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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명의 왕비: Chapter 3011 - Chapter 3020

3033 Chapters

제 3011화

이리봉청은 원경릉을 보고 놀라서 바닥에 누운 채 검을 움켜쥐고는 고통으로 일그러진 표정으로 말했다. “넌…. 넌 누구냐?!”원경릉은 한 발 더 다가가 이리봉청을 향해 두 손을 들며 설명했다. “전 산 밑에 거주하는 촌민으로, 악의는 없습니다. 당신…. 지금 아이를 낳으려는 것이죠? 제가 조산을 배웠으니 도와드리겠습니다!”“촌민?” 이리봉청은 위험과 고난을 겪으며 지금에 이르렀으므로 쉽게 원경릉의 말을 믿을 리 없었다. 그녀는 숨을 내뱉으며 힘들게 칼을 휘둘렀다. “가, 네 도움 필요 없어!”원경릉은 결국 그 자리에 멈춰서서 더는 앞으로 다가가지 못했다. 이리봉청이 칼을 함부로 휘두르다가 스스로 다칠까 봐 걱정돼서였다.출산의 고통은 모든 것을 뛰어넘었다. 그녀가 잠시 칼을 휘두르는가 싶더니 격렬한 진통이 밀려오는 듯 검을 들 힘도 없어 손은 바닥에떨어졌고, 배를 움켜쥔 채 헉헉거리며 숨을 들이쉬었다. 고통으로 얼굴은 잔뜩 일그러졌다.그러자 원경릉이 얼른 다가가 반쯤 이리봉청 앞에 꿇어앉아 손으로 살살 배를 쓸어주었다. “힘을 빼세요. 천천히 숨을 쉬어요. 급하게 들이쉬지 마시고.”이리봉청은 이제 반항할 힘이 하나도 없었다. 원경릉 말대로 두 다리를 세우고 천천히 호흡을 가다듬으며 눈을 반쯤 감았다. 눈앞에 갑자기 나타난 이 사람이 진짜가 아닌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이리봉청은 거의 힘이 없었다. 피곤하고 목마르고 배고파서 눈앞에 모든 게 흐릿하게 겹쳐 보였다. 고개를 돌려 쳐다보려 했으나 시선을 가려 뭘 하고 있는지 볼 수 없었는데, 아까까지 아프던 손목 통증은 금새 사라지고 없어졌다.원경릉이 이리봉청에게 링거를 놓은 것이다. 이곳은 링거를 걸 곳이 없어서 염력으로 물건을 가져오는 수밖에 없어 대나무 막대로 링거를 지탱한 뒤, 이리봉청의 체력과 영양을 일부 보충시켰다. 그리고 이리봉청 곁을 지키며 손을 잡고 아이를 출산하는 방법에 대해 설명했다.원경릉은 그보다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었지만 감히 할 수 없었다. 이리봉청이 이렇게 고통스러워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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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012화

온천지가 하얀 눈으로 뒤덮여 있어 붉은 핏자국이 한 눈에 보였고 피비린내가 가시지 않았다.곧이어 또 한 명이 올라오는 것이 보였다. 그는 이리봉청을 보자 큰 소리로 부르짖으며 달려가 꿇어앉으며 공포와 절망감에 흽싸인 목소리로 외쳤다. “죽으시면 안 됩니다! 어서 일어나세요. 복수해야죠. 둘째 아가씨 복수를 해야 합니다!”원경릉은 단 한 번도 배기의 시각에서 배기를 본 적이 없었는데, 그는 사실 모든 방법을 동원해 이리봉청을 도왔고 마지막엔 자신의 목숨까지 바친, 비극적인 사랑의 주인공이었다.하지만 배기의 사형을 제외하고 그의 생사에 관심을 가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배기가 이리봉청의 몸을 여러 번 흔들자 그녀는 다행히 의식을 조금 회복한 듯 천천히 눈을 떴다. 배기는 안도하며 얼른 바닥에 앉아 약 한 알을 부숴서 이리봉청의 입에 넣어주었다. 그러고는 이리봉청의 상태를 주시하며 말했다. “돌아가시면 안 됩니다, 복수하셔야죠. 제가 둘째 아가씨를 위해 복수하겠다고 맹세했는데 어길 수 없습니다. 돌아가시면 안 됩니다.”“복수?” 이리봉청의 의식이 조금씩 또렷해지며, “아가, 우리 아가….”배기가 이리봉청을 안았다. “사당으로 모시고 가서 당신부터 구한 뒤에, 경성으로 황제를 찾아가 둘째 아가씨 복수를 해야 합니다!”이리봉청이 고개를 떨궜을 때 원경릉은 그녀의 눈가에 눈물 자국이 있고, 여전히 아가를 중얼거리고 있는 모습을 봤다. 배기가 그녀를 업고 달리는 동안 몇 번이나 쓰러진 탓에, 견디지 못한 이리봉청은 다시 정신을 잃고 말았다.원경릉은 멀리서 그들을 주시하며 따라갔다. 두 사람은 사당 아래서 젊은 덕방 스님과 만났고, 덕방 스님은 그들에게 쉴 수 있는 동굴을 내주었다. 원경릉은 다가가지 않고 멀찍이 거리를 유지하며 영석을 깰 기회를 기다렸다.마침내 셋이 상의하다가 덕방 스님이 영석에 대해 말을 꺼내는 소리가 들렸다. 이리봉청이 덕방 스님에게 영석을 어떻게 아는지 묻자, 영석은 원래 수백 년 전 사당에 속했던 보물로, 나중에 사당에 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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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013화

