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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명의 왕비: Chapter 2981 - Chapter 2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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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981화

원경릉은 진정하게 되었다. 우문호가 아무 걱정도 안 했으면 했지만 그를 속일 수 없는 데다 이렇게 대성통곡까지 했으니 이유를 말하지 않으면 잠도 못 잘 게 분명했다.결국 원경릉은 안지여가 이리봉청에게 저지른 짓을 얘기해주었다. 우문호는 한동안 아무 말도 못하더니 눈가가 붉어졌다. 그리고 이를 갈며 소리쳤다. “천하에 어떻게 그런 악독한 인간이 있을 수가 있지? 개돼지만도 못한 것들!”“당신, 풍도성 성주 안지여를 만나본 적이 있어?” 원경릉이 물었다.“예전에 경성에 온 적이 있어서 한 번 보긴 했어. 거의 얘기도 안 나눴지만, 그에 대해 인상에 남은 게 있어. 부부가 같이 경성에 왔는데 서로 정말 사랑하는 모습이었거든. 그때 안 성주는 아내를 끔찍하게 사랑하는 사람이라며, 많은 내명부 여자가 성주 부인은 행복하시겠다고 부러워했지.”우문호가 차갑게 웃으며 매서운 눈빛을 보였다. “소위 끔찍하게 아끼는 사랑 뒤에 이런 악독한 심사가 숨어 있을 줄 몰랐어. 다른 사람의 목숨과 피눈물을 자신의 사랑을 이루는 데 쓰는 인간에게 어떻게 원한을 가지지 않을 수가 있어?”우문호는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을 수 없어 벌떡 일어나 당장이라도 나갈 채비를 했다. “안 되겠어. 성지를 내려 안지여를 경성으로 불러들여 죄를 묻고 이리 나리를 대신해 원수를 갚아야겠어!”원경릉이 눈물을 닦고 얼른 말렸다. “안 돼. 절대 안 돼. 우리가 아직 전체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얘기하면 안 되기도 하고, 알아도 원수를 갚는 건 이리 나리가 직접 해야 하는 거야.”우문호가 눈살을 찌푸렸다. 원경릉의 말이 맞다는 건 알지만 여전히 분이 사그라지지 않았다.천천히 자리에 앉아 원 경릉을 한참 보더니 단호하게 말했다. “두 눈 멀쩡하게 뜨고 이리 나리가 괴롭힘당하는 걸 두고 볼 수만은 없어. 그리고 이리 나리 모자가 당한 만큼 피 맺힌 원한을 이리 나리가 다 못 갚으면 이리 나리 모자를 위해 반드시 정의를 바로 세우고 말겠어.”원경릉이 우문호의 손을 잡았다. “알아, 나도 가만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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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982화

이리 나리는 우문호를 보고 의외라고 생각해 얼른 물었다. “어떻게 오셨습니까? 정무 보셔야 하는 것 아닌지요?”우문호는 이리 나리의 피곤함에 절은 얼굴과 눈 밑에 다크서클을 보고 마음이 시큰거렸지만, 일부러 대충 말했다. “정무는 봐도 봐도 끝이 없으니, 우리 천행이 보면서 한숨 돌려볼까 해서 왔지.”“무리하지 마세요. 그러다 몸 상하지 마시고!” 이리 나리가 웬일로 자상한 말을 했다.그러자 우문호는 살짝 눈시울이 붉어져 이리 나리와 안으로 들어갔다.셋이 본관에 들어가니 마침 안풍 친왕비가 차를 끓이고 있다가 그들을 보고는 미소를 지었다. “잘됐네, 막 고산운무차를 우리는 참이였는데, 다들 먹을 복은 있네!”이리 나리가 의아해했다. “차를 우리셨다고요?”“내가 차를 우리면 안 돼?” 안풍 친왕비가 뿌루퉁하게 반문했다.이리 나리가 웃음을 지었다. “목이 마르면 우물 물을 드시지 않나요? 혼자 차를 다 우리시고 정말 해가 서쪽에서 뜨는 일이네요.”안풍 친왕비가 이리 나리에게 살짝 눈을 흘겼다. “사람이 즐길 줄 알아야 한다던 때는 언제고, 자신을 함부로 하지 말라며? 네 말대로 한 건데 별론가 봐?”