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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 왕비의 모든 챕터: 챕터 2281 - 챕터 2290

3135 챕터

제 2281화

4일전우문호는 별궁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날이 채 밝기 전에 일어났다. 원경릉이 우문호의 의관을 정제해 주는데 앳된 미소년에서 성숙한 남자로 변한 것이 기쁘지만 한편으론 아련하기도 해서 한동안 그렇게 멍하니 바라봤다. “이제 가서 일해, 우리 모자 걱정 그만하고. 4일 뒤에 데리러 갈게.””우문호가 원경릉의 입술과 이마에 키스하면서 말했다. “그래, 기다리고 있을게!” 원경릉이 눈에 힘을 실으며 싱글벙글 웃었다. 하지만 원경릉은 왠지 모를 무력감이 들었다.온갖 풍파를 함께 헤쳐왔는데 이번엔 그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함께 싸울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우문호는 원경릉을 꼭 끌어안고서 한참을 바라보더니 이내 돌아서서 떠났다.원경릉은 우문호가 가는 길을 배웅했다. 길은 굽이굽이 풍등이 한없이 이어져 있는 모습이 마치 은하수를 밝힌 듯했고, 우문호는 옷자락을 펄럭이며 멀어져 갔다.우문호는 밖에서 서일과 만나 같이 떠났다.원경릉은 사식이가 앞 마당 복도에 서서 서일을 배웅하는 것을 봤다. 일렁이는 풍등 빛에 사식이의 눈에 눈물이 반짝였다.원경릉이 다가가서 외쳤다. “사식아!”사식이가 서둘러 눈물을 훔치며 답했다. “원 언니!”“왜? 서일이가 많이 걱정돼?” 원경릉이 사식이 손을 잡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사식이 얼굴이 살짝 하얗게 질리며 말했다.“걱정돼요, 이렇게 걱정된 적이 없었는데.”사식이는 고개를 들어 원경릉을 보고 당혹감이 가득한 채 말했다. “원 언니, 사람이 어떻게 몇 번 보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공포를 느끼게 할 수가 있죠?”“공포는 사람의 마음에서 오는 거니까. 우리가 독고를 너무 대단하게 생각해서 자기가 자기를 겁주는 형국이지. 태자 전하께서 그러셨어, 독고도 사람이고 사람에게는 약점이 있다고. 약점을 잡아내면 그를 거꾸러트릴 수 있어.” 원경릉이 미소를 지었다.“그렇게 간단히?” 사식이는 별로 믿지 않았다.“간단하지 않아, 그래서 그들이 가서 애쓰는 걸.” 원경릉이 사식이 손을 잡고 느릿느릿 안으로 들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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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282화

결전의 날심지어 예친왕까지도 이번 인사이동이 어떻게 된 건지 몰랐다. 냉정언은 국자감 학장으로 책 냄새만 풀풀 풍기는 샌님인데 그런 냉정언에게 가서 은자를 관리하라니 안 맞아도 너무 안 맞았다. ‘희왕은 조정에 출사한 적이 없어 위신이 충분히 서지도 못하면서 어찌 내탕고를 관리하겠다는 거지?’우문호가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았다.“이건 단지 다음 단계를 위해 준비하는 것일뿐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짬이 났을 때 우선 처리해 놓고 보는 거죠.”예친왕이 살짝 한숨을 쉬며 생각했다.‘아직 젊어서 긴장이 많이 되나보네.’7월하고도 초닷새.평남왕 세자를 초대하는 연회는 열래객잔에서 베풀기로 하고 시간은 12시 45분으로 정해졌다.12시 45분은 해가 중천에 뜨는 시간으로 다들 원하는 대로 길시를 택해 받은 것이었다.초왕부는 아침부터 분주하게 움직이며 무장을 단단히 하고 적을 항시 대기하고 있었고 성문은 어제부터 검문소를 열고 진출입에 만전을 기했다.경조부는 다수의 인원을 동원해 경성을 순시하고 의심스러운 인물이 발견되면 한꺼번에 선 압송했다. 진시(오전 7~9시)가 끝날 무렵 구사가 방어진을 치고 대부분 금군을 황궁 각처 궁문을 지키도록 배치했다.구사가 인력을 배치하는 것을 모두가 초집중해서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다른 모든 인력 배치는 전부 물밑 작업으로 조용히 이루어졌다.그리고 위왕과 제왕, 이리 나리 모두가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았고 북군영은 계속 암암리에 들썩거리고 있었다. 안왕은 전에 북군영에서 잠시 있었던 적이 있었고 지금은 비록 전진 장군과 박원이 군에 가 있지만 북군영의 많은 장수가 워낙 적위명을 많이 따랐기 때문에 병기고로 배정받아 군사들의 이동 전반은 간섭할 수 없어 걱정이 안 될 수가 없었다.북군영 대군은 지금 셋으로 나뉘어 있었다. 현재 경성에는 약 5만 명이 주둔해 있었고 손왕이 마음대로 남강과 비적 토벌에 보내겠다던 인원수를 합쳐도 고작 5~6만 명밖에 되지 않았다.바꿔 말해 현재 경성은 금군을 제외하고 각 관아와 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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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283화

