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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990화

Author: 유애
원경릉의 성격은 요 몇 년간 상당히 부드러워져 이리 나리와 안풍 친왕비 말이 맞다고 생각했다. 설령 지금 와서 안지여와 소여쌍을 천 갈래 만 갈래 찢어 죽인다고 해도 서로 사랑하며 아껴 주며 행복하게 산 삼십 년이 훨씬 넘는 세월에 비하면 두 사람에겐 너무 가벼운 벌이였다.

그럴 수야 없지.

그저 이리봉청이 그들에게 회심의 한 수 남겨놓았기를, 진정으로 복수할 기회를 남겨놨기를 바랄 뿐이었다.

다음날, 이리 나리는 늑대파 사람을 눈늑대봉으로 보내 독랑요 일대에서 이리봉청의 시신을 찾도록 했다.

원 황후의 말이 당시는 눈과 얼음 천지라 이리봉청의 시신은 눈보라에 묻혔을 가능성이 농후했으나 눈 늑대에게 먹혔을 가능성도 있었다. 눈늑대봉에서는 눈 늑대 외에 다른 야생 동물은 출몰하지 않았고, 눈 늑대가 당시 이리 나리를 먹지 않은 것으로 볼 때 어쩌면 이리봉청도 안 먹었을 수 있다.

이미 36년이나 지난 일이란 건 36번의 여름이 지났다는 말로, 여름에는 표층의 얼음이 녹으므로

다른 사람이 눈늑대봉에 올라가 이리봉청의 시신을 발견하고 가여운 마음에 안장해 줬을 가능성

도 있다. 50년 전 눈늑대봉은 이미 신산으로 봉해져 일반인은 들어갈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떤지는 실제로 찾아봐야 알 수 있으므로, 늑대파가 미색까지 총동원돼서 같이 수색에 참여하기로 했다.

안풍 친왕비가 돌아가서 흑영에게 물어본 뒤 원경릉에게 소식을 전했다. 흑영 본인도 잘 모르지만 천문 세가 사람을 잘 아는 사람을 찾아갔으니 며칠 지나면 소식이 올 거라며 믿어보라고 했다.

기다림은 사람을 초조하고 불안하게 한다. 특히 기다리는 과정 중에 원수가 성대하게 생일잔치를 치르면 더욱 그렇다.

우문호 또한 안지여 조사에 착수했다.

안지여가 오랜시간동안 풍도성을 다스리는 동안 대월국과 상업 거래를 통해 풍도성의 경제는 나날이 발전했다. 풍도성은 직물로 유명해 대부분 대월국에 팔렸고, 이에 따라 풍도성은 무척이나 번성해서 북당의 도성인 경성에 비교할만한 정도였다.

그리고 풍도성은 명원제 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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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풍 친왕비가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 없어. 이리봉청은 분명 수를 남겨뒀을 거야. 영석을 자기가 지니고 있을지도 몰라. 안지여가 전에 천문 세가의 가주가 된 뒤에 천문 세가의 역천개명 능력이 어디서 나오는지 찾고자 했는데 안타깝게도 마지막까지 찾지 못했거든. 그래서 결국 이리봉청에게 몹쓸 짓을 해서라도 이리봉청이 역천개명 하도록 몰아붙였던 거야. 따라서 안지여가 영석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추정할 수 있지.”하지만 원경릉은 여전히 의구심이 들었다. “영석은 어떤 구조죠? 왜 역천개명(逆天改命) 능력을 가질 수 있는 걸까요?”“흑영이 알아낸 정보에 따르면, 천문 세가의 역천개명 능력으로 곧 죽어가는 환자들을 전부 구해냈대. 헌데 역천개명의 저주로 급사하는 게 이상하다고 생각이 들군. 그래서 난 영석이라는 게 강력한 방사능을 가진 게 아닐까 의심스러워. 우리 세상에서 탐지할 수 없는 암흑물질 에너지로 사람의 유전자를 변형시킬 수 있는 게 아닐까, 그래서 질병인 낫게 되는 거지. 허나 영석을 사용한 사람도 방사능에 피폭돼서 한 달에서 3개월 사이 급사하게 돼. 물론 이것도 추측에 불과해 완전히 성립하지 않는 게 영석을 사용한 사람이 치명적인 방사능에 피폭된다면 말이야, 당시 이리봉청은 임신하고 있었는데 그런 강력한 방사능이 어째서 태아에게는 해를 끼치지 않았을까?”원경릉이 답했다. “우리가 확인할 수 없는 일에는 골머리 썩지 않기로 해요. 정말 영석이 있고 이리봉청이 몸에 지니고 있다면 그녀의 시신을 찾으면 자연스럽게 알게 될 일일 테니까요. 단지 마마의 가설이 성립되지 않는 건 확실해요. 왜냐하면 만약 영석에서 방사능이 나올 경우, 이리봉청은 그걸 몸에 지니고 있지 않았을 게 틀림없으니까요.”왕비가 생각해 보고 말을 이었다. “그렇긴 하네, 영석의 힘에 관해 탐구할 필요는 없지. 지금 제일 중요한 건 이리봉청의 시신을 찾은 뒤 복수의 큰 그림을 그리는 거니까. 그리고 내가 말했던 36년을 거슬러 올라가는 거, 한번 생각해 봐. 역사를 바꾸지 않는다는 전제

