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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801화

황금 2천냥황후가 지금 궁중의 일에 관여하고 있지 않지만 명분은 여전히 내명부의 수장인만큼 황귀비가 황후에게 이 일을 보고했다. 황후가 다 듣더니 별 말 없이 황귀비에게 조사를 명했다.그런데 황후궁 사람이 퍼트린 소문에 순왕 전하가 팔황자에게 황금 2천냥을 주었다는 것이다.순친왕이 출정 후 황제에게 하사 받은 황금이 천냥으로 전부 팔황자에게 주었다고 해도 고작 천냥에 불과한데 어째서 2천냥이라고 하지?황후는 혐의를 피하기 위해 황귀비 사람을 불러 조사하게 한 결과, 팔황자의 황금이 뜻밖에도 천냥 전부가 내탕고의 인감이 찍혀 있었다. 팔황자는 동생이 자기에게 준 것이라고 궁 안에 사람에게 자신의 금에 손대지 못하게 하고, 미친듯이 사람을 쫓아내는 모습에 모두 기겁했다.황후는, “됐다, 이 금이 내탕고의 황금이든 아니든 전부 내가 메꾸도록 하마, 궁이 최근 태평하지가 못하구나. 내탕고에 도난사건이 있지를 않나, 황후궁에도 잃어버린 게 한 두개가 아니야, 심지어 팔황자 궁에도 물건이 여럿 없어졌는데 도둑놈의 심보를 알 수가 없구나. 금은 보석을 가져가는 건 그렇다고 치고, 장난감까지 가져가는 건 뭔가 특이한 취향이 있는 거 아닌가?”황귀비는 하는 수없이 사람을 순왕부로 보냈다. 궁에서 매년 사용하는 은자는 고정된 금액으로 황금 4천냥인데 이는 은괴 4만냥으로 바꿀 수 있으며 추석에 지출하는 비용도 이 안에 들어있다.따라서 없어진 금화를 되찾아 오지 않으면 황귀비는 회계를 제대로 하지 못한 혐의로 추석 때 지출하는 비용의 부족분을 메꿔야 한다.순왕부는 아직 난장판이었다. 원경릉이 만아, 사식이, 기라, 녹주 등을 데리고 와서 돕고 미색도 여럿을 데리고 왔지만 안주인이 없는데다 아홉째는 무관으로 집안일을 전혀 알지 못했다.궁에서 온 사람이 조사하는데 황후가 보낸 사람까지 있었다. 정집사도 사람들을 지휘하며 바쁘게 일하다가 사식이가 만아를 데리고 들어오는 것을 봤다.정집사의 눈동자가 순간 흔들리더니, 잠시 동작을 멈칫하고 돌아서서 계속 명령을 내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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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802화

순왕 도둑 사건이때 미색이 입구에서, “사식아, 만아야, 너희들 이리 좀 와봐.”두 사람이 대답하고 정집사와 스쳐 밖으로 나갔다.정집사가 멈칫하고 뒤를 돌아 만아와 사식이의 뒷모습을 암담하게 쳐다봤다.정집사는 핑계를 대고 기라에게, “아가씨, 방금 그 두 아이는 어느 집 사람입니까?”“만아와 사식 아가씨 말씀인가요?” 기라가 허리를 펴고 물었다.“예, 만아……” 입으로 이름을 중얼거리는 눈빛이 슬프다.“만아는 남강 노비로 비천해서 이집 저 집에서 막일 해요, 아무도 다룰 수가 없거든요.” 기라가 비웃으며, “하지만 만아는 분명히 막일 말고는 아무것도 못해요, 늘 주인을 화나게 해서 걸핏하면 두들겨 맞죠.”“맞아요?” 정집사 얼굴 근육이 팽팽해졌다.“안 그러겠어요?” 기라가 사방을 보더니 목소리를 낮춰 미소 띤 얼굴에 악의가 가득한 채로, “만아는요, 이름처럼 미련해서 맞아도 잘 참으니까 주인들이 기분이 나쁠 때 만아에게 화풀이를 하고 툭하면 때리는데, 그리고나서 상으로 고기를 먹여주면 좋다고 씰룩거려요. 어쨌든 만아한테 고기만 먹여주면 아무 때나 만아의 이목을 속일 수 있어요.”정집사는 눈이 커지며 갑자기 벼락이라도 맞은 사람처럼 그 자리에 우두커니 있더니 여전히 표정 변화는 없으나 눈에 분노의 불꽃이 타오르며 얼음장 같은 목소리로, “그렇군요, 남강 노비는 사람들에게 멸시를 받죠.”정집사가 뒤를 도는데 살짝 떨고 있는 것이 보이고 어깨에 애써서 힘을 주고 있었다.