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 2262화

작가: 유애
우문호의 계획

“낮다고?”

위왕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 산은 절대 눈늑대봉보다 낮지 않아.”

회왕과 제왕은 모두 숨을 멈추고 말했다.

“그게 어떻게 가능해?”

“내가 직접 봤어.”

위왕이 경탄의 눈빛으로 말했다.

제왕이 우문호에게 놀라서 말했다.

“다섯째 형은 믿어?”

우문호는 술잔을 들고 미소를 머금은 채 말했다.

“믿어, 당연히 믿지.”

‘경공이 대단한 게 뭐? 용태후는 다른 사람이 시공을 넘나들게도 하는데.’

모두 우문호가 전에 대주에 가서 경천 섭정왕과 용태후를 만난 걸 알고 있다.

우문호가 믿는다고 하면 분명 진짜다.

왕야들은 시야가 넓어졌구나 생각하며 동경하는 마음으로 기회가 된다면 꼭 한번 그를 알현하고 싶었다.

형제들은 상당히 오랫동안 이렇게 정사 이외의 일로 앉아서 얘기를 나눠본 적이 없어서 금방 술을 다 마셔버렸고, 술기운이 얼큰할 즈음 손왕이 갑자기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

“난 이생에 조용히 소일하며 보내고 다른 건 생각해 본 적도 없는데 아바마마는 늘 내가 포부가 없다, 칠칠치 못하다고 하셨지. 하지만 난 전에 계속 이렇게 무능하게 사는 것도 좋다고 생각했거든, 이제 나라에 여러 일이 터지고 보니 문득 아바마마께서 큰 인물이 되지 못한 날 한스러워 하신 게 이해 돼. 내가 좀더 능력이 있었더라면 다섯째를 좀더 도와줄 수 있었을 텐데. 지금 내가 처음 병부로 와서 도대체 뭐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르고, 뭘 할 수 있는지 모르다니 난 여섯째랑 마찬가지로 무능한 존재야.”

회왕은 처음에 굉장히 감동적으로 듣다가 마지막에 자기 이름이 나오자 순간 어이가 없었다.

“둘째 형, 형이 자기비하하는데 나는 왜 끌어들여요?”

손왕이 회왕을 보고 울상을 지으며 말했다.

“에휴, 난 너만 못해, 넌 그래도 능력 있는 아내라도 있지. 둘째 형수는 나랑 똑같이 칠칠 맞다니까.”

다들 박장대소하면서도 손왕을 달래야 했다.

위왕이 말했다.

“다섯째야, 너 둘째 형을 병부로 보낸 건 무슨 의도야?”

우문호가 기가 차서 말했다.

“있죠, 전 둘째
잠긴 챕터
GoodNovel에서 계속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여 앱을 다운로드하세요

관련 챕터

  • 명의 왕비   제 2263화

    원경릉과 동서모임다들 술을 거의 다 마셨을 즈음 이리 나리가 나타났다. 하지만 이리 나리도 술은 마시지 않고 단지 와서 한 바퀴 돌더니 몇 마디 주고받고는 가버렸다.다음날 정화 군주가 요 부인, 손 왕비, 제 왕비 그리고 회 왕비를 청해 겸사겸사 원경릉도 보자고 황실 별궁에 태상황 폐하께 문안드리러 갔다. 이들은 태상황 폐하 쪽에 문안을 드리고 몇 마디 나눈 후 원경릉을 찾아갔다.원경릉은 마음이 불안한 때 다들 오는 것을 보고 얼른 감정을 정리하고 정화 군주를 맞이했다. “군주 기분이 괜찮아 보이는데 경성에 돌아오니 여전히 익숙하던 가요?”“익숙하죠!” 정화 군주가 원경릉에게 예를 취하고 말했다.“태자비를 뵙습니다.”“서먹서먹하게 왜 그래요!” 원경릉이 예로 답했다.정화가 원경릉의 손을 잡고 마주보더니 감격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예는 됐다고 해도 고맙다는 말은 늘 가슴에 품고 있었어요.”“벌써 고맙다고 했으니 또 고마워할 필요 없어요.” 요 부인이 웃으며 말했다. “됐네, 서로 고맙다고 난리고 귀찮지도 않아? 어서 들어가서 얘기나 하자.”다들 웃고 떠들며 안으로 들어가는데 여자들이 같이 있으니 화제가 끊이지를 않고 원경릉은 마음이 원래 불안했다가 사람들과 얘기를 하다 보니 조금씩 주의가 그쪽으로 옮겨가며 그다지 걱정하지 않게 되었다.미색과 정화 군주는 서로 잘 알지 못하는 사이로 사식이를 시켜 미색에게 별궁을 보여주도록 했다. 명목은 참관하는 거지만 실질적으론 미색이 방어병력 배치를 위해 시찰하는 것이다.사식이가 자연스럽게 상황을 물었는데 담담한 척했지만 마음 속으로는 서일을 걱정하고 있었다.미색이 다독이며 말했다. “너무 걱정하지 마, 안심하고 여기서 태자비 마마를 보필해 드려, 모든 일을 장악하고 있으니까.”“무슨 소식이 있으면 와서 우리한테 알려줘야 해요.” 미색이 알았다고 하고 다시 위로하며 말했다. “그래, 걱정하지 마, 서일은 지금 이미 혼자 몫을 담당하고 있으니 틀림없이 이번 일을 겪고 위로 발탁될

