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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남편은 억만장자의 모든 챕터: 챕터 1311 - 챕터 1320

2581 챕터

제1311화

하예정도 웃으며 말했다.“할머니, 태윤 씨는 저에게 정말 잘해줘요.”할머니의 말은 언니가 늘 하던 잔소리와 같았다.전화기 너머로 할머니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전태윤은 할머니에게 물었다.“언제 돌아오세요?”“아직 병원에 누워 있어. 빨리는 못 돌아갈 거야.”전태윤과 하예정은 동시에 걱정되어 물었다.“어디 아프신가요?”이렇게 오랫동안 얘기했는데도 할머니는 자신이 병원에 누워있다고 알리지 않았다. 웃으며 말하시는 것만 듣고는 컨디션이 좋은 줄만 알았지 병원에 입원하고 있는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고현의 차에 놀라 바닥에 넘어지는 바람에 엉덩이뼈가 조금 아플 뿐이야. 고현이가 날 병원에 데려다주고 가족에게도 알렸어. 다만 강성에야 호영이밖에 없으니 그 녀석에게만 알린 거야.”전태윤은 말이 안나왔다.“...할머니, 꼭 그 작전을 써야 했어요?”‘나이가 적지도 않으신데 그렇게 주저앉다니, 잘못해서 뼈라도 다치면 어떡하려고 그러시는지.’할머니는 억울하다는 듯 말했다.“정말 잘못하여 넘어진 거야.”전태윤은 할머니의 말을 믿지 않았다.여기까지 들은 하예정은 그녀가 할머니를 구하게 된 것도 할머니께서 연기하신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 생명의 은인으로서 은혜를 갚는 방법으로 전태윤과 그녀를 결혼시킬 목적이었다.지금은 또 전호영을 상대로 이 수법을 쓰고 있다.수법은 같지만 유용하면 되었다. 고현이 미안함을 느끼도록 하는 게 할머니의 목적이었다.“할머니, 고현 씨는 잘생겼나요?”“잘생겼지, 사진보다 실물이 더 잘났어.”하예정은 호기심에 물었다.“호영 도련님은 마음에 들어 해요?”“호영이보다 고현이가 더 잘났어. 그 녀석이 마음에 들어 하든 안 하든 난 고현이가 좋아. 말수도 적고... 태윤이랑 많이 닮은 것 같아. 경호원을 데리고 다니면서 젊은 여성들이 가까이 오지 못하게 하는데, 그건 남장을 한 것을 들킬까 봐 두려워서 그래. 고현처럼 말이 많지 않은 사람에게는 호영이 같은 남자가 남편감으로 제일일 거야. 호영이는 말을 잘해서 누구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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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12화

고현은 곧게 뻗은 수제 양복을 입고 있었다. 이목구비도 뚜렷했고 몸매도 늘씬하여 보기 좋았다. 그녀는 여러 해 동안 남장을 해왔고 일부러 가짜 목젖까지 만들었다. 그녀의 가족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그녀가 여자라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고씨 가문은 아이에 대한 보호도 철통같아서 아이가 성년이 되기 전까지는 아이의 자료를 외부에 알리지 않는다.고현은 처음으로 얼굴을 알릴 때 남장 차림으로 다른 사람들 앞에 나타났다. 그래서 사람들은 고씨 사모님이 쌍둥이를 낳은 줄 알고 고현을 큰 도련님이라고 불렀다.그녀는 양손에 많은 보양식을 들고 있었다. 그녀는 보양식을 침대 옆의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는 병실에 할머니밖에 없는 것을 보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할머니, 손자분은요?”“금방 깨서 호영이가 어디 갔는지는 모르겠네요. 자는 걸 보고 물건 사러 나갔나 봐요. 고현 씨, 어서 앉아요.”할머니는 일어나 앉으려고 했다.고현은 얼른 제지하며 말했다.“할머니, 아직 앉으시면 안 돼요. 의사가 많이 누워 있어야 빨리 회복할 수 있다고 했어요.”사실 할머니는 별일 없었다.고현은 어르신이 나이가 꽤 있는 것을 보고, 일이 생길까 봐 끝까지 병원에 보내 검사를 받게 했다. 비록 무사하다고 결과가 나왔지만 계속 아프다고 해서 의사는 며칠 입원해 관찰하라고 권했다.만약 다른 사람이었다면 고현은 사기 치는 게 아닌지 의심할 법도 했지만 전씨 일가의 할머니에 대해서는 그런 의심이 들지 않았다.그녀는 전호영의 신분을 알고 있다.그의 친할머니라는 건 일을 벌이기를 좋아하기로 유명한 관성의 갑부 전씨 가문의 어르신이라는 뜻이다. 할머니의 명성은 이미 아주 멀리 퍼졌다.고현의 말을 듣고 할머니는 다시 누웠다.“할머니, 오늘은 어때요? 아직도 아프세요?”고현은 할머니의 침대 옆에 앉았다.“이젠 아프지 않아요. 그저 그때 좀 심하게 놀란 것 같아요. 요 며칠간 계속 중간에 놀라서 깨어나 잠을 설쳤어요.”그녀는 그 말을 듣고 침묵에 잠겼다가 잠시 후 다시금 미안하다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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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13화