바로 그때 원경릉이 염력을 사용해 영석이 바닥에 떨어지기 전에 거대한 돌로 영석을 내리치게 했다. 영석은 그렇게 박살이 나서새까만 파편들이 되어 바닥에 흩어졌다. 원경릉은 원격으로 염력을 사용해 삽을 가져온 뒤 얼른 달려가 파편을 상자에 퍼담고 땅을 깊게 파서 상자를 묻었다.원경릉은 영석이 대체 무엇인지 몰랐지만, 그저 이 물건에서 강력한 방사능이 나올지도 모른다는걱정이 생겨 아무런 피해도 생기지 않기를 바라며 묻었던 것이다. 어쨌든 이곳은 설산 정상이니까. 덕방 스님은 순식간에 벌어진 일에 매우 놀라 원경릉에게 물었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왜 눈늑대봉에 나타나셨죠? 영석을 대체 왜 깨신 겁니까?”배기는 이미 바닥에 쓰러져 온 몸에 힘이 하나도 없는 상태였고, 이리봉청도 바닥에 주저 앉아 있었다. 이리봉청 또한 원경릉을 보고 역시 놀랐으나 머리가 점점 어지러워지며 선혈이 귀와 코에서 뿜어져 나왔다.영석이 바닥에 닿기 전에 깨졌으므로 이리봉청의 몸에는 영석의 에너지가 남아 있었다. 그러나 잠시 머물렀을 뿐이기에 다행힌 목숨에 지장은 없지만 정신은 혼미해질 것이었다.원경릉은 상당히 괴로워했다. 한참 동안 이리봉청을 바라보고, 바닥에 쓰러진 배기를 바라봤다. 배기가 전에 무슨 잘못을 저질렀든 이 순간만큼은 충분히 존경받을 만한 사람처럼 느꼈다.원경릉은 덕방 스님과 더는 얽히기 싫어 정신을 차리고 얼른 달아났다.드디어 영석이 깨졌으니, 원경릉은 풍도성에 가서 결과를 확인하는 동시에 소여쌍이 역천개명의 저주를 받아, 안지여가 그 분노를 애꿎은 백성에게 퍼붇지 않는지 확인해야 했다. 성을 다스리는 원칙에 손을 써놔야 할 수도 있어 원경릉은 풍도성의 현자라 불리는 오 선생을 찾아가기로 했다.원경릉은 날듯이 빠르게 산에서 내려왔다. 눈늑대봉에서 일어날 모든 변화는 이로써 끝이 났다.…풍도성루.천문 세가 사람이 전부 죽임을 당했고, 이리봉청은 비록 행적이 묘연하지만 수많은 철위들이 그녀를 죽이러 쫓아가며 여러 차례 매복 공격을 가했다.안지여는 성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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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014화

