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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명의 왕비: Chapter 2111 - Chapter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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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11화

다친 주명양과 우문군주명양이 주씨 가문으로 돌아오자, 빚 독촉을 하러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집사는 안으로 들여야 할지 어쩔지 주재상에게 보고하자 주재상이 말했다. “빚을 졌으면 갚는 게 천지의 도리지. 채주가 와서 빚을 달라고 하는데 어찌 문밖에 세워 둘 수 있나? 전부 안으로 들어와 첫째 황자비를 찾아가라고 해.”주 재상의 말에 빚쟁이들이 득달같이 달려들어 삽시간에 집안이 시장통을 방불케 했다. 하지만 제아무리 빚쟁이여도 이 집에서 감히 난동을 부리는 사람은 없었다.주명양은 자기 몸이 다친 것을 핑계로 손 주인장을 찾아가 빚을 독촉하는 걸 잠시 유예하고 사람들에게 돌아가서 기다리거나 직접 손 주인장을 찾아가도 된다고 했다.하지만 그 돈은 전부 주명양의 손을 거쳐 빌려준 것이니 본인들이 손 주인장을 찾아가도 소용없다. 따라서 원래는 주명양에게 삿대질할 빚쟁이들이 기세등등하여 주명양을 오히려 보살처럼 떠받들며 다음날 보약을 들고 하루빨리 상처가 나아서 손 주인장에게 돈을 받아 와 주기를 바랐다.주명양이 며칠 상처를 돌보는데 주재상이 사람을 보내 집으로 돌아가야 하지 않냐고 했다.주명양은 당연히 주 씨 저택을 떠나지 못했다. 그래서 주재상 앞에 무릎을 꿇고 통곡하며 비구니가 될지언정 돌아가서 첫째 황자를 다시 모시고 싶지 않다고 했다. 주명양 말로는 첫째 황자와 이미 부부간의 애정이 식어 인연을 끊었다는 것이다.주재상은 억지로 보내지 않고 집에 머물라고 허락했는데 주명양은 울고불고 죽겠다고 해야 할 줄 알았는데 의외였다.주명양은 사람들에게 상당한 빚을 졌기 때문에 이렇게 친정에 눌러앉아 있는 동안 밖에 함부로 나갈 수 없었다.우문군이 지금 생사도 분명치 않은 상태인데 계측 기계가 없으므로 상황이 얼마나 안 좋은지 원경릉은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우문군 사건이 터진 다음날 우문호가 직접 입궐해서 명원제에게 보고하는데 이미 이 일을 알고 있었고 진비에게는 감추고 있었다.명원제가 보고를 듣고 별말 없이 심지어 슬픈 기색도 없는 게, 마치 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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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12화

명원제와 원경릉의 독대요리가 차려졌는데 명원제는 묻지 않고 원경릉에게 밥을 먹으라고 했다.원경릉이 수저를 들고 먹기 시작하자 아바마마와 식사하는 것이 처음도 아닌데 마음이 가볍지 않았다. 그녀가 앞에 두고 있는 사람은 아들을 잃을 수도 있는 늙은 아버지이기 때문이다.우문군이 철이 없다며 화를 냈지만, 아비로서 우문군의 생사에 관해 못 들은 척 상관하지 않을 수도 없고 무관심할 수도 없었다.그래서 밥을 정리하는데 원경릉이 배가 상당히 고팠지만, 가슴이 아파 많이 먹을 수 없었다.그런데 명원제는 밥 한 공기에 국을 세그릇이나 비웠고, 결국 목여태감이 와서 삼가게 했다. 명원제가 겨우 물리는 모습에 원경릉의 마음에 두려움이 생겼다.궁궐의 음식은 전부 법도가 있어서 요리가 아무리 맛있어도 3번 이상 젓가락질할 수 없으며 국을 세 그릇이나 먹는 건 더욱 안된다.명원제의 이런 모습을 보니 원경릉도 조금 괴로웠다.우문군에게 사고가 난 뒤로 지금까지 원경릉은 의사의 책임감을 따라 치료했을 뿐으로 다른 감정이 조금도 생긴 적이 없었는데, 지금 명원제를 대하고서야 우문군이 무사해야 명원제가 기쁠 수 있다면 우문군이 괜찮기를 바랐다.