  • 명의 왕비   제 2992화

    원경릉은 허를 찔렸는지 몹시 당황했다. “자.. 자기, 어떻게 알았어?”우문호가 원경릉의 손을 잡고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당신이랑 부부 생활이 몇 년인데 마음으로도 통하지. 당신이 뭘 생각하는지 내게 숨길 수 있을 것 같아?”원경릉이 살짝 우문호의 가슴에 몸을 파묻었다. “그러네. 어떨 땐 그냥 눈빛만 봐도 알 수 있는 것 같아. 자기가 이리 나리나, 냉대인, 홍엽이와 그런 것처럼. 암묵적으로 통하는 이런 사람들이 이리 나리 일을 알면 전심을 다 해 돕는 것도 당연한 일이네.”“응, 맞아. 냉정언한테 들어오라고 성지를 보낼게.”우문호는 바로 목여 태감을 불러 입궐하라는 어명을 들려 냉 재상 저택으로 보냈다. 냉 재상은 시간을 지체하지 말고 바로 입궐하라고 했다.한 시진 후 황제와 황후는 어서방에서 재상 냉정언을 접견했다.목여 태감이 직접 차를 올리고 어전의 문을 닫아 아무도 들어가지 못하게 했다.“냉대인은 천문 세가를 알고 계십니까?” 원경릉은 목여 태감이 나가자 바로 물었다.냉정언은 차를 받쳐 들고 살짝 당황했다. “천문 세가요? 풍도성의 천문 세가 말씀하시는 겁니까? 제가 듣기로 36년 전에 천문 세가는 누군가를 위해 역천개명한 탓에 일문이 다 횡액으로 죽었다고 알고 있습니다.”우문호가 미간을 찡그리고 말했다. “천문 세가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어?”냉정언이 대답했다. “제가 아는 건 많지 않지만 제 사부님은 좀 아실 게 틀림없습니다. 사부님의 사제 한 분이, 그러니까 제게는 사숙이신 분이 천문 세가의 역천개명 저주로 돌아가셨으니까요.”원경릉이 깜짝 놀랐다. “설마 냉 대인 사숙께서 천문 세가 사람이셨나요?”냉정언이 고개를 흔들었다. “아뇨!”원경릉이 매우 이상하게 여겼다. “천문 세가 사람이 아닌데 어떻게 역천개명 저주를 당하신 거죠?”냉정언이 말했다. “자세한 상황은 저도 잘 모릅니다. 예전에 사부님이 술에 취했을 때 얘기꺼내신 적이 있었는데 사제가 아주 비참하게 죽었다며 자기 여인이 될 수 없는 사람 때문에 목숨까지 버렸다

  • 명의 왕비   제 2993화

    원경릉이 그 일을 계속 생각하는 동안, 우문호가 냉정언에게 이리 나리의 과거와 이리 나리의 어머니가 당한 일을 하나도 감추지 않고 전부 알려주었다.한결같이 냉정함을 유지하던 냉 대인이 이 사건을 듣고 지극히 비분강개해서 손에 들고 있던 찻잔을 바닥에 집어 던지며 치를 떨었다. “너무 악랄하군요. 이런 인간을 어떻게 살려둘 수가 있습니까? 뼈를 모조리 꺾어서 재를 만들어야 이리 나리 마음에 맺힌 한을 풀 수 있지요!”“이제 와서 그의 뼈를 꺾어 재가 되게 해도 너무 편하게 보내 주는 거야.” 우문호가 악에 받쳐서 말했다. “지금 우리는 이리봉청이 정말 죽었는지 확실하지 않아. 그러니 어쩌면 천문 세가에 뭔가 또 능력이 있었을지도 모르고. 그게 역전의 기회가 될 수도 있어!”냉정언은 비록 극도로 비분강개했으나 역전의 가능성이 있을 리는 없다고 느꼈다. 이미 36년이나 지난 일이니 말이다.단지 황후는 늘 비범한 능력으로 남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것을 파악해 왔으니 황후가 아는 이상 분명 최선을 다할 것이다. “사부님이 경성에 계시니 바로 입궐하시도록 청하러 가겠습니다. 천문 세가 일이라면 어느 정도 아실 겁니다.”냉 대인은 말을 마치고 바로 달려 나갔다.냉정언이 그토록 냉정하지 못한 모습은 처음이었다.원경릉은 눈을 감고, 가느다란 의식의 끈을 잡기 위해 노력했다. 배기가 이리봉청을 좋아했기 때문에 도망치는 걸 도왔다? 그런데 결국 배기가 천문 세가의 역천개명 저주를 당한 건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원경릉에게 강렬한 느낌이 왔다. 배기의 사인에 어쩌면 그들이 찾고 있는 답이 있다는 느낌이었다.냉정언의 사부 검마를 기다리는 동안, 안풍 친왕비가 사람을 궁으로 보내 늑대파가 아직 눈늑대봉에서 이리봉청의 시신을 찾지 못했다고 전해왔다.원경릉은 안풍 친왕비 성격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는데 얼핏 평화로운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성격은 급하고 일하는 스타일도 정확하고 신속했다. 게다가 이리 나리를 지극히 사랑하기 때문에 밤낮으로 이 일 때문에 애를 태우며 빨