고현은 계속하여 말했다.“할머니는 관성에서 자유자재로 어디 다니시던지 누구도 아무 말 못 하는 걸로 알고 있어요.”할머니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이 수법을 하예정에게 쓸 때는 아주 잘 먹혔다.고현한테 쓰니 조금도 먹히지 않았다.그녀는 어르신과 함께 여기저기 놀러 다니겠다고 먼저 말을 꺼낼 리가 없었다.이때 전호영이 돌아왔다.그는 할머니가 깨어나지 않은 틈을 타 먼저 자기 일을 처리하러 갔다.점심때가 가까워지자, 그는 비로소 호텔에서 할머니에게 드릴 점심을 포장해 왔다.멀리서 할머니의 병실 입구에 검은 옷을 입은 경호원 몇 명이 서성거리는 것을 보고 고현이 할머니를 문병하러 왔다는 것을 알았다.할머니께서 손자들이 빨리 결혼하기를 바라고 있다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아무렇게나 여자처럼 보이지도 않는 사람을 택해주신 것에 대해 전호영은 허탈함을 느꼈다.고현에 대해서는 정말 아무 느낌도 들지 않았다.그녀를 볼 때면 잘생긴 남자를 보는 것 같아 만약 마음이 움직이게 되면 자신이 게이라도 된 것처럼 느껴졌다.고씨 일가의 경호원들은 전호영이 밥을 가져다주러 온 것을 보고 모두 그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전 대표님.”전호영은 전씨 그룹 아래의 모든 호텔의 경영을 책임지고 있어 전태윤과 같은 자리에 있을 때 빼고는 모두 그를 전 대표라 불렀다.만약 전태윤도 현장에 있었다면 모두 그를 셋째 도련님이라고 불렀을 것이다.그는 경호원의 인사에 응답한 후, 문을 열고 병실로 들어갔다. 고현이 침대 옆에 앉아 말없이 할머니를 바라보고 있었다. 할머니는 사과를 먹으며 뭐라고 계속 말했지만 고현은 그에 대답하지 않았다.그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할머니는 한시름 놓은 듯한 모습이었다.전호영은 당장 돌아서서 나가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호영아.”할머니는 몰래 빠져나갈 틈도 주지 않고 바로 이름을 불렀다.전호영은 다가와 할머니를 부른 후 고현과 인사를 나누었다.“전 대표님.”고현은 일어나서 전호영과 인사만 하고는 더는 입을 열지 않았다. 그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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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14화

