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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274화

작가: 유애
마지막 사전 모의

우문호는 귀빈의 암살을 기도하는 연회를 열고자 이리 나리, 귀영위 나장군과 상의했다.

이틀 후 손왕 쪽은 자기주장으로 북군영의 병력을 남강과 비적 토벌에 보냈는데, 손왕이 파병한 뒤에 우문호가 알게 되어 바로 역정을 내며 대전에서 손왕의 체면을 봐주지 않고 호되게 비난하더니 손왕을 바로 면직하고 홍려시로 돌려보냈다.

손왕은 잔뜩 성이 나서 홍려시로 돌아가지 않고 몸이 불편하다는 핑계로 집에서 쉬겠다고 했다.

형제 사이의 반목으로 제왕과 회왕이 두 사람 집을 오가며 몇 번이고 달래 봤으나 손왕과 우문호는 각자 추호도 양보하지 않고 고집을 부리며 화를 냈다.

명원제도 이 일을 알고 열이 뻗쳐서 기절하고 밤새 3번이나 어의가 불려 가는 등 모두 암암리에 추측하길 폐하의 옥체가 한계에 이른 것이 아닌가 하며 조정의 민심이 흉흉해졌다.

귀빈 초대 연회가 5일 후로 정해지고 우선 평남왕 세자에게 초대하는 첩지를 보냈다.

평남왕 세자는 단숨에 수락하고 대신 연회 장소는 열래객잔(悅來客棧)으로 하자고 했다.

열래객잔은 청란대가 입구에 있는데 사방이 길에 접해 있어 부근이 다 상점이고 궁으로 들어가려면 반드시 이 길을 지나야 한다.

이리 나리는 경성에 사업이 많고 객잔과 주루도 많이 운영하고 있으나 공교롭게도 열래객잔은 이리 나리 것이 아니고 대주의 호씨 집안 호청운이 작년에 매입한 것이다.

호청운이 사들인지 고작 몇 개월밖에 안 돼서 막 내부수리를 마치고 아직 영업을 시작하지 않은 곳으로 내장에 익숙한 사람이 아무도 없다.

우문호는 물론 평남왕 세자의 요구에 동의했는데 날짜는 자신이 정했으니 장소는 상대가 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문호는 지금 평남왕 세자를 독고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자는 계획이 주도면밀하고 안목이 장기적인 사람이라 열래객잔으로 장소를 정한 건 진퇴에 모두 공격과 수비가 가능하고 안정적인 상황이면 황궁의 일거수일투족을 전부 볼 수 있으며, 심지어 안왕이 병력을 이끌고 공격해 들어오면 하나도 빠짐없이 지켜볼 수 있다.

우문호도 이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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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탕양을 떠보는 평남왕 세자홍엽은 손에 옥피리를 하나 들었는데 손가락으로 구멍을 누르고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그윽한 눈빛으로 말했다. “그를 죽이는 건 복수가 아닙니다. 그가 철저하게 패배시켜 돌이킬 수 없는 걸 제 눈으로 봐야지요.”홍엽의 마음속에 증오는 줄곧 참고 참아 지금 눈에 비친 그윽함은 마음 속의 증오심의 만분의 일에도 못 미친다.홍엽은 이 방면에 있어 가장 걱정할 필요 없는 사람으로 홍엽은 독고가 철저하게 패배해 재기불능의 상태로 만들지 못한 것을 철천지 한으로 여기는 사람이다.모두가 간 뒤 홍엽이 혼자 남았다,.홍엽이 우문호에게 말했다. “초청 연회 전에 평남왕 세자를 한 번 보고 싶습니다.”홍엽이 평남왕 세자라고 칭하고 독고라고 직접 지칭하지 않는 것을 듣고 우문호는 행간을 알아차렸다.우문호는 사실 일말의 불확실함을 품고 있어 전체 계획을 세우면서 계속 적위명의 그 냉정한 눈빛이 떠올랐다.그래서 홍엽의 이 말에 바로 동의했다.“좋아, 내가 안배하지.”평남왕 세자를 만나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지금 그는 남복객잔(南福客棧)에 묵으며 귀영위가 매일 그를 감시하고 있는데 저녁은 객잔의 창가자리에 앉아 아래 대로를 바라보며 대략 반시진 정도 식사를 한다.따라서 우연을 가장한 만남이 가능하다.평남왕 세자는 원래 주씨 집안에 묵었으나 제왕과 손왕을 도발한 것이 밝혀진 뒤 남복객잔으로 옮겨 여러 사람을 주변에 키우며 거의 남복객잔 절반을 쓰고 있었다.평남왕 세자는 매일 방에서 보고를 듣는데, 모든 외부 소식에 관해 점심 때 대강을 훑어 보고받는다.초왕부 쪽에 여러 사람들이 모여 상의했다는 보고도 올라갔고 이 보고를 듣고 평남왕 세자는 살짝 고개를 들어 곁에 서 있는 탕양을 흘끔보더니 말했다. “넌 우문호 곁에 오래 있었는데 어떻게 생각하지?”탕양이 예의 바르게, “주인님, 우문호가 총명하고 과단성 있으나 사실 계책이 깊지 못해 우리가 한걸음씩 끌고가면 반드시 속을 것이 분명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연회를 베풀 리가 없으니까요

