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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명의 왕비: Chapter 1701 - Chapter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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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701화

이심전심다음날 원경릉이 손왕부로 가고 얼마 되지 않아 우문호에게 입궁하라는 성지가 내렸다.명원제가 병여도를 보더니 자신의 눈을 의심하며 몇 번이고, “정말 태자비가 그려낸 것이냐?”“맹세코 그렇습니다!” 우문호가 상당히 으쓱했다.“말도 안돼!” 명원제가 기뻐하다가 곧 뻔뻔스럽게, “그려낼 수 있었으면서 왜 지금까지 끌었지?”“소자 태자비가 기억하고 있을 줄 몰랐습니다.”“물어보지 그랬어?”“어떻게 물어볼 수가 있겠습니까? 그리고 이 일도 그렇지만 전부 태자비에게 말할 수 없었습니다. 이것은 정사라 여자가 간섭해서는 안되지요.”명원제가 아무렇지도 않게, “태자비가 무슨 여자야? 지금 일당백의 남자로 상을 줘야겠구나.”“차용증 망극합니다 아바마마!” 우문호가 얼른 한쪽 무릎을 꿇고 감사의 예를 올렸다.명원제는 우문호가 시대의 요구를 파악하고 있는 것이 매우 흡족해서, “금족하는 기간동안 뭘 배웠느냐?”“무공을 단련했고, 병서를 조금 더 읽었으며, 위태부가 보내 온 치국책도 읽었습니다.”“꽤 충실했구나. 짐을 욕한 적은 없었느냐?”우문호가 활짝 웃으며, “감히 어찌, 소신 아바마마께서 멀리 내다보신 것에 경탄했습니다. 그런데 아바마마께서는 숙나라의 변화를 어찌 아셨습니까? 설마 진작부터 밀정을 심어 놓으신 건지요?”명원제가 콧방귀를 뀌며, “홍엽이 북당에 사람을 심어 놓을 줄 아는데, 짐이라고 독고 주변에 사람을 심어 놓을 줄 모를까? 독고의 일거수일투족을 짐은 손바닥 보듯 훤히 들여다 보고 있지. 선비 황제가 되고 싶은 마음이 전부터 있었으니 이번 사태는 오래전부터 계획해 왔던 건데 짐이 대비하지 않을 리가 있나?” “아바마마께서는 참으로 현명하고 능력이 출중하십니다!” 우문호가 탄복하는데, 황제가 된다는 건 상당히 피곤한 일로 뭐든 사람들보다 앞을 내다보고 생각해야 한다.“단지……” 명원제가 인상을 찌푸리며, “예상밖으로 네 둘째형이 경솔하게 나서고 말았어. 주변에 쓸 만한 사람이 별로 없는데 이렇게 큰 일을 아무도 언질을 주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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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702화

손왕비에게 당부를손왕비가, “정말 얘기한 거야? 다섯째가 화 낸 거 아냐?”원경릉이 웃으며, “화냈죠, 자기가 왜 그렇게 흥을 깨는 소리를 했는지 화냈어요. 하지만 좋은 뜻에서 였어요. 형이 멀리 간 적이 없었는데 갑자기 숙나라까지 가시게 되니 숙나라와 우리가 긴장 관계인 걸 알아서 걱정한 거죠. 다른 뜻은 없었어요. 싫은 소리 한 뒤에 잘못을 깨달었더라고요. 하지만 금족 기간이라 나올 수가 없네요. 안 그랬으면 오늘 직접 와서 둘째형에게 사과했을 거예요. 나중에 둘째 아주버님께 말씀 전해주세요. 동생 미워하시지 않게요.”“자네 둘째 아주버님은 싫은 건 기억 안 해. 벌써 원망은 잊었지. 오늘 다섯째에게 술을 보냈는 걸,” 손왕비도 형제 사이에 감정의 골이 생길까 걱정했는데 원경릉의 이 말을 듣고 안심하며 원경릉 손을 잡고 안으로 들어가, “우리 안에서 얘기해. 미색이랑 안왕비도 왔어.”“형님,”원경릉이 발걸음을 멈추고, “먼저 드릴 말씀이 있어요. 얘기는 그 다음에 해요.”“그래, 우리 편청으로 가자.” 손왕비가 원경릉을 데리고 앞장섰다.