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직을 받는 날우문호가 말은 그렇게 했지만 서일을 좀 서운하게 대한 감이 없지 않다.다음날 탕양과 상의해 서일이 전쟁에 참여한 공을 들어 관직을 상으로 내려 주실 청하기로 했다. 서일을 초왕부 가신인 장군으로 삼아, 여전히 초왕부에 예속된 초왕부의 가신이면서 앞으로 그가 큰 일을 해 조정의 동량이 되는 것이다.탕양이 우문호의 말을 듣고 감개무량해서, “서일이 좋아 죽겠네요.”“그럼 이렇게 내가 주재상에게 얘기하지. 주재상을 추천인으로 삼는 걸로 말이야.”“좋군요, 그렇게 진행 하시지요, 성지가 내리길 기다렸다가 저희는 경축 연회를 열겠습니다.” 탕양이 기뻐서, “초왕부에서 한동안 연회가 없었는데 잘 치러야겠습니다. 다들 즐겁도록.”역시 주재상이 나서서 안되는 일이 없다. 당일 성지가 내려 서일은 녕원장군(寧遠將軍)으로 봉해졌다. 정5품 무관으로 여전히 태자의 사자 지위지만 서일의 연봉은 조정이 지급하는 정식 무장 관원이 된 셈이다.우문호는 5품은 생각도 못하고 7품만 되도 충분하다고 여겼는데 예상보다 품계도 2단계나 높고, 초왕부에서 성지를 선포하는 사람이 다름 아닌 주재상 본인이다.그런데 서일 이 바보가!바닥에 꿇어앉아 성지가 선포되는 것을 다 듣고 난 뒤에도 성지를 받는 걸 몰라 멀뚱멀뚱 우문호를 바라보는 것이다. 마음 속으로 태자 전하께서 무슨 쇼를 하는 게 아닐까, 최근 서일이 태자에게 잘못한 게 많아서 태자의 복수라고 생각했다.“서일, 축하하네!” 주재상이 함박웃음을 지으며, “나와서 성지를 받게!”무릎을 꿇은 채로 앞으로 두어 걸음 가더니 몰래 주재상에게, “태자 전하께서 절 정리해 버리시려는 건 아니죠?”“성지에 어찌 거짓이 있을 수 있느냐?” 주재상이 눈을 부릅뜨더니, “어서 성지를 받아라, 그렇지 않으면 성지 앞에서 태만하게 군 죄를 물을 것이다.”서일이 황금색 비단을 보고 놀란 가슴을 진정시킨 채 잽싸게 세번 절하고, “소신, 성지를 받들겠습니다!”손에 성지를 들자 묵직하다. 천천히 머리를 들고 뒤에서 관복을 들고
프로포즈원경릉과 우문호가 서로 마주보더니 그……그러니까 둘이 어울린다고 생각해? 사식이가 뻘 소리하는 거지?사식이가 웃으며, “만아야, 서일 괜찮은 사람이야. 잘 생각해봐.”서일이 사람들 속에서 사식이를 보고 잠시 망설이다가 천천히 그쪽으로 걸어갔다.“서일, 오늘 진짜 멋지다. 진심으로 잘됐어.” 사식이가 하얀 이를 드러내고 웃는다.서일은 똑바로 사식이를 보고 갑자기 황당한 말을 뱉는데, “나한테 시집 올래?”사식이가 당황해서 헛웃음을 짓더니 만아를 자기 앞에다 세우고, “너 엄청 당황했구나, 만아는 여기 있어.”“너한테 묻는 거야!” 서일이 만아를 흘끔 보고, “만아와 상관없어. 만아와 나는 오누이 같은 사이야.”서일이 단숨에 해치우겠다는 용기가 충천해서, “너한테 물을 게. 사식아, 원용선(袁詠善). 너 나한테 시집 올 거야?”이 사태에 사람들은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서일 이 얼빠진 놈이 무려 사식이를 좋아한다고? 언제부터 그런 거야?’‘하여간 간도 크네, 원씨 집안 아가씨를 사모하다니.’사식이는 미소가 점점 사라지고 서일이 뚫어질 듯 바라보고 있어 숨을 곳도 없다. 살금살금 머리를 만아 뒤에 숨기고 조그만 목소리로, “서일, 장난치지 마.”서일이 용기가 서서히 사라져 가자 돌아서서 우문호와 원경릉을 바라봤다. 둘은 힘내라는 눈빛을 보냈다.서일이 심호흡을 하더니, “만약 네가 나한테 시집오겠다고 하면 너한테 평생 잘 할 거야.”사식이가 몰래 빼꼼히 내다보며, “하지만 전에…… 맨날 내가 널 좋아한다며, 넌 내가 마음에 안 드는데.”서일이 주먹을 꽉 쥐어서 손바닥에 땀이 난다, “그건 자기 비하였어, 내가 너한테 어울리지 않는 처지라 일부러 그런 말을 한 거야. 하지만 이제 관리가 됐으니 연봉도 있고 널 먹여 살릴 수 있어.”사식이 심장이 마구 나대는데, “그러는 너 지금 연봉이 얼마야.”서일이 뒤를 돌아 주재상을 쳐다보자, 주재상이 웃으며 무의식적으로 희상궁 곁으로 다가서며, “연봉은 은괴 600냥에 매달 비단과 양