“호영아, 너도 기회를 봐서 밥을 사든지 해. 우리 집 호텔에 가서 말이야.”“...할머니, 제가 무슨 이유로 밥을 사요? 할머니를 병원에 입원하게 해줘서 감사하다고요?”할머니는 말문이 막혔다.그러다 포기하지 않고 또 입을 열었다.“네가 이렇게 똑똑한데 어떻게든 이유가 생각날 거야. 네놈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를 거로 생각하지 마. 고현은 정말 좋은 사람이야, 너랑 딱 맞아. 넌 하루 종일 입을 다물 새도 없지, 고현은 말이 적지. 너희 둘이 같이 있게 되면 심심하지 않을 거야.”“할머니, 전 고현 씨를 볼 때면 진짜 남자나 다름없이 보여요. 고현 씨도 자신이 여자라는 걸 인정하지 않잖아요. 자꾸 저와 짝을 지어주려고 하시는데, 아내를 찾는 게 아니라 형제를 찾는 것처럼 느껴져요. 게이로 된 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요.”할머니는 웃으며 말했다.“남자처럼 꾸민 건 정말 잘 꾸몄지. 그래도 경험이 있는 사람이 말하는 목소리를 들으면 구분할 수 있을 거야. 고의로 낮춘 목소리는 너희들의 자연스러운 저음과는 다르거든. 고현의 목소리에는 항상 약간의 청아함이 담겨있어 너희들의 목소리와는 달라. 물론 밖에서는 남자처럼 하고 다니지만 자신이 남자인지 여자인지는 본인이 가장 잘 알거야. 여자인 걸 인정하지 않아도 옷을 벗기면 분명히 알리는걸.”전호영은 참지 못하고 물었다.“할머니, 저 할머니 친손자 맞아요? 만약 눈에 거슬려 이러시는 거면 지팡이로 나를 한 대 때리던가요. 한 대 때려서 화가 풀리지 않으면. 두 대, 그래도 안 되면 세 대 때려도 돼요. 이렇게 나를 괴롭힐 필요 없잖아요. 게다가 제가 감히 옷을 벗길 담이 있겠어요? 고현 씨에게 맞아 죽을라. 여기는 강성이지 관성이 아니에요. 강성은 고씨 가문의 구역이라고요.”전호영은 할머니가 그를 괴롭힌다고 투덜거리면서도 손은 멈추지 않았다. 설거지를 깨끗이 하고 포장해 온 음식을 그릇에 담아 할머니에게 먹여주려 했는데 거절당했다.혼자 밥을 먹지 못할 정도로 몸이 아픈 것이 아니라서 굳이 손자가 먹여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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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15화

“내가 이 정도인 걸 만족해. 나는 비록 너희들의 혼사를 걱정하지만 동명의 할머니처럼 집착하지는 않아. 단지 너희의 성격에 따라 어울리는 여자를 찾아줄 뿐이야. 너희들이 어떻게 감정을 키우는지에 대해선 별로 간섭하지 않잖아. 이래도 너희들을 존중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거냐? 너희 부모들도 참 무책임하지, 입으로만 몇 마디 잔소리할 뿐 실제 행동은 아무것도 없잖아. 나 같은 늙은이가 직접 나서야 한다니. 또 너희들한테서 난폭하다는 둥 비난까지 들어야 하고 말이야.”그러자 전호영은 바로 손을 저으며 해석했다.“할머니, 우리는 할머니를 그렇게 말한 적 없어요. 할머니도 난폭하지 않고요. 우리 가족 중에 할머니의 안목이 제일 높은걸요. 우리 모두 할머니를 가장 좋아해요.”그들의 부모들이 말로만 결혼을 재촉할 뿐 아무 행동도 하지 않으며 모든 것을 할머니에게 맡기는 것은 전씨네 도련님들이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 바로 할머니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할머니가 어떻게 행동하시든 그들은 절대 화를 내지 않을 테니까.그토록 성격이 강한 전태윤도 결국 할머니에게 굴복했다.게다가 지금 아주 행복하게 살고 있는 모습을 보고 할머니는 자신이 나서기만 하면 손주들이 행복해질 수 있을 것이라 굳게 믿고 있다.“아첨해도 쓸모없어, 내가 지금 원하는 건 아첨이 아니라 손자며느리와 증손녀야. 너희들 중 누가 나에게 증손녀를 낳아주기만 하면 큰 상을 받게 될 거야.”전호영은 듣더니 입을 열었다.“증손녀는 태윤 형에게 가서 재촉해요. 이미 결혼한 건 태윤 형밖에 없어요.”그와 고현은 아직 시작도 못했다.“네 형수 앞에서 몇 번 말했으니 이제 더 언급하면 안 돼. 아니면 스트레스 받아. 두 사람 지금 한창 달콤한 때인데, 어찌 아무런 기척도 없는지.”할머니는 더 이상 재촉하면 안 된다고는 했지만, 마음은 급했다.“얼마 안 됐어요. 아직 결혼식도 안 올린걸요. 급해하실 것 없어요. 재촉할 필요도 없고요. 둘째 형이 나중에 더 빨리 될지도 몰라요.”할머니도 그저 손자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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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16화

