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재언은 부정하지 않았다.“남우씨가 방을 들어서는 순간부터 깨어 있었어요.”그의 말에 남우의 얼굴이 순식간에 달아올랐다.“그러면 왜 계속 자는 척했어요?”반재언은 계속하여 미소를 머금은 얼굴로 대답했다.“자는 척하지 않으면, 남우 씨가 왜 제 방에 들어왔는지 알지 못하잖아요.”화가 치밀어 오른 남우는 눈가가 파들파들 떨리는 것을 느꼈다. 그가 일부러 자신을 골탕 먹인 것 같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천천히 심호흡을 하고 허리에 손을 두른 그녀가 말했다.“저는 좋은 마음으로 찢은 셔츠를 배상하려고 했는데.. 반재언씨가 이렇게 나오니, 더 이상 배상할 필요도 없겠네요.”그러자 반재언은 눈썹을 치켜세웠다.“남우씨에게 배상하라고 할 생각은 없었지만, 그렇게 배상하고 싶다고 하니…”침대에서 내려온 그가 그녀의 앞에 멈춰 서더니 두 팔을 활짝 벌렸다.“자, 이제 편하게 재도 돼요.”남우가 고개를 돌렸다.“마음이 바뀌었어요.”반재언이 불쑥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 그녀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이미 그녀의 두 팔은 반재언의 허리에 두르고 있었다. 어젯밤에 보았던 가슴이 다시 눈앞에 나타나자 남우는 그저 멍한 표정으로 자리에 얼어붙었다.잠시 후, 그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머리 위에서 들려왔다.그제야 정신을 차린 남우가 고개를 숙여 줄자를 만지작거리더니 줄자를 허리에 두르고 말했다.“됐어요.”고개도 돌리지도 않고 반재언의 방을 나선 그녀는 곧바로 자신의 침실로 달려갔다.문 뒤에 기대어 손을 가슴에 얹은 그녀는 빠르게 뛰는 심장을 진정했다. 심장이 하도 정신없이 뛰어 이러다 입밖으로 튀어 나오지는 않을까하는 걱정까지 들었다.고작 허리둘레를 재는 것뿐, 아주 정상적인 행동을 했을 뿐인데, 왜 심장이 이리도 빨리 뛰는 걸까?그 시각, 남강훈은 푸조와 대면하고 있었다. 푸조가 자신을 찾아올 것이라는 것을 미리 알고 있었던 그가 태연하게 물었다.“그래, 나를 만나겠다고 했으니 조건부터 들어 봅시다.”“회장님께서 저를 도와주신다면, 앞으로 남씨 가문을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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