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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981화

작가: 유애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0-30 18:00:28
원경릉은 진정하게 되었다. 우문호가 아무 걱정도 안 했으면 했지만 그를 속일 수 없는 데다 이렇게 대성통곡까지 했으니 이유를 말하지 않으면 잠도 못 잘 게 분명했다.

결국 원경릉은 안지여가 이리봉청에게 저지른 짓을 얘기해주었다.

우문호는 한동안 아무 말도 못하더니 눈가가 붉어졌다. 그리고 이를 갈며 소리쳤다. “천하에 어떻게 그런 악독한 인간이 있을 수가 있지? 개돼지만도 못한 것들!”

“당신, 풍도성 성주 안지여를 만나본 적이 있어?” 원경릉이 물었다.

“예전에 경성에 온 적이 있어서 한 번 보긴 했어. 거의 얘기도 안 나눴지만, 그에 대해 인상에 남은 게 있어. 부부가 같이 경성에 왔는데 서로 정말 사랑하는 모습이었거든. 그때 안 성주는 아내를 끔찍하게 사랑하는 사람이라며, 많은 내명부 여자가 성주 부인은 행복하시겠다고 부러워했지.”

우문호가 차갑게 웃으며 매서운 눈빛을 보였다. “소위 끔찍하게 아끼는 사랑 뒤에 이런 악독한 심사가 숨어 있을 줄 몰랐어. 다른 사람의 목숨과 피눈물을 자신의 사랑을 이루는 데 쓰는 인간에게 어떻게 원한을 가지지 않을 수가 있어?”

우문호는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을 수 없어 벌떡 일어나 당장이라도 나갈 채비를 했다. “안 되겠어. 성지를 내려 안지여를 경성으로 불러들여 죄를 묻고 이리 나리를 대신해 원수를 갚아야겠어!”

원경릉이 눈물을 닦고 얼른 말렸다. “안 돼. 절대 안 돼. 우리가 아직 전체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얘기하면 안 되기도 하고, 알아도 원수를 갚는 건 이리 나리가 직접 해야 하는 거야.”

우문호가 눈살을 찌푸렸다. 원경릉의 말이 맞다는 건 알지만 여전히 분이 사그라지지 않았다.

천천히 자리에 앉아 원 경릉을 한참 보더니 단호하게 말했다. “두 눈 멀쩡하게 뜨고 이리 나리가 괴롭힘당하는 걸 두고 볼 수만은 없어. 그리고 이리 나리 모자가 당한 만큼 피 맺힌 원한을 이리 나리가 다 못 갚으면 이리 나리 모자를 위해 반드시 정의를 바로 세우고 말겠어.”

원경릉이 우문호의 손을 잡았다. “알아, 나도 가만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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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리 나리는 우문호를 보고 의외라고 생각해 얼른 물었다. “어떻게 오셨습니까? 정무 보셔야 하는 것 아닌지요?”우문호는 이리 나리의 피곤함에 절은 얼굴과 눈 밑에 다크서클을 보고 마음이 시큰거렸지만, 일부러 대충 말했다. “정무는 봐도 봐도 끝이 없으니, 우리 천행이 보면서 한숨 돌려볼까 해서 왔지.”“무리하지 마세요. 그러다 몸 상하지 마시고!” 이리 나리가 웬일로 자상한 말을 했다.그러자 우문호는 살짝 눈시울이 붉어져 이리 나리와 안으로 들어갔다.셋이 본관에 들어가니 마침 안풍 친왕비가 차를 끓이고 있다가 그들을 보고는 미소를 지었다. “잘됐네, 막 고산운무차를 우리는 참이였는데, 다들 먹을 복은 있네!”이리 나리가 의아해했다. “차를 우리셨다고요?”“내가 차를 우리면 안 돼?” 안풍 친왕비가 뿌루퉁하게 반문했다.이리 나리가 웃음을 지었다. “목이 마르면 우물 물을 드시지 않나요? 혼자 차를 다 우리시고 정말 해가 서쪽에서 뜨는 일이네요.”안풍 친왕비가 이리 나리에게 살짝 눈을 흘겼다. “사람이 즐길 줄 알아야 한다던 때는 언제고, 자신을 함부로 하지 말라며? 네 말대로 한 건데 별론가 봐?”이리 나리가 안풍 친왕비 곁에 앉고는 왕비 어깨에 비스듬히 기대 느긋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에게 잘하시면 저야 물론 기쁘죠.”안풍 친왕비는 사랑이 뚝뚝 떨어지는 얼굴로 웃으며 우문호와 원경릉에게 인사했다. “이리 와, 황제, 황후, 너희들도 와서 한잔하면서 차 끓이는 솜씨가 어떤가 봐줘. 좀 진전이 있지 않아?”우문호와 원경릉은 전에도 안풍 친왕비의 차를 마셔본 적이 없어서 솜씨가 늘었는지 어쨌는지 전혀 알 도리가 없지만 안풍 친왕비가 차에 뭘 넣었는지는 알겠다. 이리 나리를 재우려하는 것이었다.두 사람이 자리에 앉자 과연 안풍 친왕비가 이리 나리에게는 공도호에 들어 있는 차를 따라주고, 원경릉 부부에게는 자사호에 들어 있는 차를 따라주었다. 안풍 친왕비는 차를 따르며 이리 나리의 주의를 끌기 위해 계속 주절거렸다. 이리 나리는 안풍 친왕비를 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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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의 왕비   제 2985화

