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희의 눈동자가 흔들렸다.반재언이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지만, 좀처럼 그를 포기할 수가 없었다. 어쨌든 아직 그는 남우와의 관계를 공식적으로 발표하지는 않았다. 만약 두 사람이 결혼을 하지 않았다면, 그녀는 자신한테도 기회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재언 씨, 주말에 저랑 영화 보지 않으실래요? 이곳에는 저와 영화를 봐 줄 사람이 없어서요. 서울에서 아는 사람이라곤 재언 씨 뿐이기도 하고.”정민희는 은근슬쩍 그에게 데이트 신청을 했다.반재언이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좀처럼 짐작 할 수 없었다.그때 운전을 하고 있던 기사가 백미러를 힐끗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도련님, 뒤차가 아까부터 저희를 따라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그는 전혀 놀라지 않았다. 마치 뒤따라오고 있는 사람이 누군지 짐작된다는 듯이, 아무도 모르게 슬쩍 입꼬리를 올렸다.정민희가 뒤를 돌아보더니 긴장하며 물었다.“우리를 따라오고 있다니. 혹시 아는 사람인가요?”반재언이 느긋하게 답했다.“글쎄요. 아는 사람일 수도 있죠.”정민희는 그가 자신의 차량에 미행이 붙은 걸 전혀 놀라워하지 않고, 아는 사람일지도 모른다면서 느긋한 태도로 말하는 모습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아마 그는 뒤따라오는 사람이 누군지 알고 있는 것 같았다.그리고 어쩌면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그 사람이 아닐까 하고 막연하게 생각했다.차는 곧 그녀가 머물고 있는 호텔 입구에 도착했다. 차 문을 열던 정민희는 곧바로 내리지 않고 그를 향해 물었다.“재언 씨, 시간 되시면 레스토랑에서 함께 점심이라도 하지 않을래요?”반재언은 흔쾌히 그녀의 제안을 받아들였다.“그러죠.”남우는 그들과 멀지 않은 곳에 주차를 한 채, 두 사람이 호텔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지켜봤다. 그녀는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머리로 온몸의 피가 쏠리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반재언 이 개자식. 쓰레기 같은 놈. 이렇게 빨리 다른 여자와 바람을 피워? 하, 남자들이란…”레스토랑 내부 환경은 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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