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런 말 때문에 이러는 줄 알아?”진예은은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 그녀의 얼굴이 침울하고 무기력해 보였다.“그게 아니면 뭔데?”반재신이 그녀의 손등을 쓰다듬었다.“진예은, 유이 앞에서만 네 속마음을 털어놓을 거야? 나한테는 할 말 없어?”진예은의 눈동자가 잠깐 흔들렸다. 하지만 곧이어 그녀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없어.”반재신이 그녀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녀의 눈에는 더 이상 아무런 동요도 없었다. 마치 바람 한 점 일지 않은 해수면처럼 잔잔하기만 했다. 잠시 후 그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휴식 잘하고 있어.”반재신이 떠난 후, 진예은은 손목에 차고 있던 팔찌를 만지작거렸다. 그녀가 입술을 깨물었다.6개월 전부터, 두 사람 사이에는 마치 보이지 않는 벽이 생겨버린 것 같았다. 그녀가 연서만 중요시한다고 생각한 반재신이 불같이 화를 내며 나가버린 뒤, 두 사람은 보름 가까이 만나지 못했었다.확실히 그때 그녀는 조급한 마음에 섣부른 행동을 했었다. 그녀가 연서의 안전만 고려하느라 그의 마음을 무시했던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었다. 그녀는 그 책임을 회피할 수 없었다.두 사람의 감정에 금이 간다고 해도 그건 그녀 스스로가 만든 문제였지, 반재신의 잘못이 아니었다.오히려 그녀는 반재신한테 고마웠다. 그가 있었기에 연서는 빠르게 치료받고 무사할 수 있었다. 또한 그는 그녀가 아무리 미워도 연서를 계속 돌봐주며 마음의 병을 치료할 수 있게 정신과 의사 심윤의까지 옆에 붙여주었다.그때까지만 해도 그녀는 이대로라면 모든 게 잘 해결될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녀는 연서의 병이 잘 치료되기만 하면 반재신한테 사과하고, 그에게 자신의 솔직한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그에게 자신은 한 번도 배 속의 아이와 그를 포기한 적 없다고, 어두운 과거를 잊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도록 노력할 거라고 말할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그렇게 그녀의 마음이 흔들리고 있을 때, 연서의 병이 갑자기 악화되었다. 아이가 스스로 자해하는 방식으로 그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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