평남왕 세자, 독고 대장군우문호가 천천히 고개를 들어 난간 아래쪽을 보니 비단옷을 입은 평남왕 세자가 신하 몇 명을 이끌고 오는데 활기가 넘치고 걸음걸이가 매우 여유로웠다. 그것은 곧 햇살에 비친 그림자가 마치 바닥에서 꼬리를 흔들면서 알랑거리는 강아지처럼 걸음을 옮길 때마다 따라서 그림자도 같이 움직였다.우문호 입가에 서서히 미소가 번지며 외쳤다. “요리를 올려라!”“예!” 귀영위가 대답하고 아래에 분부하자 주인장이 전원 도착하면 바로 올릴 수 있도록 미리 준비했던 요리를 하나둘씩 올렸다.잠시 후 검은 구름무늬 비단 신이 2층에 고개를 디밀고 옷자락을 나부끼자 음산한 바람이 불어왔다. 우문호가 차를 들고 곁눈질로 평남왕 세자가 데리고 온 사람들을 훑어보았는데 전부 패검을 차고 있었고 패검은 이미 칼집 밖으로 나와 어두운 빛이 번뜩였다.“태자 전하,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평남왕 세자가 호탕하게 웃으며 성큼성큼 걸어오더니 의자를 빼서 우문호 맞은편에 앉았다. 그러고는 아주 시건방진 눈빛을 발사하며 입을 열었다.“전하 어째서 혼자 오셨습니까? 본좌는 또 태자 전하께서 몇 명을 데리고 오실 줄 알았습니다만. 둘이 마시는 건 아무래도 재미가 없지요.”본좌라는 말에 우문호가 돌연 눈을 번뜩이다 이내 다시 웃으며 말했다.“뭐, 많이 데려올 필요 있나요, 마음 맞는 사람끼리라면 충분합니다.”“전하께서는 역시 너무 경솔하십니다. 이렇게 몇 명만 수행하고 오시다니 제가 전하의 머리를 댕강하는 게 두렵지도 않으십니까?” 그렇게 말하며 껄껄 웃는 게 시건방이 하늘을 찔렀다.우문호는 평남왕 세자가 스스럼없이 이렇게 자극하고 훅 들어올 줄 몰랐지만 다들 마음속으로 이번 연회는 일종의 도박처럼 승패는 두고 봐야 할 일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우문호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세자 저하께서 데려온 몇 명으로 제 머리통을 따겠다니 그리 쉽지만은 않아 보이는데요.”평남왕이 양손으로 탁자 가장자리를 잡는 모습이 마치 한 나라의 힘을 과시하는 듯했다.“북당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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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284화

