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방에서 만난 조굉방우문호는 변장한 뒤 가마를 타고 바로 저택에서 나가 제왕 쪽으로 가서 가마를 내린 뒤 잠시 있다가 늙은 하인 몇명과 같이 나섰는데 전부 늙은 하인들이라 행동이 느려 사람들의 주목을 끌지 않고 거리에 나가 각자 흩어져 물건을 사고 군중속에 섞여버리니 더욱 찾기가 쉽지 않았다.이런 복잡한 절차 거치는 까닭은 초왕부는 이미 대비하고 있지만 밖은 미행하는 자가 많으니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는 편이 좋기 때문이다.우문호가 조굉방의 약방에 들어가니 조굉방은 계산대에 서있고 병자가 약을 짓고 있길래 잠시 기다렸다가 병자가 약을 다 지은 뒤 다가갔다.“어르신, 약을 사실 겁니까 아니면 처방대로 약을 지으실 겁니까?” 조굉방이 상당히 다정하게 묻는다.우문호가 조굉방에게 말했다. “주인장, 당귀를 좀 사고 싶네.”“예, 얼마나 필요하십니까?” 조굉방이 당귀가 든 서랍을 열며 저울을 꺼냈다.“반근!” 상당히 익숙한 손놀림이다.“예이, 기다리십쇼!” 조굉방은 당귀 반근을 달더니 기름 종이를 한 장 찢어 계산대에 놓고 재빠르게 포장했다.“50전입니다.” 조굉방이 당귀를 우문호에게 넘겨주며 한 마디 했다.“당귀는 어르신이 드실 건가요? 이 약은 열이 있어서 어르신 연세에는 신중하게 쓰셔야 합니다.”“응, 고맙네!”우문호가 은 조각을 꺼내며 말했다.“동전을 가진 게 없어서, 이 은자를 좀 달아줄 수 있겠지.”“예이!” 조굉방이 가져다 재 보더니 우문호에게 말했다. “어르신, 이건 두 냥짜리 은자입니다. 동전으로 바꿔 드려도 되겠습니까?”“그러지!” 우문호는 조굉방이 동전을 세는 동안 얼른 점포 안을 둘러보니 다른 사람이 없자 바로, “안……”그러자 조굉방이 얼른 동전을 우문호에게 주며 재빨리 말을 끊더니 말했다. “이거 받으시고 어서 가세요.”이 말을 하며 눈짓으로 가리개 뒤쪽을 흘끔 가리키더니 우문호를 뚫어지게 보고 경고하는 눈빛으로 그만하라고 손짓했다. 우문호가 자세히 들어보니 한 명 더 기척이 느껴지는데 아주
마지막 사전 모의우문호는 귀빈의 암살을 기도하는 연회를 열고자 이리 나리, 귀영위 나장군과 상의했다.이틀 후 손왕 쪽은 자기주장으로 북군영의 병력을 남강과 비적 토벌에 보냈는데, 손왕이 파병한 뒤에 우문호가 알게 되어 바로 역정을 내며 대전에서 손왕의 체면을 봐주지 않고 호되게 비난하더니 손왕을 바로 면직하고 홍려시로 돌려보냈다.손왕은 잔뜩 성이 나서 홍려시로 돌아가지 않고 몸이 불편하다는 핑계로 집에서 쉬겠다고 했다.형제 사이의 반목으로 제왕과 회왕이 두 사람 집을 오가며 몇 번이고 달래 봤으나 손왕과 우문호는 각자 추호도 양보하지 않고 고집을 부리며 화를 냈다.명원제도 이 일을 알고 열이 뻗쳐서 기절하고 밤새 3번이나 어의가 불려 가는 등 모두 암암리에 추측하길 폐하의 옥체가 한계에 이른 것이 아닌가 하며 조정의 민심이 흉흉해졌다.귀빈 초대 연회가 5일 후로 정해지고 우선 평남왕 세자에게 초대하는 첩지를 보냈다. 평남왕 세자는 단숨에 수락하고 대신 연회 장소는 열래객잔(悅來客棧)으로 하자고 했다.열래객잔은 청란대가 입구에 있는데 사방이 길에 접해 있어 부근이 다 상점이고 궁으로 들어가려면 반드시 이 길을 지나야 한다.이리 나리는 경성에 사업이 많고 객잔과 주루도 많이 운영하고 있으나 공교롭게도 열래객잔은 이리 나리 것이 아니고 대주의 호씨 집안 호청운이 작년에 매입한 것이다. 호청운이 사들인지 고작 몇 개월밖에 안 돼서 막 내부수리를 마치고 아직 영업을 시작하지 않은 곳으로 내장에 익숙한 사람이 아무도 없다.우문호는 물론 평남왕 세자의 요구에 동의했는데 날짜는 자신이 정했으니 장소는 상대가 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우문호는 지금 평남왕 세자를 독고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자는 계획이 주도면밀하고 안목이 장기적인 사람이라 열래객잔으로 장소를 정한 건 진퇴에 모두 공격과 수비가 가능하고 안정적인 상황이면 황궁의 일거수일투족을 전부 볼 수 있으며, 심지어 안왕이 병력을 이끌고 공격해 들어오면 하나도 빠짐없이 지켜볼 수 있다.우문호도 이 장
