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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화

강서준은 그냥 김초현의 옆에서 조용하고 여유로운 삶을 살고 싶었다.“어머님, 나중에 다시 얘기하시죠. 김현이 차를 바꾸겠다고 했죠? 그 돈으로 차 한 대 뽑아주세요. 병원을 차린다고 해도 그동안 모은 돈이 있으니 충분해요.”말이 끝나기 바쁘게 김현은 활짝 웃으며 다그쳤다.“엄마, 매형 말이 맞아. 우리 먼저 차부터 바꾸자, 명품차로. 적어도 1억짜리를 사야 나가서도 무시당하지 않지.”강서준이 나서서 차를 사라고 하자 여태 병신이라 부르던 김현은 매형이라고 호칭을 바꿨다.강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돈 걱정은 하지 마. 그리고, 초현이 패션디자인에 관심이 있는 것 같던데. 저희 병원 말고 의류 회사를 차리는 게 어떨까요? 조만간 강중 도시 무역 센터에서 사업자를 모집한대요. 제가 사람을 찾으면 저렴한 가격에 사무실을 임대할 수 있어요. 한층을 임대하면 회사 본부로 사용할 수 있잖아요”김초현이 강서준의 팔을 잡았다. “무슨 말을 하는 거야? 그 곳을 세계금융센터로 개발할 계획이라 임대료 엄청 비싸다고 들었어. 입점 비용도 천문학적인 숫자라고 하던데 회사 차리는 데 얼마 드는지 알기나 해? 우리는 백도 없고 돈도 없는데 무슨 회사야.”강서준이 웃었다.“돈 문제는 내가 해결할게. 대출받아도 되고 빌려도 돼. 네가 하고 싶다는 건 다 해줄 수 있어. 전에 갔던 별채 기억하지? 그 별채의 주인이 내 친구야. 전장에서 동고동락했던 전우인데 나보다 빨리 승급해서 직급이 높아. 그러니 그 친구한테 부탁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야.”“뭐? 별채 주인이 자네 친구라고?”하연미가 놀라서 눈이 동그래졌다.강중에서 돈을 제일 많은 바른 별채이지만 아직도 그 별채의 주인이 누구인지 몰랐다.밖에서 떠도는 소문에 의하면 별채는 돈만 있다고 해서 지낼 수 있는 곳이 아니라고 했다.강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네, 전에는 전우였어요. 지금은 해외 출장 가서 저한테 별채를 맡겼거든요. 초현, 거기서 우리 결혼식 올리자. 강중에서 가장 행복한 신부로 만들어 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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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화

김천용은 가문의 20% 지분을 김호에게 내주었다. 김해더러 이사장 자리에서 물러나고 하고 김호 식구한테 가서 싹싹 빌라고 했다. 만약 김초현을 데리고 오지 못하면 김해를 호적에서 파버린다고.김해는 다시 선물 보따리를 챙겨 들고 김초현의 집에 왔다. 이번에는 아내 이유리, 아들 김위헌, 딸 김인영을 데리고 왔다. 네 사람은 모두 선물을 들었다.김해가 조심스럽게 문을 두드렸다.김초현은 가족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면서 저녁식사를 하고 있을 때였다.하연미가 문 두드리는 소리를 듣고 말한다.“김현, 가서 문 열어.”“응.”김현은 젓가락을 놓고 문 쪽으로 향했다. 문을 열고 보니 김해 일가였다. “큰아버지, 어쩐 일로 오셨어요? 들어오세요.”김현은 반갑게 인사했다. 아침에 하연미가 SA 가문에 돌아가지 않는다고 해서 얼마나 조마조마했는지 모른다.SA에 돌아가지 않으면 직장은 물론 가족을 먹여 살릴 돈조차 벌 수 없는데 말이다.그러니 큰아버지가 다시 온 것이 얼마나 다행이지 모른다. 김현은 열정적으로 그들 손에 쥔 선물을 받아 들고 집안으로 들였다.“그냥 오시면 되는데 무겁게 선물까지 들고 오셨어요. 맞다, 저녁식사는 하셨어요? 저희 지금 저녁 먹는 중인데 같이 드실래요?”김현이 큰소리로 불렀다. “오유민, 뭐해? 어서 가서 수저 챙기지 않고.”