이리 나리가 안풍 친왕비 곁에 앉고는 왕비 어깨에 비스듬히 기대 느긋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에게 잘하시면 저야 물론 기쁘죠.”안풍 친왕비는 사랑이 뚝뚝 떨어지는 얼굴로 웃으며 우문호와 원경릉에게 인사했다. “이리 와, 황제, 황후, 너희들도 와서 한잔하면서 차 끓이는 솜씨가 어떤가 봐줘. 좀 진전이 있지 않아?”우문호와 원경릉은 전에도 안풍 친왕비의 차를 마셔본 적이 없어서 솜씨가 늘었는지 어쨌는지 전혀 알 도리가 없지만 안풍 친왕비가 차에 뭘 넣었는지는 알겠다. 이리 나리를 재우려하는 것이었다.두 사람이 자리에 앉자 과연 안풍 친왕비가 이리 나리에게는 공도호에 들어 있는 차를 따라주고, 원경릉 부부에게는 자사호에 들어 있는 차를 따라주었다. 안풍 친왕비는 차를 따르며 이리 나리의 주의를 끌기 위해 계속 주절거렸다. 이리 나리는 안풍 친왕비를 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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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983화

우문호는 이전까지 이리 나리가 눈 늑대를 가지고 싶어 했던 게 같이 놀고 싶어서라고 생각했으나, 눈 늑대에게 안정감을 찾으려 했다는 것을 이제서야 깨달았다.이리 나리가 경성에 온 뒤로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이 신뢰하는 대상이었고 어떤 견고한 것도 다 부술 수 있는 강한 사람이라고만 생각해 왔다. 그래서 이리 나리도 희로애락을 가지고 칠정육욕에 시달리는 평범한 사람임을 잊었다.우문호는 이리 나리에게 너무 많은 빚을 진 것을 한탄하며 순간 가슴이 먹먹해 말이 나오지 않을 정도였다. 안풍 친왕비는 찻잔을 돌리며 마음을 모질게 먹으며 말했다. “이미 섬전위를 풍도성에 보내 안지여를 지켜보게 했어. 지금 풍도성은 안지여의 생일연회를 준비 중이었다. 다음 달은 안지여의 대수 외에도 두 사람이 혼인한 지 36주년 기념으로, 흥청거리며 들뜬 분위기는 너희들 혼례 때에 절대 못 미치지 않더라. 진상을 전부 똑똑히 밝혀낸 뒤 반드시 이리율이 풍도성에 가야 해. 섬전위와 흑영위가 도와줄 거고 늑대파도 있으니 이 원수는 갚고 말겠어.”원경릉과 우문호는 눈을 마주치며 원한과 아픔을 공유했다. 36주년 기념으로 대수를 올린다는 말은 이리봉청이 죽자마자 바로 혼례를 올렸다는 말이었다.이것이야말로 진정 죽어야 마땅한 죄였다!우문호는 밖에 앉아 접객실 안의 사람을 지키고 눈 늑대도 우문호 곁에서 늘어지게 햇볕을 쬐고 있었다.안풍 친왕비는 마당에 앉아 있었는데, 그 곁에는 눈 늑대 한 마리가 엎드려 있었다. 안풍 친왕비는 눈 늑대 머리를 조용히 쓰다듬으며 마당 담장을 타고 올라가는 장미 덩굴을 보고 있었다. 햇살이 안풍 친왕비의 싸늘한 눈에 비춰들었다.방안은 어제처럼 침향에 불을 붙이고 연한 향기가 코끝을 감쌌다. 원경릉은 의자에 앉아 눈을 감고 자신의 머릿속 생각을 비우고 천천히 사고의 촉수가 펼쳐지는 대로 놔뒀다.…36년 전 풍도성.천문 세가의 둘째 아가씨 이리봉우의 시체는 풍도성 성문에 걸렸다. 15살 앳된 소녀는 꽃처럼 아름다웠고 올해 막 급계를 한 뒤라 성 중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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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984화