명원제가 식사를 마치고 입을 닦더니 목여태감에게 남은 식사를 물릴 것을 분부한 뒤 두 손으로 탁자 끝을 잡고 눈을 들어 원경릉에게 말했다.“배가 부르니 얘기할 수 있겠군. 그 애 지금 상황이 어떤가?”원경릉이 이 말을 듣고 더욱 괴로운 게 명원제는 빈속으로 들어서는 안 된다. 듣고 나면 오늘 밤 식사를 더 못하실 테니까.명원제는 어깨에 나라를 짊어지고 있어서 반드시 밥을 먹어야 했다.원경릉이 사실대로 털어놓았다.“상황이 좋지 못합니다. 과다출혈인 상태로 발견했을 때 이미 좀 늦은 상태였으며 지금 숨을 겨우 유지할 수 있는 건 다섯째의 추론에 의하면 큰아주버님이 중상을 입은 후 바로 기를 운용해 혈을 막았기 때문입니다. 효과가 뛰어나진 못했지만, 계속된 출혈은 막을 수 있어서 겨우 목숨은 보전할 수 있었습니다.”명원제는 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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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13화

아들 잃은 슬픔명원제는 오른손을 이마에 대고 두 손가락으로 미간을 문지르자, 손그림자가 얼굴을 덮어 더욱 피곤해 보였다.미간을 주무르더니 원경릉에게 창백한 얼굴로 말했다.“어젯밤 거의 잠을 못 자고 해가 뜨기 직전에 잠깐 눈을 붙였는데 바로 놀라며 꿈이 깼네.”원경릉의 마음이 오그라붙을 정도였다. “아바마마 마음 편히 하십시오, 옥체가 중하십니다.”명원제가 손짓으로 말리며 말했다. “꿈속에서 첫째가 짐 앞에서 울면서 꿇어앉아 있는 걸 봤어. 짐에서 불효의 죄를 용서해 달라고 앞으로 다시는 짐 곁에 있을 수 없다고 했어.”원경릉의 가슴이 쿵쿵 뛰었다.“아바마마, 그건 꿈에 불과합니다.”“그래. 꿈이야!” 명원제 눈에서 슬픔이 한곳으로 모이며 말을 이어갔다. “하지만 그렇게 선명하다니, 심지어 짐은 첫째의 울먹이는 소리까지 들을 수 있었어. 어찌나 처연하던지. 아직 요만할 때 걷지도 못하고 짐에게 안겨서 두 눈을 반짝이는 게 하늘의 별과 같은 게 불과 얼마 전인데. 당시 대신들이 전부 이 아이는 앞으로 큰 인물이 될 거라고, 걔……걔는 짐의 장자야, 짐의 첫아들이라고, 뒤에 짐에게 많은 아들이 생기지만 걔가 첫 번째였어. 다를 수밖에 없잖아.”원경릉이 듣는 데 마음이 너무 아프고 코끝이 시큰해서 눈물이 솟구쳤다.“아바마마, 그렇게 괴로워하지 마세요.”“제일 슬픈 게 바로 이점이야,” 명원제가 천천히 일어났는데 과연 부쩍 늙어버린 듯 목소리가 떨렸다, “걔를 위해 괴롭고 가슴 아파할 가치도 없다는 거, 첫째 황자인데 가장 못난 놈이야.”우문군의 지위를 떨어뜨릴 때 명원제도 마음이 아팠다. 원경릉은 그때도 알았지만, 그때와 지금은 차원이 다르다. 이번에 원경릉은 명원제의 마음속 절망을 들을 수 있었다.“걔는 쓸모없는 게 두려웠겠지. 적 귀비에게 가서 얘기해, 천이 혼례를 앞당기라고 최대한 빨리 먼저 치르도록.” 명원제가 나지막하게 말하더니 원경릉에게 나가보라고 손짓했다.원경릉이 명원제 등을 보면서 예를 취한 뒤 말했다.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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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14화

명원제와 우문호의 밀담어서방에서 대략 반 시진 동안 명원제는 우문군과 주명양의 부부관계를 포함해 뭐든 우문호에게 물었는데, 우문군이 주명양을 팼다는 얘기를 듣고 처량한 눈빛으로 말했다.”잘하는 짓이다, 아주 황실 체면에 먹칠을 하는구나.”전에는 전장을 누비던 장수였는데 마지막엔 고작 집구석에서 아내를 패는 걸 낙으로 삼다니 명원제가 가슴을 치지 않고 배겨?“그러고 보니 아직 범인에 대한 실마리가 잡히지 않았다고?”“전혀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확실하지는 않습니다. 