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섭정왕의 왕비로 환생하다: Chapter 2631 - Chapter 2640

3180 Chapters

제2631화

코 고는 소리로 보아 노옥도는 깊게 잠든 것 같았다.소백지의 두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그녀는 품에서 비수를 꺼내더니 노옥도의 목을 노리고 힘껏 휘둘렀다.낙요는 흠칫 놀라며 안으로 달려가서 소백지의 손을 잡았다.놀란 소백지는 암살이 실패한 것을 눈치채자마자 낙요의 손길을 뿌리치려고 손목을 비틀었다.어렵게 잡은 기회를 절대 이렇게 놓치고 싶지 않았다.낙요는 그녀의 양손을 꽉 잡고 낮은 소리로 말했다.“이러지 말아요. 지금 이 인간을 죽이면 낭자도 죽어요!”소백지는 시뻘겋게 달아오른 눈으로 낙요를 노려보며 소리쳤다.“이거 놔!”“살고 싶은 생각은 처음부터 없었어! 내가 어떻게 잡은 기회인데! 이 짐승 같은 놈이랑 같이 지옥에 떨어질 거라고! 이상한 일에 연루되고 싶지 않으면 당장 나가!”소백지는 쉽게 뜻을 굽히려 하지 않았다.하지만 노옥도는 낙요에게 있어 아직 이용 가치가 있었기에 이대로 죽게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다.태의원 장원이 태의원에서 죽으면 분명 철저한 조사가 내려올 것이고 소백지도 결국 책임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낭자, 내 말 좀 들어봐요. 노옥도를 처벌할 방법은 많아요. 이런 식은 아니에요. 이런 짐승 같은 인간은 쉽게 죽이면 안 돼요. 이 인간이 명성을 잃고 가진 모든 것을 잃고 고통에 몸부림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나요?”그 말을 들었을 때 소백지는 잠깐 고민했다.낙요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그녀의 손에서 비수를 빼앗고는 소백지를 끌고 방을 나왔다.밖으로 나온 낙요는 코 고는 소리가 들리는 것을 확인하고 소백지가 그에게 수면제를 먹였다는 사실을 눈치챘다.아마 깊게 잠들었으니 그들의 대화를 듣지는 못했을 것이다.그녀는 소백지를 끌고 자신의 방으로 왔다.그리고 주변에 사람이 있는지 관찰하고 방문을 잠갔다. 낙요는 소백지를 위해 찻잔에 차를 따라주며 말했다.“일단 이거 마시고 진정해요.”의자에 앉은 소백지는 지금도 손을 떨고 있었다.“왜 말렸나요? 설마 낭자도 저 인간을 죽이고 싶었나요? 둘 사이에 원한이 나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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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32화

소백지의 얼굴에 깊은 두려움이 떠올랐다.“언니가 죽기 전 나랑 언니는 매일 밤중에 놀라서 잠에서 깼어요. 눈을 뜨면 노옥도가 침대 앞에 서 있는 모습이 보이더라고요.”“너무 무서워서 밤에 잠을 잘 수가 없었어요. 한번은 그 자식이 우리가 먹는 음식에 약을 넣었어요. 밤중에 자고 있는데 누군가가 내 몸을 더듬는 느낌이 들어서 눈을 뜨고 싶은데 눈이 안 떠지더라고요.”“마치 귀신에게 쫓기는 기분이었어요. 대낮에도 놈은 우리가 뭘 하는지 감시했어요. 쳐다보는 느낌이 들어 고개를 들면 노옥도의 역겨운 면상이 보이더라고요.”소백지의 목소리가 두려움에 떨리고 있었다.그 기억들은 그녀의 마음속에 깊은 음영을 남겼다.“언니는 어떻게든 저를 지킨다고 노옥도가 제 몸에 손을 댈 때마다 제 앞을 막아섰어요.”“난 나약해서 반항조차 할 수 없는 나 자신이 너무 싫었어요. 내가 조금만 강했어도 언니가 그 인간 때문에 죽음을 택하는 일은 없었을 거예요. 지금까지 꾹 참고 있었던 건 언젠가는 그 인간을 죽이기 위해서였어요.”낙요는 조용히 이야기를 들으며 서서히 치미는 분노를 느꼈다.“노옥도가 귀신을 두려워하지 않는 건 아니에요. 다만 낭자가 귀신분장을 했다는 걸 알아서 놀라지 않은 거예요.”낙요는 그날 괜한 짓을 하지 말라던 노옥도의 말이 떠올랐다. 그렇다면 그 전날에 호숫가에 이미 갔었다는 것을 설명했다.노옥도는 처음부터 밤에 통곡하는 사람이 소백지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두려울 이유가 없었다.소백지는 흠칫하더니 진지한 얼굴로 낙요를 바라보며 물었다.“다른 방법이 있을까요?”낙요가 말했다.“우는 대상이 소운령 낭자라는 것을 믿게 해야지요.”노옥도에게 두려움을 느끼게 할 수 있는 방법은 그가 본 것이 진짜 귀신이라는 것을 믿게 하는 방법뿐이었다.“이 일은 나한테 맡기고 다시는 경거망동하지 말아요. 최대한 노옥도가 이상한 짓 하지 못하게 내가 옆에서 지킬게요. 노옥도가 다가오면 나한테 맡기고 도망가세요.”소백지는 낙운의 실력을 이미 확인했기에 순순히 고개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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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33화