안지여는 결국 화를 참지 못하고 조금의 망설임이나 연민도 없이 이리봉청의 따귀를 세게 내리쳤다. 그러자 이리봉청은 정신을 잃고 한쪽으로 쏠리며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안지여는 이리봉청이 바닥을 짚은 손을 구둣발로 짓밟더니 옷을 홱하고 감아올렸다. 옷에서는 익숙한 훈향이 나건만 표독스러움은 낯설었다. “내 인내심에 도전하지 마. 결과는 네가 감당할 수 없을 테니까.”이리봉청은 손가락뼈가 부러지는 소리를 듣고도 아픔이 느껴지지 않았다. 마음의 고통이 모든 것을 덮어버려 통각이 마비가 되어버린 것이다.이리봉청은 처음부터 끝까지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반쯤 바닥을 기어 허공에 매달린 여동생을 절망적으로 바라봤다. 자책, 자괴감, 증오, 분노, 절망이 마음속 깊은 곳에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솟구쳐 올랐다.안지여가 옷을 여미더니 성루를 내려갔는데, 안지여의 호위 부대인 철위 몇 명이 이리봉청 곁에서 냉담하게 바라보고 있었다.“안지여, 당장 네 목숨을 내놓거라!”아래에서는 계집종 방화가 분개하여 소리쳤다. 비록 외마디 절규에 불과했으나 이리봉청은 몸서리치며 얼른 기어가 성벽에 아래를 내려다보니 방화가 피바다 위에 쓰러져 있었다.철위의 긴 창이 방화의 심장을 뚫었는데 방화의 손에 칼이 한 자루 쥐어져 있고 분노로 가득한 눈은 천천히 다가오는 안지여를 노려보고 있었다. 안지여는 핏발이 선 눈을 들어 냉혹하게 말했다. “이년을 사냥터에 던져넣어!”철위는 방화의 머리끄덩이를 잡고 청석판이 깔린 길을 질질 끌고 갔다. 방화의 입에선 선혈이 뿜어져 나왔다. 비통하게 바라보고 있던 이리봉청이, “방화!”라고 소리치며 미친 듯이 달려 내려가 배에 통증이 와도 넘어지고 기면서 처절하게 목 놓아 외쳤다. “안지여, 방화를 놔줘. 네 말대로 할 테니까!”안지여가 우뚝 멈춰서더니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천천히 손을 흔들어 철위에게 계집종 방화를 놔주라는 표시를 했다.이리봉청은 달려들어 바닥에 무릎을 꿇고 방화를 안았는데 방화는 입에서 피를 토하며 머리를 들기 위해 애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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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985화

그러자 결국 안지여는 천문 세가 사람들을 놔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막 호전되기 시작한 소여쌍이 배려를 무시한 채 안지여의 손을 잡고, 별처럼 새카만 눈을 들어 지극히 순수한 표정과 가녀린 말투로 가장 포악한 말을 뱉었다. “오빠, 천문 세가는 역천개명 능력을 지녔는데 그들을 놔주면 앞으로 복수할 계획을 세울 게 틀림없어요! 그때는 오빠도 저도 목숨을 부지하지 못할 거예요.”소여쌍은 마지막으로 살짝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오빠와 하루라도 부부의 연을 맺었으니 전 이생에 여한이 없어요. 오빠가 약속을 지켜야만 한다면 오빠랑 손잡고 함께 황천을 건너도 전 행복해요. 하지만 전 보고 싶지….” 소여쌍은 손가락으로 이리봉청을, 그녀의 볼록하게 솟은 배를 가리켰다. 그리고 악독하고 냉혹한 눈빛으로 돌변했다. “저 여자가 오빠 아들을 낳는 걸 보고 싶지 않아요. 오빠 아들은 저만 낳을 수 있어요!”안지여는 소여쌍의 말을 듣고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대답했다. “그래, 알겠어.”그러자 이리봉청이 고개를 치켜 들고는 분노했다. “안지여, 나한테 약속했잖아. 감히 맹세를 어겨? 보응이 두렵지 않구나?”안지여가 차갑게 웃었다. “정말 보응이 있으면 받으면 그만이야.”안지여는 소여쌍의 손을 꼭 잡고 하염없이 부드럽게 바라봤다. 마치 천하가 이미 자신의 손안에 있는 듯 만족한 모습이었다. “네가 내 곁에 있으면 어떤 보응이 와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아.”소여쌍은 안지여에게 기댔다. 창백하던 얼굴에 점점 혈색이 돌고 교태로운 얼굴이 더욱 아름다워졌다. 소여쌍은 아름답고 온유한 표정으로 이리봉청에게 악독한 말을 내뱉었다. “저 여자를 죽여요, 저 아이도 죽이고!”안지여에게 불현듯 살의가 일었다.이리봉청이 주먹을 쥐고 소여쌍을 노려보며 차갑게 웃었다. “날 죽인다고? 네 목숨은 내 진법으로 불러들인 거라 내가 저주의 고통을 받아야 네 생명이 보전될 수 있어. 내가 만약 너희 손에 죽으면, 죽는 건 나 혼자가 아니라 너도 마찬가지야, 소여쌍!”안지여가 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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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986화

