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청룡의 부하로 이름을 날렸던 유화월은 이순간 다 죽어가는 상태로 허덕이고 있었다.숨이 간당간당한 상태였지만 눈빛에 분노와 공포가 가득차 있었다.김예훈은 그녀를 유심히 지켜보다 결국 그녀의 맥박을 확인해보기로 했다.그 결과, 깜짝 놀라고 말았다.‘유화월은 사지가 꺾여 병신이 되어 이곳에 버려진 것이야.’유화월의 위태로운 상태는 차 사고 때문이라기보다 이미 중상을 입은 모양이었다.하은혜는 주위가 안전하다는 것을 확인하고 차에서 내려 김예훈의 뒤로 다가가 나지막하게 물었다.“김 대표님, 이 사람 누군데요? 아는 사람이에요?”김예훈은 하은혜에게 다가오지 말라고 손짓했다.김예훈은 몸에 지니고있던 진통제로 하은혜의 상처를 처리해주고는 기사한테 구급차를 부르라고 했다.혼절상태에 빠졌던 유화월은 진통제 덕분인지 조금 정신을 차리게 되었다.하지만 그래도 눈앞이 흐릿하여 앞에 서있는 사람이 원수지간인 김예훈이라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그저 원통스러운 목소리로 외칠 뿐이었다.“빌어먹을 일본놈들! 죽어버려!”흐리멍텅한 그녀는 그동안 참은 것이 많았는지 울분을 토해내기 시작했다.김예훈이 흥미진진한 말투로 물었다.“일본놈이 너한테 뭐 어떻게 했는데? 일본과 손 잡은 거 아니었어?”유화월은 의식불명의 상태에서도 발버둥치면서 일본사람을 욕할뿐 다른 사람의 질문에 대답할 수가 없었다.“이 년이 여기 있었네!”김예훈이 더 질문하려고 했을 때, 어눌한 한국어가 멀지않은 곳에서 들려왔다. 귀에 거슬리는 그 말투는 음침하고 섬뜩했다.바로 이때, 차가운 바람과 함께 현장 분위기가 순간 냉랭해졌다. 숨 막히는 정적 속, 들려오는 것은 오직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 뿐이었다.하은혜가 본능적으로 물었다.“누가 지금 귀신 행세를 하는 거야!”“하하하, 누구긴! 너의 목숨을 가져갈 사람이지!”어눌한 한국어지만 음침한 목소리였다.“날 탓하지 마. 너희가 운이 안 좋아서 이 장면을 봤을 뿐이야!”유화월은 이 목소리에 자극을 받았는지 벌떡 상체를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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