  • 명의 왕비   제 2264화

    안왕부를 찾아온 적귀비원경릉이 웃으며 말했다.“그래, 그런 말 안 할 게, 가봐.”미색이 별궁을 떠나 먼저 회왕부로 돌아가 한 바퀴 돌고는 아무도 따라오는 사람이 없는 걸 확인하고 입궁했다.회왕이 정사에 참여하지 않기 때문에 독고 사람은 그들 부부에게 크게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 이는 미색을 업신여긴 게 아니라 늑대파만 감시하면 충분하기 때문으로 안타까운 건 늑대파도 제대로 감시하지 못하는 게 늑대파 사람은 신출귀몰하기 때문으로 특히 이리 나리는 더했다.이리 나리는 얼핏 보기에 저택에서 나오지 않는 것 같지만 어젯밤 불현듯 초왕부에 나타났는데 이리 저택을 감시하던 사람은 이리 나리가 언제 나갔는지도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그래서 늑대파 사람 전체를 감시하지 않고 단지 핵심 인물만 감시하기로 했다.미색이 입궁해서 적 귀비를 찾아가 안 왕비와 안지가 납치된 일을 얘기하자 귀비가 대경실색해서 심장이 입밖으로 튀어나올 듯 했다. 이때 미색이 귀비가 침착하지 못하면 아무도 안 왕비와 귀비의 손녀를 도울 수 없다고 경고했다.적 귀비는 바로 냉정을 되찾더니 미색이 얘기하는 대로 안왕부에 가서 물건을 가져오기로 했다.다음날, 적 귀비는 황제에게 출궁 교지를 내려줄 것을 청했다. 귀비가 안왕부에 왔다는 통보를 받고 안왕이 직접 나와 맞이하는데 아공도 따라와 같이 예를 올렸다.미색이 안왕 곁에 첩자가 있다는 걸 알려줘서 적 귀비는 화를 누르고 담담하게 아공을 흘끔 보더니 시선을 돌려 안왕에게 말했다. “안지를 보러 왔네.”안왕이 약간 고민하더니 말했다. “그게 마침 왕비가 안지를 데리고 친정에 갔습니다.”“친정에 갔다고?” 적 귀비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거 참 하필이면, 오늘 돌아오니? 아니면 내가 걔들을 기다릴까?”“며칠 못 올 듯 싶은데 왕비와 딸이 돌아오면 소자가 안지를 데리고 입궁해 어마마마를 뵈러 가겠습니다.” 안왕이 바로 적 귀비를 돌려보낼 태세다.적 귀비는 사람들을 데리고 안으로 들어가며 말했다. “그럼 여기서 이틀간

  • 명의 왕비   제 2265화

    태풍 전의 고요적 귀비가 안왕부를 떠난 뒤 바로 사람을 시켜 목도리를 회왕부로 보냈다.미색이 바로 초왕부로 가서 다바오에게 목도리 냄새를 맡게 하고 호국사로 갔다.서일 쪽에서 감시하고 있던 조광방도 소식이 있어 몰래 뒤져보니 적지 않은 약상인이 찾아와 의사를 타진했다. 이것을 통해 그가 대량으로 약을 구매한 배후 인물인 것을 증명할 수 있으나 서일도 조사해 보니 이 약점포는 매년 버는 은자가 몇백 냥 수준이라 이렇게 많은 약을 대량으로 구매하는 건 불가능하다. 더 조사해 보니 그와 강남의 거상이 밀접하게 왕래하고 있음을 발견했다.즉 조광방은 수뇌가 아니라 독고의 첩자 중 피라미에 불과했다.안 왕비를 숨긴 곳을 찾기 위해 우문호는 두 갈래로 나눠 미색이 이쪽에서 대대적으로 찾고, 서일이 저쪽에서 몰래 조사하는 방식을 택했다.실마리를 하나라도 더 늘리기 위해 구사를 데리고 홍엽을 찾아가자 홍엽이 그림 하나를 주는데 첩자가 안 왕비를 숨겨둘 가능성이 있는 곳을 표시한 것으로 말했다. “산꼭대기를 제외하고 가장 가능성 있는 건 민가로 빈민가일 가능성이 있고 회왕비는 호국사로 갔는데 호국사일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이 그곳은 이미 노출돼서 그들이 사람을 그곳에 가둘 리 없어요. 빈민가 쪽을 찾아보죠.”우문호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고 말했다. “서일이 이미 주변에 많은 사람을 잠복시켜 뒀으니 만약 빈민가에 있다면 곧 소식이 있을 겁니다.”“안왕 전하는 왜 조굉방을 주목하는 거죠? 배후에서 약초를 운용했지만 안 왕비 마마와 아가 군주를 납치한 일과는 무관한데요.” 구사가 말했다홍엽이 고개를 흔들며, “그게 아니죠. 그가 약초 일에 관여했다고 해서 다른 걸 하지 않았다는 걸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그 집사가 안 왕비를 우선 조굉방의 약상점에 데리고 간 것이 그가 보낸 게 아닐까 의심하고 있습니다.”구사는 아직도 이해를 못하고 말했다. “그럼 안왕 전하는 어째서 조굉방을 알고 있는 거죠? 안 왕비 마마께서 납치당하셨을 때 안왕 전하는 궁에 계셨습니다.

