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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명의 왕비: Chapter 2091 - Chapter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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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091화

겁탈임소는 이렇게 일이 쉽게 될 줄 알았으면 이런 강력한 약을 낭비할 필요 없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독신으로 이렇게 오래 살았다는 걸 고려하는 건데.식은 죽 먹기라고 생각하고 입술을 덮치러던 찰나 요부인이 갑자기 눈을 번쩍 뜨고 무릎을 차 올렸다.임소가 고통으로 팔짝팔짝 뛰며 따귀를 날리고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잡년이, 봐주니까 뻔뻔하게 굴어!”요부인이 비녀를 뽑아 들고 다짜고짜 찔러 대는데 힘껏 임소를 찔러도 명중하지 않자 비녀를 자기 목에 댔다. 두려웠지만 만약 자신을 보호할 수 없으면 자진하는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이자는 절대 색마가 아니라 요부인의 정절을 더럽혀 다섯째를 다치게 만들라고 협박할 것이다.요부인이 명예를 지키고 딸에게 오명을 물려주지 않으려면 이수밖에 없다.임소는 이렇게 일이 꼬일 줄 몰랐고 우문군의 여자는 전부 주명양 같아서 적당히 유혹하고 약을 쓰면 넘어올 거라 생각했는데 이렇게 정절을 중시하는 열녀일 줄 몰랐다.임소는 눈앞이 캄캄해 지며 소매에서 환약 한 알을 꺼내 요부인의 손을 벌려 비녀를 빼앗고, 요부인의 입을 억지로 벌려서 약을 부숴 그녀 입안에 털어 넣었다.요부인은 야릇한 냄새가 입안에서 진동하고 뭔 지 알 수 없어 토하고 싶은데 턱을 잡혀 쳐 들려 있는 관계로 토하지 못하고 입안에서 녹아 내리자 놀라서 소리 없이 울부짖었다. 힘껏 몸부림을 치려 해도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장의자에 철퍼덕 무너져 내렸다.임소가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무림에서 대단하다는 여자도 이 약에는 못 당했는데 내공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일개 여염집 부인이 무슨 수로 버티겠어?막 몸을 덮치려는 순간 목에 갑자기 차가운 기운이 느껴지며 전신의 피가 굳어지더니 아차 싶었다. 주명양이 뜻밖에도 훼천의 정신을 잃게 하는데 실패한 것이다.그자는 분명 훼천으로 기이한 향이 그에게 위협이 되지 못했다. 어제 태자 전하께서 사람을 보내 알려줘서 주의하고 있던 참에 주명양이 들어왔다. 주명양은 훼천의 음침한 얼굴을 보고 놀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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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092화

요부인과 훼천요부인은 전의 냉정했던 모습과 달리 아름다운 눈빛에 새빨간 입술은 핏빛 꽃잎처럼 눈을 뗄 수가 없다.하지만 지금 훼천이 다가가면 요부인이 정신이 든 후 분명 죽으려 들 것임을 알았다.단지 요부인의 팔이 물뱀처럼 감겨 드는데 훼천이 어떻게 참아낼 수 있겠어? 훼천은 눈앞에 캄캄해 지고 ‘에라 모르겠다. 요부인이 후회하면 자신이 자진해서 대가를 치르면 되지.’훼천은 원래 성인군자도 아니고 이생에서 겪어보지 않은 게 없다. 삶과 죽음, 칼에 피를 묻히며 살았지만 여자를 안아본 경험만큼은 없다. 이토록 아름다운 모란꽃 아래서 죽을 수만 있다면 이 생에 별반 미련은 없다.훼천은 한 손으로 요부인을 안고 나무 침대로 가는데 이미 뒤돌아보지 않는 눈빛이다.