    그러자 결국 안지여는 천문 세가 사람들을 놔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막 호전되기 시작한 소여쌍이 배려를 무시한 채 안지여의 손을 잡고, 별처럼 새카만 눈을 들어 지극히 순수한 표정과 가녀린 말투로 가장 포악한 말을 뱉었다. “오빠, 천문 세가는 역천개명 능력을 지녔는데 그들을 놔주면 앞으로 복수할 계획을 세울 게 틀림없어요! 그때는 오빠도 저도 목숨을 부지하지 못할 거예요.”소여쌍은 마지막으로 살짝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오빠와 하루라도 부부의 연을 맺었으니 전 이생에 여한이 없어요. 오빠가 약속을 지켜야만 한다면 오빠랑 손잡고 함께 황천을 건너도 전 행복해요. 하지만 전 보고 싶지….” 소여쌍은 손가락으로 이리봉청을, 그녀의 볼록하게 솟은 배를 가리켰다. 그리고 악독하고 냉혹한 눈빛으로 돌변했다. “저 여자가 오빠 아들을 낳는 걸 보고 싶지 않아요. 오빠 아들은 저만 낳을 수 있어요!”안지여는 소여쌍의 말을 듣고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대답했다. “그래, 알겠어.”그러자 이리봉청이 고개를 치켜 들고는 분노했다. “안지여, 나한테 약속했잖아. 감히 맹세를 어겨? 보응이 두렵지 않구나?”안지여가 차갑게 웃었다. “정말 보응이 있으면 받으면 그만이야.”안지여는 소여쌍의 손을 꼭 잡고 하염없이 부드럽게 바라봤다. 마치 천하가 이미 자신의 손안에 있는 듯 만족한 모습이었다. “네가 내 곁에 있으면 어떤 보응이 와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아.”소여쌍은 안지여에게 기댔다. 창백하던 얼굴에 점점 혈색이 돌고 교태로운 얼굴이 더욱 아름다워졌다. 소여쌍은 아름답고 온유한 표정으로 이리봉청에게 악독한 말을 내뱉었다. “저 여자를 죽여요, 저 아이도 죽이고!”안지여에게 불현듯 살의가 일었다.이리봉청이 주먹을 쥐고 소여쌍을 노려보며 차갑게 웃었다. “날 죽인다고? 네 목숨은 내 진법으로 불러들인 거라 내가 저주의 고통을 받아야 네 생명이 보전될 수 있어. 내가 만약 너희 손에 죽으면, 죽는 건 나 혼자가 아니라 너도 마찬가지야, 소여쌍!”안지여가 이리