소신이 전에 보고드렸듯이 경성에는 암암리에 활동하는 사람이 있어 평남왕부와도 관계가 있습니다. 현재 임소가 우두머리로 보이며 몇몇 강남 거상과 비밀스러운 음모를 꾸미고 있는데 큰형이 그자들에게 당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습니다.”“그자들을 네가 그렇게 오래 조사했는데 아직 이렇다할 결과가 나오지 않았어?” 명원제가 눈에 띄게 조급해졌다.“이자들은 깊숙이 숨어 있고 원래 우리 시선은 줄곧 홍엽 공자에게 빼앗겨 제때 그들의 활동을 발견해 내지 못했습니다. 소신의 불찰입니다.”우문호가 최근 최선을 다해 정사에 임하고 있다는 사실을 명원제도 알아서 차마 책망하지 못하고 물었다. “이게 사실은 홍엽 공자가 준비한 사람들일 리는 없느냐? 홍엽은 수하에 밀정이 그렇게 많은데 진작, 북당에 수많은 첩자를 뿌려 놨겠지.”“소신 조사해 보겠습니다.”사실 우문호는 이번에 홍엽을 의심하지 않았지만, 눈 앞의 모든 수법이 홍엽이 대주에서 꾸민 짓과 상당히 비슷한 것이, 첩자로 천지를 뒤덮고 머리 하나가 나와도 나머지 하나를 찾을 수 없는 방식 말이다.마치 꼭…… 누군가 홍엽을 모방한 듯 그의 수단을 베끼고 있었다.“지금 적어도 임소가 경성에 있는 이자들의 수뇌라는 것이 확실하면 어째서 잡아들이지 않지?” “안 됩니다. 만약 그를 잡아들이면 수하에 있던 일련의 세력은 더욱 깊이 숨을 게 분명합니다. 지금 그들이 행동을 개시해 소신이 벌써 여러 방면으로 감시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움직이기만 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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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15화

순왕의 혼례원경릉이 눈물이 그렁그렁 한 채 여전히 태상황을 끌고 빌었다. “더 얘기하게 해 주세요. 저 이제 막 우리 떡들 낳는 거까지 얘기했는데 이 대목까지만 마치고 갈게요.”“얼른 끌고 가, 끝이 없어 아주.” 태상황이 파리 쫓듯이 손을 내젓는데 불쾌한 모양이다.우문호가 속으로 이상한 게 ‘원 선생이 무슨 자극을 받은 거지? 어쩌다가 건곤전에서 황조부에게 그때 얘기를 시시콜콜한 거야.’ 우문호는 원경릉이 과거의 좋지 않은 기억을 되살릴까 두려워 얼른 데리고 나왔다. 궁을 나와 마차에 오르며 우문호가 원경릉 손을 잡고 진지하게 말했다. “말하고 싶으면 나한테 해. 난 네 편이야. 네 감정이 무너져도 내가 지킬 수 있어. 그동안 널 힘들게 했던 거 알아.”원경릉이 뺨을 비비고 한숨을 쉬더니 맑은 눈동자에 눈물이 살짝 어렸다. “말하고 싶은 게 아니라 태상황 폐하께서 감정을 이입해서 털어놓으시기를 바랐던 거야. 우문군의 사고로 태상황 폐하께서 분명 괴로우실 테니까. 하지만 우무군이 저지른 일 때문에 괴로운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실 테니 그런 감정이 마음속에서 계속 반복되면 어떤 형태로 변질되어 버릴지 몰라. 요 몇 년간을 돌아보니 내 감정이 태상황 폐하의 감정을 증폭시켜 주는 작용을 하더라. 화내야 할 때는 화를 내고, 가슴 아파야 할 때는 가슴 아프고 어쨌든 출구가 있어야 해, 이것도 심리 치료의 일환이야.”우문호가 깜짝 놀라며 물었다. “이것도 치료라고?”“당연하지. 황 조부께서 같이 얘기하고 나서 좀 인간미가 보이지 않았어?” 원경릉이 우문호의 어깨에 기대 있으며 말하지 않은 게 있었다. 이 방법은 많이 쓰지 않는 편이 좋았다. 왜냐면 그동안의 일을 얘기하면 원경릉 본인이 진짜 속이 쓰리기 때문이었다.우문호는 두 손으로 원경릉을 품에 안고 턱으로 살짝 차가워진 그녀의 이마를 지그시 눌렀다.순왕의 혼례를 당기자 더 바빠졌다. 적귀비는 정말 전력을 다해 순왕을 위해 준비하고 다행히 태후의 장례 뒤로 삼년상이 아직 끝나지 않아 혼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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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16화