편청에 들어가서 원경릉도 차를 들이라 하지 않고 앉자마자 손왕비에게, “이번에 먼 길을 가시는데, 아주버님께서 원행을 거의 하지 않으셨으니 믿을 만하고 눈치 빠른 인재를 데리고 가시는 게 좋겠어요. 사촌 소 아주버님은 식견이 넓고 천하를 주유하셔서 데려 가시기 안성맞춤이예요. 적어도 가는 길에 무슨 뜻밖에 일이 생겨도 소 아주버님이면 해결하실 거예요.”손왕비가 고개를 끄덕이며, “태자비 말이 일리가 있네. 소씨 집안 작은 도련님이 전에 남편 문하로 들어왔던데 마침 잘 됐어, 태자비 말 대로 상식이 풍부하고 밖을 오래 돌아다닌 사람을 데리고 가면 안심이지.”“맞아요. 그리고 호신에 무술 정통한 사람을 붙여야 해요, 어쨌든 이번에 가시는 곳이 숙나라인지라, 능력 있는 사람이 몇 명 있어야 저희도 안심이 되죠. 안 그래요?” 손왕비가 웃으며, “역시 태자비가 꼼꼼하네. 좋아, 있다가 남편에게 얘기할 게.”원경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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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703화

뭐 오만냥?원경릉은 정말 웃지 못하겠는 게 둘째 아주버님은 나서지 않는 사람이지만 음모와 이어지는 계략을 버티지 못하실 텐데. 원경릉도 아무 생각없이 먹고 마시다가 두통이란 핑계를 대고 미색에게 데려다 달라고 했다.길에서 원경릉이 미색에게, “수하에 절세 무공의 사람이 적지 않다고 들었어. 이번에 몇 명 딸려 보낼 수 있을까? 그 사람들 움직이는데 은자가 얼마나 들어? 내가 낼 게.”미색이, “몇 명이나 필요하신 데요?”“3~4명이 좋겠어. 아니면 5~6명?”미색이 주판을 두드려 보더니, “이번에 가는 숙나라는 적국이라 위험도가 높아요, 우리와 늑대파가 수익을 5대5로 나누는데 늑대파 수익은 안 받고 그 사람들 고용하는 비용만도 5만냥이고, 깎아줘서 4만냥 정도로 하죠.”원경릉이 이를 악물고 4만냥을 쓰는 건 가슴이 미어지지만 늑대파 고수는 이 돈 만한 가치가 있으며 단가로 치면 사실 비싼 게 아닌 게 두 달을 가는데 한 명당 고작 8천냥이니 안전확보라는 측면에서 이 돈은 지불할 만 했다. “좋아, 그럼 5명 준비해줘. 여자가 2명이어서 둘째 형님을 밀착 경호했으면 좋겠어.”“그런것도 가능해요 한 명당 4만냥이니 5명이면 20만냥, 지폐로 줄 거예요 아니면 금은으로?” 미색이 물었다.원경릉이 숨이 꼴까닥 넘어갈 듯 뭐, 20만냥? 아이고 맙소사, 차라리 날 죽여라, 날 죽여!“속 쓰린 거 알아요,” 미색이 입을 가리고 몰래 웃으며, “이렇게 하죠, 이 은자는 제가 낼 게요. 어차피 전 돈 걱정 없으니까.”원경릉이 고개를 흔들며, “이렇게 계속 공짜로 도움만 받고 살 수는 없어. 미색 은자도 땅 파서 나온 거 아니고, 이리나리가 그러시는데 미색이 쥐고 있는 은자는 전부 전에 임무로 벌어들인 거라고. 그거 전부 목숨 걸고 번 돈이잖아. 그걸 아까워서 어떻게 써.”“그게 뭐요? 전 아직 젊어서 다 쓰면 또 벌면 되는데요.”원경릉이 쓴웃음을 지으며, “나 좀 살려줘, 여섯째가 알면 미쳐버릴 게 틀림없어.”미색이 잘 이해가 안되는지, “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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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704화