  • 명의 왕비   제 2276화

    평남왕 세자우문호가 큰 걸음으로 다가가 그제서야 탕양을 발견했다는 듯 살짝 놀라며 곧 냉랭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세자 저하, 저에게 필요 없는 개를 어째서 끌고 가셨는지요? 쓸 사람이 부족하면 저에게 언질만 주시면 될 것을 어찌 쓰레기를 주우셨습니까?”탕양이 얼굴을 붉으락푸르락하며 분노에 차서 낮게 이를 갈며 말했다. “전하 어찌 사람을 이토록 업신여기십니까?”우문호가 콧방귀를 뀌며 옷자락을 떨치고 앉아 평남왕 세자를 마주하는데 평남왕 세자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 개는 전하께서도 필요 없다고 하시니 제가 데리고 가서 문을 지키게 하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개의치 않으시지요?”“그럼요, 세자 저하께서 필요하시면 얼마든지 끌고 가시지요. 하지만 한 말씀 드리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니.”우문호가 탕양을 위아래로 훑어보고 혐오스러운 기색으로 말했다. “어떤 개들은 말이죠, 키워도 정이 들지 않고 언제 물지 몰라 조심해야 합니다.”평남왕 세자가 우문호에게 차를 따라 주며 말했다. “괜찮습니다. 개는 원래 충성스러운데 만약 개가 주인을 물었다면 그건 분명 주인이 너무 박정하게 대했기 때문일 겁니다.”평남왕 세자는 찻주전자를 내려놓고 찻잔을 들어 함박웃음을 지으며 우문호에게 말했다. “그리고 만약 정말 그런 의외의 일이 생기면 때려죽이면 되는데 열 받을 게 뭐가 있습니까?”말하는 도중 한 명이 계단을 서서히 오르는 것이 보였다. 손에는 옥피리를 들고 온통 붉은 옷을 입고 가늘고 긴 봉황 눈매는 싸늘하고 그윽한데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살기가 좌중을 압도했다.평남왕 세자가 그를 보고 얼굴에 갑자기 먹구름이 짙게 깔리더니 만치 번갯불이 번쩍하듯 날카로운 눈에 살기가 넘쳐흘렀고, 얼굴 근육이 파르르 떨리며 이마에 푸른 힘줄이 불끈 튀어나오다 못해 눈가까지 벌겋게 달아올랐다.두 사람의 눈이 마주치자 소리 없는 칼부림이 오간 듯 공기 중에 살기가 쫙 퍼졌다.“세자 저하, 친한 벗과 같이 저녁 수라가 약속되어 있는데 같이 하셔도 괜찮으

  • 명의 왕비   제 2277화

    황실 별궁초왕부로 돌아와 홍엽과 우문호는 거의 밤새 상의하고 홍엽은 다음날 아침 일찍이 돼서야 초왕부를 나섰다. 못난이도 초왕부 밖에서 밤을 새우고 홍엽이 나타나길 기다리다가 검을 들고 와서 전처럼 무표정하게 말했다. “공자, 가시죠.”홍엽이 못난이를 보고 작게 말했다. “못난아, 남강으로 돌아가고 싶어?”못난이가 고개를 흔들고 말했다. “전 공자를 따를 겁니다. 공자님이 가시는 곳에 저도 갈 것이고 절대 공자를 떠나지 않을 겁니다.”홍엽이 말에 올라타 못난이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네가 그랬지 쭉 내 말만 듣겠다고. 지금 명령하는데 경성을 떠나 나를 더이상 따르지 마라.”“아뇨!” 못난이도 말에 오르며 고집스럽게 말했다.홍엽이 고개를 흔들었다. ‘이 녀석 정말 답이 없네.’못난이가 말을 몰고 말했다. “전 갈 곳이 없습니다, 공자님과 마찬가지로요. 복수 말고 할 다른 일도 없습니다. 복수는 못난이의 숙명이나 공자께서 허락하지 않으시면 공자를 따르는 수밖에 없습니다. 공자께서 절 가라고 쫓아내시면 전 정화를 죽이는 수밖에 없고 정화를 죽인 뒤 자진할 겁니다.”홍엽이 원래 말이 없지만 이 말을 듣고 살짝 욱하는 마음이 들었다. “내가 몇 번을 말했잖아. 너 자신을 위해 살라고. 나나 네 언니를 위해서가 아니라. 언니의 죽음은 자업자득이고, 넌 더 이상 남강 북쪽 무당의 조종을 받을 필요 없어. 그들에게 부려 먹힐 필요 없다고. 네 몸에 고독은 이미 해독이 됐으니 더이상 그 일을 생각하지 않으면 집념이 생길 일도 없는 거지.”말을 마치고 채찍을 휘둘러 말을 달리자 못난이도 서둘러 따라갔다. 결국 그녀는 공자를 떠나지 못할 게 틀림없다. 죽지 않고서는.홍엽이 돌아가고 우문호가 관아로 돌아가 점심때 서일을 데리고 황실 별궁으로 갔다.미색이 여길 와본 적이 있어 지금 사방이 늑대파 사람들이 쫙 깔려 있지만 사실 미색은 한 걸음 더 나가서 안풍친왕 부부와 평남왕이 여기 있기 때문에 그들의 섬전위와 흑영위도 전부 이 부근에 있다

