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중양을 거두러 온 적위명적중양의 장례는 적씨 집안도 주씨 집안도 관여하지 않았지만 주씨 집안에서 요양하고 있는 적위명에게 알려 적위명이 전면으로 나서 이 일을 처리했다.적위명이 경조부에 나타났을 때 제왕이 직접 맞이했다.적위명은 많이 늙어서 머리는 백발이 되었고 눈가에 주름이 자글자글한데 특히 눈을 가늘게 뜨고 제왕을 볼 때 날카로운 빛은 사라지고 노쇠함만이 드러날 뿐이었다.적중양의 시체는 석회로 덮었으나 이미 냄새가 나기 시작해 장지로 이동하는데 아직 입관하기 전이라 나무 침상에 뉘어 놓고 제왕이 사람을 시켜 새 이불을 덮어주게 하니 그렇게 초라하지만은 않았다.시체를 검시해야 해서 적위명이 직접 장지에 가기로 하고 제왕이 직접 적위명을 모시고 갔다.나서는 순간 마침 우문호가 경조부로 들어오다가 적위명을 보고 마음속으로 조금 놀랐다. ‘어떻게 이렇게 확 늙을 수가 있지?’적위명이 우문호를 흘끔 보더니 바짝 마른 입가를 삐죽거리며, “태자 전하는 소신을 못 알아보시겠습니까?”이 목소리조차 늙어서 비꼬는 게 눈에 훤했다.“어찌 모를 수가 있습니까? 하지만 좀 연세가 들어 보이시는군요. 사람은 다 늙는 법이니까요.”적위명이 허리를 곧게 펴기 위해 애를 쓰며 근근이 남은 존엄을 유지하며 한 걸음씩 걸어나갔다.우문호가 제왕을 불러 말했다.“적중양의 시신을 수습하러 왔나?”“맞아요, 분명 주국공 쪽에서 알려서 온 걸 겁니다. 들어오자마자 얼마나 놀랐던지. 어떻게 이렇게 될 수가 있죠?”“네가 직접 갈 필요 없어, 다른 사람을 시켜 모시고 가라고 해.”“괜찮아요, 제가 다녀오죠. 적중양도 꽤 불쌍하고.”“사람을 좀 더 데리고 가.” 우문호는 제왕이 적중양을 동정하는 걸 알고 차마 말리지 못했다.“알았어요. 형이 특별히 다 오고 무슨 일이에요?” “별 일 아냐, 좀 조사할 게 있어서. 가봐 일찍 다녀오고, 마음에 오래 걸렸던 일이니 얼른 해결해서 마음의 짐을 덜어야지.”“적중양이란 자는 참 가여워요, 사람이 죽었는데 적씨 집안은 죄를
관이 없는 시체제왕과 적위명이 장지에 도착하자 장지를 지키던 노인이 제왕도 적위명도 알아보지 못했으나 두 사람의 상당히 부귀한 차림으로 수종들을 데리고 오는 것을 보고 얼른 문 어귀에 향을 피우고 두 사람을 안으로 맞아들였다.적중양의 시신이 안에 놓였는데 관아에서 각별히 신경 써서 나무 침대 아래 향이 끊이지 않고 종이 노잣돈도 뿌려 두었는데 노잣돈이 어지러이 흩어져 진흙이 잔뜩 뭍은 모습이 처량하기 그지없다.장지는 불빛이 희미해 등을 켜도 제대로 보이지 않고 노인이 이불을 젖혀봤으나 적중양 얼굴에도 석회가 뿌려 있는데다 잘 보지도 않았다. “나리, 확인해 보시지요. 착오가 있는지.”적위명이 시체 머리맡에 서서 내려다보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응, 맞네.”노인이 놀라며 말했다.“자세히 안 보십니까?”적위명이 뒤를 돌며 말했다. “볼 필요 없어, 자식을 먼저 앞세워 보내는 게 가장 큰 고통이거늘 자세히 볼 수가 없네.”아픔이 절절한 목소리나 얼굴에는 아무런 변화 없이 극도로 참고 있다.노인이 말했다. “그럼 그렇게 하지요. 착오가 없음을 확인하셨으면 일단 입관하게 관을 가져올까요?”적위명이 담담하게 말했다. “그럴 필요 없네, 이 이불로 싸서 들고 갈 사람이 있네.”제왕은 좀 의외였다. “관 준비 안 하셨습니까? 안장을 하는 김에 여기서 우선 입관하고 관에 못은 박지 않은 채 돌아가서 다시 화장을 한 뒤……”제왕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적위명이 냉랭하게 말했다. “왕야 마음 쓰지 마세요. 이렇게 싸서 가면 됩니다. 태자 전하를 찔렀으니 대역 죄인인데 이불로 시체를 감싸는 것만으로도 이미 복에 겨운 지경입니다.”노인은 그제야 제왕의 신분을 파악했으나 시체를 확인하고 관을 가져오지 않은 채 이렇게 둘둘 싸서 가는 경우는 처음이다. 이렇게 부귀한 차림인데 말이다.노인은 감히 묻지 못하고 앞으로 나와 이불로 잘 감싸자 적위명이 사람을 들게 하더니 말했다. “가지고 돌아가라.”두 사람이 와서 적중양의 시체를 멨는데 석회가