  • 명의 왕비   제 2266화

    적중양을 거두러 온 적위명적중양의 장례는 적씨 집안도 주씨 집안도 관여하지 않았지만 주씨 집안에서 요양하고 있는 적위명에게 알려 적위명이 전면으로 나서 이 일을 처리했다.적위명이 경조부에 나타났을 때 제왕이 직접 맞이했다.적위명은 많이 늙어서 머리는 백발이 되었고 눈가에 주름이 자글자글한데 특히 눈을 가늘게 뜨고 제왕을 볼 때 날카로운 빛은 사라지고 노쇠함만이 드러날 뿐이었다.적중양의 시체는 석회로 덮었으나 이미 냄새가 나기 시작해 장지로 이동하는데 아직 입관하기 전이라 나무 침상에 뉘어 놓고 제왕이 사람을 시켜 새 이불을 덮어주게 하니 그렇게 초라하지만은 않았다.시체를 검시해야 해서 적위명이 직접 장지에 가기로 하고 제왕이 직접 적위명을 모시고 갔다.나서는 순간 마침 우문호가 경조부로 들어오다가 적위명을 보고 마음속으로 조금 놀랐다. ‘어떻게 이렇게 확 늙을 수가 있지?’적위명이 우문호를 흘끔 보더니 바짝 마른 입가를 삐죽거리며, “태자 전하는 소신을 못 알아보시겠습니까?”이 목소리조차 늙어서 비꼬는 게 눈에 훤했다.“어찌 모를 수가 있습니까? 하지만 좀 연세가 들어 보이시는군요. 사람은 다 늙는 법이니까요.”적위명이 허리를 곧게 펴기 위해 애를 쓰며 근근이 남은 존엄을 유지하며 한 걸음씩 걸어나갔다.우문호가 제왕을 불러 말했다.“적중양의 시신을 수습하러 왔나?”“맞아요, 분명 주국공 쪽에서 알려서 온 걸 겁니다. 들어오자마자 얼마나 놀랐던지. 어떻게 이렇게 될 수가 있죠?”“네가 직접 갈 필요 없어, 다른 사람을 시켜 모시고 가라고 해.”“괜찮아요, 제가 다녀오죠. 적중양도 꽤 불쌍하고.”“사람을 좀 더 데리고 가.” 우문호는 제왕이 적중양을 동정하는 걸 알고 차마 말리지 못했다.“알았어요. 형이 특별히 다 오고 무슨 일이에요?” “별 일 아냐, 좀 조사할 게 있어서. 가봐 일찍 다녀오고, 마음에 오래 걸렸던 일이니 얼른 해결해서 마음의 짐을 덜어야지.”“적중양이란 자는 참 가여워요, 사람이 죽었는데 적씨 집안은 죄를

  • 명의 왕비   제 2267화

    관이 없는 시체제왕과 적위명이 장지에 도착하자 장지를 지키던 노인이 제왕도 적위명도 알아보지 못했으나 두 사람의 상당히 부귀한 차림으로 수종들을 데리고 오는 것을 보고 얼른 문 어귀에 향을 피우고 두 사람을 안으로 맞아들였다.적중양의 시신이 안에 놓였는데 관아에서 각별히 신경 써서 나무 침대 아래 향이 끊이지 않고 종이 노잣돈도 뿌려 두었는데 노잣돈이 어지러이 흩어져 진흙이 잔뜩 뭍은 모습이 처량하기 그지없다.장지는 불빛이 희미해 등을 켜도 제대로 보이지 않고 노인이 이불을 젖혀봤으나 적중양 얼굴에도 석회가 뿌려 있는데다 잘 보지도 않았다. “나리, 확인해 보시지요. 착오가 있는지.”적위명이 시체 머리맡에 서서 내려다보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응, 맞네.”노인이 놀라며 말했다.“자세히 안 보십니까?”적위명이 뒤를 돌며 말했다. “볼 필요 없어, 자식을 먼저 앞세워 보내는 게 가장 큰 고통이거늘 자세히 볼 수가 없네.”아픔이 절절한 목소리나 얼굴에는 아무런 변화 없이 극도로 참고 있다.노인이 말했다. “그럼 그렇게 하지요. 착오가 없음을 확인하셨으면 일단 입관하게 관을 가져올까요?”적위명이 담담하게 말했다. “그럴 필요 없네, 이 이불로 싸서 들고 갈 사람이 있네.”제왕은 좀 의외였다. “관 준비 안 하셨습니까? 안장을 하는 김에 여기서 우선 입관하고 관에 못은 박지 않은 채 돌아가서 다시 화장을 한 뒤……”제왕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적위명이 냉랭하게 말했다. “왕야 마음 쓰지 마세요. 이렇게 싸서 가면 됩니다. 태자 전하를 찔렀으니 대역 죄인인데 이불로 시체를 감싸는 것만으로도 이미 복에 겨운 지경입니다.”노인은 그제야 제왕의 신분을 파악했으나 시체를 확인하고 관을 가져오지 않은 채 이렇게 둘둘 싸서 가는 경우는 처음이다. 이렇게 부귀한 차림인데 말이다.노인은 감히 묻지 못하고 앞으로 나와 이불로 잘 감싸자 적위명이 사람을 들게 하더니 말했다. “가지고 돌아가라.”두 사람이 와서 적중양의 시체를 멨는데 석회가

  • 명의 왕비   제 2268화

    적위명의 이상한 행동제왕이 말했다. “제가 보기에도 매정한 게 아닌 게 굉장히 슬픔을 억누르며 사람들에게 비난받을까 봐 걱정하는 게 아닐까 해요. 어쨌든 적중양이 형을 살해하려 했고, 적씨 집안이 지금 남의 비난을 감당 못할 상태라 이불로 싸간 거죠. 적위명도 낙심이 큰지 갈 때 마지막 길에 향도 사르지 않고 장지의 노인에게 수고비도 안 주길래 제가 은조각을 줬어요.”우문호가 앉으며 말했다. “마지막 길 향도 안 피웠단 말이지?”“그러니까요? 넋을 잃고 그냥 가버리더라고요.” 우문호는 봉황 같은 눈을 가늘게 떴다. 만약 적위명이 젊은 사람이면 법도를 몰랐다고 이해할 수 있지만 산전수전 다 겪은 사람이 모를 리가 있나? 밖에서 처참하게 객사한 사람 시체를 받아가는데 어떻게 향 하나 안 피워줄 수가 있지? 적중양은 자신의 친아들인데 이렇게 경시해 온 건 아니겠지?“형, 무슨 생각하는데요?” 제왕이 우문호를 보고 정신을 차리고 물었다.우문호가 반문하며 말했다. “그거 말고 적위명한테서 이상한 점이 또 있었어?”“이상한 점?” 제왕은 생각해 보더니 말했다. “좀 늙어서 걸음이 비틀거리는 거 말고 이상한 건 없었는데, 여전히 전처럼 교만했지 않아요? 이 마당에 여전히 황제의 장인 인 척하는 거 아닐까요?”“적위명한테서 약 냄새 맡을 수 있었어?” 우문호가 갑자기 대문 입구에서 그와 마주쳤을 때를 생각해 내고, 몸에서 약초 냄새를 거의 맡지 못했던 게 생각났다.제왕이 고개를 흔들고 말했다. “신경 안 썼는데요, 하지만 아마 없었을 거예요. 전 코가 민감하고 특히 약초 냄새엔 더 예민한데 못 느꼈어요. 아마 안난 게 틀림없어요……맞다. 적위명은 병을 얻어 별장에서 요양하고 있는 거 아니었나요? 어떻게 약을 먹을 필요가 없는 거죠?”“적위명이 지금 어디 있지?”“만장가(萬丈街) 58호요. 거긴 적씨 집안의 부동산이지만 당시 회수되지 않은 곳으로 엄밀히 따지면 적 부인 혼수거든요.”제왕은 우문호가 계속 묻는 게 이상해서 말했다. “적위

