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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81화 결혼

그들이 무거운 짐을 덜어낸 것 같은 모습을 본 하천은 참지 못하고 웃기 시작했다. 당시 하천이 금방 돌아왔을 때, 장천호는 자신의 권력을 믿고 하천과 주가을에게 여러 차례 시비를 걸어왔다. 하지만 지금 그렇게 대단했던 그 장천호가 자진해서 찾아와 용서를 비는 꼴이었다. 이런 차이는 하천으로 하여금 실력이 가져다준 장점을 깊이 느끼게 했다. 만약 아무런 능력도 없었다면 아마 자기 주변의 사람들조차 지킬 수 없었을 것이다. 이 일이 끝난 뒤 호텔의 손님들은 거의 다 흩어졌고 천국 홀의 손님들도 모두 당용이 마련한 차로 만월 별장에 도착했다. 거실에는 강도원과 하준용이 소파에 앉아있었고 원중과 오반걸은 그 맞은편에 앉았는데 네 사람은 큰 소리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들은 모두 하천과 가장 친한 사람들로서 비록 그들 사이의 계급은 매우 극명했으나 매우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강도원도 사황으로서의 폼은 버렸고 지금은 마치 평범한 노인 같았다. 하천은 친지들을 모두 안배한 후 문을 열고 들어와 몇 사람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때 오반걸과 원중이 엄청 재밌게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보았다. 게다가 그 화제도 오적과 원지영과 관한 것이었기에 하천은 자신도 모르게 흥미가 생겼다. “오적과 지영 그 계집애는 어떻게 됐어?” “하하하.” 원중과 오반걸은 하하- 웃기 시작했다. “됐어. 오적 그 녀석 능력이 좀 되나 봐. 마침내 지영의 마음을 얻었어.” 하천은 줄곧 오적이 철벽남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뜻밖에도 정말 원지영의 마음을 얻어낼 수 있다는 것에 매우 놀랐다. 아마 사람은 사랑 앞에서 늘 변할 수밖에 없나 보다. “나 원중이 오적 그 아이를 사위로 삼을 수 있는 것은 위로 원 씨 집안의 복이야.” 원중은 옆에서 즐겁게 말했다. “복은 무슨, 내 손자가 지영처럼 우수한 계집애와 결혼할 수 있는 것이야말로 그의 복이지!” 오반걸이 수염을 쓸며 말했다. “그런데 오 선배님, 미리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원중은 갑자기 진지해졌다.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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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82화 결혼은 곧 무덤

풉-하천이 방금 입에 들이켰던 맥주가 그대로 뿜어져 나왔다.모나가 자리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하천은 놀라움과 충격을 숨기지 않고 그대로 드러냈다.하천뿐만 아니라 옆에 있던 한애, 임수연, 양금갑 일행 역시 하천과 같은 반응을 보였다.이들은 엄여수를 처음 본 순간부터 그가 완벽한 바람둥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는 항상 재미만 보고 책임지지 않는 사람이었는데, 그런 사람에게 결혼 같은 일이 일어날 리가 없었다.‘이 빌어먹을…… 농담하는 건가?’하천과 한애,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놀란 모습을 보며 엄여수의 입가에 번진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자, 우리 엄 대표가 술에 취해서 정신이 혼미한 건지, 아니면 열이 올라 머리까지 타버린 건지 한번 볼까?” 양금갑은 손에 있던 맥주병을 던져버리고 엄여수의 머리를 향해 손을 뻗었다.“꺼져.”엄여수는 양금갑의 손을 툭 쳐내며 웃음기를 거두고 매우 진지하게 하천을 바라보며 말했다.“보스, 저 진짜 결혼하고 싶어요, 농담 아니에요!”“전에는 결혼이라는 속박에 얽매이고 싶지 않았지만, 그 일을 겪은 후로 모나가 내 짝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기회를 놓치면 평생 후회할 것 같아요.”“사실이야?” 