적위명의 이상한 행동제왕이 말했다. “제가 보기에도 매정한 게 아닌 게 굉장히 슬픔을 억누르며 사람들에게 비난받을까 봐 걱정하는 게 아닐까 해요. 어쨌든 적중양이 형을 살해하려 했고, 적씨 집안이 지금 남의 비난을 감당 못할 상태라 이불로 싸간 거죠. 적위명도 낙심이 큰지 갈 때 마지막 길에 향도 사르지 않고 장지의 노인에게 수고비도 안 주길래 제가 은조각을 줬어요.”우문호가 앉으며 말했다. “마지막 길 향도 안 피웠단 말이지?”“그러니까요? 넋을 잃고 그냥 가버리더라고요.” 우문호는 봉황 같은 눈을 가늘게 떴다. 만약 적위명이 젊은 사람이면 법도를 몰랐다고 이해할 수 있지만 산전수전 다 겪은 사람이 모를 리가 있나? 밖에서 처참하게 객사한 사람 시체를 받아가는데 어떻게 향 하나 안 피워줄 수가 있지? 적중양은 자신의 친아들인데 이렇게 경시해 온 건 아니겠지?“형, 무슨 생각하는데요?” 제왕이 우문호를 보고 정신을 차리고 물었다.우문호가 반문하며 말했다. “그거 말고 적위명한테서 이상한 점이 또 있었어?”“이상한 점?” 제왕은 생각해 보더니 말했다. “좀 늙어서 걸음이 비틀거리는 거 말고 이상한 건 없었는데, 여전히 전처럼 교만했지 않아요? 이 마당에 여전히 황제의 장인 인 척하는 거 아닐까요?”“적위명한테서 약 냄새 맡을 수 있었어?” 우문호가 갑자기 대문 입구에서 그와 마주쳤을 때를 생각해 내고, 몸에서 약초 냄새를 거의 맡지 못했던 게 생각났다.제왕이 고개를 흔들고 말했다. “신경 안 썼는데요, 하지만 아마 없었을 거예요. 전 코가 민감하고 특히 약초 냄새엔 더 예민한데 못 느꼈어요. 아마 안난 게 틀림없어요……맞다. 적위명은 병을 얻어 별장에서 요양하고 있는 거 아니었나요? 어떻게 약을 먹을 필요가 없는 거죠?”“적위명이 지금 어디 있지?”“만장가(萬丈街) 58호요. 거긴 적씨 집안의 부동산이지만 당시 회수되지 않은 곳으로 엄밀히 따지면 적 부인 혼수거든요.”제왕은 우문호가 계속 묻는 게 이상해서 말했다. “적위
다바오와 조굉방우문호는 경조부를 떠나 주국공 저택으로 갔다.주국공과 반 시진쯤 얘기를 나누고 떠났는데 우문호가 간 뒤 주국공은 사람을 보내 관을 사서 만장가로 보냈다.이 일을 한 사람은 주국공의 심복으로 그 심복이 관을 보낸 뒤 적위명에게 장례를 잘 치르기 바란다는 주국공의 마음을 전했다.하지만 적위명은 단칼에 거절하며 일을 크게 만들 필요 없이 대충 매장하면 된다고 했다.적위명은 이 일을 최대한 빨리 마무리 지어 지나가기를 바라고 있으며, 다시는 속세의 시끄러운 일에 휘말리고 싶지 않다며 그저 별장에서 조용히 요양하고 싶다고 했다.주국공의 심복이 적위명의 말을 주국공에게 보고하고, 주국공은 물론 우문호에게 알렸다. 우문호가 자세히 듣더니 제왕에게 오라고 해서 물었는데, 원래 제왕이 주국공을 청한 이래 매일 사람을 보내 적위명에서 한 번씩 물어보고, 더는 적위명을 재촉할 방법이 없었는데 나중에 갑자기 나타나서 적중양의 시신을 수습한 것이다.그게 더 이상했다.적위명이 자기 아들의 시신을 수습하는 건 지극히 일반적인 일로 적위명은 적씨 집안의 다른 사람들처럼 자신에게 화가 미칠까 두려워하지 않았는데 왜 아무리 청해도 이 일을 하러 오지 않았을까? 원래 하기 싫은 일이었나 아니면 하기 불편한 일이었나? 만약 하기 싫거나 불편한 일이면 자신이 직접 나설 필요 없는데 적위명이 직접 시체를 받으러 왔다.정말 이해하기 힘든 행동이다.예전이라면 우문호는 이 일을 심사숙고했을 게 틀림없지만 지금의 적씨 집안은 이미 그런 위협적인 존재가 아니다.하지만 이런 중차대한 시점에 조금의 착오도 용납할 수 없고, 독고의 첩자가 경성에 쫙 깔린 마당이라 더욱 잘 살피지 않을 수 없다.바로 이때 미색과 다바오 쪽에 소식이 있었는데 청란대가 쪽에서 뭔가 발견했다는 것이다.청란대가는 황궁으로 들어갈 때 반드시 지나는 길로 양쪽 모두 고급 점포들로 대부분 보석과 비단, 화장품 등을 판다.다바오가 몇 번이나 청란대가에서 머뭇거리며 가지 않고 특히 12호와 15호 사
망설임서일은 미행 기술이 좋아서 발견되지 않고 조굉방을 따라 근교 촌락까지 따라갔다. 조굉방이 마을로 들어선 뒤 바로 어떤 큰 저택으로 갔는데 서일이 가서 살펴보고자 했으나 저택 지붕에 사람이 감시하고 있는 것을 보고 적에게 발각될까 두려워 밖에 숨어있었다.서일은 이 집 안에서 아가의 울음소리가 들려와 놀라서 안 왕비가 여기 감금되어 있는 건 아닌지 은밀하게 벽에 붙어 두어 바퀴를 돌아봤으나 울음소리가 있다가 없다가 하고 아이의 울음소리가 거기서 거기인지라, 안지의 울음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는 서일은 구별할 방법이 없었다.이때 갑자기 여인의 날카로운 비명이 들렸는데 이 소리는 안 왕비 소리와 매우 비슷해서 서일은 긴장으로 손에 땀이 난 채로 잠입하려다 지붕의 시선을 피할 방법이 없고 저들이 순찰을 도는 발걸음 소리를 들어보니 내공의 고수들로 경공이 상당했다.서일은 안에 도대체 몇 명이 있는지 판단이 서지 않아 함부로 행동하지 못하고, 날카로운 비명도 다시는 나지 않은 채 아가의 울음소리만 다시 울렸다.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또다시 어지러운 소리가 들리는데 벽으로 둘러쳐져 있어 잘 들리지 않고 누군가 화를 내고 끌고 가는 것 같다.