  • 명의 왕비   제 2269화

    다바오와 조굉방우문호는 경조부를 떠나 주국공 저택으로 갔다.주국공과 반 시진쯤 얘기를 나누고 떠났는데 우문호가 간 뒤 주국공은 사람을 보내 관을 사서 만장가로 보냈다.이 일을 한 사람은 주국공의 심복으로 그 심복이 관을 보낸 뒤 적위명에게 장례를 잘 치르기 바란다는 주국공의 마음을 전했다.하지만 적위명은 단칼에 거절하며 일을 크게 만들 필요 없이 대충 매장하면 된다고 했다.적위명은 이 일을 최대한 빨리 마무리 지어 지나가기를 바라고 있으며, 다시는 속세의 시끄러운 일에 휘말리고 싶지 않다며 그저 별장에서 조용히 요양하고 싶다고 했다.주국공의 심복이 적위명의 말을 주국공에게 보고하고, 주국공은 물론 우문호에게 알렸다. 우문호가 자세히 듣더니 제왕에게 오라고 해서 물었는데, 원래 제왕이 주국공을 청한 이래 매일 사람을 보내 적위명에서 한 번씩 물어보고, 더는 적위명을 재촉할 방법이 없었는데 나중에 갑자기 나타나서 적중양의 시신을 수습한 것이다.그게 더 이상했다.적위명이 자기 아들의 시신을 수습하는 건 지극히 일반적인 일로 적위명은 적씨 집안의 다른 사람들처럼 자신에게 화가 미칠까 두려워하지 않았는데 왜 아무리 청해도 이 일을 하러 오지 않았을까? 원래 하기 싫은 일이었나 아니면 하기 불편한 일이었나? 만약 하기 싫거나 불편한 일이면 자신이 직접 나설 필요 없는데 적위명이 직접 시체를 받으러 왔다.정말 이해하기 힘든 행동이다.예전이라면 우문호는 이 일을 심사숙고했을 게 틀림없지만 지금의 적씨 집안은 이미 그런 위협적인 존재가 아니다.하지만 이런 중차대한 시점에 조금의 착오도 용납할 수 없고, 독고의 첩자가 경성에 쫙 깔린 마당이라 더욱 잘 살피지 않을 수 없다.바로 이때 미색과 다바오 쪽에 소식이 있었는데 청란대가 쪽에서 뭔가 발견했다는 것이다.청란대가는 황궁으로 들어갈 때 반드시 지나는 길로 양쪽 모두 고급 점포들로 대부분 보석과 비단, 화장품 등을 판다.다바오가 몇 번이나 청란대가에서 머뭇거리며 가지 않고 특히 12호와 15호 사

  • 명의 왕비   제 2270화

    망설임서일은 미행 기술이 좋아서 발견되지 않고 조굉방을 따라 근교 촌락까지 따라갔다. 조굉방이 마을로 들어선 뒤 바로 어떤 큰 저택으로 갔는데 서일이 가서 살펴보고자 했으나 저택 지붕에 사람이 감시하고 있는 것을 보고 적에게 발각될까 두려워 밖에 숨어있었다.서일은 이 집 안에서 아가의 울음소리가 들려와 놀라서 안 왕비가 여기 감금되어 있는 건 아닌지 은밀하게 벽에 붙어 두어 바퀴를 돌아봤으나 울음소리가 있다가 없다가 하고 아이의 울음소리가 거기서 거기인지라, 안지의 울음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는 서일은 구별할 방법이 없었다.이때 갑자기 여인의 날카로운 비명이 들렸는데 이 소리는 안 왕비 소리와 매우 비슷해서 서일은 긴장으로 손에 땀이 난 채로 잠입하려다 지붕의 시선을 피할 방법이 없고 저들이 순찰을 도는 발걸음 소리를 들어보니 내공의 고수들로 경공이 상당했다.서일은 안에 도대체 몇 명이 있는지 판단이 서지 않아 함부로 행동하지 못하고, 날카로운 비명도 다시는 나지 않은 채 아가의 울음소리만 다시 울렸다.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또다시 어지러운 소리가 들리는데 벽으로 둘러쳐져 있어 잘 들리지 않고 누군가 화를 내고 끌고 가는 것 같다.서일은 꾹 참고 움직이지 않으며 조굉방이 안에서 나올 때를 기다려 몰래 담벼락 뒤에 숨어서 보니 조굉방이 사람들에게 명령하길 반드시 잘 지키고 결코 실수는 용납되지 않는다고 했다.서일은 한층 더 안 왕비와 아가 군주 안지가 안에 있다고 단정하고 조굉방이 나왔을 때 따라왔다.돌아와 우문호에게 보고하자 우문호가 서일에게 일단 성급하게 나서지 말라고 하고 사람을 마을로 보내 상황을 보고 다시 얘기하기로 했다.우문호는 소홍천 사람들에게 부근에 물어보게 했는데 촌민들에게 묻는 데는 역시 여자들이 나서는 편이 낫다. 우문호는 서일에게 한번 더 가서 그 저택이 도대체 누구 것인지 살펴보도록 했다.서일이 경조부 호적에서 찾아보고 이 저택은 원래 우문군의 부동산이었고 나중에 어떤 상인에게 팔았는데 그 상인은 이미 경성을