광란이 물러가고 요부인이 정신을 잃은 지 한참 뒤 천천히 일어나 앉았는데 훼천이 검 하나를 건넸다.고개를 들어 훼천을 보니 아직 옷도 제대로 입지 못하고 단단한 가슴팍이 드러난 채 결연한 눈빛으로, “제가 부인의 정절을 더럽혔습니다. 절 죽이세요. 피하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이 일은 영원히 아무도 모르니 부인의 명성에 영향을 받을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요부인이 칼을 받아 바닥에 던지고 천천히 일어나 훼천을 마주하고 옷을 전부 갖춰 입은 후, 고개를 들어 훼천을 보는데 훼천도 눈을 내리깔고 요부인을 돌아봤다.요부인이 평온한 목소리로, “이 일은 자네가 말하지 않고, 내가 말하지 않으면 아는 자가 아무도 없네. 자네를 죽일 필요 없어.”훼천이 놀라서, “절 원망하지 않으십니까?”요부인이 고개를 흔들고, “자네는 나를 구했지. 난 시비를 가리지 못하는 사람이 아니야. 만약 자네가 오지 않았다면 벌써 그 악당에게 모욕을 당하고 목숨도 보존하지 못했을 거야.”훼천이 요부인을 보는 눈빛이 복잡하다, “부인께서 깨어나면 절 죽이실 거라고 생각했습니다.”“내가 자네를 죽일 거라고 생각했으면서 왜 도망가지 않았나? 어쩌자고 날 신경 써? 도망갔으면 자네도 여자 걱정은 틀림없이 하지 않았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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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093화

미색의 방문미색이 훼천의 얘기를 듣고 쌀쌀맞게, “임소가 그렇게 사악하니 나중에 반드시 죽여야겠어. 소홍천이 직접 죽이는 게 제일 이고.”훼천이 건성으로 대답하며, “흠, 가세요. 전 바쁩니다.”“뭐가 바쁜데?” 미색이 훼천을 보니 목덜미에 얼핏 붉은 자국이 보여서, “목에 그 자국 뭐야?”“여기 모기가 많아서요!” 엉겁결에 아무 변명이나 하며 미색을 밀치고, “나가요!”미색이 오히려 의심이 드는게 이 엄동설한에 웬 모기?하지만 훼천은 늘 이상했던 지라 신경쓰기도 귀찮아서 옆집 요부인에게 갔다.요부인이 미색 목소리를 듣고 문을 열더니 억지로 웃으며, “왔어?”“네, 형님 보러요, 오늘 일 얘기도 좀 하고.”요부인이 흠칫 놀라, “오늘 일?”미색이 요부인 손을 잡고 들어가며, “네, 오늘 온 그 놈이요. 태자전하께서 미리 아시고 훼천에게 대비하라고 분부하셨는데 훼천 쪽에도 왔다고 해요. 그쪽 먼저 해결하느라 늦었는데 다행히 형님이 무탈하셨네요.”“그랬구나!” 요부인이 마음에 없는 소리를 하더니 영패를 꺼내서, “이건 오늘 그 사라이 떨어뜨린 건데 본인 말로 자기는 귀영위라고.”미색이 콧방귀를 뀌며, “심지어 귀영위래요?”미색이 영패를 보더니, “이것도 틀림없이 가짜예요.”요부인이 정신을 차리고, “아니, 이 영패는 진짜야. 가져가서 다섯째한테 보여줘, 어쩌면 귀영위 안에 첩자가 있을지도 모르니.”미색이 놀라서, “그럴 리가요? 그럼 진짜 태자전하께 보여드려야 겠네요.”“그래, 가봐. 내가 좀 피곤해서.” 미색이 고개를 끄덕이며 보니 요부인도 목에 붉은 자국이 있다. “여기 진짜 모기가 많은가 봐요. 모기향 좀 많이 피우든가 아니면 다른 집을 찾아드릴 게요. 다들 가까이 살면 좋으니까.”“아냐, 그럴 필요 없어!” 요부인이 얼른 옷깃을 끌어올리며, “여기서 지내는 거 좋아. 모기는 괜찮으니까 어서 가봐.”요부인이 많이 놀랐을 거라 생각하고 미색이, “그래요, 전 돌아갈 테니 푹 쉬세요. 무슨 일 있으면 훼천을 부르시고요. 훼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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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094화

