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세쌍둥이가 CEO 아빠 유괴하기?: Chapter 2371 - Chapter 2380

2771 Chapters

제2371화

그가 싱긋 웃으며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정민희 씨만 개의치 않다면 저는 상관없습니다.”살짝 멈칫하던 그녀가 곧바로 웃으며 답했다.“당연히 개의치 않죠.”반재언이 고개를 숙이며 시간을 확인했다.“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네요. 그럼 전 이만 돌아가 보겠습니다.”정민희가 고개를 끄덕였다.반재언이 떠난 후, 그녀의 눈가에 감출 수 없는 미소가 번졌다.반재언은 열 시 반이 넘어서야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는 거실 불을 끄고 위층으로 올라갔다. 살짝 열린 방문 사이로 새어 나온 불빛이 어둑한 벽면을 밝혀주었다.‘아직 안 자고 있었나?’반재언이 똑똑 문을 두드렸지만 그 어떤 인기척도 들려오지 않았다. 천천히 문을 열고 들어가니 방 주인공의 모습이 한눈에 안겨왔다.남우는 잠버릇이 고약했다. 기다란 다리 사이에는 돌돌 말린 이불이 껴있었고, 이불의 절반가량이 이미 침대 밑으로 축 처져있었다. 그녀는 실크 잠옷을 입고 있었다. 하지만 잠잘 때마저 활동적인 그녀 때문에, 움직일 때마다 자칫 속살이 보일 것 같았다.그가 입술을 악물며 턱에 힘을 실었다.‘지금 저 여자가 내 인내력 테스트를 하고 있는 건가?’최근 들어 그는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인내력이 부족했다는 것을 몸소 체감하는 중이었다.반재언이 침대 쪽으로 다가가 잠든 그녀의 얼굴을 향해 몸을 숙였다. 그는 양팔로 그녀의 몸을 가둔 채 주저하지 않고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그녀의 눈초리가 움찔거리는듯하더니 입술을 달싹거리기 시작했다.반재언이 조금 더 강하게 그녀의 입술을 파고들었다.달콤한 단잠을 누군가가 자꾸만 방해하는 듯한 이상 야릿한 기분을 느낀 남우가 겨우 눈을 잡아 떴다. 그녀는 순간 너무 놀라 숨을 헉하고 들이마셨다. 남우는 양손으로 힘껏 그의 가슴을 밀어냈다.“반재…”채 뱉지 못한 말이 또다시 그의 입술에 막혀버렸다.두 사람 모두 평소보다 한층 더 흐트러진 모습이었다. 남우가 그의 어깨에 기대어 숨을 몰아쉬기 시작했다. 그러다 번뜩 정신을 차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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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72화

반재언은 그 말만 남기고 방을 나갔다.방 안에 홀로 남은 남우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미간만 잔뜩 찌푸리고 있었다.한 편 영국, 오후.진예은은 학원 일을 마치고 서둘러 집으로 향했다. 사실 두 사람만 남겨둔 게 퍽 신경이 쓰였었다. 반재신은 자신의 아버지에 대한 인상이 좋지 않았고, 아버지는 유약한 성격을 갖고 있었다. 만약 화가 난 반재신이 웃어른인 아버지에게 한소리 했다가 아버지가 울기라도 하면 어쩌지.가방에서 키를 찾아 문을 연 그녀는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코를 찌르는 술 냄새에 인상을 찌푸렸다.두 남자는 저녁을 준비하기는커녕, 간단한 안주 몇 가지만 꺼내놓은 채 술을 마시고 있었다. 이미 술 두 박스는 마신듯해 보였다.아버지는 몰래 숨겨두었던 값비싼 와인 두 병까지 꺼내 마시고 있었다. 한 병은 이미 말끔하게 비워진 상태였고 다른 한 병은 삼 분의 일 정도만 남아있었다.정말로 취하기라도 하신 건지 아버지는 빈 술병을 안고 반재신에게 울며 하소연을 하고 있었다. 우는 모습이 어찌나 처량한지 꼬마 아이처럼 느껴질 정도였다.말끝마다 이게 미안하고, 또 저게 미안하다고 하시면서 자신은 쓸모없는 사람이라고 자책했다.반재신 역시 꽤 많이 마신 상태였다. 그는 한 손으로 이마를 괸 채 도무지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듣지 못하고 있었다. 어쩌면 다 큰 어른을 달래는 게 귀찮았던 건지 또다시 그의 잔에 술을 부으며 말했다.“울기만 하지 마시고, 자 한잔하시죠.”“끅… 왜 자꾸 나만 마시고 있나. 안 돼, 자네도 마셔야지.”아버지의 눈에는 더 이상 초점이 없었다. 술을 따르는 손도 부들부들 떨렸는데, 손을 거두다 그만 테이블 위에 있던 빈 명을 툭 건드렸다.“쨍그랑!”요란한 소리와 함께 술병이 바닥에 부딪혀 깨졌다.술을 주우려고 자리에서 일어난 아버지는 한 걸음도 채 못 딛고 옆으로 쓰러져 버렸다. 그러더니 드렁드렁 코를 골며 잠들었다.반재신이 미간을 주무르며 바닥에 누워 뻗어버린 그녀의 아버지를 비웃었다. 그러더니 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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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73화