최신 챕터

  • 명의 왕비   제3135화

    원경릉은 추 할머니와 함께 산책을 마치고 돌아온 뒤, 이리 나리를 몰래 끌고 나가 조용히 물었다.“왕비께 자녀가 있습니까?”그러자 이리 나리가 되물었다. “예이와 진이를 말하는 것이냐?”원경릉이 재빨리 고개를 끄덕였다.“네, 예이와 진이입니다. 그들은 지금 어디 있습니까?”“북당에는 없다. 하지만 스승님께서 이미 추 마마를 보러 오라고 하셨다는구나.”추 할머니와 왕비가 같은 세대 사람이였기 때문에 이리 나리는 항상 추 할머니를 마마라고 불렀다.“그들이 돌아온다니… 정말입니까?”원경릉은 순간 이유 모를 흥분을 느꼈다. 그들에게 자녀가 있다는 것을 몰랐을 때, 북당이 그들을 제대로 대우해 주지 않아, 아이를 낳지 못하게 한 줄 알았다. 하지만 이제 그들에게 자녀가 있다는 말을 들으니 정말 기뻤다.“그래. 돌아올지 말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돌아올 것 같다고 생각한다. 사부님이 명을 내렸으니, 감히 거역하지 못할 것이다.”“한번 만나보고 싶습니다. 아마 다섯째도 만나고 싶을 것입니다. 어찌 그들은 친왕과 왕비의 곁에서 지내지 않는 것입니까?”“상황을 대충 알고 있지 않느냐? 사부님께서 한때 황태자가 될 뻔하셨다. 그래서 그들은 모습을 드러내고 싶어 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무상황도 장인어른께서도 황위에서 물러나 다섯째가 황제가 되었다. 상황이 변했으니, 그들도 이제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혹시 그들이 너무 조심스러웠던 건 아닙니까? 굳이 그렇게까지는 안 해도 될 것입니다.”원경릉이 답했다.이리 나리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어쩌면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주 작은 위험이라도 있을 수 없다. 작은 일이 큰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 그러니 조정에 폐를 끼칠 수 있는 일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그동안 일이 참 많지 않았냐?”원경릉은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나라에 수많은 문제가 쌓여 있어 몇십 년 동안도 해결되지 않았으니, 굳이 더 많은 문제를 만들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자세히 생각하니, 북당이 그들에게 빚진 것이 참 많은

  • 명의 왕비   제3134화

    하지만 원경릉은 거절했다. 모두가 시중을 들지 않는데, 그녀만 시중을 데리고 오면 괜히 특별한 척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황후라는 신분도 숙왕부 사람들 눈에는 단지 어린아이처럼 보일 뿐이었다.그녀는 짐을 다 챙긴 후, 계란에게 아버지를 잘 돌보라고 당부하곤, 서일의 보호를 받으며 궁을 나섰다.그러자 사식이는 한숨을 쉬었다. 이제 막 궁에 왔는데, 원경릉이 다시 나가버리니 앞으로 심심한 나날을 보내야 할 자신이 걱정됐기 때문이다. 원경릉이 숙왕부에 도착했을 때, 이리 나리 부부도 추선을 방문하기 위해 와 있었다.이리 나리도 추선과 정이 깊은 사이었다. 공주는 원경릉에게 이리 나리가 어렸을 때부터 왕비가 키웠다고 말해 주었다. 처음에는 왕비가 아이를 키우는 법을 모르기에 대부분 추할머니가 그를 돌보았는데, 나중에 무예를 배우기 시작했을 때도 추할머니 덕분에 엄한 왕비 곁에서 고생을 조금 덜 할 수 있었다고 했다. 원경릉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렇군요. 왕비께서 아이를 낳지 않으셨으니, 아이를 키우는 게 익숙하지 않으셨겠지요.""듣자 하니, 왕비께서 아들과 딸을 한 명씩 낳으셨다고 하네. 열몇 살에 어디론가 보내셨다네. 어디로 갔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리도 그들을 몇 번 보지 못했다고 하더군.""왕비께서 아이를 낳으셨다니요?"원경릉이 살짝 놀란듯 물었다."저는 아이를 데려다 키웠다고 들었습니다. 예전에 보친왕..."공주는 손을 저으며 말했다."아니네. 정말 아니네. 왕비께서 직접 낳으신 아들딸이네. 쌍둥이고, 나리보다 훨씬 나이가 많네.""그렇습니까?"원경릉은 믿기 어렵다는 표정을 지었다. 과거 왕비 부부가 은거하고 지낸 탓에 자녀를 보지 못한 것이 이해는 되었지만, 최근 몇 년간 그들은 경성에 머물러 있었고, 자녀들이 찾아왔다는 이야기는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 관계가 아무리 나빠도 몇 년 동안 부모를 찾아오지 않을 수는 없을 텐데. 혹시나 부모와 자식 간에 어떤 갈등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심 되었다. "그렇네. 나리가