손은경은 식후 산책하는 습관이 있었다.윤미라는 노동명을 바라보았다.그는 자기 세 형과 최근의 주식 시세에 관해 토론하고 있었다.그래서 어머니와 손은경의 대화를 듣지 못했고 어머니가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줄은 더더욱 몰랐다.둘째 형이 발견한 후 그를 툭툭 건드리고는 작은 소리로 그에게 주의를 주었다.“엄마가 너를 보고 있어. 너에게 할 말이 있는 것 같아.”노동명은 고개를 돌려 윤미라를 보고 웃으며 물었다.“엄마, 왜 그래요?”‘왜 그런 눈빛으로 보는 거지?’“은경이 데리고 같이 산책하러 나가.”윤미라는 아들이 자기 고뇌를 알아주리라 바라지는 않았다. 그래서 단도직입으로 손은경과 함께 산책하러 가라고 했다.노동명은 손은경에게 고개를 돌리고 물었다.“은경 씨, 우리 집에서 한동안 지내면서 환경에 꽤 익숙해졌죠? 얼마 크지도 않은 곳이라 혼자 걸어도 길을 잃지는 않을 거예요.”윤미라의 얼굴은 순간 어두워졌다. 아무 물건이나 집어 들어 한대 내리치고만 싶은 기분이었다.손은경은 미소를 띠고 답했다.“혼자 걸어도 길을 잃지는 않아요. 그저 혼자 걷는 게 지루해서 누군가와 함께 수다를 떨고 싶어서 그래요. 동명 오빠, 같이 산책 가주겠어요?”형들과 엄마, 아빠의 시선에 그는 거의 입 밖으로 나오려던 거절의 말을 도로 삼켰다.“지금은 햇빛이 너무 세서 더워요.”‘저녁때도 아니고.’관성은 3, 4월이 되면 더위가 시작되어 5월이 되면 사람들은 모두 티셔츠로 갈아입고 에어컨 없이는 살 수 없게 된다.“오늘은 바람이 세서 안 더워. 은경이는 손님이잖아. 어서 같이 산책하러 나가.”노동명은 형들을 보며 자기 대신 말을 해주기를 바랐지만, 모두 그의 눈길을 피하여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그는 어쩔 수 없이 몸을 일으켜 손은경에게 말을 건넸다.“은경 씨, 가시죠. 바람 쐬러.”손은경은 웃으며 말했다.“그럼 동명 오빠 시간 좀 빌릴게요.”두 사람이 함께 걸어 나가는 뒷모습을 지켜보던 윤미라는 남편에게 만족한 듯 입을 열었다.“저 두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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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17화

노동명의 세 형은 감히 말을 잇지 못했다.또 동생 대신 말을 해주다간 어머니로부터 동생의 편을 너무 들어준 탓에 서른여섯 살이 돼서도 솔로라고 원망하는 소리를 들을까 봐 겁이 났다.노동명은 손은경을 따라 집을 나섰다. 두 사람은 가로수 길을 따라 아무렇게나 돌아다녔다.노동명의 발걸음은 아주 빨랐다.하이힐을 신은 손은경은 그의 걸음에 따라가기가 힘들었다.“동명 오빠.”그녀는 자신의 억울함을 그저 참기만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녀는 종종걸음으로 다가가 손을 내밀어 노동명을 붙잡았다.“왜 그래요?”노동명이 그녀에 대한 태도는 좋지도 나쁘지도 않았다. 그는 손은경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그녀에게 마음이 끌리지 않았다.집안 사람들이 멋대로 여자 친구를 만들어주는 것도 싫었다.“동명 오빠, 저랑 달리기 시합을 하려는 거예요?”노동명은 검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산책하는 것 아니었어요? 달리기 시합을 하려 해도 밥 먹은 후에 뛰면 안 되죠. 그러면 배 아프기 쉽거든요.”“...아무것도 모르는 척하지 마요. 저기 의자가 있으니까 앉아서 얘기 좀 해요.”노동명은 그녀와는 할 말이 없다고 말하고 싶었다.비즈니스에 대해 말하려 해도 두 회사는 아직 협력 전이라 따로 할 말이 없었다.하지만 결국 그는 그녀를 따라 긴 돌의자 앞으로 가서 앉으려 했다. 손은경은 앉으려는 그를 제지하고는 향긋한 냄새가 나는 휴지를 꺼내더니 휴지로 돌의자를 두 번 닦은 후에야 앉으라고 권했다.그녀의 세심한 성격이 보이는 행동이었다.노동명은 털털하게 앉으며 말했다.“우리 집 청소부들은 매일 뒤뜰의 돌의자, 돌 탁자를 깨끗이 닦아서 괜찮아요.”“요즘은 바람이 세고 먼지가 많아 매일 닦아도 먼지가 계속 나오거든요. 아까 닦을 때도 휴지에 먼지가 가득했어요.”노동명은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은경 씨, 결벽증 있어요?”“아뇨.”“그럼, 시름 놓았어요. 난 결벽증이 있는 사람이 제일 무서워요. 저처럼 별로 청결에 신경 쓰지 않는 사람은 결벽증이 있는 사람과 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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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18화