김호가 일어서며 인사했다. “큰형, 형수님. 어서 오세요.”하연미은 인상을 팍 쓰면서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전혀 반가운 얼굴이 아니었다.“무슨 일로 또 왔어요?!”“엄마…” 김현이 말을 짤랐다.“적당히 하면 안 돼? 큰아버지가 선물까지 들고 오셨는데 이게 무슨 태도야?”“닥쳐.” 하연미가 꾸짖었다.오히려 김해는 웃으며 말했다.“제수씨, 내가 정중하게 사과드리고 싶어서 다시 왔어. 아버지 연세도 많으신데 한 가족이 화목하게 지내면 좋잖아. 그리고 아버지도 가문의 20% 지분을 준다고 했어.”김현이 좋아서 펄쩍 뛰었다. “정말이에요?”수저를 챙기고 나오던 오유민도 이 말에 얼굴에 꽃이 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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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화

”어머니, 제발요. 화 그만 푸세요, 네?”오유민도 빌었다. 아니면 앞으로 명품 가방, 원피스, 화장품을 무슨 돈으로 산단 말인가? 20% 지분을 꼭 받아야만 했다.김해가 웃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제수씨, 지난 일은 그냥 지나가게 하자. 아버지가 이렇게 통 크게 나오시는데 20% 지분 받아줘.”하연미도 흔들리긴 마찬가지였다.‘그래, 통이 크게 나왔지. 20% 지분이 우스운 숫자가 아니니까. 김호가 평생 피땀 흘리면서 번다고 해도 이렇게 많은 돈은 벌지 못해.’하지만 몇 년간 SA 가문에서 받은 냉대와 남편을 대하는 태도를 생각하면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게다가 엊저녁에 강서준의 공로를 당당하게 빼앗아 간 것도 모자라 욕까지 먹었고,아침에 김천용이 김호 식구를 쫓아낸 것을 생각하면 속에서 천불이 이글거렸다.돌아가지 않는다고 했으니 끝까지 버틸 거다. 아니면 또 웃음거리가 될 게 뻔하다.‘그깟 돈이 없어도 살 수 있어. 돈이 없으면 수준에 맞게 살면 그만이지. 적어도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도 되니 마음이 편해.’“나가세요.” 하연미가 문을 가리켰다.강서준은 앉아서 묵묵히 밥만 먹었다. 하연미가 이렇게 나올 줄 생각도 못했다. 돈이라면 눈이 벌게서 달려들고 김초현을 볼 때마다 재벌 사위를 찾아야 된다면서 이혼하라고 고래고래 소리 질렀다. 그 뿐이 아니다. 왕지연 앞에서도 무릎 꿇던 하연미가 20% 지분을 완강하게 거절하다니.“작은 엄마, 호의를 무시하지 마세요.”김위헌이 버럭 화를 냈다. 할아버지를 거절하더니 이젠 아버지마저 거절했다. 할아버지가 20% 지분을 내준 것에 불만이었는데 지금 하연미의 태도를 보니 더 마음에 안 들었다.“할아버지는 김초현을 원해요. 초현이가 말을 안 하는데, 왜 작은 엄마가 나서서 난리예요?”하연미는 어이없었다.“초현은 내 딸이야. 그러니 나에게 거절할 권리 있어. 썩 꺼지지 못해?”말하는 동시에 벌떡 일어서더니 빗자루를 쥐고 휘둘렀다. 김해 식구를 쓸어버리듯이 쫓아내고 문을 세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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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화