  • 명의 왕비   제 2986화

    이리봉청은 쫓아오는 철위를 피하다 몇 번이고 철위의 손에 죽을 뻔했지만, 냅다 도망쳐 겨우 경성 코 앞까지 갈 수 있었다. 그러나 철위가 성문 근처에서 지키며 이리봉청이 스스로 그물에 걸려들기를 기다리고 있어 들어가지 못했다.이리봉청은 곧 출산을 앞둔 상태로 더 이상 철위에 대항할 힘이 없어 안전한 곳을 찾아 아이를 낳고자 했으나 그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결국 이리봉청은 눈늑대봉에 올라갔다. 눈늑대봉에 사당이 있고, 사당에는 스님이 있다고 들었다. 이리봉청은 아이를 사당에 두면 철위와 다시 한번 싸울 수 있다고 생각했다.하지만 그녀가 사당에 도착하기 전 눈늑대봉 중턱인 독랑요에 이르렀을 때 막 아이가 나오려고 했다.여자 혼자 눈과 얼음판에서 아이를 낳는 것은 모른 체력을 다 소진하는 일이었다. 심지어는 아이가 나오지 않아 몇 번이고 까무러치며 죽을힘을 다해 겨우 버텼으나 마음 저 밑바닥은 여기서 애를 낳아도 어쩔 도리가 없다는 절망으로 가득 찼다.하지만 한 가닥 희망을 품고 고통의 순간을 꾿꾿히 벼텨냈다. 피맺힌 원한을 동력으로 안지여를 갈기갈기 찢어 죽이는 상상을 하며 숨을 몰아쉬고 또 쉬었다.그렇게 마침내 두 시진 가까이 진통 끝에 아이가 태어났다! 이리봉청은 탯줄도 검으로 자르고 자기 겉옷으로 아이를 감쌌으나, 더는 힘이 없어 이번에야말로 정말 몸에서 생명이 조금씩 빠져나가는 것을 느꼈다.이리봉청은 아이를 가슴에 품고 아이 얼굴을 들여다보자, 가슴은 숨조차 쉬어지지 않을 정도로 아파져 왔다. 자신은 힘이 하나도 없는데 이 아이를 사당까지 보낼 수 있을까?천지는 눈과 얼음뿐이라 울음소리도 나오지 않고 부들부들 떨며 아이 얼굴을 쓰다듬었다. 그리고 절망적인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고작 세상 한 번 보고 나랑 같이 죽으려고 네가 태어난 건 아닐 거야…”아이는 울지도 못하고 볼이 얼어서 자줏빛이었다. 이리봉청도 소리 내 울지 못한 채 잠시 쉬었다 일어나 아이를 안고 천천히 계속 걸었다.사당에 한 걸음이라도 가까워지면 아이에겐 살 희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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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경릉이 일어나 무거운 발걸음으로 안풍 친왕비와 우문호를 안으로 들어오게 했다. 우문호는 원경릉의 눈을 가만히 바라보았는데, 원경릉이 울었다는 건 전대미문의 참상이었다는 걸 증명했다.우문호는 원경릉의 손을 잡고 안풍 친왕비와 같이 들어갔고, 친왕비가 문을 굳게 닫았다.이리 나리가 일어나 비스듬히 의자에 기대었는데, 옆머리 한 가닥이 창백한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병약한 듯한 아름다움을 풍기며 좁고 긴 봉황 눈에 약간 불안한 눈빛이 스쳤다.각자 자리에 앉자 이리 나리가 눈을 들어 일부러 경쾌하게 웃었다. “보아하니 비교적 심각한 얘기를 하시려는 모양입니다.”안풍 친왕비가 이리 나리 곁에 앉아 약간 망설이며 말했다. “네 과거에 관한 것으로 네 어머니 이리봉청에 관한 일이란다.”이리 나리가 눈썹을 움찔거렸으나 곧 안색을 정상으로 회복했다. “예?”안풍 친왕비는 이리 나리의 손목을 잡고 물었다. “내가 전에 줄곧 네 어머니는 난산으로 돌아가셨다고 했지. 그런데 너도 조사해 봤을지도 모르겠지만 네 부모님에 대해 네가 나보다 조금 알고 있을 것 같구나. 하지만 당시 무슨 일이 있었고 네가 왜 눈늑대봉에 나타나서 구해졌는지 네 어머니 시신은 지금 어디 있는지는 우리 둘 다 모르잖아. 그래서 내 멋대로 황후에게 네 의식을 통해 당시 벌어진 일을 알아봐 달라고 했어. 들을 테냐?”이리 나리는 원경릉의 빨갛게 부어오른 눈두덩이를 보고 약간 망설였다. “우리 어머니 일로 운 겁니까?”원경릉은 비참한 기분이 아직 채 가시지 않았다. 이리 나리를 보니 마치 그때 눈늑대봉에서 막 태어나 이리봉청이 품에 꼭 안겨있던 작은 얼굴로 아직 이리봉청 손가락에 묻었던 선홍색 핏자국이 남아있는 것 같았다.“말씀하세요. 전 받아들일 수 있으니까!” 이리 나리가 몸을 꼿꼿하게 하고 입술에 엷은 미소를 드리운 채 우문호를 바라봤다. “폐하도 이 일로 오셨습니까? 그래서 어제 이미 시작하셨군요?”우문호는 당황해서 아주 부자연스럽게 쉰 목소리로 말했다. “난…. 천행이를 보러 온 김에

