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유이의 대답에 민서율은 싱긋 웃어 보였다.“내가 너 때문에 감독을 꿈꿨다면 어떨 것 같아?”“서율 오빠... 어떻게...”그의 말에 강유이는 화들짝 놀랐다. 어떻게... 민서율은 손을 뻗어 삐져나온 강유이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깊은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만약, 내가 그때 어학연수에 가지 않았다면, 네 곁에 설 기회가 생겼을까? 그러면 네가 다른 남자와 결혼하는 모습을 보지 않아도 될 텐데.”민서율은 예전부터 강유이가 한태군을 좋아하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저 어린 시절 한순간의 마음이라고 생각한 그는 자신이 강유이의 곁에 계속 머무르면 강유이가 한태군을 잊고 자신을 받아줄 거라 확신했다.그녀가 해외 연극학교에 입학했다는 소식을 들은 후 그는 그녀와 다시 만날 날만 꿈꾸며 경제학을 포기하고 과감하게 촬영 감독을 선택했다.하지만 그가 다시 돌아왔을 때, 모든 것이 변했다.그녀는 어릴 때부터 좋아했던 남자와 결혼했고, 지난 세월 그가 했던 모든 것이 무용지물로 되었다.예상치 못한 그의 말에 강유이는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서율 오빠, 술 많이 마셨어요?”아주 찰나의 순간이지만, 익숙했던 그의 눈빛이 낯설게만 느껴졌다.예전처럼 상냥했던 그의 눈빛 속에 낯선 감정은 욕망에 가득 찬 남자의 눈빛이라는 것을 그녀는 알아차릴 수 있었다.강유이는 무의식적으로 뒷걸음질 쳤다.“서율 오빠, 다른 사람을 불러올게요.”그녀가 다른 사람을 찾으러 돌아설 때, 민서율은 그녀의 손목을 세게 움켜쥐고 품에 안았다. 그의 반응에 깜짝 놀란 강유이는 미처 반응하지 못했다.그때, 누군가 나타나 민서율을 밀쳐냈고, 힘을 이기지 못한 채 바닥에 쓰러진 민서율이 정신을 차리고 강유이를 막은 사람을 확인했다. 주계진.주계진은 비아냥거리는 말투로 말했다.“어머, 조감독님이셨어요. 저는 어느 변태가 우리 유이 씨한테 개수작을 부리고 있다고 착각했지, 뭐예요.”이를 악물고 천천히 자리에서 몸을 일으킨 민서율은 옷에 묻은 먼지를 툭툭 털어냈다.“주계진 씨는 제가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