모든 일을 마친 그녀는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노옥도의 마당을 떠났다.다음 날 다시 노옥도를 만났을 때 얼굴이 퀭하고 눈 밑이 시커먼 것이 잠을 설친 것처럼 보였다.소백지는 그 얼굴을 보고 움찔 놀라며 낙요가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낙요는 그런 그녀에게 담담한 미소를 지어보였다.이것은 겨우 시작에 불과했다.보아하니 어젯밤 망령에게 적지 않게 시달린 모양이었다.그런 와중에도 노옥도는 소백지를 향해 손짓했다.“이리 와서 날 좀 부축해다오.”소백지는 순간 당황했다.낙요는 생긋 웃으며 그녀의 옆을 지나쳐 노옥도에게 다가가서 놀란 목소리로 물었다.“장원 나리, 안색이 어찌 이리 안 좋으십니까?”“혹시 어제 잠을 편히 못 주무신 겁니까? 안 그래도 어제 여인이 우는소리를 들었사온데 너무 무서웠습니다. 태의원에 귀신이 드나든다는 소문이 있더니 사실인가 봅니다.”“대체 어느 낭자가 이리도 깊은 원한을 가지고 이승을 떠도는 건지….”그 말을 들은 노옥도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노옥도의 두 눈에서 공포를 확인한 소백지는 눈시울을 붉히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드디어 두려움을 느낀 건가? 드디어! 언니를 기억해 낸 걸까?’하지만 두려움은 잠시뿐이고 노옥도는 분노한 목소리로 호통쳤다.“그게 무슨 헛소리냐!”“감히 태의원에서 귀신 얘기를 꺼낸 자에게는 곤장을 내리겠다! 당장 그 입 다물지 못할까!”말할수록 노옥도는 분노에 치를 떨었다.“비켜! 소백지한테 오라고 했지 너한테 오라고 했어?”하지만 차가운 호통에도 낙요는 길을 비키지 않고 담담히 말했다.“백지 낭자는 어제 귀신 소리에 놀라서 잠을 설쳤사옵니다. 아마 나리를 부축하기에는 힘에 부칠 테니 제가 하지요!”“어제 제가 해드린 안마가 효과는 있사옵니까?”“안색이 안 좋으신 걸 보니 오늘 한 번 더 주물러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그 말에 노옥도가 펄쩍 뛰었다.“귀신 얘기 꺼내지 말라고 하지 않았느냐! 지금 내 말이 말 같지 않은 게야!”“진 태위가 보낸 사람이라고 해서 내가 널 어쩌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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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34화