후회돼?관복을 입은 채로 하회탈처럼 웃으며 신이 나서 뛰어갔다.서일은 역시 그 서일이다.원경릉은 서일에게 은자를 상으로 준비하고 모처럼 궁에서 사람들이 온 김에 점심 식사를 같이 하자고 청했다.주재상은 희상궁의 손을 잡고 가을날의 정원을 거니는데, 가을 국화가 만개하고 장미가 담벼락에 쓸쓸히 타고 올라 분홍색, 자주색 꽃을 피우고 있다. 이리 나리가 보내온 모란은 지금도 아름답지만 조금만 더 있으면 정원에서 독보적인 존재가 될 것이다.두 사람은 정자에 앉아 가을 바람이 호수에 파문을 일으키는 것을 보며 감개무량하다는 듯, “그때 나도 사람들 앞에서 당신한테 구혼했다면 당신은 승낙했을까?”먼 과거를 떠올리면 늘 희비가 교차한다. 희상궁이 살짝 고개를 흔들며, “모르겠어요, 정말 다시 한번 해보면 답을 알 것도 같은데.”“후회한 적 있어?” 주재상은 여전히 마음이 차분해지지 않아 희상궁에게 물었다.“매 순간이 후회죠. 하지만 그때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어요. 사람은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결정을 해야 하기도 하니까요.” 희상궁이 눈을 내리깔고 자신을 오랜 시간 괴롭혀왔던 결정과 그 후회의 나날을 떠올렸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한다고 무슨 방법이 있을까? 주재상은 당시에 주부 출신의 공자였지만 주부에서는 그다지 눈에 띄지 않았고, 두각을 드러내자 마자 노마님 손에 꽉 잡혀서 반드시 집안의 격이 맞는 귀족 아가씨를 아내로 맞아야만 했다.주재상이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그때는 모두 너무 힘들었다. 살아 있는 게 힘들었는데 남보다 뛰어난 사람은 말할 필요도 없다.이제 그는 한 나라의 재상이다.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존재로 더이상 사람들에게 업신여김을 당하던 쓸모없는 꼬마가 아니다. 주재상은 인생 역전을 이뤘으나 그의 일생은 그다지 즐겁지 못했다.어떤 진리는 어쩌면 나이가 들어서야 비로소 이해할 수 있다.“태자가 이제 자리를 잡아가니 천천히 나도 물러나서 앞으로 당신과 조금 더 같이 있어야지.”희상궁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좋아요.”
중매원경릉이 상당히 의아해 하며, “서일, 이 일은 어머니께 나서 달라고 해야 맞아, 내가 어떻게 서일을 대신해서 혼담을 넣을 수 있어?”서일이, “가능해요, 태자비 마마. 소신이 지금 비록 관원이지만 여전히 태자 전하에 속한 신하로 태자비 마마는 제 주인이니 저와 함께 가서 혼담을 넣어 주시면 됩니다.”“하지만……” 원경릉은 우문호가 얘기한 서일의 집안 사정이 생각나서 떠보듯이, “어머니께서 나서기 힘드실까? 관리로 책봉된 건 말씀 드렸지?”서일이 망설이더니, “다녀왔는데 아직 이 일은 말씀드리지는 않았어요. 혼담을 얘기하니 부모님 생각이 소신이 좀…… 좀 너무 이상적이라고 어머니는 원씨 집안에 찾아가서 혼담을 넣으면 창피를 당할 거라며 싫어하셨어요.”원경릉은 서일이 우물쭈물하는 것을 보고 어머니가 원래 했던 말은 서일이 지금 한 것처럼 순화된 말이 아니라 송충이가 솔잎이나 먹을 것이지 하는 식의 말이지 않았을까 싶다.“서일, 내가 가서 혼담을 넣는 게 법도에 맞는지 먼저 탕대인에게 물어볼까?” 서일은 원경릉이 나서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고 얼른, “태자비 마마 안심하세요. 혼담을 넣을 때 가져갈 예물과 중매인 비용, 그리고 나눠줄 축의금 봉투 전부 소신이 낼 게요. 절대로 태자비 마마께 한 푼도 신세지지 않겠습니다.”원경릉이 해명하며, “서일, 난 그런 뜻이 아니야. 돈에 인색하지도 않고. 단지 혼례라는 것이 부모님의 명에 따른 중매인의 말을 중시한다고 들었어. 서일 부모님이 계신데 혼담을 넣을 때 집안의 어른이 나타나지 않으면 노마님께서 원씨 집안이 존중받지 못한다고 느끼실 까봐 그래. 어쨌든 보통 집안이면 중매인을 불러서 물어보면 그만이지만 원씨 집안은 법도가 있는 집안에 대가족으로 우리도 그 집안의 법도를 따라야지 안 그래?”서일이 고개를 숙이고, “그……그럼 먼저 탕대인에게 물어봐 주세요. 제 자신도 법도가 어찌 되는지 잘 모르겠고, 마마께서 말씀하신 대로 만약 노마님이 그렇게 느끼시면 좋지 않으니까요.”원경릉이 고개를 끄덕이고 온
결혼 비용은자가 많이 필요하다는 말에 원경릉은 속으로 당황했지만, “근처에 집을 구하려면 은자가 얼마나 필요할까?”탕양이, “서일의 지금 연봉으로 초왕부 부근에 집을 사려면 100년이 걸려도 못 사죠.”“아!” 원경릉이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집이 그렇게 비싸다니 서일의 지금 연봉이 600냥인데 10년이면 6000냥, 100년이면 6만냥이다. “하지만 대저택 열 몇 채는 지을 정도로 의대를 세울 때 땅이 엄청 컸는데, 꾸미는 것까지 다 해서 20만이 안 됐어.”탕양이 웃으며, “태자비 마마, 그게 어떻게 같습니까? 거기는 외딴 곳이고 20만냥 속에 땅값은 아예 치지도 않았어요. 왕부 주변의 집이 비싼 건 땅값이 비싸기 때문으로 이 일대는 경성에서 최고 번화가인 데다 권력자와 귀족, 왕부가 모여 있는 곳이라 이미 빈 땅이 없습니다. 