  • 명의 왕비   제3133화

    추선의 방에서 나온 원경릉은 청우헌으로 가서 세 거두와 이야기를 나누고 혈압까지 재주었다.그녀는 그들의 말에서 추선의 정체를 알게 되었다. 그녀의 이름은 추선으로, 왕비의 옛 시녀였다. 그러나 가장 힘든 시절에 추선은 왕비와 왕부를 떠나지 않았고, 줄곧 평남왕 우문극을 돌봐왔다고 했다.그리고 그 두 명의 첩인 운 마마와 몽 마마는 실제로 왕비의 첩이라고 했다. 대체 왜 왕비의 첩이 되었는지 명확히 설명하지는 않았지만, 그들이 두 사람을 알게 되었을 때부터 그녀들은 이미 왕비의 첩으로 불렸다.세 거두는 추선의 병세를 물었다. 원경릉이 악성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하자 충격을 받았다.현대에 다녀온 경험이 있는 그들은 ‘악성’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그들의 얼굴에 한순간 무거운 분위기가 감돌아, 원경릉이 의아해하며 물었다.“왕비의 시녀라 하셨는데, 잘 아시는 것입니까?”무상황이 말했다.“숙왕부에서는 누구의 시녀인지 따로 구분하지 않았다. 나중에는 매미도 시녀를 그만두고, 모두와 함께 고생했다. 평생 혼인도 하지 않고.”“매미요?”“네가 말하는 추선이다.”원경릉은 웃음이 터질 뻔했다.추선의 이름을 매미로 부르는 것도 어찌 보면 이해가 가는 일이었다.추선이 큰 병에 걸렸다는 소식은 숙왕부 전체에 퍼졌고, 많은 사람이 원경릉에게 그녀의 병세를 물었다.원경릉은 검은 옷을 입은 노인들이 그렇게 침통한 표정을 짓는 것도, 누군가를 이렇게 걱정하는 모습도 처음 보았다. 평소 그들은 늘 차가운 태도를 보였고, 유일하게 열정을 보일 때는 식사 시간뿐이었으니 말이다.그날, 원경릉은 숙왕부에서 함께 저녁 식사를 했다. 숙왕부의 식사 방식은 한 사람이 큰 사발 하나씩 받는 것이었다. 이날 집안사람들은 음식에 거의 손을 대지 않아, 남긴 음식이 가득했다.이런 일은 전례가 없었다.원경릉은 이로부터 추선이 그들 마음속에서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 알게 되었다. 소요공에 따르면, 과거 추선은 적성루에서 음식을 배분하는 일을 맡았다고 했다. 고기를 얼마나 줄

  • 명의 왕비   제3132화

    “이전에 무슨 큰 병을 앓았습니까?”원경릉이 물었다.“폐결핵이었네. 의원을 불러 치료했지만, 몇 년 동안 건강이 계속 좋지 않았네.”왕비가 대답했다.“치료했던 의원의 능력이 뛰어났겠습니다. 누구였습니까?”“주진이요.”왕비가 말했다.주진의 이름을 들으니, 원경릉은 그녀가 왕비와 오랜 세월을 함께해온 자라는 것을 확신했다.원경릉은 초능력을 사용해 노파의 폐 상태를 감지했다. 결절과 섬유화가 있었고, 심지어 종양으로 의심되는 덩어리도 발견했다. 나이가 많아,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 많지 않았고, 우선 약물을 통해 상태를 지켜보기로 했다.그저 악성이 아니길 바라며 기도할 뿐이었다.우선 링거를 놓고 산소를 공급하며, 스테로이드를 사용해 기관지를 확장해 그녀가 조금 더 편하게 호흡할 수 있도록 했다.약물을 사용하자 노파의 안색이 서서히 나아졌고, 호흡도 훨씬 수월해졌다.그러자 노파가 감사의 말을 전했다.“이렇게 숨을 쉬어본 게 정말 오랜만인 것 같습니다…”치료가 진행되는 동안, 두 명의 나이 든 여성이 방을 드나들었다. 다들 원경릉이 본 적이 없는 사람이었기에, 왕비가 그녀들을 소개해주었다.“모두 수년간 나와 함께해온 사람들이네.”그러고는 잠시 망설이더니 말을 덧붙였다.“내 첩들이네.”그러자 원경릉은 자신이 잘못 들은건 아닌지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녀의 첩인지 아니면 왕의 첩인지 궁금했지만, 차마 질문하기엔 입이 쉽게 열어지지가 않았다.잠시 후, 원경릉이 침대에 누워 있는 환자를 가리키며 물었다.“그럼, 이분은요?”“날 처음 모신 사람이네. 이름은 추선이야. 수십 년 동안 대부분 평남왕부에서 평남왕을 돌보며 지냈네.”왕비가 그녀의 물음에 답했다.원경릉은 이해했다. 그들은 정말 이곳에 정착하려는 것 같았다. 그래서 예전에 함께 지내던 사람들을 하나씩 데려와 함께 여생을 보내려는 것이었다.젊은 시절 함께 했던 사람들이니, 나이가 들어도 서로 곁에 머물고 싶어 했다.왕비는 원경릉과 함께 밖으로 나와 진지하게 말했다.“심각하다는 건