5호 귀영위우문호는 귀영위 영패를 몇 번이고 다시 조사해도 진짜임에 틀림없는데 신중을 기하기 위해 나장군을 직접 오게 했다.나장군은 원래 귀영위의 수장으로 귀영위 영패는 태상황 치세 때부터 지금까지 바뀐 적 없이 조각된 내용이든 만드는 재료든 전부 똑같다.나장군이 한 눈에 알아보고, “영패는 진짜입니다.”“영패에 호수가 써 있는데 5호라고 되어 있어. 이자는 누구인지 기억하나?” 우문호가 물었다.“제일 위 기수? 아마 이미 죽었을 수도 있고요.”“하지만 귀영위가 사망한 뒤에 영패는 회수해서 일괄적으로 귀영위 본부에 안치해 두는데 5호가 과연 누구인지 가서 조사해봐야 알 수 있습니다. 첫 기수 귀영위 자료는 전부 보안사항으로 소신도 쉽게 열람할 수 있는 게 아니고, 특히 앞 50호는 별도로 모셔져 있습니다.”“흠, 영패는 전부 회수하는 게 확실한가?”“기본적으로 회수합니다. 외부에서 죽어서 시체를 거두지 못할 경우 다시 만들어 본부에 둡니다.”“본부에 영패를 보관한 곳은 몇 명이나 들어갈 수 있지?”“역대 수장만 가능합니다.”우문호는 적위명이 지난 수장이었던 것을 기억하고, 적위명이 영패 몇 개를 훔쳐냈다면 아무도 발견했을 리 없다.“우선 돌아가서 5호가 누구인지 알아봐 줘.”“예!” 나장군이 물러났다.나장군은 그날 저녁 바로 왔는데 안색이 상당히 무겁다. “조사해 냈습니다. 귀영위의 발전과정에서 5호는 사실 공석이었습니다. 하지만 당시 기록을 조사해 보고 5호가 빠진 것은 귀영위가 설립될 때 한 사람이 5번 영패를 가져갔기 때문입니다. 엄격히 말해 그는 귀영위라고 할 수 없습니다.”“누구지?” 나장군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평남왕 우문극 전하십니다.”우문호가 한방을 크게 맞은 듯, “평남왕 전하시라고?”“예, 소신 당시 기록을 가져왔습니다. 당시 귀영위는 숙왕부 안에 설립됐습니다. 휘종께서 아직 보위에 오르시기 전으로 태상황 폐하께서도 아직 두각을 드러내시기 전이죠.”우문호가 바로 자료를 받아 읽어보는데 과연 5호 귀영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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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095화

평남왕의 영패“안되겠어, 내일 입궐해서 태상황 폐하께 물어봐야지. 여긴 분명 뭔가 오해가 있을 거야.” 우문호는 여전히 믿고 싶지 않았다.나장군이 참지 못하고, “전하, 평남왕부에서 진짜 이 사람들과 얽혀 있을 수도 있으니 너무 믿으시면 안됩니다.”우문호는 증거를 눈 앞에 두고 계속 평남왕을 신뢰한다고 우기는 건 억지인 걸 안다. 하지만 누군가 평남왕을 이용할 수 있다는 사실도 배제할 수 없다.다음날 우문호가 문안인사 명목으로 건곤전에 갔다.태상황이 손자가 어떤 사람인지 모를까? 우문호가 용건도 없이 올 인간이 아니지. 바빠 죽겠는데 겨우 짬을 내서 입궐해 문안인사를 드린다고?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그래서 앉자마자, “무슨 일이냐, 얘기해!”우문호가 영패를 꺼내 태상황에게 건네고, “황조부 이런 영패 아직 기억하고 계세요?”태상황이 받아서 뒤집어 호수를 보더니 얼굴에 따스한 미소가 번지며 옛일이 떠오르는지 눈빛마저 아득하다. “왜 몰라? 눈 앞에 생생한데.”“이 영패는 누구 겁니까?” 태상황이 손가락으로 영패의 호수를 만지작거리며 튀어나온 부분이 반들반들 닳아 있는 게 항상 꺼내 봤다는 걸 알 수 있다. “네 종조부 평남왕 거야. 이 영패는 종조부가 몸에 지니고 있는 건데 네가 어떻게 가지고 있지?”“정말 큰할아버지 겁니까?” 우문호는 가스이 덜컥 내려앉으며 마지막 한 줄기 희망이 꺼졌다.“어디서 얻었냐고?” 태상황이 정색하며 물었다.우문호가 감추지 않고, “어느 악당의 수중에서 취한 것으로 이자는 경성에 풍파를 일으키고 전에 병여도를 탈취한 적이 있습니다.”태상황이 미간을 찌푸리며, “어찌 그럴 수가? 이건 극이가 몸에 지니고 있는 물건인데.”“황조부, 가짜일 가능성은 없습니까? 아니면 영패가 어떻게 됐다든가? 큰할아버지께서 가져가신 뒤 다른 사람에게 줬다든가?”태상황이 고개를 흔들고 당시 상황을 떠올리기 위해 노력하며, “귀영위가 설립된 처음 취지는 당시 휘형(안풍친왕) 곁에 쓸 만한 사람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야, 당시 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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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096화