탕양을 떠보는 평남왕 세자홍엽은 손에 옥피리를 하나 들었는데 손가락으로 구멍을 누르고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그윽한 눈빛으로 말했다. “그를 죽이는 건 복수가 아닙니다. 그가 철저하게 패배시켜 돌이킬 수 없는 걸 제 눈으로 봐야지요.”홍엽의 마음속에 증오는 줄곧 참고 참아 지금 눈에 비친 그윽함은 마음 속의 증오심의 만분의 일에도 못 미친다.홍엽은 이 방면에 있어 가장 걱정할 필요 없는 사람으로 홍엽은 독고가 철저하게 패배해 재기불능의 상태로 만들지 못한 것을 철천지 한으로 여기는 사람이다.모두가 간 뒤 홍엽이 혼자 남았다,.홍엽이 우문호에게 말했다. “초청 연회 전에 평남왕 세자를 한 번 보고 싶습니다.”홍엽이 평남왕 세자라고 칭하고 독고라고 직접 지칭하지 않는 것을 듣고 우문호는 행간을 알아차렸다.우문호는 사실 일말의 불확실함을 품고 있어 전체 계획을 세우면서 계속 적위명의 그 냉정한 눈빛이 떠올랐다.그래서 홍엽의 이 말에 바로 동의했다.“좋아, 내가 안배하지.”평남왕 세자를 만나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지금 그는 남복객잔(南福客棧)에 묵으며 귀영위가 매일 그를 감시하고 있는데 저녁은 객잔의 창가자리에 앉아 아래 대로를 바라보며 대략 반시진 정도 식사를 한다.따라서 우연을 가장한 만남이 가능하다.평남왕 세자는 원래 주씨 집안에 묵었으나 제왕과 손왕을 도발한 것이 밝혀진 뒤 남복객잔으로 옮겨 여러 사람을 주변에 키우며 거의 남복객잔 절반을 쓰고 있었다.평남왕 세자는 매일 방에서 보고를 듣는데, 모든 외부 소식에 관해 점심 때 대강을 훑어 보고받는다.초왕부 쪽에 여러 사람들이 모여 상의했다는 보고도 올라갔고 이 보고를 듣고 평남왕 세자는 살짝 고개를 들어 곁에 서 있는 탕양을 흘끔보더니 말했다. “넌 우문호 곁에 오래 있었는데 어떻게 생각하지?”탕양이 예의 바르게, “주인님, 우문호가 총명하고 과단성 있으나 사실 계책이 깊지 못해 우리가 한걸음씩 끌고가면 반드시 속을 것이 분명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연회를 베풀 리가 없으니까요
평남왕 세자우문호가 큰 걸음으로 다가가 그제서야 탕양을 발견했다는 듯 살짝 놀라며 곧 냉랭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세자 저하, 저에게 필요 없는 개를 어째서 끌고 가셨는지요? 쓸 사람이 부족하면 저에게 언질만 주시면 될 것을 어찌 쓰레기를 주우셨습니까?”탕양이 얼굴을 붉으락푸르락하며 분노에 차서 낮게 이를 갈며 말했다. “전하 어찌 사람을 이토록 업신여기십니까?”우문호가 콧방귀를 뀌며 옷자락을 떨치고 앉아 평남왕 세자를 마주하는데 평남왕 세자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 개는 전하께서도 필요 없다고 하시니 제가 데리고 가서 문을 지키게 하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개의치 않으시지요?”“그럼요, 세자 저하께서 필요하시면 얼마든지 끌고 가시지요. 하지만 한 말씀 드리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니.”우문호가 탕양을 위아래로 훑어보고 혐오스러운 기색으로 말했다. “어떤 개들은 말이죠, 키워도 정이 들지 않고 언제 물지 몰라 조심해야 합니다.”평남왕 세자가 우문호에게 차를 따라 주며 말했다. “괜찮습니다. 개는 원래 충성스러운데 만약 개가 주인을 물었다면 그건 분명 주인이 너무 박정하게 대했기 때문일 겁니다.”평남왕 세자는 찻주전자를 내려놓고 찻잔을 들어 함박웃음을 지으며 우문호에게 말했다. “그리고 만약 정말 그런 의외의 일이 생기면 때려죽이면 되는데 열 받을 게 뭐가 있습니까?”말하는 도중 한 명이 계단을 서서히 오르는 것이 보였다. 손에는 옥피리를 들고 온통 붉은 옷을 입고 가늘고 긴 봉황 눈매는 싸늘하고 그윽한데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살기가 좌중을 압도했다.평남왕 세자가 그를 보고 얼굴에 갑자기 먹구름이 짙게 깔리더니 만치 번갯불이 번쩍하듯 날카로운 눈에 살기가 넘쳐흘렀고, 얼굴 근육이 파르르 떨리며 이마에 푸른 힘줄이 불끈 튀어나오다 못해 눈가까지 벌겋게 달아올랐다.두 사람의 눈이 마주치자 소리 없는 칼부림이 오간 듯 공기 중에 살기가 쫙 퍼졌다.“세자 저하, 친한 벗과 같이 저녁 수라가 약속되어 있는데 같이 하셔도 괜찮으
황실 별궁초왕부로 돌아와 홍엽과 우문호는 거의 밤새 상의하고 홍엽은 다음날 아침 일찍이 돼서야 초왕부를 나섰다. 못난이도 초왕부 밖에서 밤을 새우고 홍엽이 나타나길 기다리다가 검을 들고 와서 전처럼 무표정하게 말했다. “공자, 가시죠.”홍엽이 못난이를 보고 작게 말했다. “못난아, 남강으로 돌아가고 싶어?”못난이가 고개를 흔들고 말했다. “전 공자를 따를 겁니다. 공자님이 가시는 곳에 저도 갈 것이고 절대 공자를 떠나지 않을 겁니다.”홍엽이 말에 올라타 못난이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네가 그랬지 쭉 내 말만 듣겠다고. 지금 명령하는데 경성을 떠나 나를 더이상 따르지 마라.”“아뇨!” 못난이도 말에 오르며 고집스럽게 말했다.