  • 명의 왕비   제3131화

    다섯째는 갑자기 마음이 불안해졌다.아이가 혼인을 올리지 않고 곁에 머무는 건 분명 기쁜 일이었고 효심이 있는 일이었지만 평생 결혼하지 않는다면 얼마나 외로울지 상상도 가지 않았다. 만약 자기와 원경릉이 저세상으로 떠난다면, 그녀가 혼자 어떻게 지낼 수 있을까 싶었다.그렇다고 해서 혼사를 허락하자니, 세상에 과연 걸맞은 사내가 있을지 걱정되었다.택란을 그녀보다 못 한 사내에게 보내는 건 그녀에게 너무 큰 희생이다.다섯째가 갈등하는 것 같자 원경릉이 웃으며 그를 다독였다.“택란은 이제 여덟 살이네. 너무 앞서 생각하지 마오.”다섯째가 그녀를 흘깃 쳐다보며 말했다.“자네는 모르네. 시간이 정말 순식간에 흘러가네. 벌써 여덟 살이니, 7년만 지나면 성인이 되오.”그는 시간이 조금만 천천히 흘렀으면 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두는 게 좋소. 너무 멀리 내다봐도 소용없네.”원경릉은 그의 손을 잡고 살며시 깍지를 꼈다.“아이도 운명과 행복을 찾을 수 있을 것이오. 만약 언젠가 자네만큼 훌륭한 남자를 만난다면, 그와 혼사를 해도 나쁠 게 없지 않겠소?”“그런 남자는 있을 리 없소!”우문호는 세상에 둘도 없는 사람이었다.하지만 이런 칭찬해도 우문호는 여전히 복잡해 보였기에, 원경릉은 자신이 그를 걱정하게 만든 것 같아 후회했다. 하지만 자신이 말하지 않아도 그가 이런 생각을 하지 않을 리 없었다.택란이 태어난 날부터 우문호에게는 새로운 적이 생겼다. 바로 택란과 혼인할 상대였다.그 적이 누구인지, 어디에 있는지 몰랐지만, 그는 여전히 미워하고 있었다.더구나 금나라의 어린 황제가 혼사를 직접 언급했으니, 이제 그 적은 실체가 생겼고, 이에 따라 그는 한동안 신경을 곤두세우게 되었다.그 후 며칠간 택란은 매우 순진하고 착하게 행동했다. 아버지가 시간이 날 때마다 곁에 머물며 대화를 나누고, 놀고, 책을 읽고, 글씨를 쓰며 시간을 보냈다.어린 나이임에도 이미 아부하는 법을 터득해, 다섯째의 마음을 부드럽게 만들어 더 이상 화낼 수 없게 했다.다

  • 명의 왕비   제3130화

    ”이제 화가 풀린 것이오?”원경릉이 웃으며 물었다.“화 풀렸네. 하지만 금나라의 어린 황제는 조심해야 하오. 어린 자식이, 정말 너무하오!”우문호는 선물을 하나 열었다. 안에는 알록달록한 도자기로 만든 정교한 인형이 있었는데, 머리카락까지 생생하게 표현되어 있었다. 그는 미소를 멈출 수 없었다.“이 도자기 인형, 정말 우리 딸을 닮았구나. 예쁘오!”“내가 산 것이오!”원경릉이 질투라도 난듯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자네가 산 것이니 더 좋소. 아주 좋아!”우문호는 선물을 하나씩 열어보며 웃음을 멈출 수 없었다. 몇 개를 연 후에야 그는 약도성의 상황을 묻기 시작했다.원경릉은 자리에 앉아 약도성에서 있었던 상황을 하나하나 설명했다. 특히 택란이 약도성에서 보여준 대처 방법에 대해 상세히 말했다.그러자 우문호가 매우 놀라며 말했다.“택란이 지진을 예측하고 백성들을 대피시켰다니. 이건 정말 대단한 일이오. 정말 대단하네. 원 선생, 난 택란이 약도성에서 놀기만 했을 줄 알았네. 몰래 이런 큰일을 해내다니.”“택란과 경단은 모두 자네를 위해 무언가를 하고 싶어 하오. 자네가 걱정하지 않도록 말이네. 그래서 자네한테 말하지 않았던 거고. 이게 택란이 자네를 더 사랑한다는 이유요. 자네를 평생 아끼며 짐을 덜어주고 싶어 하오.”우문호는 그녀의 손을 놓고 그녀를 멍하니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원 선생, 갑자기 눈물이 날 것 같소.”원경릉은 그의 팔을 감싸 안으며 웃으며 말했다.“그래, 우시오. 우리 큰 아기 울어도 괜찮네!”우문호는 답답한 표정으로 말했다.“자네가 날 ‘큰 아기’라고 부르니 눈물이 갑자기 멈추네요.”“그럼 울지 말고 어서 앉으시오. 약도성 백성들이 택란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말해주겠소.”원경릉이 그의 팔을 잡아 의자에 앉히고는, 약도성에서 한 달 동안 있었던 일들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우문호는 그녀의 이야기에 몰입하며 감동하였다. 특히 약도성 백성들이 택란을 존경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그는 믿기 어려워했

  • 명의 왕비   제3129화

    우문호는 이 말을 듣고 얼굴빛이 확 어두워지며 깜짝 놀랐다.“청혼? 누가 청혼을 한 것이오? 미친 것이오? 겨우 여덟 살인데! 대체 어떤 정신 나간 사람이 이런 짓을……”그는 너무 충격을 받아 분노가 치밀었다. 겨우 여덟 살인 딸을 누군가 눈독을 들이고, 심지어 청혼까지 했다는 사실에 화가 났다. 그는 그자가 누구인지 알게 되면 반드시 혼쭐을 내겠다고 마음먹었다.원경릉이 그의 손을 잡고 말했다.“이미 택란의 비밀을 다 털어놨으니, 이제 더 이상 나한테 화내면 안 되오.”“말하시오. 용서할 테니 더 말하시오!”우문호는 더 이상 원경릉에게 화를 낼 힘도 없었다. 사실 처음부터 그렇게 심하게 화가 난 것도 아니었고, 복잡한 감정만이 뒤섞여 답답할 뿐이었다.하지만 지금은 그런 감정들도 모두 사라지고, 이 터무니없는 사건이 더 중요해졌다.원경릉은 택란이 금나라에 가서 10만 냥을 얻은 전말을 설명했다. 특히 금나라의 어린 황제가 그녀에게 청혼했다는 이야기도 빠뜨리지 않고 전부 털어놓았다. 단 한 글자도 숨기지 않고 진실만 말했다.우문호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온몸의 털이 곤두섰다.“그건 너무 대담하잖소! 금나라에서 10만 냥을 빼앗았다니? 어찌 이야기가 이렇게 익숙한 것이오? 그래, 기화요! 어찌 스승이 이런 짓을 가르친 것이오? 그리고 그 금나라의 어린 황제는 이제 몇 살이오? 듣자 하니 겨우 열 살이라고……”“열셋이오. 금나라의 진국왕이 그의 권력을 누르려, 일부러 열 살이라고 소문낸 것이오.”우문호는 벌떡 일어나 뒷짐을 지고 방을 빙빙 돌며 어쩔줄 몰라했다. “열다섯이라도 안 되네! 금나라가 북당의 경성에서 얼마나 먼지 알고 있소? 아이가 그곳에 시집가면 1년에 한 번도 못 돌아올 것이네. 북당의 진국 공주를 부인으로 삼겠다니? 허망 된 꿈이요! 꿈!”“아이들의 농일 뿐이요. 진지하게 받아들이면 안 되네.”원경릉이 서둘러 말을 덧붙였다.“농담이라도 안 되네. 황위도 제대로 지키지 못하면서 우리 귀한 딸을 부인으로 삼겠다니? 이런 녀석은 앞