  • 명의 왕비   제 2994화

    냉 대인은 얼른 검마를 데리고 입궁하며 오는 길에 당시의 일들에 대해 대략 얘기했다. 단지 검마에게 이리봉청이 이리 나리의 어머니란 사실은 꺼내지 않고 조정이 지금 당시의 천문 세가 일을 조사한다고만 말해두었다.어서방에 들어가 일체 번거로운 형식을 벗어던지고 우문호는 단도직입적으로 검마에게 배기 일을 물었다.검마도 깔끔한 사람으로 바로 대답했다. “배기는 사문에서 축출되었고, 두 사람을 죽여서 사존께서 노하시고 배기를 내쫓으셨죠. 그래서 엄격하게 따지면 제 사제라고 할 수 없으나 사문에 있을 때 저와 관계가 매우 좋아서 사적으로 저는 여전히 그를 인정했습니다.”“사문을 떠난 뒤로 배기가 풍도성으로 가서 안지여 측근의 철위가 된 것을 알고, 배기의 무공으로 개인의 호위따위가 되었나 싶었지만 명성이 이미 땅에 떨어져 아무도 그를 기용하려 하지 않아서 철위가 될 수밖에 없었던 거죠. 나중에 제가 하산한 뒤, 풍도성으로 배기를 찾아갔을 당시는 안지여와 이리봉청이 혼인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습니다. 그리고 배기가 저에게 지난 얘기를 하며 가장 많이 언급한 사람은 이리봉청의 여동생 이리봉우였습니다.”“나중에 자세히 얘기해 알게 되었는데 배기가 안지여 곁에서 그럭저럭 잘 지내고 있었습니다. 단지 안지여 인성이 일관성이 없어 시중들기 어렵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다른 데로 갈 수 없는 게 풍도성 사람은 배기의 과거를 몰라서 그나마 하루하루 살아갈 만했던 겁니다. 그런데 한 번 배기가 잘못을 저지른 적이 있는데 엄동설한에 안지여가 그를 철창에 가두고 말았습니다. 그때 언니를 보러 왔던 이리봉우가 배기를 위해 간청해서 안지여가 처제 체면을 봐서 용서해 줬다고 하더군요. 배기는 이리봉우에게 크게 감동했습니다.”“배기가 말끝마다 이리봉우 얘기를 하길래 제가 그녀를 좋아하냐고 물었더니 바로 부정하더군요. 절대로 불가능하다고. 생각도 감히 해 본 적이 없다고요. 이리봉우는 천문 세가의 둘째 아가씨고, 배기는 밝은 데 나올 수 없는 살인범이라 어울리지 않는다는 거죠. 배기

  • 명의 왕비   제 2995화

    원경릉이 여기까지 듣고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천문 세가에서 받은 저주가 피부가 벗겨져 죽는 거라니.. 믿을 수 없었다. 원경릉은 생각을 집중해 시간 순서대로 정리해 봤다. 검마가 이리봉청을 봤을 때 이리봉청은 이미 임신했고, 그 반년쯤 뒤에 배기의 편지를 받았으며 배기는 이때 이미 복수 준비를 얘기했다. 즉, 이리봉청이 이미 옥에 갇혔다는 소리다. 그다음 배기가 이리봉청을 구해내 경성으로 떠나게 하려 했고, 나중에 검마가 풍도성에서 경성으로 오는 길 내내 찾아봤지만 배기에 대한 아무런 소득이 없었다. 결국 통천문 사람이 이미 죽은 배기를 찾아냈다. 이 과정에서 최소한 2~3개월은 필요했다.하지만 배기를 발견했을 때 배기는 죽은 지 겨우 며칠 지났을 뿐이었다. 다시 말해서, 배기는 이리 나리가 태어난 뒤로 적어도 한 달에서 두 달 뒤 죽은 것이다. 그리고 그때는 이미 천문 세가 사람은 전부 멸절된 뒤였다.‘배기가 어떻게 천문 세가의 역천개명의 저주를 받고 죽을 수 있지?’유일한 해석은 이리봉청이 이리 나리를 낳은 뒤 죽지 않았고, 배기가 이리봉청을 찾아낸 것이다.그런데 그것도 안 된다. 당시 배기가 이리봉청을 도와 탈출시킬 때 배기는 안지여에게 죽임을 당하지 않았었나? 적어도 이리봉청의 인식 속에 배기는 안지여의 손에 죽었다.하지만 배기가 죽은 척 위장하고 이리봉청을 쫓아갔을 수 있다. 그래야만 사람들의 이목을 가려 더 이상 이리봉청을 도울 사람이 없다고 안지여가 믿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었다.검마가 서술한 사건의 경위를 보면 이리봉청은 이리 나리를 낳은 뒤 죽지 않았을 가능성이 제일 컸다. 원경릉에게 점점 한 가닥 희망이 솟아났으나 입밖으로 낼 수 없었다. 우문호와 냉정언이 희망을 품었다가 아니게 되면 굉장히 실망할 게 틀림없었다. 둘 다 이리 나리와 같은 마음이니 말이다. 원경릉은 검마에게 천문 세가의 영석은 정말 그렇게 신기한지 자세히 물었다. 검마도 영석에 대해 들어본 적은 있지만 직접 본 적은 없었다. 영석은 가주가 대대로 물려받