  • 명의 왕비   제 2278화

    부부의 시간우문호가 웃으며 예를 취하고 나갔다.우문호는 안풍친왕비와 원경릉의 얘기를 방해하지 않고 아이들과 좀 놀아주고 싶어서 갔는데 사식이에게 물어보니 아이들은 전부 낮잠을 자고 사식이가 대놓고 상대를 안 하더니 서일과 부부가 손잡고 갔다.우문호는 원 선생의 방으로 돌아갔는데 방안은 온통 원 선생의 기운으로 가득해 순간 편안하고 마음이 놓이면서 신발과 옷을 벗고 누웠다. 익숙한 기운이 몸을 감싸고 마음이 갈수록 평안해졌다.잠시 후 발자국 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려보니 원경릉이 방실방실 웃으며 말했다. “많이 기다렸어? 안풍친왕비 마마랑 관심사를 얘기하다가 바로 나오기기 그래서, 난 또 자기가 황조부와 어르신들이랑 얘기 좀 하는 줄 알았지.”우문호가 원경릉을 품에 안더니 입술에 키스하며 말했다. “별로 안 기다렸어. 막 왔는 걸. 소요공이 어르신들께 침을 놔주시며 나 쫓아내시더라.”원경릉이 우문호의 미간을 주물러 주며 억울해 하는 모습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 “소요공은 요 며칠 내내 저분들 혈을 뚫어 주시면서 경맥을 뚫으면 늙은이도 한몫 발휘해 다시 전장에 나갈 수 있다고 하시지 뭐야.”원경릉은 미소를 입에 달고 부드러운 눈빛으로 말했다. “이번 전투는 저분들도 굉장히 중요시하셔. 위험한 건 아닌지 모르겠네?”원경릉의 질문은 떠보는 것으로 마음은 줄곧 불안했다.우문호가 원경릉의 볼을 만지며 다독이는 눈빛으로 말했다. “위험할 리 없어, 내가 전부 대비했으니까. 우린 질 리가 없어.”“하지만 듣기론 독고가 엄청나다 던데.”“아무리 엄청나도 독고는 사람이야. 사람은 실수를 하게 되 있어. 당신 나 못 믿는 거야?” 우문호가 다시 원경릉에게 키스하고 품에 꼭 안더니 작은 소리로 말했다. “걱정하지 마, 응? 날 믿어.”원경릉은 우문호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말했다. “물론 자기를 믿지.”두사람이 서로 안고 어렵사리 함께하는 시간을 누렸다.잠시 후 원경릉이, “언제야?”“4일 후!” 우문호가 살짝 말했다.원경릉의 심장이

  • 명의 왕비   제 2279화

    전쟁보다 어려운 육아두 사람은 방에서 여러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우문호가 함박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얘들 일어났구나.”우문호가 일어나 원경릉의 손을 잡고 같이 나갔다.아빠를 보고 아이들이 기뻐하며 달려와 안기는데 연신 아빠를 외치며 이렇게 열광적으로 환영을 받다니 우문호는 자기가 이렇게 영접받는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원경릉이 웃으며 핵심을 찌르는데 말했다. “쟤들 여기 며칠 있더니 심심해서 자기가 오면 집에 데려갈 줄 알고 저라는 거야.”우문호가 찰떡이를 안고 말했다. “며칠, 며칠만 있으면 아빠가 데리러 올 게.”셋 다 실망했다. 집에 돌아가서 나가 놀고 싶었는데 엄마가 나가면 안된다고 했다.찰떡이가 캐물으며 말했다. “며칠이요?”“4~5일정도?” 우문호가 웃으며 말했다.“아빠 거짓말 하시면 안 돼요.” 찰떡이가 손가락을 꼽아보더니 말했다. “하나 둘 셋 넷, 그럼 금방이네.”경단이와 만두도 안아 달라고 해서 우문호는 오늘 해달라는 대로 다 해주기로 했다. 애들을 안아줄 뿐 아니라 한동안 아이들과 놀아주고 검무를 춰 달라면 춰주고 공을 차자면 공을 차고 술래잡기를 하자면 술래잡기를 했다.신나게 노느라 순간 자신의 입장도 다 잊고 만두가 우문호에게 바닥에 엎드려 말이 돼서 자신을 태우고 달리라고 하자, 우문호가 만두를 잡아서 엉덩이를 두 번 때려주고 화난 얼굴로 말했다. “무엄하다!” 만두가 화들짝 놀랐다. 만두는 순간 벼락같은 호통소리를 듣고 쭈뼛거리며 울지도 못하고 어쩔 줄 몰라 하더니, 열심히 별거 아니라는 표정을 지으며 원경릉을 보고 삐죽 웃기까지 하는데 눈가가 빨개졌다.눈물이 배어 나오는 모습이 얼마나 가엾고 측은한지.만두는 이런 적이 없었다. 전에 즐거움 끝에 슬픔이 와도 울지 않고 툭툭 털고 일어나 다시 팔팔해 졌었다.우문호는 만두의 이런 모습을 보고 후회가 들며 다가가 만두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려고 했으나 만두는 한걸음 뒤로 물러나 애써 웃으며 말했다. “저

