견한 고빈은 전호영을 톡 치며 농담을 했다.“전 대표, 설마 여자애들처럼 우리 형에게 관심 있는 건 아니죠?”고빈의 말을 들은 전호영은 과자 하나를 입에 넣었다.고현은 동생을 꾸지람했다.“이렇게 나 많은 과자가 놓여 있는데 넌 안 먹냐?”전호영은 웃으며 말을 이었다.“고 대표, 둘째 도련님이 말이 많다고 탓하지 마세요. 솔직히 고 대표같이 예쁜 남자는 여자는 물론 저와 같은 사내자식도 당신을 보며 딴 생각하게 된다니까요.”전호영은 농담하며 고현에게 말을 건넸다.“고 대표, 내가 딴 생각하게 된다면 당신 탓인 걸로 아세요. 그때 가서 저를 책임지셔야 헤요.”방금 물 한 병을 집어 들어 뚜껑을 열고는 물 한 모금 마시던 고빈이 전호영의 말에 참지 못하고 그대로 물을 내뿜었다.콜록콜록!물을 내뿜었을 뿐만 아니라 사레가 들어 계속 기침을 했다.“물 좀 더 마셔.”전호영은 웃으면서 휴지를 들어 고빈이게 건네주며 다시 물을 마시라고 했다.고빈은 급히 물을 마시고 나서야 겨우 정신을 차렸다.고빈은 전호영이 건네준 휴지를 받으며 전호영에게
고빈은 계속해서 물었다.“전 대표, 전 대표의 아내감이 담긴 사진 한번 볼 수 있을까요?”“그건 안 돼요. 고빈 씨가 마음에 들어 하면 제가 제 무덤을 파헤치는 거나 다름없잖아요.”고빈은 어이없었다.“제가 그녀에 대한 구애가 성공하게 되어 결혼한다면 꼭 고빈 씨를 초대할게요. 그렇게 되면 고빈 씨도 그녀가 누군지 알 수 있을 겁니다.”전호영과 고현의 결혼식에는 고빈 처남이 빠질 수 없었다.전호영의 말을 듣더니 고빈은 더 이상 자주 사진을 요구하지 못했다.어쩔 수 없이 고빈은 웃으며 다시 말을 이었다.“전 대표가 결혼하면 꼭 저를 초대해야 해요. 가능하다면 제가 전 대표의 들러리가 되어 드릴게요. 제가 좋은 기운을 이어받아 다음번에 결혼할 사람이 될 거예요.”“우리 부모님은 제가 집에만 돌아오면 저의 결혼 때문에 자꾸 잔소리하거든요.”전호영은 웃기만 했을 뿐 허락도 거절도 하지 않았다. 처남이 들러리가 될 수 있는지 알아봐야 했기 때문이다.처남을 신랑 들러리로 세울 수 있다면 그때 다시 고빈이게 답장할 계획이었다.고빈은 미래의 처남이자 유일한 처남이기 때문에 전호영은 그래도 체면을 세워주고 싶었다.“잠깐 다녀올게요.”전호영은 물을 많이 마셨다.전호영이 떠나자 고현은 중얼거렸다.“참 교활한 녀석이군. 아직도 아내감이 누군지 안 알려주는구먼.”고빈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과일을 먹으며 말했다.“어느 가문의 딸이든 우리와 관계는 없어.”고빈은 디저트를 누나 앞으로 밀어 놓으면서 말했다.전 대표가 자리에 없을 때 빨리 디저트 좀 먹어. 평소에 밖에서 많이 먹지도 못하잖아.”고현은 담담하게 대답했다.“호텔에 식사 자리 예약해 놓았어. 곧 밥 먹으러 갈 건데 디저트 먹어서 뭐 하냐. 계속 안 먹다 보니 당기지도 않아.”고현은 디저트를 좋아했다. 하지만 남자로 분장한 지 오래되었기에 디저트도 잘 다치지 않았다.“난 배고파. 누나가 날 이렇게 빨리 불러온 탓에 아무것도 못 먹었단 말이야.”고빈은 또 디저트를 입에 넣고는 휴대전화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