식어버린 여자 마음다음날 위풍 당당하게 사절단이 출발했다.미색은 5명을 사촌 소형과 같이 내부에 따라 보내 전부 6명으로, 그 중 두사람은 여자 자객에 강호에서도 상위 50위 안에 들어가는 자들이지만 손왕 부부에게는 신분을 숨기고 초왕부에서 시중 들라고 배치해 준 하인이라고 했다.가기 전에 우문호는 사촌 소형에게 신신당부하며 수행하는 5명의 진짜 신분을 알려주고 오가는 길과 숙나라에서 무슨 일이 생기면 그들과 상의하면 된다고 했다.사촌 소형은 이 일의 위험성을 알고 정신 바짝 차리고 준비할 수 있는 건 다 준비했으며, 그저 무탈하게 돌아오기 만을 바랄 뿐이었다.사절단이 출발한 뒤 성지가 초왕부에 도착해, 태자는 원직으로 복귀함과 동시에 주조서에서 무기를 주조하고 감독하는 것을 돕도록 했다.태상황의 병세가 호전되었으나 별장에서 지내는 게 편해서 궁으로 돌아가지 않고, 모두에게 문안오는 것도 면해 주어, 시간 나면 가서 보고 짬이 안나면 각자 바쁜 일을 볼 수 있게 했다.원경릉은 여전히 아이들을 데리고 별장에 살았고, 사식이도 가서 초왕부는 다시 우문호 혼자 있는 상태가 되어 탕양, 서일 등 몇몇 남자들과 같이 지냈으나 별 보고 나가 별 보고 들어오니 바빠서 기진맥진했다.원경릉도 사실 별로 시간이 나지 않는 게 의대에 가서 돕고, 때때로 초왕부에 돌아가서 남편 비위도 맞춰주고 양쪽 살림을 하느라 바빴지만 충실한 나날이었다.그러던 중 원용의가 갑자기 짐을 싸 들고 별장에 와서 원경릉이 태상황 시중을 드는 걸 돕겠다고 했다.사식이가, “언니는 지금은 황실의 며느리도 아닌데 왜 태상황 시중을 들어요?”원용의가 자기 집 동생에게 싫은 소리 한마디, “태상황 폐하는 북당 백성의 황조부신데 내가 와서 시중들면 안돼?”사식이가 구시렁거리며, “가능하긴 한데 원래 집에서 할머니 시중든다고 하지 않았어요?”“할머니 주변엔 사람이 많고 별장에는 사람이 적으니까.” 원용의가 약간 켕기는 게 있어 보였다.“할머니가 언니한테 또 남편감 찾아보라고 한 거 아니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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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705화

안절부절별장으로 오는 건 훨씬 번거롭지만 원씨 집안사람의 안색을 살필 필요는 없었다. 원씨 집안 사람이 사실 제왕에게 호의가 있는 게 아니라 한사코 선물을 들고 가지만 언제든 대문밖으로 쫓겨날 가능성이 있었다.제왕이 원용의에게 들러붙기 전에는 냉정하고 도도한 이미지더니, 지금은 필사적으로 매달리는 철면피다.원경릉은 원래 원용의를 설득할 생각이었으나 그러면 원용의에게 반감만 심어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제왕은 여자들은 전부 겉 다르고 속 다르다며 뚱땡이가 말로는 싫다고 해도 정말 싫은 게 아니라며 심리적 방어선이 아직 무너지지 않았을 뿐이며 이렇게 죽자고 철면피처럼 매달리는 거엔 그녀가 화낼 리 없고, 자기가 이렇게 철면피처럼 매달리지 않으면 오히려 화를 낼 거라고 했다.원경릉은 별로 믿음이 가지 않았지만 어느 날 과연 제왕이 오지 않자 원용의가 그날 종일 안절부절 대문 쪽만 계속 바라보면서 겉으로는 안 그런 척 했다.다음날 제왕이 또 오지 않자 원용의가 못 버티겠는지 밥 먹을 때 아무렇지도 않은 듯, “봐요, 제가 그랬잖아요. 한때라고. 이랬다저랬다 하는 게 여자보다 심하다니까요.”마침내, “변덕쟁이, 믿을 수가 없어!”사식이와 원경릉은 몰래 웃으며 둘이 말을 이어서 할 차례였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희상궁이 원용의의 이 말을 듣고,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니겠죠?”“생기긴 무슨 일이 생겨요? 들고날때 사람을 줄줄 데리고 다니는데.” 원용의가 구시렁거렸다.“그렇게 말씀하시면 안 됩니다. 병에 걸리셨으면 아무리 사람이 따라다녀도 걸릴 병은 걸리고 말죠.” 희상궁이 사람을 시켜 들어와 식탁을 정리하게 하고 한숨을 쉬며, “사람이란 말이죠, 애들 장난 같아요. 언제 사라질 지 장담할 수 없으니 소중한 건 소중히 여겨야 해요.”원용의가 희상궁 말에 살짝 두려워져서, “그럴리가요?”“누가 압니까? 어떤 사람은 말이죠, 아차 하고 떠나 보내면 그게 평생이랍니다. 저한테 배우시면 안 돼요. 아가씨.” 희상궁이 말을 마치고 나갔다.원용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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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706화