이때 한 무더기 축하 선물 속에서 내탕고 인감이 찍힌 황금 2천냥 찾아냈고, 팔황자의 물건도 있었는데 순왕부가 기록한 선물 목록을 찾아보니 누가 보낸 건지 알 수 없다. 각 궁과 각 부에서 보낸 물건은 전부 기록해 두었는데 유독 그것만 기록이 없다.황후가 보낸 사람은 바로 궁으로 보고하려고 하는데 황귀비 사람이 이 일을 원경릉에게 보고 하자 원경릉이, “순왕부에는 보내온 곳에서 직접 보내준 선물 목록이 있을 테니, 다시 각 궁과 각 부에서 선물을 보낼 때 첨부하여 보낸 증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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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803화

누명을 벗기다“찾았네.” 원경릉이 선물 목록을 한 장 펼치며 사람들 앞에 내놓고, “흠, 황후 마마 궁에서 보내온 것인데 황금 2천냥, 전체 목록에는 기록되어 있지 않지만 팔황자의 선물 목록에는 써 있군. 봐라, 선물 목록 위에 황후 마마의 인감이 있구나.”오상궁이 깜짝 놀라 달려와 자세히 보는데 그 선물 목록에 진짜 황금 2천냥이라고 써 있고 또 팔황자가 보낸 장난감 선물마다 명세서가 전부 붙어있고 바닥에는 황후의 인장이 찍혀 있다.내탕고에서 잃어버린 황금 3천냥을 여덟째 전하 쪽에서 천냥을 찾았고, 여기서 2천냥을 찾았으니 금액도 딱 맞아 떨어진다.오상궁이 하얗게 질려서 어떻게 이런 일이?원경릉이 아무렇지도 않게, “모든 게 명확해졌구나. 내가 순왕 전하를 대신해 황후 마마의 크신 사랑에 감사드리네. 순왕 전하께서 출궁한지 얼마 되지 않아 여러 모로 지출이 많은데 은자가 부족하지 않도록 챙기시는 마마의 인자함에 감동하고 말았네.”목록과 인장이 증거로 나오니 오상궁은 할 말을 잃고 변명도 하지 못했다.황귀비 사람이 목록을 받아들고 예를 취하며, “그럼 쇤네들은 이미 물러갑니다.”“천천히 가시게!” 원경릉이 미소를 머금고 전송한 뒤 눈을 치켜 뜨고 오상궁에게, “상궁은 아직 가지 않았느냐?”오상궁이 감히 다시 거들먹거리지 못하고 복잡한 눈빛으로 원경릉을 보더니 예를 취하고 갔다.원경릉이 표정을 가다듬고 궁중 사람들이 떠나는 것을 봤다.미색이 얼음장 같은 눈빛으로, “뭐 하는 짓이야? 아주 질리지도 않는구나.”“그만해, 못살게 굴지 마. 황후 마마도 얼마 못 가셔.” 원경릉이 담담하게 말했다.“히히, 이제 황금 3천냥의 소재가 황후한테로 넘어갔네.” 미색이 말했다.원경릉이 나가서 가을 태양 아래 서 있는 우문천을 보고 미소를 지으며, “그건 저희가 걱정할 일 아니죠, 마마는 어쨌든 무료하고 답답한 나날을 보내고 있으니 전하께 재미를 찾으려는 걸지도요.”우문천이 예를 취하며, “두분 형수님께서 제 결백을 밝혀 주시니 감사합니다.”원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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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804화

만아를 챙기는 정집사만아는 사람들이 떠나는 것을 보고 마음이 좀 우울했다. 오늘 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 다들 자기한테 안 좋게 대하고 사식 아가씨와 녹주는 자기를 무시하고 험하게 말하기까지 했다.이제 다들 밥을 먹으러 갔는데 자기만 혼자 여기 남겨졌다. 일을 더하는 건 아무렇지도 않지만 혼자 남겨진 것에 상처받았다.정집사가 만아를 보고 특별한 감정을 담은 눈빛으로 천천히 다가가는데 원경릉이 문간에서 부르며, “정집사? 이리 좀 와봐요, 설명할 게 있으니까.”정집사는 살짝 주먹을 쥐고 잠시 뜸을 들였다가 원경릉에게 한결같은 순종의 눈빛으로, “태자비 마마 분부하실 일이 있으십니까?”“이리 와봐요, 설명할 게 있어요.” 정집사가 참고 원경릉에게 갔으나 막상 가보니 원경릉이 분부한 건 전부 자질구레한 것들로 자신이 아니어도 아무 하인이 해도 될 일이다.