  • 명의 왕비   제 2280화

    부부의 믿음만두를 힘들게 한 건 우문호의 냉정한 한마디 ‘무엄하다’였다.원경릉은 만두를 품어주며 머리카락을 쓰다듬어주고 조그맣게 말했다. “만두야, 엄마 말 들어 줄래. 아빠는 지금 아주아주 엄청난 위기를 맞닥뜨리고 계셔. 굉장한 압박을 느끼고 계시지. 너무 긴장이 돼서 여기 우리를 찾아오신 거야. 원래는 편안해지고 싶으셨는데 기분은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니까 순간 제어하지 못하신 거지. 엄마가 약속할 게. 네가 잘못한 게 아니면 아빠는 앞으로 절대 너에게 이렇게 무섭게 하지 않으실 거야. 용서해 줄 수 있겠니?”만두가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아요!”원경릉이 만두를 놔주고 손가락으로 볼을 닦아주며 부드럽게 말했다. “우리 만두 정말 착하네.”“엄마, 아빠는 무슨 위기예요? 아빠 돌아가시는 거 아니죠?” 원경릉이 얼른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바보,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쓸데없는 생각은 하지도 말자.”“그럼 제가 만두 늑대를 아빠한테 빌려 드리는 건 어떨까요.”원경릉은 만두의 철들고 착한 얼굴을 바라보며 마음이 아려왔다. “그래, 나중에 아빠에게 얘기할게. 네가 만두 늑대를 아빠한테 주고 아빠를 지키고 싶어 했다고.”만두가 고개를 숙이고 침울하게, “엄마가 그냥 아빠에게 데리고 가라고 하세요. 아빠는 저한테 화나서 제 늑대는 필요 없으실 거예요.”“요 바보, 아빠는 너한테 화 안 나셨어. 아빠가 너를 혼낸 걸 얼마나 후회하고 계시는데.” 만두가 원경릉의 옷자락을 잡고 실의에 빠진 눈빛으로 말했다. “엄마, 왜 아빠가 지금 이렇게 무서워지신 거예요? 아빠는 웃지도 않고 맨날 뒷짐지고 일 생각하고, 전에는 절 때리셨지만 이렇게 무섭지는 않았는데 아빠가 절 때리셔도 이렇게 무섭게는 하시는 건 싫어요.”원경릉은 마음이 복잡하고 쓰라렸다. “엄마가 약속할 게. 아빠는 바뀌실 거야.”우문호는 좌절한 채로 방에 앉아 있었다. 만두가 달려나간 뒤 찰떡이와 경단이도 갔는데 모두 우문호를 두려워했다.우문호는 후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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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일전우문호는 별궁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날이 채 밝기 전에 일어났다. 원경릉이 우문호의 의관을 정제해 주는데 앳된 미소년에서 성숙한 남자로 변한 것이 기쁘지만 한편으론 아련하기도 해서 한동안 그렇게 멍하니 바라봤다. “이제 가서 일해, 우리 모자 걱정 그만하고. 4일 뒤에 데리러 갈게.””우문호가 원경릉의 입술과 이마에 키스하면서 말했다. “그래, 기다리고 있을게!” 원경릉이 눈에 힘을 실으며 싱글벙글 웃었다. 하지만 원경릉은 왠지 모를 무력감이 들었다.온갖 풍파를 함께 헤쳐왔는데 이번엔 그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함께 싸울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우문호는 원경릉을 꼭 끌어안고서 한참을 바라보더니 이내 돌아서서 떠났다.원경릉은 우문호가 가는 길을 배웅했다. 길은 굽이굽이 풍등이 한없이 이어져 있는 모습이 마치 은하수를 밝힌 듯했고, 우문호는 옷자락을 펄럭이며 멀어져 갔다.우문호는 밖에서 서일과 만나 같이 떠났다.원경릉은 사식이가 앞 마당 복도에 서서 서일을 배웅하는 것을 봤다. 일렁이는 풍등 빛에 사식이의 눈에 눈물이 반짝였다.원경릉이 다가가서 외쳤다. “사식아!”사식이가 서둘러 눈물을 훔치며 답했다. “원 언니!”“왜? 서일이가 많이 걱정돼?” 원경릉이 사식이 손을 잡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사식이 얼굴이 살짝 하얗게 질리며 말했다.“걱정돼요, 이렇게 걱정된 적이 없었는데.”사식이는 고개를 들어 원경릉을 보고 당혹감이 가득한 채 말했다. “원 언니, 사람이 어떻게 몇 번 보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공포를 느끼게 할 수가 있죠?”“공포는 사람의 마음에서 오는 거니까. 우리가 독고를 너무 대단하게 생각해서 자기가 자기를 겁주는 형국이지. 태자 전하께서 그러셨어, 독고도 사람이고 사람에게는 약점이 있다고. 약점을 잡아내면 그를 거꾸러트릴 수 있어.” 원경릉이 미소를 지었다.“그렇게 간단히?” 사식이는 별로 믿지 않았다.“간단하지 않아, 그래서 그들이 가서 애쓰는 걸.” 원경릉이 사식이 손을 잡고 느릿느릿 안으로 들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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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전의 날심지어 예친왕까지도 이번 인사이동이 어떻게 된 건지 몰랐다. 냉정언은 국자감 학장으로 책 냄새만 풀풀 풍기는 샌님인데 그런 냉정언에게 가서 은자를 관리하라니 안 맞아도 너무 안 맞았다. ‘희왕은 조정에 출사한 적이 없어 위신이 충분히 서지도 못하면서 어찌 내탕고를 관리하겠다는 거지?’우문호가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았다.“이건 단지 다음 단계를 위해 준비하는 것일뿐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짬이 났을 때 우선 처리해 놓고 보는 거죠.”예친왕이 살짝 한숨을 쉬며 생각했다.‘아직 젊어서 긴장이 많이 되나보네.’7월하고도 초닷새.평남왕 세자를 초대하는 연회는 열래객잔에서 베풀기로 하고 시간은 12시 45분으로 정해졌다.12시 45분은 해가 중천에 뜨는 시간으로 다들 원하는 대로 길시를 택해 받은 것이었다.초왕부는 아침부터 분주하게 움직이며 무장을 단단히 하고 적을 항시 대기하고 있었고 성문은 어제부터 검문소를 열고 진출입에 만전을 기했다.경조부는 다수의 인원을 동원해 경성을 순시하고 의심스러운 인물이 발견되면 한꺼번에 선 압송했다. 진시(오전 7~9시)가 끝날 무렵 구사가 방어진을 치고 대부분 금군을 황궁 각처 궁문을 지키도록 배치했다.