밀고 다시 짓는 수밖에 없으니 생각해 보세요. 안 비쌀 수가 있겠습니까?”“그럼 탕양 생각엔 10만냥이면 구할 수 있을까?”“10만냥이면 가능하지요, 내일 중개인을 데리고 가서 보겠습니다.” 탕양이 고개를 끄덕이고 주저하며, “그런데 10만냥은 서일이 못 냅니다.”“내가 일단 내고 서일 연봉에서 깎아야지.” 탕양은 원경릉이 착한 걸 알지만 이렇게 엄청난 돈을 들여 서일에게 집을 구해주는 건 정말 의외라 놀랍기도 하고 감동도 돼서, “태자비 마마는 정말 좋으신 분입니다.”“중요한 건 사식이지……어휴, 사식이를 그렇게 멀리 시집 보내야 하다니. 날 오래 따라서 자매처럼 생각했는데.”우문호가 그날 저녁 늦게 돌아와서 원경릉은 일단 집을 찾은 다음 얘기하기로 했다.다음날, 탕양과 약속대로 집을 보러 갔다.본 집은 멀지 않아서 초왕부와 길 2개거리로 걸어서도 갈만큼 위치는 아주 좋다.하지만 집 앞에 서 보니 좀 망설여지는 게 집이 아주 낡았고 작다. 초왕부의 20분의 1만하다.중개인은 원경릉의 신분을 모르고 이집 주변 사람들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들인지 추켜세우는데 문을 열자 마당은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으나 한쪽 벽은
서일의 집안 사정“가서 상의 좀 해 볼 게요.” 원경릉은 이 집에 이만한 돈을 쓸 가치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초왕부로 돌아오니 기상궁과 서일도 돌아왔는데 기상궁 안색이 어둡고 서일도 아무 말 없이 어깨를 잔뜩 움츠리고 안으로 들어갔다.“왜 그래?” 원경릉이 묻자, 기상궁이 서일을 힐끗 보더니 억지 웃음을 웃으며, “서부인께서 오늘 바쁘셔서 몇 마디 나누지 못하는 바람에 다음에 쇤네가 다시 한 번 다녀오겠습니다.”서일을 보니 일이 그렇게 간단하지 않아 보여 일단 서일을 내보내고 기상궁에게 들어오라고 해서 얘기를 들었다.기상궁이 방으로 들어와 문을 닫고 투덜거리기 시작하는데, “태자비 마마, 쇤네 살다 살다 이렇게 무지막지한 여자는 처음입니다. 오랜 시간 푸대접한 건 그렇다고 쳐도 아들 공부하는데 방해된다며 집에 들이지도 않고, 서일의 혼담을 꺼냈더니 서일에게 욕을 하며 높은 가문의 아가씨에게 장가들어 이 집을 나눌 셈이라며 그럴 자격 없다고 하는 거예요. 서일에게 오르지 못할 나무 꿈도 꾸지 말고 평범한 여자를 골라 혼인하면 그만이라고 하더라고요.”원경릉이 눈살을 찌푸리며, “그 집은 필요 없다는 얘기 안 했어요? 그저 중매하는데 얼굴만 보이시면 되는 거라고.”“했어요,” 기상궁이 열이 받아서, “싫다고, 쪽팔린다며 원씨 집안이 어떤 신분이고, 서일이 어떤 신분이냐, 서일에게 분수를 모르는 놈아, 네 꼬라지를 보라고 조상님 묘자리를 잘 쓴 적도 없는데 언감생심 그런 복이 어디 있겠냐며. 제가 서일이 지금 관직에 올랐다고 5품관이라니 자기도 안다며 관리면 뭐하냐고 실제 관직 없이 초왕부 하인에 불과한데 언제 파면 당할지 알 수 없다는 거예요 서일을 손가락질 하며 주제를 모른다고 요 몇달 집에 은자도 안 가지고 오고 부모형제가 죽던지 말던지 신경도 안 쓴다며.”원경릉이 성격이 좋지만 이 말을 듣고는 정말 화가 나서, “서일이 몇 개월을 출정한 사실을 모르나요?”“거기까지 신경이나 쓰겠어요? 말이 안 통하는 사람이니 이 사람은 기대할 게 못 됩니다
신혼집우문호가 원경릉을 품에 안고, “오늘 우리 딸 말 잘 들었어?”“얌전했어.” 원경릉이 배를 만지며 웃었다.우문호가 흐뭇해서, “역시 우리 딸, 엄마 아낄 줄도 알고.”원경릉이 웃고 있는데도 얼굴에 근심이 어린다.“왜? 누가 기분 나쁘게 했어?” 지금 원선생은 살이 약간 쪄서 얼굴이 생기발랄해 지니 완전 귀엽다.“서일 신혼집있잖아. 오늘 집을 몇 군데 보러 갔는데 작은데 비싸기만 해.”“초왕부에 살라고 하면 안돼? 따로 별채 하나 내 주고.” “그럼 나중에 자기 딸이 시집을 가는데 사위가 딸을 주인집에서 데리고 산다고 하면 자기는 좋아?”우문호가 순간 눈이 부리부리해 지며, “이 놈 자식이, 집도 없이 감히 내 딸이랑 혼인을 해?”“그러니 원씨 집안에서도 사식이를 어떻게 보낼 수가 있겠어?” 원경릉이 한숨을 푹푹 내쉬며, “그런데 이 부근 집값이 이렇게 비싼 줄 생각도 못했네, 십만 냥이 훌쩍 넘어.”“십만 냥이 넘는다고? 서일은 못 사.” 우문호가 나한상에 원경을 안고 이리저리 편안한 자세를 찾아 눕히는데 배에 귀를 대고 딸이 움직이는 소리를 들었다.“내가 서일에게 사주려고.”“당신이? 십만 냥이 넘는데 안 아까워?” 우문호가 고개를 들고 깜짝 놀라 말했다.“사식이 때문에 그래. 나랑 가까이 있으면 좋겠거든.”우문호도 생각해 보니 사식이는 줄곧 원경릉 곁에 있었는데 만약 결혼해서 떨어지는 건 좀 잔인한 감이 있다. 거기다 사식이가 특히 도움이 많이 되는 게 사람이 기민하고 무공도 뛰어나다. 우문호가 심사숙고 끝에, “그럼 한 채 짓자. 왜 굳이 사야 돼? 한 채 짓는데 만 냥 정도면 적당할 것 같은데.”“짓자고? 땅이 어디 있어서? 그리고 우리집 근처여야 해. 너무 멀면 안 되고 길 3개 정도가 제일 이상적이지.”“길 3개까지 떨어질 필요 없이 우리집 뒤에 땅 있잖아? 거기 우리집 거야. 거기 지으면 돼.”원경릉이 이 말을 듣고 너무 좋아서 우문호의 팔을 잡고, “뒤쪽에 그 땅이 우리집 거야? 세상에, 그런데 왜 말을 안