손은경은 그의 말에 동의한다는 듯 말했다.“나도 마찬가지예요. 일할 때는 일 얘기만 하고 쉴 때는 쉬고 일에 관한 얘기는 절대 안 해요. 동명 씨, 몇 가지 물어봐도 될까요?”“물어봐요.”“우리 양가 부모님 모두 우리를 커플로 엮어주고 싶어 해요. 저도 동명 오빠가 마음에 들어요. 아직 사랑한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함께 지내다 보면 동명 오빠를 사랑하게 될 거라고 믿어요.”그녀의 눈에 노동명은 타깃이었다.그를 좋아하는 마음도 정복하고 싶은 마음이 반을 차지했다. 지금 사랑한다고 해도 노동명이 믿지 않을 게 분명하고, 그녀 자신도 믿지 않는다.첫눈에 사랑에 빠지는 로맨틱한 스토리는 두 사람에게 일어날 수 없다.“절 자꾸 피하시는데, 제가 어딘가 부족하나요? 아니면 마음에 두고 있는 다른 여자라도 있는 거예요?”노동명은 그녀가 이렇게 단도직입으로 물을 줄은 생각도 못 했다.숨기지도 않고 빙빙 돌려서 말하지도 않고 직접 그에게 물어보다니. 이 성격을 봐서는 친구로 지내는 것이 더욱 어울릴 것 같았다.그는 손은경을 찬찬히 훑어보았다. 그녀를 가까이서 바라보는 건 처음이었다.인정할 수밖에 없는 건, 그녀는 확실히 예뻤고 모든 면에서 우수했다. 윤미라처럼 까다로운 사람조차 그녀에 대해 매우 만족해하는 것을 보면 가지고 있는 조건이 아주 우월했다.두 집안은 모두 명문가이다. 비록 같은 도시는 아니지만 지금은 교통이 편리해 두 집안이 혼인 관계를 맺는 것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A시의 여씨 집안이 바로 관성의 남씨 집안과 사돈이 되었다. 그 두 집안 사이의 거리는 보통 먼 것이 아니었다.“은경 씨는 아주 우수해요. 젊고 예쁜 데다가 똑똑해서 우리 엄마 마음속의 이상적인 며느리예요.”손은경은 웃으며 말했다.“어머니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며느리가 무슨 소용이에요. 동명 오빠의 눈에 제가 이상적인 아내감인지 알고 싶어요.”그는 잠시 생각하다가 대답했다.“저는 일이 아주 바빠요. 제 아내까지 일이 바쁘면 둘 다 매일 아침 일찍 나가서 늦게 들어오게 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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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19화