김현은 찍소리도 못했다.그냥 마음속으로 강서준을 미워할 뿐.‘엄마, 예전에는 이러지 않았어. 돈이라면 자존심 따위 다 버리고 구걸했는데, 지금은 갖다 바치는 돈을 거절해? 이게 다 강서준이 우리 집에 들어와서 엄마가 변한 거야.’그날 저녁, 김해의 방문 때문에 밥맛이 떨어졌다.저녁을 먹는 둥 마는 둥 하다가 모두가 거실에 앉아서 소요왕 즉위식 재방을 보고 강서준은 주방에서 설거지를 하고 있다.김현이 김초현 옆에 앉더니 작게 소곤거렸다. “누나, 엄마 좀 설득해 봐. 돈이야 돈. 20% 지분을 준다는 게 무슨 뜻인지 몰라? 그리고 할아버지가 이사장 자리에 계속 있으라잖아. 그 자리가 어떤 자리라고 거절해. 큰아버지가 그동안 이사장 자리에서 얼마나 해먹었는지 알지? 김위헌 봐, 일도 안 하면서 맨날 좋은 차를 타고 다녀.”김위헌만 생각하면 부러워서 배가 아프다.모두 SA 사람인데 빈부격차가 이렇게 큰 거지?지금 출세하기 딱 좋은 기회인데 엄마가 저렇게 고집을 피우시니 너무 답답했다.김초현도 이렇게까지 SA와 껄끄럽게 지내고 싶지 않았다.할아버지는 체면을 너무나 중시해서 그러지 꿈에서도 가족들을 이끌어 상류층 사회의 재벌 가문으로 발전시키려고 애썼다.몇 년 동안 SA 모든 사람들도 할아버지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했다.“내가 말해 볼게.”“누나, 꼭 설득해야 돼.”“최대한.”김초현이 자리에서 일어나 하연미를 찾아갔다. “엄마!”열심히 재방을 보고 있던 하연미가 돌아본다. “왜? 무슨 일 있어?”“엄마, 친정 식구들 앞에서 과시하고 싶지 않아? 이번이 좋은 기회일지도 몰라. 할아버지가 돌아오라고 했고 20% 지분도 내준다고 했으니, 그리고 나도 다시 이사장 자리에 가면 외가집에서 얼마나 부러워하겠어. 안 그래?”“에휴.”하연미가 작게 탄식했다. “초현, 아직도 할아버지를 몰라? 지금은 네가 필요하니까 착한 척을 하는 거야. 나중에 쓸모 없게 되면 툭 차버릴 걸? 그렇게 많은 지분을 그냥 주겠어?”“그래도. 나중에 일어날 일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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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화

김호는 하연미 눈치 보면서 담배를 건너 받고 베란다에 갔다.강서준은 담배를 한 모금 빨더니 콧구멍으로 연기를 뿜어냈다.“이왕 받을 거면 좀 더 받아내요. 어머니, 제 말 들으세요. 만약 다시 찾아오면 50% 지분을 요구하세요. 동의하지 않으면 돌아갈 필요 없어요.”“미, 미친. 무슨 개소리를 하는 거야!”김현의 욕설은 계속 이어졌다. “SA가 얼마나 많은 사업을 하는지 알아? 50% 지분이 얼마나 되는 지 아냐고?!”김초현마저 불평했다. “서준, 더 이상 나서지 마.”하지만 하연미는 머리를 꼿꼿이 세우며 말했다.“일리가 있어. 줄 거면 성의를 보여야지. 아무튼 난 돌아가고 싶은 생각 없어. 50% 지분과 SA 모든 의사결정을 우리가 하면 몰라도.”“엄마, 말도 안 돼. 할아버지가 허락 안 할 거야.”“맞아. 엄마, 20%라도 만족하자. 달마다 받는 이익 2억에 누나 월급까지 보태면 1년 내에 별장도 살 수 있어.”그 말에 하연미가 흔들렸다.강서준이 때맞게 나섰다. “어머니, 마음 약해지시면 안 돼요. 이건 SA 주인이 될 가장 좋은 기회예요. 이런 기회는 다시 오지 않아요.”하지만 하연미도 확신이 없었다.“50%는 너무 과분하지 않아? 그 늙은이가 허락할까?”“YE 그룹을 아시죠? 천군은 그냥 YE의 산하 그룹일 뿐이에요. 천군 그룹만 해도 시가가 18조인데 YE 그룹은 말하지 않아도 짐작이 가시죠. 한데 SA 그룹은 모든 재산을 합친다고 해도 겨우 2000억에도 미치지 못해요. 게다가 대부분이 고정자산이라 YE와 안정적인 파트너 관계를 유지해야만 SA 주가가 상승하죠. 할아버지가 고집이 세도 이 정도 도리는 아시고 있을 거예요.”강서준이 말하다 잠시 멈추더니 “강중 도시 무역 센터도 최첨단 상업금융센터예요. 입주 자격이 하늘의 별 따기와 같아서 SA 등급의 소규모 회사는 꿈도 꾸지 못해요. 할아버지가 체면을 좋아해서 예전부터 SA를 재벌 가문으로 만들려고 노력했어요. 이번에도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그 무역 센터에 입점하려고 할 거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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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화