정체평남왕 세자가 우문호를 주시했으나 우문호는 안색 하나 변하지 않고 마치 전부 다 알고 있다는 듯이 담담하게 미소를 띠고 있었다.병마 소리가 지나간 뒤 모두 평정을 되찾았으나 이 평온은 차 한잔 마실 새도 없이 바로 칼싸움 소리가 들려왔다.평남왕 세자가 데려온 사람이 난간에 기대서 건너편을 보다가 청란대가 15호에 누군가 살해당하는 것을 보고 안색이 변하더니 휘파람을 불자 사방 골목에서 사람들이 몰려나와 청란대가 15호 쪽으로 갔다.평남왕 세자가 얼굴을 실룩거리며 말했다. “이거 태자 전하를 너무 가볍게 봤나 봅니다.”우문호가 술잔을 빙빙 돌리며 말했다. “독고 대장군께서 어떻게 저를 하찮은 사람으로 보실 수가 있습니까? 대장군의 연극은 아직 많이 남았는걸요.”평남왕 세자가 거만하게 말했다. “맞아요. 안 왕비를 구출한 걸로 될 거 같나요? 조굉방을 믿지 못해서 본좌가 일부러 틈을 보이며 당신들 손이 가게 했거든요. 태자 전하는 자신이 정말 똑똑하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안왕이 궁으로 쳐들어가는데 데리고 가는 사람 중 자기 사람은 2할도 안 돼요. 그러니 지금 안왕비를 구출한다고 해도 별거 없죠. 안왕이 군사를 일으켰다는 것만으로도 본좌의 계획은 이미 성공한 거나 진배없으니까. 시위를 떠난 활은 안왕비를 구출한다도 해서 다시 활시위로 돌아오지 못합니다. 저들은 그대로 황궁 대전까지 쳐들어가 명원제를 죽일 것이고, 본좌는 여기서 태자 전하를 붙잡아 두고 있으니, 북당은 백 년 만에 대혼란을 맞게 되겠지요.”우문호가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틀렸어요. 그건 대장군의 진짜 목적이 아닙니다. 안왕이 군사를 일으키는 건 허울에 불과해요, 그리고 당신도 반드시 독고란 법은 없고요.”평남왕 세자가 당황하며 하하 웃더니 말했다.“그래요? 본좌가 만약 독고가 아니면 태자 전하는 왜 본좌와 이렇게 쓸데없는 소리를 잔뜩 지껄이며 시간을 낭비하는 겁니까?”우문호가 코웃음을 치며 손으로 얼굴 껍데기를 벗기자,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숨이 멎어버리게 할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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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285화

독고의 목적평남왕 세자 얼굴 근육이 경련을 일으키며 이리 나리를 노려보면서 물었다.“우문호는 지금 어디에 있어?”“그건 대장군이 뭘 원하시는지에 달렸어요. 대장군이 원하는 걸 태자 전하께서는 반드시 약속을 지키실 테니까.” 이리 나리가 미소를 지었다.평남왕 세자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그래? 그럴려면 태자가 제대로 짚어야 할 텐데.”“어때요, 그럼, 제가 맞춰 볼까요?”“그러든지 말든지!” 평남왕 세자가 담담하게 말했다.이리 나리가 잔을 들고 평남왕 세자를 노려보며 말했다. “대장군께서 큰 공을 들여 이런 상황을 꾸민 것은 좋아요. 안왕을 위해 세력을 몰아주고 백성들의 신망을 만들어내고 안왕의 아내와 딸을 납치해 궁으로 쳐들어가게 하고. 마치 대장군이 정권을 탈취하려는 듯 보이지만 사실 정권 탈취는 아무런 의미도 없어요. 안왕 자체가 불안정한 사람이기 때문에 대장군은 안왕을 완전히 통제할 수 없죠. 자연스럽게 안왕을 통해서 하는 건 진정한 목적이 아니란 뜻이죠. 그래서 제가 방금 안왕 전하는 당신들의 허울에 불과하다고 한 겁니다. 하지만 당신들이 만들어 놓은 허울이 어디 하나뿐인가요. 안왕 전하는 전에 북군영을 통솔하셨는데 북군영은 병기고를 지키고 있고 그 안에는 우리 북당의 정예 무기와 전차가 있죠. 안왕이 궁으로 쳐들어가게 해 북군영 병사를 그쪽으로 쏠리게 만들어 무기고의 빈틈이 노출하는 것이 두 번째 허울이죠. 당신들이 무기고의 전차를 노린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거예요.”평남왕 세자의 눈빛이 점점 가라앉았으나 입꼬리를 씰룩거리며 냉소를 지었다.“그래? 상상력 좋은데. 하지만 당신 아직 대장군의 진짜 목적은 얘기하지 않았어.”이리 나리가 웃으며 말했다. “서두르지 마시고, 자, 일단 목 좀 축이시고!”이리 나리가 찻주전자를 따르며 말을 이어갔다. “북막과 북당의 이번 전쟁은 피치 못할 전쟁이기 때문에 신속하게 이겨야만 병력을 이동해 대주를 상대할 수 있죠. 그러려면 반드시 대주의 원군이 북당에 도착하기 전에 속전속결로 끝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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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286화