이리봉청은 쫓아오는 철위를 피하다 몇 번이고 철위의 손에 죽을 뻔했지만, 냅다 도망쳐 겨우 경성 코 앞까지 갈 수 있었다. 그러나 철위가 성문 근처에서 지키며 이리봉청이 스스로 그물에 걸려들기를 기다리고 있어 들어가지 못했다.이리봉청은 곧 출산을 앞둔 상태로 더 이상 철위에 대항할 힘이 없어 안전한 곳을 찾아 아이를 낳고자 했으나 그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결국 이리봉청은 눈늑대봉에 올라갔다. 눈늑대봉에 사당이 있고, 사당에는 스님이 있다고 들었다. 이리봉청은 아이를 사당에 두면 철위와 다시 한번 싸울 수 있다고 생각했다.하지만 그녀가 사당에 도착하기 전 눈늑대봉 중턱인 독랑요에 이르렀을 때 막 아이가 나오려고 했다.여자 혼자 눈과 얼음판에서 아이를 낳는 것은 모른 체력을 다 소진하는 일이었다. 심지어는 아이가 나오지 않아 몇 번이고 까무러치며 죽을힘을 다해 겨우 버텼으나 마음 저 밑바닥은 여기서 애를 낳아도 어쩔 도리가 없다는 절망으로 가득 찼다.하지만 한 가닥 희망을 품고 고통의 순간을 꾿꾿히 벼텨냈다. 피맺힌 원한을 동력으로 안지여를 갈기갈기 찢어 죽이는 상상을 하며 숨을 몰아쉬고 또 쉬었다.그렇게 마침내 두 시진 가까이 진통 끝에 아이가 태어났다! 이리봉청은 탯줄도 검으로 자르고 자기 겉옷으로 아이를 감쌌으나, 더는 힘이 없어 이번에야말로 정말 몸에서 생명이 조금씩 빠져나가는 것을 느꼈다.이리봉청은 아이를 가슴에 품고 아이 얼굴을 들여다보자, 가슴은 숨조차 쉬어지지 않을 정도로 아파져 왔다. 자신은 힘이 하나도 없는데 이 아이를 사당까지 보낼 수 있을까?천지는 눈과 얼음뿐이라 울음소리도 나오지 않고 부들부들 떨며 아이 얼굴을 쓰다듬었다. 그리고 절망적인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고작 세상 한 번 보고 나랑 같이 죽으려고 네가 태어난 건 아닐 거야…”아이는 울지도 못하고 볼이 얼어서 자줏빛이었다. 이리봉청도 소리 내 울지 못한 채 잠시 쉬었다 일어나 아이를 안고 천천히 계속 걸었다.사당에 한 걸음이라도 가까워지면 아이에겐 살 희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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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987화

원경릉이 일어나 무거운 발걸음으로 안풍 친왕비와 우문호를 안으로 들어오게 했다. 우문호는 원경릉의 눈을 가만히 바라보았는데, 원경릉이 울었다는 건 전대미문의 참상이었다는 걸 증명했다.우문호는 원경릉의 손을 잡고 안풍 친왕비와 같이 들어갔고, 친왕비가 문을 굳게 닫았다.이리 나리가 일어나 비스듬히 의자에 기대었는데, 옆머리 한 가닥이 창백한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병약한 듯한 아름다움을 풍기며 좁고 긴 봉황 눈에 약간 불안한 눈빛이 스쳤다.각자 자리에 앉자 이리 나리가 눈을 들어 일부러 경쾌하게 웃었다. “보아하니 비교적 심각한 얘기를 하시려는 모양입니다.”안풍 친왕비가 이리 나리 곁에 앉아 약간 망설이며 말했다. “네 과거에 관한 것으로 네 어머니 이리봉청에 관한 일이란다.”이리 나리가 눈썹을 움찔거렸으나 곧 안색을 정상으로 회복했다. “예?”안풍 친왕비는 이리 나리의 손목을 잡고 물었다. “내가 전에 줄곧 네 어머니는 난산으로 돌아가셨다고 했지. 그런데 너도 조사해 봤을지도 모르겠지만 네 부모님에 대해 네가 나보다 조금 알고 있을 것 같구나. 하지만 당시 무슨 일이 있었고 네가 왜 눈늑대봉에 나타나서 구해졌는지 네 어머니 시신은 지금 어디 있는지는 우리 둘 다 모르잖아. 