하천은 여전히 믿을 수 없다는 듯 그의 품에 안겨 있는 모나를 바라보았다.“사실이에요, 벌써 청혼까지 했어요.”모나는 수줍게 고개를 끄덕였다. 속마음을 들킨 듯한 부끄러운 소녀 같은 모습이 예전의 불같은 성격과는 전혀 달랐다.“보스, 친구들, 모나랑 나 다음 달에 결혼하는데 그때 꼭 와야 합니다!” 엄여수는 주머니에서 빨간 청첩장 몇 개를 꺼내 하천과 한애 일행에게 건네며 말했다.이미 진작 준비한 것 같았다.“정말 농담이 아니야?”여전히 신기한 기분이 들었던 하천은 초대장을 받아 열어보니 엄여수와 모나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그가 장난을 즐기는 사람이 아니란 것을 알았다.“우리 엄 대표가 드디어 정신을 차렸구나!” 한애는 엄여수에게 다가가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모나는 좋은 사람이야, 예전 그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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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83화 고충

“그래.”주지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영지 두 몫을 한석호와 정우림, 그리고 주진국의 방으로 각각 보냈다.이때 정홍영은 남은 영지를 두 조각을 떼어 물에 우렸다.주지원이 돌아왔을 때는 모든 것이 준비된 상태였다.두 사람 역시 이 귀한 약초를 사용해 본 적이 없었기에 그저 물에 끓여 마셔야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고, 두 사람은 경건한 의식이라도 치르듯 물을 마셨다.마신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두 사람은 상쾌함을 느꼈다.“여보, 당신 왜 젊어진 것 같지?” 정홍영은 재빨리 침대 옆으로 다가가 주지원의 얼굴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어쩐지 방금 전과 비교해서 볼 때 많이 달라진 것 같았다.“정말?” 주지원은 자신의 얼굴을 만지더니 곧바로 일어나 거울 앞으로 갔다.사실 거울 속 주지원은 크게 달라진 게 없었지만, 심리적인 요인 탓인지 정홍영의 말대로 훨씬 젊어졌다는 느낌이 들었다.동시에 그는 갑자기 활력이 생긴 것 같다는 느낌도 들었다.“이 혈영지가 정말 좋은 건가 보네. 마시고 나니 기분이 상쾌해지고 온몸에 힘이 넘쳐. 이렇게 신기한 효능이 있는 줄은 몰랐네!”“저도 이제 활력이 넘치는 것 같아요.” 정홍영이 웃으며 말했다.“여보, 당신도 훨씬 젊어진 것 같아.” 주지원은 무의식적으로 정홍영을 바라보다가 문득 나이 들어 보이던 아내에게서 형언할 수 없는 매력이 갑자기 느껴졌다.“당신…… 왜 그래요?”주지원이 조금 이상하다는 것을 느낀 정홍영은 다소 놀랐다.그러자 주지원은 갑자기 그녀를 품에 안았다.“여보, 나 열이 좀 오르는 것 같은데, 이 혈영지, 혹시…… 그런 효과도 있나?”“어떤 효과?”주지원은 얼굴이 달아올랐고, 이쯤 되니 다소 주체할 수 없는 상태였다. 말을 마친 그는 곧바로 정홍영을 침대 위로 덮쳤다.두 사람 모두 나이가 있는지라 함께 밤을 보낸 지 꽤 오래되었고, 있다 해도 그저 스치듯 지나간 일이었다.그러나 지금 주지원은 늑대 같았고 정홍영도 다소 참기 힘들었다. 한동안 방 전체에 달뜬 소리가 울려 퍼지며 열기가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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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84화 혈영지에 문제가 생기다