서일은 꾹 참고 움직이지 않으며 조굉방이 안에서 나올 때를 기다려 몰래 담벼락 뒤에 숨어서 보니 조굉방이 사람들에게 명령하길 반드시 잘 지키고 결코 실수는 용납되지 않는다고 했다.서일은 한층 더 안 왕비와 아가 군주 안지가 안에 있다고 단정하고 조굉방이 나왔을 때 따라왔다.돌아와 우문호에게 보고하자 우문호가 서일에게 일단 성급하게 나서지 말라고 하고 사람을 마을로 보내 상황을 보고 다시 얘기하기로 했다.우문호는 소홍천 사람들에게 부근에 물어보게 했는데 촌민들에게 묻는 데는 역시 여자들이 나서는 편이 낫다. 우문호는 서일에게 한번 더 가서 그 저택이 도대체 누구 것인지 살펴보도록 했다.서일이 경조부 호적에서 찾아보고 이 저택은 원래 우문군의 부동산이었고 나중에 어떤 상인에게 팔았는데 그 상인은 이미 경성을
조굉방은 누구우문호는 물론 알고 있다. 백성까지 언급하지 않더라도 안 왕비와 안지를 구출하지 않으면 독고에게 손을 쓸 수 없고, 그들 모녀는 첩자들의 손에서 죽을 게 틀림없다. 우문호는 본래 안 왕비를 구출하고 행동하려 했으나 몇 가지 준비를 더 해야 해서 그 계획은 통하지 않고 차선을 택하기로 했다. 어차피 매복해서 공격하는 게 불가능하다니 역시 원래 계획대로 안 왕비 구출을 확정 짓고 귀빈을 암살할 연회를 여는 것이다. 분명 그를 참석하게 하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왜냐면 이 연회는 쌍방향으로 독고도 그를 견제하며 넷째에게 궁으로 쳐들어가게 하고 싶기 때문이다.실타래처럼 뒤엉킨 생각 속에서 우문호는 이미 뚜렷한 맥락을 잡아냈다.넷째는 분명 행동에 옮길 것으로 만약 안 왕비를 구출한다면 넷째는 오히려 독고에게 대적할 것이나 만약 구출하지 못한다면 넷째는 독고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으며 아내와 딸을 위해서라면 아버지와 임금을 죽이는 죄명을 지고도 남는다.독고는 넷째가 자신의 계획에 따라 순조롭게 움직이도록 반드시 안 왕비가 구출되지 못하도록 할 것으로 특히 행동 당일에는 이를 사용해 넷째를 견제할 게 틀림없다.됐다, 역시 이 계획을 계속 밀고 나가자. 다른 방법은 치밀하지 못한 구석이 있다.비록 이 방법도 완벽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말이다.우문호는 전체 사건을 명료하게 정리하고 작은 단서 하나도 지나치지 않았다. 넷째가 한 말이 여전히 귓가에 쟁쟁한데, 병신, 쓰레기, 분명 조굉방을 말하는 것이다.넷째는 조굉방이 안 왕비와 아이를 감금했다고 확신하나?아니면 조굉방은 복수 때문에 안 왕비를 가만둘 리 없다는 말인가?또 어쩌면 조굉방은 경성 첩자의 우두머리인가? 하지만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방금 정리한 맥락이 이 조굉방이란 자로 인해 다시 흐트러졌다.우문호는 조굉방에 관한 자료를 따로 뽑아 천천히 봤다.조굉방은 태상황 왕조 때 25세로 입대해 전공을 세워 발탁된 뒤 공비를 토벌하고 다시 공을 세워 승승장구해 5품 장교에 봉
방목우와 조굉방당시 방목우는 일개 병사로 군에서 공을 세운 적이 없고 병에 걸려 그 전장에는 참여하지 못해 출정명단에는 없었다.당시 그들과 친했던 사람들의 기억에 따르면 방목우는 조굉방이 대승을 거두고 돌아와 전공을 세울 것을 미리 축하하는 송별회를 열어 같이 술을 마시러 갔다. 그날 밤 그들이 무슨 얘기를 했는지 아는 사람이 없지만 군영으로 돌아왔을 때 방목우는 취하지 않았는데 조굉방은 인사불성이 되도록 취해서 다음날 아침에 점호할 때까지 술이 깨지 않아 군기를 흩트리는 말을 많이 해서 안왕에게 처벌을 받았다.전진 장군이 이런 객관적인 상황을 얘기한 뒤 다시 말했다.“백씨 아직 기억하십니까?”“백씨? 물론 기억하지.” 백씨는 전에 우문호의 휘하에 있었으며 그와 같이 몇 번이나 전장에 나갔는데 어떻게 모를 수가 있나?“백씨가 그러는데 당시 백씨가 방목우랑 비교적 친했는데 방목우가 개인적으로 조굉방에 대한 험담을 한 적이 있고 조굉방이 장군으로 발탁된 걸 질투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들은 같이 입대했는데 자기는 여전히 일개 병사에 불과하고 그 전장에 자신은 출정할 가망도 없으니 공을 세울 방법이 전혀 없다는 거였죠. 조굉방의 좋은 날도 다 갔다는 말을 듣고 백씨가 그게 무슨 뜻이냐고 물었더니 방목우가 웃으며 변명하길 조굉방이 이번에 분명 공을 세워서 다시 더 뽑혀 올라가면 조만간 조정에서 관리가 되고 나중에는 정무와 군사 업무에 바빠서 이렇게 한가한 날을 보내기는 글렀다는 뜻이라고 했답니다. 백씨는 그 변명이 아무래도 억지스러웠지만 조굉방과 방목우가 관계가 좋은 것을 생각하고 뒤에서 몰래 교활한 술수를 부릴 리 없다고 생각했는데 조굉방에게 일이 터진 뒤 방목우가 그날 밤 조굉방에게 술을 먹이며 무슨 얘기를 한 건 아닌지 의심된다고 했어요. 조굉방은 성정이 솔직하고 곧아서 할 말이 있으면 그대로 합니다. 사실 그 전쟁의 승리는 요행이었죠. 사실만 보자면 조굉방의 말이 틀리지 않아요. 적은 아군의 수로 많은 적을 상대하는 건 위험합니다. 하지만 그 말