다음날 잠에서 깬 진예은은 자신의 목 상태가 심각한 것을 알아차렸다. 목은 엉망으로 쉬어버렸고, 침대에서 일어날 기운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았다.반재신이 아침을 들고 방 안으로 들어왔다. 그는 그녀의 목에 울긋불긋하게 자리 잡은 흔적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자신이 직접 만든 ‘작품’에 제법 흡족해하고 있었다.“일찍 일어났네.”그가 협탁 위에 가져온 아침을 내려놓았다. 간단한 식빵 외에 따듯한 국물까지 준비되어 있었다.“혹시 몸이라도 상할까 봐 특별히 너를 위해 장어탕을 끓여왔어.”진예은이 의아한 표정으로 되물었다.“장어는 남자들한테나 좋은 거 아니야?”반재신이 침대 옆에 앉더니 숟가락으로 진하게 우려진 장어탕을 저었다. 그가 그녀 대신 국물을 식혀주며 말했다.“내가 여기서 더 건강해지면, 너만 힘들어질 텐데.”진예은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그가 국물을 떠서 그녀의 입가에 가져다주었다.진예은도 사양하지 않고 넙죽 받아먹었다. 그가 떠먹여 주는 국물을 열심히 받아먹은 그녀가 쟁반을 가리키며 말했다.“나 달걀 먹을래. 까줘.”반재신은 국 사발을 내려놓고 삶은 달걀을 까기 시작했다.진예은은 먹여달라고 투정을 부렸고, 그 역시 그녀가 원하는 대로 순순히 따랐다.반재신이 그녀에게 음식을 떠먹여 주는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단지 예전에 그였다면 먹여주기 전 몇 마디 반박의 말을 했었을 것이다. 그녀가 일부러 자신을 부려 먹는다며 툴툴거렸을 게 뻔했다.그런데 오늘따라 너무 고분고분하게 그녀의 말에 따라주자 그녀는 좀처럼 습관이 되지 않았다.그녀가 자신을 빤히 쳐다보는 것을 알아차린 반재신이 그녀를 바라보았다.“왜?”진예은이 그에게 바짝 다가가 물었다.“너 설마 무슨 사고라도 친 거 아니지? 아니면 혹시 우리 아버지를 때렸어? 그래서 오늘 이렇게 고분고분한 거야?”반재신은 항상 예상 밖의 말만 하는 진예은의 머릿속이 궁금해질 지경이었다. 그가 헛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진예은, 너 혹시 지금까지 내가 너한테 툴툴거렸던 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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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74화