  • 명의 왕비   제 2996화

    산바람이 거세게 부는 가운데 원경릉은 사방을 멀리 바라봤다. 처음 여기 왔을 때부터 그녀는익숙한 기분이 들며 피 냄새가 뒤섞인 원한이 강렬해지는 것을 느꼈다. 산길을 따라 앞으로 나가자 원경릉의 머릿속에 한 편의 영상이 펼쳐졌다. 그 영상속에서는 극도로 지친 이리봉청은 숨을 몰아쉬며 힘들게 산을 오르고 있었다. 배는 아프고 아이는 나오려고 해서 더욱 길을 재촉했기 때문에 재빨리 사당에 다다를 수 있기를, 사당에서 아이를 낳을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는 듯 했다.시간이 지날수록 이리봉청의 발걸음은 점점 느려졌다. 몇 번 휘청거려 손에 든 칼을 땅에 꽂고 무거운 몸을 버텨봤으나 아프고 어지럽고 배가 고프고 목이 말라 하는 수 없이 천천히 무릎을 꿇고 눈을 뭉쳐서 입안에 쑤셔 넣었다. ‘앗, 차가워!’…원경릉은 쭈그리고 앉아 떨리는 손을 뻗어 평지를 만졌다. 여기다! 이곳에 강한 느낌이 든다.“원 선생, 피곤한 거 아냐?” 그러자 우문호가 와서 원경릉을 부축했다.원경릉이 고개를 들어 깊고 슬픈 눈빛으로 우문호를 쳐다봤다. “자기야, 이리봉청이 바로 여기서 이리 나리를 낳은 것 같애!”우문호 뒤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던 이리 나리가 이 말을 듣고 심연 같은 눈동자에 깊은 어둠이 깔리며 그녀가 쭈그리고 앉은 위치를 바라봤다. 그곳은 평탄하다고 할 수 없는 곳으로 조금만 더 앞으로 가면 더 좋은 지형이 있어 차가운 바람을 막을 수 있었다.하지만 이리봉청은 거기까지도 갈 수 없었다. 여기가 바로 이리 나리의 출생지이기 때문이다.36년 전 이리 나리가 세상에 와서 제일 처음 본 곳도 바로 여기다.그러자 오랜 시간 참아왔던 눈물과 휘몰아치던 슬픔이 둑이 터지듯 왈칵 쏟아져나와 더 이상 막을 수 없게 되었다. 가슴이 칼로 베어 쥐어짜는 듯했다. 이리 나리는 허리를 숙이고 천천히 주저앉아 억눌렀던 슬픔을 터트렸다.“이리 나리, 이러면 안 돼!”우문호는 이리 나리의 모습에 너무 괴로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위로의 말조차 의미 없었다.원경릉은 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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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늑대봉에는 사당이 하나 있었는데 태상황 시절에 자운묘로 개명했다.자운묘 스님은 자신을 스스로 설산과 눈 늑대를 지키는 사람이라고 해 왔는데, 눈늑대봉이 조정에 의해 성스러운 산으로 봉해지자, 더 큰 책임감을 느끼고 황실을 대신해서 눈늑대봉을 지켰다.눈늑대봉 위에는 나이 든 승려 몇 명만 살고 있었다. 처음 여기 온 사람은 호국사 스님으로 나중에 호국사에서 몇 명이 연달아 왔으나 이제 더 이상 젊은 스님은 오지 않았다. 자운묘의 주지는 상당히 엄격해서 덕행이 높지 않거나 수행이 미치지 못하면 절대 올 수 없기 때문이었다.자운묘 스님 중 제일 젊은 스님의 나이도 올해 60세였다.황제와 황후가 자운묘에 왕림하자 주지인 덕방 스님이 직접 다른 스님들을 데리고 맞으러 나왔는데 총 다섯 명이었다.주지는 황제와 황후를 안으로 맞아들인 후 쓰고 떫은 산 차를 올렸다. 원경릉은 아직 제정신이 아닌 상태였는데 이곳의 모든 것에서 이리봉청의 숨결과 원념을 느낄 수 있었다.원경릉은 한 걸음씩 천천히 자운묘 전체를 돌았고 우문호와 서일도 원경릉을 따라 한 바퀴를 돈 뒤 앉아서 차를 마시며 36년 전 일을 물었다.황제가 주지에게 36년 전에 여자 하나를 구한 적이 없는지 묻자, 덕방스님은 화들짝 놀라며 낫빛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 36년 전의 여자 말씀입니까? 폐하께서 어찌 그 일을 알고 계시는지요?”우문호는 원하는 대답을 듣자 한시름 놓았다. 이리봉청이 구조된 것이 정말 맞았다. “주지, 아는대로 짐에게 말하시오. 절대 숨겨서는 아니 될 것이오!” 우문호가 원경릉의 손을 잡고 주지에게 말했다.주지가 깊은 한숨을 쉬더니, “이 일은 소승이 평생 저지른 일 중 가장 큰 잘못으로 지금 돌이켜보니 그 남자 시주께 정말 미안할 따름입니다!”“남자 시주? 여자가 아니고?” 우문호가 당황했다.그러자 주지는 바로 당시 일을 흥미진진하게 풀어놓았다. “그 해는 몹시 추웠습니다. 물을 뿌리기만 하면 바로 얼 정도였죠. 입동 전에 거둬서 묻어 놓은 채소는 제대로 처리를 못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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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들을 데리고 뒷산으로 간 뒤 비로소 여 시주가 이미 위독한 상태라는 것을 알았는데, 남자 시주가 그녀에게 억지로 약을 먹이더군요. 그런 후 여 시주에게 먹이려고 하자 미음을 보시해 줄 수 없냐고 소승에게 물었습니다. 소승은 당시 주지 대사께 감히 이 일을 말씀드릴 수 없어 하산했다가 돌아온 뒤 매일 미음을 가져다주었습니다. 며칠 뒤 여 시주가 깨어나 계속 아이를 찾으며 아이가 늑대에게 물려갔다고 했지요. 울면서 아이를 찾으러 가겠다고 했으나 여 시주는 몸이 약해서 일어날 수조차 없었습니다. 나중에 남자 시주와 소승이 대신 한 번 찾아봤지만 찾지 못했습니다. 그것도 당연한 게 늑대가 물어갔는데 어떻게 아직 살아있겠냐는 생각이 당시 소승 마음속에 있었습니다.”덕방스님은 여기까지 말하고 긴 한숨을 내쉬었다. “여 시주도 아마 속으로 그런 생각을 했는지 며칠을 운 탓에 몸이 더 나빠졌습니다. 게다가 상처가 곪기 시작해 소승이 치료해 봤으나 더는 살기 힘들 거 같아 남자 시주와 얘기하다 여 시주의 신분을 알게 되었지요. 그녀는 천문 세가의 이리 가주로 다른 사람을 위해 역천개명을 해서 저주의 횡액을 당해 목숨까지 잃어야 했던 거라는 사실을요. 