우문군 장례에 가는 요부인혼례를 마치고 다음 날 우문호는 비로소 상을 보고하러 입궐했다.명원제가 다 들은 뒤 몸을 천천히 용상에 기대며 허물어졌고, 더할 나위 없이 피곤했다.우문호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아바마마, 슬픔을 거두소서!”명원제는 오랫동안 말없이 조각된 화려한 대들보를 바라보는데, 무언가 밀물처럼 밀려와 그를 휩쓸고 지나갔다.한참 뒤 우문호에게 말했다. “장례는 너희 형제들이 마음을 다해 예부와 같이 치르도록 하라.”우문호가 무릎을 꿇고, “.”답하더니 잠시 주춤거리며 말을 덧붙였다.“아바마마 사후 추존을 내리실 의향은 없으십니까?”명원제가 고개를 흔들고 입술을 일자로 다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우문호는 어명을 받들고 갔다.추존의 자비를 베풀어 주지 않으시니 첫째 황자의 법도에 따라 장례를 치를 수밖에.진비 쪽에도 감출 수 없으니, 명원제가 목여태감을 직접 보내 알리게 했다.진비가 듣고 울다가 거의 기절했는데 황귀비가 직접 후궁 비빈을 데리고 가서 위로했다.주명양과 우문군은 아직 이혼하지 않아서 지금 우문군이 떠났으니 주재상은 주명양을 집으로 돌려보내 장례를 치르는 것을 도운 뒤 만약 친정으로 돌아오고 싶으면 다시 돌아오라고 했다.요부인은 이때 아직 초왕부에 있었다. 우문군이 사고가 났을 때 원경릉이 이를 알리지 않았고 요부인은 최근 훼천을 피하느라 바깥 세계와 접촉을 하지 않아 뜻밖에도 그동안 이 일을 몰랐다.그래서 원경릉이 요부인에게 우문군의 죽음을 알리자, 요부인은 의외라 놀랐으나 단지 의외일 뿐 다른 감정은 없었다.요부인이 유일하게 걱정하는 건 딸들이 아버지의 부음을 듣고 받아들일 수 있을지 여부였다.희열이는 의대에 있어서 원경릉이 사람을 보내 데리고 온 뒤 요부인이 자매에게 설명했다.희열이는 비교적 쉽게 받아들였지만 희성이는 듣고 잠시 울었다. 자매는 아버지에게 사실 공포의 감정을 가지고 있었고, 우문군은 어릴 때부터 딸들을 친근하게 대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딸로 여긴다는 게 고작 딸을 탈출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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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17화

요부인의 마음“이건 혼인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저에게 준 거예요.” 요부인이 금보요를 빼서 상자에 넣고 다시 벽옥 비녀를 꽂았다. “제가 가지고 가서 염할 때 비녀를 관에 넣어 그에게 돌려주려고요. 헤어질 때 부부의 정이 아쉬워서가 아니라 자신이 새댁이었던 때 마음을 기억하고 싶었어요. 안타깝게도 어쩌다 나중에 이렇게 헤어지게 된 건지 모르겠지만.”“옛날 일은 잊어요!” 원경릉이 판에 박힌 말이라 본인조차 너무 진부한 단어란 생각이 들어 한숨이 절로 났다.“돌려줄 거예요, 이생에 그를 안 적이 없었던 것처럼.” 요부인이 함을 몸에 지니고, “가죠.”라고 말했다.두 사람이 나갈 때 본관 앞에 바람이 부는 데 바닥에 낙엽도 보이지 않고 마당, 복도 전부 깨끗해서 원경릉이 살펴보다가 문득 물었다.“누가 계속 집을 지켰나 봐요?”요 부인이 눈을 내리깔고 못 들은 척 똑바로 밖으로 나갔다.담 옆의 문은 여전히 열려 있고 한 시선이 그쪽 복도에서 계속 따라오는데 불꽃처럼 이글거려서 고개를 들면 타버릴 것 같다. 마차에 올라서야 겨우 가리개 틈으로 흘끔 보자, 집 문 앞에 훼천의 푸른 옷자락이 설핏 지나갔다. 요 부인은 눈을 감자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는데 심장이 격하게 뛰었다.원경릉도 마차에 올라 요 부인의 표정이 이상한 것을 보고 그녀가 아직 우문군과의 옛일을 생각하는 줄 알고 말했다. “과거는 지나갔어요. 