제왕이 아프다사식이가 피식 웃으며 원경릉에게, “원 언니, 변덕스런 여자 보셨어요? 딱 이래요.”원경릉도 웃으며, “됐어, 그만 괴롭히고 얘기해 줘.”사식이가 그제서야, “방금 사람을 보내서 제왕 전하께서 이틀간 병으로 열과 기침이 심하니 몸이 좋아지면 다시 오겠다고 하셨어요.”“아팠다고? 심하데?” 원용의가 듣더니 긴장했다.“말로는 꽤 심한 가봐요, 경조부도 못 나가고 하인이 전하러 왔을 때 아직 열이 난다고 했으니까.” 원용의가 걱정이 돼서, “열이 난다고? 줄곧 몸이 약했는데 의원에게 보였겠죠?”“내가 있다가 사람을 시켜 해열제 보낼 게 걱정하지 마.” 원경릉이 말했다.원용의가 ‘네’하고 생각해보더니, “밖에 비가 많이 와서 별장 갈수 있는 사람도 많지 않은데 제가 다녀올 게요. 약 저한테 주세요.”“정말 언니가 가려고요?” 사식이가 원용의에게 상당히 경고하는 듯한 말투로, “만약 가면 제왕 전하는 언니가 마음을 돌리려고 한다고 생각하고 앞으로 언니한테 더 심하게 매달릴걸요.”“부부가 아니어도 친구잖아. 위급한 걸 보고 가만 있을 수는 없어.” 원용의가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했다.“뭐가 위급하다는 거야? 그렇게 심각한 거 아니야. 그냥 열 좀 나는 건데? 요즘 날씨가 따듯했다 추웠다 해서 아픈 사람 많아. 태상황 폐하도 요 며칠 또 기침하시는 걸.” 원경릉이 웃으며 말했다.“그래도 제가 가볼게요.” 원용의는 체면도 잊고 원경릉에게 약을 달라고 했다.원경릉과 사식이가 눈을 마주치고 약을 건네 주며, “봐요, 언니가 갈 줄 알았다니까.”사식이가 웃으며 고개를 젓더니, “언니, 어색하게 굴지 좀 마요. 거들떠보지도 않는다면서 약 가져다 주러 가는 건 또 뭐예요? 됐어요, 이제 가면 제왕 전하는 또다시 형부인 걸로.”원용의가 사식이를 팰 듯하자 사식이가 웃으며 도망가고 원용의가 콧방귀를 뀌며, “갔다 와서 봐 너.”“알았으니까 일찍 다녀와. 밖에 날이 어둡고 길이 미끄러운데다 비가 많이 오니까 조심하고, 말은 문 앞에 준비해 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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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707화

태상황의 당부“좋아요!” 원용의가 약을 입안에 넣자 약에서 맑고 향기로운 향이 난다고 생각했다. 먹고 나자 몸이 따듯해 지는 게 감탄이 절로 났다. “진짜 신기한 약이네요.”상선이 웃으며 눈을 가늘게 뜨더니, “어서 가세요, 어서요. 길에서 시간 버리지 마시고.”원용의가 붉은 색 약을 다시 병에 넣고 주머니에 잘 챙기더니, 날아오라 말에 타서 손을 흔들며, “상선, 어서 들어가세요. 젖어서 감기 걸리지 말고.”원용의가 채찍을 휘두르자 말이 쏜살같이 빗속을 달렸다.상선이 웃으며 돌아서서 천천히 침전으로 돌아가 보고했다.“태상황 폐하, 아가씨가 약 드시는 것을 확인했습니다.”“먹은 게 녹색이지?”“예, 녹색입니다.” 태상황이 ‘음’하더니 만족스러운 듯 눈을 감고, “이 일은 해결된 셈이지? 아직도 애를 써야 하다니 원.”상선이 우울하게, “해결이 되기는 됐는데, 수단이 좀 비열하긴 합니다.”“비열하긴 뭐가?” 태상황이 눈을 부라리며, “서로 좋아하는데 뭐가 비열해? 비열하기로 치면 원씨네 그 계집애가 비열하지. 약은 걔가 가져다 주는 거니까 내 손자를 원망 못해.”“원노부인이 만만치 않으실 텐데요. 나중에 번거로워지면 곤란합니다.” 상선이 걱정했다.“과인은 더 만만치 않아!” 태상황이 한숨을 쉬며, “과인은 이미 관에 한쪽 발을 담그고 있는데 원노부인이 어디 간이 크면 와보라고 해.”