그래서 내 멋대로 황후에게 네 의식을 통해 당시 벌어진 일을 알아봐 달라고 했어. 들을 테냐?”이리 나리는 원경릉의 빨갛게 부어오른 눈두덩이를 보고 약간 망설였다. “우리 어머니 일로 운 겁니까?”원경릉은 비참한 기분이 아직 채 가시지 않았다. 이리 나리를 보니 마치 그때 눈늑대봉에서 막 태어나 이리봉청이 품에 꼭 안겨있던 작은 얼굴로 아직 이리봉청 손가락에 묻었던 선홍색 핏자국이 남아있는 것 같았다.“말씀하세요. 전 받아들일 수 있으니까!” 이리 나리가 몸을 꼿꼿하게 하고 입술에 엷은 미소를 드리운 채 우문호를 바라봤다. “폐하도 이 일로 오셨습니까? 그래서 어제 이미 시작하셨군요?”우문호는 당황해서 아주 부자연스럽게 쉰 목소리로 말했다. “난…. 천행이를 보러 온 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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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988화

원경릉은 전반부를 마친 뒤 물을 한 번 더 마시더니 갑작스럽게 불행한 말투로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을 조금도 감추지 않고 전부 쏟아냈다. 그렇게 이리 나리의 유혈이 낭자한 과거가 사람들 앞에 드러나고 우문호는 참을 수 없어 몇 번이고 탁자를 움켜쥐었다. 하지만 이리 나리는 평정심을 유지한 채 끝까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고, 유일하게 이리봉청이 아이를 낳고 죽어가던 찰나 아이를 품에 꼭 안는 장면에서, 이리 나리는 눈을 감고 거의 들리지 않을 만큼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원경릉은 말을 마친 뒤에도 여전히 눈물범벅으로 가슴이 찢어졌다. 제삼자도 그 비참함을 견딜 수 없었다.이리 나리는 눈을 내리깔고 안풍 친왕비의 손을 손가락 관절이 하얗게 되도록 꽉 잡았다. 원경릉이 말한 이 모든 것이 마침내 이리 나리의 단편적이던 꿈과 합쳐졌다. 이리 나리는 원경릉이 한 마디 한 마디가 전부 실지로 일어났던 일임을 깨달았다.“이리율!” 안풍 친왕비가 초조하고 걱정되는 마음으로 이리 나리를 불렀다.“네!” 이리 나리가 다시 고개를 들었는데 눈 밑이 붉어지고 증오가 솟구쳐 있었다. “풍도성에 한 번 다녀와야겠어요!”안풍 친왕비는 살짝 고개를 끄덕이고 연민에 가득 찬 목소리로 말했다. “풍도성에 가기 전에 눈늑대봉 독랑요부터 한 번 다녀와야 해. 네 어머니는 아마 눈늑대봉에서 긴 잠을 자고 계실 테니 걸맞게 안장해 드려야지.”순간 이리 나리 눈에 눈물이 차올랐다. 이리 나리는 얼른 고개를 돌리고 뭔가 말하려고 했으나 결국 아무 말도 못 한 채 감정의 둑이 허물어져 버렸다.이리 나리는 어머니를 본 적이 없었으나 그가 유일하게 효를 다할 길은 어머니의 시신을 안장하는 것이었다.태연한 척하려 했지만 아픔과 원한이 모든 것을 뛰어넘어 그동안의 모든 수련의 결과를 더해도 허물어지는 감정의 둑을 막을 수가 없었다.우문호는 이리 나리 모습을 보고 눈 밑이 붉어지며 울대가 불끈 솟아 원경릉을 잡아 끌더니 쉰 목소리로 말했다. “나가자!”이 순간만큼은 이 자리의 누구도 이리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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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989화