왔다 갔다 심부름을 시키는 통에 점심시간이 지나고 정집사가 부랴부랴 주방에 갔을 때 남은 게 있어서 일일이 찬합에 싸서 들고 창고로 갔다.창고에는 만아 외에 다른 사람이 아무도 없고 다른 사람들은 밖에서 새집을 구경하고 주인과 계집종이 한데 뭉쳐 웃고 떠들고 있었다.정집사가 몰래 창고에 들어가니 만아가 여전히 물건을 정리하고 있고 누가 들어오자 만아가 고개를 들고 정집사에게 배시시 웃었다.정집사가, “자네가 만아인가?”“예, 정집사님, 제가 만아입니다!” 만아가 허리를 펴고 등을 쭉 뻗자 뱃속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는데 만아는 챙피해서 고개를 숙였다.정집사가 한숨을 쉬더니 찬합을 탁자에 내려놓고, “음식이 조금 있으니 와서 먹어요.”만아가 얼른 손을 젓고, “안돼요, 제가 집사님 걸 먹으면 집사님은 뭐 드시게요? 전 배 안 고파요, 먼저 드세요.”“와서 먹어요!” 정집사가 복잡한 눈빛으로, “저 혼자 다 못 먹으니 낭비하지 않게.”만아가 배를 만지며 목을 길게 빼고 힐끔 보더니 음식 냄새만 맡고도 침이 꿀꺽 넘어가서 정집사가 나눠 주기를 기다렸다.정집사가 음식을 전부 꺼내고, “어서 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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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805화

구박받는 만아만아가, “계속은 아니고, 원래는 다른 주인을 섬겼죠.”만아가 천진하게 웃으며 젓가락을 내려놓더니, “초왕부는 좋아요, 태자비 마마도 저에게 잘해 주시고, 사식 아가씨들도 전부 저를 좋아해요.”“사식 아가씨라면 오늘 당신을 혼내던 그 여자분?” 정집사 얼굴이 어두워졌다.만아가 변명하며, “사식 아가씨가 평소엔 이렇지 않은데 오늘…… 아마 기분이 안 좋은 가봐요.”“기분이 안 좋다고 함부로 당신에게 화풀이를 해도 되나요?” 정집사가 냉랭하게, “전부 뭐하는 분들입니까? 나중에 제대로 말씀을 드려야 겠어요.”만아가 기분이 상해서, “사식 아가씨를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좋은 사람이예요, 평소 좋은 건 다 저한테 먹으라고 줘요.”정집사가 만아를 보고, “그래요 당신을 때리고 나중에 먹을 걸 주죠. 아닌가요?”“그건 때린 거 아니예요, 우린 무예를 연마하는 것으로 제 무공이 사식 아가씨만큼 안돼서 지는 거지만 이길 때마다 저에게 맛있는 걸 먹여주세요. 선물도 주시고.” 만아가 손을 뻗어 머리에서 비녀를 빼더니, “봐요, 이 비녀는 사식 아가씨가 저에게 준 거예요.”정집사가 만아 머리에 있던 구름무늬 비녀를 보고 품질은 좋지만 귀한 집안 아가씨 입장에선 이건 노리개수준이다. 마음대로 노비에게 상으로 줘도 조금도 아깝지 않을 정도로 그 사람들 눈에 만아는 아무 때나 화풀이 해도 되는 노비에 불과한 것이다.정집사의 눈에 깊은 아픔이 스치고 지나갔다. “역시 순왕부로 와요, 여기는 매일 배불리 먹고 당신을 서럽게 하는 사람도 없고 당신한테 화풀이 하는 사람도 없을 뿐더러 때리는 사람은 더더군다나 없어요.”“호의에 감사합니다. 하지만 전 정말 못 가요.” 만아가 이 사람 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면서 더 이상 말하지 않고, “밥 가져다 주셔서 감사합니다. 전 일하러 가볼 게요. 얼른 끝내야 얼른 돌아가죠.”정집사가 만아의 세게 만아의 팔을 잡고 낮은 목소리로, “반드시 순왕부로 와야 해요!”만아가 너무 놀라, “집사님……”원경릉이 문밖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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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806화