민소무가 도자기 병을 들고 곧장 침대로 걸어가 병의 입구가 빽빽이 들어찬 고충들을 향하게 올려놓았다.붉은 고충은 대부분 침대 시트에 흩어져 있었고, 일부는 정홍영과 주지원의 몸을 갉아 먹고 있었지만 기절한 그들은 아무런 통증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하천은 뒤에 서서 두 손을 꽉 움켜쥔 채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청주 전체를 통틀어 가장 안전한 곳이라 자부하는 만월 별장에, 양금갑까지 바깥을 지키고 있고 오늘 밤 각 지역의 고수들이 모여 있었다.논리적으로 누군가 이곳으로 들어와 고충을 풀어놓고 싶어도, 설사 양금갑의 눈을 피했다고 하더라도, 분명 별장 안에 있는 누군가에게 들켰을 것이었다. 주지원과 정홍영이 그가 지키고 있는 곳에서 이런 일을 당했다니, 하천이 한 번도 겪어본 적이 없는 일이었다.민소무가 검은 도자기 병을 침대 위에 올려놓자 붉은 고충들이 무언가에 이끌리듯 알아서 한 줄로 모여 나뭇가지를 타고 병을 향해 기어갔다.두 사람의 몸을 갉아 먹던 고충들도 모두 반응했다.다만 그들이 사람의 몸에서 내려왔을 때 주지원과 정홍영의 몸은 이미 빨갛게 부어오르고, 고충에게 갉아 먹힌 흔적까지 남아 있어 무척 잔혹해 보였다.“이것은 우리 민강 마을의 독특한 방법인데, 거의 모든 고충이 이 냄새에 이끌려 움직이면서 병 속에 들어오게 하는 겁니다.”병 안으로 기어들어 가는 고충들을 보며 민소무가 설명했다.“그렇군.” 하천이 고개를 끄덕였다.“연고는 가져왔어?” 임수연이 다가가 그들의 몸 상태를 꼼꼼히 확인했다.“가져왔어요.” 민소무는 주머니에서 연고 한 통을 꺼내 임수연에게 건넸다.임수연은 이를 받아 주지원과 정홍영의 상처 부위에 조심스럽게 연고를 바르기 시작했고, 약효가 빨리 스며들 수 있도록 손끝으로 한 곳 한 곳 살살 문질러주었다.고충이 모두 도자기 병에 빨려 들어갔을 때쯤 임수연도 두 사람의 상처 부위에 모두 연고를 발라 연고가 바닥이 났다.“보스 걱정 마세요, 상태가 심각하지 않아요. 제때 발견해서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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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85화 이미 가망이 없는

복도에는 여전히 사람들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서 있었고, 두 사람이 달려 나오는 것을 보고 다급히 물었지만 주지원은 무시한 채 바로 옆에 굳게 닫힌 방을 향해 돌진했다.“하천아, 빨리 이 두 방의 문을 열어. 어제 너희 엄마랑 내가 마신 것 말고 가을이 외할머니, 외할아버지, 그리고 우리 아버지에게도 보냈어!”여기까지 달려온 주지원은 기운이 다 빠져서 심하게 헐떡이며 갈라진 목소리로 외쳤다.“네?!” 그 말을 듣자마자 하천의 마음이 허공에 매단 듯 불안해지기 시작했다.다른 생각할 틈도 없이 하천은 급히 발을 뻗어 양쪽 문을 걷어차고 앞쪽 객실로 걸어 들어가면서 민소무에게 지시했다.“소무야, 가서 가을이 할아버지 어떠신지 봐!” 다른 사람들과 미처 말을 나눌 새도 없이 하천은 곧장 방 안으로 들어갔다.방 안의 광경을 본 하천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한석호와 정우림은 침대에 누워 자고 있다가 문 두드리는 소리에 잠에서 깼고, 두 사람은 고개를 들고 왜 갑자기 손녀사위가 문을 발로 차고 들어왔는지 어리둥절한 얼굴로 하천을 바라보았다.“할머니, 할아버지, 괜찮으세요?” 무사한 것을 확인한 하천은 방 안을 두리번거리며 급하게 물었다.“우린 괜찮아, 무슨 일 있었어? 왜 문은 발로 차?” 한석호는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아무것도 아니에요, 괜찮으니까 다행입니다.” 하천은 말하며 방 안을 훑어보다가 탁자 위에 혈영지 두 개가 놓여 있는 것을 보고 손을 뻗어 집어 던지려 했다.“얘, 하천아, 어젯밤에 네 부모님이 보내주신 건데 좋은 거야. 어제 할머니와 내가 졸지만 않았어도 끓여서 마셨을 거야.” 하천의 행동을 본 정우림은 재빨리 말했다.“너 뭐 하는 거야?”“안 마셔서 다행입니다.”하천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응?” 정우림은 한석호를 돌아보았고, 두 사람 다 하천의 말이 무슨 뜻인지 몰랐다.그들은 외투를 챙겨입고 나서야 어제 집에 묵었던 손님들이 모두 방 앞에 서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다소 놀랐지만, 역시나 많은 일을 겪어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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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86화 청주에서 꺼져

