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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명의 왕비: Chapter 2991 - Chapter 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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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991화

안풍 친왕비가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 없어. 이리봉청은 분명 수를 남겨뒀을 거야. 영석을 자기가 지니고 있을지도 몰라. 안지여가 전에 천문 세가의 가주가 된 뒤에 천문 세가의 역천개명 능력이 어디서 나오는지 찾고자 했는데 안타깝게도 마지막까지 찾지 못했거든. 그래서 결국 이리봉청에게 몹쓸 짓을 해서라도 이리봉청이 역천개명 하도록 몰아붙였던 거야. 따라서 안지여가 영석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추정할 수 있지.”하지만 원경릉은 여전히 의구심이 들었다. “영석은 어떤 구조죠? 왜 역천개명(逆天改命) 능력을 가질 수 있는 걸까요?”“흑영이 알아낸 정보에 따르면, 천문 세가의 역천개명 능력으로 곧 죽어가는 환자들을 전부 구해냈대. 헌데 역천개명의 저주로 급사하는 게 이상하다고 생각이 들군. 그래서 난 영석이라는 게 강력한 방사능을 가진 게 아닐까 의심스러워. 우리 세상에서 탐지할 수 없는 암흑물질 에너지로 사람의 유전자를 변형시킬 수 있는 게 아닐까, 그래서 질병인 낫게 되는 거지. 허나 영석을 사용한 사람도 방사능에 피폭돼서 한 달에서 3개월 사이 급사하게 돼. 물론 이것도 추측에 불과해 완전히 성립하지 않는 게 영석을 사용한 사람이 치명적인 방사능에 피폭된다면 말이야, 당시 이리봉청은 임신하고 있었는데 그런 강력한 방사능이 어째서 태아에게는 해를 끼치지 않았을까?”원경릉이 답했다. “우리가 확인할 수 없는 일에는 골머리 썩지 않기로 해요. 정말 영석이 있고 이리봉청이 몸에 지니고 있다면 그녀의 시신을 찾으면 자연스럽게 알게 될 일일 테니까요. 단지 마마의 가설이 성립되지 않는 건 확실해요. 왜냐하면 만약 영석에서 방사능이 나올 경우, 이리봉청은 그걸 몸에 지니고 있지 않았을 게 틀림없으니까요.”왕비가 생각해 보고 말을 이었다. “그렇긴 하네, 영석의 힘에 관해 탐구할 필요는 없지. 지금 제일 중요한 건 이리봉청의 시신을 찾은 뒤 복수의 큰 그림을 그리는 거니까. 그리고 내가 말했던 36년을 거슬러 올라가는 거, 한번 생각해 봐. 역사를 바꾸지 않는다는 전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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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992화

원경릉은 허를 찔렸는지 몹시 당황했다. “자.. 자기, 어떻게 알았어?”우문호가 원경릉의 손을 잡고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당신이랑 부부 생활이 몇 년인데 마음으로도 통하지. 당신이 뭘 생각하는지 내게 숨길 수 있을 것 같아?”원경릉이 살짝 우문호의 가슴에 몸을 파묻었다. “그러네. 어떨 땐 그냥 눈빛만 봐도 알 수 있는 것 같아. 자기가 이리 나리나, 냉대인, 홍엽이와 그런 것처럼. 암묵적으로 통하는 이런 사람들이 이리 나리 일을 알면 전심을 다 해 돕는 것도 당연한 일이네.”“응, 맞아. 냉정언한테 들어오라고 성지를 보낼게.”우문호는 바로 목여 태감을 불러 입궐하라는 어명을 들려 냉 재상 저택으로 보냈다. 냉 재상은 시간을 지체하지 말고 바로 입궐하라고 했다.한 시진 후 황제와 황후는 어서방에서 재상 냉정언을 접견했다.목여 태감이 직접 차를 올리고 어전의 문을 닫아 아무도 들어가지 못하게 했다.“냉대인은 천문 세가를 알고 계십니까?” 원경릉은 목여 태감이 나가자 바로 물었다.냉정언은 차를 받쳐 들고 살짝 당황했다. “천문 세가요? 