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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261화

형제 간의 술자리위왕이 궁을 나선 뒤 초왕부로 다섯째를 찾아갔다. 다섯째는 아직 돌아오지 않았고 초왕부 사람이 병부로 우문호를 찾아가 위왕이 돌아왔다 소식을 알렸다. 우문호는 회왕, 손왕과 제왕을 집으로 오라고 초대하고 오늘 저녁 형제들이 거나하게 한 잔 하기로 했다.또 이리 나리를 청했는데 이리 나리는 매부로 한가족이기 때문이다. 단지 이리 나리 성격이 차가워서 꼭 온다는 보장은 없으므로 몇 명이 모이자 술자리가 시작됐다.회왕은 최근 한약을 먹으며 보양하는 중인데 미색에게는 늘 아이가 있든 없든 상관없다고 하지만 미색이 포기하지 않고 본인도 한약을 먹으면서 회왕을 원경릉 할머니께 끌고 가서 진맥을 하고 처방대로 반드시 먹으라고 시켰다.회왕은 미색의 살벌함에 꼼짝 못하기 때문에 한약을 먹으면 술을 마실 수 없으니 미색이 딸려 보낸 심복이 회왕이 술을 마시나 지켜보고 있었다.형제들이 이런 회왕의 모습을 보고 놀리지 않을 리가 없는데 회왕은 오히려 덤덤하게 말했다. “공처가가 뭐 대수라는 겁니까, 다들 공처가잖아요?”이 설렁설렁한 한 마디에 위왕이 쓴웃음을 지은 것을 제외하고 우문호와 제왕은 괜히 딴 데를 바라봤다.하지만 곧 뭐 그럴 필요 있나 공처가가 뭐 대수라고.사랑하는 사람과 평생을 같이 있는데 무서워하든 공경하든 뭐 어때서?회왕은 술을 마시지 않고 다른 세 왕야는 거나하게 취했다. 오늘 밤은 구사와 냉정언은 부르지 않은 것이 누군가는 목숨을 걸어야 하지만 누군가는 역시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오늘 밤은 집안의 일상사를 얘기하고 형제 사이의 대화를 주고받았다.물론 큰형 우문군에 대한 얘기도 언급했다.우문군이란 이름을 그가 살아 있을 때는 모두 싫어했지만 죽고 나니 그가 한 나쁜 일은 선택적 기억처럼 기억나지 않았다.위왕은 돌아오는 길에 부고를 들어서 큰형의 죽음은 그에게 있어 역시나 상당히 경악할 만한 일이었다. 태자 자리를 다투는 과정전체에서 큰형은 비록 위왕을 아예 제꼈지만 실질적인 피해로 따지면 넷째가 한 짓만 못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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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262화

우문호의 계획“낮다고?” 위왕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 산은 절대 눈늑대봉보다 낮지 않아.”회왕과 제왕은 모두 숨을 멈추고 말했다.“그게 어떻게 가능해?”“내가 직접 봤어.” 위왕이 경탄의 눈빛으로 말했다.제왕이 우문호에게 놀라서 말했다.“다섯째 형은 믿어?”우문호는 술잔을 들고 미소를 머금은 채 말했다. “믿어, 당연히 믿지.”‘경공이 대단한 게 뭐? 용태후는 다른 사람이 시공을 넘나들게도 하는데.’모두 우문호가 전에 대주에 가서 경천 섭정왕과 용태후를 만난 걸 알고 있다. 우문호가 믿는다고 하면 분명 진짜다.왕야들은 시야가 넓어졌구나 생각하며 동경하는 마음으로 기회가 된다면 꼭 한번 그를 알현하고 싶었다.형제들은 상당히 오랫동안 이렇게 정사 이외의 일로 앉아서 얘기를 나눠본 적이 없어서 금방 술을 다 마셔버렸고, 술기운이 얼큰할 즈음 손왕이 갑자기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난 이생에 조용히 소일하며 보내고 다른 건 생각해 본 적도 없는데 아바마마는 늘 내가 포부가 없다, 칠칠치 못하다고 하셨지. 하지만 난 전에 계속 이렇게 무능하게 사는 것도 좋다고 생각했거든, 이제 나라에 여러 일이 터지고 보니 문득 아바마마께서 큰 인물이 되지 못한 날 한스러워 하신 게 이해 돼. 내가 좀더 능력이 있었더라면 다섯째를 좀더 도와줄 수 있었을 텐데. 