안지여는 정신이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매월 며칠씩, 아니 그것도 36년씩이나 고통스러워야 한다니… 대체 누가 그걸 받아들일 수 있을까? 하지만 천문 세가 사람들은 이미 모두 죽었으니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오 선생은 안지여와 얘기를 나누고 집으로 돌아와 문들 닫아걸고 누구도 만나지 않겠다고 했다.오 선생은 사람을 시켜 불단을 차리게 하더니 그 앞에 꿇어앉아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어젯밤 너무 놀라운 것을 봤기 때문이었다. 어젯밤 만난 여자가 깊은 밤 자기 방에 찾아와 아무런 기척도 내지 않고 탁자 위의 모든 물건을 손가락만 까딱하며 어지럽혀 버렸다.가장 놀라운 건 가위가 오 선생의 눈앞으로 날아와 허공에 멈춰 있었던 것으로, 그 여자가 말을 마치자 그제야 가위가 원래 있던 곳으로 다시 날아갔다.오 선생은 어제 그 여자가 했던 말들을 전부 기억하고 있었다. 앞으로 36년간 풍도성을 다스리는 방침을 전부 받아쓰라고 해서 하라는대로 전부 베껴 썼다. 그 여자는 자기 뜻대로 따르면 풍도성의 선지자가 될 것이고, 자신의 말을 따르지 않으면 언제든 시체로 변해 버릴 수 있따고 했기 때문이다. 그 여자는 신선이 아니면 악귀 같았기에 오 선생은 당연히 그 여자의 말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오 선생은 안지여에게 신문 세가를 세워 성주가 풍도성을 다스리는 것을 돕도록 진언했다.원경릉은 그제서야 경호로 돌아올 수 있었다. 아직도 이렇게 하는 것으로 정말 아무런 변화도 일으키지 않을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지만 어떤 무고한 사람도 엮이기를 원하지 않았다.이번 시간 여행 때문에 어쩌면 원경릉은 앞으로의 일생을 바쁘게 지내야 할지도 몰랐지만 이번 행동의 대가가 그렇다면 원경릉은 모든 것을 바쳐 기꺼이 책임을 다할 생각이였다.36년 전 경호로 와서 안풍 친왕이 준 안내를 보며 경호에 뛰어들어 돌아왔다.돌아오는 난이도가 높지 않았던 이유는 원경릉이 경호를 연구할 때 이미 경성에 살고 있는 연대의 시공간 좌표가 익숙했기 때문으로, 안풍 친왕의 지도도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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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015화

셋 다 그곳에 머물지 않고 바로 경성으로 돌아왔다.안풍 친왕 부부는 이리나리에게 직접 눈늑대봉에 올라 이리봉청을 데리고 돌아가도 된다고 얘기해 주었다.원경릉이 궁으로 돌아온 것을 알고, 우문호는 대신들과의 회의도 제치고 바로 소월궁으로 달려왔다.우문호가 소월궁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원경릉이 우문호의 품에 달려가 안겼다. 우문호는 반사적으로 원경릉을 꼭 끌어안아 울먹였다. “원 선생, 돌아와서 정말 다행이라네..!”원경릉은 우문호 품에서 하염없이 울었다. 이리봉청의 비참함을 직접 보고 나니 행복은 처음부터 필연적으로 정해진 것이 아님을 깨달은 그녀였다.우문호는 원경릉이 자신의 품에서 가만히 울도록 내버려뒀다. 부부로 오래 지내다 보니 우문호는 원경릉이 성공했기 때문에 이렇게 슬픔에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해 기뻤기 때문이다. 성공하지 못했으면 두려움에 흽싸여 다른 방안을 생각하고 있었을 게 틀림없었다.원경릉이 다 울고 나자 우문호가 원경릉의 눈물을 닦아주며 작은 소리로 물었다. “영석을 깬거야? 성공한 거지?”원경릉이 고개를 끄덕이는데, 눈두덩이에 코까지 빨개져 있었다. 원경릉은 잠시 후 목이 멘 소리로 말했다. “이리 나리 모자가 드디어 진짜 한자리에 모이게 됐어. 이리 나리도 돌아가서 복수할 수 있게 된 거야!”우문호는 다시 원경릉을 품에 안고 마음이 시큰해져 오는 걸 참으며 말했다. “원 선생은 정말 대단해.”원경릉의 마음은 허공에 둥둥 떠 있어 현실감을 느끼지 못했다. 이번에 과거로 돌아가 초능력을 썼는데 쓸 때는 아무 생각도 안 했지만 지금 돌아와서 자신이 사용한 초능력을 생각하니 역시 불안했다.하지만 원경릉과 아이들은 달랐다. 아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이미 초능력자였지만 원경릉은 한참 동안 보통 사람이었고 마음 상태는 여전히 그랬다.안풍친왕 부부는 눈늑대봉에 직접 가서 원경릉에 과거로 돌아가 영석을 깨트린 일을 이리 나리에게 알려주었다.이리 나리는 드디어 이리봉청을 데리고 돌아갈 수 있었고 적어도 이 부분에 있어 보이는 모든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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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016화