정민희의 눈동자가 흔들렸다.반재언이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지만, 좀처럼 그를 포기할 수가 없었다. 어쨌든 아직 그는 남우와의 관계를 공식적으로 발표하지는 않았다. 만약 두 사람이 결혼을 하지 않았다면, 그녀는 자신한테도 기회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재언 씨, 주말에 저랑 영화 보지 않으실래요? 이곳에는 저와 영화를 봐 줄 사람이 없어서요. 서울에서 아는 사람이라곤 재언 씨 뿐이기도 하고.”정민희는 은근슬쩍 그에게 데이트 신청을 했다.반재언이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좀처럼 짐작 할 수 없었다.그때 운전을 하고 있던 기사가 백미러를 힐끗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도련님, 뒤차가 아까부터 저희를 따라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그는 전혀 놀라지 않았다. 마치 뒤따라오고 있는 사람이 누군지 짐작된다는 듯이, 아무도 모르게 슬쩍 입꼬리를 올렸다.정민희가 뒤를 돌아보더니 긴장하며 물었다.“우리를 따라오고 있다니. 혹시 아는 사람인가요?”반재언이 느긋하게 답했다.“글쎄요. 아는 사람일 수도 있죠.”정민희는 그가 자신의 차량에 미행이 붙은 걸 전혀 놀라워하지 않고, 아는 사람일지도 모른다면서 느긋한 태도로 말하는 모습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아마 그는 뒤따라오는 사람이 누군지 알고 있는 것 같았다.그리고 어쩌면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그 사람이 아닐까 하고 막연하게 생각했다.차는 곧 그녀가 머물고 있는 호텔 입구에 도착했다. 차 문을 열던 정민희는 곧바로 내리지 않고 그를 향해 물었다.“재언 씨, 시간 되시면 레스토랑에서 함께 점심이라도 하지 않을래요?”반재언은 흔쾌히 그녀의 제안을 받아들였다.“그러죠.”남우는 그들과 멀지 않은 곳에 주차를 한 채, 두 사람이 호텔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지켜봤다. 그녀는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머리로 온몸의 피가 쏠리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반재언 이 개자식. 쓰레기 같은 놈. 이렇게 빨리 다른 여자와 바람을 피워? 하, 남자들이란…”레스토랑 내부 환경은 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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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75화

반재언은 그녀를 거절한 첫 번째 남자였다.또한 처음으로 그녀를 보고 호감을 표현하지 않고, 마음이 동하지 않은 남자이기도 했다.이런 이유 때문에 미나토 구로 돌아온 그녀는 좀처럼 반재언이 잊히지 않았다. 곁에 있는 남자들 전부가 반재언의 절반도 되지 못하게 느껴질 정도였다.정민희는 잔뜩 풀이 죽어 호텔로 돌아가려고 했다. 그때, 어둠 속에서 플래시가 번쩍거렸다. 그녀가 흠칫 몸을 굳혔다. 곧바로 그녀는 자신이 도촬을 당했음을 의식했다.당장 달려가 촬영을 막으려던 그녀는 문뜩 뭔가를 떠올리고 걸음을 멈췄다.…반재언은 전경으로 돌아왔다. 현관에 놓인 신발 선반을 확인한 그는 곧바로 남우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그가 남우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그녀는 받지를 않았다.그는 그녀가 어디로 갔을지 대충 짐작이 되었다. 반재언은 강유이에게 메시지를 보냈다.한편 도장.큰오빠의 메시지를 확인한 강유이는 고개를 돌려 한창 샌드백을 때리며 화를 풀고 있는 남우를 바라보았다. 사실 남우가 자신을 찾아왔을 때, 강유이는 그녀와 큰오빠 사이에 어떤 트러블이 생겼음을 짐작했었다.남우가 이토록 화가 난 걸 보니 문명 작은 일은 아닐 것이다.-오빠, 어쩌다 남우 씨를 화나게 한 거야?-네 둘째 오빠가 미나토 구에 있는 DK 그룹과 공동 사업을 추진하는 게 있었는데, 마침 정민희 씨의 아버지가 협력 업체 사람이었어. 아마 나랑 그 여자가 함께 어울리는 걸 보고 기분이 상한 것 같아.강유이의 입꼬리가 파르르 떨렸다.이게 무슨 운명의 장난이란 말인가. 예전에 그녀는 큰오빠를 도울 생각으로 일부러 정민희를 찾아 남우의 신경을 건드리는 작전을 펼쳤었다. 그렇게 그때 일이 마무리되었다고만 생각했는데, 정민희가 이제는 정당하게 큰오빠한테 ‘찝쩍’ 거릴 명분이 생겼다니.그래서 남우가 저토록 화가 난 것이다.-우리 지금 도장에 있어. 남우 씨 지금 엄청 뿔난 상태야. 나 맞을까 봐 두려워 다가가 말도 못 걸겠어.-일단 네가 붙잡고 있어. 괜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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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76화