지금 내가 처음 병부로 와서 도대체 뭐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르고, 뭘 할 수 있는지 모르다니 난 여섯째랑 마찬가지로 무능한 존재야.”회왕은 처음에 굉장히 감동적으로 듣다가 마지막에 자기 이름이 나오자 순간 어이가 없었다. “둘째 형, 형이 자기비하하는데 나는 왜 끌어들여요?”손왕이 회왕을 보고 울상을 지으며 말했다. “에휴, 난 너만 못해, 넌 그래도 능력 있는 아내라도 있지. 둘째 형수는 나랑 똑같이 칠칠 맞다니까.”다들 박장대소하면서도 손왕을 달래야 했다.위왕이 말했다.“다섯째야, 너 둘째 형을 병부로 보낸 건 무슨 의도야?”우문호가 기가 차서 말했다.“있죠, 전 둘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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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263화

원경릉과 동서모임다들 술을 거의 다 마셨을 즈음 이리 나리가 나타났다. 하지만 이리 나리도 술은 마시지 않고 단지 와서 한 바퀴 돌더니 몇 마디 주고받고는 가버렸다.다음날 정화 군주가 요 부인, 손 왕비, 제 왕비 그리고 회 왕비를 청해 겸사겸사 원경릉도 보자고 황실 별궁에 태상황 폐하께 문안드리러 갔다. 이들은 태상황 폐하 쪽에 문안을 드리고 몇 마디 나눈 후 원경릉을 찾아갔다.원경릉은 마음이 불안한 때 다들 오는 것을 보고 얼른 감정을 정리하고 정화 군주를 맞이했다. “군주 기분이 괜찮아 보이는데 경성에 돌아오니 여전히 익숙하던 가요?”“익숙하죠!” 정화 군주가 원경릉에게 예를 취하고 말했다.“태자비를 뵙습니다.”“서먹서먹하게 왜 그래요!” 원경릉이 예로 답했다.정화가 원경릉의 손을 잡고 마주보더니 감격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예는 됐다고 해도 고맙다는 말은 늘 가슴에 품고 있었어요.”“벌써 고맙다고 했으니 또 고마워할 필요 없어요.” 요 부인이 웃으며 말했다. “됐네, 서로 고맙다고 난리고 귀찮지도 않아? 어서 들어가서 얘기나 하자.”다들 웃고 떠들며 안으로 들어가는데 여자들이 같이 있으니 화제가 끊이지를 않고 원경릉은 마음이 원래 불안했다가 사람들과 얘기를 하다 보니 조금씩 주의가 그쪽으로 옮겨가며 그다지 걱정하지 않게 되었다.미색과 정화 군주는 서로 잘 알지 못하는 사이로 사식이를 시켜 미색에게 별궁을 보여주도록 했다. 명목은 참관하는 거지만 실질적으론 미색이 방어병력 배치를 위해 시찰하는 것이다.사식이가 자연스럽게 상황을 물었는데 담담한 척했지만 마음 속으로는 서일을 걱정하고 있었다.미색이 다독이며 말했다. “너무 걱정하지 마, 안심하고 여기서 태자비 마마를 보필해 드려, 모든 일을 장악하고 있으니까.”“무슨 소식이 있으면 와서 우리한테 알려줘야 해요.” 미색이 알았다고 하고 다시 위로하며 말했다. “그래, 걱정하지 마, 서일은 지금 이미 혼자 몫을 담당하고 있으니 틀림없이 이번 일을 겪고 위로 발탁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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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264화