그런데 남자 시주는 계속 소승에게 그녀를 구해달라고 했습니다. 소승이 순간 정신이 어떻게 됐는지 그만 그에게 살리는 방법을 알려주고 말았고, 그 때문에 남자 시주의 목숨을 해치고 말았습니다.”우문호가 화들짝 놀라 물었다. “주지는 저주를 푸는 방법을 아는가? 그래서 이리 가주는 결국 죽지 않았나?”주지는 다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소승이 아는 방법은 이렇습니다. 소위 역천개명은 죽어가는 사람을 구하는 것에 불과한 것으로 하늘이 천문 세가에 내려준 신통력이 있습니다. 그래서 천문 세가의 이리 가주는 사람을 구할 수 있고 영석을 열 수도 있지요. 만약 다른 사람이 그녀를 구하려고 해도 이리 가주 스스로 그렇게 되기를 원하지 않으면 불가능합니다. 처음엔 남자 시주가 이리 가주에게 얘기할 때 이리 가주는 동의하지 않았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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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경릉은 그에게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 “잘 생각 하셨소, 내 사람을 시켜 전골을 내오라 하겠소.”우문호는 고개를 돌려 아내가 나가는 모습을 바라보며 턱을 괴었다. 그는 스스로가 귀찮은 존재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한평생을 되돌아보면 가장 큰 행운은 그녀를 만난 것이었고, 그녀와 함께하는 매일매일이 가슴 벅찼다.그는 그저 아톰도 그러기를 바랄 뿐이었다.만약 아톰의 마음속에 일곱째 아가씨가 없다면, 아톰이 평생 장가를 가지 않는다 해도 그는 조급해하지 않았을 것이다. 기껏해야 몇 마디 잔소리를 하는 정도일 것이다. 그럼에도 너무나 좋은 사람이었기에 그는 안타까웠다.둘은 전골을 아주 맛있게 먹었다. 아이들이 곁에 없는 날들이 다시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우문호는 최근 공무가 바빠 식사 후에 보고를 가져와 검토하였고 원경릉은 옆에서 그를 보필하며 이따금 몇 마디 말을 건넸다. 밤은 고요했지만 아주 평화로웠다.보고를 다 읽었을 때는 이미 자시가 되어 있었다. 목여 태감이 이미 여러 차례 들어와 이제 잠자리에 들 시간이라고 재촉했었다.우문호는 아직 잠이 오지 않았지만 원 선생이 그 때문에 밤을 새우는 것을 원하지 않았기에, 그는 그녀를 껴안고 잠에 들었다.다음 날 아침, 원경릉은 그에게 며칠 후에 어딘가에 다녀와야 한다고 말했다. 겸사겸사 양여혜가 이끄는 다른 팀의 신약 데이터도 살펴보고, 추 상궁의 피를 조금 뽑고 돌아가 검사해서 약의 억제 효과를 확인하려 했다. 그 결과에 따라 다시 돌아와 조정을 해야 했다.“얼마나 가 있는 것이오?” 우문호가 물었다.“일주일 정도. 나도 너무 오래 있을 수는 없소. 추 상궁 쪽에서 무슨 일이라도 생길까 봐 걱정되오.” 원경릉이 답했다.“그럼 좋소. 내 경호까지 바래다 드리겠소.”“필요 없소. 그렇게 멀지도 않은데, 왔다 갔다 하는 게 너무 번거롭지 않소!” 원경릉이 웃으며 말했다.우문호가 말했다. “알겠소. 아이들도 가고, 냉정언이랑 홍엽도 떠나고, 서일도 가고, 탕양도 가고, 이제 당신까지 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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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급한 일이 아니면 일단 잠시 미뤄 두게. 짐이 자네와 이야기를 좀 나누고 싶으니…”“정말 급한 일입니다. 신은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탕양은 말을 마치자마자 예를 갖추어 인사하고 몸을 돌려 쏜살같이 도망치듯 달려갔다.우문호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녀석, 정말 재빠르게 도망치는군. 누가 잡아먹겠다고 했나, 그저 속마음을 좀 털어놓으려 했을 뿐인데. 저 이기적인 놈, 내 또 누구에게 속마음을 이야기할 수 있겠나?” 목여 태감이 입을 가리고 웃었다. “폐하, 탕 대인께서는 폐하께서 잔소리하실까 봐 그러시는 겁니다!” “짐이 언제 잔소리를 했단 말이냐? 몇 번…아니 열몇 번, 많아야 백 번 정도 말했을 뿐이지 않나?” 우문호는 불만스럽게 말했다. “네 그럼요, 폐하께서는 잔소리하지 않으십니다!” 목여 태감이 웃으며 말했다. 황제가 탕 대인을 매우 아끼는 것은 모든 사람들이 다 아는 일이었다. 황제는 그가 홀로 밖에서 고생하는 것을 안쓰러워하며, 집에는 그를 정성껏 보살펴 줄 사람 하나 없다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짐이 그를 설득할 수 없으니, 어쩔 수 없지. 사람마다 뜻이 있는 법이고 그가 그렇게 하는 것이 편하다면 내버려두는 수밖에. 다만 나중에 후회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네. 사람의 일생이란, 정말 소중한 사람을 만나게 되면 꼭 붙잡아야 하는 법 일세. 그렇지 않으면 죽을 때가 되어 한평생을 되돌아보며 소중한 사람과 함께하지 못했던 것을 후회하지 않겠나?”“짐도 잔소리가 좀 심했다는 것을 알고 있네. 그저 이 일에 대해서만 잔소리를 하고자 하는 것이야. 감정적인 일은 억지로 될 수 없다는 것을 알지만, 마음이 급하구나.”목여 태감은 고개를 숙이고 조용히 있었다. 이전 사례로 보아 황제는 또 한동안 탕 대인 일로 잔소리를 늘어놓을 터였다. 탕 대인 일이라면 황제가 탕 대인보다 더 안달복달이었다.정말이지, 태감은 아무렇지도 않은데 황제만 애가 타 죽을 지경이었다.우문호는 소월궁으로 돌아와서도 계속 잔소리를 늘어놓았고, 원경릉은 책을 보면