”거기 서 있는 준 오빠한테 한 수 가르쳐달라고 하는 게 어때?”남자들은 나서서 도와주기는커녕 오히려 호응하며 재미난 구경거리를 기대하고 있었다.하필 남우의 기분이 엄청 나쁜 이 상황에 희생양이 제 발로 굴러 들어오게 되었다. 그녀는 지금 이 상황이 무척 기뻤다. 그녀가 싱긋 미소 지었다.“태권도 검은 띠도 별것 없던데. 뭐가 그리 자랑스럽다고 이러는지.”하준은 그녀의 말에 하도 기가 막혀 웃음이 나왔다. 그는 자기 앞에서 이렇게 건방진 행동을 하는 여자는 처음 봤었다.“이년이 오빠가 좀 봐주니까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나대네.”남우가 팔짱을 끼며 말했다.“허, 꼭 이렇게 약한 놈들이 입만 살아있더라. 다른 사람을 봐준다는 말이나 지껄이는 놈은 이 도장에 설 자격이 없어.”모욕적인 그녀의 말에 남자는 화가 머리끝까지 솟았다. 그가 옷소매를 올리며 말했다.“하, 이게 자기 주제도 모르게 날뛰네. 좋아, 오늘 내가 너 제대로 교육해 줄게.”“잠깐만.”남우가 갑자기 손을 들고 그를 멈춰 세웠다.하준은 그녀가 겁을 먹었다고 생각하고 우쭐거리며 야비한 미소를 지었다.“이제 와서 자기 잘못을 인정한다고 하면 그렇게 난처하게 굴진 않을게. 아니면 네 그 연약한 몸뚱어리가 엉망진창이 되어버릴 수 있어.”그는 태권도 국제 시합에 나가 상을 받은 경력도 있었다. 그런데 이제 막 솟아난 콩나물처럼 가느다란 다리로 간신히 서 있는 것 같은 여자가,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그에게 시비를 걸고 있었다.남우가 남자 뒤에 서 있는 사람들을 가리키며 말했다.“거기 너희도 같이 덤벼.”순간 눈앞의 남자도 지명을 당한 남자들도 멍해졌다.하준은 이제 정말로 화가 나기 시작했다.“너 지금 이거 무슨 뜻이야?”남우가 천천히 외투를 벗어 허리에 걸쳐 매며 답했다.“너 혼자로는 때릴 맛이 난 날 것 같아서. 괜찮아, 사람은 부르고 싶은 만큼 불러도 돼. 강하면 강할수록 좋고.”하준이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하, 이 년 봐라? 너 지금 나 무시해?”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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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77화

”지금 뭐라고 했어요?”‘수작’이라는 단어를 들은 강유이가 갑자기 하준을 돌아보았다.“감히 누구한테 수작을 부린 거야?”그러더니 하준을 힘껏 발로 걷어찼다.하준이 맥없이 바닥에 쓰러졌다.강유이가 한 번 더 차려고 발을 들자 남우가 급히 그녀를 말렸다.“아이고, 됐어요, 됐어요. 이미 내가 때릴 만큼 때렸어요. 여기서 더 때리면 오히려 우리가 괴롭히는 꼴이 된다고요.”그때, 누군가가 도장 안으로 들어왔다.눈앞에 펼쳐진 처참한 상황을 둘러보던 그가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무슨 일이야?”반재언이 나타나자 겨우 사그라졌던 남우의 화가 다시 폭주했다. 그녀는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다시 한번 하준을 걷어찼다.강유이가 말리려고 했지만 어떻게 그녀를 막을 수 있겠는가.당황한 하준이 울상을 지으며 소리쳤다.“왜 또 때려!”자기 기분이 나쁘다고 이렇게 사람을 괴롭혀도 된단 말인가?반재언이 성큼성큼 다가와 남우를 붙잡았다.“가만히 좀 있어.”남우가 그의 손을 뿌리쳤다.“뭔 상관이야?”반재언이 눈을 가늘게 떴다.“내가 널 상관하지 않으면 누가 상관하는데. 네가 이렇게 사람을 때리고 다니면 그 뒷수습은 전부 내 몫이야.”그때 강유이가 남우의 편을 들며 말했다.“오빠, 남우 씨가 싸움하게 된 건, 다 저 남자가 먼저 남우 씨한테 수작을 부렸기 때문이야.”반재언이 입술을 꼭 깨물더니 싸늘한 눈빛으로 하준을 바라보았다.“됐어. 일단 두 사람은 나가 있어.”강유이는 대충 큰오빠가 뭘 하려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그녀는 얼른 남우를 데리고 밖으로 향했다.반재언이 하준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하준은 퉁퉁 부어오른 얼굴을 부여잡고 반재언을 올려다보았다. 그러다 문뜩 살기 가득한 그의 눈빛을 보고 흠칫 놀라며 무의식적으로 뒷걸음질쳤다.“무, 무, 무슨 짓을 하려고? 내가 미리 말하는데. 나 절대 만만한 사람 아니야. 후회할 거라고!”“저 여자를 만진 손이 어느 쪽이지?”“뭐… 뭐라고?”반재언은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남자의 어깨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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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78화