안왕부를 찾아온 적귀비원경릉이 웃으며 말했다.“그래, 그런 말 안 할 게, 가봐.”미색이 별궁을 떠나 먼저 회왕부로 돌아가 한 바퀴 돌고는 아무도 따라오는 사람이 없는 걸 확인하고 입궁했다.회왕이 정사에 참여하지 않기 때문에 독고 사람은 그들 부부에게 크게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 이는 미색을 업신여긴 게 아니라 늑대파만 감시하면 충분하기 때문으로 안타까운 건 늑대파도 제대로 감시하지 못하는 게 늑대파 사람은 신출귀몰하기 때문으로 특히 이리 나리는 더했다.이리 나리는 얼핏 보기에 저택에서 나오지 않는 것 같지만 어젯밤 불현듯 초왕부에 나타났는데 이리 저택을 감시하던 사람은 이리 나리가 언제 나갔는지도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그래서 늑대파 사람 전체를 감시하지 않고 단지 핵심 인물만 감시하기로 했다.미색이 입궁해서 적 귀비를 찾아가 안 왕비와 안지가 납치된 일을 얘기하자 귀비가 대경실색해서 심장이 입밖으로 튀어나올 듯 했다. 이때 미색이 귀비가 침착하지 못하면 아무도 안 왕비와 귀비의 손녀를 도울 수 없다고 경고했다.적 귀비는 바로 냉정을 되찾더니 미색이 얘기하는 대로 안왕부에 가서 물건을 가져오기로 했다.다음날, 적 귀비는 황제에게 출궁 교지를 내려줄 것을 청했다. 귀비가 안왕부에 왔다는 통보를 받고 안왕이 직접 나와 맞이하는데 아공도 따라와 같이 예를 올렸다.미색이 안왕 곁에 첩자가 있다는 걸 알려줘서 적 귀비는 화를 누르고 담담하게 아공을 흘끔 보더니 시선을 돌려 안왕에게 말했다. “안지를 보러 왔네.”안왕이 약간 고민하더니 말했다. “그게 마침 왕비가 안지를 데리고 친정에 갔습니다.”“친정에 갔다고?” 적 귀비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거 참 하필이면, 오늘 돌아오니? 아니면 내가 걔들을 기다릴까?”“며칠 못 올 듯 싶은데 왕비와 딸이 돌아오면 소자가 안지를 데리고 입궁해 어마마마를 뵈러 가겠습니다.” 안왕이 바로 적 귀비를 돌려보낼 태세다.적 귀비는 사람들을 데리고 안으로 들어가며 말했다. “그럼 여기서 이틀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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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265화

태풍 전의 고요적 귀비가 안왕부를 떠난 뒤 바로 사람을 시켜 목도리를 회왕부로 보냈다.미색이 바로 초왕부로 가서 다바오에게 목도리 냄새를 맡게 하고 호국사로 갔다.서일 쪽에서 감시하고 있던 조광방도 소식이 있어 몰래 뒤져보니 적지 않은 약상인이 찾아와 의사를 타진했다. 이것을 통해 그가 대량으로 약을 구매한 배후 인물인 것을 증명할 수 있으나 서일도 조사해 보니 이 약점포는 매년 버는 은자가 몇백 냥 수준이라 이렇게 많은 약을 대량으로 구매하는 건 불가능하다. 더 조사해 보니 그와 강남의 거상이 밀접하게 왕래하고 있음을 발견했다.즉 조광방은 수뇌가 아니라 독고의 첩자 중 피라미에 불과했다.안 왕비를 숨긴 곳을 찾기 위해 우문호는 두 갈래로 나눠 미색이 이쪽에서 대대적으로 찾고, 서일이 저쪽에서 몰래 조사하는 방식을 택했다.실마리를 하나라도 더 늘리기 위해 구사를 데리고 홍엽을 찾아가자 홍엽이 그림 하나를 주는데 첩자가 안 왕비를 숨겨둘 가능성이 있는 곳을 표시한 것으로 말했다. “산꼭대기를 제외하고 가장 가능성 있는 건 민가로 빈민가일 가능성이 있고 회왕비는 호국사로 갔는데 호국사일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이 그곳은 이미 노출돼서 그들이 사람을 그곳에 가둘 리 없어요. 빈민가 쪽을 찾아보죠.”우문호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고 말했다. “서일이 이미 주변에 많은 사람을 잠복시켜 뒀으니 만약 빈민가에 있다면 곧 소식이 있을 겁니다.”“안왕 전하는 왜 조굉방을 주목하는 거죠? 배후에서 약초를 운용했지만 안 왕비 마마와 아가 군주를 납치한 일과는 무관한데요.” 구사가 말했다홍엽이 고개를 흔들며, “그게 아니죠. 그가 약초 일에 관여했다고 해서 다른 걸 하지 않았다는 걸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그 집사가 안 왕비를 우선 조굉방의 약상점에 데리고 간 것이 그가 보낸 게 아닐까 의심하고 있습니다.”구사는 아직도 이해를 못하고 말했다. “그럼 안왕 전하는 어째서 조굉방을 알고 있는 거죠? 안 왕비 마마께서 납치당하셨을 때 안왕 전하는 궁에 계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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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266화