강서준의 몇 마디에 집안 갈등이 해결됐다.그날 저녁.김초현은 침대에 모로 누워 차가운 바닥에서 자고 있는 강서준을 보고 있다.낮에 있었던 일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조금 불안했다.“서준, 바닥 차갑지?”“아니, 괜찮아.”강서준은 화월산거도와 오늘 만났던 흑장미를 떠올리며 생각에 잠겨 있었다. 김초현의 목소리가 들리자 본능적으로 대답했다.“그럼 바닥에서 자.”김초현이 뾰로통해서 돌아누웠다. 침대 위에서 자라는 말 하고 싶었다.‘강서준, 이 바보!’“아…”그제야 강서준이 눈치 채고 추워서 덜덜 떠는 시늉을 했다.“초현, 나 지금 엄청 추워.”하지만 날아온 건 바닥에 까는 매트였다.강서준이 딴 생각을 하는 바람에 좋은 기회를 놓친 것이다.하지만 지금처럼 지내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그렇게 조용한 밤이 지나고 해가 밝았다.아침 일찍부터 명품차를 산다고 온 식구가 집을 나섰다. 그것도 김초현이 4억을 내줘서 아주 비싸고 화려한 차를 산단다.강서준은 따라가지 않고 집에서 청소하기로 했다.김초현 식구가 나간 뒤, 쓸던 빗자루를 던지고 집을 나섰다. 강서준이 도착한 곳은 일반 진료소, 이혁이 남황에서 돌아왔다. 남황은 국경지대라 주변에 18개 작은 나라가 있다.그 나라들은 광석을 많이 생산하기에 부자들이 엄청 많았다. 이혁은 흑룡군에서 부용수 직책을 맡고 있어 돈을 만드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남황에 돌아와서 얼마되지 않아 흑룡이 현금이 필요하다는 소식을 전하자 금광, 탄광, 광석, 비취 광산 사장들이 직접 돈을 보내왔다. 금액은 모두 백억에서 천억 사이였다.이혁은 돈을 모으자마자 다시 강중으로 향했다.강서준이 전기 스쿠터를 몰고 진료소에 도착할 무렵,진료소에는 이혁 외에 쫙 달라붙는 검정색 가죽 바지를 입은 섹시한 미녀도 있었다.그녀는 남황 도굴단의 핵심 인물인 흑장미다.이혁이 강서준을 보고 인사했다. “서준 형.”“용수님…” 흑장미가 갑자기 무릎을 꿇었다.강서준은 손을 휙휙 저었다.“강중에는 흑룡이 없어.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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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화

흑장미가 답했다. “용수님, 제 본명은 백소희입니다.”“백소희, 내가 강중 도시 무역 센터를 사들일 계획인데 네가 책임지고 진행해. 이혁이 뒤에서 서포트 하면 최저가로 무역 센터를 손에 넣게 될 거야. 그러면 대외적으로 투자자를 유치하고 무역 센터를 최고급 금융 센터로 만들어.”“네.”흑장미는 고객만 끄덕일 뿐 싫다고 거절하지 못했다.“이혁.”“네, 서준 형.”강서준이 분부했다.“남황에 전달해. 난서왕 고대 유적지와 흑장미 도굴단을 고용한 자가 누구인지, 상자를 빼앗고 살인한 자가 누구인지, 그게 흑장미 도굴단 내부 사람인지도 다 조사하라고 해.”“넵, 그럼 분부대로 전달하러 가겠습니다.”이혁이 밖에 나가더니 휴대폰을 꺼내 들고 남황 본부에 연락했다.모든 관계를 동원해 이 모든 것을 조사하라고.강서준이 그제서야 고개를 숙이고 벌벌 떨고 있는 흑장미를 돌아봤다.의자를 향해 손짓했다. “앉아. 예의는 차리지 말고.”“아, 아닙니다.”백소희는 겁에 질려 눈물이 나올 뻔했다.백만 흑룡군을 거느리고 남황 국경지대를 자기 집처럼 휩쓸고 다니는 흑룡이다.누가 감히 그 흑룡 앞에 앉을 수 있단 말인가! “내가 그랬지? 강중에서 흑룡이 아니라 강서준이라고.”“네, 강…형님.”형님이라고 부를 때 이가 다 떨렸지만 주춤거리면서 의자에 앉았다.강서준이 묻는다. “고대 유적지에 대해 말해 봐.”“네.”백소희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사건 발생 경과를 털어놨다.