풍도성의 천문 세가 말씀하시는 겁니까? 제가 듣기로 36년 전에 천문 세가는 누군가를 위해 역천개명한 탓에 일문이 다 횡액으로 죽었다고 알고 있습니다.”우문호가 미간을 찡그리고 말했다. “천문 세가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어?”냉정언이 대답했다. “제가 아는 건 많지 않지만 제 사부님은 좀 아실 게 틀림없습니다. 사부님의 사제 한 분이, 그러니까 제게는 사숙이신 분이 천문 세가의 역천개명 저주로 돌아가셨으니까요.”원경릉이 깜짝 놀랐다. “설마 냉 대인 사숙께서 천문 세가 사람이셨나요?”냉정언이 고개를 흔들었다. “아뇨!”원경릉이 매우 이상하게 여겼다. “천문 세가 사람이 아닌데 어떻게 역천개명 저주를 당하신 거죠?”냉정언이 말했다. “자세한 상황은 저도 잘 모릅니다. 예전에 사부님이 술에 취했을 때 얘기꺼내신 적이 있었는데 사제가 아주 비참하게 죽었다며 자기 여인이 될 수 없는 사람 때문에 목숨까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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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993화

원경릉이 그 일을 계속 생각하는 동안, 우문호가 냉정언에게 이리 나리의 과거와 이리 나리의 어머니가 당한 일을 하나도 감추지 않고 전부 알려주었다.한결같이 냉정함을 유지하던 냉 대인이 이 사건을 듣고 지극히 비분강개해서 손에 들고 있던 찻잔을 바닥에 집어 던지며 치를 떨었다. “너무 악랄하군요. 이런 인간을 어떻게 살려둘 수가 있습니까? 뼈를 모조리 꺾어서 재를 만들어야 이리 나리 마음에 맺힌 한을 풀 수 있지요!”“이제 와서 그의 뼈를 꺾어 재가 되게 해도 너무 편하게 보내 주는 거야.” 우문호가 악에 받쳐서 말했다. “지금 우리는 이리봉청이 정말 죽었는지 확실하지 않아. 그러니 어쩌면 천문 세가에 뭔가 또 능력이 있었을지도 모르고. 그게 역전의 기회가 될 수도 있어!”냉정언은 비록 극도로 비분강개했으나 역전의 가능성이 있을 리는 없다고 느꼈다. 이미 36년이나 지난 일이니 말이다.단지 황후는 늘 비범한 능력으로 남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것을 파악해 왔으니 황후가 아는 이상 분명 최선을 다할 것이다. “사부님이 경성에 계시니 바로 입궐하시도록 청하러 가겠습니다. 천문 세가 일이라면 어느 정도 아실 겁니다.”냉 대인은 말을 마치고 바로 달려 나갔다.냉정언이 그토록 냉정하지 못한 모습은 처음이었다.원경릉은 눈을 감고, 가느다란 의식의 끈을 잡기 위해 노력했다. 배기가 이리봉청을 좋아했기 때문에 도망치는 걸 도왔다? 그런데 결국 배기가 천문 세가의 역천개명 저주를 당한 건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원경릉에게 강렬한 느낌이 왔다. 배기의 사인에 어쩌면 그들이 찾고 있는 답이 있다는 느낌이었다.냉정언의 사부 검마를 기다리는 동안, 안풍 친왕비가 사람을 궁으로 보내 늑대파가 아직 눈늑대봉에서 이리봉청의 시신을 찾지 못했다고 전해왔다.원경릉은 안풍 친왕비 성격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는데 얼핏 평화로운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성격은 급하고 일하는 스타일도 정확하고 신속했다. 게다가 이리 나리를 지극히 사랑하기 때문에 밤낮으로 이 일 때문에 애를 태우며 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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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994화