적중양을 거두러 온 적위명적중양의 장례는 적씨 집안도 주씨 집안도 관여하지 않았지만 주씨 집안에서 요양하고 있는 적위명에게 알려 적위명이 전면으로 나서 이 일을 처리했다.적위명이 경조부에 나타났을 때 제왕이 직접 맞이했다.적위명은 많이 늙어서 머리는 백발이 되었고 눈가에 주름이 자글자글한데 특히 눈을 가늘게 뜨고 제왕을 볼 때 날카로운 빛은 사라지고 노쇠함만이 드러날 뿐이었다.적중양의 시체는 석회로 덮었으나 이미 냄새가 나기 시작해 장지로 이동하는데 아직 입관하기 전이라 나무 침상에 뉘어 놓고 제왕이 사람을 시켜 새 이불을 덮어주게 하니 그렇게 초라하지만은 않았다.시체를 검시해야 해서 적위명이 직접 장지에 가기로 하고 제왕이 직접 적위명을 모시고 갔다.나서는 순간 마침 우문호가 경조부로 들어오다가 적위명을 보고 마음속으로 조금 놀랐다. ‘어떻게 이렇게 확 늙을 수가 있지?’적위명이 우문호를 흘끔 보더니 바짝 마른 입가를 삐죽거리며, “태자 전하는 소신을 못 알아보시겠습니까?”이 목소리조차 늙어서 비꼬는 게 눈에 훤했다.“어찌 모를 수가 있습니까? 하지만 좀 연세가 들어 보이시는군요. 사람은 다 늙는 법이니까요.”적위명이 허리를 곧게 펴기 위해 애를 쓰며 근근이 남은 존엄을 유지하며 한 걸음씩 걸어나갔다.우문호가 제왕을 불러 말했다.“적중양의 시신을 수습하러 왔나?”“맞아요, 분명 주국공 쪽에서 알려서 온 걸 겁니다. 들어오자마자 얼마나 놀랐던지. 어떻게 이렇게 될 수가 있죠?”“네가 직접 갈 필요 없어, 다른 사람을 시켜 모시고 가라고 해.”“괜찮아요, 제가 다녀오죠. 적중양도 꽤 불쌍하고.”“사람을 좀 더 데리고 가.” 우문호는 제왕이 적중양을 동정하는 걸 알고 차마 말리지 못했다.“알았어요. 형이 특별히 다 오고 무슨 일이에요?” “별 일 아냐, 좀 조사할 게 있어서. 가봐 일찍 다녀오고, 마음에 오래 걸렸던 일이니 얼른 해결해서 마음의 짐을 덜어야지.”“적중양이란 자는 참 가여워요, 사람이 죽었는데 적씨 집안은 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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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267화

관이 없는 시체제왕과 적위명이 장지에 도착하자 장지를 지키던 노인이 제왕도 적위명도 알아보지 못했으나 두 사람의 상당히 부귀한 차림으로 수종들을 데리고 오는 것을 보고 얼른 문 어귀에 향을 피우고 두 사람을 안으로 맞아들였다.적중양의 시신이 안에 놓였는데 관아에서 각별히 신경 써서 나무 침대 아래 향이 끊이지 않고 종이 노잣돈도 뿌려 두었는데 노잣돈이 어지러이 흩어져 진흙이 잔뜩 뭍은 모습이 처량하기 그지없다.장지는 불빛이 희미해 등을 켜도 제대로 보이지 않고 노인이 이불을 젖혀봤으나 적중양 얼굴에도 석회가 뿌려 있는데다 잘 보지도 않았다. “나리, 확인해 보시지요. 착오가 있는지.”적위명이 시체 머리맡에 서서 내려다보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응, 맞네.”노인이 놀라며 말했다.“자세히 안 보십니까?”적위명이 뒤를 돌며 말했다. “볼 필요 없어, 자식을 먼저 앞세워 보내는 게 가장 큰 고통이거늘 자세히 볼 수가 없네.”아픔이 절절한 목소리나 얼굴에는 아무런 변화 없이 극도로 참고 있다.노인이 말했다. “그럼 그렇게 하지요. 착오가 없음을 확인하셨으면 일단 입관하게 관을 가져올까요?”적위명이 담담하게 말했다. “그럴 필요 없네, 이 이불로 싸서 들고 갈 사람이 있네.”