괜히 기억해서 자신의 슬픔을 배가시키지 마요.”“응!” 요 부인이 끄덕였다.마부가 채찍을 휘두르는 순간 밖에서 훼천의 목소리가 들렸다. “부인 며칠 후 돌아오십니까?”요 부인이 손가락 끝으로 소매를 쥐고 고요한 수면에 잠자리가 파문을 일으키듯 요 부인의 눈빛이 순간 어지럽게 흐트러지며 가리개 사이로 말했다. “난……아마 당분간 돌아오지 않을 거네.”원경릉이 갑자기 가리개를 열자 푸른 옷이 길게 부는 바람에 날리며 훼천이 마차를 막아서 있다. 귀밑머리가 뒤로 날리는데 오직 눈은 매와 같이 요 부인의 살짝 혼란스러운 얼굴을 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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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18화

영원한 작별과 쓰러진 명원제아무도 주명양에게 신경 쓰지 않고 장례를 치르는 분위기는 슬픔으로 가득했다. 빈소로 가니 죽음의 기운이 압도하며 죽은 자가 누구든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여러 친왕은 우문군을 위해 같이 장례를 치르느라 여기서는 모두 법도에 따라 소복을 입고 요 부인이 물건을 가져와 관에 같이 부장하겠다고 해서 우문호가 받으러 갔다.요 부인이 복도에 서 있는데 찾아오는 사람이 뜸했다. 전에 언제 기왕부 앞에 마차 행렬이 그친 적이 있었던가. 한때 권세를 떨치더니 이제는 몰락해서 참담하기 그지없는 이런 것이 한평생이구나.마음속에 서는 이유를 알 수 없는 조금의 슬픔이 생겨나는데 우문군을 위해서가 아니라 함께 묻힌 세월 때문이다.하지만 요 부인은 젊은 시절을 한탄하며 나이 든 것을 슬퍼하고 있을 사람이 아니다. 단지 최근 마음이 상당히 약해지긴 했다.“어머니, 아바마마께 향 올린다고 하지 않으셨어요?” 희성이가 요 부인의 옷자락을 끌었다. 자그마한 얼굴을 꼿꼿하게 들고 상복을 입은 채 눈에는 약간 두려움과 공포가 느껴졌다.요 부인이 희성이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말했다.“그래!”손에 향을 들고 영전에 서서 한참을 생각하더니 역시 들어가서 작별해야겠다고 생각했다.관은 빈소 뒤에 놓였고 입관했으나 아직 완전히 염습하지 않아 부장품도 아직 전부 안에 넣지 않았다. 시신은 친왕의 조복을 입고 있는데 생전의 입던 것으로 조복의 옷깃에 좀먹은 작은 구멍이 나 있었다. 폐위된 뒤로 다시 입을 자격이 없었지만 버리기 아까웠다. 동생들이 마지막 가는 길 형의 체면을 위해 입혀준 것이다.이렇게 관에 누워 있으니 오만함은 사라지고 악랄함도 없어서 더 이상 보통 사람이 아닌데 가장 보통의 모습이다. 고인의 얼굴도 잘 정리한 것이 창백한 얼굴에 화장을 입혀 마지막 체면을 살려주기 위해 노력했다. 예부시랑이 짧은 빗을 하나 건네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 “부인, 비록 첫째 황자 전하와 이혼하셨으나 마지막 가시는 길에 배웅하러 오셨으니, 이생의 감정은 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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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19화

극이가 온다.명원제에게는 매우 드문 상황이라 각지에서 분봉왕과 제후들이 너도나도 올라와 문후를 여쭙고 심지어 일부는 아예 문안하고 병시중을 들겠다며 상경했다.평남 왕 쪽에서도 전서구를 태상황에게 보내 이미 경성으로 오고 있는 길로 이번에는 아들을 데리고 상경한다고 했다.태상황이 서신을 받고 소요공과 주재상에게 알려 극이를 경성으로 불렀다고 했다.또 궁 안에 사람들을 재촉해 건곤전 곁에 있는 사당인 적성루를 수리하게 했는데 인력을 들일 필요 없이 물건만 정리하는 정도로 평남 왕이 경성으로 돌아왔을 때 적성루에 머물 수 있게 했다. 