정집사의 변명원경릉이 앉더니 뒤로 기대 편안한 자세로, “진상을 알고 싶어요, 당신과 만아 관계를.”“태자비 마마, 공연한 걱정을 하시는 군요.” 정집사도 변함없는 미소를 짓지만 눈은 더욱 차가워져서, “쇤네 원래 저 아이를 모릅니다. 그저 오늘 다들 밥을 먹으러 가는데 혼자만 못 가니 일인분을 가져다 줬을 뿐 그 이상은 아닙니다.”“좋아요, 오늘 당신은 자비로운 마음이 일어서 계집종 하나가 괴롭힘을 당하고 배를 곯는 걸 못 참았군요. 그럼 원래는 출궁하고 싶지 않았는데 왜 남강왕의 딸이 경성에 있다는 소문을 듣고 생각이 바뀌었죠? 출궁은 당신에게 굉장히 위험한 일로, 심지어 살해당할지도 모르는 위험도 개의치 않고 황귀비 앞에 애원하기까지 했어요. 단순히 나귀빈의 은혜에 보답하고 싶어서? 하지만 알아보니 당신과 나귀빈 사이에 그렇게 깊은 주종 간의 정이 없었죠. 그 증거로 나귀빈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 다른 심복들처럼 연좌제로 벌을 받지 않고 당신은 살려뒀으니까요.”정집사가 웃으며, “태자비 마마 상상력이 굉장하군요, 남강왕의 딸이 뭐요? 쇤네 들어본 적도 없고 관심은 더욱 없습니다.”“남강사람이 남강왕에 관심이 없다고요?” 정집사가 차갑게 고개를 흔들며, “쇤네 비록 남강사람이나 태자비 마마는 분명 알고 계시겠지만 남강은 남북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쇤네는 북쪽사람으로 남강왕 어쩌고에 관심을 가질 리가 있겠습니까? 그래서 태자비 마마 생각이 지나치시다는 겁니다. 마마께서 도대체 뭘 하시고 싶은 지 쇤네는 모르겠으나 이번 일은 하루하루 밥 먹고 사는 일이 급급한 남강 노비에게 흥미를 끌 만한 것은 못 됩니다.”원경릉이 당황해서, “남강 북쪽 사람이라고?” 원경릉은 정집사가 어쩌면 남강왕부 사람이나 남강왕의 후궁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남강 북쪽 사람이라니. 이건 성립하지 않는다.“쇤네 하늘에 맹세코 남강 북쪽 사람입니다. 그것에 조금이라도 거짓이 있으면 마른 하늘에 날벼락을 맞고 죽을 것입니다.” 원경릉은 살짝 의혹이 빛이 스치기는 했으나 정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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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807화

비밀 폭로원경릉은 정집사가 사람의 마음을 쥐고 흔드는 재주가 있다는 걸 알고 순왕부에 온 목적을 더 물어봤자 억지로 강압하는 꼴이라 사실대로 말하지 않을 걸 느꼈다.정집사를 보면 외형적으로는 만아와 조금도 비슷한 구석이 없지만 얘기를 하면서 눈빛을 보니 일종의 낯익은 기분이 들고 뭔가 비슷한 것이 외부적인 게 아니라 기질이 닮았 달까 뼈 속 깊이 분위기가 닮았다. 그 생각이 또 머리 속에서 떠올랐다.원경릉은 배를 쓰다듬고 손가락으로 자수를 만지작거리며, 좌우간 오늘 다 질러보고 더이상 짐작하지 않기로 하고, “당신은 목청청이야, 강북에서 실종된 그 무녀.”정집사는 넓은 소맷자락을 잡고 천천히 두 손을 움츠리며 눈동자도 굴리지 않고 원경릉을 바라보며 약간 우습다는 듯, “태자비 마마 정말 넘겨 짚기도 잘 하십니다.”원경릉은 정집사의 미세한 표정과 동작 하나도 놓치지 않고 계속, “목청청이 실종되고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죠, 그녀가 남강왕의 측실로 시집을 가서 딸까지 낳을 거라고 말이죠.”정집사의 얼굴에 비웃음이 더욱 과장되게 나타나며 결국 얼굴 근육을 살짝 떠는데, “남강사람은 다 알고 있습니다. 남강 북쪽 남자 무당 일문과 남강왕의 세력은 물과 불이라 암암리에 오랜 시간 싸워왔다는 걸요. 무녀는 천지신명이 뽑은 지도자로 어찌 하늘을 거스를 수 있겠습니까? 