반재언이 그녀를 돌아보았다.“질투 한번 요란하네.”그녀가 버럭 화를 내며 대들었다.“누가 질투를 했다는 거야?”“질투가 아니면 왜 그렇게 화가 난 건데. 오늘 내 차는 왜 미행했고. 응?”남우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그녀가 그를 돌아보았다.“너 내가 미행한 거 어떻게 알았어?”그가 소리 내어 웃었다.“네가 아니면 누가 그런 짓을 하겠어?”남우는 입술만 물어뜯으며 대답하지 못했다.그녀 스스로조차 자신이 왜 그를 미행했는지 알 수 없었다. 어쩌면 그에게 화가 났을 수도 있었고, 정민희와 그가 함께 있는 게 불쾌했을 수도 있었다.잠깐의 침묵이 흐른 뒤 그녀가 갑자기 그에게 물었다.“넌 정민희 씨 같은 여자를 좋아해?”반재언이 미간을 찌푸렸다.“내가 언제 좋아한다고 했었어?”“남자들은 다들 청순가련한 여자를 좋아하잖아. 그러니까 네가 그 여자한테 끌렸다면 그것도 당연한 거겠지.”반재언이 갑자기 시속을 높였다. 깜짝 놀란 남우가 서둘러 손잡이를 잡았다.“이게 무슨 짓이야?”그가 담담하게 대답했다.“돌아가서 얘기해.”그는 전경 저택까지 최고의 속도로 내달렸다.집 안으로 들어선 순간, 반재언이 그녀를 벽 쪽으로 밀어붙였다. 그리고 넥타이를 풀어 바닥에 내동댕이쳤다.그가 돌풍처럼 그녀의 입술을 덮쳤다. 오늘따라 그의 키스가 예전과는 다르게 더욱 뜨겁게 느껴졌다.숨을 고르지 못한 남우가 그를 밀어내려 했지만 그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반재언이 그녀를 자신의 품에 빈틈없이 끌어당기더니, 손가락으로 그녀의 긴 머리카락 안을 파고들었다. 그가 그녀의 어깨에 얼굴을 파묻으며 말했다.“아직도 내가 의심스러워? 난 다른 여자를 절대 이렇게 대하지 않아.”남우는 숨을 몰아쉬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가 그녀의 입술을 매만졌다.“남우야, 난 네가 날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고 싶어.”그녀의 눈초리가 파르르 떨렸다.“… 난 너한테 아무 감정 없어.”“아니. 넌 있어.”반재언과 그녀의 얼굴이 당장 닿을 것만 같았다. 그의 숨결이 그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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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79화