분노에 이성을 잃은 노옥도는 성백천까지 같이 곤장을 치려고 들었다.소란이 커지자 의원들을 비롯하여 태의들까지 모여들기 시작했다.호위대가 성백천을 바닥에 꿇리려 하자 사람들이 너도나도 나서서 노옥도를 말렸다.하지만 노옥도의 태도는 강경했다.“같이 곤장을 맞고 싶지 않으면 다들 조용히 해! 올해 봉록 다 몰수당하고 싶어?”그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사람들은 불만에 찬 얼굴로 입을 다물었다.태의원 장원의 권력은 딱히 크다고 볼 수 없지만 하필 노옥도는 황후의 사람이었다.황제가 병들어 누워 있는 마당에 이 황궁에서 황후의 말이 곧 법이니 노옥도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성백천과 낙요가 억지로 바닥에 무릎이 꿇리고 곤장이 내려지는 순간 낙요는 식지 손가락을 살짝 튕겼다.그러자 노옥도의 옷섶에 갑자기 불이 붙더니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이게 다 뭐냐! 악!”불꽃을 본 노옥도가 겁에 질려 비명을 질렀다.주변에서 지켜보던 사람들도 당황하여 미처 반응하지 못하고 멍하니 지켜만 보고 있었다.노옥도 몸에 붙은 불이 점점 커지자 그제야 그들은 이러다가 이대로 타죽는 게 아닐까 걱정하며 다급히 옷가지를 들고 달려와서 불을 끄려고 시도했다.하지만 한번 붙은 불은 꺼지지 않고 점점 거세게 타올랐다.노옥도는 울음 섞인 비명을 질렀다.“빨리 와서 불 좀 꺼! 악!”한 태의가 다급히 소리쳤다.“장원 나리, 그렇게 뛰어다니지 마시고 옷부터 벗으세요. 빨리요!”노옥도는 그제야 다급히 옷을 벗기 시작했다.하지만 너무 당황해서 그런지 저고리 고름이 아무리 잡아당겨도 풀리지 않았다.옷에 불을 달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노옥도를 보며 낙요는 터져 나오는 웃음을 꾹 참았다.소백지도 그 모습을 보며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머금었다.하지만 이 정도로 노옥도를 죽일 수는 없었다.낙요는 바닥에서 일어나며 소리쳤다.“장원 나리, 저기 호수 쪽으로 뛰세요. 빨리요!”노옥도는 다급한 마음에 누구 목소리인지 확인하지도 않고 호수가 있는 방향으로 미친 듯이 뛰었다.다른 사람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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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35화

하지만 건져올린 건 사람 시체가 아닌 신발이었다.“여인의 신발 같은데요?”“대체 누구의 것일까요?”그것은 어제 낙요가 호수에 던진 신발이었다.태의원 내에서는 의복이 다 동일했기 때문에 의녀들은 다 같은 신발을 신고 있었다.신발을 본 소백지는 그 순간 언니를 떠올렸다.낙요와 시선을 교환한 그녀는 다급히 그쪽으로 달려갔다.“이건… 언니 신발이에요!”그 말을 들은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뭐?”“소운령?”“소운령은 죽었지 않았느냐?”대낮에 현장에 있던 사람들 모두가 등골이 오싹해지는 것을 느꼈다.노옥도는 그 신발을 보자마자 온몸이 부들부들 떨리고 머리털이 곤두섰다.가까스로 정신을 차린 그가 차갑게 소리쳤다.“무슨 헛소리야? 다시 귀신 얘기를 꺼내면 곤장을 친다고 했지!”“볼일 없으니 그만 해산해!”사람들을 전부 쫓아버린 노옥도는 다급히 옷을 갈아입으러 방으로 향했다.하마터면 불에 타죽을 뻔한 것을 생각하면 지금도 손발이 떨렸다.그런데 젖은 옷을 벗고 목욕까지 했는데도 간지럼증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목덜미에 묻어 있던 머리카락을 생각하니 그는 다시 가슴이 철렁하며 다급히 욕탕에 뛰어들었다.호숫가.사람들이 다 떠나고 낙요와 소백지, 성백천만 자리에 남았다.낙요는 부드럽게 소백지의 어깨를 다독였다.소백지는 가까스로 감정을 추스르고 신발을 쥐고는 낙요와 함께 방으로 돌아갔다.성백천도 그들을 따라 안으로 들어가서 문을 잠그고는 물었다.“조금 전 그 불, 누가 한 것이오?”낙요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담담히 말했다.“어제 노옥도의 옷에 손을 좀 써두었소.”성백천은 미간을 찌푸리며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하지만 낭자, 오늘 한 행위는 너무 눈에 띄었소.”“노옥도도 곧 낭자가 한 짓이라는 것을 눈치챌 것이오.”낙요는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내가 원하는 게 바로 그거네.”성백천은 순간 움찔하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낙요는 천천히 숨을 고르고 말했다.“노옥도의 표적이 내가 되면 다른 사람을 괴롭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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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36화