상선이 웃으며, “약한 것도 이유가 되네요.”태상황이 천천히 일어나서 밖에 빗소리를 듣더니, “그러고보니, 주대유가 한동안 안 왔어.”“아프시답니다.”그동안 주대유는 계속 건강하고 과인은 계속 큰 병 작은 병이 끊이지 않았지. 그만할 때가 됐어. 주대유도 좀 쉬어야 해. 지금 태자도 보니 쓸 만하고 이번 정세가 안정되면 주대유도 이선으로 물러날 수 있겠어. 더는 북당을 위해 물불을 가리고 돌진하지 않아도 되게 말이야. 그동안 북당은 주대유에게 큰 빚을 졌어.”“그러게 말입니다. 희야도 사실 마음속으로 걱정하고 있어요. 가서 시중을 들고 싶어도 태상황 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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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708화

제왕을 찾아간 원용의원경릉이 약상자를 들고 밖에 서 있는데 비바람이 불지만 안에서 싸우는 낮은 소리가 아주 또렷하게 귀에 들어와 박혔다.괜한 말다툼으로 상선도 대담하게 들이 받았지만 사실 눈 앞에 닥친 현실을 얘기한 것이다.태상황은 올해 68세, 상선도 71세로 둘은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같이 지내며 하고 많은 일을 겪어왔다. 이름은 주종관계라고 하지만 감정은 이미 가족을 이기고도 남는다.인생에서 제일 힘든 건 바로 그렇게 평생을 함께 한 사람을 갑자기 잃은 것이다.원경릉도 눈시울이 뜨거워지며 조그맣게 한숨을 쉬고 안으로 들어갔다.안에서 들리던 목소리가 뚝 그쳤다. 원경릉이 입꼬리를 올리고 붉어진 눈가를 가리며, “환자분, 혈압, 심장소리, 맥박 검사하고 약 드리러 왔습니다.”태상황은 상선과 그런 얘기를 나눈 적이 없다는 듯 원경릉에게, “마침 잘 왔어, 내일 성질 급한 인간이 주대유더러 별장에 와서 요양하라는 성지를 전하러 가는데 태자비가 좀 같이 봐줘.”“알겠습니다!” 원경릉이 웃으며, “희상궁이 좋아서 죽겠는데요.”태상황이 킥킥 웃으며, “오늘밤 기쁜 사람은 희상궁 한 사람이 아니야. 일곱째도 좋아서 죽을 걸.”“제왕 전하가요? 당연히 좋겠죠. 원 아가씨가 보러 갔는데.”“혼례 준비해. 황제가 또 은자를 써야겠어.” 태상황이 말했다.원경릉이, “왜요? 오늘밤 무슨 일 있었어요?”태상황이, “안 그래? 이렇게 큰 비가 내리는 밤에 아파서 병석에 누워있는 사람과, 비바람을 뚫고 약을 전하는 사람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면 그게 이상한 거지.”원경릉이 태상황을 곁눈질하더니 눈을 가늘게 뜨고, “또또 무슨 수작을 벌이셨죠?”태상황이 순진한 얼굴로, “알약 두 알.”“무슨 약이요?” 원경릉이 태상황을 보고, 상선을 보더니 순간 알았다는 듯, “맙소사, 어르신. 이런 엄청난 사고를 치시면 어떡해요? 그건 두사람이 서로 좋아서 원해야 하는 거지, 어떻게 약을 쓸 수가 있어요? 만약 난리가 나면 어떻게 수습하시려고요?”“네 생각은 너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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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709화

무슨 약원용의는 집사 손에 약을 억지로 찔러 넣고 돌아가는데 집사가 한숨을 쉬며, “만약 마마께서 오셨는데 들어오지도 않은 걸 왕야께서 아시면 분명 쫓아가실 텐데, 비가 이렇게 심하는 오는데 아픈 왕야께서……”원용의가 발걸음을 멈추고 하는 수 없다는 듯, “알았어, 내가 들어가서 약 드시는 거 지켜볼 게.”집사가 신나서, “예, 마마 어서 가세요. 소인이 직접 물 길어 가겠습니다.”원용의가 방 문 앞에 서서 한동안 주저하다가 겨우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거대한 방에 촛불 두 자루가 켜 있어 빛은 어둑어둑한데 침대 휘장이 드리워져 있고 약이 탁자에 놓여 싸늘하게 식어 있다.