  • 명의 왕비   제3151화

    탕양은 손을 뻗어 일곱째 아가씨의 손등을 살짝 눌렀다. “너무 조급해하지 마시지요. 말씀드렸잖습니까? 안내인도 있고, 지도도 있으니, 독산 어디든 원하시는 곳에 가실 수 있습니다. 사람을 써서 사전에 모든 위험을 제거해 드릴 겁니다. 아시겠지만 독산에 위험이 제거되면 관광지로 개발해 입장료를 받고 사람들을 들일 수 있습니다. 어떠십니까?”“관광지로 개발한다고요? 그거 참 기발한 생각이네요. 하지만 그렇다면 독산을 저 혼자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겠군요?” 일곱째 아가씨는 냉소했다.“15년 동안은 아가씨께서 독점하시고, 그 후에는 수익의 3할을 가져가시는 겁니다!”일곱째 아가씨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개발, 물론 좋은 일이다. 좋은 곳, 좋은 경치는 세상 사람들에게 보여줘야 마땅하다. 게다가 그가 말한 것처럼 입장료를 받고 조정의 협력까지 더해진다면 꽤 많은 관광객들이 그곳으로 향할 것이다. 어쨌든 조정은 다섯 곳의 성지를 발전시키려 할 테니, 어떻게든 많은 사람들을 그곳으로 불러들이려 할 것이다.게다가 황제는 현재 나라를 다스리는 데 총력을 쏟고 있었다. 경제가 발전되고 북당이 점점 부유해지니 돈을 좀 들여서 놀러 다니는 사람들도 아주 많았고, 이는 장기적인 수익으로 이어질 것이다.그녀도 이제 은퇴 후의 삶을 생각해 봐야 했다. 독산은 정말 좋은 곳이고, 그녀의 꿈이 깃든 곳이다. 독산에서 여생을 보낸다니, 생각만 해도 설레었다.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것이 원 가문의 퇴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계약하죠!”이렇게 성급하게 5백만 냥짜리 거래를 결정하는 것은 평소 신중했던 일곱째 아가씨에게는 처음 있는 일이었다.하지만 부자에게 있어 자신의 꿈을 위해 한 번쯤 돈을 쓰는 것은 가치 있는 일이었다.“일곱째 아가씨께서는 역시 호탕하시군요! 과연 여장부십니다!” 탕양이 웃으며 말했다.일곱째 아가씨는 눈을 흘기며 말했다. “아첨은 그만 하시고, 말씀하시지요. 제 안내인은 어디 있나요? 제가 직접 한번 가 보고, 정말 독산 전체를 다

  • 명의 왕비   제3150화

    “어디 다녀오시는 길이에요?” 일곱째 아가씨가 물었다.“공부에서 오는 길입니다. 복지 시설 건립 건에 작은 문제가 생겼거든요. 지금은 다 처리했습니다.” “탕대인께서 나서셨으니, 안 될 일이 없겠죠.” 일곱째 아가씨는 탕양의 일 처리 능력을 인정하였다.그녀는 차 재료를 넣고 잠시 끓인 후, 탕 대인에게 따라 주며 말했다. “입술이 바싹 말라 다 트셨네요. 어서 드세요.” “그럼 잘 마시겠습니다!” 탕양은 차를 받아 들고 몇 번 불더니, 단숨에 마셔 버렸다. 차가 뜨거웠음에도 전혀 개의치 않았다. 정말 몹시 목이 말랐던 모양이다.그가 두 잔을 마시고 나서야 일곱째 아가씨가 물었다. “저를 찾으신 이유는 무엇인가요?”탕양은 찻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상단에서는 혹시 약도성 재건 사업에 참여할 생각을 해 보셨는지요? 안심하십시오, 손해 보실 일은 없을 겁니다.”“저는 민간 상단입니다. 어떻게 성 재건에 참여할 수 있겠습니까?” “황제 폐하께서 된다고 하셨으니, 분명 문제없을 겁니다.” 탕양이 말했다.일곱째 아가씨는 빙긋 웃으며 말했다. “탕 대인, 이런 좋은 일을 어쩌다 저희 상단이 맡게 된 것입니까? 혹시 대인께서 뒤에서 저희를 위해 힘써 주신 건 아니신지요? 어쨌든 호의는 정말 감사드립니다만, 은혜가 너무 커서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민간 상단이 약도성의 재건에 참여하려면 막대한 은화를 지출해야 하는데, 재건 이후 그녀의 상단에 돌아갈 이익은 아마 봉토 정도 일 것이다.약도성은 택란 공주의 영지이고, 철광이 많으며, 정세도 이미 안정되었으니 채굴은 시간문제이다.하지만 광산은 예로부터 조정의 소유였으니, 민간 상단에 봉해 줄 리가 없다. 그러니 설령 봉토를 내린다 해도 쓸모없는 산지나 몇 개 주어질 뿐일 것이다.일곱째 아가씨가 이 일을 엄청난 호재라고 말한 것은 탕양의 체면을 세워 주기 위함일 뿐, 사실 그녀는 가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일단 제 이야기를 들어보시겠습니까?” 탕양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그녀를