약방에서 만난 조굉방우문호는 변장한 뒤 가마를 타고 바로 저택에서 나가 제왕 쪽으로 가서 가마를 내린 뒤 잠시 있다가 늙은 하인 몇명과 같이 나섰는데 전부 늙은 하인들이라 행동이 느려 사람들의 주목을 끌지 않고 거리에 나가 각자 흩어져 물건을 사고 군중속에 섞여버리니 더욱 찾기가 쉽지 않았다.이런 복잡한 절차 거치는 까닭은 초왕부는 이미 대비하고 있지만 밖은 미행하는 자가 많으니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는 편이 좋기 때문이다.우문호가 조굉방의 약방에 들어가니 조굉방은 계산대에 서있고 병자가 약을 짓고 있길래 잠시 기다렸다가 병자가 약을 다 지은 뒤 다가갔다.“어르신, 약을 사실 겁니까 아니면 처방대로 약을 지으실 겁니까?” 조굉방이 상당히 다정하게 묻는다.우문호가 조굉방에게 말했다. “주인장, 당귀를 좀 사고 싶네.”“예, 얼마나 필요하십니까?” 조굉방이 당귀가 든 서랍을 열며 저울을 꺼냈다.“반근!” 상당히 익숙한 손놀림이다.“예이, 기다리십쇼!” 조굉방은 당귀 반근을 달더니 기름 종이를 한 장 찢어 계산대에 놓고 재빠르게 포장했다.“50전입니다.” 조굉방이 당귀를 우문호에게 넘겨주며 한 마디 했다.“당귀는 어르신이 드실 건가요? 이 약은 열이 있어서 어르신 연세에는 신중하게 쓰셔야 합니다.”“응, 고맙네!”우문호가 은 조각을 꺼내며 말했다.“동전을 가진 게 없어서, 이 은자를 좀 달아줄 수 있겠지.”“예이!” 조굉방이 가져다 재 보더니 우문호에게 말했다. “어르신, 이건 두 냥짜리 은자입니다. 동전으로 바꿔 드려도 되겠습니까?”“그러지!” 우문호는 조굉방이 동전을 세는 동안 얼른 점포 안을 둘러보니 다른 사람이 없자 바로, “안……”그러자 조굉방이 얼른 동전을 우문호에게 주며 재빨리 말을 끊더니 말했다. “이거 받으시고 어서 가세요.”이 말을 하며 눈짓으로 가리개 뒤쪽을 흘끔 가리키더니 우문호를 뚫어지게 보고 경고하는 눈빛으로 그만하라고 손짓했다. 우문호가 자세히 들어보니 한 명 더 기척이 느껴지는데 아주
택란은 금나라 어린 황제의 의도를 들은 후 화들짝 놀랐다. 그는 택란이 금나라에서 죽었다고 생각해 시신을 찾을 수 없으니, 그녀의 가족에게 묘를 만들게 시켜 혼이 집으로 돌아갈 수 있게 전하러 왔던 것이었다.또한, 택란은 어린 황제가 정말 자신이 죽었다고 생각하는 것이 꽤 의외였다. 게다가 충직하게 그녀의 가족을 찾아다니며 길을 잃은 원혼이 되지 않도록 도와주려 했으니 말이다.“그가 실망하겠소. 이 도성에 다섯째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 있어도, 딸 이름이 택란인 자는 없을 테니.”그러자 주 아가씨가 웃으며 말했다.“하지만 정말 찾았지 뭡니까? 서자림 근처 마을에 다섯째라 불리는 자가 있었습니다. 마침 집안에 란이라는 딸아이가 6개월 전부터 종적을 감추었지요. 게다가 다섯째라는 사람은 지진으로 두 다리를 잃은 상태였고, 집안에 란이의 언니도 있어서 금나라 어린 황제가 사람을 보내 그들을 데려갔다고 합니다.”“정말 그런 우연이 있단 말이오?”택란이 놀라며 말했다.“예. 그 다섯째 사람도 딸이 죽은 줄 알고 슬피 울면서 상을 치렀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후에 딸과 함께 황제의 사람들을 따라갔습니다.”택란이 피식 웃었다. 정말 우연도 이런 우연이 없었다. 다만 그의 딸의 이름은 란이인데, 그녀는 금나라 어린 황제에게 자신의 이름이 택란이라고 했다.한 글자 차이로 생긴 오해였다. 어쨌든 금나라 어린 황제가 은혜를 갚기 위해 한 일이니, 크게 신경 쓸 필요는 없었지만, 어린 황제가 이런 일까지 신경을 쓸 겨를이 있었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설마 금나라에 무슨 변화가 생기기라도 한 걸까?해가 바뀌며 어린 황제도 이제 14살이 되었기에, 만약 조정 대신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권력을 되찾을 가능성도 있었다.그와의 짧은 인연을 생각하며, 택란은 그가 권력을 되찾기를 바랐다. 물론, 그가 권력을 잡으면 약도성에도 좋은 일일 것이기에, 만약 실현이 된다면, 택란은 금나라에 가서 두 나라 간 자원 채굴을 논의할 계획이었다.한편, 서일이 떠난 지