그 말을 들은 낙요는 의문이 들었다."장서각이면, 설마 의서라도 보러 갔단 말이오?"성백천이 고개를 끄덕였다."그 부분이 나도 이상했소. 노옥도가 의술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그는 이쪽에 큰 흥미가 없는 사람이오. 그의 방만 보아도 의술에 관한 서책이 없소. 그런데도 불구하고 계속 장서각에 드나들다니, 아무리 봐도 수상하오."낙요가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설마 노옥도가 그곳에 뭔가 비밀을 숨겼을 거라 생각하는 것이오?"성백천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렇지 않고서야 굳이 볼일도 없는 장서각을 그리 자주 드나들었을 것 같지 않소. 하지만 서재에 들어가려면 허락이 필요해서, 정확히 무엇인지 아직 파악하지는 못했소."낙요는 생각에 잠겼다."그대라면 충분히 허락받을 수 있지 않소?"성백천이 대답했다."들어갈 수는 있겠지만, 워낙 내부가 방대하여 노옥도가 숨긴 것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오. 다 살펴보려면 최소 몇 달은 소요될 텐데, 찾는다고 해서 반드시 성공하리란 보장도 없지 않소?”이 말을 들은 낙요가 다시 고민하기 시작했다."그렇다면 다른 방안을 모색해봅시다. 기다리면 반드시 기회는 올 것이오."상백천이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옆에서 둘의 대화를 듣고 있던 소백지는 크게 동요했다. 그녀는 단번에 성백천과 낙요가 심상치 않은 일을 벌이려 하고 있음을 직감했다. 황후에게 맞선다니, 그녀로서는 도무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대화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자, 세 사람은 각자 자신의 일을 하러 자리를 떠났다.한편, 태의원은 큰 혼란에 휩싸인 듯, 삼삼오오 모여 뭔가 토론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낙요는 왠지 모를 호기심이 들어 조용히 그들의 대화에 집중했다. 자세히 들어보니, 노옥도의 신변에 문제가 생겼다는 얘기였다.그녀는 곧바로 노옥도의 집으로 향했다. 가보니 이미 그곳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그중에 시종들은 물론 의녀들도 왔다 갔다 드나드는 것이 보였다. 이때, 안에서 노옥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좀 살살하거라! 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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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37화

낙요의 발에 새 신발이 신겨져 있었다. 아주 흠잡을 데 하나 없는 깨끗한 신발이었다. 태의원에 온 뒤로 줄곤 험한 일만 시켜 신발이 가득 더러워져 있어야 정상이었는데, 노옥도는 순간 뇌리에 번쩍하고 무언가가 지나갔다. ‘분명 욕탕에서 신발 한쪽을 발견하지 않았던가? 설마….’노옥도는 순간 소름이 쫙 끼쳤다.“됐습니다. 전 이만 쉴 테니, 어서 가보십시오!”“네.”낙요가 빈 그릇을 들고 물러났다. 노옥도는 그녀가 떠나고 한참이 지나서도 좀 전의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당일, 그는 낙요가 다른 일로 바쁜 틈을 타 그녀의 방에 몰래 침입해 서랍장을 뒤졌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그의 눈에 익숙한 신발 한쪽이 들어왔다. 그가 욕탕에서 발견했던 그 신발과 똑같은 모양의 반대쪽이었다. “역시 네가 꾸민 짓이구나!”모든 상황을 파악한 노옥도는 분노에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는 살기를 뿜은 채, 곧바로 방을 떠났다.그날 밤, 서늘한 바람이 창틀을 타고 흘러 들어왔다. 잠에서 깨어난 소백지는 살짝 열린 창문 밖으로 누군가가 서 있는 것을 느꼈다. 깜짝 놀란 그녀가 벌떡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공포가 서서히 몸을 지배하기 시작했다.그런데 이때, 익숙한 노옥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백지야, 얼른 문을 열거라.”그 목소리를 들은 소백지는 전신에 떨이 곤두서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비명이 튀어나오려는 것을 간신히 막으며 닫혀 있던 방문을 열어젖혔다. 그러자 노옥도가 다급히 들어오며 다시 문을 잠그는 모습이 보였다. 소백지는 경계하며 침대 쪽으로 향했다. 머리맡에 만에 하나를 위해 숨겨놓은 비수가 놓여 있었기 때문이었다. 역시나 노옥도가 그녀의 뒤를 따라오는 모습이 보였다. 불길한 기분을 느낀 소백지가 베개 밑에 있는 단도에 손을 가져다 댔다. 여차하면 이곳에서 목숨을 걸고 반격해야 할지도 몰랐다. 그런데 이때, 노옥도가 갑자기 진지한 분위기를 잡으며 말을 꺼냈다.“백지야, 하나만 대답하거라. 혹시 너, 낙운이랑 합작해 날 골탕먹이려 했느냐? 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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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38화