이리 나리의 반격이리 나리가 말했다. “이 정도 가지고 뭘요? 어디 당신들만큼 대단할까요? 독고 대장군이나 당신들까지도 여러 번 허울만 번드르르하지 않았습니까? 한번은 세자 당신, 한번은 적위명, 별장에 있는 적위명 말고 진짜 적위명 말입니다.”평남왕 세자가 눈을 부릅뜨고 외쳤다.“그날 홍엽이 직접 날 보고 똑똑하게 내가 바로 대장군이라고 하지 않았나, 왜 당신들은 믿지 않지?”“홍엽은 당신들이 도청하고 있다는 걸 알고 일부러 그렇게 말한 겁니다. 홍엽은 한눈에 허점을 알아차렸거든요.”“허점?” 평남왕 세자는 약간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물었다. “내 일거수일투족은 거의 매일 같이 똑같은데 허점이 어디 있다는 거지?”“그래요, 독고 대장군은 변덕이 심하고 잔혹한 성정이지만 홍엽 공자의 말에 따르면 독고가 정말 진노했을 때는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심지어 눈빛조차 달라지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세자도 잘 배웠어요. 대장군이 홍엽 공자를 봤을 때 평온한 얼굴에 다른 표정이 없었으니까. 그런데 적위명 말이죠, 적중양이 정말 돈 때문에 태자를 죽이려 했다고 생각합니까? 적위명의 뜻을 이어받은 게 아니라면, 적중양은 아무리 안왕이란 피붙이에 정이 깊어도 온 가족이 몰살당할지도 모르는데 그런 위험을 무릅쓰면서까지 태자를 죽이려 할 리 없어요. 적중양이 실패한 뒤 우리 의심선상에는 적위명이 놓이게 되었죠. 게다가 제왕 전하도 순진해서는 계속 적위명한테 시체를 수습해 가라고 귀찮게 했어요. 이에 적위명은 어쩔 수 없이 나타나야 했고 또 일부러 의심을 사는 행동까지 했어요. 태자 전하께서 사람을 보내 감시하도록 했는데 실상은 시체를 수습하고 이미 집을 떠났죠. 집안에 남아 있는 게 진짜 적위명이고요. 태자 전하께서 더 감시해도 소용없죠. 하지만 태자 전하께서 벌써 다 알아채고 계셨다는 거 몰랐죠? 지금 태자 전하는 이미 독고를 막으러 가셨어요.”평남왕 세자 얼굴이 잿빛이 되며 항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여전히 집요하게 고집을 부렸다.“우문호가 직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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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287화

위기 일발의 국고이리 나리가 가고 탕양이 천천히 걸어와 이리 나리 자리를 대신해 앉아 평남왕 세자를 바라봤다.평남왕 세자가 차갑게 탕양을 향해 외쳤다. “어설픈 연극으로 독약을 타는 계략이나 쓰다니. 난 또 네가 아주 고명한 줄 알았네? 고작 이 정도밖에 안 되는 주제에.”탕양이 말했다. “쓸모만 있으면 됩니다!”“이건 임무란 말이야!” 평남왕 세자가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읊조렸다.“너희는 전혀 준비가 돼 있지 않아, 그래봤자 고작 국고와 병여도를 향해 달려갈 뿐이라고, 너흰 반드시 대패하게 돼 있어!”“그건 두고 보기로 하죠.”우문호와 홍엽은 청란대가 부근에 있다가 이리 나리가 정보를 알아내 전하자 바로 사람들을 이끌고 국고로 달려갔다.이와 동시에 한 무리의 무림인들이 황실 별궁으로 달려갔는데 첩자들이 가져온 정보에 의하면 병여도는 태상황이 가지고 출궁했다는 것이었다. 독고는 미리 남겨둔 일련의 정예를 보내 병여도를 가져오게 했다.국고 쪽은 독고가 도착했으나, 회왕이 내탕고를 담당하는 관계로 회왕의 안전이 위협받는 걸 절대 두고 보지 못하는 미색이 미리 독고가 도착하기 전에 늑대파의 무공이 가장 높은 사람들을 국고 안에 매복시켜 두었다. 독고와 독고의 선발대가 도착하자 바로 맞서 싸우는 순간 여기저기서 칼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안왕비가 무사히 구출되었다는 소식이 빠르게 전해져 안왕이 매우 기뻐하며 황궁을 더이상 공격하지 않았지만 평남왕 세자 말 대로 그가 데리고 있던 사람들 중 2할만 자신 사람이고 나머지 북군영의 대 부대는 여전히 독고의 계획대로 황궁을 공격하고 금군을 제압해 금군이 국고 쪽을 돕지 못하게 했다.북군영의 대 부대를 이끈 몇몇 장수가 바로 모반한 자들로 전부 나이든 장수들이라 군에서 명망이 높고 그들을 따르는 병사들도 많았다. 이번 전쟁에서 그들은 독고 편을 들지 않으면 그들 자신과 가족의 생명을 지킬 수 없었다.그래서 북군영의 장수들과 병사들이 안왕의 처지를 상당히 위험하게 만들었다. 안왕은 공을 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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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288화