택란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아마도 아닐 것이오. 아마 금나라 어린 황제가 보낸 사람일 것이오.”“그가 어찌 마마를 찾는 것입니까?”주 아가씨는 몹시 놀랐다. 금나라는 늘 진국왕이 주도하고 있어, 그 어린 황제는 존재감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그건 나도 모르겠소.”그 어린 황제가 왜 갑자기 자신을 찾는 것인지 택란 또한 이해할 수 없었다. 전에 알아본 바로는 자기가 죽은 줄 알고, 어빙술을 사용해 진국왕을 공격했다고 했기에, 택란은 곰곰이 생각하다가 말했다.“그들이 다섯째를 어찌 찾는 것인지 알아보시오.”“알겠습니다. 사람을 보내 알아보겠습니다. 이제 막 돌아오셨으니, 먼저 들어가서 쉬시지요. 오시느라 고되었을 것입니다.”주 아가씨는 밖에 서 있는 키 큰 남자를 힐끗 보더니 바로 알아차리곤 말했다.“저분이 바로 서 대인입니까? 그가 마마를 호위한 것입니까?”“맞소. 서일 삼촌이네. 거처를 마련하여 머물게 해주시게. 절대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하고, 누군가가 나를 찾아다닌다는 사실을 모르게 해야 하오. 이틀 후, 이곳을 떠나게 할 것이오.”서일은 입이 무거운 사람이 아니었기에, 그가 금나라 어린 황제가 자신을 찾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아마 북당 전체가 알게 될 것이다. 하지만 아버지는 금나라의 어린 황제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었으므로, 그가 이를 알게 해서는 절대로 안 되었다.주 아가씨가 호명에게 가서 서일을 잘 안배하라는 공주의 명을 전하자, 호명이 웃으며 말했다.“서 대인께서 오셨군요. 제가 술을 준비하여 잘 대접해야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시고, 제게 맡기십시오. 절대 밖으로 나가지 못할 것입니다.”그는 말을 마치자마자 사람을 보내 약도성에서 가장 좋은 술을 사 오게 하고는, 일단 서일을 취하게 하기로 계획했다.서일은 오느라 고생을 많이 했지만, 강북부에 도착해 황자들과 헤어지자마자 특별히 택란을 약도성까지 데려다주었다. 택란과 작별 인사를 나눈 후, 약도성의 상황을 살폈다.처음에 그는 거처에 정착한
우문호는 즉시 얼굴에 기쁨을 띠며 종이를 구겼다.“뭘 가져왔는가? 한 잔 마시겠네. 지금 목이 말라 죽을 지경이네!”목여 태감이 바로 들어와 차를 올리며 말했다.“어의가 처방한 화기와 열을 내려주는 약입니다. 약간 달면서도 쓴맛이 나는데, 등심초와 하기초, 그리고 연심을 조금 넣어, 열을 내리기에 제일 맞을 겁니다. 폐하께서 쓴맛을 싫어하실까 봐 꿀대추도 하나 넣었습니다!”그는 약을 탁자 위에 놓고 부채를 찾아 부쳐주려 했지만, 우문호는 이미 손으로 약그릇을 들어 가까이 가져가 불며 천천히 마시기 시작했다.날씨가 조금 추운 탓에 약이 미지근한 상태로 전달되어, 몇 번 불어 마시기에 딱 적당했다.그는 약을 단번에 마시고 그릇을 내려놓은 후, 목여 태감을 바라보며 말했다.“역시 자네가 세심하군. 앞으로 짐의 기거와 음식은 자네가 더 신경 쓰게.”“이것은 소신의 본분입니다!”목여 태감은 다소 감격하며 말했다.“자네는 짐이 원로 신하들과 얼마나 격하게 싸웠는지 모르네. 앞으로 자네가 옆에 있으면서 짐을 도와 몇 마디 해주시게. 도통 그들을 이길 수 없을 것 같으니.”목여 태감이 안쓰럽게 말했다.“폐하, 걱정하지 마십시오. 앞으로 폐하가 계신 곳에는 항상 제가 함께하며 결코 폐하 홀로 싸우지 않게 하겠습니다.”우문호의 침울했던 눈빛이 갑자기 생기를 띠기 시작했다. 원 선생이 언제나 그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주었기에 큰 감사함을 느꼈다. 심지어 그녀는 늘 그의 삶에 후회가 남지 않게 하려 노력하고 있었다.우문호 부모님의 생신도 잊지 않았고 숙왕부의 어르신들도 그녀는 최선을 다해 돌보며 곁을 함께 했다. 그와 동시에 원경릉은 자기 일도 바쁘게 처리하고 있었다.가끔 피곤하다고 느낄 때 그녀를 떠올리면 모든 피로가 사라지곤 했다.“폐하? 지금 황후마마를 그리워하시는 것입니까?”목여 태감은 바로 그의 마음을 알아채고 웃으며 말했다.“시간도 조금 있으니, 소월궁으로 돌아가 황후마마와 함께 식사하시는 것은 어떻습니까?”“좋네. 어서 돌아가세!”