홍엽이 고개를 흔들었다. ‘이 녀석 정말 답이 없네.’못난이가 말을 몰고 말했다. “전 갈 곳이 없습니다, 공자님과 마찬가지로요. 복수 말고 할 다른 일도 없습니다. 복수는 못난이의 숙명이나 공자께서 허락하지 않으시면 공자를 따르는 수밖에 없습니다. 공자께서 절 가라고 쫓아내시면 전 정화를 죽이는 수밖에 없고 정화를 죽인 뒤 자진할 겁니다.”홍엽이 원래 말이 없지만 이 말을 듣고 살짝 욱하는 마음이 들었다. “내가 몇 번을 말했잖아. 너 자신을 위해 살라고. 나나 네 언니를 위해서가 아니라. 언니의 죽음은 자업자득이고, 넌 더 이상 남강 북쪽 무당의 조종을 받을 필요 없어. 그들에게 부려 먹힐 필요 없다고. 네 몸에 고독은 이미 해독이 됐으니 더이상 그 일을 생각하지 않으면 집념이 생길 일도 없는 거지.”말을 마치고 채찍을 휘둘러 말을 달리자 못난이도 서둘러 따라갔다. 결국 그녀는 공자를 떠나지 못할 게 틀림없다. 죽지 않고서는.홍엽이 돌아가고 우문호가 관아로 돌아가 점심때 서일을 데리고 황실 별궁으로 갔다.미색이 여길 와본 적이 있어 지금 사방이 늑대파 사람들이 쫙 깔려 있지만 사실 미색은 한 걸음 더 나가서 안풍친왕 부부와 평남왕이 여기 있기 때문에 그들의 섬전위와 흑영위도 전부 이 부근에 있다
부부의 시간우문호가 웃으며 예를 취하고 나갔다.우문호는 안풍친왕비와 원경릉의 얘기를 방해하지 않고 아이들과 좀 놀아주고 싶어서 갔는데 사식이에게 물어보니 아이들은 전부 낮잠을 자고 사식이가 대놓고 상대를 안 하더니 서일과 부부가 손잡고 갔다.우문호는 원 선생의 방으로 돌아갔는데 방안은 온통 원 선생의 기운으로 가득해 순간 편안하고 마음이 놓이면서 신발과 옷을 벗고 누웠다. 익숙한 기운이 몸을 감싸고 마음이 갈수록 평안해졌다.잠시 후 발자국 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려보니 원경릉이 방실방실 웃으며 말했다. “많이 기다렸어? 안풍친왕비 마마랑 관심사를 얘기하다가 바로 나오기기 그래서, 난 또 자기가 황조부와 어르신들이랑 얘기 좀 하는 줄 알았지.”우문호가 원경릉을 품에 안더니 입술에 키스하며 말했다. “별로 안 기다렸어. 막 왔는 걸. 소요공이 어르신들께 침을 놔주시며 나 쫓아내시더라.”원경릉이 우문호의 미간을 주물러 주며 억울해 하는 모습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 “소요공은 요 며칠 내내 저분들 혈을 뚫어 주시면서 경맥을 뚫으면 늙은이도 한몫 발휘해 다시 전장에 나갈 수 있다고 하시지 뭐야.”원경릉은 미소를 입에 달고 부드러운 눈빛으로 말했다. “이번 전투는 저분들도 굉장히 중요시하셔. 위험한 건 아닌지 모르겠네?”원경릉의 질문은 떠보는 것으로 마음은 줄곧 불안했다.우문호가 원경릉의 볼을 만지며 다독이는 눈빛으로 말했다. “위험할 리 없어, 내가 전부 대비했으니까. 우린 질 리가 없어.”“하지만 듣기론 독고가 엄청나다 던데.”“아무리 엄청나도 독고는 사람이야. 사람은 실수를 하게 되 있어. 당신 나 못 믿는 거야?” 우문호가 다시 원경릉에게 키스하고 품에 꼭 안더니 작은 소리로 말했다. “걱정하지 마, 응? 날 믿어.”원경릉은 우문호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말했다. “물론 자기를 믿지.”두사람이 서로 안고 어렵사리 함께하는 시간을 누렸다.잠시 후 원경릉이, “언제야?”“4일 후!” 우문호가 살짝 말했다.원경릉의 심장이
전쟁보다 어려운 육아두 사람은 방에서 여러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우문호가 함박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얘들 일어났구나.”우문호가 일어나 원경릉의 손을 잡고 같이 나갔다.아빠를 보고 아이들이 기뻐하며 달려와 안기는데 연신 아빠를 외치며 이렇게 열광적으로 환영을 받다니 우문호는 자기가 이렇게 영접받는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원경릉이 웃으며 핵심을 찌르는데 말했다. “쟤들 여기 며칠 있더니 심심해서 자기가 오면 집에 데려갈 줄 알고 저라는 거야.”우문호가 찰떡이를 안고 말했다. “며칠, 며칠만 있으면 아빠가 데리러 올 게.”셋 다 실망했다. 집에 돌아가서 나가 놀고 싶었는데 엄마가 나가면 안된다고 했다.찰떡이가 캐물으며 말했다. “며칠이요?”“4~5일정도?” 우문호가 웃으며 말했다.“아빠 거짓말 하시면 안 돼요.” 찰떡이가 손가락을 꼽아보더니 말했다. “하나 둘 셋 넷, 그럼 금방이네.”경단이와 만두도 안아 달라고 해서 우문호는 오늘 해달라는 대로 다 해주기로 했다. 애들을 안아줄 뿐 아니라 한동안 아이들과 놀아주고 검무를 춰 달라면 춰주고 공을 차자면 공을 차고 술래잡기를 하자면 술래잡기를 했다.