제왕은 좀 의외였다. “관 준비 안 하셨습니까? 안장을 하는 김에 여기서 우선 입관하고 관에 못은 박지 않은 채 돌아가서 다시 화장을 한 뒤……”제왕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적위명이 냉랭하게 말했다. “왕야 마음 쓰지 마세요. 이렇게 싸서 가면 됩니다. 태자 전하를 찔렀으니 대역 죄인인데 이불로 시체를 감싸는 것만으로도 이미 복에 겨운 지경입니다.”노인은 그제야 제왕의 신분을 파악했으나 시체를 확인하고 관을 가져오지 않은 채 이렇게 둘둘 싸서 가는 경우는 처음이다. 이렇게 부귀한 차림인데 말이다.노인은 감히 묻지 못하고 앞으로 나와 이불로 잘 감싸자 적위명이 사람을 들게 하더니 말했다. “가지고 돌아가라.”두 사람이 와서 적중양의 시체를 멨는데 석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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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268화

적위명의 이상한 행동제왕이 말했다. “제가 보기에도 매정한 게 아닌 게 굉장히 슬픔을 억누르며 사람들에게 비난받을까 봐 걱정하는 게 아닐까 해요. 어쨌든 적중양이 형을 살해하려 했고, 적씨 집안이 지금 남의 비난을 감당 못할 상태라 이불로 싸간 거죠. 적위명도 낙심이 큰지 갈 때 마지막 길에 향도 사르지 않고 장지의 노인에게 수고비도 안 주길래 제가 은조각을 줬어요.”우문호가 앉으며 말했다. “마지막 길 향도 안 피웠단 말이지?”“그러니까요? 넋을 잃고 그냥 가버리더라고요.” 우문호는 봉황 같은 눈을 가늘게 떴다. 만약 적위명이 젊은 사람이면 법도를 몰랐다고 이해할 수 있지만 산전수전 다 겪은 사람이 모를 리가 있나? 밖에서 처참하게 객사한 사람 시체를 받아가는데 어떻게 향 하나 안 피워줄 수가 있지? 적중양은 자신의 친아들인데 이렇게 경시해 온 건 아니겠지?“형, 무슨 생각하는데요?” 제왕이 우문호를 보고 정신을 차리고 물었다.우문호가 반문하며 말했다. “그거 말고 적위명한테서 이상한 점이 또 있었어?”“이상한 점?” 제왕은 생각해 보더니 말했다. “좀 늙어서 걸음이 비틀거리는 거 말고 이상한 건 없었는데, 여전히 전처럼 교만했지 않아요? 이 마당에 여전히 황제의 장인 인 척하는 거 아닐까요?”“적위명한테서 약 냄새 맡을 수 있었어?” 우문호가 갑자기 대문 입구에서 그와 마주쳤을 때를 생각해 내고, 몸에서 약초 냄새를 거의 맡지 못했던 게 생각났다.제왕이 고개를 흔들고 말했다. “신경 안 썼는데요, 하지만 아마 없었을 거예요. 전 코가 민감하고 특히 약초 냄새엔 더 예민한데 못 느꼈어요. 아마 안난 게 틀림없어요……맞다. 적위명은 병을 얻어 별장에서 요양하고 있는 거 아니었나요? 어떻게 약을 먹을 필요가 없는 거죠?”“적위명이 지금 어디 있지?”“만장가(萬丈街) 58호요. 거긴 적씨 집안의 부동산이지만 당시 회수되지 않은 곳으로 엄밀히 따지면 적 부인 혼수거든요.”제왕은 우문호가 계속 묻는 게 이상해서 말했다. “적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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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269화

다바오와 조굉방우문호는 경조부를 떠나 주국공 저택으로 갔다.주국공과 반 시진쯤 얘기를 나누고 떠났는데 우문호가 간 뒤 주국공은 사람을 보내 관을 사서 만장가로 보냈다.이 일을 한 사람은 주국공의 심복으로 그 심복이 관을 보낸 뒤 적위명에게 장례를 잘 치르기 바란다는 주국공의 마음을 전했다.하지만 적위명은 단칼에 거절하며 일을 크게 만들 필요 없이 대충 매장하면 된다고 했다.적위명은 이 일을 최대한 빨리 마무리 지어 지나가기를 바라고 있으며, 다시는 속세의 시끄러운 일에 휘말리고 싶지 않다며 그저 별장에서 조용히 요양하고 싶다고 했다.