  • 명의 왕비   제 298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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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지여에게 구원 병력이 없는 상황에서, 이리 나리 일행이 성을 제압하는 건 식은 죽 먹기였다.대오가 경성에서 출발하기 전에, 안풍 친왕비가 미리 사람을 풍도성으로 보내 각처, 특히 성 수비군과 군대에 잠입시켜, 음식에 효과가 천천히 나타나는 독을 풀어, 오늘 중독 증상이 나타나도록 독의 분량을 조절했다.적어도 내일까지는 안지여를 도우러 올 사람은 없었다. 독성은 적어도 이틀이 지나야 깨끗해지기 때문에 이틀 동안 그들은 설사와 전신 무기력으로 성에 무슨 일이 있다는 걸 알아도 와서 도울 수 없었다.그리고 그들이 기력을 회복할 때쯤이면, 안지여는 벌써 죽었을 것이다.안풍 친왕과 이리 나리는 성을 통제하고, 안지여 부부를 제압해 두 사람을 줄로 묶고 지혈시켜 주었다.안지여는 요 몇 년 동안 자신이 상당히 대단하다고 여겼다. 이는 풍도성이 부유하기 때문으로, 돈으로 많은 사람을 살 수 있었으며, 여러 곳에서 추켜세워 주었기 때문이었다. 그가 처절하게 패배한 적이 없었던 이유는 진정한 적이 없기 때문으로, 주변의 떠돌이 비적은 작은 마을 규모로 너무 작아서 소탕할 수 있었던 것이다. 결코 그가 능력이 있어서가 아니라 적이 너무 약해서였다.조정 사람과 비교했을 때, 그는 제대로 훈련받은 적 없는 비적었기에 일격도 감당할 깜냥이 못됐다.이리 나리는 둘을 중정에 묶어 두었다. 온 바닥에 남은 음식과 깨진 기와가 널브러져 있는 것을 본 안지여는 마음속 깊이 분노가 일었다. 자신의 생일날, 그를 다치게 한 것이 바로 그의 친자식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더욱이 오늘 이렇게 많은 고수가 현장에 있었는데도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이런 결말을 맞다니 너무 불쾌했다. 이리 나리가 이리봉청을 부축하고 안지여 부부 앞으로 가서, 그녀가 안지여 부부를 내려다보자, 그들은 낭패에 달가워하지 않는 기색으로, 이리봉청은 분노하는 마음과 함께 서글픈 마음도 들었다. 그들을 죽이면 커다란 복수는 이뤄 천문 세가 망자의 원혼은 달랠 수 있었다.하지만 저들을 이렇게 쉽게

  • 명의 왕비   제 3032화

    “그럴 필요 없을 것 같은데?!” 이리 나리가 검을 휘두르며 안지여를 겨누자, 안지여가 공중으로 뛰어올라 후퇴했다.공자들은 돕고 싶었으나 검은 옷을 입은 노인들에게 바로 제압당했다. 안지여는 이리율 것으로 그들은 주변 사람을 제압하기만 할 뿐 옆에 서서 전투를 관전하고 있었다.이리율의 무공이 얼마나 뛰어난지 그를 가르친 안풍 친왕 부부를 제외하고, 사실 많은 사람들은 모르고 있었다.이리율의 검법은 신속하고 맹렬해서 안지여는 상대하느라 쩔쩔매고 구석으로 몰리고 있었다. 성안의 호위들은 늑대 무리와 늑대파, 홍매문 사람들에게 막히는 바람에 안지여는 홀로 고전을 면치 못했는데 그래도 아직은 버틸 수 있었다.하지만 30분을 못 가서 안지여는 질게 틀림없었다.놀란 나머지 계속 실성해 있던 소여쌍이 갑자기 이리봉청을 향해 바싹 마른 손을 뻗어, 그녀의 목을 조르며 광적인 집착과 분노에 사로잡혀 성질을 부렸다. “멈춰, 다들 멈추라고. 안 그러면 내가 이년을 죽여버릴 것이니까!”소여쌍은 무공을 할 줄 알았지만 잘하지 못한 것이 어릴 때부터 계속 중병을 앓아 무공 연습에 소홀했고 성주 부인이 된 뒤로는 더욱 병기에 가까이할 일이 없었지만, 공력만큼은 아직 약간 있었다.소여쌍은 증오의 힘으로 이리봉청의 목을 졸랐는데, 소여쌍이 조금만 더 힘을 주면 이리봉청의 목을 부러뜨릴 것만 같았다.안풍 친왕이 차가운 눈빛으로 나서려 하자, 안풍 친왕비가 말리며 고개를 살짝 흔들었는데, 그럴 필요 없다는 뜻으로 뒤에 있던 사람들에게도 참으라는 눈짓을 하자 누구도 나서지 않았다.모두가 이리봉청이 제압당했다고 생각했는데, 그녀가 고개를 돌리자, 손가락으로 뭔가를 쥐고 있어 소여쌍의 어깨 위를 휘감고 팔을 눌러 소여쌍이 머리를 돌리게 했다. 이리봉청 손에 쥔 것은 바늘로, 그대로 소여쌍의 오른쪽 눈을 찌르고 들어갔다.소여쌍이 절규하며 이리봉청을 놔주고 선혈이 흐르는 눈을 움켜쥔 채 비틀거리다 바닥에 쓰러져 데굴데굴 구르며 새된 소리를 지르는데, 원망과 저주의 말을 끊임없이 쏟아