반재언은 남우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녀의 입술을 막아버렸다.…하준의 입원 소식을 들은 그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서둘러 병원으로 달려왔다. 두 사람은 아들의 처참한 몰골에 가슴이 저며왔다.“아이고, 준아. 대체 누가 너를 이 꼴로 만들어 놨어. 응?”하준은 팔뼈가 부러져 석고를 대고 있었고 얼굴은 온통 멍으로 성한 곳이 없었다. 다리에는 금까지 가서 매달려 있는 상태였다.부모가 도착하자 하준은 어린아이처럼 울음을 터뜨렸다.“아버지, 어머니, 무조건 저를 도와주셔야 해요. 저 대신 복수해 주세요.”그의 어머니가 물었다.“태권도 검은 띠나 되는 애가 어떻게 이 지경이 되도록 맞을 수 있어.”하준은 자신이 먼저 잘못을 했다는 말을 하지 못했다. 그는 모든 잘못을 그들에게 덮어씌우고 자신은 아무 잘못도 없는 피해자인 것처럼 포장했다.상대가 많은 인원으로 아들 한 명을 때렸다는 하준의 거짓말을 들은 두 사람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자신들이 여태껏 귀하게 키운 아들이 웬 이름 모를 놈들한테 괴롭힘을 당했다니, 부모로서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다음 날, 하씨 집안에는 예상치도 못한 손님이 찾아왔다.하 회장은 반재언이 왜 갑자기 아들이 병원에 입원한 이 순간에 자신을 찾아왔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하 회장은 그를 접대실로 안내한 후 그에게 차를 건넸다.“반씨 가문의 큰 도련님께서 우리 집엔 어쩐 일인가요?”“아드님이 사고를 쳐서 병원에 입원했다고 들었습니다.”하 회장이 살짝 고개를 수그렸다. 그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어쩐지 반재언의 갑작스러운 방문이 짐작되기 시작했다.“반재언 도련님이 무슨 의도로 그런 걸 물으시는지 모르겠네요. 제 아들이 다친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만약 제 아들이 먼저 사고를 쳤다면 왜 본인이 입원할 지경이 되었겠습니까?”사실 하준이 밖에서 허튼짓을 저지르고 다닌 게 한두 번은 아니었다. 다른 사람을 때려 다치게 한 일도 하도 많아서 몰래 돈을 쥐여주고 합의를 한 적도 비일비재했다.하지만 이번에는 자기 아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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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80화

하 회장은 순간 등 줄기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몸이 저도 모르게 부르르 떨렸다.남강훈, 그들 나이 때 사람이라면 그 이름을 모를 수가 없었다. 반씨 가문의 큰 어르신에 대해서도 익히 들어왔었다. 그 시대 사람들한테 남강훈의 명성은, 반지훈의 할아버지 명성만큼 유명했다.심지어 남강훈이 큰 어르신보다 퍽 어린데도 말이다.반재언이 그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다가갔다.“또한 남우는 나중에 제 와이프가 될 사람입니다. 회장님 아들이 감히 내 와이프를 건드렸는데, 이 빚은 남 회장님이 아니라도 우리 반씨 가문에서 꼭 받아내야겠습니다.”말을 마친 반재언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집을 나가 버렸다.하 회장은 넋이 나간 사람처럼 멍하니 서 있었다. 그는 좀처럼 현실을 자각하지 못했다. 불과 방금 전까지만 해도 그는 남우의 배경이 별 볼 일 없어 아들을 위해 얼렁뚱땅 넘길 수 있을 거라고만 생각했었다.그런데 쓸모라고는 없는 아들놈이, 이번엔 기어코 밟지 말아야 할 지뢰를 밟은 것이다.그것도 한 발에 하나씩 대형 지뢰 두 개를!그 시각 AM 그룹.정민희는 프런트 데스크로 찾아와 반재언을 만나고 싶다고 전했다. 프런트 직원이 말했다.“죄송합니다 정민희 씨, 현재 대표님은 외출 중이십니다.”그녀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외출이요?”프런트 직원이 대답했다.“네. 혹시 대표님을 찾으실 일이 있으시면, 직접 연락해 보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정민희는 지금껏 몇 번이나 반재언을 만나러 회사로 찾아왔었다. 때문에 프런트 직원은 그녀가 당연히 반재언의 여자친구라고 생각하고 친절하게 맞이했었다.정민희의 표정이 난처해졌다.그녀는 반재언의 전화번호를 몰랐다.그녀가 입술을 꼭 깨물고 답했다.“괜찮아요. 바쁜 것 같은데 방해하고 싶지 않아요. 저 여기서 기다리고 있을게요.”배려심 넘치는 그녀의 모습에 프런트 직원은 당연히 두 사람이 그런 사이일 거라고 짐작했다. 그녀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 그럼 편하게 앉아 기다리세요.”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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