주국공의 심복이 적위명의 말을 주국공에게 보고하고, 주국공은 물론 우문호에게 알렸다. 우문호가 자세히 듣더니 제왕에게 오라고 해서 물었는데, 원래 제왕이 주국공을 청한 이래 매일 사람을 보내 적위명에서 한 번씩 물어보고, 더는 적위명을 재촉할 방법이 없었는데 나중에 갑자기 나타나서 적중양의 시신을 수습한 것이다.그게 더 이상했다.적위명이 자기 아들의 시신을 수습하는 건 지극히 일반적인 일로 적위명은 적씨 집안의 다른 사람들처럼 자신에게 화가 미칠까 두려워하지 않았는데 왜 아무리 청해도 이 일을 하러 오지 않았을까? 원래 하기 싫은 일이었나 아니면 하기 불편한 일이었나? 만약 하기 싫거나 불편한 일이면 자신이 직접 나설 필요 없는데 적위명이 직접 시체를 받으러 왔다.정말 이해하기 힘든 행동이다.예전이라면 우문호는 이 일을 심사숙고했을 게 틀림없지만 지금의 적씨 집안은 이미 그런 위협적인 존재가 아니다.하지만 이런 중차대한 시점에 조금의 착오도 용납할 수 없고, 독고의 첩자가 경성에 쫙 깔린 마당이라 더욱 잘 살피지 않을 수 없다.바로 이때 미색과 다바오 쪽에 소식이 있었는데 청란대가 쪽에서 뭔가 발견했다는 것이다.청란대가는 황궁으로 들어갈 때 반드시 지나는 길로 양쪽 모두 고급 점포들로 대부분 보석과 비단, 화장품 등을 판다.다바오가 몇 번이나 청란대가에서 머뭇거리며 가지 않고 특히 12호와 15호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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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270화

망설임서일은 미행 기술이 좋아서 발견되지 않고 조굉방을 따라 근교 촌락까지 따라갔다. 조굉방이 마을로 들어선 뒤 바로 어떤 큰 저택으로 갔는데 서일이 가서 살펴보고자 했으나 저택 지붕에 사람이 감시하고 있는 것을 보고 적에게 발각될까 두려워 밖에 숨어있었다.서일은 이 집 안에서 아가의 울음소리가 들려와 놀라서 안 왕비가 여기 감금되어 있는 건 아닌지 은밀하게 벽에 붙어 두어 바퀴를 돌아봤으나 울음소리가 있다가 없다가 하고 아이의 울음소리가 거기서 거기인지라, 안지의 울음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는 서일은 구별할 방법이 없었다.이때 갑자기 여인의 날카로운 비명이 들렸는데 이 소리는 안 왕비 소리와 매우 비슷해서 서일은 긴장으로 손에 땀이 난 채로 잠입하려다 지붕의 시선을 피할 방법이 없고 저들이 순찰을 도는 발걸음 소리를 들어보니 내공의 고수들로 경공이 상당했다.서일은 안에 도대체 몇 명이 있는지 판단이 서지 않아 함부로 행동하지 못하고, 날카로운 비명도 다시는 나지 않은 채 아가의 울음소리만 다시 울렸다.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또다시 어지러운 소리가 들리는데 벽으로 둘러쳐져 있어 잘 들리지 않고 누군가 화를 내고 끌고 가는 것 같다.서일은 꾹 참고 움직이지 않으며 조굉방이 안에서 나올 때를 기다려 몰래 담벼락 뒤에 숨어서 보니 조굉방이 사람들에게 명령하길 반드시 잘 지키고 결코 실수는 용납되지 않는다고 했다.서일은 한층 더 안 왕비와 아가 군주 안지가 안에 있다고 단정하고 조굉방이 나왔을 때 따라왔다.돌아와 우문호에게 보고하자 우문호가 서일에게 일단 성급하게 나서지 말라고 하고 사람을 마을로 보내 상황을 보고 다시 얘기하기로 했다.우문호는 소홍천 사람들에게 부근에 물어보게 했는데 촌민들에게 묻는 데는 역시 여자들이 나서는 편이 낫다. 우문호는 서일에게 한번 더 가서 그 저택이 도대체 누구 것인지 살펴보도록 했다.서일이 경조부 호적에서 찾아보고 이 저택은 원래 우문군의 부동산이었고 나중에 어떤 상인에게 팔았는데 그 상인은 이미 경성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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