멋진 남자“좋아, 좋아, 자기 뜻대로 해.” 원경릉은 걱정 하나를 해결하니 날아갈 것 같다. 특히 돈을 별로 안 써도 되는 게 제일 좋다.원경릉은 바로 탕양을 오라고 해서, “바로 공사를 시작할 사람을 찾아서 집 두 채를 지어주세요. 한 채는 대략 400평 정도로 세부 규격은 알아서 하시면 되고 어쨌든 제가 4만냥을 낼 테니 아마 충분할 거예요.”탕양은 우문호가 그 땅을 내 놓을 거라고 생각도 못한 게 우문호가 오매불망 그 땅에 연무대를 만들고 싶어 했기 때문이다.원경릉이 2채를 짓는다는 말에 어리둥절해서, “왜 2채 입니까?”원경릉이 미소를 머금고, “서일은 있는데 어떻게 탕대인이 집이 없을 수가 있어요.”“예?” 탕양이 화들짝 놀라며, “태자비 마마, 그건……”“이렇다 저렇다 하기 없기 예요. 탕대인, 내일 착수해 주세요. 공사자금은 더 들어도 괜찮지만 공기는 반드시 엄수해는 걸로.” 원경릉이 말을 마치고 들어갔다.몇 걸음 가다가, 뒤에서 감격한 탕양의 목소리가 들렸는데, “태자비 마마 감사합니다!”신혼 집 문제를 해결했다는 걸 사식이에게도 얘기했는데 이 집이 앞으로 사식이가 살 곳이라 사식이가 좋아해 주길 바랬기 때문이다.사식이가 듣고 한참 부끄러워하더니 몰래 원경릉의 귀에, “그럼 담 넘으면 올 수 있는 거네요? 너무 잘됐어요. 결혼하면 초왕부를 떠야야 하는 게 두려웠는데 어휴, 몰라요, 친정에 다녀올 게요.”말을 마치고 웃으며 달아났다.원경릉은 사식이의 그림자를 보며 ‘정말 잘 됐어, 이젠 친정이라고 말하네.’원경릉이 뒤를 돌아보니 우문호가 여전히 복도 앞에 기대 있는데 늘씬하게 큰 키에 잘 생긴 얼굴, 짙은 눈썹과 그윽한 눈매, 팔을 벌리고 원경릉에게 오라고 하더니 그녀를 품에 안고, “원선생, 우리집이 갈 수록 사람사는 집 느낌이 나.”원경릉이 고개를 들어 잘 생긴 우문호 얼굴을 봤다. 처음 봤을 땐 어쩜 이렇게 포악하고 사납고, 어쩜 이렇게 자기만 알고 오만한 데다 철도 덜 들고 거슬리는 인간이 다 있나 했다. 그런데
잔뜩 긴장한 채로 앞으로 몸을 반쯤 내밀고 있었던 주 지부는 우렁찬 상대의 목소리에 깜짝 놀라, 중심을 잃은 듯 비틀거렸다. 그는 이내 팔을 뻗어 망루의 기둥을 붙잡으려 했지만, 허공에서 멈추고 말았고, 그대로 몸이 앞으로 쏠려 떨어져버리고 말았다. 그런데 그때, 누군가가 말에서 빠르게 날아올라, 믿기 힘들 정도로 빠른 속도로 그에게 달려갔다. 상대는 멀리 떨어진 곳에서, 주 지부가 바닥에 떨어지기도 전에 그를 안고 빙 돌아서 바닥에 착지했다.주 지부는 깜짝 놀라서 그만 정신이 혼미해졌다. 그를 구해준 사람은 반짝거리는 눈망울에, 품위 있는 모습의 젊고 잘생긴 사내였다. 주 지부는 그를 황제의 호위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거의 죽을 뻔한 고비를 넘겼기에, 안도의 한숨을 내쉴 새도 없이 그에게 예를 올렸다.“대인,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그때 말들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는데, 서일이 먼저 말에서 내려, 다급히 다가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괜찮으십니까?”우문호도 매우 놀란 듯했다. 조금만 늦었다면, 주 지부는 정말 죽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가슴을 가볍게 두드리며 숨을 들이쉬었다.“괜찮다.”그러고는 주 지부를 보며 물었다.“자네는 누구요?”주 지부는 마차에서 내리는 사람들을 보며, 누가 황제인지 추측했다.황제는 올해 마흔에 가까운 나이로 알려져 있었기에 위엄이 넘쳐 보일 것이었다. 그는 일행 중, 냉 수보와 홍엽을 만난 적 있었기에, 거친 모습을 한 이 인물은 아마도 호위로 추측된다. “묻지 않았소? 자네는 누구요? 어찌 죽으려고 하는 것이오?”서일은 그가 멍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자, 큰 소리로 다시 물었다.주 지부는 울 지경이었다. 냉 수보가 그를 보고 있으니, 예를 올려야 하지만, 황제도 자리에 있으니, 바로 냉 수보에게 예를 올릴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대체 누가 황제란 말인가?그는 황제가 누구인지 알아볼 수 없어, 결국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그러고는 그들에게만 들릴 정도로 낮은 목소