신나게 노느라 순간 자신의 입장도 다 잊고 만두가 우문호에게 바닥에 엎드려 말이 돼서 자신을 태우고 달리라고 하자, 우문호가 만두를 잡아서 엉덩이를 두 번 때려주고 화난 얼굴로 말했다. “무엄하다!” 만두가 화들짝 놀랐다. 만두는 순간 벼락같은 호통소리를 듣고 쭈뼛거리며 울지도 못하고 어쩔 줄 몰라 하더니, 열심히 별거 아니라는 표정을 지으며 원경릉을 보고 삐죽 웃기까지 하는데 눈가가 빨개졌다.눈물이 배어 나오는 모습이 얼마나 가엾고 측은한지.만두는 이런 적이 없었다. 전에 즐거움 끝에 슬픔이 와도 울지 않고 툭툭 털고 일어나 다시 팔팔해 졌었다.우문호는 만두의 이런 모습을 보고 후회가 들며 다가가 만두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려고 했으나 만두는 한걸음 뒤로 물러나 애써 웃으며 말했다. “저
부부의 믿음만두를 힘들게 한 건 우문호의 냉정한 한마디 ‘무엄하다’였다.원경릉은 만두를 품어주며 머리카락을 쓰다듬어주고 조그맣게 말했다. “만두야, 엄마 말 들어 줄래. 아빠는 지금 아주아주 엄청난 위기를 맞닥뜨리고 계셔. 굉장한 압박을 느끼고 계시지. 너무 긴장이 돼서 여기 우리를 찾아오신 거야. 원래는 편안해지고 싶으셨는데 기분은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니까 순간 제어하지 못하신 거지. 엄마가 약속할 게. 네가 잘못한 게 아니면 아빠는 앞으로 절대 너에게 이렇게 무섭게 하지 않으실 거야. 용서해 줄 수 있겠니?”만두가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아요!”원경릉이 만두를 놔주고 손가락으로 볼을 닦아주며 부드럽게 말했다. “우리 만두 정말 착하네.”“엄마, 아빠는 무슨 위기예요? 아빠 돌아가시는 거 아니죠?” 원경릉이 얼른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바보,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쓸데없는 생각은 하지도 말자.”“그럼 제가 만두 늑대를 아빠한테 빌려 드리는 건 어떨까요.”원경릉은 만두의 철들고 착한 얼굴을 바라보며 마음이 아려왔다. “그래, 나중에 아빠에게 얘기할게. 네가 만두 늑대를 아빠한테 주고 아빠를 지키고 싶어 했다고.”만두가 고개를 숙이고 침울하게, “엄마가 그냥 아빠에게 데리고 가라고 하세요. 아빠는 저한테 화나서 제 늑대는 필요 없으실 거예요.”“요 바보, 아빠는 너한테 화 안 나셨어. 아빠가 너를 혼낸 걸 얼마나 후회하고 계시는데.” 만두가 원경릉의 옷자락을 잡고 실의에 빠진 눈빛으로 말했다. “엄마, 왜 아빠가 지금 이렇게 무서워지신 거예요? 아빠는 웃지도 않고 맨날 뒷짐지고 일 생각하고, 전에는 절 때리셨지만 이렇게 무섭지는 않았는데 아빠가 절 때리셔도 이렇게 무섭게는 하시는 건 싫어요.”원경릉은 마음이 복잡하고 쓰라렸다. “엄마가 약속할 게. 아빠는 바뀌실 거야.”우문호는 좌절한 채로 방에 앉아 있었다. 만두가 달려나간 뒤 찰떡이와 경단이도 갔는데 모두 우문호를 두려워했다.우문호는 후회가 됐다
잔뜩 긴장한 채로 앞으로 몸을 반쯤 내밀고 있었던 주 지부는 우렁찬 상대의 목소리에 깜짝 놀라, 중심을 잃은 듯 비틀거렸다. 그는 이내 팔을 뻗어 망루의 기둥을 붙잡으려 했지만, 허공에서 멈추고 말았고, 그대로 몸이 앞으로 쏠려 떨어져버리고 말았다. 그런데 그때, 누군가가 말에서 빠르게 날아올라, 믿기 힘들 정도로 빠른 속도로 그에게 달려갔다. 상대는 멀리 떨어진 곳에서, 주 지부가 바닥에 떨어지기도 전에 그를 안고 빙 돌아서 바닥에 착지했다.주 지부는 깜짝 놀라서 그만 정신이 혼미해졌다. 그를 구해준 사람은 반짝거리는 눈망울에, 품위 있는 모습의 젊고 잘생긴 사내였다. 주 지부는 그를 황제의 호위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거의 죽을 뻔한 고비를 넘겼기에, 안도의 한숨을 내쉴 새도 없이 그에게 예를 올렸다.“대인,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그때 말들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는데, 서일이 먼저 말에서 내려, 다급히 다가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괜찮으십니까?”우문호도 매우 놀란 듯했다. 조금만 늦었다면, 주 지부는 정말 죽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가슴을 가볍게 두드리며 숨을 들이쉬었다.“괜찮다.”그러고는 주 지부를 보며 물었다.“자네는 누구요?”주 지부는 마차에서 내리는 사람들을 보며, 누가 황제인지 추측했다.황제는 올해 마흔에 가까운 나이로 알려져 있었기에 위엄이 넘쳐 보일 것이었다. 