  • 명의 왕비   제3149화

    홍엽이 조용하고도 냉정한 말투로 물었다. “공무를 보러 가는 것이냐?”“저는 원래 공사를 구분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공무를 보러 가는 것도 여행이라 할 수 있죠.”냉정언이 온화한 눈빛으로 냉명여를 바라보았다. “손자도 이제 다 컸으니, 함께 데리고 나가 바깥세상을 경험해 볼 때가 되었지.”냉명여가 고개를 들었다. 냉정한의 눈빛은 다시 싸늘하게 변했다.이 집안에서 냉정한은 엄격했으며, 홍엽은 편애를 받았다. 그렇기에 둘은 서로 보완이 되었다.“알겠습니다. 그럼 일단 짐부터 싸야겠네요. 얼마나 가 있는 겁니까?”홍엽이 기쁜 목소리로 물었다.“돌아오고 싶을 때 돌아오면 되니 일수는 생각할 필요 없다. 어쨌든 우문호는 항상 나에게 짐을 지우고 있었으니, 우리도 즐길 때가 되었지.”냉정언이 복수하듯 말했다.홍엽이 웃었다. “정말 그럴 만도 합니다.”그의 수양딸을 만나러 가는 길이니, 무척이나 기뻤다.홍엽이 우문호에게 품고 있는 가장 큰 불만은 자신과 수양딸 사이를 막고 있는 것이었다. 분명 자신의 수양딸임에도 우문호가 독점하고 있으니, 너무나도 과한 처사였다.황제가 된 사람들의 성격은 대체로 좋지 않았다.세 명의 사람과 한 마리의 원숭이가 조용히 성을 빠져나갔다. 흠차라고는 하지만 어떠한 허례허식도 없었다.그들이 떠난 뒤, 탕양도 약도성을 위해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탕양은 최근 몇 년 동안 바쁘게 일하며 많이 늙었고, 머리카락은 흰머리가 수북했다.그는 이전에 우문호의 최측근 신하였으며 지금은 우문호의 전반적인 심부름꾼이었다. 관직이 내려져 고용된 것이 아닌, 그저 유용한 사람으로써 투입된 것이었다. 그는 우문호에게 직접 보고를 올렸으며, 어떤 관청에서도 그를 관리할 수 없었다.근래 몇 년 동안 그는 병부에서 군사를 정리하고 호부에서 전국의 땅과 세금을 다루며 새로운 정책을 세우는 데 도움을 주었다. 또한 이부에서 심사에 참여하고 형부에서 중대 사건을 옆에서 다루었다.황후는 탕대인이 벽돌과도 같아 필요한 곳 어디에서든 쓰일 수

  • 명의 왕비   제3148화

    “좋은 생각이십니다. 가능한 빠를 수록 좋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조정의 은혜를 이어 갈 수도 있습니다.”냉정언은 그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 들였다.그리고 잠시 멈칫하고는 우문호를 바라 보았다.“그리고 공주님을 보살 피라는 말씀이시지요?”“역시 지혜로운 수보구나. 짐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다 꿰뚫어 보고 있어.”우문호가 미소를 지어 보였다.“폐하께서 공주님을 아끼시는 건 궁의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소인이 궁에 들어오기 전에 폐하께서 갔다 오실 줄 알았습니다.”“짐이 생각 해보았지. 지금 때에 약도성에 들리면 이득이야. 조정을 향한 백성의 믿음도 생기고, 결코 짐이 백성을 버리지 않았다는 뜻이 될 테니 말이야. 하지만 내가 조정을 떠나면 나에게 반심을 가진 자들이 모여서 내란을 일으킬 수 있어. 자네를 수보의 신분으로 보내는 게 제일 안전한 방법이네.”냉정언이 고개를 끄덕였다.“옳으신 말씀입니다. 사실 소인은 폐하께서 직접 가실 것 같아 설득을 해볼 생각이었습니다.”우문호는 애매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짐이 자식들 때문에 나랏일을 뒤로 미루는 사람으로 보이는가.”“공주님이라면 그럴지도 모르지요.”냉정언이 미소를 지어 보였다.“소인이 폐하를 너무 얕보았나 봅니다.”“짐도 구분은 할 줄 아네. 쉽게 위험 속에 몸을 던지는 사람이 아니야.”게다가 그는 집에서 제일 약한 사람이 아닌가. 냉정언이 답했다.“네, 알겠습니다. 홍엽 공자에게 일러 두겠습니다. 내일 출발 할 수 있게 말입니다.”“홍엽 공자도 가는 것인가?”우문호가 눈을 크게 떴다.“소인이 오랜만에 나가는 외출 입니다. 제 아들도 바깥 세상 한번 구경 시켜줘야 하지 않겠습니까.”우문호가 의미심장한 태도로 답했다.“그래, 명여도 데려가게. 사내 아이는 많이 둘러 보는 게 좋지.”“명어 그 아이는 홍엽 공자를 잘 따릅니다.”냉정언이 말했다.“그래, 네가 누굴 데려가든 상관없다.네가 가면 되는 것이니 말이다.”우문호는 허공에 손을 흔들었다.말을 끝나

  • 명의 왕비   제3147화

    하지만 새해의 기쁨도 초 닷새 날까지뿐이었다.초 엿샛날이 되자 각 부서들이 하나둘씩 출근하기 시작했다.우문호의 표정이 좋지 않다.출근 때문이 아니라 택란이 약도성에 다녀오겠다는 말 때문이다.약도성은 큰 화재 때문에 재건설을 했다.그녀는 직접 두 눈으로 봐야 마음이 놓일 것 같았다.게다가 형제들도 곧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원경릉은 우문호를 하룻 밤 내내 설득하기 바빴다.곧이어 우문호는 위왕과 안왕에게 임무를 주었다. 강북부에 도착하면 즉시 그에게 보고를 하라는 내용이었다.위왕과 안왕은 억울하기 그지없었다.왕의 위치에 오르니 사람도 변한다는 사실이 와닿았다.우문호는 한 사람씩 배웅을 해주었다.하지만 아이들은 반겨 하지 않았다.그들의 삼촌을 지켜줘야 할 뿐만 아니라 속도가 현저히 느려지기 때문이다.하지만 우문호는 자신의 결정을 굽히지 않았다.옆에 있던 서일도 같이 가겠다는 의지를 보였다.그 이유는 출장 비용을 황후가 흔쾌히 내어 주기 때문이다.아이들이 또다시 다른 지역으로 떠난다.역란은 자신이 벌써 열 살이라며 강조했다.나이가 어떻게 되든 10년이라는 시간을 보낸 것은 사실이다.“역란아, 아바마마가 마음이 아프다.궁에 남아 나와 더 놀아주지 않겠어?”마차가 지나가고, 경단이 역란에게 물었다.“이만하면 됐습니다. 조금만 더 지내면 싫어하실 거예요.”역란이 혀를 내밀고는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아이고, 이 녀석아.”경단은 역란의 말에 무언가를 깨달은 듯했다.‘적당한 거리가 아련함을 만든다.’마차가 천천히 성 밖을 나갔다.한편, 어서방 안.30분 전, 우문호가 냉정언에게 바둑을 두자고 불렀다.몇 판을 졌지만 우문호는 화도 내지 않고, 바둑판을 엎지도 않았다.다음 판이 또 시작되자 냉정언이 그를 말렸다.“폐하, 무슨 일이 있으시면 말씀을 하세요. 계속하셔도 저한테 질 뿐입니다.”“지지 않을 걸세!”우문호가 그를 노려 보았다.냉정언이 차를 한 입 들이켰다.“그래서 무슨 일 이십니까?”우문호의 인내심