원경릉의 말은 그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었고, 자리에 있던 관리들은 기쁨과 동시에 두려움에 휩싸였다. 이 대인은 땅에 엎드려 온몸을 바르르 떨고 있었다. 그는 살아생전에 자신이 황제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은 단 한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평소 차분하고 신중한 주 지부도, 그도 감정이 격해져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눈가에는 눈물이 가득했다.황후를 만난 것만으로도 큰 영광이라 생각했는데, 황제까지 오신다는 소식에 그의 마음은 흥분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원경릉은 평생을 경성에서 다섯째와 함께 있었기에, 그녀는 그저 그가 온다는 사실을 간단히 전했을 뿐이었는데 말이다. 그녀는 다들 걱정 없이 역병을 치료하고, 언제나 황제가 그들의 뒤를 든든히 지켜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들의 반응을 보니, 황제가 직접 오는 것이, 지방 관리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깨달았다.원경릉이 급히 말을 덧붙였다.“폐하게서는 그저 역병 때문에 온 것이니, 모두 각자 맡은 일에만 최선을 다하면 되네.”“예, 예, 마마의 명을 따르겠습니다.”주 지부가 눈물을 닦으며 답했다.그렇게 관아와 의서가 협력하여, 오계부를 조사하기 시작했다.원 할머니는 역병을 치료할 수 있는 처방을 몇 가지 내렸다. 경증 환자는 약차를 계속 마시고, 증상이 악화하거나 중증 환자는 그녀의 처방을 사용하도록 했다.전에 이미 근처 주부에 연락해 약을 보내라 명했고, 오계부에서 구비한 약까지 있으니, 이번 역병을 대처할 수 있었다.오계부 의서는 이번 역병을 과거의 역병과 동일하게 생각하고, 소홀히 한 것 외에는 준비가 충분했다.원경릉은 황제 일행이 저녁 무렵 오계부에 도착할 것이라 예상했다.주 지부는 원래 여러 관리와 함께 황제를 맞이할 예정이었지만, 원경릉이 이를 단호히 거부했다. 그녀는 황제가 미복 순행 중이니, 과하게 맞이하여 백성들에게 알리지 말라고 했다.그 말에 주 지부는 당황했다.황제가 오계부에 도착했는데, 아무도 맞이하지 않는다니, 어찌 그럴 수 있다는 말인가?그러나 그는 황
약을 쓰자, 주 지부의 열이 단번에 내려갔다.열이 내려가니 정신이 맑아져, 그는 그제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그는 애써 자리에서 일어나 황후마마에게 예를 올리겠다고 고집 피웠다.원경릉은 그에게 누워 있으라고 말한 후, 역병에 관해 이야기하며 주 지부에게 이를 중시할 것을 당부했다.주 지부는 이를 듣고 깜짝 놀라 말했다.“소신은 매일 의서에 사람을 보내, 역병의 상황을 보고받고 있사옵니다. 매일 보고된 상황은 그다지 심각하지 않았습니다. 비록 역병이 발생했지만, 작년과 비슷한 정도였고, 약재도 충분한데, 어찌 이렇게 심각해진 것입니까?”“매년 역병이 발생했으나, 대대적으로 퍼지지 않아,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기 때문이네.”원경릉이 답했다.“의서의 이 대인을 불러, 상황을 확인하겠습니다.”주 지부는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다.“어제 이미 그를 찾아가, 환자 수와 사망자 수를 조사하라 명했네. 하지만 그는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모를 것이네. 자네가 사람을 보내, 관아에 와서 상황을 보고하도록 하게.”“예!”주 지부는 곧바로 사람을 보냈다.푸른 옷을 입은 남자는 관아에서 일하는 관리였기에, 그는 반 시진도 채 되지 않아, 관아 내에서 병에 걸린 자가 얼마나 되는지 통계해냈다.관아 내에서 역병 증상을 보인 사람은 총 열여덟 명이었고, 그중 두 명은 병세가 심각하여 이미 집에서 쉬고 있는 상태였다. 주 지부는 관아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병에 걸린 줄 몰랐고, 관리의 보고를 들은 후, 큰 충격을 받았다.의서의 이 대인은 하루 종일 쉬지도 않고, 바삐 움직였다. 서관 대인이 직접 오셨으니, 어떻게든 시키는 일을 완성해내야 했다.그는 사실 역병이 그다지 심각하지 않고, 그저 작년과 비슷하다고 여겼었다.하지만 여러 지역과 의원을 돌아보고 나서야, 이번 역병이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처음엔 그저 서관 대인에게 보고만 하려고 했지만, 병세가 심각해지자 그도 조급해지기 시작했다.하지만 짧은 시간 안에 인원수를 통계하