그는 일행 중, 냉 수보와 홍엽을 만난 적 있었기에, 거친 모습을 한 이 인물은 아마도 호위로 추측된다. “묻지 않았소? 자네는 누구요? 어찌 죽으려고 하는 것이오?”서일은 그가 멍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자, 큰 소리로 다시 물었다.주 지부는 울 지경이었다. 냉 수보가 그를 보고 있으니, 예를 올려야 하지만, 황제도 자리에 있으니, 바로 냉 수보에게 예를 올릴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대체 누가 황제란 말인가?그는 황제가 누구인지 알아볼 수 없어, 결국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그러고는 그들에게만 들릴 정도로 낮은 목소
원경릉의 말은 그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었고, 자리에 있던 관리들은 기쁨과 동시에 두려움에 휩싸였다. 이 대인은 땅에 엎드려 온몸을 바르르 떨고 있었다. 그는 살아생전에 자신이 황제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은 단 한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평소 차분하고 신중한 주 지부도, 그도 감정이 격해져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눈가에는 눈물이 가득했다.황후를 만난 것만으로도 큰 영광이라 생각했는데, 황제까지 오신다는 소식에 그의 마음은 흥분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원경릉은 평생을 경성에서 다섯째와 함께 있었기에, 그녀는 그저 그가 온다는 사실을 간단히 전했을 뿐이었는데 말이다. 그녀는 다들 걱정 없이 역병을 치료하고, 언제나 황제가 그들의 뒤를 든든히 지켜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들의 반응을 보니, 황제가 직접 오는 것이, 지방 관리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깨달았다.원경릉이 급히 말을 덧붙였다.“폐하게서는 그저 역병 때문에 온 것이니, 모두 각자 맡은 일에만 최선을 다하면 되네.”“예, 예, 마마의 명을 따르겠습니다.”주 지부가 눈물을 닦으며 답했다.그렇게 관아와 의서가 협력하여, 오계부를 조사하기 시작했다.원 할머니는 역병을 치료할 수 있는 처방을 몇 가지 내렸다. 경증 환자는 약차를 계속 마시고, 증상이 악화하거나 중증 환자는 그녀의 처방을 사용하도록 했다.전에 이미 근처 주부에 연락해 약을 보내라 명했고, 오계부에서 구비한 약까지 있으니, 이번 역병을 대처할 수 있었다.오계부 의서는 이번 역병을 과거의 역병과 동일하게 생각하고, 소홀히 한 것 외에는 준비가 충분했다.원경릉은 황제 일행이 저녁 무렵 오계부에 도착할 것이라 예상했다.주 지부는 원래 여러 관리와 함께 황제를 맞이할 예정이었지만, 원경릉이 이를 단호히 거부했다. 그녀는 황제가 미복 순행 중이니, 과하게 맞이하여 백성들에게 알리지 말라고 했다.그 말에 주 지부는 당황했다.황제가 오계부에 도착했는데, 아무도 맞이하지 않는다니, 어찌 그럴 수 있다는 말인가?그러나 그는 황
약을 쓰자, 주 지부의 열이 단번에 내려갔다.열이 내려가니 정신이 맑아져, 그는 그제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그는 애써 자리에서 일어나 황후마마에게 예를 올리겠다고 고집 피웠다.원경릉은 그에게 누워 있으라고 말한 후, 역병에 관해 이야기하며 주 지부에게 이를 중시할 것을 당부했다.주 지부는 이를 듣고 깜짝 놀라 말했다.“소신은 매일 의서에 사람을 보내, 역병의 상황을 보고받고 있사옵니다. 매일 보고된 상황은 그다지 심각하지 않았습니다. 비록 역병이 발생했지만, 작년과 비슷한 정도였고, 약재도 충분한데, 어찌 이렇게 심각해진 것입니까?”“매년 역병이 발생했으나, 대대적으로 퍼지지 않아,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기 때문이네.”원경릉이 답했다.“의서의 이 대인을 불러, 상황을 확인하겠습니다.”주 지부는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다.“어제 이미 그를 찾아가, 환자 수와 사망자 수를 조사하라 명했네. 하지만 그는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모를 것이네. 자네가 사람을 보내, 관아에 와서 상황을 보고하도록 하게.”“예!”주 지부는 곧바로 사람을 보냈다.푸른 옷을 입은 남자는 관아에서 일하는 관리였기에, 그는 반 시진도 채 되지 않아, 관아 내에서 병에 걸린 자가 얼마나 되는지 통계해냈다.