티끌 하나 걸치고 있지 않는, 민망한 자세를 한 여자의 모습이 드러났다. 그런데 그림의 가장 큰 문제점은 얼굴이었다. 여자의 얼굴에 소백지 언니의 얼굴이 그려져 있었던 것이었다!소백지는 분노가 솟구쳐 눈가가 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녀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날카로운 목소리로 노옥도를 향해 외쳤다.“이게 무슨 짓입니까! 이미 죽은 사람을, 제발 좀 내버려두십시오!”소백지는 당장이라도 눈앞에 남자를 갈가리 찢어 들개의 먹이로 주고 싶었다. 그만큼 이 상황에 분노하고 속상했다. 반면 노옥도는 매우 여유로워 보였다. 그가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채 말했다.“이번만 도와주면 이것도 다 너에게 주고, 다시는 너와 너의 언니를 건드리지 않을 거다."소백지가 분노를 참으며 물었다.“뭘 도우면 됩니까?”노옥도가 웃으며 말했다.“낙운을 백초원으로 유인해서 기절만 시키거라. 둘이 한 편이니, 의심 살 일은 없을 것 아니냐? 이것만 해주면 된다. 나머지는 내가 알아서 다 할 테니.”그 말을 들은 소백지가 경멸 어린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설마 임자가 있는 여자한테까지 그런 짓을 하려는 겁니까?”이 짐승만도 못한 남자가 그 뒤로 어떻게 할지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분명 낙요를 덮치려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자연스럽게 더러운 소문이 나게 해서, 자살하게 하려는 것이다. 그녀의 언니한테 그랬던 것처럼.거기까지 생각한 소백지는 속에서 걷잡을 수 없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동시에 이렇게 당할 수밖에 없는 것이 너무나도 분하고 슬펐다.그녀가 대답을 머뭇거리고 있자, 노옥도의 눈빛이 싸늘하게 가라앉았다.“하기 싫으면 안 해도 된다. 하지만 이 그림이 어떻게 될지는 나도 장담 못 해. 설마 태의원 사람들이 네 언니의 이런 모습까지 알기를 바라는 건 아니겠지?”그 말을 들은 소백지는 더 이상 이성을 유지할 수 없었다. 그녀는 거의 미친 사람처럼 그에게 달려들어 그림을 빼앗았다.“이 짐승만도 못한 개자식아!”소백지는 죽을힘을 다해 그림을 갈가리 찢어버렸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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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39화