구사가 인력을 배치하는 것을 모두가 초집중해서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다른 모든 인력 배치는 전부 물밑 작업으로 조용히 이루어졌다.그리고 위왕과 제왕, 이리 나리 모두가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았고 북군영은 계속 암암리에 들썩거리고 있었다. 안왕은 전에 북군영에서 잠시 있었던 적이 있었고 지금은 비록 전진 장군과 박원이 군에 가 있지만 북군영의 많은 장수가 워낙 적위명을 많이 따랐기 때문에 병기고로 배정받아 군사들의 이동 전반은 간섭할 수 없어 걱정이 안 될 수가 없었다.북군영 대군은 지금 셋으로 나뉘어 있었다. 현재 경성에는 약 5만 명이 주둔해 있었고 손왕이 마음대로 남강과 비적 토벌에 보내겠다던 인원수를 합쳐도 고작 5~6만 명밖에 되지 않았다.바꿔 말해 현재 경성은 금군을 제외하고 각 관아와 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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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경릉은 추 할머니와 함께 산책을 마치고 돌아온 뒤, 이리 나리를 몰래 끌고 나가 조용히 물었다.“왕비께 자녀가 있습니까?”그러자 이리 나리가 되물었다. “예이와 진이를 말하는 것이냐?”원경릉이 재빨리 고개를 끄덕였다.“네, 예이와 진이입니다. 그들은 지금 어디 있습니까?”“북당에는 없다. 하지만 스승님께서 이미 추 마마를 보러 오라고 하셨다는구나.”추 할머니와 왕비가 같은 세대 사람이였기 때문에 이리 나리는 항상 추 할머니를 마마라고 불렀다.“그들이 돌아온다니… 정말입니까?”원경릉은 순간 이유 모를 흥분을 느꼈다. 그들에게 자녀가 있다는 것을 몰랐을 때, 북당이 그들을 제대로 대우해 주지 않아, 아이를 낳지 못하게 한 줄 알았다. 하지만 이제 그들에게 자녀가 있다는 말을 들으니 정말 기뻤다.“그래. 돌아올지 말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돌아올 것 같다고 생각한다. 사부님이 명을 내렸으니, 감히 거역하지 못할 것이다.”“한번 만나보고 싶습니다. 아마 다섯째도 만나고 싶을 것입니다. 어찌 그들은 친왕과 왕비의 곁에서 지내지 않는 것입니까?”“상황을 대충 알고 있지 않느냐? 사부님께서 한때 황태자가 될 뻔하셨다. 그래서 그들은 모습을 드러내고 싶어 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무상황도 장인어른께서도 황위에서 물러나 다섯째가 황제가 되었다. 상황이 변했으니, 그들도 이제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혹시 그들이 너무 조심스러웠던 건 아닙니까? 굳이 그렇게까지는 안 해도 될 것입니다.”원경릉이 답했다.이리 나리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어쩌면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주 작은 위험이라도 있을 수 없다. 작은 일이 큰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 그러니 조정에 폐를 끼칠 수 있는 일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그동안 일이 참 많지 않았냐?”원경릉은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나라에 수많은 문제가 쌓여 있어 몇십 년 동안도 해결되지 않았으니, 굳이 더 많은 문제를 만들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자세히 생각하니, 북당이 그들에게 빚진 것이 참 많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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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원경릉은 거절했다. 모두가 시중을 들지 않는데, 그녀만 시중을 데리고 오면 괜히 특별한 척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황후라는 신분도 숙왕부 사람들 눈에는 단지 어린아이처럼 보일 뿐이었다.그녀는 짐을 다 챙긴 후, 계란에게 아버지를 잘 돌보라고 당부하곤, 서일의 보호를 받으며 궁을 나섰다.그러자 사식이는 한숨을 쉬었다. 이제 막 궁에 왔는데, 원경릉이 다시 나가버리니 앞으로 심심한 나날을 보내야 할 자신이 걱정됐기 때문이다. 원경릉이 숙왕부에 도착했을 때, 이리 나리 부부도 추선을 방문하기 위해 와 있었다.이리 나리도 추선과 정이 깊은 사이었다. 공주는 원경릉에게 이리 나리가 어렸을 때부터 왕비가 키웠다고 말해 주었다. 처음에는 왕비가 아이를 키우는 법을 모르기에 대부분 추할머니가 그를 돌보았는데, 나중에 무예를 배우기 시작했을 때도 추할머니 덕분에 엄한 왕비 곁에서 고생을 조금 덜 할 수 있었다고 했다. 원경릉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렇군요. 왕비께서 아이를 낳지 않으셨으니, 아이를 키우는 게 익숙하지 않으셨겠지요.""듣자 하니, 왕비께서 아들과 딸을 한 명씩 낳으셨다고 하네. 열몇 살에 어디론가 보내셨다네. 어디로 갔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리도 그들을 몇 번 보지 못했다고 하더군.""왕비께서 아이를 낳으셨다니요?"원경릉이 살짝 놀란듯 물었다."저는 아이를 데려다 키웠다고 들었습니다. 예전에 보친왕..."공주는 손을 저으며 말했다."아니네. 정말 아니네. 왕비께서 직접 낳으신 아들딸이네. 쌍둥이고, 나리보다 훨씬 나이가 많네.""그렇습니까?"원경릉은 믿기 어렵다는 표정을 지었다. 과거 왕비 부부가 은거하고 지낸 탓에 자녀를 보지 못한 것이 이해는 되었지만, 최근 몇 년간 그들은 경성에 머물러 있었고, 자녀들이 찾아왔다는 이야기는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 관계가 아무리 나빠도 몇 년 동안 부모를 찾아오지 않을 수는 없을 텐데. 혹시나 부모와 자식 간에 어떤 갈등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심 되었다. "그렇네. 나리가

