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전우문호는 별궁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날이 채 밝기 전에 일어났다. 원경릉이 우문호의 의관을 정제해 주는데 앳된 미소년에서 성숙한 남자로 변한 것이 기쁘지만 한편으론 아련하기도 해서 한동안 그렇게 멍하니 바라봤다. “이제 가서 일해, 우리 모자 걱정 그만하고. 4일 뒤에 데리러 갈게.””우문호가 원경릉의 입술과 이마에 키스하면서 말했다. “그래, 기다리고 있을게!” 원경릉이 눈에 힘을 실으며 싱글벙글 웃었다. 하지만 원경릉은 왠지 모를 무력감이 들었다.온갖 풍파를 함께 헤쳐왔는데 이번엔 그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함께 싸울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우문호는 원경릉을 꼭 끌어안고서 한참을 바라보더니 이내 돌아서서 떠났다.원경릉은 우문호가 가는 길을 배웅했다. 길은 굽이굽이 풍등이 한없이 이어져 있는 모습이 마치 은하수를 밝힌 듯했고, 우문호는 옷자락을 펄럭이며 멀어져 갔다.우문호는 밖에서 서일과 만나 같이 떠났다.원경릉은 사식이가 앞 마당 복도에 서서 서일을 배웅하는 것을 봤다. 일렁이는 풍등 빛에 사식이의 눈에 눈물이 반짝였다.원경릉이 다가가서 외쳤다. “사식아!”사식이가 서둘러 눈물을 훔치며 답했다. “원 언니!”“왜? 서일이가 많이 걱정돼?” 원경릉이 사식이 손을 잡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사식이 얼굴이 살짝 하얗게 질리며 말했다.“걱정돼요, 이렇게 걱정된 적이 없었는데.”사식이는 고개를 들어 원경릉을 보고 당혹감이 가득한 채 말했다. “원 언니, 사람이 어떻게 몇 번 보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공포를 느끼게 할 수가 있죠?”“공포는 사람의 마음에서 오는 거니까. 우리가 독고를 너무 대단하게 생각해서 자기가 자기를 겁주는 형국이지. 태자 전하께서 그러셨어, 독고도 사람이고 사람에게는 약점이 있다고. 약점을 잡아내면 그를 거꾸러트릴 수 있어.” 원경릉이 미소를 지었다.“그렇게 간단히?” 사식이는 별로 믿지 않았다.“간단하지 않아, 그래서 그들이 가서 애쓰는 걸.” 원경릉이 사식이 손을 잡고 느릿느릿 안으로 들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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