원경릉의 입궐우문호가 무안해 하며, “황조부를 그리워하지 않는 게 아니라 약간 바빠서. 증손자들은 내일 꼭 보실 수 있을 거라고 장담합니다.”“옆구리 찔러서 절 받냐, 됐어!” 태상황이 쌀쌀맞게 말했다.우문호가 곤혹스러워 허허 웃으며 속으로, ‘원 선생, 너 또 사고 쳤어.’출궁해서 원경릉에게 알리니 원경릉도 자기가 오랫동안 입궐해서 곁에 있어드리지 못했다고 생각했다. 최근 일이 많은 게 주된 원인이고 거기에 안왕비가 출산을 앞두고 안왕부에 들려야 해서 입궐해 문안드릴 타이밍을 놓쳤다.이제 귀비가 안왕부에 산다. 귀비가 전에 우문호를 찾아 자신의 적씨 가문 자제를 관직에 앉혀줄 것을 시도한 적이 있어 명원제가 분노한 나머지 짐 싸서 나가게 했기 때문으로 궁밖에서 안왕과 같이 살도록 냉대하는 것으로 반성하라는 뜻이다.사실 명원제는 귀비가 자식을 끔찍하게 여긴다는 걸 알고 안왕비가 아이를 낳은 뒤엔 안왕 부부가 아이를 데리고 강북부로 돌아갈 것이므로 경성에 있을 동안이라도 더 오래 같이 있게 해주려는 배려라는 걸 원경릉은 알고 있다.귀비가 안왕부에 간 뒤 안왕비의 배가 잘 뭉쳐서 조금이라도 이상이 있으면 원경릉을 집으로 오라고 청했다. 이게 바로 원경릉이 바쁠 수밖에 없는 이유다.하지만 다음날 아무리 바빠도 어르신을 위로해 드리기 위해 원경릉은 독수리 오형제를 데리고 문안 드리러 입궐했다.태상황이 원경릉에게는 심드렁하고 우리 떡들과 쌍둥이들만 소중히 여기는데 손주들이 매달리는 기분이 장난 아니라 태상황은 기쁘기가 한량없다.원경릉은 마침 입궐한 김에 만아와 순왕 일을 슬쩍 입을 땠다.태상황이 나서 주기만 하면 이 일은 일사천리로 전에 우문호가 황제에게 그렇게 세세히 얘기했는데 황제도 반대하지 않은 게, 기왕 반대하지 않은 김에 확 밀어붙여서 일을 다 마치고 경성을 떠나는 게 최고다.원경릉이 이 일을 언급하니 태상황이 듣고, “경사는 맞는데 둘은 그걸 원해? 억지로 하면 안되지.”“그런 생각이 있는 걸로 보여요.”태상황이 칠성이와 환타를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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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907화

사혼(賜婚)황귀비는 그제서야 마음이 놓여서, “후궁을 맡은 뒤로 쉰 적이 없었으니 아픈 핑계로 쉬는 것도 좋겠어. 호비와 노비가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서주면 맡겨볼까.”원경릉은 황귀비가 지쳤다는 걸 알고 쉬어야 한다고 신신당부 한 뒤 고부간에 얘기를 나누는데 역시 순왕과 만아 얘기를 꺼내자 황귀비도 좋다며 의견까지 냈다, “귀비가 궁 밖에 있으니 순왕과 만아의 혼사가 정해지거든 귀비에게 준비를 좀 도와 달라고 해. 나귀빈이 억울하게 죽임을 당하고 순왕도 가련한 처지가 아닌가. 귀비는 어쨌든 지위가 존귀하니 귀비가 이 일을 맡아주면 순왕도 체면이 조금은 서지 않겠어.” 곧 한 마디 더해서, “원래 내가 나서서 하면 좋은데 지금 병중이라 사실 힘에 부쳐. 자네가 보고 진행해. 귀비에게 도와 달라고 하고. 순왕이 혼사를 준비해준 인정을 받아준다면 앞으로 안왕과도 잘 지낼 수 있을 거야. 형제 간의 화목을 위한 계책이니 좀 귀찮아도 자네가 양해하게.”원경릉은 황귀비가 멀리 내다보는구나 생각했다. 순왕이 남강에 가서 남강왕의 남편이 되면 어머니가 죄목을 쓰고 죽었기 때문이라고 멸시 당할 까봐 걱정해서다. 만약 귀비라는 존귀한 신분이 순왕의 혼례를 맡아 혼례 전에 절을 올리고 모자간의 연을 맺는다면 앞으로 남강에서도 사람들이 순왕을 가벼이 여기지 못할 것이다. 