  • 명의 왕비   제3133화

    추선의 방에서 나온 원경릉은 청우헌으로 가서 세 거두와 이야기를 나누고 혈압까지 재주었다.그녀는 그들의 말에서 추선의 정체를 알게 되었다. 그녀의 이름은 추선으로, 왕비의 옛 시녀였다. 그러나 가장 힘든 시절에 추선은 왕비와 왕부를 떠나지 않았고, 줄곧 평남왕 우문극을 돌봐왔다고 했다.그리고 그 두 명의 첩인 운 마마와 몽 마마는 실제로 왕비의 첩이라고 했다. 대체 왜 왕비의 첩이 되었는지 명확히 설명하지는 않았지만, 그들이 두 사람을 알게 되었을 때부터 그녀들은 이미 왕비의 첩으로 불렸다.세 거두는 추선의 병세를 물었다. 원경릉이 악성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하자 충격을 받았다.현대에 다녀온 경험이 있는 그들은 ‘악성’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그들의 얼굴에 한순간 무거운 분위기가 감돌아, 원경릉이 의아해하며 물었다.“왕비의 시녀라 하셨는데, 잘 아시는 것입니까?”무상황이 말했다.“숙왕부에서는 누구의 시녀인지 따로 구분하지 않았다. 나중에는 매미도 시녀를 그만두고, 모두와 함께 고생했다. 평생 혼인도 하지 않고.”“매미요?”“네가 말하는 추선이다.”원경릉은 웃음이 터질 뻔했다.추선의 이름을 매미로 부르는 것도 어찌 보면 이해가 가는 일이었다.추선이 큰 병에 걸렸다는 소식은 숙왕부 전체에 퍼졌고, 많은 사람이 원경릉에게 그녀의 병세를 물었다.원경릉은 검은 옷을 입은 노인들이 그렇게 침통한 표정을 짓는 것도, 누군가를 이렇게 걱정하는 모습도 처음 보았다. 평소 그들은 늘 차가운 태도를 보였고, 유일하게 열정을 보일 때는 식사 시간뿐이었으니 말이다.그날, 원경릉은 숙왕부에서 함께 저녁 식사를 했다. 숙왕부의 식사 방식은 한 사람이 큰 사발 하나씩 받는 것이었다. 이날 집안사람들은 음식에 거의 손을 대지 않아, 남긴 음식이 가득했다.이런 일은 전례가 없었다.원경릉은 이로부터 추선이 그들 마음속에서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 알게 되었다. 소요공에 따르면, 과거 추선은 적성루에서 음식을 배분하는 일을 맡았다고 했다. 고기를 얼마나 줄

  • 명의 왕비   제3132화

    “이전에 무슨 큰 병을 앓았습니까?”원경릉이 물었다.“폐결핵이었네. 의원을 불러 치료했지만, 몇 년 동안 건강이 계속 좋지 않았네.”왕비가 대답했다.“치료했던 의원의 능력이 뛰어났겠습니다. 누구였습니까?”“주진이요.”왕비가 말했다.주진의 이름을 들으니, 원경릉은 그녀가 왕비와 오랜 세월을 함께해온 자라는 것을 확신했다.원경릉은 초능력을 사용해 노파의 폐 상태를 감지했다. 결절과 섬유화가 있었고, 심지어 종양으로 의심되는 덩어리도 발견했다. 나이가 많아,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 많지 않았고, 우선 약물을 통해 상태를 지켜보기로 했다.그저 악성이 아니길 바라며 기도할 뿐이었다.우선 링거를 놓고 산소를 공급하며, 스테로이드를 사용해 기관지를 확장해 그녀가 조금 더 편하게 호흡할 수 있도록 했다.약물을 사용하자 노파의 안색이 서서히 나아졌고, 호흡도 훨씬 수월해졌다.그러자 노파가 감사의 말을 전했다.“이렇게 숨을 쉬어본 게 정말 오랜만인 것 같습니다…”치료가 진행되는 동안, 두 명의 나이 든 여성이 방을 드나들었다. 다들 원경릉이 본 적이 없는 사람이었기에, 왕비가 그녀들을 소개해주었다.“모두 수년간 나와 함께해온 사람들이네.”그러고는 잠시 망설이더니 말을 덧붙였다.“내 첩들이네.”그러자 원경릉은 자신이 잘못 들은건 아닌지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녀의 첩인지 아니면 왕의 첩인지 궁금했지만, 차마 질문하기엔 입이 쉽게 열어지지가 않았다.잠시 후, 원경릉이 침대에 누워 있는 환자를 가리키며 물었다.“그럼, 이분은요?”“날 처음 모신 사람이네. 이름은 추선이야. 수십 년 동안 대부분 평남왕부에서 평남왕을 돌보며 지냈네.”왕비가 그녀의 물음에 답했다.원경릉은 이해했다. 그들은 정말 이곳에 정착하려는 것 같았다. 그래서 예전에 함께 지내던 사람들을 하나씩 데려와 함께 여생을 보내려는 것이었다.젊은 시절 함께 했던 사람들이니, 나이가 들어도 서로 곁에 머물고 싶어 했다.왕비는 원경릉과 함께 밖으로 나와 진지하게 말했다.“심각하다는 건

  • 명의 왕비   제3131화

    다섯째는 갑자기 마음이 불안해졌다.아이가 혼인을 올리지 않고 곁에 머무는 건 분명 기쁜 일이었고 효심이 있는 일이었지만 평생 결혼하지 않는다면 얼마나 외로울지 상상도 가지 않았다. 만약 자기와 원경릉이 저세상으로 떠난다면, 그녀가 혼자 어떻게 지낼 수 있을까 싶었다.그렇다고 해서 혼사를 허락하자니, 세상에 과연 걸맞은 사내가 있을지 걱정되었다.택란을 그녀보다 못 한 사내에게 보내는 건 그녀에게 너무 큰 희생이다.다섯째가 갈등하는 것 같자 원경릉이 웃으며 그를 다독였다.“택란은 이제 여덟 살이네. 너무 앞서 생각하지 마오.”다섯째가 그녀를 흘깃 쳐다보며 말했다.“자네는 모르네. 시간이 정말 순식간에 흘러가네. 벌써 여덟 살이니, 7년만 지나면 성인이 되오.”그는 시간이 조금만 천천히 흘렀으면 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두는 게 좋소. 너무 멀리 내다봐도 소용없네.”원경릉은 그의 손을 잡고 살며시 깍지를 꼈다.“아이도 운명과 행복을 찾을 수 있을 것이오. 만약 언젠가 자네만큼 훌륭한 남자를 만난다면, 그와 혼사를 해도 나쁠 게 없지 않겠소?”“그런 남자는 있을 리 없소!”우문호는 세상에 둘도 없는 사람이었다.하지만 이런 칭찬해도 우문호는 여전히 복잡해 보였기에, 원경릉은 자신이 그를 걱정하게 만든 것 같아 후회했다. 하지만 자신이 말하지 않아도 그가 이런 생각을 하지 않을 리 없었다.택란이 태어난 날부터 우문호에게는 새로운 적이 생겼다. 바로 택란과 혼인할 상대였다.그 적이 누구인지, 어디에 있는지 몰랐지만, 그는 여전히 미워하고 있었다.더구나 금나라의 어린 황제가 혼사를 직접 언급했으니, 이제 그 적은 실체가 생겼고, 이에 따라 그는 한동안 신경을 곤두세우게 되었다.그 후 며칠간 택란은 매우 순진하고 착하게 행동했다. 아버지가 시간이 날 때마다 곁에 머물며 대화를 나누고, 놀고, 책을 읽고, 글씨를 쓰며 시간을 보냈다.어린 나이임에도 이미 아부하는 법을 터득해, 다섯째의 마음을 부드럽게 만들어 더 이상 화낼 수 없게 했다.다