다음 날 아침이 되어서도, 다섯째 일행은 여전히 도착하지 않았다.그래서 원경릉과 할머니는 다른 의관을 더 둘러보기로 하고, 몇 군데 더 돌아본 뒤 관아에도 갈 계획을 했다.그런데 한 의관에 들어서자마자, 푸른 옷을 입은 중년 남자가 다급히 뛰어오며 말을 걸었다. “수 의원, 대인께서 병세가 위중합니다. 어서 봐주셔야 합니다.”의원은 그 말을 듣자마자, 약상자를 집어 들고 다른 환자들을 그냥 남겨둔 채, 푸른 옷의 중년 남자와 함께 나가려 했다.원경릉이 그를 막아 세우며 말했다.“의관에 있는 환자들을 돌봐야 하지 않소? 우리 할머님께서도 의원이니, 지부 대인의 병은 할머님께서 봐 드릴 것이오.”푸른 옷의 사내는 초조한 듯 원경릉을 향해 소리쳤다.“말도 안 되는 소리 마시오!““대인의 병세가 급박한데, 혹여라도 지체되면 당신들이 책임질 수나 있겠소?”바로 그때, 원 할머니가 호패를 꺼내, 그의 눈앞에 들이밀며 단호하게 말했다.“길을 안내하거라!”조급한 표정을 짓던 푸른 옷의 사내는 호패를 보자마자 표정이 얼어붙었다. 이내 정신을 차린 그는 곧장 허리를 굽혀 예를 올리며 말했다.“서관 대인께서 오셨을 줄은 몰랐습니다. 무례를 범해 송구하옵니다.”“그만 사과하고 길 안내나 하시오.”원경릉이 말했다.“예, 예!”사내는 급히 물러서서, 예를 갖춰서 길을 가리켰다.“마차가 밖에서 대기 중입니다. 서관 대인, 이쪽으로 오시지요.”원경릉은 할머니를 부축해 마차에 올랐고, 곧장 관아로 향했다.지부 대인은 따로 사저가 없어 관아의 뒷마당에서 거주 중이었다. 혼자 지내는 데다 관아가 워낙 가까워 편리했기 때문이다.관아에 도착하자마자, 그들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안으로 들어갔다.주 지부는 병세가 꽤 심각해져 있었다. 그는 어지럼증과 흉통에 시달려, 침대에 누운 채 말을 꺼낼 힘도 없었다.원경릉은 직접 치료에 나섰고, 약상자를 열어 체온 측정기와 청진기를 꺼냈다.푸른 옷의 사내가 의아해하며 물었다.“아가씨께서도 의원이십니까?”그러자 곁에 서
이 대인이 원경릉에게 의학을 잘 모른다고 반박할 틈도 없이, 원 할머니가 먼저 입을 열었다. "말대로 하게. 하루만 줄 테니, 그 안에 역병에 관한 모든 자료를 가져오게. 사망자 수도 포함되어야 하네." 이 말까지 듣자, 이 대인은 더 이상 반박할 수 없었다. 비록 조사가 필요 없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서관 대인이 멀리서 오계부까지 왔으니, 시키는 일은 해야지 대인의 마음에 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 사람들을 보내 조사를 명한 후, 이 대인은 거처를 마련해 드리겠다고 했다. 하지만 원경릉이 말했다. "괜찮습니다. 의서에 의원이 많지 않으니, 대인도 바쁘실 텐데요. 저희가 직접 오계부를 돌아보겠습니다." 이 대인은 그녀가 원 할머니의 힘을 빌려 위세를 부린다고 생각해, 대꾸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그녀의 말에 답도 하지 않고, 원 할머니에게 예를 올렸다. "어르신께서 머무실 계획이 있으시면, 부디 저에게 알려주시기를 바랍니다. 오늘 밤 대인을 잘 대접하라, 명을 내리겠습니다." "그럴 필요 없네. 일이나 보게." 원 할머니는 말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 원경릉에게 말했다. "먼저 좀 돌아보다, 객사를 찾아 머물자꾸나." "예!" 두 사람은 역병을 조사하기 위해 다급히 이곳을 찾아왔기에, 먼저 각지의 의원을 직접 돌아보려 했다. 아마 다섯째 일행은 빨라야 내일이나 모레쯤 도착할 것이었다. 두 사람이 의서를 나서자, 이 대인은 뒤따라 나오려다 원 할머니의 날카로운 눈빛에 움찔하며 발길을 멈췄다. 두 사람은 오계부의 거리로 향했다. 거리가 꽤 번화했고, 사람들도 제법 많아, 대낮에는 조금 붐볐다. 그들은 곧장 의원으로 향했다. 의원 앞에는 약차가 많이 진열되어 있었지만, 환자는 얼마 없었다. 겉보기엔 역병이 퍼졌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원경릉은 안으로 들어가 의원에게 상황을 물었다. 그러자 의원은 요즘 들어 약차가 잘 팔리고 있고, 하루에 천 봉지가 넘게 팔린다고 답했다. 하지만 그도 역병