또 성지를 내려 원경릉에게 바로 입궐해서 태상황의 전신을 검사하게 하고 안 좋은 곳을 고쳐서 반드시 몸과 마음을 강하게 해야 했다.원경릉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태상황 폐하께서 이렇게 평남 왕을 중시하시나?’입궐한 뒤 뜻밖에 주재상과 소요공도 있는데 둘 다 일하느라 얼굴이며 머리가 온통 흙투성이로 막 밭일하고 돌아온 사람들 같다. “두 분은 어디서 오시는 건가요?” “적성루를 수리하고 담장을 보수하느라.” 소요공이 차 한 잔을 마시고 만면에 앳된 웃음을 지었다.“적성루요?” 원경릉은 궁 안에 적성루가 있는 줄 몰랐다.“응, 바로 저쪽.”‘원경릉이 건곤전 안에서 건너다보면 옆은 문창 탑이잖아? 뭐가 적성루라는 거야? 전에 푸바오가 문창 탑에서 던져졌다고.’“문창 탑 이름을 바꿨나요?” 소요공이 우렁우렁하게 외쳤다. “문창 탑은 문창 탑이고, 적성루는 적성루지. 무엇이 같아? 문창 탑은 저 탑이고 적성루는 저 사당이고, 안 보여? 나뉘어 있잖아!”원경릉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탑과 사당이 연결돼서 한 덩어리라잖아요.’“이런 일은 일꾼에게 분부하시면 되지 않습니까? 어르신들이 직접 하셔야 했나요?” 원경릉이 약상자를 가지고 복도로 나왔고 태상황은 습관처럼 복도 의자에 앉아있는데 전에는 멍하더니 오늘은 아주 정신을 차리고 눈은 기쁨에 차 있었다.주재상이 물었다. “극이 일을 어떻게 다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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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20화

주꼬맹이와 명원제의 불면증검사 뒤에 태상황을 부축하고 나가는데 태상황은 지금 몸을 엄청나게 아껴서 혹시라도 넘어질까 봐 출입할 때 부축을 받았다. 원경릉이 그들과 복도에서 얘기를 나누면서 이분들이 당시에 숙왕부에 살며 안풍 친왕비가 데리고 있었는데 큰형수는 엄마가 진배없다고 진짜 이분들을 아들처럼 대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요즘 우리들이 좀 많이 모이고 있지만 지난 시절에는 각자 바쁘고 주꼬맹이는 특히 건곤전에 오는 걸 싫어했지, 희야 보고 싶지 않다고. 과인은 사실 그때 화가 났지만 내버려 뒀지. 밖에서 북당을 위해 고생이란 고생은 다 하고 있었으니까 용서해 줬어.” 태상황이 혼잣말처럼 했다. 평남 왕이 돌아온다는 소식에 약이라도 맞은 것처럼 모두의 정서가 극도로 흥분해 있다.‘주꼬맹이?’ 원경릉이 주재상을 봤다. 주재상은 주대유 약칭 주대 아냐? 어째서 주꼬맹이지?주재상이 웃으며 말했다.“이제 전부 잘 됐지.”저물어 가는 노년에 햇살이 느릿느릿 비추고 그들의 눈동자에는 그 옛날 감흥이 떠올랐다. 그 시절에 푹 잠겨 있는 모습이 진짜 한 폭의 가장 아름다운 그림 같다고 생각했다. 어린 시절 우정이 늙어서도 계속되는구나.원경릉도 자신이 말년에 아들 손주들에 둘러싸여 있는 것 외에 옛날 친구들도 하나둘 곁에 함께 할 수 있기를 바랐다. 매일 못 보면 어떤가, 보고 싶을 때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인생이라면 아쉬울 게 뭐가 있어?한참 얘기하더니 주재상과 소요공이 또 일하러 가고 원경릉도 어전에 명원제를 보러 갔다.명원제의 병은 그렇게 심각하지 않아서 사흘간 밥을 먹지 않은 뒤 다시 음식이 들어가니 복통과 위통이 있는 것으로 원경릉이 약을 처방한 뒤 어의의 치료와 병행해 지금은 이미 아주 좋아졌고 가슴앓이와 울혈만 남았을 뿐이다.권력을 내려놓기로 한 건 명원제의 처분으로, 우문호와 그날 어 서방에서 상의해 결정한 일이다. 태자에게 국정을 대신하게 한 건 각 부처도 예전만큼 안정되어 있지 않아서 누군가 틈을 파고들려면 지금이 적기이기 때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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