이리봉청은 여전히 봉두난발에 더러운 옷을 입고 있었지만 얼굴은 깨끗한 상태였다. 머리는 눈늑대봉에서 심하게 헝클어진 탓에 잘라 내고 뜨거운 물에 천천히 풀어서 씻어야 했다.옷은 갈아입지 않았지만 이리 나리의 겉옷을 덮어 바싹 마른 몸을 싸매었고, 신발을 새로 바꿔주려 해도 하도 싫다고한 탓에 여전히 헤진 예전 신을 신고 있었다. 예전 신발에는 천문 세가의 문장이 수놓아져 있었기 때문인데 그것마저 이미 낡아서 알아볼 수 없게 되었다.기울어가는 석양이 모자의 얼굴을 비췄고, 두 사람은 한 걸음씩 저택 대문을 들어갔다.공주는 문 앞에 나가서 그들을 맞이하고 싶었으나 미색이 바람이 차서 안 된다고 해 복도에 서서 기다렸다. 공주는 벌써 눈물을 흘린 탓에 남편이 시어머니 손을 잡고 들어오는 모습도 눈물이 앞을 가려 잘 볼 수가 없었다.이리 나리는 어머니 손을 잡고 눈물범벅이 된 아내를 바라봤는데, 순간 코끝이 시큰해져 솟아나는 눈물을 애써 참았다.공주가 달려 내려와 울며 예를 취했다. “어머니!”이리봉청은 낯선 사람이 갑자기 앞으로 오자 경계하며 무의식적으로 베개를 꽉 쥐고 이리 나리의 손도 꽉 쥐었다.이리 나리가 이리봉청의 손을 꽉 되잡으며 속삭였다. “무서워 마세요. 령이에요. 어머니 며느리요!”“며느리?” 이리봉청이 중얼거리더니 살짝 고개를 옆으로 하고 놀라 물었다. “며느리? 우리 아들은?”“여기 있잖아요!” 이리 나리가 얼른 말했다.그제서야 이리봉청이 부드럽게 웃으며 눈을 반짝였다. 눈부시게 순수한 모습으로 이리 나리의 손에서 자기 손을 빼더니 이윽고 베개를 쓰다듬으며 자애로운 미소를 지었다. “우리 아가!”이리봉청은 비록 눈늑대봉에서 36년이나 긴 시간을 보냈지만 별로 늙지 않아 보였다. 어쩌면 실성해서 매일 베개를 안고 세상일에 신경 쓰지 않은 채 행복하게 아이와 같이 지낸다고 믿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걱정거리가 없으니 세월의 흔적이 조금은 비껴간 것 같았다. 이리봉청은 여전히 베개를 아들로 여겼다.공주는 눈물을 닦으며 이리 나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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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017화

이리 나리는 이리봉청의 맑고 슬픈 눈동자를 보자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긴장한 채로 무릎을 꿇고 슬쩍 ‘엄라’라고 불러봤다. “엄마?”그러자 이리봉청은 미친 듯이 눈물을 흘렸다. 마치 36년간 쌓아온 눈물 둑이 터지며 일시에 쏟아지는 듯했다. 이리봉청은 눈앞에 이 남자를 제대로 알아볼 수 없었지만 그 사람이 자신 앞에 꿇어앉아 엄마라고 부르는 것은 알 수 있었다.시간이 마치 한 순간에 36년 전의 눈늑대봉으로 돌아간 듯했다. 이리봉청이 막 아이를 낳았을 때 검붉은 얼굴의 신생아가 울지도 못하고 있어 가슴에 꼭 품었다. 이리봉청은 자신과 아이의 인연이 어쩌면 지금, 이 순간을 위해 만들어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이리봉청은 믿을 수 없어 떨리는 손으로 입을 가리고 아무 말도 잇지 못 했다. 그저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릴 뿐이였다. 이리 나리의 얼굴을 차마 만질 수 없었다.감히 그럴 수도 없었다. 그때 따스하고 넓고 두꺼운 손이 이리봉청의 떨고 있는 손을 꼭 쥐고 자신의 가슴에 끌어당겨 꼭 안아주었다.“엄마…!”다시 한번 자신을 부르는듯한 소리가 들렸다. 품에 안은 느낌은 이전과 조금도 다르지 않았다. 이리봉청은 주먹을 꼭 쥐고 아들의 머리를 끌어안았다. 비통함과 애절함이 울컥울컥 솟구쳤다.이리봉청은 울부짖었다. 넋을 놓고 가슴이 찢어지도록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울부짖었다. 아들을 안은 채로 자신의 머리를 때리며 상처받은 야수처럼 낮게 으르렁거렸다. “아…. 아….!”그 자리에서 이 장면을 본 사람 중에 눈물을 참을 수 있는 사람이 있었을까? 가슴을 쥐어뜯는 아픔이 모든 사람에게 전염되어 우문령과 미색도 동시에 소리죽여 눈물을 흘렸다.이리 나리는 스스로 머리를 때리는 이리봉청의 손을 잡고 그 두 손을 자신의 가슴에 올렸다. 붉어진 눈은 봄날 나뭇가지 끝에 걸린 목면처럼 새빨간 상태였다. “엄마, 괜찮아요. 전 여기 있어요. 다 지나간 일인걸요. 전부 다 지나갔어요.”이리 나리가 어떻게 설득하고 위로해도 이리봉청의 처참한 울음은 그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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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018화