대략 3개월 전, 고용금과 지도를 받은 도굴단이 고대 유적지를 파러 떠났다. 그들은 한 달 동안 탐색한 끝에 겨우 고대 유적지에 들어갈 수 있었다.여러 기관을 뚫고 유적지 안으로 들어갔더니 수정관 한 채를 발견했다.수정관 안에는 열쇠로 잠긴 고대 상자가 놓여 있었다. 이때 갑자기 모든 전자기기가 먹통이 되고 전등마저 꺼졌다. 그때 갑자기 비명 소리가 들렸다. 고대 상자와 가장 가까운 위치에 서 있던 백소희는 어두운 그림자가 수정관에 다가오는 것을 발견했다. 그녀가 급하게 상자를 품에 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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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화

강서준이 진료소에서 나왔다. 아직 할 일이 남았다. 강중에 돌아온 이유는 딱 두 가지, 은혜를 갚는 것과 복수하는 것.비록 4대 가문을 대표하는 회장들이 죽었지만 그 당시 강한 그룹 별장에 갔던 핵심 인물들이 더 있었을 것이다.아무튼 그 사건에 참여했던 사람은 모두 죽어야 한다.QA 그룹!강중의 4대 명문가에 속한다. 가업이 상당하고 자산은 10조에 달한다.QA 별장는 호화롭고 웅장하다.하지만 지금은 예전처럼 떠들썩하거나 활기찬 광경을 볼 수 없다.QA 가문 3대가 별장 거실에 놓인 관 앞에 꿇어 앉아 있고 도사들이 법사를 치르고 있다.강한 그룹과 친분이 있는 가문에서도 QA 가주 장례식에 참여했다.한 편, 별장 2층 거실에도 꽤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사람들 중에 QA 회장의 장남 왕지혁도 있었다.회장이 돌아가셨으니 이젠 장남 왕지혁이 QA 회장 자리에 앉았다.왕지혁 외에 몇몇 형제자매들이 한 자리에 모여서 장례식에 대해 의논하고 있었다.바로 그 순간, 삼배옷을 입은 젊은 남자가 급하게 2층으로 올라왔다.“아빠, 크… 큰 일 났어요.”왕지혁이 화를 내면서 벌떡 일어났다. “조심성이 없이 체통을 지켜야지.”“아빠. 아…아니. 내려와서 좀 보세요.”삼배옷을 입은 젊은 남자가 가리킨 곳은 계단 입구였다. 모두의 시선이 그쪽으로 향했다.쿵!어떤 사람은 겁에 질려 바닥에 주저앉았다.문밖에서 한 사람이 걸어 들어왔다.그 사람은 검정색 긴 외투를 입고 귀신 가면을 썼다.“이…이 사람은 SW 그룹의 소변학과 소지한을 살해한 자 아니에요?”“어떻게 된 일이지? 살인자는 이미 총살당했는데, 여기 어떻게 나타난 거야?”강서준이 다가오자 모두 본능적으로 일어서 뒤로 물러났다.강서준은 소파에 앉으면서 싸늘하게 말했다. ”10년 전에 강한 별장에 가서 그 가문을 협박하고 불 지른 사람은 자발적으로 강한 공원묘지에 가서 열흘 동안 무릎 꿇고 죽음으로 사죄해. 그러면 남은 가족은 살려 줄게.”그리고 일어서서 걸어 나갔다. 모두 질겁하는 눈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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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화

”아빠, 10년 전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어요? 강한 그룹 별장 화재 사건이 4대 가문과 연관이 있는 거죠?”QA 식구들은 두려워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이건 완전 살인자가 아닌 살신이다. 다 죽을 각오를 하라니, QA 사람들을 다 죽여버린다는 말이나 다름없다.강서준은 ZA 그룹과 GB 그룹 별장에도 나타나 똑 같은 말을 했다.그 당시 강한 그룹 별장에서 강한 일가 38명 목숨을 협박한 장본인들이 공원묘지에 열흘 동안 무릎 꿇고 빌다가 죽음으로 사죄하라는 말을 반복했다.아니면 다 죽여버린다는 말도 잊어버리지 않았다.4대 가문에서 제일 먼저 SW 가문이 멸망했다. 그리고 남은 세 가문의 회장들이 죽었다.