문득 익숙한 느낌을 받은 낙요는 얼른 옷을 챙겨 입고 문을 열었다. 아니나 다를까 소백지가 방문 앞에 쪼그려 앉은 채 울고 있었다. 놀란 낙요가 소백지에게 다가가며 말했다.“무슨 일입니까? 설마 노옥도가 또 찾아왔습니까?”소백지가 눈물을 닦으며 힘겹게 말했다.“노옥도가 당신을 백초원으로 데리고 오라고 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이제 거의 시간이….”소백지의 얼굴은 거의 백지장처럼 하얗게 질려 있었다. 그 말을 들은 낙요의 표정도 딱딱하게 굳었다. “그럼 같이 갑시다. 도대체 어쩔 작정인지 한번 봐야겠습니다.”소백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두 사람은 함께 백초원으로 향했다. 백초원은 태의원에서 약초를 기르기 위해 특별히 만들어 놓은 터였다. 이곳엔 없는 약초가 없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태의원의 핵심 중의 핵심이었다. 백초원은 전문 관리사가 존재하지 않았지만, 모두가 그때그때 필요한 약초를 가지러 오면서 자발적으로 관리를 해주는 곳이었다. 그 때문에 태의들이 모두 퇴근한 저녁 시간엔 누구 하나 보초 서는 사람 없이 매우 고요했다.낙요가 앞장서 백초원의 문을 열어젖히며 조심스레 따라오던 소백지에게 물었다.“노옥도는 아직 안 왔습니까?”하지만 소백지는 그 사이, 바닥에 떨어져 있던 나무 몽둥이를 들어 낙요를 향해 휘둘렀다. 낙요가 위험을 감지했을 때는 이미 늦은 뒤였다. 그녀는 무방비한 상태에서 공격당해 바닥에 쓰러졌다. 소백지가 고통스러운 눈빛으로 손에 들고 있던 몽둥이를 내려놓으며 주저앉았다.이때, 어둠 속에서 노옥도가 걸어 나왔다. 그가 매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잘했네. 이제 가봐.”노옥도가 품에서 빨간 여자 속옷과 그림을 소백지에게 던져주며 덧붙였다.“약속은 약속이니까, 이건 가져가. 앞으로 다시는 널 귀찮게 할 일은 없을 것이다. 다만 오늘 밤 일은 무덤까지 가지고 가지 않으면, 큰코다칠 줄 알아!”그는 소백지가 절대로 밖으로 이 일을 발설하지 않으리라 확신했다. 이미 언니인 소운령을 통해 반항할 경우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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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40화

낙요가 장검으로 그의 밑을 가리키며 차갑게 웃었다.“걱정하실 거 없습니다. 설마 제가 그쪽을 죽이기야 하겠습니까? 다만 좀 아프긴 할 겁니다. 거세당할 거니까!”그 말을 들은 순간 노옥도는 자기도 모르게 움츠러들었다.“뭐라고!”차가운 바람이 그의 등을 훑고 가며, 흐린 시야 앞에 왠지 모를 익숙한 인기척이 느껴졌다. 노옥도는 상대를 확인하려 눈을 부릅떴지만, 눈에 들어간 가루 때문에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직감적으로 소운령의 인기척이라고 느꼈다.그리고 이때, 귓가에 스산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두려워? 당신이 추행한 무고한 여자들은 어땠을 것 같아? 당신 때문에 억울하게 죽은 내 원한은 누가 풀어주냐고! 당신 때문에 내 명예, 내 순결이 더럽혀졌어! 죽음은 사치지, 넌 평생 고자로 살면서 죽는 것보다 더 괴로운 고통을 겪게 될 거야!”안 그래도 어두운 밤, 사람이 잘 다니지 않는 곳에 이런 소리까지 들리자, 노옥도는 두려움에 점점 심장이 쪼여왔다.그가 침을 꿀꺽 삼키며 긴장된 목소리로 물었다.“소운령? 정말 너야? 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노옥도가 도망치려는 듯 바닥을 쓸며 한쪽 구석으로 기어갔다. 하지만 그 목소리는 멀어지기는커녕 마치 귓가에 대고 속삭이는 듯 가까워지고 있었다. 정말 소름 끼치기 그지없었다!“어딜 감히 도망치려고!”그 순간, 노옥도는 목이 졸리는 고통을 느꼈다. 그는 이성을 잃은 채, 소운령에게 살려달라고 빌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낙요가 그의 목을 조르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이미 현실과 환상을 구분할 수 있는 정신이 없었다.낙요는 한 손으로 노옥도의 멱살을, 또 한 손으론 장검을 정확히 그의 중심 부위를 내리찍었다.“안 돼, 안 돼! 악!”노옥도는 하체에서 싸늘한 기운을 느끼는 동시에 그대로 졸도하고 말았다.곧이어 소백지가 낙요를 향해 달려왔다.“어떻게 됐습니까?”“기절했습니다.”낙요가 손을 탁탁 털며 말했다. 사실 그녀는 칼 꽂아 넣는 시늉만 했을 뿐, 실제로 자르지는 않았다. “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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