목여 태감은 필요에 대한 결핍을 느꼈다.사실 우문호는 그가 힘들까 봐 걱정되어 그를 배려하는 것이었다. 어쨌든 태상황을 그렇게 오랜 세월 모셨으니 그의 노고가 매우 컸고, 그가 편안한 노년을 보내기를 바랐던 것이다.하지만 문제는 계속 바쁘게 지내던 사람이 갑자기 한가해지게 된 것이다. 게다가 그의 나이가 그렇게 많은 것도 아니고, 무공도 뛰어난 데다 신체 능력도 젊은이들보다 크게 뒤떨어지지도 않았다.갑자기 그를 쉬게 하면 그가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그리고 현재 어서방이든 소월궁이든, 그가 비록 그곳에 있긴 했지만 우문호가 사람을 시켜 일을 처리할 때 그를 시키는 일은 전혀 없었다. 매번 그 스스로 나서서 하려고 했다. 어쩌면 우문호가 그를 늙어서 싫어한다고 생각하는 건 아닐까?“태감!” 원경릉이 그를 불렀다. 그러고는 약간 걱정 어린 표정으로 물었다. “폐하께서 요즘 늦게 주무시고 신경이 조금 날카로워지셨네. 몸에 열이 많은 것 같은데, 태감이 보기에 어의를 불러 몇 해열탕을 몇 첩 지어야 할 것 같소?”목여 태감은 긴장하며 말했다. “폐하께서 열이 오르셨다고요? 그렇다면 어의를 불러 맥을 짚어 봐야 합니다.”“맥을 짚을 필요는 없네. 내가 보아하니 열이 오른 것 같네. 태감이 약 몇 첩을 지어 잘 달인 뒤 어서방으로 보내 주시게.” 목여 태감이 다급히 말했다. “알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소인이 지금 바로 가겠습니다.”말을 마친 그는 허리를 숙여 인사하고 문을 나섰다. 아주 바빠 보였다. 다시 활력이 생긴 것 같았다.원경릉은 몇 자 적고는 녹주를 시켜 어서방으로 보내 우문호에게 전달하게 하였다. 의정 논의가 잠시 쉬어가는 시기에 들여보냈고, 그의 공무를 방해해서는 안 된다고 일러두었다.녹주는 쪽지를 받아 어서방 밖에서 기다리다가, 잠시 틈이 생기자 어전 시위에게 전달하며 황제께 전해 드리라고 했다. 이어서 황후 마마께서 보내신 것이라고 덧붙였다.우문호는 오늘 대신들과 아주 격렬하게 논쟁을 벌였다. 그가 이전에 발탁했던 한
원경릉은 그에게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 “잘 생각 하셨소, 내 사람을 시켜 전골을 내오라 하겠소.”우문호는 고개를 돌려 아내가 나가는 모습을 바라보며 턱을 괴었다. 그는 스스로가 귀찮은 존재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한평생을 되돌아보면 가장 큰 행운은 그녀를 만난 것이었고, 그녀와 함께하는 매일매일이 가슴 벅찼다.그는 그저 아톰도 그러기를 바랄 뿐이었다.만약 아톰의 마음속에 일곱째 아가씨가 없다면, 아톰이 평생 장가를 가지 않는다 해도 그는 조급해하지 않았을 것이다. 기껏해야 몇 마디 잔소리를 하는 정도일 것이다. 그럼에도 너무나 좋은 사람이었기에 그는 안타까웠다.둘은 전골을 아주 맛있게 먹었다. 아이들이 곁에 없는 날들이 다시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우문호는 최근 공무가 바빠 식사 후에 보고를 가져와 검토하였고 원경릉은 옆에서 그를 보필하며 이따금 몇 마디 말을 건넸다. 밤은 고요했지만 아주 평화로웠다.보고를 다 읽었을 때는 이미 자시가 되어 있었다. 목여 태감이 이미 여러 차례 들어와 이제 잠자리에 들 시간이라고 재촉했었다.우문호는 아직 잠이 오지 않았지만 원 선생이 그 때문에 밤을 새우는 것을 원하지 않았기에, 그는 그녀를 껴안고 잠에 들었다.다음 날 아침, 원경릉은 그에게 며칠 후에 어딘가에 다녀와야 한다고 말했다. 겸사겸사 양여혜가 이끄는 다른 팀의 신약 데이터도 살펴보고, 추 상궁의 피를 조금 뽑고 돌아가 검사해서 약의 억제 효과를 확인하려 했다. 그 결과에 따라 다시 돌아와 조정을 해야 했다.“얼마나 가 있는 것이오?” 우문호가 물었다.“일주일 정도. 나도 너무 오래 있을 수는 없소. 추 상궁 쪽에서 무슨 일이라도 생길까 봐 걱정되오.” 원경릉이 답했다.“그럼 좋소. 내 경호까지 바래다 드리겠소.”“필요 없소. 그렇게 멀지도 않은데, 왔다 갔다 하는 게 너무 번거롭지 않소!” 원경릉이 웃으며 말했다.우문호가 말했다. “알겠소. 아이들도 가고, 냉정언이랑 홍엽도 떠나고, 서일도 가고, 탕양도 가고, 이제 당신까지 가니,