  • 명의 왕비   제 3031화

    풍도성 중정에는 안지여의 아들들과 사위가 그의 곁에 남았는데, 크고 작은 부상을 입어 점점 공포에 질려가고 있었다.‘이 사람들, 아주 대단하구나!’안지여는 이리봉청을 보고 비록 조금 냉정해 보였지만, 여전히 놀라운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갑자기 소여쌍이 큰 소리로 웃으며, 몸을 앞뒤로 흔들며 눈물을 찔끔거리더니 완전히 미친 사람처럼 갑자기 웃음을 멈추고 부들부들 떨리는 손가락으로 이리봉청을 가리키며 원망했다. “뜻밖에 네가 안 죽었단 말이지? 게다가 아들까지 있고. 참으로 황당하구나. 정말 너무 황당해. 원래 죽어야 했을 인간은 죽지 않고, 잘 살아야 할 사람은 36년간 괴로움을 당했어. 이리봉청 네가 날 비참하게 만들었으니 넌 이제 지옥에 떨어져야 해.”이리봉청은 소여쌍의 말을 들은 체 만 체했는데, 그녀 눈에는 지금 안지여만 들어왔다.안지여는 36년을 살아왔지만, 이리봉청에게 있어 36년은 마치 사라진 시간처럼 멸문지화의 원한이 어제 일 같았다.안지여도 이리봉청의 눈에서 분노와 악랄함을 보고, 처음으로 마음속에 두려움을 느꼈다.안지여는 억지로 감정을 가라앉히고 말했다. “네 사람을 데리고 가. 지난 일을 묻지 않을 테니. 그렇지 않으면 풍도성에서 곧바로 10만 대군이 올 것으로, 살아서 도망갈 생각은 꿈도 꾸지 않는 게 좋아.”이리봉청의 목소리가 낮게 잠겼다. “우리는 이 많은 사람들을 데리고 바로 네 성으로 쳐들어갈 수 있어. 넌 이미 졌어.”안지여가 웃었다. “졌다고? 그래?”안지여는 수하의 대장군이 믿음직해서, 그들을 당하게 놔줄 수도 있다고 여겼다. 대장군의 부대는 분명 치밀하게 준비되어 있을 것으로, 아마 지금쯤이면 궁수들이 이미 배치를 마치고 그들을 전부 쏴 죽이기 위해 기다리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이리 나리가 이리봉청의 손을 잡고 말했다. “어머니, 저자와 말 섞으실 필요 없어요. 앉아서 지켜보시기만 하면 됩니다!”말을 마치고 의자를 올리더니 이리봉청을 부축해서 앉혔다.안지여가 이리 나리를 보는데 복잡한 기분이 들었다

  • 명의 왕비   제 3030화

    안지여가 퍼뜩 눈을 돌려 이리 나리를 보았다.‘이리봉청이 저자를 아들이라고 불렀다는 건러니까?이리 나리는 그 자리에 있는 사람을 찬찬히 훑어보더니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목소리로 말했다. “오늘 안 성주와 좀 오래된 원한을 따져야 하는데, 관련되기 싫으신 분은 자리를 피해 주시지요!”그때 한 사람이 검을 짚고 일어나 호통을 쳤다. “넌 도대체 어떤 놈이냐? 무슨 자격으로 자리를 피해라 마라야? 안 성주를 귀찮게 할 생각이면 일단 나부터 통과해 보시지!”그는 말이 떨어지기도 전에, 장검을 뽑아 파죽지세로 이리 나리를 향해 휘둘렀다.이리 나리는 손을 살짝 움직여 손바닥으로 칼자루를 밀자, 검이 날아가며 그 사람의 귀를 베어 한 줄기 피가 공중에 뿌려지더니, 방금까지 기고만장하던 자가 비명을 지르고 귀는 바닥에 떨어졌다.검이 다시 이리 나리 수중으로 정확히 돌아왔다.이 모든 게 3초 안에 벌어진 일이었다.“회선검?” 검법을 아는 사람들이 깜짝 놀라며 외쳤다.현장은, 숨소리마저도 들리지 않았다.회선검은 검마의 검법으로, 그렇다는 건 저 사람이 검마의 계승자?사람들은 자기도 모르게 무리에서 검마를 찾았다. 과연 두 손으로 검을 안고 있는 사람이 있는데, 고개를 숙이고 있는데도 차가운 안광이 느껴졌다.과연 진짜 검마구나, 사람들의 등에 식은땀이 흘렀다.검마가 천천히 고개를 들어 이리 나리를 흘끔 보더니 속으로 의아해했다. ‘이 자식, 언제 내 비장의 검법을 배운 거야?’이리 나리의 검 끝에선 아직 선혈이 떨어지는데, 여전히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속도로 말했다. “이 아수라장에 끼고 싶은 거라면, 제가 무례하다고 원망할 생각 마세요.”“무엄하도다!” 안지여가 몹시 놀랐다가 천천히 정신을 차리고 눈을 치켜뜨며 이리 나리를 노려봤다. “너는 내가 누구인 줄 아느냐? 내가 네 아버지다!”이리 나리가 코웃음을 쳤다!안지여의 몇몇 아들이 달려 나와 소리쳤다. “아버지, 저희가 지켜드리겠습니다.”안풍 친왕이 젓가락을 던지고 일어나 차갑게 명을 내렸다