냉 대인은 얼른 검마를 데리고 입궁하며 오는 길에 당시의 일들에 대해 대략 얘기했다. 단지 검마에게 이리봉청이 이리 나리의 어머니란 사실은 꺼내지 않고 조정이 지금 당시의 천문 세가 일을 조사한다고만 말해두었다.어서방에 들어가 일체 번거로운 형식을 벗어던지고 우문호는 단도직입적으로 검마에게 배기 일을 물었다.검마도 깔끔한 사람으로 바로 대답했다. “배기는 사문에서 축출되었고, 두 사람을 죽여서 사존께서 노하시고 배기를 내쫓으셨죠. 그래서 엄격하게 따지면 제 사제라고 할 수 없으나 사문에 있을 때 저와 관계가 매우 좋아서 사적으로 저는 여전히 그를 인정했습니다.”“사문을 떠난 뒤로 배기가 풍도성으로 가서 안지여 측근의 철위가 된 것을 알고, 배기의 무공으로 개인의 호위따위가 되었나 싶었지만 명성이 이미 땅에 떨어져 아무도 그를 기용하려 하지 않아서 철위가 될 수밖에 없었던 거죠. 나중에 제가 하산한 뒤, 풍도성으로 배기를 찾아갔을 당시는 안지여와 이리봉청이 혼인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습니다. 그리고 배기가 저에게 지난 얘기를 하며 가장 많이 언급한 사람은 이리봉청의 여동생 이리봉우였습니다.”“나중에 자세히 얘기해 알게 되었는데 배기가 안지여 곁에서 그럭저럭 잘 지내고 있었습니다. 단지 안지여 인성이 일관성이 없어 시중들기 어렵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다른 데로 갈 수 없는 게 풍도성 사람은 배기의 과거를 몰라서 그나마 하루하루 살아갈 만했던 겁니다. 그런데 한 번 배기가 잘못을 저지른 적이 있는데 엄동설한에 안지여가 그를 철창에 가두고 말았습니다. 그때 언니를 보러 왔던 이리봉우가 배기를 위해 간청해서 안지여가 처제 체면을 봐서 용서해 줬다고 하더군요. 배기는 이리봉우에게 크게 감동했습니다.”“배기가 말끝마다 이리봉우 얘기를 하길래 제가 그녀를 좋아하냐고 물었더니 바로 부정하더군요. 절대로 불가능하다고. 생각도 감히 해 본 적이 없다고요. 이리봉우는 천문 세가의 둘째 아가씨고, 배기는 밝은 데 나올 수 없는 살인범이라 어울리지 않는다는 거죠. 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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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995화

원경릉이 여기까지 듣고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천문 세가에서 받은 저주가 피부가 벗겨져 죽는 거라니.. 믿을 수 없었다. 원경릉은 생각을 집중해 시간 순서대로 정리해 봤다. 검마가 이리봉청을 봤을 때 이리봉청은 이미 임신했고, 그 반년쯤 뒤에 배기의 편지를 받았으며 배기는 이때 이미 복수 준비를 얘기했다. 즉, 이리봉청이 이미 옥에 갇혔다는 소리다. 그다음 배기가 이리봉청을 구해내 경성으로 떠나게 하려 했고, 나중에 검마가 풍도성에서 경성으로 오는 길 내내 찾아봤지만 배기에 대한 아무런 소득이 없었다. 결국 통천문 사람이 이미 죽은 배기를 찾아냈다. 이 과정에서 최소한 2~3개월은 필요했다.하지만 배기를 발견했을 때 배기는 죽은 지 겨우 며칠 지났을 뿐이었다. 다시 말해서, 배기는 이리 나리가 태어난 뒤로 적어도 한 달에서 두 달 뒤 죽은 것이다. 그리고 그때는 이미 천문 세가 사람은 전부 멸절된 뒤였다.‘배기가 어떻게 천문 세가의 역천개명의 저주를 받고 죽을 수 있지?’유일한 해석은 이리봉청이 이리 나리를 낳은 뒤 죽지 않았고, 배기가 이리봉청을 찾아낸 것이다.그런데 그것도 안 된다. 당시 배기가 이리봉청을 도와 탈출시킬 때 배기는 안지여에게 죽임을 당하지 않았었나? 적어도 이리봉청의 인식 속에 배기는 안지여의 손에 죽었다.하지만 배기가 죽은 척 위장하고 이리봉청을 쫓아갔을 수 있다. 그래야만 사람들의 이목을 가려 더 이상 이리봉청을 도울 사람이 없다고 안지여가 믿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었다.검마가 서술한 사건의 경위를 보면 이리봉청은 이리 나리를 낳은 뒤 죽지 않았을 가능성이 제일 컸다. 원경릉에게 점점 한 가닥 희망이 솟아났으나 입밖으로 낼 수 없었다. 우문호와 냉정언이 희망을 품었다가 아니게 되면 굉장히 실망할 게 틀림없었다. 둘 다 이리 나리와 같은 마음이니 말이다. 원경릉은 검마에게 천문 세가의 영석은 정말 그렇게 신기한지 자세히 물었다. 검마도 영석에 대해 들어본 적은 있지만 직접 본 적은 없었다. 영석은 가주가 대대로 물려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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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996화