“급한 일이 아니면 일단 잠시 미뤄 두게. 짐이 자네와 이야기를 좀 나누고 싶으니…”“정말 급한 일입니다. 신은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탕양은 말을 마치자마자 예를 갖추어 인사하고 몸을 돌려 쏜살같이 도망치듯 달려갔다.우문호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녀석, 정말 재빠르게 도망치는군. 누가 잡아먹겠다고 했나, 그저 속마음을 좀 털어놓으려 했을 뿐인데. 저 이기적인 놈, 내 또 누구에게 속마음을 이야기할 수 있겠나?” 목여 태감이 입을 가리고 웃었다. “폐하, 탕 대인께서는 폐하께서 잔소리하실까 봐 그러시는 겁니다!” “짐이 언제 잔소리를 했단 말이냐? 몇 번…아니 열몇 번, 많아야 백 번 정도 말했을 뿐이지 않나?” 우문호는 불만스럽게 말했다. “네 그럼요, 폐하께서는 잔소리하지 않으십니다!” 목여 태감이 웃으며 말했다. 황제가 탕 대인을 매우 아끼는 것은 모든 사람들이 다 아는 일이었다. 황제는 그가 홀로 밖에서 고생하는 것을 안쓰러워하며, 집에는 그를 정성껏 보살펴 줄 사람 하나 없다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짐이 그를 설득할 수 없으니, 어쩔 수 없지. 사람마다 뜻이 있는 법이고 그가 그렇게 하는 것이 편하다면 내버려두는 수밖에. 다만 나중에 후회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네. 사람의 일생이란, 정말 소중한 사람을 만나게 되면 꼭 붙잡아야 하는 법 일세. 그렇지 않으면 죽을 때가 되어 한평생을 되돌아보며 소중한 사람과 함께하지 못했던 것을 후회하지 않겠나?”“짐도 잔소리가 좀 심했다는 것을 알고 있네. 그저 이 일에 대해서만 잔소리를 하고자 하는 것이야. 감정적인 일은 억지로 될 수 없다는 것을 알지만, 마음이 급하구나.”목여 태감은 고개를 숙이고 조용히 있었다. 이전 사례로 보아 황제는 또 한동안 탕 대인 일로 잔소리를 늘어놓을 터였다. 탕 대인 일이라면 황제가 탕 대인보다 더 안달복달이었다.정말이지, 태감은 아무렇지도 않은데 황제만 애가 타 죽을 지경이었다.우문호는 소월궁으로 돌아와서도 계속 잔소리를 늘어놓았고, 원경릉은 책을 보면
탕양은 손을 뻗어 일곱째 아가씨의 손등을 살짝 눌렀다. “너무 조급해하지 마시지요. 말씀드렸잖습니까? 안내인도 있고, 지도도 있으니, 독산 어디든 원하시는 곳에 가실 수 있습니다. 사람을 써서 사전에 모든 위험을 제거해 드릴 겁니다. 아시겠지만 독산에 위험이 제거되면 관광지로 개발해 입장료를 받고 사람들을 들일 수 있습니다. 어떠십니까?”“관광지로 개발한다고요? 그거 참 기발한 생각이네요. 하지만 그렇다면 독산을 저 혼자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겠군요?” 일곱째 아가씨는 냉소했다.“15년 동안은 아가씨께서 독점하시고, 그 후에는 수익의 3할을 가져가시는 겁니다!”일곱째 아가씨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개발, 물론 좋은 일이다. 좋은 곳, 좋은 경치는 세상 사람들에게 보여줘야 마땅하다. 게다가 그가 말한 것처럼 입장료를 받고 조정의 협력까지 더해진다면 꽤 많은 관광객들이 그곳으로 향할 것이다. 어쨌든 조정은 다섯 곳의 성지를 발전시키려 할 테니, 어떻게든 많은 사람들을 그곳으로 불러들이려 할 것이다.게다가 황제는 현재 나라를 다스리는 데 총력을 쏟고 있었다. 경제가 발전되고 북당이 점점 부유해지니 돈을 좀 들여서 놀러 다니는 사람들도 아주 많았고, 이는 장기적인 수익으로 이어질 것이다.그녀도 이제 은퇴 후의 삶을 생각해 봐야 했다. 독산은 정말 좋은 곳이고, 그녀의 꿈이 깃든 곳이다. 독산에서 여생을 보낸다니, 생각만 해도 설레었다.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것이 원 가문의 퇴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계약하죠!”이렇게 성급하게 5백만 냥짜리 거래를 결정하는 것은 평소 신중했던 일곱째 아가씨에게는 처음 있는 일이었다.하지만 부자에게 있어 자신의 꿈을 위해 한 번쯤 돈을 쓰는 것은 가치 있는 일이었다.“일곱째 아가씨께서는 역시 호탕하시군요! 과연 여장부십니다!” 탕양이 웃으며 말했다.일곱째 아가씨는 눈을 흘기며 말했다. “아첨은 그만 하시고, 말씀하시지요. 제 안내인은 어디 있나요? 제가 직접 한번 가 보고, 정말 독산 전체를 다