  • 명의 왕비   제 3029화

    오늘은 성주의 생일이기에 경사라 섣불리 피를 볼 수는 없으므로 칼은 빼 들었지만 먼저 나서서 늑대를 죽이는 사람은 없었다.안지여는 어두운 눈빛으로 ‘늑대 무리라고? 척후병의 보고로는 안풍 친왕이 늑대 무리를 끌고 온다고 했는데, 저들이 의외로 성으로 직접 쳐들어 왔다 이거지?’라고 속으로 중얼거렸다. 안지여는 잔을 들고 꿈적도 하지 않은 채, 무너지기 직전까지 미동도 없는 태산처럼 냉정하고 침착했다. 늑대 무리는 안으로 들어온 뒤로 두 패로 나뉘어 서서 그 자리에 있는 사람을 호시탐탐 엿보며 으르렁거렸다.“성주님, 성주님, 저들이 기어코 쳐들어오겠다고….” 문지기가 외치는 소리는 들렸으나 사람은 보이지 않더니, 그보다 조정에서 보낸 사람들이 먼저 들이닥쳤다.앞에 걸어들어오는 두 사람을 안지여는 본 적이 있었는데, 바로 안풍 친왕 부부로 예전에 그들이 천문 세가 사람들을 조사하러 왔을 때 그에게 속은 적이 있었다. 비록 당시 일면식 뿐이었으나 천문 세가 일을 캐내고 있다는 사실에 놀란 탓에 그들의 얼굴을 지금까지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그런데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어째서 별로 변한 게 없는 거지?’안풍 친왕 부부 뒤에 따라오는 10여 명의 검은 옷을 입은 노인은 그들의 호위 무사일 것으로, 주인인 안풍 친왕 부부는 별 표정이 없었으나,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들어와 고개를 들자 괴팍하고 악랄한 얼굴이 안지여 마음에 들지 않았다.안지여는 여전히 일어나지 않았고, 미소는 띠고 있었지만 매서운 눈빛으로 저들이 돌계단을 오르면 그때 일어나도 늦지 않다고 생각했다. 이게 그의 태도였다.하지만 안풍 친왕 부부는 돌계단을 오르지 않았고, 손님 중 건배를 권하느라 자리를 비운 사람들 의자에 검은 옷을 입은 노인들이 차지하고 앉아, 그들을 대놓고 밀치더니 품에서 자기 젓가락을 꺼내 옆 사람 상관하지 않고 먹기 시작해 사람들이 다 경악했다.그들이 자리를 잡고 앉자 뒤따라 들어오는 사람들이 보였다.두 사람이 사람들에 둘러싸여 천천히 걸어들어오고 있었

  • 명의 왕비   제 3028화

    풍도성 안은 술잔을 주고받고 건배하며 흥겨운 잔치가 한창 무르익고 있었다.안지여는 오늘 황금색 예복을 입었는데 예복에 거대한 이무기를 수놓았으며, 황실의 밝은 황색과는 약간 구별되었지만, 자세히 보지 않으면 진짜 곤룡포로 착각할 만큼 거대한 이무기가 하늘로 날아오르는 형상이 구름을 뚫고 솟아오르는 용과 매우 흡사했다.안지여는 자신의 야심을 이미 조금도 감추지 않았다.당연히 안지여는 오늘도 야심을 감출 생각 없이 손님들에게 보란 듯이 자세를 잡았다. 심지어 인근 지역 조정 관리들이 손님으로 왔어도 안지여는 전부터 맺어온 관계였기에, 그들과 개인적인 친분이 매우 두터워 산 넘고 물 건너 저 멀리 있는 황제가 그들을 시시콜콜 관리할 수 없었다.그 자리 있던 사람들은 모두 오늘 황실에서 파견한 일행이 온다는 것을 알고, 연회석에서 큰 소리로 물었다. “성주님, 듣자하니 안풍 친왕 전하와 이리 부마께서 오늘 오신다던데 어째서 안 보입니까?”안지여가 잔을 들고 은은한 미소를 지었다. “진심으로 생일을 축하한다면 결국 오겠지요.”“여정을 듣기론 오늘 분명 풍도성에 도착한다고 했는데, 어째서 밤이 되도록 아직 안 보입니까? 설마 성주님이 직접 나가서 맞이하셔야 하는 건 아니겠지요?”“성주님이 가서 맞이하셔야 한다고? 아주 허세가 대단한데? 퉤!”“누가 아니랍니까? 진심으로 생신을 축하하는 거였으면 며칠 전에 풍도성에 도착해 성의를 보여야지, 오늘까지 늑장을 부리다가 늦게서야 와서, 아직도 잔치에 오지 않은 건 분명 성주님의 체면을 안중에도 두지 않은 행태입니다. 제가 보기에 못 들어오게 막고 돌려보내시지요, 마음만 받은 셈 치고요. ”“맞습니다. 그동안 조정에서는 풍도성에서 받은 공물이 적지 않았으니, 만족한 줄도 알아야죠.”“풍도성은 더 이상 조공을 바칠 필요 없어요. 뭐 때문에 그럽니까? 수백 년 전에 풍도성은 원래 북당의 영토가 아니었어요. 선을 긋고 나와 독립해야 합니다.”모두 안지여가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서, 몇 잔 들어가자, 비위를