관아 내에서 역병 증상을 보인 사람은 총 열여덟 명이었고, 그중 두 명은 병세가 심각하여 이미 집에서 쉬고 있는 상태였다. 주 지부는 관아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병에 걸린 줄 몰랐고, 관리의 보고를 들은 후, 큰 충격을 받았다.의서의 이 대인은 하루 종일 쉬지도 않고, 바삐 움직였다. 서관 대인이 직접 오셨으니, 어떻게든 시키는 일을 완성해내야 했다.그는 사실 역병이 그다지 심각하지 않고, 그저 작년과 비슷하다고 여겼었다.하지만 여러 지역과 의원을 돌아보고 나서야, 이번 역병이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처음엔 그저 서관 대인에게 보고만 하려고 했지만, 병세가 심각해지자 그도 조급해지기 시작했다.하지만 짧은 시간 안에 인원수를 통계하
다음 날 아침이 되어서도, 다섯째 일행은 여전히 도착하지 않았다.그래서 원경릉과 할머니는 다른 의관을 더 둘러보기로 하고, 몇 군데 더 돌아본 뒤 관아에도 갈 계획을 했다.그런데 한 의관에 들어서자마자, 푸른 옷을 입은 중년 남자가 다급히 뛰어오며 말을 걸었다. “수 의원, 대인께서 병세가 위중합니다. 어서 봐주셔야 합니다.”의원은 그 말을 듣자마자, 약상자를 집어 들고 다른 환자들을 그냥 남겨둔 채, 푸른 옷의 중년 남자와 함께 나가려 했다.원경릉이 그를 막아 세우며 말했다.“의관에 있는 환자들을 돌봐야 하지 않소? 우리 할머님께서도 의원이니, 지부 대인의 병은 할머님께서 봐 드릴 것이오.”푸른 옷의 사내는 초조한 듯 원경릉을 향해 소리쳤다.“말도 안 되는 소리 마시오!““대인의 병세가 급박한데, 혹여라도 지체되면 당신들이 책임질 수나 있겠소?”바로 그때, 원 할머니가 호패를 꺼내, 그의 눈앞에 들이밀며 단호하게 말했다.“길을 안내하거라!”조급한 표정을 짓던 푸른 옷의 사내는 호패를 보자마자 표정이 얼어붙었다. 이내 정신을 차린 그는 곧장 허리를 굽혀 예를 올리며 말했다.“서관 대인께서 오셨을 줄은 몰랐습니다. 무례를 범해 송구하옵니다.”“그만 사과하고 길 안내나 하시오.”원경릉이 말했다.“예, 예!”사내는 급히 물러서서, 예를 갖춰서 길을 가리켰다.“마차가 밖에서 대기 중입니다. 서관 대인, 이쪽으로 오시지요.”원경릉은 할머니를 부축해 마차에 올랐고, 곧장 관아로 향했다.지부 대인은 따로 사저가 없어 관아의 뒷마당에서 거주 중이었다. 혼자 지내는 데다 관아가 워낙 가까워 편리했기 때문이다.관아에 도착하자마자, 그들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안으로 들어갔다.주 지부는 병세가 꽤 심각해져 있었다. 그는 어지럼증과 흉통에 시달려, 침대에 누운 채 말을 꺼낼 힘도 없었다.원경릉은 직접 치료에 나섰고, 약상자를 열어 체온 측정기와 청진기를 꺼냈다.푸른 옷의 사내가 의아해하며 물었다.“아가씨께서도 의원이십니까?”그러자 곁에 서
이 대인이 원경릉에게 의학을 잘 모른다고 반박할 틈도 없이, 원 할머니가 먼저 입을 열었다. "말대로 하게. 하루만 줄 테니, 그 안에 역병에 관한 모든 자료를 가져오게. 사망자 수도 포함되어야 하네." 이 말까지 듣자, 이 대인은 더 이상 반박할 수 없었다. 비록 조사가 필요 없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서관 대인이 멀리서 오계부까지 왔으니, 시키는 일은 해야지 대인의 마음에 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 사람들을 보내 조사를 명한 후, 이 대인은 거처를 마련해 드리겠다고 했다. 하지만 원경릉이 말했다. "괜찮습니다. 의서에 의원이 많지 않으니, 대인도 바쁘실 텐데요. 저희가 직접 오계부를 돌아보겠습니다." 이 대인은 그녀가 원 할머니의 힘을 빌려 위세를 부린다고 생각해, 대꾸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그녀의 말에 답도 하지 않고, 원 할머니에게 예를 올렸다. "어르신께서 머무실 계획이 있으시면, 부디 저에게 알려주시기를 바랍니다. 오늘 밤 대인을 잘 대접하라, 명을 내리겠습니다." "그럴 필요 없네. 일이나 보게." 원 할머니는 말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 원경릉에게 말했다. "먼저 좀 돌아보다, 객사를 찾아 머물자꾸나." "예!" 두 사람은 역병을 조사하기 위해 다급히 이곳을 찾아왔기에, 먼저 각지의 의원을 직접 돌아보려 했다. 아마 다섯째 일행은 빨라야 내일이나 모레쯤 도착할 것이었다. 두 사람이 의서를 나서자, 이 대인은 뒤따라 나오려다 원 할머니의 날카로운 눈빛에 움찔하며 발길을 멈췄다. 두 사람은 오계부의 거리로 향했다. 거리가 꽤 번화했고, 사람들도 제법 많아, 대낮에는 조금 붐볐다. 그들은 곧장 의원으로 향했다. 의원 앞에는 약차가 많이 진열되어 있었지만, 환자는 얼마 없었다. 겉보기엔 역병이 퍼졌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원경릉은 안으로 들어가 의원에게 상황을 물었다. 그러자 의원은 요즘 들어 약차가 잘 팔리고 있고, 하루에 천 봉지가 넘게 팔린다고 답했다. 하지만 그도 역병