그건 죽어 마땅한 죄예요!”원경릉의 예상이 맞았다!정집사의 표정을 보며 확신에 차서 마음속으로 정리했다. 목청청, 측실, 정집사, 만아의 엄마는 모두 같은 사람이다. 이것으로 당시 그녀가 남강왕을 떠난 이유를 해석하면 목청청은 자신의 신분을 숨기고 남강왕과 혼인했으나 누군가에게 들키고 말았다. 만아가 ‘누가 자기를 귀찮게 하니 잠시 피해 있겠다’고 어마가 말했다는 건 목청청이 남강 북쪽의 사람을 피하기 위해서였다.그리고 잠시 몸을 피할 요량으로 목청청이 남강왕 곁을 떠났으나, 나중에 남강왕 집안이 멸문을 당하고 목청청은 돌아갈 곳이 없어졌다. 게다가 남강 북쪽 사람도 목청청을 가만 놔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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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808화

딸의 이름은이런 결과는 원경릉의 예상을 벗어난 것이었다.목청청이 남강왕의 측실일 거라고 생각도 못했고 만아의 어머니라니, 이건 완전 로미오와 줄리엣이 아닌가. 목청청에게 그 순간 아마 힘든 결정이었을 것이다.남강 북쪽 남자 무당과 무녀에 대한 요구는 상당히 엄격해서, 해도 되는 일과 해서는 안되는 일이 명확한 살벌한 계율이 있다. 계율에 따라 신분이 정해진 그날부터 남강 남쪽 사람과 가까이 해서는 안되고 당시 통치자였던 남강의 왕은 말할 것도 없다. 무녀는 겉보기엔 존귀한 지위지만 사실 마음먹은 대로 살수 없었다. 그렇지 않으면 목청청이 도망쳤을 리도 없고, 고지도 경성으로 왔을 리 없다. 단지 고지는 정말 도망치고 싶었던 것 같지 않은 게 계속 남강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기 때문이다.아마 고지가 경성에 온 건 안왕에게 이용당한 것으로 사실은 홍엽의 계획이었다?만약 정말 그렇다면 홍엽 이 자는 정말 그 속을 알 수 없는 사람이다.우문호에게 소식을 알리자 우문호가 깜짝 놀라며, “목청청도 진짜 대단한 용기를 지녔네. 일단 발각되는 날엔 남강으로 끌려가서 차라리 죽는 게 나은 날을 보낼 텐데.”“왜?” 원경릉은 비록 엄한 벌이 있을 것임은 알지만 차라리 죽는 게 낫다니, 과장이 좀 심했다.우문호가, “남강 북쪽에 가혹한 형벌이 있다고 들었는데 무녀가 배신하면 18종류의 가혹한 형벌을 받은 뒤에 피부를 벗겨 죽인데.”원경릉이 화들짝 놀라서, “세상에, 피부를 벗긴다고? 너무 공포스러운 거 아냐?”“어쨌든 남강 북쪽은 배신자에 대한 처벌이 잔혹해. 이렇게 고압적인 강제 수단은 사람들 마음을 한 곳에 모으게 하지. 솔직히 변절의 대가가 너무 커서 감당 불가능하니까.”“그래서 목청청이 그동안 계속 궁중에 숨어 있었던 거구나, 허드레 일을 하는 삶이 고통스럽더라도 말이야.”우문호는 원경릉을 부축해 반쯤 뉘어 주더니, “좋았어, 지금부터 모든 일은 나한테 넘겨, 당신은 더이상 신경 쓰지 말고, 당신이 할 일은 잘 쉬고, 배속에 아이 키워서 통통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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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809화

서일의 관직“그럼 자기를 우문호라고 하지 말고 복덩이라고 해, 앞으로 자기를 복덩이라고 부를 게.” 원경릉이 우문호를 째려보더니, “복덩이, 복덩이, 복덩이야!”우문호가 눈썹을 찌푸리며 손을 흔들며, “됐어, 알았다고, 복덩이라고 안 부를 게. 하지만 내 머리속에서는 다른 이름 안 생각나니까 당신이 생각해 보는 게 어때?”“열심히 생각할 게, 하지만 지난번처럼 실수하면 곤란해.” 원경릉이 의미심장하게 말했다.“그땐, 서일이 날로 먹어버렸지.” 우문호가 생각하니 또 화가 났다.서일 얘기를 하자, “서일도 나이가 적지 않은데 슬슬 혼담이 오가야 하는 거 아닌가?”