  • 명의 왕비   제3128화

    목여 태감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우문호에게 말했다.“폐하, 공주를 너무 꾸짖지 마십시오. 공주께서는 단지 세상을 경험하고 싶어 한 것 뿐입니다. 큰일도 아니지 않습니까? 안왕과 위왕도 그곳에 있었고, 아무 문제도 생기지 않았잖습니까?”우문호는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그래. 택란이 자네에게는 과자 한 조각을 주었지만, 나한테는 안 주더군.”택란은 그 말을 듣고 재빨리 과자 한 조각을 가져와 아버지의 입가에 가져다 대며 환심을 사려는 목소리로 말했다.“아버지, 드셔 보세요. 이건 그렇게 달지 않은 생강 과자인데, 정말 맛있습니다!”생강 과자의 향기가 코끝을 스쳤다. 딸의 귀엽고 앙증맞은 얼굴을 보니 어떻게 밀쳐낼 수 있겠는가? 화가 난 상태였지만 결국 한입 물었고 생강과 설탕의 맛이 입안에 퍼졌고, 딸의 사랑스러운 미소를 보니 얼굴에 굳었던 표정이 풀어졌다.“나도 먹고 싶은데.”원경릉이 가볍게 웃으며 그의 옆에 앉아 턱을 괴고 물었다.“다섯째야, 맛있느냐?”우문호는 고개를 돌려 그녀를 무시했다. 그녀가 스스로 만든 규정을 어겼으니, 좋은 표정을 지을 마음이 없었다.원경릉이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택란아, 나한테도 한 조각 줘 보거라!”택란은 다시 과자 한 조각을 가져와 엄마의 입가에 가져다주며 더 큰 죄책감을 느꼈다. 이번엔 자신의 엄마까지 곤란하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원경릉은 과자를 먹고 나서 웃으며 말했다.“정말 맛있구나. 다 먹었으니 나가서 좀 자거라. 돌아오는 길에 제대로 못 잤으니.”“예!”택란은 얌전히 대답하고 나머지 과자를 빨리 먹어 치운 뒤 아버지에게 다가가 그를 한 번 안아주었다.“아바마마, 저 먼저 자러 가겠습니다. 깨고 나면 다리 주물러 드릴게요!”우문호는 더 이상 화를 내지 않고 목소리를 가다듬고 말했다. “그래, 어서 가거라.”택란은 목여 태감의 손을 잡고 방을 나섰다. 그녀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엄마를 한 번 돌아보며 아버지가 너무 오래 화를 내지 않기를 바랐다.원경릉은 문을 닫고 탁자 옆에

  • 명의 왕비   제3127화

    기다리고 기다리던 택란이 드디어 경성으로 돌아왔다. 우문호는 소월궁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옆에서 목여 태감이 계속해서 설득했다. 그는 공주가 아직 어리니, 노는 것을 좋아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라 하며, 그저 택란이 다른 어린아이들이 저지를 수 있는 잘못을 한 것뿐이라고 말했다. 목여 태감은 혹시라도 황제가 공주를 꾸짖을까 봐 걱정되어 공주를 감쌌다. 그의 약한 마음은 그런 걸 감당하지 못했다.마침내 택란과 원경릉이 도착했다.우문호는 작은딸이 원경릉의 뒤에 숨어 겁먹은 얼굴로 머리를 살짝 내밀고 자신을 바라보는 모습을 보았다.원경릉이 딸의 손을 꽉 잡고 말했다.“가봐라, 아버지께서 기다리신다.”택란은 고개를 숙이고 아버지 앞으로 다가갔다. 우문호 앞에 서서 조심스럽게 자기 손을 그의 손 위에 올려놓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아바마마, 저 돌아왔습니다.”그러자 우문호는 딸의 손을 잡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뿌리치지도 않았다. 앞에 서 있는 그녀를 보는 눈빛엔 복잡한 감정이 뒤섞여 있었다.“약도성에 얼마나 있었느냐?”택란은 거짓말을 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솔직히 대답했다.“지난번 여름방학 때 집에 돌아온 후 바로 약도성으로 갔어요.”우문호는 큰 충격을 받았다.“모두가 알고 있었으면서, 나만 속였단 말이냐?”택란은 미안한 마음에 아버지를 껴안으며 말했다.“죄송합니다. 앞으로는 안 그러겠습니다!”우문호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원경릉이 다가가 말했다.“아이가 자네 선물을 많이 샀소. 한번 보시게.”“필요 없소!”우문호가 단호하게 말했다. 딸을 뿌리칠 마음은 없지만, 그는 여전히 속았다는 사실에 너무 힘들었다.원경릉도 이 사실을 알고 있었을 텐데, 자신에게 말하지 않았다. 서로 비밀이 없기로 약속했건만, 그 약속이 깨진 것 같아 화가 났다.원경릉은 그의 표정을 보고 더 걱정해야 할 사람이 자기라는 것을 깨달았다.오는 길 내내 택란만 걱정하며 우문호에게 딸을 변호해 주려 했지만, 정작 자신이 그를 속인 사실을 간과하고 있었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