이는 그저 시작에 불과하다.남은 세 가문의 책임자들은 당황한 나머지 소인해를 찾아갔다. 이 사건은 소인해가 주도했기 때문이다.강중시 병원.강서준한테 얻어 맞아 중상을 입은 소인해는 아직도 병동에 누워있었다.그때, 문이 벌컥 열리면서 강서준이 들어왔다.강서준을 보자마자 소인해는 놀라서 침대에서 굴러 떨어졌다. 상체를 겨우 세우고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요…용수님.”강서준은 문을 잠그고 의자에 앉았다. 무릎 꿇고 벌벌 떠는 소인해를 뚫어져라 쳐다봤다.“소인해, 너희 가문에서 강한 별장에 간 사람들한테 전해. 강한 공원묘지 앞에서 열흘 동안 무릎 꿇고 빌고 죽음으로 사죄하면 너와 남은 가족은 살려준다고. 거절하면 다 죽여버릴 거야. 넌 안 가도 돼. 한 달 시간 줄게. 화월산거도 행방을 알아봐.”“용수님, 제발 우리 식구들은 살려주세요. 내가 잘못했어요. 진심이에요. 내 목숨으로 우리 집 식구들 살려주면 안 될까요?”권세가 하늘을 찌르는 흑룡 앞에서 소인해는 자존심을 버리고 용서만 빌었다.“24명이야.” 강서준이 싸늘하게 말했다.“난 똑똑히 기억해. 죽은 소변학, 소지환 그리고 회장 세 명을 빼면 19명 남아. 너까지 빼면 18명이지. 18명을 채워서 열흘 동안 꿇고 죽음으로 사죄하면 이 일은 없던 걸로 할게. 아니면…”강서준이 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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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화

10년 전, 강한 별장에 간 사람은 모두 4대 가문 핵심 인물들이다. 보통 인물이라면 이런 기밀적인 행동엔 참여할 권리조차 없었다.강한 그룹이 멸망한 후 4대 그룹은 이 사건에 대해 한 글자로 입 밖으로 내지 않았다.그러니 밖에 도는 소문은 여러가지였다.어떤 사람은 강남이 죄를 없애기 위해 가족과 별장을 불에 태우고 그 죄를 감당할 자신이 없어 자살했다고 하고 또 어떤 사람은 강한 그룹이 대단한 분에게 미움을 사서 망했다고 했다.진실은 그 누구도 몰랐다.오늘날, 강서준이 사망 통보를 내렸다.열흘 동안 무릎 꿇고 자살하는 것.고분고분 말을 들어줄까?그동안 이 사람들은 모두 갑부가 되어 자산이 조 단위를 넘나드는데 말이다. 죽을 때까지 부귀영화를 누려야 할 판에 묘 앞에서 열흘을 무릎 꿇고 자살할 수 있을까?3대 가문 책임자들이 병실을 나갔다.곧 이어 소변학 큰아들과 소인해 큰오빠 소문학이 급하게 병원에 찾아왔다.“인해, 아까 그거 무슨 말이야? 열흘을 무릎 꿇고 자살로 사죄하라니?”소문학은 당황하기 그지없었다.“큰오빠, 묻지 말고 하라는 대로 해. 큰오빠, 둘째 오빠, 셋째 오빠 그리고 둘째 숙부, 넷째 숙부 모두 가서 빌어. 이 사람들 죽어야, 그래야 SW 남은 식구들이 살아.” 소인해는 울고 또 울었다.이제 와서 후회해도 너무 늦었다.처음부터 넷째 오빠 소지환이 계획한 것이다. 만약 소지환이 나서지 않았다면 그녀는 강남에게 접근하지도 않았다. 결혼은커녕 화월산거도를 얻기 위해 강한 그룹을 비참하게 불에 타게 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한데 화월산거도는 사라졌다. 어떻게 된 일인지 소인해도 몰랐다.유일하게 화월산거도를 아는 소지환이 죽었으니까.“인해, 두려워하지 말고 말해봐. 강 씨 잔당이 대체 누구야?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야?”소문학은 끊임없이 질문을 던졌다.‘나더러 강한 공원묘지 앞에서 열흘을 꿇고 자살하라고?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그 누구라도 말이 안 되는 짓은 하지 않을 것이다.“엉엉…말할 수 없어.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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