독고와의 일전우문호가 말을 달리며 외쳤다.“그래, 은자를 빼앗아 봤자 가져가지도 못하는 거 국고를 망가뜨리면 우리 북당은 단시간 내에 싸울 능력이 없어지지.”두 사람이 타오르는 불길을 밟으며 국고 문 앞에 도착해 날아오르더니 독고를 향해 검을 겨눴다. 독고는 귓가에 검기가 공기를 가르는 것을 듣고, 심지어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장검을 뻗어 막는데 두 검이 서로 부딪히더니 독고의 검이 우문호를 위험한 지경까지 몰아붙였고 우문호는 기혈이 뒤틀리며 급히 뒤로 물러섰다.독고는 말 위에 앉아 우문호를 멸시하듯 내려다봤다. 이미 본 모습으로 돌아와서 더 이상 적위명으로 분장하지 않았는데 외모는 홍엽과 상당히 닮아 있었다. 눈썹이 어지럽게 나 있고 눈 밑에 한기가 서려 있었는데 마치 꽁꽁 언 얼음장 같아서 한 번만 슬쩍 눈길을 줘도 심장이 얼어붙을 지경이다.우문호와 독고는 처음 얼굴을 마주친 셈 치고 시선이 마주치자, 비로소 그날 대주의 병력과 성에서 마주친 자는 진짜 독고가 아니란 것을 알게 되었다.우문호는 그의 눈을 감히 응시할 수 없었다. 그 눈동자는 마치 소용돌이 같았는데 소용돌이 안은 온통 칼싸움 흔적뿐이었다.홍엽도 말을 타고 달려왔지만 그저 말 위에 앉아 가만히 증오의 눈빛으로 독고를 쳐다봤다.독고가 홍엽을 힐끔 보더니 별거 아니란 듯 극도로 멸시했다. 눈동자를 돌려 우문호를 보고 미미하게 눈살을 찌푸렸다. “어떻게 본좌가 국고를 공격할 걸 예상했지?”솔직히 독고가 국고에 데려온 사람들은 국고가 아주 쉽게 함락될 거로 예상했는데 이렇게 대비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독고의 계획대로라면 우문호는 사람들을 데리고 병기고나 궁중으로 가서 독고의 바람 잡이로 자기들끼리 치고받고 싸우는 게 정상이었다. 북군영을 죽여도 좋고, 강호에서 모아온 사람을 죽여도 좋다. 어차피 전부 북당 사람이니 독고는 가만히 앉아 어부지리로 얻으면 되는 것이었다. “대장군의 계획이 깊고 민첩했으나 세밀하게 따져보니 자연스럽게 하나둘씩 알아차릴 수 있었습니다.”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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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289화