제왕이 침대에 누워 심한 코맹맹이 소리로, “나가, 난 약 안 먹어.”원용의가 서서히 다가가서 휘장을 걷자 제왕이 이불 두개를 덮고 누워 있는 것을 보니 병색이 완연하다.제왕이 뚫어지게 원용의를 보고도 믿기지 않는지 벌떡 일어나, “왔어? 진짜로?”원용의가 목을 가다듬고 어색하게, “약 가져다 주러 왔어요.”원용의는 약을 침대 위에 두고, “잊지 말고 드세요.”그때 제왕이 재빠르게 손목을 잡더니 힘껏 원용의를 끌어 당겨 자신의 가슴에 넘어뜨리자, 남자 특유의 냄새가 코끝을 자극하는데 원용의는 얼굴이 화끈화끈 달아오르는 것을 느끼며 얼른 제왕을 밀치고, “놔요.”제왕은 원용의의 손을 잡고 죽기 살기로 놓지 않더니 목이 메인 소리로, “안 놔, 내가 놓으면 넌 도망갈 테니까.”“먼저 약을 드세요!” 원용의는 일부러 딴 데를 보며 작열하는 제왕의 눈빛을 보지 않는데도 가슴이 쿵쾅쿵쾅 뛰었다.원용의가 힘껏 몸부림을 치며 침대에 쏟아진 알약을 집어 들자 마침 집사가 물을 가지고 들어와 원용의는 몸을 뺄 수 있었는데, 속이 후끈한 게 이 방에 온돌을 너무 세게 피워 놓은 거 아냐? 날씨도 따듯해 졌는데 뭘 이렇게 뜨겁게 지폈어.집사는 물만 탁자위에 두고 나갔다.원용의가 불러도 돌아오지 않자 약을 손바닥에 놓고, “이 약은 태상황 폐하께서 주신 것으로 먼저 드세요. 다음에 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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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710화

뜻대로 되지 않는다원용의도 이상하다고 생각하며 자기도 모르게 제왕에게 가까이 가면서 놀라, “이 약, 태상황 폐하께서 주신 약으로 저도 한 알 먹었어요.”제왕은 열 때문인지 아니면 약을 먹었기 때문인지 눈앞이 흐릿하고 천천히 다가가 입술을 원용의의 볼에 포개고 거친 숨을 쉬었다.원용의는 방어선이 무너지며 제왕의 가슴에 쌓여 하늘과 땅이 빙빙 돈다는 생각이 들면서……밖에는 비바람이 치는 늦은 봄, 심한 천둥이 울렸다.별장에서 원경릉은 사람을 시켜 대문을 잠그게 하고 보아하니 오늘밤 원용의는 돌아오지 않을 게 틀림없다.그리고 원용의는 그날 밤 돌아오지 않을 뿐 아니라 다음날도 돌아오지 않고 다다음날도 다다 다음날도 보이지 않았다.비는 진작에 멎었고 사식이는 복도에 앉아 멍하니 있는데 만아가 와서, “무슨 생각 하세요?”사식이가 고개를 돌려 만아에게 불만스럽다는 듯, “만아는 혼인을 생각해 본 적 있어?”만아가 앉아서, “생각해 본 적 없어요. 왜 혼인을 해야 해요? 왜요? 혼인하시고 싶으세요?”“내가 혼인을 하고 싶고 말고가 아니라, 언니와 제왕 전하께서 잘 되셨으니까 집에서는 분명 내 혼담을 거론하실 거야. 지난번 돌아갔을 때 어머님이 내 혼사를 더는 미룰 수 없다고 더 끌면 노처녀 된다고.”만아가, “아가씨께서 혼인하시면 태자비 마마 곁에 계시지 못하겠죠?”“난 원 언니를 따르고 싶어. 시집을 가면 앞으로 안채에 묶여서 지혜로운 아내가 되야 할 거야. 난 싫은데.” 사식이가 걱정했다.만아도 두 손으로 턱을 괴고, “맞아요, 혼인을 하면 집에서 남편을 돕고 자녀를 양육해야죠. 지금처럼 이렇게 태자비 마마를 따라 여기저기 갈 수 없네요.”사식이가 긴 한숨을 쉬며, “고민이야!”만아가 히히 웃으며, “그럼 서대인께 시집가시면 되죠.”사식이가 째려보며 엄숙하게, “만아야 다시는 내 앞에서 서일 얘기하지 마. 그 사람한테 호감 없어. 그 사람은…… 장점이라고 눈곱만큼도 없어.”“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요? 제 생각엔 서대인 참 좋으신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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