산바람이 거세게 부는 가운데 원경릉은 사방을 멀리 바라봤다. 처음 여기 왔을 때부터 그녀는익숙한 기분이 들며 피 냄새가 뒤섞인 원한이 강렬해지는 것을 느꼈다. 산길을 따라 앞으로 나가자 원경릉의 머릿속에 한 편의 영상이 펼쳐졌다. 그 영상속에서는 극도로 지친 이리봉청은 숨을 몰아쉬며 힘들게 산을 오르고 있었다. 배는 아프고 아이는 나오려고 해서 더욱 길을 재촉했기 때문에 재빨리 사당에 다다를 수 있기를, 사당에서 아이를 낳을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는 듯 했다.시간이 지날수록 이리봉청의 발걸음은 점점 느려졌다. 몇 번 휘청거려 손에 든 칼을 땅에 꽂고 무거운 몸을 버텨봤으나 아프고 어지럽고 배가 고프고 목이 말라 하는 수 없이 천천히 무릎을 꿇고 눈을 뭉쳐서 입안에 쑤셔 넣었다. ‘앗, 차가워!’…원경릉은 쭈그리고 앉아 떨리는 손을 뻗어 평지를 만졌다. 여기다! 이곳에 강한 느낌이 든다.“원 선생, 피곤한 거 아냐?” 그러자 우문호가 와서 원경릉을 부축했다.원경릉이 고개를 들어 깊고 슬픈 눈빛으로 우문호를 쳐다봤다. “자기야, 이리봉청이 바로 여기서 이리 나리를 낳은 것 같애!”우문호 뒤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던 이리 나리가 이 말을 듣고 심연 같은 눈동자에 깊은 어둠이 깔리며 그녀가 쭈그리고 앉은 위치를 바라봤다. 그곳은 평탄하다고 할 수 없는 곳으로 조금만 더 앞으로 가면 더 좋은 지형이 있어 차가운 바람을 막을 수 있었다.하지만 이리봉청은 거기까지도 갈 수 없었다. 여기가 바로 이리 나리의 출생지이기 때문이다.36년 전 이리 나리가 세상에 와서 제일 처음 본 곳도 바로 여기다.그러자 오랜 시간 참아왔던 눈물과 휘몰아치던 슬픔이 둑이 터지듯 왈칵 쏟아져나와 더 이상 막을 수 없게 되었다. 가슴이 칼로 베어 쥐어짜는 듯했다. 이리 나리는 허리를 숙이고 천천히 주저앉아 억눌렀던 슬픔을 터트렸다.“이리 나리, 이러면 안 돼!”우문호는 이리 나리의 모습에 너무 괴로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위로의 말조차 의미 없었다.원경릉은 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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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997화

눈늑대봉에는 사당이 하나 있었는데 태상황 시절에 자운묘로 개명했다.자운묘 스님은 자신을 스스로 설산과 눈 늑대를 지키는 사람이라고 해 왔는데, 눈늑대봉이 조정에 의해 성스러운 산으로 봉해지자, 더 큰 책임감을 느끼고 황실을 대신해서 눈늑대봉을 지켰다.눈늑대봉 위에는 나이 든 승려 몇 명만 살고 있었다. 처음 여기 온 사람은 호국사 스님으로 나중에 호국사에서 몇 명이 연달아 왔으나 이제 더 이상 젊은 스님은 오지 않았다. 자운묘의 주지는 상당히 엄격해서 덕행이 높지 않거나 수행이 미치지 못하면 절대 올 수 없기 때문이었다.자운묘 스님 중 제일 젊은 스님의 나이도 올해 60세였다.황제와 황후가 자운묘에 왕림하자 주지인 덕방 스님이 직접 다른 스님들을 데리고 맞으러 나왔는데 총 다섯 명이었다.주지는 황제와 황후를 안으로 맞아들인 후 쓰고 떫은 산 차를 올렸다. 원경릉은 아직 제정신이 아닌 상태였는데 이곳의 모든 것에서 이리봉청의 숨결과 원념을 느낄 수 있었다.원경릉은 한 걸음씩 천천히 자운묘 전체를 돌았고 우문호와 서일도 원경릉을 따라 한 바퀴를 돈 뒤 앉아서 차를 마시며 36년 전 일을 물었다.황제가 주지에게 36년 전에 여자 하나를 구한 적이 없는지 묻자, 덕방스님은 화들짝 놀라며 낫빛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 36년 전의 여자 말씀입니까? 