빨간 피가 콧구멍과 입가에 흘러내렸다. 장천호는 얼굴을 감싼 채 피를 닦지도 못하고 다소 멍한 표정으로 하천을 바라보았다. 분명 어제 연회장에서 하천은 이미 그와 다 풀었는데, 왜 오늘 갑자기 찾아와서 다짜고짜 그를 때리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그러나 두들겨 맞은 후에도 그는 감히 화를 내지 못했다.“하천 형님, 제가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왜 저를 때리십니까?” 장천호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고, 마음 한구석에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끌고 와!” 하천은 손을 내저으며 곧장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한애가 그의 멱살을 잡고 하천의 뒤에서 끌고 가면서 차갑게 말했다.“이 자식, 네가 무슨 짓을 했는지 잘 생각해 봐. 솔직하게 말하는 게 좋을 거야, 우리가 다그칠 땐 뺨 한쪽으로 끝나지 않아.”“전 아무 짓도 안 했어요!”장천호는 얼굴을 감싼 채 울고 싶었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아직도 솔직하지 못하네.” 한애는 장천호의 뒤통수를 때리고 닭처럼 안으로 끌어당겼다.엄여수는 바로 뒤에서 문을 쾅 닫았다.안에 있던 몇 안 되는 직원들은 무슨 일인지 몰라 벌벌 떨며 제자리에 서 있었다.“당신들과는 상관없는 일이니까 10초 안에 당장 여기서 나가요.” 하천은 그들을 흘끗 쳐다보며 무심하게 말했다.“예, 예!” 감히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 그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곧장 뒷문으로 나갔고, 한 사람은 뛰다가 신발까지 잃어버렸다.장천호는 카운터 옆에 웅크린 채 감히 한마디 말도 하지 못했다.“천호야, 왜 이렇게 시끄러워?” 방 안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려던 장산은 밖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자 어쩔 수 없이 문을 열고 나와 욕설을 퍼부으려 했다.그러나 문을 열자마자 바로 밖에 서 있는 하천을 보고 화가 났던 표정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하천 씨가 왔구나, 천호 이 자식은 어디 간 거야. 내가 전화해서 다시 오라고 해야겠네, 제대로 모셔야지!”“그럴 필요 없습니다. 아드님 여기 있어요.” 하천은 차갑게 콧방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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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87화 아수라를 잡기 위해

“왜 그래요, 보스?”하천이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챈 옆에 있던 한애가 가장 먼저 물었다.하천은 한애에게 휴대전화를 건네며 표정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놀랍지?”화면에 나타난 검은 옷을 입은 남자를 보는 순간 한애의 몸에도 살기 어린 살기가 솟구쳤다.비록 CCTV로 위에서 찍은 사진이고 남자가 오리털 볼캡과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데다가, 예전 검은색 망토에 비하면 훨씬 성숙해 보였지만 하천과 한애는 한눈에 이 사람을 알아봤다.“아수라.”한애는 심호흡하며 남자의 이름을 또박또박 말했다.“그 사람이라고?”운전 중이던 엄여수가 급히 브레이크를 밟으며 인상을 찌푸린 채 두 사람을 바라봤다.“젠장, 아수라가 왜 갑자기 나타난 거야?”아수라라는 말에 하천 일행 셋은 온몸에 살기를 뿜어내지 않을 수 없었다. 이 녀석은 옛날 해외 천왕궁에서부터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던 인물인데, 그렇게 오랜 시간 잠적하다가 다시 나타난 것이다.“흥령에서 청주까지 쫓아올 줄이야.” 하천이 중얼거렸다.한애와 엄여수는 다소 긴장한 표정으로 말했다.“보스, 전에 본 적 있어요?”“응.”