물론 이 상황에 안왕 쪽에서 다소 꺼릴 수 있다.원경릉이 생각해보더니 가능하다 싶어서, “그러지요. 제가 준비하겠습니다.”“직접 가서 귀비에게 부탁하지 말고 방법을 생각해. 귀비 본인이 직접 이 일을 떠맡도록 만들어.”황귀비가 이렇게 말하는 이유를 원경릉도 이해했다. 원경릉이 가서 부탁하면 귀비는 오히려 바라지 않을 것이나 자기쪽에서 부탁하면 반드시 잘 해낼 것이기 때문이다.원경릉은 어서방에 가서 명원제에게 문안인사를 드렸는데 당연히 핵심은 순왕과 만아의 일이다.명원제는 일찍부터 이 일을 동의했으나 바로 사람을 시켜 진행시키지 않다가 원경릉이 입궐해 얘기하니, “사혼(賜婚, 황명으로 신하의 혼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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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098화

순왕의 혼례적귀비가 이 일을 맡게 하려면 머리를 써야 한다.원경릉이 이날 안왕부에 안왕비 태아 검사를 위해 가는데 적귀비가 그 자리에 있는 틈에 자연스럽게 이 일을 화제로 꺼냈다.“태상황 폐하께서 아홉째와 만아의 혼사를 정해 주셨는데 아마 혼례를 마치고 남강으로 돌아갈 것 같아요. 아직 길일을 택하지 않았지만 제발 형님 출산 예정일과 겹치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그럼 형님은 잔치에 참석을 못하잖아요.”적귀비가 듣고 아무렇지도 않게, “그게 뭐가 중해? 잔치에 가든 말든 본인이 애를 낳는 게 중요하지.”안왕비가 눈치를 채고 원경릉이 아무 이유 없이 어마마마 앞에서 순왕의 혼사를 꺼냈을 리가 없으므로, “경사가 아닌가, 가서 흥겨울 수 있으면 좋지. 성지는 내렸어?”“성지의 골자를 잡고 있어요. 곧 내려올 겁니다.” 원경릉이 갑자기 또 고심하는 듯, “그런데 태상황 폐하께서 원래 황귀비 마마께서 아홉째 혼사를 주관하게 하실 생각이었는데 황귀비 마마께서 지금 몸이 불편하신 관계로 못 하실 것 같아요.”“노비 마마나 진비 마마께서 계시잖아?” 안왕비가 말했다.원경릉이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만아가 이제 남강왕인데 태상황 폐하와 황제 폐하는 순왕 전하의 신분을 좀 높여 주시고 싶어하세요. 당연히 지위가 존귀한 분이 순왕 전하를 위해 혼사를 주관하길 바라시죠. 어쨌든 아홉째 생모 나귀빈도 없으니 전하의 혼사를 맡는 다는 건 어마마마의 지위를 인정한다는 것과 동일하니까요.”적귀비가 이 말을 듣고 마음이 동해서, “나도 아홉째를 위해 혼사를 담당할 수 있지.”순왕은 이미 예전의 천덕꾸러기가 아니다. 더욱이 이제 남강왕을 아내로 맞고 태자의 눈에 들었을 뿐 아니라 외할아버지는 귀영위의 수장이다. 원경릉이 말한 대로 순왕의 혼사를 맡는 것이 어마마마로 인정받는 것과 같다면 적귀비는 이 기회를 잡고 싶었다. 지금 적씨 집안은 기댈 데가 못되고 황제 폐하도 자신을 아들 곁에 있게 하는 게 사실 자신의 지위를 낮춰 출궁시키는 것과 뭐가 달라?자신이 여전히 귀비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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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099화

가슴 뛰는 순왕과 만아순왕이 좋아져 입이 귀에 걸리고 턱이 빠질 지경으로 맑은 눈동자가 행복으로 일렁이며, “마음에 듭니다. 마음에 들어요.”“마음에 든다는 건 만아에게 일찍부터 마음이 있었다는 말씀이죠?” 원경릉이 일부러 물었다.순왕도 수줍어하지 않고 형수 앞에서 대놓고, “최근 아침 저녁으로 마주하면서 만아 같이 좋은 여자를 아내로 맞을 수 있다면 제 평생 영광일 거라고, 이보다 더 좋은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병풍 뒤에서 만아가 이 얘기를 듣고 가슴이 쿵쾅쿵쾅, 얼굴은 노을 빛으로 물들고 기쁨으로 가슴이 벌렁거렸다.