늦게 출발한 원경릉은 신속하게 오계부로 향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오계부 근처 주현에 도착하자마자, 할머니가 현지 혜민서로 가야 한다며 잠깐 멈추자고 했다. 그러고는 혜민서에 오계부로 약을 공급할 준비를 하게 했고, 명을 받으면 바로 오계부로 보낼 수 있도록 미리 준비를 당부했다. 혜민서 산하의 의료기관들은 지난 몇 년간 개혁을 통해 뚜렷한 성과를 거두었고, 지역 간의 연결도 긴밀해졌다. 특히 역병을 상대하는 체계가 가동되면 상부에서는 전력을 다해 의원과 약을 지원해줄 수 있었다. 신신당부한 뒤에야 원경릉과 할머니는 오계부로 재빨리 향했다. 곧이어 오계부에 도착했는데, 우문호 일행은 아직 도착하지 않은 상태였다. 오계부는 인구가 500만 명에 이르는 곳으로, 두 개의 주부가 통합된 지역이었다. 열대에 있어, 경작지가 많고 산이 많아 농업을 위주로 삼고 있었다. 그래서 조정은 이곳을 서부의 주요 곡창지대로 삼고 있었던 것이었다. 농업이 발달한 지역은 상대적으로 경제도 번화했고, 현지 백성들은 벼 외에도 감, 자두, 리치 등을 대량으로 재배하고 있었다. 리치는 신선할 때 먹을 수도 있고, 말려서 건과로 만들어 팔 수도 있기에, 어느 정도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었다. 오계부는 백월국과 인접해 있었는데, 백월국은 북당의 속국으로 사이가 우호적이며 경제 교류도 활발했다. 이는 양국의 번영을 촉진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오계부의 지부는 장씨 성을 가진 오계부 출신이었다. 장 지부는 훌륭한 관리이며 지역 백성들로부터 존경받고 있었다. 원경릉과 원 할머니는 오계부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지역 혜민서를 찾았다. 할머니는 혜민서의 서관(署館) 신분을 밝혔다. 그녀는 북당 각 주부의 의서를 총괄하는 인물이고, 총책임자이기도 했다. 혜민서의 이 의원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두 사람을 안으로 청한 후, 바로 예를 올렸는데, 마치 신선이라도 본 것처럼 목소리까지 떨고 있었다. "소인은 이자옥이라 합니다. 어르신께서 친히 오신 줄도
그녀는 일단 깊이 생각하지 않기로 하고, 냉 대인이 자세한 상황을 묻는 사이에 제 대인의 피를 뽑았다. 약상자는 기능이 꽤 다양하기에, 바이러스 검사도 문제없었고, 안에는 양여혜가 준 소형 현미경도 있었다. 하지만 바이러스 관찰이나 세균 배양에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지체할 수 없었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이 먼저 오계부로 향하고, 그녀는 이곳에 남아 제 대인을 치료하고 검사 결과를 기다리기로 했다. 그러면 바이러스든, 세균 감염이든, 결과가 나와야 제대로 된 치료 방안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미색이 말했다. "저도 이곳에 함께 남겠습니다. 제가 환자를 돌보는 것 정도는 도울 수 있지 않겠습니까?" "괜찮으니 먼저 가거라. 어쩌면 내가 더 일찍 도착할 수도 있으니깐." 원경릉이 말했다. 그녀는 혼자 빠르게 움직일 수 있었지만, 미색까지 데리고 가는 건 무리였다. "우리가 먼저 출발하는데, 어찌 더 일찍 도착할 수 있다는 것입니까?" 미색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가능한 일이다. 원 선생은 늘 기적을 만들어내니." 우문호가 말했다. 그는 더 이상 설명하지 않고, 원경릉에게 다가가 조심하라고 몇 마디 당부했다. "알았소. 지체하지 말고, 어서 떠나시오. 오계부에 도착하면 곧바로 관아를 찾아가, 의원의 빠른 대처를 명하라 하시오. 만약 내가 먼저 도착한다면, 내가 관아를 찾아가겠소." "알겠소. 그럼, 먼저 가겠소!" 우문호는 그녀와 입을 맞추고 싶었지만, 보는 이가 많으니 그저 참을 수밖에 없었다. 서일은 황후를 홀로 두고 가는 것이 걱정되어, 우문호를 따라나서며 계속 물었다. "정말 황후를 이곳에 혼자 남겨도 되는 것입니까?" "그럼, 네가 남을 것이냐?" 우문호가 그를 흘겨보며 말했다. "너도 원 선생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알고 있지 않느냐?" 회왕 부부도 걱정은 되었지만, 다섯째의 여유로운 모습에 자신이 있을 것이라 믿었다. 다섯째 부부는 늘 비밀이 많은 사람들이라, 그들은 더 이상 신경