하천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작년에 가을이랑 함께 선녀산에 갔을 때 아수라가 계략을 써서 세계 각국의 일류 킬러들을 불러 모아 나를 제거하려 했어. 결국 선녀산에서 그와 싸우다 내게 패하고 도망간 건 너희들도 알고 있겠지?”“알아요.”한애와 엄여수는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그 후로 사라지지 않았습니까?”“맞아, 오랫동안 사라졌다가 가을이 하성과 하월을 낳고 혼수상태에 빠져서 내가 수성 빙잠을 찾으러 연북에 갔을 때, 당시 연씨 왕족이 황제로 즉위하려 했고, 아수라는 중원 세가의 황의 사자로 나타났어. 얼마 전 내가 광혈 때문에 혼수상태에 빠져서 용조 사람들이 영약을 찾으러 흥령으로 갔을 때도 누군가 함정을 파놓았는데 그것도 아수라였어.”이 말을 들은 한애와 엄여수의 표정이 더욱 심각해졌다.“그러니까 보스, 이놈이 강호에 다시 나타난 건가요?”“뭔가 악귀처럼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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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88화 도사리는 위험 속

세 사람이 잔뜩 실망하고 있을 때 갑자기 하천의 휴대폰이 울렸다.발신자는 당용이었고, 하천은 곧바로 전화를 받았다.“얘기하세요.”“하천, 아수라의 흔적을 찾았어.”“어디서요?”하천은 얼굴이 살짝 상기된 채 자리에서 일어났다.당용은 곧바로 대답했다.“교외의 버려진 공장에서. 하지만 아수라를 발견한 후 우리 쪽 사람들을 꽤 많이 죽여서 지금 여러 세력을 모아 아수라를 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 그놈이 청주에서 도망치려 하고 있어.”“근데 아수라 곁에 또 다른 누군가가 있었어.”“네?”하천은 얼어붙은 얼굴로 말했다.“대충 위치 보내주세요.”“그래.”전화를 끊고 하천은 옆에 있는 엄여수와 한애를 바라보며 말했다.“아수라 찾았어, 빨리 가자.”“젠장, 드디어 그놈이 나타났네.”엄여수와 한애는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있었고, 그 시각 양금갑과 임수연도 이쪽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한 무리의 사람들이 두 대의 차를 타고 당용이 보내준 위치를 향해 최대한 빨리 달려왔다.당용이 하천에게 보낸 위치는 다름 아닌 청주 시내에서 청주 경계비를 거쳐 외곽으로 나가는 도로였다.이 시각 청주 경계비 도로에는 검은색 승용차 십여 대가 SUV 한 대를 뒤쫓고 있었다.승용차들 사이에는 권총을 손에 든 사람들이 있었고, 그들은 앞의 SUV를 향해 끊임없이 총을 쐈지만, 이렇게 빠른 움직임 속에서 총알이 앞 차를 맞추는 것은 불가능했다.“젠장, 이적 어르신과 당용 갑부가 아수라의 행방을 알아내는 사람에게 10억, 그를 제거하면 20억, 생포하면 50억을 주겠다고 하셨어.”맨 앞을 달리는 승용차 안에는 머리를 윤기 나게 빗어 넘긴 올백 머리가 능숙하게 총알을 장전하며 얼굴 가득 흥분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노귀라는 별명을 가진 이 사람은 이적에 버금가는 청주의 음지 거물로, 젊은 시절 전쟁으로 폐허가 된 나라에서 용병으로 일하다가 그곳 군벌의 심기를 건드려 귀국한 뒤 잔혹함과 실력으로 지금의 청주 자리까지 올라온 인물이다.“노귀 형님, 아수라는 듣기로 세계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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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89화 너의 악몽