국고에 무슨 짓을?검을 뽑자마자 가볍게 홍엽의 머리카락을 떨어뜨리는 것을 보고 우문호도 놀랐다. ‘독고의 무공은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거지? 과연 독고가 직접 북당 경성에 와서 이 일련의 계획을 기획할 만 했구나.’우문호는 독고가 단지 지모 믿고 첩자를 잠복시켜 모반을 조장하고 차도살인(借刀殺人, 남의 칼을 빌려 사람을 죽인다)을 일삼는 줄로만 알았는데 무공이 이렇게 강력할 줄 상상도 못했다.홍엽도 가슴이 철렁한 것이 독고 곁에 그렇게 오래 있었지만, 그가 무공을 진짜 드러내는 걸 본 적이 없었다. 독고 신변에 고수가 많아서 무슨 일이 있어도 본인이 손을 쓸 일이 없었기 때문이었다.순위로 따지면 독고는 독고 곁에 100여 명의 순위 안에 들지 못하는 줄 알았는데 어디 생각이나 해봤을지 독고가 그들 고수보다 심지어 한참 위라는 것을 말이다.두 사람은 쌍검을 들어 올리자, 태양빛 아래 검기가 차가운 빛으로 응집돼 그물처럼 펼쳐지고 검기가 닿는 곳마다 베어져 나갔다.2대1로 여전히 낭패였으나 독고의 검은 현철로 만들어져 더할 나위 없이 강하고 견고했다. 병장기가 부딪히는 소리만 끊임없이 들려오는 것이 이번 전투도 치열할 운명이었다.이때 국고에서 엄청난 굉음이 울려 퍼졌는데 먼지가 순간 날아오르면서 우문호가 급히 뒤돌아보고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이리 나기가 막 도착해 권법과 장풍을 쏘는데 우문호가 외쳤다.“이리 나리, 어서 들어가세요. 땅굴을 뚫은 거 같아요. 저들이 지하로 금을 옮기고 국고에 불을 지르려고 하는 것 같아요.”아무리 추측해 봐도 독고가 대체 뭘 하려는 건지 도무지 감을 잡을 수가 없었으나, 우문호는 국고 안에는 은 외에도 황금이 대량으로 있었고, 황금은 불에 탈 걱정이 없으므로 독고는 철저하게 국면을 장악하기 위해서는 분명 북당에 황금을 남겨 놔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독고에게 있어 이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왜냐면 원래 이번 전쟁은 북당 사람끼리 서로 싸우게 하려는 작전이라 독고 자체도 자기 사람이 많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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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290화

위풍당당원경릉은 정오부터 전투 소리가 들리자, 심장이 벌렁거리는데 사식이가 옆에서 달래주었다. “걱정하지 마세요. 안풍친왕 부부께서 이미 준비하고 계세요!”“하지만 별궁은 시위가 많지 않아.” 원경릉이 긴장해서 말했다.“안풍친왕비께 여쭤봤는데 섬전위인가 뭔가도 있고 저들이 들어와 공격하기 힘든 게 섬전위 중에 기이한 인사가 있어 무슨 진법을 설치했다고 하더라고요.”사식이는 겉으로는 침착해 보였으나 눈빛이 흔들렸는데 방금 나가서 보고 왔기 때문이었다. 밖에는 적어도 천명은 족히 넘게 있었으나 별궁 안은 다해도 200명이 되지 않았다.게다가 바깥에 그들은 하나하나 전부 무공이 강력한 자들이었다.“”태상황 폐하는? 내가 가서 같이 있어야겠어.” 원경릉은 도무지 안심이 안 됐다. 아이들은 자신을 보호할 능력이 있지만 태상황은 없었다.“갈 필요 없어요. 태상황 폐하께서는 갑옷을 입으셨어요!” 사식이가 말했다.원경릉이 눈이 휘둥그레 해졌다.“뭐?”원경릉이 뛰쳐나가 정전에 도작하자 과연 삼대 거두가 모두 갑옷을 입고 있었고 안풍친왕 부부도 똑같이 금색의 갑옷에 장검을 들고 있으니 출정하는 모습은 한 폭의 그림 같았다.“황조부!” 원경릉이 다급하게 달려가 외쳤다.“나가시려고요? 가시면 안 됩니다.”태상황이 청황검(青芒劍)을 쥐었는데 검신이 무거워 쥐고 있는 것 만해도 힘에 부쳐 보였고, 나가서 싸우는 건 말할 필요도 없었다.하지만 눈빛이 형형하게 불타올라 지난날 무료해하던 분위기는 하나도 없고 손을 뻗어 검을 휘두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과인은 무장 출신으로 오늘 전투가 두려울 게 뭐가 있겠어? 만약 전장에서 죽는다 해도 장수에겐 마땅한 것을!”안풍친왕비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태자비, 긴장하지 말게, 나가서 좀 놀게 해 드려. 괜찮으니까!”원경릉이 흠칫 놀랐다.‘논다고요? 이게 장난인가요? 이건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일이에요.’갑옷을 단단히 여민 왕비의 모습은 늠름하고 씩씩한 것이 얼굴에 세월의 흔적 따위 없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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