“어디 다녀오시는 길이에요?” 일곱째 아가씨가 물었다.“공부에서 오는 길입니다. 복지 시설 건립 건에 작은 문제가 생겼거든요. 지금은 다 처리했습니다.” “탕대인께서 나서셨으니, 안 될 일이 없겠죠.” 일곱째 아가씨는 탕양의 일 처리 능력을 인정하였다.그녀는 차 재료를 넣고 잠시 끓인 후, 탕 대인에게 따라 주며 말했다. “입술이 바싹 말라 다 트셨네요. 어서 드세요.” “그럼 잘 마시겠습니다!” 탕양은 차를 받아 들고 몇 번 불더니, 단숨에 마셔 버렸다. 차가 뜨거웠음에도 전혀 개의치 않았다. 정말 몹시 목이 말랐던 모양이다.그가 두 잔을 마시고 나서야 일곱째 아가씨가 물었다. “저를 찾으신 이유는 무엇인가요?”탕양은 찻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상단에서는 혹시 약도성 재건 사업에 참여할 생각을 해 보셨는지요? 안심하십시오, 손해 보실 일은 없을 겁니다.”“저는 민간 상단입니다. 어떻게 성 재건에 참여할 수 있겠습니까?” “황제 폐하께서 된다고 하셨으니, 분명 문제없을 겁니다.” 탕양이 말했다.일곱째 아가씨는 빙긋 웃으며 말했다. “탕 대인, 이런 좋은 일을 어쩌다 저희 상단이 맡게 된 것입니까? 혹시 대인께서 뒤에서 저희를 위해 힘써 주신 건 아니신지요? 어쨌든 호의는 정말 감사드립니다만, 은혜가 너무 커서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민간 상단이 약도성의 재건에 참여하려면 막대한 은화를 지출해야 하는데, 재건 이후 그녀의 상단에 돌아갈 이익은 아마 봉토 정도 일 것이다.약도성은 택란 공주의 영지이고, 철광이 많으며, 정세도 이미 안정되었으니 채굴은 시간문제이다.하지만 광산은 예로부터 조정의 소유였으니, 민간 상단에 봉해 줄 리가 없다. 그러니 설령 봉토를 내린다 해도 쓸모없는 산지나 몇 개 주어질 뿐일 것이다.일곱째 아가씨가 이 일을 엄청난 호재라고 말한 것은 탕양의 체면을 세워 주기 위함일 뿐, 사실 그녀는 가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일단 제 이야기를 들어보시겠습니까?” 탕양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그녀를
홍엽이 조용하고도 냉정한 말투로 물었다. “공무를 보러 가는 것이냐?”“저는 원래 공사를 구분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공무를 보러 가는 것도 여행이라 할 수 있죠.”냉정언이 온화한 눈빛으로 냉명여를 바라보았다. “손자도 이제 다 컸으니, 함께 데리고 나가 바깥세상을 경험해 볼 때가 되었지.”냉명여가 고개를 들었다. 냉정한의 눈빛은 다시 싸늘하게 변했다.이 집안에서 냉정한은 엄격했으며, 홍엽은 편애를 받았다. 그렇기에 둘은 서로 보완이 되었다.“알겠습니다. 그럼 일단 짐부터 싸야겠네요. 얼마나 가 있는 겁니까?”홍엽이 기쁜 목소리로 물었다.“돌아오고 싶을 때 돌아오면 되니 일수는 생각할 필요 없다. 어쨌든 우문호는 항상 나에게 짐을 지우고 있었으니, 우리도 즐길 때가 되었지.”냉정언이 복수하듯 말했다.홍엽이 웃었다. “정말 그럴 만도 합니다.”그의 수양딸을 만나러 가는 길이니, 무척이나 기뻤다.홍엽이 우문호에게 품고 있는 가장 큰 불만은 자신과 수양딸 사이를 막고 있는 것이었다. 분명 자신의 수양딸임에도 우문호가 독점하고 있으니, 너무나도 과한 처사였다.황제가 된 사람들의 성격은 대체로 좋지 않았다.세 명의 사람과 한 마리의 원숭이가 조용히 성을 빠져나갔다. 흠차라고는 하지만 어떠한 허례허식도 없었다.그들이 떠난 뒤, 탕양도 약도성을 위해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탕양은 최근 몇 년 동안 바쁘게 일하며 많이 늙었고, 머리카락은 흰머리가 수북했다.그는 이전에 우문호의 최측근 신하였으며 지금은 우문호의 전반적인 심부름꾼이었다. 관직이 내려져 고용된 것이 아닌, 그저 유용한 사람으로써 투입된 것이었다. 그는 우문호에게 직접 보고를 올렸으며, 어떤 관청에서도 그를 관리할 수 없었다.근래 몇 년 동안 그는 병부에서 군사를 정리하고 호부에서 전국의 땅과 세금을 다루며 새로운 정책을 세우는 데 도움을 주었다. 또한 이부에서 심사에 참여하고 형부에서 중대 사건을 옆에서 다루었다.황후는 탕대인이 벽돌과도 같아 필요한 곳 어디에서든 쓰일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