  • 명의 왕비   제 3027화

    소여쌍의 욕은 거의 반 시진 동안 계속되었다. 이것도 별로 드문 일이 아니라 무쌍거 사람들은 다 익숙해져 있었다. 성주가 오지 않거나 소여쌍이 아프기 시작해도 이렇게 욕을 해댔다.욕하다 지치기를 기다렸다가 늙은 몸종이 가서 달랬다. “부인 그러실 게 뭐가 있으십니까? 몸이 가장 중하십니다.”소여쌍이 의자에 기대 늘어졌다. 극도로 피곤해 풀린 눈으로 천정을 보며 비참함이 가슴 깊은 곳을 타고 내렸다. “오늘이 초엿새지?”“네!” 늙은 몸종이 대답했다.소여쌍이 창백한 얼굴로 말했다. “곧 15일이구나. 또 내 명을 재촉하는 고통이 오겠지. 죽으면 죽었지 다시는 그 고통을 느끼고 싶지 않다.”그러자 늙은 몸종도 매우 괴로워했다. “부인 그렇게 생각하지 마세요. 고통도 며칠이면 그럭저럭 지나가서, 그동안도 그렇게 지내셨잖아요?”“며칠이면 뭐 그럭저럭 지나가나?” 소여쌍이 잔인한 눈빛으로 말했다. “그건 네가 이 고통을 안 당해봐서 그래. 이게 다 이리봉청 그년 짓이야. 오빠가 그년을 쫓아가서 죽이게 한 걸 정말 후회해. 그년을 잡아 와서 가두고 내가 한 번씩 아플 때마다 그년을 갈기갈기 찢어발겨 나보다 수천 수백 배 고통스럽게 해야 했어.”늙은 몸종이 소여쌍의 손을 쥐었다. “부인 그런 생각 마세요. 벌써 죽은 사람을 이제 와서 생각해 봤자 아무 도움도 안 됩니다. 성주님과 자꾸 다투지 마세요. 자꾸 다투시다 보면 감정이 사라집니다.”소여쌍이 처연한 웃음을 지었다. “오빠는 진작부터 나한테 아무 감정 없어.”“성주님은 이리봉청에게 아무 감정 없으세요. 감정이 있을 리도 없고요. 안 그러면 당시 부인을 위해 이리봉청을 죽이고 천문 세가 사람을 다 죽이셨을 리가 없죠.”소여쌍이 고개를 돌리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나도 전에는 그럴 리 없다고 생각했지. 하지만 요 몇 년간, 성에 들어온 여자들 생긴 걸 보라고. 전부 이리봉청을 쏙 빼닮았잖아? 오빠는 역시 후회하고 있는 거야. 날 위해 이리봉청을 죽인 걸.”소여쌍은 늙은 몸종의 손을 잡는데 고여서 썩