늦게 출발한 원경릉은 신속하게 오계부로 향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오계부 근처 주현에 도착하자마자, 할머니가 현지 혜민서로 가야 한다며 잠깐 멈추자고 했다. 그러고는 혜민서에 오계부로 약을 공급할 준비를 하게 했고, 명을 받으면 바로 오계부로 보낼 수 있도록 미리 준비를 당부했다. 혜민서 산하의 의료기관들은 지난 몇 년간 개혁을 통해 뚜렷한 성과를 거두었고, 지역 간의 연결도 긴밀해졌다. 특히 역병을 상대하는 체계가 가동되면 상부에서는 전력을 다해 의원과 약을 지원해줄 수 있었다. 신신당부한 뒤에야 원경릉과 할머니는 오계부로 재빨리 향했다. 곧이어 오계부에 도착했는데, 우문호 일행은 아직 도착하지 않은 상태였다. 오계부는 인구가 500만 명에 이르는 곳으로, 두 개의 주부가 통합된 지역이었다. 열대에 있어, 경작지가 많고 산이 많아 농업을 위주로 삼고 있었다. 그래서 조정은 이곳을 서부의 주요 곡창지대로 삼고 있었던 것이었다. 농업이 발달한 지역은 상대적으로 경제도 번화했고, 현지 백성들은 벼 외에도 감, 자두, 리치 등을 대량으로 재배하고 있었다. 리치는 신선할 때 먹을 수도 있고, 말려서 건과로 만들어 팔 수도 있기에, 어느 정도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었다. 오계부는 백월국과 인접해 있었는데, 백월국은 북당의 속국으로 사이가 우호적이며 경제 교류도 활발했다. 이는 양국의 번영을 촉진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오계부의 지부는 장씨 성을 가진 오계부 출신이었다. 장 지부는 훌륭한 관리이며 지역 백성들로부터 존경받고 있었다. 원경릉과 원 할머니는 오계부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지역 혜민서를 찾았다. 할머니는 혜민서의 서관(署館) 신분을 밝혔다. 그녀는 북당 각 주부의 의서를 총괄하는 인물이고, 총책임자이기도 했다. 혜민서의 이 의원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두 사람을 안으로 청한 후, 바로 예를 올렸는데, 마치 신선이라도 본 것처럼 목소리까지 떨고 있었다. "소인은 이자옥이라 합니다. 어르신께서 친히 오신 줄도
그녀는 일단 깊이 생각하지 않기로 하고, 냉 대인이 자세한 상황을 묻는 사이에 제 대인의 피를 뽑았다. 약상자는 기능이 꽤 다양하기에, 바이러스 검사도 문제없었고, 안에는 양여혜가 준 소형 현미경도 있었다. 하지만 바이러스 관찰이나 세균 배양에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지체할 수 없었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이 먼저 오계부로 향하고, 그녀는 이곳에 남아 제 대인을 치료하고 검사 결과를 기다리기로 했다. 그러면 바이러스든, 세균 감염이든, 결과가 나와야 제대로 된 치료 방안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미색이 말했다. "저도 이곳에 함께 남겠습니다. 제가 환자를 돌보는 것 정도는 도울 수 있지 않겠습니까?" "괜찮으니 먼저 가거라. 어쩌면 내가 더 일찍 도착할 수도 있으니깐." 원경릉이 말했다. 그녀는 혼자 빠르게 움직일 수 있었지만, 미색까지 데리고 가는 건 무리였다. "우리가 먼저 출발하는데, 어찌 더 일찍 도착할 수 있다는 것입니까?" 미색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가능한 일이다. 원 선생은 늘 기적을 만들어내니." 우문호가 말했다. 그는 더 이상 설명하지 않고, 원경릉에게 다가가 조심하라고 몇 마디 당부했다. "알았소. 지체하지 말고, 어서 떠나시오. 오계부에 도착하면 곧바로 관아를 찾아가, 의원의 빠른 대처를 명하라 하시오. 만약 내가 먼저 도착한다면, 내가 관아를 찾아가겠소." "알겠소. 그럼, 먼저 가겠소!" 우문호는 그녀와 입을 맞추고 싶었지만, 보는 이가 많으니 그저 참을 수밖에 없었다. 서일은 황후를 홀로 두고 가는 것이 걱정되어, 우문호를 따라나서며 계속 물었다. "정말 황후를 이곳에 혼자 남겨도 되는 것입니까?" "그럼, 네가 남을 것이냐?" 우문호가 그를 흘겨보며 말했다. "너도 원 선생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알고 있지 않느냐?" 회왕 부부도 걱정은 되었지만, 다섯째의 여유로운 모습에 자신이 있을 것이라 믿었다. 다섯째 부부는 늘 비밀이 많은 사람들이라, 그들은 더 이상 신경