“서일한테 아내는 언감생심, 너무 멍청해.” 우문호는 서일이 아내들 둘 자격이 없다는 듯 말하는데 이 남자 진짜 뭘 모른다.“서일 집에서는 얘기 나오는 거 없어?”“생모는 일찍 돌아가셨고, 지금 집에 계신 건 새엄마인데 서일까지 신경 쓸 수 있겠어? 서일도 집에 자주 안 가, 당신도 봤잖아. 명절에도 초왕부에서 지내는 게 집이랑 가깝게 안 지내는 거 알겠지?”원경릉이 의외인 것이, “서일이 집 얘기를 할 때 집안 사람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 했어, 그리고 어머니 얘기하는 걸 들은 적이 있는데 생모라고 생각했지.”“서일 본인은 잘 어울리고 싶어 하지, 줄곧 비위를 맞추면서. 하지만 그 사람들은 서일을 별로 존중해주지 않는 모양이야.” 우문호가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원경릉은 서일 집안 상황을 잘 모르고 그저 아버지가 관원이시라 집안사람을 얘기할 때 자랑스러워 하길래 집안을 중시한다고 생각했는데 집에 잘 안가는 건 좀 앞 뒤가 안 맞긴 하다.“서일이 자기 하인인데 설마 집에서 무시당해?” 원경릉 생각에 태자 곁에서 심부름을 할 정도면 남보다 뛰어나다는 소리 아닌가.“서일은 관직이 없으니까. 그 집 사람들은 서일이 초왕부 하인인 줄 알 걸? 하지만 구체적인 상황은 나도 잘 몰라. 어쨌든 서일은 종일 히히거리며 바보같이 굴다가 한달에 한 번 집에 가도 은자를 주고 밥 한끼 먹고 돌아온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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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810화

관직을 받는 날우문호가 말은 그렇게 했지만 서일을 좀 서운하게 대한 감이 없지 않다.다음날 탕양과 상의해 서일이 전쟁에 참여한 공을 들어 관직을 상으로 내려 주실 청하기로 했다. 서일을 초왕부 가신인 장군으로 삼아, 여전히 초왕부에 예속된 초왕부의 가신이면서 앞으로 그가 큰 일을 해 조정의 동량이 되는 것이다.탕양이 우문호의 말을 듣고 감개무량해서, “서일이 좋아 죽겠네요.”“그럼 이렇게 내가 주재상에게 얘기하지. 주재상을 추천인으로 삼는 걸로 말이야.”“좋군요, 그렇게 진행 하시지요, 성지가 내리길 기다렸다가 저희는 경축 연회를 열겠습니다.” 탕양이 기뻐서, “초왕부에서 한동안 연회가 없었는데 잘 치러야겠습니다. 다들 즐겁도록.”역시 주재상이 나서서 안되는 일이 없다. 당일 성지가 내려 서일은 녕원장군(寧遠將軍)으로 봉해졌다. 정5품 무관으로 여전히 태자의 사자 지위지만 서일의 연봉은 조정이 지급하는 정식 무장 관원이 된 셈이다.우문호는 5품은 생각도 못하고 7품만 되도 충분하다고 여겼는데 예상보다 품계도 2단계나 높고, 초왕부에서 성지를 선포하는 사람이 다름 아닌 주재상 본인이다.그런데 서일 이 바보가!바닥에 꿇어앉아 성지가 선포되는 것을 다 듣고 난 뒤에도 성지를 받는 걸 몰라 멀뚱멀뚱 우문호를 바라보는 것이다. 마음 속으로 태자 전하께서 무슨 쇼를 하는 게 아닐까, 최근 서일이 태자에게 잘못한 게 많아서 태자의 복수라고 생각했다.“서일, 축하하네!” 주재상이 함박웃음을 지으며, “나와서 성지를 받게!”무릎을 꿇은 채로 앞으로 두어 걸음 가더니 몰래 주재상에게, “태자 전하께서 절 정리해 버리시려는 건 아니죠?”“성지에 어찌 거짓이 있을 수 있느냐?” 주재상이 눈을 부릅뜨더니, “어서 성지를 받아라, 그렇지 않으면 성지 앞에서 태만하게 군 죄를 물을 것이다.”서일이 황금색 비단을 보고 놀란 가슴을 진정시킨 채 잽싸게 세번 절하고, “소신, 성지를 받들겠습니다!”손에 성지를 들자 묵직하다. 천천히 머리를 들고 뒤에서 관복을 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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