  • 명의 왕비   제 3026화

    안지여는 소야쌍을 놓고 천천히 안으로 걸어갔다. “이틀 뒤가 내 생일인데, 당신 몸 상태는 어때?”그러자 소여쌍은 시녀의 손을 뿌리치고 얼른 안으로 따라 들어가려 했는데, 몇 걸음 만에 휘청거리더니 하마터면 안지여 뒤로 넘어질 뻔했다.안지여는 소여쌍을 잡아줄 수 있었지만, 손을 뻗지 않고 그녀를 등지며 보이지 않는 척했다.시녀는 이미 이런 상황이 익숙한 듯 얼른 소여쌍을 부축해 바닥에 넘어지는 것까지 막았다.소여쌍이 숨을 돌리고 살짝 웃었다. “몸이 많이 좋아져서 오빠 곁에 있을 수 있어요. 오빠 생일에 당연히 제가 곁에 있어야죠.”안지여는 그제야 소여쌍을 돌아봤다. “생일엔 손님이 많이 올 거야, 올해는 다른 어떤 해보다 성대하게 하니까 당신도 잘 차려입어. 내가 내일 사람을 시켜 장신구를 보내도록 하지.”“네, 알았어요!” 소여쌍이 기쁜 듯이 말하며 안지여를 한없이 바라봤다.하지만 안지여는 소여쌍을 더는 보고 싶지 않았다. 사정 설명했고 체면도 차렸으니 됐다 싶어 말했다. “난 아직 일이 있어서. 당신 쉬는 걸 방해하지 않을 테니 잘 쉬고 있어.”안지여는 말을 마치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려고 했다.이때 소여쌍이 갑자기 닭발 같은 손을 뻗어 안지여의 팔을 붙잡으며 서둘렀다. “오빠, 어렵사리 왔는데 저랑 얘기 좀 더 해요.”안지여가 고개를 숙이고 소여쌍의 마르고 늙은 손을 바라봤다. 손등에 주름이 자글거리는 것이 구겨진 비단 뭉치처럼 너무 흉해서 혐오감이 든 나머지 쓱 손을 뺐다. “말했잖아, 일이 바쁘다고.”소여쌍의 눈빛이 갑자기 매서워지며, 늙고 쉰 목소리로 소리쳤다. “일이 바쁜 거예요, 아니면 그 여우 년을 찾아가는 거예요? 제가 모를 줄 아세요?! 여자를 성에 얼마나 숨겨놨는지.”안지여가 눈살을 찌푸렸다. “무슨 헛소리야?”소여쌍이 두 손으로 가슴을 움켜쥐고 축 처진 눈에서 원한이 쏟아져 나왔다. “제가 늙었다고 싫어하는 거잖아요, 아녜요? 잊지 마세요. 오빠의 동안도 결국 늙는다고요. 이리봉청이 아직 살아있어도 지금 저보다

  • 명의 왕비   제 3025화

    안지여의 생일잔치에 상인, 인근 주와 현의 관리, 무림 사람들, 강호의 무리가 모여들었다. 안지여는 그동안 사교의 폭이 넓고, 각계각층 인사들과 교분을 맺고 있어 이번에 생일잔치란 이름을 빌려 그들 모두 한자리에 모아 대사를 논의하고자 했다.안지여는 너무 오래 기다려왔다. 전에 시기를 놓치고 이제 우문호가 등극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민심이 아직 안정되지 않은 이때가 대사를 치를 적기였다.우문호가 몇 년 더 북당을 다스리고 나면 그에게 더는 기회가 없을 지도 몰랐다.그래서 조정이 사람을 파견한다는 소식에 그는 기뻤다. 이를 빌미로 조정에 본때를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었다.천문 세가의 무덤도 생일잔치 후 태워버릴 계획으로, 물론 완벽한 구실을 붙여 백성들에게 설명할 생각이었다.조정에서 사람을 보내온 건, 안지여에게 아주 완벽한 빌미를 제공해 주는 셈이었다. 모든 것을 이리 부마 탓으로 돌리고 백성들에게 조정이 저지른 일이라고 알리면 천문 세가를 그토록 떠받들던 풍도성 백성들은 조정을 증오하게 될 것이다.안지여는 부마 이리율을 별로 개의치 않았으나 그의 내력 정도는 알고 있었다. 거부이자 늑대파 문주라고 했으나 그건 전부 민간에 있을 때 신분에 불과했다. 결국 공주와 결혼해 부마가 되는 길을 택한 이 사람은 극도로 지위와 재산을 중시하는 사람으로, 이런 사람을 다루기 어렵지 않은 건, 안지여 주변에도 이런 사람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부마 이리율의 마음 저 밑엔 상인이란 출신을 벗어던지고 상류 계층에 들어 후작 세가가 된 후 2~3세대가 지나면 철저하게 이전 상인의 신분을 벗어던질 수 있다는 목표가 있을 게 틀림없었다.생일까지 아직 이틀 남았다.안지여는 두번 다시 소여쌍을 보고 싶지 않았지만, 한번은 가야 했다. 그의 생일잔치에 소여쌍이란 성주 부인이 자리를 지켜야 했기 때문이었다.성주 부부가 서로 깊이 사랑하고 있다고 믿게 해서, 백성들에게 아름다운 허상을 심어주려는 것뿐이었다.소여쌍은 풍도성 동쪽 무쌍거에 살고 있었다. 혼인하던 그해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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