그 시각 수십 명의 노귀 일행이 금신단을 포위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상은 금신단 혼자서 노귀 일행을 모두 포위한 셈이었다.비명과 통곡이 사방에서 울려 퍼졌고, 금신단의 비열함은 노귀의 상식을 완전히 뛰어넘어 전투가 시작되자마자 사람들이 무기를 집어 던지고 사방으로 달아났다.금신단은 무자비하게 끊임없이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 갔고, 1분 만에 수십 명의 음지 구성원이 죽었고 심지어 노귀는 금신단의 철퇴에 머리가 박살 났다.전투는 순식간에 끝났고, 박살 난 시체들이 청주 경계비 사방에 놓여 있었으며 공기에는 극도로 강한 피 냄새가 가득했다.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철퇴에 묻은 핏자국을 닦아내고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승용차를 향해 걸어가는 금신단의 얼굴은 차갑고 무심했다. “앞차에서 기다리지.”아수라는 여전히 청주 경계비 앞에 서서 경계비를 응시하고 있었고, 그 순간 입꼬리가 살며시 씰룩거리더니 이윽고 경계비 윗부분을 손바닥으로 툭 쳤다.쾅-폭발음과 함께 아수라의 손바닥 사이에서 뿜어져 나온 기운에 의해 경계비의 윗부분 전체가 산산조각이 났고, 아수라는 손가락을 뻗었다.길고 가늘어 마치 여자의 손가락 같았지만, 무시무시한 강철의 기운이 가득했다.그는 손가락을 경계비의 나머지 아랫부분으로 뻗어 무언가를 그리는 듯하더니 돌아서서 금신단이 타고 있는 차를 향해 걸어갔다.차는 시동을 걸고 최대한 빠르게 달렸고, 여기저기 널브러진 시체와 망가진 경계비 반쪽을 남기고 사라졌다.“당분간 떠나야겠어.”차 안에서 아수라는 조수석에 앉아 눈을 살짝 감고 가슴에 팔을 두른 채 옆에 있던 금신단에게 말했다.“또 어디 가려고?” 금신단은 이맛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아수라, 상부에서 내려준 임무 마감 기한이 점점 다가오는데 넌 계속 하천과 숨바꼭질만 하고 있어. 언제쯤 그만둘 거야?”“허허…… 서두를 거 없어.”아수라는 보기 드문 미소를 지었다.“하천과 나의 원한은 언젠가는 풀어야 할 거야. 다음에는 태국으로 갈 거야, 그곳이야말로 하천과 나의 숙명을 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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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90화 블랙리스트

당용과 이적에게 현장을 처리하라고 지시하고 하천은 한애 일행과 함께 별장으로 돌아갔다.주진국의 시신은 화장되어 릉원에 안장되고, 그 후 이틀 동안 강도원과 제경 황족, 하준용, 원중 등도 차례로 청주를 떠났다.아수라가 도망쳤으니 그놈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었고, 어디서 터질지 모르니 하천 일행은 상당히 무력감을 느꼈다. 적들은 어둠 속에 있고 자신들은 빛 속에 있으니.하지만 아수라가 청주 경계비 위에 곧 다시 만나자는 메시지를 남겼기에 하천은 기다렸다.이틀이 더 지나자 한애와 엄여수 일행은 각자 돌아갔고, 시끌벅적하던 만월 별장은 다시 조용해졌다.아수라 때문에 하천은 인력을 추가로 파견하여 양금갑 일행이 안쪽을 지키게 하고, 밖으로는 이적에게 많은 경비원을 보내 별장 전체를 지키게 하며, 사람들을 24시간 순찰하게 하여 파리 한 마리도 날아들지 못하게 했다.이후 한동안 하천은 아무 데도 가지 않고 아내와 아이들과 함께 집에 머물렀다.아침 일찍 일어나 주가을과 함께 정원에 있는 꽃에 물을 주고, 어린 두 아이 하성과 하월이에게 우유를 먹이고, 오후에는 하영이에게 독서와 숙제를 가르치고, 저녁에는 온 가족이 함께 저녁을 먹고 산책하러 나가는 등 매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가능하면 평생 이곳에서 가족과 함께 이렇게 평화로운 삶을 살고 싶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지금 하천의 삶은 이미 전속력으로 항해를 시작한 거대한 배와 같아서 멈출 수 없었다.한때 하천은 하씨 가문 문제를 해결하고 나면 청주에 돌아가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하씨 가문 뒤에 황족이 있고 황족 뒤에 고대 무림계가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요즘 고무 세가뿐만 아니라 하천은 할 일이 많았다. 우선 아수라, 이 숙적을 제거하지 않는 한 마음을 놓을 수 없었고, 그의 할아버지 하곤륜, 사부님 구창풍, 이 사람들의 행방은 물론 그들을 찾아가서 답을 찾아야 했다.동시에 그의 어머니 강릉평까지. 하천은 계속해서 힘을 키우고 결국 음산으로 돌아가 무슨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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