이리 나리의 눈에 일말의 붉은 기운이 천천히 올라오며 피바람이 휘몰아치던 분위기는 점점 사라졌다.이리 나리가 살짝 고개를 흔들었다. “제가 그 인간을 천 갈래, 만 갈래 난도질해도 역시 36년을 즐겁게 살게 한 사실은 도무지 불공평해요.”안풍 친왕비도 마음이 도무지 가라앉지 않았다. 지금 안지여를 죽이는 걸 복수라고 하면 이리봉청과 천문 세가의 원수는 갚은 셈이 될까?그리고 안풍 친왕비는 의심을 멈출 수 없었다. 이리봉청은 천문 세가의 가주로 천문 세가의 힘을 이어받았는데 비록 최후의 힘을 다해 이리율을 낳았다고 해도 원념을 이리율의 의식 속에 심었는데 고작 이리율이 36년간 단편들에 대한 꿈만 꾸는 것에 불과했다. 정말 이리봉청은 그걸로 된 걸까?“조바심 내지 말고 침착하렴. 일단 네 어머니의 시신부터 찾아오자. 황후와 얘기했는데 어쩌면 네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에 뭔가를 남겼을 수도 있을 거라더구나.”이리 나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마음속에 피바람이 몰아쳐서 도무지 잠재울 길이 없었다.안풍 친왕비가 이리 나리의 어깨를 토닥이며 정신을 차릴 수 있도록 하고 원경릉과 우문호를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세 사람이 사랑채에서 얘기를 나눴다. 안풍 친왕비가 대담한 생각을 털어놓고 원경릉의 의견을 물었다.원경릉은 얘기를 듣고는 살짝 놀랐다. “경호를 통해 36년 전으로 돌아가라고요? 하지만 왕비 마마도 알고 계시잖아요. 과거를 바꾸면 나비효과가 깊고 멀리 확산된다는 걸요. 게다가 안지여는 아직 풍도성 성주인데 만약 36년 전에 그를 죽이면 다른 사람의 운명과 사건이 너무너무 심각하게 바뀔 거예요. 그리고 36년 전으로 돌아가면 이리 나리가 분명 이리봉청과 천문 세가를 구할 거란 희망이 있지만 아시잖아요. 세상엔 돌이킬 수 없는 일이 있다는걸요.”“네 말이 맞아. 하지만 천문 세가에는 하늘의 뜻을 거스르고 운명을 바꿀 힘이 있어, 분명 역사의 기초를 바꾸지 않는 선에서 복수할 방법이 반드시 있을 거야. 이리봉청이 한 수 남겨뒀을 거라고 믿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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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990화

원경릉의 성격은 요 몇 년간 상당히 부드러워져 이리 나리와 안풍 친왕비 말이 맞다고 생각했다. 설령 지금 와서 안지여와 소여쌍을 천 갈래 만 갈래 찢어 죽인다고 해도 서로 사랑하며 아껴 주며 행복하게 산 삼십 년이 훨씬 넘는 세월에 비하면 두 사람에겐 너무 가벼운 벌이였다.그럴 수야 없지.그저 이리봉청이 그들에게 회심의 한 수 남겨놓았기를, 진정으로 복수할 기회를 남겨놨기를 바랄 뿐이었다.다음날, 이리 나리는 늑대파 사람을 눈늑대봉으로 보내 독랑요 일대에서 이리봉청의 시신을 찾도록 했다.원 황후의 말이 당시는 눈과 얼음 천지라 이리봉청의 시신은 눈보라에 묻혔을 가능성이 농후했으나 눈 늑대에게 먹혔을 가능성도 있었다. 눈늑대봉에서는 눈 늑대 외에 다른 야생 동물은 출몰하지 않았고, 눈 늑대가 당시 이리 나리를 먹지 않은 것으로 볼 때 어쩌면 이리봉청도 안 먹었을 수 있다.이미 36년이나 지난 일이란 건 36번의 여름이 지났다는 말로, 여름에는 표층의 얼음이 녹으므로다른 사람이 눈늑대봉에 올라가 이리봉청의 시신을 발견하고 가여운 마음에 안장해 줬을 가능성도 있다. 50년 전 눈늑대봉은 이미 신산으로 봉해져 일반인은 들어갈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떤지는 실제로 찾아봐야 알 수 있으므로, 늑대파가 미색까지 총동원돼서 같이 수색에 참여하기로 했다. 안풍 친왕비가 돌아가서 흑영에게 물어본 뒤 원경릉에게 소식을 전했다. 흑영 본인도 잘 모르지만 천문 세가 사람을 잘 아는 사람을 찾아갔으니 며칠 지나면 소식이 올 거라며 믿어보라고 했다.기다림은 사람을 초조하고 불안하게 한다. 특히 기다리는 과정 중에 원수가 성대하게 생일잔치를 치르면 더욱 그렇다.우문호 또한 안지여 조사에 착수했다.안지여가 오랜시간동안 풍도성을 다스리는 동안 대월국과 상업 거래를 통해 풍도성의 경제는 나날이 발전했다. 풍도성은 직물로 유명해 대부분 대월국에 팔렸고, 이에 따라 풍도성은 무척이나 번성해서 북당의 도성인 경성에 비교할만한 정도였다. 그리고 풍도성은 명원제 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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