  • 명의 왕비   제3146화

    “매화장에서 새해를 보내고 정월 초이틀에 돌아오마. 세뱃돈은 한 사람당 하나씩이니, 욕심은 부리면 안 되느니라!”원경릉이 종이에 적힌 글을 소리내어 읽었다.“매화장에 가셨다고? 혼자서 보낸다고 하시지 않았나?”우문호는 이상하다고 생각이 들었다.‘매화장에 무슨 볼거리라도 생긴 걸까? 우린 초대도 못 받았는데.’“어쩔 수 없지요, 그만 갑시다.”원경릉이 말했다.그들이 자신들의 세뱃돈을 꺼냈다.돌아가려던 찰나, 다른 부부들과 마주쳤다.미색부부, 손왕 부부와 공주 부부도 온 것이다.그들의 손엔 선물을 들고 있었다.우문호는 반대로 아무것도 들고 오지 않았다는 사실에 얼굴을 붉혔다.“다들 어디가신 겁니까?”미색이 성큼 들어와 그들에게 물었다.“매화장에 가셨어.”원경릉이 종이를 내보였다.곧이어 상자를 가리키며 말했다.“새뱃돈은 한 사람당 하나씩.”“너무 대충 준비 하셨네.”회왕은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매년 새해에는 시끌벅적하게 보냈기 때문이었다.그는 어젯 밤, 가족들과 시간을 보냈다.하지만 어딘가 부족한 마음이 들어 아침 일찍 찾아온 것이다.새해에 숙왕이 없으니 무언가 허전한 마음이 들었다.모두 실망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그저 멀뚱멀뚱하게 서로를 바라볼 뿐이다.‘새해에 집에 있으면 새해의 느낌이 없지 않은가.’이때, 우문호가 의견을 내놓았다.“매화장에 가보는 게 어떻겠습니까?”“좋아, 지금 출발 하자구나.”손왕이 서둘러 답했다.한편, 매화장 안.전 명원제는 답답하기 그지 없었다.그는 그저 혼자 조용히 새해를 맞이하고 싶었다.어제까지만 해도 모두 각자 새해를 보낸 다는 소식에 그는 기뻐했다.광대짓을 안 해도 된다는 생각에 해방감을 느낀 것이다.하지만 기쁨도 잠시 순식간에 사람들이 몰려와 매화장을 꽉 채웠다.무상황이 나타나 노인들끼리 같이 새해를 보내자고 제안을 한 것이다.그는 공간이 넓고, 옆으로 산이 있다는 이유로 매화장을 택했다. 전 명원제는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그도 노인이기 때문이다.그리하여

  • 명의 왕비   제3145화

    원경릉은 그의 말에 마음이 아팠다.얼마 전까지만 해도 생각도 하기 싫은 문제였다.형제들과 다르게 그는 노화세포를 전혀 피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이 사실을 그에게 말한 적은 없지만 우문호는 어느 정도 눈치를 채고 있었다.그도 자식들의 회복 능력을 보면서 알 수 있기 때문이다.하지만 원경릉에게 직접 말한 적은 없다.우문호는 그녀를 바라 보았다.부부라서 마음이 통한 것일까.그는 그녀의 마음을 대략 읽고 있었다.원경릉은 수술을 하고 나서 전혀 늙지 않았다.일부로 어두운 색깔의 옷을 입어도 여전히 젊어 보였다.반대로 우문호는 하얀 머리카락이 듬성듬성 나기 시작했다.어쩌면 국가의 일을 처리하느라 노화가 빠른 것일지도 모른다.하지만 그는 그의 나이에 맞는 모습으로 점차 변해갔다.아직 눈가에 주름도 없고, 늙어 보이지 않지만 그는 곧 자신에게 닥칠 일이라고 생각했다.원경릉에게 주사를 맞겠다고 한 것도 그저 한순간의 충동일 뿐이다.사실 그는 그녀가 늙지 않고, 죽지 않는 다면 그것만으로도 좋았다.하지만 몇십 년 뒤에 그녀의 인생에 자신이 사라진다는 사실이 마음에 걸렸다.생각하면 할수록 조급해질 수 밖에 없었다.그는 서둘러 생각을 접었다.'지금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같이 있는 시간을 즐겨야 한다.'요즘들어 우문호는 운명을 믿기 시작했다.원경릉이 자신에게 온 이유가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그 다음 날, 온 가족이 숙왕부에 도착했다.그들이 일찍 깨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대문이 닫혀 있었다.만두가 문을 두드렸다.아무런 대답이 없자 우문호가 바짝 긴장했다.“무슨 일 일어난 건 아니겠지?”“제가 들어가 보겠습니다!”곧이어 만두가 재빠르게 안으로 들어갔다.아들의 의외의 행동에 우문호가 깜짝 놀랐다.“만두가 언제 무술을 배운 거야?”원경릉은 무술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어제의 일이 떠올랐다.그리고 혹시 몰라 다르게 답했다.“저도 만두가 무술을 배웠을 줄은 몰랐습니다.”곧이어 만두가 안에서 문을 열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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