원경릉은 밖으로 나가, 오계부에 역병이 생긴 것 같다고 전했다. 오계부는 서쪽에 자리 잡고 있어, 기후가 더운 탓에 가끔 역병이 생기긴 했었지만 백성들은 고뿔 치료에 쓰이는 약초로 끓인 차를 즐겨 마시기에, 대규모로 역병이 돈 적은 없었다. 냉 대인이 말했다. "오계부에서는 이 상황을 조정에 알리지 않았습니다. 비록 해마다 역병이 생기긴 하지만, 빠르게 통제해 왔으니, 이번에도 예전과 같은 상황이지 않겠습니까?" 원경릉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런데 이번엔 더 심각할 수도 있습니다. 제 대인의 형도 역병으로 돌아가셨고, 그와 가까이 지낸 사람들도 병에 걸렸습니다. 이렇게 관아에만 역병에 걸린 자들이 많으니, 예전보다 더 심각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해마다 역병이 생겼으니, 그에 대한 대응책도 이미 있을 것입니다." 원경릉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해마다 역병이 생겼지만, 대대적으로 유행하지 않았기에, 현지 관리들이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겨 쉽게 통제될 것이라 생각하고, 방심할 수도 있으니깐요." 우문호가 물었다. "원 선생, 역병을 어떻게 통제해야 한다고 생각하오?" "역병 상황이 안 좋을 것이라 추측할 뿐, 정말 오계부의 상황이 어떠한지는 아직 모르네. 제 대인은 여전히 고열에 시달리고 있어, 수액을 맞히고 해열제를 먹였소. 냉 대인과 함께 들어가 상황을 자세히 물어봐야겠소. 하지만 꼭 마스크를 끼고, 병을 막아야 하오." 원경릉은 유행성 독감이나 변이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일 것이라 의심하고 있었다. 그녀가 살던 세계에서는 A형 독감의 대규모 변이가 십수 년마다 한 번씩 발생했는데, 그런 변이 독감은 현대에서도 의료 체계에 큰 부담이 되곤 했다. 그러니 지금 이곳에서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 만약 역병이 다시 시작한다면, 가능한 한 빨리 통제해야만 했다. 원경릉의 말을 우문호와 냉 대인은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도
원경릉은 청진기를 꺼내 그의 폐를 확인해 보았는데, 남녀가 가까이 접촉하는 것이 예의에 어긋난다고 생각한 제 대인은 이내 손을 뻗어 그녀를 막으려 했다. 하지만 병세가 심해 아픈 데다가, 마스크를 쓰고 있어도 묘한 위압감을 풍기는 의원의 단호한 눈빛과 기운에 그만 압도당하고 말았다. 원경릉은 앞쪽을 청진한 뒤, 그에게 옆으로 돌라고 한 다음에 꼼꼼히 살피고 미간을 살짝 찡그렸다. "며칠을 아프신 것입니까?" 제 대인은 꽉 막힌 코 때문에 콧소리를 내며 천천히 몸을 돌리고 답했다. "며칠 사이의 일입니다. 오계부를 떠날 때도 멀쩡했는데, 밤새 달리고, 말을 오래 타다 보니 고뿔에 걸렸나 봅니다." "기침 말고, 가슴 통증도 있습니까?" "예. 이곳이 아픕니다!" 제 대인은 가슴 근처를 손으로 누르며 말했다가, 숨쉬기가 어려운 듯 손바닥을 움직이며 한숨을 내쉬었다. "여기도 아프고, 온몸 뼈마디도 다 아픕니다." 그러자 원경릉은 더 자세히 증상을 확인한 뒤 말했다. "약을 준비할게요. 수액을 좀 맞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수액이요?" 제 대인은 멍하니 원경릉을 바라보았다. "예. 질문은 하지 마시고, 그저 치료에 협조만 해주십시오. 병세가 꽤 심각한 편입니다." 원경릉은 제 대인이 폐렴이라 확신했고, 중증 폐렴일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제 대인은 병이 심하다는 말에 초조한 표정을 지으며 다급히 말했다. "의원 나리, 제발 최선을 다해 치료해 주십시오… 저에게는 아직 모셔야 할 노모가 있습니다. 지난달 병으로 형님께서 세상을 떠난 터라, 형님의 자식들도 제가 돌봐야 하니, 절대 이대로 목숨을 잃을 수는 없습니다." 원경릉이 답했다. "최선을 다할 테니, 걱정하지 마시고 치료에만 집중하시지요!" 제 대인은 감동을 받은 듯 감사 인사를 올렸다. "정말… 감사합니다." 원경릉은 곧바로 약을 지어 수액을 준비했다. 수액을 맞는 동안, 제 대인은 여전히 놀란 모습을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