  • 명의 왕비   제3130화

    ”이제 화가 풀린 것이오?”원경릉이 웃으며 물었다.“화 풀렸네. 하지만 금나라의 어린 황제는 조심해야 하오. 어린 자식이, 정말 너무하오!”우문호는 선물을 하나 열었다. 안에는 알록달록한 도자기로 만든 정교한 인형이 있었는데, 머리카락까지 생생하게 표현되어 있었다. 그는 미소를 멈출 수 없었다.“이 도자기 인형, 정말 우리 딸을 닮았구나. 예쁘오!”“내가 산 것이오!”원경릉이 질투라도 난듯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자네가 산 것이니 더 좋소. 아주 좋아!”우문호는 선물을 하나씩 열어보며 웃음을 멈출 수 없었다. 몇 개를 연 후에야 그는 약도성의 상황을 묻기 시작했다.원경릉은 자리에 앉아 약도성에서 있었던 상황을 하나하나 설명했다. 특히 택란이 약도성에서 보여준 대처 방법에 대해 상세히 말했다.그러자 우문호가 매우 놀라며 말했다.“택란이 지진을 예측하고 백성들을 대피시켰다니. 이건 정말 대단한 일이오. 정말 대단하네. 원 선생, 난 택란이 약도성에서 놀기만 했을 줄 알았네. 몰래 이런 큰일을 해내다니.”“택란과 경단은 모두 자네를 위해 무언가를 하고 싶어 하오. 자네가 걱정하지 않도록 말이네. 그래서 자네한테 말하지 않았던 거고. 이게 택란이 자네를 더 사랑한다는 이유요. 자네를 평생 아끼며 짐을 덜어주고 싶어 하오.”우문호는 그녀의 손을 놓고 그녀를 멍하니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원 선생, 갑자기 눈물이 날 것 같소.”원경릉은 그의 팔을 감싸 안으며 웃으며 말했다.“그래, 우시오. 우리 큰 아기 울어도 괜찮네!”우문호는 답답한 표정으로 말했다.“자네가 날 ‘큰 아기’라고 부르니 눈물이 갑자기 멈추네요.”“그럼 울지 말고 어서 앉으시오. 약도성 백성들이 택란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말해주겠소.”원경릉이 그의 팔을 잡아 의자에 앉히고는, 약도성에서 한 달 동안 있었던 일들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우문호는 그녀의 이야기에 몰입하며 감동하였다. 특히 약도성 백성들이 택란을 존경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그는 믿기 어려워했

  • 명의 왕비   제3129화

    우문호는 이 말을 듣고 얼굴빛이 확 어두워지며 깜짝 놀랐다.“청혼? 누가 청혼을 한 것이오? 미친 것이오? 겨우 여덟 살인데! 대체 어떤 정신 나간 사람이 이런 짓을……”그는 너무 충격을 받아 분노가 치밀었다. 겨우 여덟 살인 딸을 누군가 눈독을 들이고, 심지어 청혼까지 했다는 사실에 화가 났다. 그는 그자가 누구인지 알게 되면 반드시 혼쭐을 내겠다고 마음먹었다.원경릉이 그의 손을 잡고 말했다.“이미 택란의 비밀을 다 털어놨으니, 이제 더 이상 나한테 화내면 안 되오.”“말하시오. 용서할 테니 더 말하시오!”우문호는 더 이상 원경릉에게 화를 낼 힘도 없었다. 사실 처음부터 그렇게 심하게 화가 난 것도 아니었고, 복잡한 감정만이 뒤섞여 답답할 뿐이었다.하지만 지금은 그런 감정들도 모두 사라지고, 이 터무니없는 사건이 더 중요해졌다.원경릉은 택란이 금나라에 가서 10만 냥을 얻은 전말을 설명했다. 특히 금나라의 어린 황제가 그녀에게 청혼했다는 이야기도 빠뜨리지 않고 전부 털어놓았다. 단 한 글자도 숨기지 않고 진실만 말했다.우문호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온몸의 털이 곤두섰다.“그건 너무 대담하잖소! 금나라에서 10만 냥을 빼앗았다니? 어찌 이야기가 이렇게 익숙한 것이오? 그래, 기화요! 어찌 스승이 이런 짓을 가르친 것이오? 그리고 그 금나라의 어린 황제는 이제 몇 살이오? 듣자 하니 겨우 열 살이라고……”“열셋이오. 금나라의 진국왕이 그의 권력을 누르려, 일부러 열 살이라고 소문낸 것이오.”우문호는 벌떡 일어나 뒷짐을 지고 방을 빙빙 돌며 어쩔줄 몰라했다. “열다섯이라도 안 되네! 금나라가 북당의 경성에서 얼마나 먼지 알고 있소? 아이가 그곳에 시집가면 1년에 한 번도 못 돌아올 것이네. 북당의 진국 공주를 부인으로 삼겠다니? 허망 된 꿈이요! 꿈!”“아이들의 농일 뿐이요. 진지하게 받아들이면 안 되네.”원경릉이 서둘러 말을 덧붙였다.“농담이라도 안 되네. 황위도 제대로 지키지 못하면서 우리 귀한 딸을 부인으로 삼겠다니? 이런 녀석은 앞