원경릉은 밖으로 나가, 오계부에 역병이 생긴 것 같다고 전했다. 오계부는 서쪽에 자리 잡고 있어, 기후가 더운 탓에 가끔 역병이 생기긴 했었지만 백성들은 고뿔 치료에 쓰이는 약초로 끓인 차를 즐겨 마시기에, 대규모로 역병이 돈 적은 없었다. 냉 대인이 말했다. "오계부에서는 이 상황을 조정에 알리지 않았습니다. 비록 해마다 역병이 생기긴 하지만, 빠르게 통제해 왔으니, 이번에도 예전과 같은 상황이지 않겠습니까?" 원경릉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런데 이번엔 더 심각할 수도 있습니다. 제 대인의 형도 역병으로 돌아가셨고, 그와 가까이 지낸 사람들도 병에 걸렸습니다. 이렇게 관아에만 역병에 걸린 자들이 많으니, 예전보다 더 심각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해마다 역병이 생겼으니, 그에 대한 대응책도 이미 있을 것입니다." 원경릉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해마다 역병이 생겼지만, 대대적으로 유행하지 않았기에, 현지 관리들이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겨 쉽게 통제될 것이라 생각하고, 방심할 수도 있으니깐요." 우문호가 물었다. "원 선생, 역병을 어떻게 통제해야 한다고 생각하오?" "역병 상황이 안 좋을 것이라 추측할 뿐, 정말 오계부의 상황이 어떠한지는 아직 모르네. 제 대인은 여전히 고열에 시달리고 있어, 수액을 맞히고 해열제를 먹였소. 냉 대인과 함께 들어가 상황을 자세히 물어봐야겠소. 하지만 꼭 마스크를 끼고, 병을 막아야 하오." 원경릉은 유행성 독감이나 변이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일 것이라 의심하고 있었다. 그녀가 살던 세계에서는 A형 독감의 대규모 변이가 십수 년마다 한 번씩 발생했는데, 그런 변이 독감은 현대에서도 의료 체계에 큰 부담이 되곤 했다. 그러니 지금 이곳에서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 만약 역병이 다시 시작한다면, 가능한 한 빨리 통제해야만 했다. 원경릉의 말을 우문호와 냉 대인은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도
원경릉은 청진기를 꺼내 그의 폐를 확인해 보았는데, 남녀가 가까이 접촉하는 것이 예의에 어긋난다고 생각한 제 대인은 이내 손을 뻗어 그녀를 막으려 했다. 하지만 병세가 심해 아픈 데다가, 마스크를 쓰고 있어도 묘한 위압감을 풍기는 의원의 단호한 눈빛과 기운에 그만 압도당하고 말았다. 원경릉은 앞쪽을 청진한 뒤, 그에게 옆으로 돌라고 한 다음에 꼼꼼히 살피고 미간을 살짝 찡그렸다. "며칠을 아프신 것입니까?" 제 대인은 꽉 막힌 코 때문에 콧소리를 내며 천천히 몸을 돌리고 답했다. "며칠 사이의 일입니다. 오계부를 떠날 때도 멀쩡했는데, 밤새 달리고, 말을 오래 타다 보니 고뿔에 걸렸나 봅니다." "기침 말고, 가슴 통증도 있습니까?" "예. 이곳이 아픕니다!" 제 대인은 가슴 근처를 손으로 누르며 말했다가, 숨쉬기가 어려운 듯 손바닥을 움직이며 한숨을 내쉬었다. "여기도 아프고, 온몸 뼈마디도 다 아픕니다." 그러자 원경릉은 더 자세히 증상을 확인한 뒤 말했다. "약을 준비할게요. 수액을 좀 맞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수액이요?" 제 대인은 멍하니 원경릉을 바라보았다. "예. 질문은 하지 마시고, 그저 치료에 협조만 해주십시오. 병세가 꽤 심각한 편입니다." 원경릉은 제 대인이 폐렴이라 확신했고, 중증 폐렴일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제 대인은 병이 심하다는 말에 초조한 표정을 지으며 다급히 말했다. "의원 나리, 제발 최선을 다해 치료해 주십시오… 저에게는 아직 모셔야 할 노모가 있습니다. 지난달 병으로 형님께서 세상을 떠난 터라, 형님의 자식들도 제가 돌봐야 하니, 절대 이대로 목숨을 잃을 수는 없습니다." 원경릉이 답했다. "최선을 다할 테니, 걱정하지 마시고 치료에만 집중하시지요!" 제 대인은 감동을 받은 듯 감사 인사를 올렸다. "정말… 감사합니다." 원경릉은 곧바로 약을 지어 수액을 준비했다. 수액을 맞는 동안, 제 대인은 여전히 놀란 모습을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