원경릉은 기쁘면서도 탄식이 나왔다. 만아가 자신을 따른 요 몇년간 정말 동생 같았는데 좋은 사람을 만난 것은 정말정말 기쁘지만 혼례를 치르고 남강으로 돌아갈 거라 생각하니 감상적이 되고 만다.원경릉이 부드럽게, “만아야 나와!”순왕이 놀라서 고개를 들어 사방을 둘러보다가 만아가 부끄러워하며 병풍 뒤에서 나오는 것을 보고 방금 자기의 경망스런 말이 떠올라 엄청 곤혹스러워 하며, “여……여기 있었어?”만아가 몰래 순왕을 흘끔 보고 나니 가슴이 계속 쿵쿵 난리가 났는데 붉어진 얼굴로 순왕과 같이 원경릉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소매를 쥐어짜며, “저 계속 여기 있었어요.”순왕이 만아 얼굴이 빨개진 게 형언할 수 없이 아름다운 지라 가슴이 막 웅장해짐과 동시에 조심스럽게, “그럼 만아는……나한테 시집올 거야?”만아 얼굴이 더 빨개지더니 옷깃 사이로 살짝 보이는 목까지 물든 채 고개를 숙이고 찰랑거리는 속눈썹과 빛나는 눈동자, 입술을 작게 떨며 모기만한 소리로, “전……전 물론 원해요.”순왕이 이 말을 듣고 눈에서 사랑의 불똥이 튀더니 만아 손을 꽉 쥐는데 만아는 화들짝 놀라면서도 손을 빼지 않고 괜히 얼굴을 돌리는데 얼굴이 어떻게 더 빨개질 수 있나 할 만큼 빨갛다.원경릉은 오늘 이 자리에서 둘이 ‘꽁냥거릴’ 거라고 생각도 못했는데 둘이 수줍어했다가 흥분했다가 하는 모습이 풋풋한 게 ‘좋을 때다.’ 원경릉과 우문호는 진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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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100화

둘 만의 디너원경릉은 이렇게 자신을 위로했지만 마음 속으로 저들의 결혼 생활이 더이상 번잡한 일이나 사나운 격랑에 휘말리지 않기를 간절히 바랬다. 두 사람의 세계를 살 수 있기를, 조금 더 낭만적이기를. 이걸 바라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이런 생각을 하다가 우문호가 오늘 저녁에 일찍 들어올 수 있는지 서일에게 가서 물어보라고 했다. 우문호가 오늘밤은 집에서 저녁을 먹는다고 해서 원경릉은 정성을 다해 캔들 디너를 준비했다. 그리고 독수리 오형제를 유모들과 희상궁에게 쫓아 보낸 뒤, 자기는 현대에서 몰래 숨겨서 가져온 와인 한 병을 미리 따서 디캔팅 해 두었다. 원경릉은 잘 못 마시지만 한 입 맛볼 수 있고 우문호는 술을 마시면 꽤 재밌어지는게 원경릉에게 찰싹 붙어서 사랑을 속삭인다.‘에휴, 오래된 부부는 고작 이런 희망밖에 없다니까.’오늘 밤 초왕부 사람은 전부 태자비가 태자와 둘 만의 세계를 원한다는 걸 알고 우리 떡들조차 감이 왔는지 귀찮게 굴지 않았다. 비록 우리 떡들은 캔들 디너를 너무 먹고 싶었지만 엄마가 오늘 밤 따라 무섭고 자기들은 오면 안된다고 했으니 그럼 안되는 거다.원경릉이 준비를 마친 뒤 직접 나가서 매화 가지 하나를 잘라와 옥으로 된 꽃병에 꽂자 온 방에 향이 피어났다.유시(오후5시~7시) 끝 무렵 하늘이 벌써 어둑어둑한데 우문호는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전에는 돌아와서 저녁을 먹는다고 하면 유시에는 오곤 했는데 이제 유시에서 술시로 넘어가려 는데 아직 기척도 없다.음식이 다 식었지만 다행히 방에 난로를 피워서 나중에 좀더 구우면 나름 별미다.와인도 다 깬 상태인데 우문호가 아직 돌아오지 않아 맛이 없어질 까봐 일단 봉해 두었다.술시(오후 7시~9시)까지 기다렸는데 아직 돌아오지 않자 원경릉이 배가 고파서 가만 있기 힘든데 막 사람을 보내 물어보려는 찰나 서일이 우문호를 부축하고 들어왔다. 우문호는 술냄새를 확 풍기며 이미 곤드레만드레 취했다.원경릉이 화가 치밀었으나 취한 인간을 부축하는 걸 돕고 서일에게, “돌아와서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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