아들의 손은 이리봉청에게 큰 안도감을 주었다. 그리고 이리봉청은 조금씩 냉정을 되찾으며 머릿속 단편 조각들이 맞춰지기 시작했다. 너무도 불가사의했다. “세상에 늑대가 널 구했다고? 그럼, 네 사부는 지금 어디 계시니? 그분께 절 올려야겠다. 아들의 생명을 구해주신 은인이시구나!”“만나게 되실 거예요. 내일 오신다고 했거든요. 어서 일어나세요. 차가운 땅바닥에 앉지 마시고요.” 이리 나리가 우선 천행이를 안고 다시 손을 내밀어 이리봉청을 일으켰다. “어머니의 며느리가 앞에 있는데 궁금하신 건 없으신가요?”“며느리…?” 이리봉청은 아직 어리둥절한 모양으로 우문령과 미색의 얼굴을 보더니 다시 우문령을 되돌아봤다.우문령은 울어서 눈이 퉁퉁 부어 있었는데, 시어머니의 눈빛을 보고 앞으로 다가와 눈물이 아직 가시지 않은 얼굴로 꿇어앉으려 하자 이리 나리가 얼른 우문령을 일으켰다. “지금은 절할 필요 없어. 바닥이 찬데 아이를 낳은 몸으로 안 돼.”그러자 우문령이 예를 취하며 울먹였다. “며느리 우문령 드디어 시어머니를 뵙습니다…!”이리봉청은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우문령의 손을 잡고, “내가 아들이 있고 며느리가 있고 손자가 있다니…. 이 모든 게 진짜라니. 어떻게 전부 다 있을 수가 있어? 난…. 도무지 믿을 수가 없네.”“엄마, 전부 진짜예요. 어머니는 눈늑대봉에서 36년을 계셨고 아들은 계속 어머니께서 거기 계신 줄 모르고 불효했어요….” 이리 나리가 말하다 목이 메었다. 이리 나리는 천하제일의 부호요 늑대파도 강호를 호령하는 패주였지만 정작 이리 나리의 어머니는 눈늑대봉에서 온갖 풍상과 비바람을 맞고 있었다.이리봉청이 고개를 흔들고 하염없이 이리 나리를 바라보다가, 이제는 손을 뻗어 이리 나리 얼굴을 쓰다듬었다. “네가 살아 있는 것보다 엄마를 더 기쁘게 하는 게 또 있을까 싶네… 바보로 지낸 세월 동안 엄마는 세상을 몰랐지. 하지만 밤마다 네가 늑대에게 물려가는 꿈을 꿨어. 대부분 식은땀에 젖은 악몽이었지만 세상일을 몰랐어…. 그런데 네가 살아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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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019화