  • 명의 왕비   제3128화

    목여 태감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우문호에게 말했다.“폐하, 공주를 너무 꾸짖지 마십시오. 공주께서는 단지 세상을 경험하고 싶어 한 것 뿐입니다. 큰일도 아니지 않습니까? 안왕과 위왕도 그곳에 있었고, 아무 문제도 생기지 않았잖습니까?”우문호는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그래. 택란이 자네에게는 과자 한 조각을 주었지만, 나한테는 안 주더군.”택란은 그 말을 듣고 재빨리 과자 한 조각을 가져와 아버지의 입가에 가져다 대며 환심을 사려는 목소리로 말했다.“아버지, 드셔 보세요. 이건 그렇게 달지 않은 생강 과자인데, 정말 맛있습니다!”생강 과자의 향기가 코끝을 스쳤다. 딸의 귀엽고 앙증맞은 얼굴을 보니 어떻게 밀쳐낼 수 있겠는가? 화가 난 상태였지만 결국 한입 물었고 생강과 설탕의 맛이 입안에 퍼졌고, 딸의 사랑스러운 미소를 보니 얼굴에 굳었던 표정이 풀어졌다.“나도 먹고 싶은데.”원경릉이 가볍게 웃으며 그의 옆에 앉아 턱을 괴고 물었다.“다섯째야, 맛있느냐?”우문호는 고개를 돌려 그녀를 무시했다. 그녀가 스스로 만든 규정을 어겼으니, 좋은 표정을 지을 마음이 없었다.원경릉이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택란아, 나한테도 한 조각 줘 보거라!”택란은 다시 과자 한 조각을 가져와 엄마의 입가에 가져다주며 더 큰 죄책감을 느꼈다. 이번엔 자신의 엄마까지 곤란하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원경릉은 과자를 먹고 나서 웃으며 말했다.“정말 맛있구나. 다 먹었으니 나가서 좀 자거라. 돌아오는 길에 제대로 못 잤으니.”“예!”택란은 얌전히 대답하고 나머지 과자를 빨리 먹어 치운 뒤 아버지에게 다가가 그를 한 번 안아주었다.“아바마마, 저 먼저 자러 가겠습니다. 깨고 나면 다리 주물러 드릴게요!”우문호는 더 이상 화를 내지 않고 목소리를 가다듬고 말했다. “그래, 어서 가거라.”택란은 목여 태감의 손을 잡고 방을 나섰다. 그녀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엄마를 한 번 돌아보며 아버지가 너무 오래 화를 내지 않기를 바랐다.원경릉은 문을 닫고 탁자 옆에

  • 명의 왕비   제3127화

    기다리고 기다리던 택란이 드디어 경성으로 돌아왔다. 우문호는 소월궁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옆에서 목여 태감이 계속해서 설득했다. 그는 공주가 아직 어리니, 노는 것을 좋아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라 하며, 그저 택란이 다른 어린아이들이 저지를 수 있는 잘못을 한 것뿐이라고 말했다. 목여 태감은 혹시라도 황제가 공주를 꾸짖을까 봐 걱정되어 공주를 감쌌다. 그의 약한 마음은 그런 걸 감당하지 못했다.마침내 택란과 원경릉이 도착했다.우문호는 작은딸이 원경릉의 뒤에 숨어 겁먹은 얼굴로 머리를 살짝 내밀고 자신을 바라보는 모습을 보았다.원경릉이 딸의 손을 꽉 잡고 말했다.“가봐라, 아버지께서 기다리신다.”택란은 고개를 숙이고 아버지 앞으로 다가갔다. 우문호 앞에 서서 조심스럽게 자기 손을 그의 손 위에 올려놓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아바마마, 저 돌아왔습니다.”그러자 우문호는 딸의 손을 잡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뿌리치지도 않았다. 앞에 서 있는 그녀를 보는 눈빛엔 복잡한 감정이 뒤섞여 있었다.“약도성에 얼마나 있었느냐?”택란은 거짓말을 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솔직히 대답했다.“지난번 여름방학 때 집에 돌아온 후 바로 약도성으로 갔어요.”우문호는 큰 충격을 받았다.“모두가 알고 있었으면서, 나만 속였단 말이냐?”택란은 미안한 마음에 아버지를 껴안으며 말했다.“죄송합니다. 앞으로는 안 그러겠습니다!”우문호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원경릉이 다가가 말했다.“아이가 자네 선물을 많이 샀소. 한번 보시게.”“필요 없소!”우문호가 단호하게 말했다. 딸을 뿌리칠 마음은 없지만, 그는 여전히 속았다는 사실에 너무 힘들었다.원경릉도 이 사실을 알고 있었을 텐데, 자신에게 말하지 않았다. 서로 비밀이 없기로 약속했건만, 그 약속이 깨진 것 같아 화가 났다.원경릉은 그의 표정을 보고 더 걱정해야 할 사람이 자기라는 것을 깨달았다.오는 길 내내 택란만 걱정하며 우문호에게 딸을 변호해 주려 했지만, 정작 자신이 그를 속인 사실을 간과하고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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