폐하께서 어찌 그 일을 알고 계시는지요?”우문호는 원하는 대답을 듣자 한시름 놓았다. 이리봉청이 구조된 것이 정말 맞았다. “주지, 아는대로 짐에게 말하시오. 절대 숨겨서는 아니 될 것이오!” 우문호가 원경릉의 손을 잡고 주지에게 말했다.주지가 깊은 한숨을 쉬더니, “이 일은 소승이 평생 저지른 일 중 가장 큰 잘못으로 지금 돌이켜보니 그 남자 시주께 정말 미안할 따름입니다!”“남자 시주? 여자가 아니고?” 우문호가 당황했다.그러자 주지는 바로 당시 일을 흥미진진하게 풀어놓았다. “그 해는 몹시 추웠습니다. 물을 뿌리기만 하면 바로 얼 정도였죠. 입동 전에 거둬서 묻어 놓은 채소는 제대로 처리를 못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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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998화

“그들을 데리고 뒷산으로 간 뒤 비로소 여 시주가 이미 위독한 상태라는 것을 알았는데, 남자 시주가 그녀에게 억지로 약을 먹이더군요. 그런 후 여 시주에게 먹이려고 하자 미음을 보시해 줄 수 없냐고 소승에게 물었습니다. 소승은 당시 주지 대사께 감히 이 일을 말씀드릴 수 없어 하산했다가 돌아온 뒤 매일 미음을 가져다주었습니다. 며칠 뒤 여 시주가 깨어나 계속 아이를 찾으며 아이가 늑대에게 물려갔다고 했지요. 울면서 아이를 찾으러 가겠다고 했으나 여 시주는 몸이 약해서 일어날 수조차 없었습니다. 나중에 남자 시주와 소승이 대신 한 번 찾아봤지만 찾지 못했습니다. 그것도 당연한 게 늑대가 물어갔는데 어떻게 아직 살아있겠냐는 생각이 당시 소승 마음속에 있었습니다.”덕방스님은 여기까지 말하고 긴 한숨을 내쉬었다. “여 시주도 아마 속으로 그런 생각을 했는지 며칠을 운 탓에 몸이 더 나빠졌습니다. 게다가 상처가 곪기 시작해 소승이 치료해 봤으나 더는 살기 힘들 거 같아 남자 시주와 얘기하다 여 시주의 신분을 알게 되었지요. 그녀는 천문 세가의 이리 가주로 다른 사람을 위해 역천개명을 해서 저주의 횡액을 당해 목숨까지 잃어야 했던 거라는 사실을요. 그런데 남자 시주는 계속 소승에게 그녀를 구해달라고 했습니다. 소승이 순간 정신이 어떻게 됐는지 그만 그에게 살리는 방법을 알려주고 말았고, 그 때문에 남자 시주의 목숨을 해치고 말았습니다.”우문호가 화들짝 놀라 물었다. “주지는 저주를 푸는 방법을 아는가? 그래서 이리 가주는 결국 죽지 않았나?”주지는 다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소승이 아는 방법은 이렇습니다. 소위 역천개명은 죽어가는 사람을 구하는 것에 불과한 것으로 하늘이 천문 세가에 내려준 신통력이 있습니다. 그래서 천문 세가의 이리 가주는 사람을 구할 수 있고 영석을 열 수도 있지요. 만약 다른 사람이 그녀를 구하려고 해도 이리 가주 스스로 그렇게 되기를 원하지 않으면 불가능합니다. 처음엔 남자 시주가 이리 가주에게 얘기할 때 이리 가주는 동의하지 않았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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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999화

원경릉은 터질 듯 벅차오르는 마음을 억누르며 주지에게 물었다. “… 이리봉청이 어디로 갔는지 아시나요?”비록 36년의 세월 차가 있고 이리봉청이 정신이 온전치 못하다 해도 자신을 지킬 능력이 충분하다면 아직 살아있을 희망이 있다. 이리봉청이 살아만 있다면 의의가 어마어마했다.주자가 살짝 한숨을 쉬었다. “이리 가주가 실성한 뒤로 자기 아들이 아직 살아있다며 계속 아들을 찾으러 가야 한다고 중얼거리더니 몇 번이나 하산했죠. 도저히 막을 수가 없었어요. 하지만 결국 다시 돌아왔죠. 지금 여전히 암자 뒷산에 있습니다. 소승이 작은 집을 하나 지어줬는데 종일 베개를 자기 아들이라고 안고 있어요. 소승이 그 베개를 뺏은 적이 있는데 그녀가 발광하며 소승을 거의 죽일 뻔했습니다.”