노동명은 어머니가 함부로 부추기는 것을 싫어했지만 손은경의 말에 일리가 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이렇게 얘기해 보니 저랑 동명 오빠가 생각하는 것이 비슷하네요. 동명 오빠도 제가 싫지 않다면 한번 사귀어보지 않을래요? 얼마간 사귀다가 도저히 절 사랑할 수 없다고 생각되면 더 이상 매달리지 않을게요.”그녀도 다른 연모자들이 적지 않게 있었다.노동명은 말문이 막혔다.“설마 좋아하는 사람 있어요?”“아니요.”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부인하는 노동명의 머릿속에는 처음에는 뚱뚱했지만, 점차 살이 빠져가는 그녀 뒷모습이 자연스럽게 스쳐 지나갔다.그는 전태윤을 포함한 사람들의 앞에서는 자신이 하예진에게 관심이 있다는 것을 극구 부인했다.‘왜 하예진이 떠오르는 거지?’그가 좋아하는 것은 주우빈이지 꼬마의 엄마가 아니다.노동명은 정신을 차리고 얼른 하예진의 모습을 머릿속에서 쫓아내려고 애썼다.손은경은 웃으며 말했다.“없다면 한번 해보자고요. 만약 동명 오빠가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 누구인지 말해줘요. 내가 그 여자보다 못한 점이 무엇인지 알아보고 한번 쟁취해 보려고요. 만약 그래도 실패하게 된다면 저도 쿨하게 인정할게요.”그녀는 무슨 일에서든 일단 열심히 노력한다. 노력한 후에도 지게 되면 패배를 시원하게 인정한다.패배를 인정하는 것은 창피하지 않다. 그것은 자신을 놓아주는 것과 같으니까. 패배를 인정하기 싫어 집요하게 매달리다 보면 오히려 본인이 상처받게 된다. 이건 자신을 해치는 것과 같다.“...저는 바빠서 연애할 시간이 없어요.”“시간 얼마 안 걸려요. 그저 같이 밥을 먹고, 쇼핑하고 주말에 여행 가는 게 다예요. 시간이 있으면 영화도 보고요.”노동명은 말문이 막혔다.“동명 오빠의 반응을 보니 싫은 듯하네요. 그럼, 잠시 제가 오빠를 쫓아다니는 걸로 해요.”손은경은 노동명에게 정식으로 구애하겠다고 말했다.노동명은 손은경의 대범한 말을 들으며 그녀의 시원시원한 성격이 자기 취향에 잘 맞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한번 사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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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20화

하예진은 절대 억지로 상류층에 끼어들지 않겠다고 했다.이제 그 자리에 서 있을 수 있는 자격을 갖추게 되면 그때엔 따로 애쓸 필요 없이 자연스럽게 발을 들여놓을 수 있게 된다.전태윤은 하예진의 이런 점이 마음에 들었다.본인의 자리에 대해 잘 알면서도 열등감을 느끼지 않는 마음가짐이 좋았다..“이 드레스를 입어요? 별로 예쁘지는 않은 것 같네요.”그가 골라준 드레스를 받아 든 하예정은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뭔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었지만 무슨 문제인지는 몰랐다.“예뻐, 아주 예뻐. 당신은 몸매도 좋고, 외모도 이쁜 데다가 기품도 좋으니 어떤 드레스를 입어도 예뻐.”그녀는 드레스를 품에 안고 말했다.“제가 직접 고를게요.”옷장 안에 있는 옷들은 모두 전태윤이 그녀를 위해 준비한 옷이다. 각 종류의 드레스가 다 있어 드레스 가게를 열 수 있을 정도였다.그녀가 스스로 고를 때는 이쁜지 안 이쁜지만을 고려하면 되었기에 너무 보수적인 디자인은 선택하지 않았다. 결국 그녀가 고른 드레스는 모두 전태윤에게 리젝당했다.“여보, 그냥 내가 골라준 이 드레스 입어. 나 믿지? 정말 고급스러워.”‘어깨랑 등이 드러나지도 않고.’뒷말은 감히 하지 못했다.하예정이 그를 바라보자, 그는 그녀를 향해 웃으며 말했다.“여보, 내 눈을 믿어. 이 드레스를 입으면 분명히 모든 사람들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을거야.”그가 옆에 있기만 하면 수수한 옷차림을 하여도 연회의 중심이 될 테니까.하예정은 한 손으로 옷을 껴안고, 다른 한 손으로 그의 이마를 쿡 찔렀다.“참 못됐어요.”그가 골라준 드레스를 입지 않으니 그녀가 직접 고른 옷에 대해 온갖 트집을 잡는 이런 못된 마음을 그녀가 모를 리 없었다.그녀는 옷을 갈아입으며 말했다.“방안 가득한 옷은 모두 당신이 사준 것이니 어차피 다 같잖아요. 어느 옷을 입든 차이가 없는걸요.”그녀가 직접 산 옷과 고모가 사 준 옷은 모두 발렌시아 아파트에 두었다.전태윤은 웃으며 말했다.“그러니까 뭘 입어도 다 마찬가지로 이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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