미색과 시녀가 이리봉청이 목욕하고 옷 갈아입는 것을 도왔다. 원경릉이 과거에서 돌아오는 시간 동안 이리 나리가 사람을 시켜 새 옷을 여러 벌 준비시켜 두었다.머리카락은 다 씻어낼 수 없어 미색이 직접 가위를 들고 잘랐다. 다행히 뜨거운 물에 한참 담그자 대부분 풀어진 덕분에 잘라낸 부분이 많지는 않았다.새 옷으로 갈아입은 후 미색이 약간 화장을 해 드리고 머리를 이쁘게 묶어 주었다. 그러자 동으로 된 거울에 비친 중년 여인은 몰라보게 달라져 있었다.세월도 미녀를 아까워했는지 이리봉청은 여전히 아름다웠다. 눈가에 잔주름이 있고 이마에도 주름이 약간 있지만 그녀의 아름다움엔 전혀 손색이 없었다.너무 말라서 그런지 얼굴이 심하게 창백해져 있었고, 수수한 색 비단옷을 깡마른 몸에 걸치자 약간 커 보이긴 했지만 보기 싫지 않고 오히려 선풍도골의 정취를 풍겼다. 어쩌면 그녀가 36년간 눈늑대봉에서 세상일과 관련없이 지낸 덕분일지도 모른다.이리봉청은 온통 기쁨과 희열로 가득했다. 모든 것이 꿈 같고 환상 같아서 더 이상을 상상할 수 없었다. 원한과 복수심만 마음에 가득 찬 게 아니었다. 그런 생각을 할 틈이 없었다.미색이 이리봉청의 손을 잡고 나왔을 때 이리봉청 얼굴은 여전히 행복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저녁 수라에 미색은 참석하지 않았다. 일부러 저녁 수라를 들 때 자리를 비켰다. 36년간의 이별 뒤 모자가 처음으로 같이 하는 식사였다. 미색은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미색은 달빛을 따라 걸으며 중앙 정원으로 나가며 돌아보았는데, 어머니가 조심스럽게 앉아서 이리 나리를 한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봐도 봐도 모자란 듯 지난 36년 치를 채우려는 것 같이 느껴져 미색은 다시금 눈물이 차오르는 것 같아 얼른 자리를 떠났다.잠시 후 네 식구는 한 곳에 앉아서 같이 밥을 먹었다. 이리 나리는 천행이를 안고 줄곧 내려놓지 않았다. 천행이도 아빠가 앉아 주는 걸 즐기고 있는지 울지도 않고 떼도 안 쓰고 포동포동한 얼굴에 웃음꽃이 만발했다.저녁 수라는 담백하게 했다.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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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020화

사방이 고요해졌고, 침실에서는 풀 벌레 우는 소리 하나 들리지 않았다.모든 잡스러운 일들이 물 빠지듯 흘러가 이리 나리는 마음의 평정을 되찾았고, 그제야 자신의 곁에 어머니가 있다는 사실이 현실이라고 느껴졌다.그는 긴 세월 자신의 어머니를 그리워한 순간이 수도 없이 많았다. 언제나 뭔가가 자신의 머릿속을 억누르는 것 같았고, 가끔 느껴지던 그리움도 금방 사라져 버렸지만, 그 순간만큼은 아주 강렬했다.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둘만의 시간이었다. 이리 나리는 지금 이 고요함을 홀로 즐기며, 또 마음속으로 억눌러왔던 가족에 대한 사랑을 마구 느끼며, 자신의 어머니를 아주 조용히, 또 천천히 바라봤다.이리 나리는 밤이 깊어지고 나서야 피곤한 몸을 이끌고 방으로 돌아왔다.우문령은 이리 나리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기에 그를 보자마자 얼른 일어나 손을 잡았는데, 한마디도 하기 전에 이리 나리가 바닥에 미끄러지듯 넘어졌다.우문령은 화들짝 놀라 재빨리 사람을 불렀고, 다들 어쩔 줄 몰라 하며 이리 나리를 침상으로 옮겼다.우문령이 의원을 청하기 위해 부산하게 움직이자 멸지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부인 서두르지 마세요. 나리께서는 주무시는 겁니다. 그동안 거의 눈을 붙이신 적 없이 피곤하셨으니 그냥 주무시도록 놔두시지요.”우문령은 당황해서 이리 나리의 창백한 얼굴을 바라봤는데, 정말 잠이 들었는지 얼굴에 긴장이 풀려있었다. 요 며칠 동안 얼마나 몸과 마음이 힘들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자 우문령은 사람들을 물러가게 하고 침대에서 이리 나리를 지켰다.이리 나리 얼굴을 한없이 바라보는 그녀의 마음속에서 잔잔한 감정의 파도가 일었다.이전에 황실의 많은 사람들은 우문령이 공주 신분인데도 상인에게 시집간 것이 황제가 우문령을 홀대해 혼인을 통해 북당의 경제를 살리는 데 이용하는 거라고 떠들어 댔다.이 결혼은 애초부터 원만하지 않았다.하지만 어마마마가 돌아가시고 이리 나리가 풍경을 보내온 그 순간부터 우문령의 마음은 이미 그에게 기울어져 있었다.그 당시 주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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