“자기야, 이리봉청이 아직 살아있어, 아직 살아있다고!” 원경릉은 고통과 기쁨이 한곳에 모여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36년간 실성해 지난 일을 잊은 것이 오히려 다행이라 느껴졌다. 이제는 날마다 뼈를 깎는 고통에 사무쳐 지내지 않아도 된다.우문호는 손을 뻗어 원경릉의 눈물을 닦았으나, 자신도 뜨거운 눈물이 솟구치는 걸 막을 수 없었다. 목에 가시가 박힌 듯한 며칠이 지나더니, 마침내 좋은 소식을 듣게 된 것이다.“주지 스님, 죄송하지만, 그녀를 보러 가게 길을 좀 안내해 주세요!” 원경릉이 일어나 합장했다.덕방스님이 얼른 일어나 합장했다. “황후 마마, 이러실 필요 없으십니다. 보시고 싶으시면 소승이 직접 모시겠습니다.”우문호가 원경릉의 손을 잡고 말했다. “짐도 같이 가겠네.”덕방스님이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셋을 데리고 뒷산으로 향했다.비록 사당은 크지 않지만, 뒷산을 돌아가려면 꽤 거리가 있었다. 산길은 비탈져 걷기 불편해 아무리 빨리 걸어도 달릴 수 없으므로 반 시진 후에야 도착할 수 있었다.과연 산꼭대기 평지에 작은 초가집이 있는데 정말 작아서 대충 눈대중으로도 10㎡ 정도의 누추한 초가집이었다. 문 앞엔 아무것도 심겨 있지 않고 가까이 가자 초가집 옆에 큰 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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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000화

원경릉이 뒤를 돌아 우문호에게 말했다. “자기는 서일이랑 이리 나리한테 가서 얘기해 줘. 너무 흥분하지 않게.”우문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서일한테 가라고 하고 난 여기 있을게.”“아니, 자기가 가야 해. 서일은 세심하게 얘기 못 하는 성격이잖아.”이리 나리에게 얘기를 전하는 것 말고도 이리 나리의 감정을 제어할 수 있어야 했다. 서일은 할 수 없다.우문호는 깊이깊이 이리봉청을 바라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 내가 직접 갈게. 당신은 이리봉청 곁에 잘 있어 줘.”“알겠어!” 원경릉은 우문호의 붉어진 눈을 보고 우문호도 감동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비록 우문호는 이리봉청과 일면식이 없지만 이리봉청의 사연을 안 뒤로 가족이라고 여기고 있었던 것이다.우문호는 덕방스님에게도 같이 자리를 뜨자고 했다. 모두 가자 이리봉청은 천천히 경계를 풀고 마침내 원경릉에게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이리봉청이 웃자, 모든 어둠이 전부 물러가고 천지가 순식간에 환하게 밝아오는 것 같았다.이리봉청을 바라보는 원경릉의 눈에 눈물이 일렁거렸다. “저 주세요. 어디 한 번 봐요. 괜찮죠?”이리봉청은 잠시 망설이더니 베개를 원경릉에게 주었다. 원경릉이 받아서 들었는데 코를 찌르는 시큼한 썩은 내와 함께 아직도 따듯한 온기가 느껴졌다.이리봉청이 계속 베개를 가슴에 품고 있었던 것이다.원경릉은 베개를 안고 또 한 번 눈물을 주르륵 흘렸다.눈물이 아롱지는 와중에 원경릉이 이리봉청의 손을 끌더니 작은 소리로 말을 건넸다. “앉아요. 우리 같이 아가 옷 꿰매요. 네?”그러자 이리봉청은 마음이 풀렸는지 반항하지 않고 하라는 대로 원경릉과 같이 안으로 들어갔다. 원경릉은 안을 둘러보니 침대와 직은 탁자 말고는 아무것도 없다. 탁자 위에는 식어서 말라비틀어진 찐빵이 놓여 있는데 몇 개는 벌써 곰팡이가 피기 시작했다. 이건 아마 주지 스님이 보내온 것이 틀림없다.이리봉청이 만두 하나를 들고 쭈뼛거리며 원경릉 앞에서 손을 뻗었다. “먹어!”만두를 받아 들자, 만두 위에 뚝뚝 원경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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