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봉희에게 옷을 빼앗긴 박시율은 뒤늦게 호수에 버려진 옷을 보곤 소리쳤다.“어머니, 뭐 하시는 거예요? 저 옷 다 진짜예요, 누가 가짜라고 했다고 버리는 거예요?”박시율은 화가 나 발을 굴렸다. 그리고 다급하게 호수 옆에 다가가더니 눈시울을 붉히고 안절부절못했다. 이것은 도범이 그녀를 위해 처음으로 사준 옷이었다. 결혼을 하고 난 뒤, 수많은 고생을 한 끝에 처음으로 받아보는 선물이기도 했고 그녀가 5년 동안 헛고생을 하지 않았다는 증명이기도 했다.“진품이라고? 그럴 리가 없잖아, 저게 진품이라면 도범이 어떻게 저걸 살 돈이 있겠어?”나봉희가 팔짱을 낀 채 물었다. 그녀는 여전히 도범이 자신의 딸에게 브랜드 옷을 사 줄만큼 돈이 많다고 생각하지 않았다.“사부인, 저 옷들 정말 진품이에요, 우리 세 사람이 매장에 가서 산 거라고요. 그런데 저게 가짜일 리가 있겠어요?”옆에 있던 서정이 참지 못하고 말했다.“5천만 원이나 되는 옷을 저렇게 호수에 버리다뇨!”“제가 가서 건져야겠어요!”박시율이 다급하게 호수로 뛰어들 준비를 하며 말했다.호수의 물이 더럽지도 않았기에 건져내 씻기만 한다면 계속 입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하지만 박시율의 그런 모습을 본 도범은 가슴이 아팠다.5년 전, 박시율은 불과 스무 살밖에 되지 않았다. 그때의 그녀는 박 씨 집안의 아가씨였을 뿐만 아니라 젊은 나이에 하람그룹을 위해 수많은 업적을 쌓았었다.그때의 박시율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명품으로 된 옷을 입고 부잣집 아가씨처럼 대접을 받았는데 지금은 몇 벌의 옷을 위해 호수에 뛰어들으려고 하고 있었다.결국 도범이 앞으로 다가가 박시율을 저지했다.“자기야, 됐어. 옷 몇 벌일 뿐이잖아, 내가 다시 사줄게!”하지만 박시율은 고집스럽게 굴었다.“안돼, 저 옷 그렇게 비싼데. 다 도범 네 목숨으로 바꿔온 돈으로 산 거잖아, 그리고 네가 나한테 처음으로 사 준 옷이기도 하고. 나 무슨 일이 있어도 저 옷 건져내야 해, 그리고 못 입는 것도 아니잖아!”박시율의 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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