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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명의 왕비: Chapter 1621 - Chapter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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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621화

홍엽의 회상홍엽의 아름다운 얼굴이 시름으로 살짝 덮여 경건하고 엄숙하다. 붉은 옷자락이 바람에 펄럭이고 머리에는 관을 쓰지 않아 검고 긴 머리를 등 뒤에서 질끈 묶어 한층 소탈해 보였다.홍엽은 인공 산을 보다가 갑자기 원경릉에게 그윽한 미소를 지으며, “어릴 때 걸핏하면 인공산에서 뛰어내려서 호수에 잠수하곤 했죠. 물고기와 웃고 노는 거보다 즐거운 게 없거든요.”원경릉이 천천히 걸어가 인공산을 보니 물이 호수로 떨어지며 하얀 물거품을 튀기는데 아주 멀리 있다 보니 물고기가 거기서 놀고 있는지 보이지 않아 별 생각없이, “그래요? 선비족도 정원에 인공산과 폭포를 만드는 걸 좋아했군요?”“전 북당에서 자랐어요.” 홍엽공자가 돌아서서 인공산을 뒤로 하고 원경릉을 바라보더니, 눈동자가 적갈색에 가느다란 남색 줄이 있는 호박 보석처럼 빛을 내며, “제가 처음 태자비 마마를 봤을 때는 궁중 연회였습니다.”원경릉이, “그래요, 우리는 궁중 연회에서 처음 만났죠.” 홍엽이 이런 얘기를 하는 게 뜬금없는 게 마치 아무런 이유도 없는 것 같지만 하여간 사람을 불편하게 만들었다.“그 한번 이후로 태자비 마마를 다시 만나고 싶었죠, 그래서 북당에 잠시 머무르며 태자비 마마와 우연히 만난 적이 있는데 기억 못 하시겠죠?”원경릉이 눈살을 찌푸리며, “무슨 말씀을 하시고 싶으신 가요?”홍엽공자가 원경릉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밝지 않은 표정으로, “태자비 마마, 이상하게 보지 마세요. 전 태자비 마마께 헛된 마음 품지 않았고 그저 마마의 생김새가 제 옛 친구를 매우 닮았기 때문일 뿐입니다. 그래서 한 번 더 보고 싶었던 거죠.”“보고싶으신 거면 왜 직접 그 분을 찾아가 보지 않으시나요?” 원경릉이 물었다.홍엽공자가 눈을 내리깔고 작은 목소리로, “제 친구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닙니다. 이생에 다시는 볼 수 없죠.”원경릉이 놀라 홍엽을 쳐다봤다.홍엽의 눈에서 슬픔과 애수가 봇물처럼 터져 나오는 것이, 그 얘기는 진실이며 조금도 연기 같지 않았다. 게다가 눈가가 촉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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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622화

홍엽과 원경릉이?홍엽공자가 팔걸이를 잡고 작은 소리로, “물 흐르는 소리를 듣고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조금은 기억날까요?”원경릉이 무의식적으로 봤으나 인공산은 작은 폭포 2개가 호수로 떨어져 수면에 부딪힌 물방울이 금빛으로 부셔졌다. 부서지는 물거품이 기억의 한 부분을 담당하듯 공중에서 맴을 돌며 원경릉의 눈에 들어와 머릿속을 휘저어 놓았다. 원경릉은 눈을 감고 자신의 기억이 아닌 것을 열심히 떠올려 그에 관한 한 가닥 기억이라도 있는지 살폈다.하지만 홍엽과 과거에 우정을 쌓았을 리 없고, 있다고 해도 원래 몸 주인인 원경릉일 것이다.하지만 원래 몸 주인이 남긴 오래된 기억은 대부분 모호해서 몸의 원래 주인이 아직 살아있어도 자신이 겪었던 사건이나 만났던 사람을 완전히 기억해 내지 못할 것이다.“단주(端州)에서의 나날을 기억 못하는 군요.” 홍엽의 차디찬 목소리는 마음을 뚫고 들어와 순간 원경릉이 골똘히 생각했던 단편이 연기처럼 사라졌다.원경릉은 눈을 뜨고 홍엽의 마음이 찢어지는 것을 보고, “당신…… 제가 당신을 알고 있었나요?”홍엽의 눈에 더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고 원래의 평정을 되찾아 담담하게, “모릅니다. 전부 제가 지어낸 얘기예요. 태자비 마마 그만 귀찮게 하고 먼저 가보겠습니다.”말을 마치고 홍엽이 한걸음 물러나 외로운 얼굴로 예를 취하고 고개를 들더니 더는 원경릉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돌아서 갔다.붉은 옷자락이 원경릉의 얼굴을 스치고 지나가는데 늦가을 바람의 싸늘함이 번져 있어 원경릉의 마음을 왠지 모르게 아리게 만들었다.홍엽공자의 뒷모습이 흐릿하게 사라지고, 잔상으로 남은 붉은 느낌마저 서서히 퇴색하자 원경릉은 고개를 돌렸다. 그런데 만아는 바닥에 앉아 졸고 있는게 아닌가.“만아야!” 원경릉이 불렀다.만아가 퍼뜩 깨어나서 고개를 들더니 당황하는 눈빛으로, “쇤네가……쇤네가 어떻게 잠이 들었죠?”“피곤해?” 원경릉이 본관에서 나올 때 만아는 원경릉과 같이 나왔는데 어떻게 자신을 계속 따라오다가 갑자기 잠들 수가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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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623화

할머니를 떠보는 원경릉원씨 집안의 오빠는 지금 조정 일을 맡아 새벽같이 나가 밤중에 들어오다 보니 저녁 수라는 할머니와 손녀 둘 뿐이다.노마님은 몸이 좋지 않아 담백하게 드시는데 원경릉이 돌아왔다고 사람을 시켜 고기요리와 탕을 두어 개 더 하라고 시켰다.할머니는 원경릉의 얼굴을 보고 애처로워서, “세상에 빼짝 마른 것 좀 봐, 몸보신 좀 해야겠구나.”원경릉이 웃으며, “네, 알겠습니다. 오늘밤은 세 그릇 도전!”“너무 많이 먹어도 안돼, 세끼를 균형 있게 몸을 보해야 예뻐져서 태자 전하께 딸을 또 안겨드리지.” 할머니가 은근 바라고 계시는 눈치다.원경릉이 듣고 순간 멈칫하며, “아뇨, 할머니. 저와 태자는 더이상 낳지 않기로 했어요. 세 아이만 해도 데리고 다니기 힘들어요. 더는 소화 못해요.”“네가 데리고 다닐 것도 아니고 낳기만 하면 다른 사람이 널 위해 데리고 다닐 텐데, 낳고 안 낳고는 너희가 결정하는 게 아니라 하늘이 결정하시는 거지. 넌 태자 전하의 정비인데 설마 계속 피임약을 먹고 있는 건 아니겠지?” 할머니가 이렇게 말하며 원경릉에게, “아이를 낳은 지 1년이 지났는데 왜 뱃속에 아직 소식이 없어? 정말 피임약을 먹은 건 아니지?”원경릉이 기침을 하더니, “아……아뇨, 할머니 말씀대로 하늘이 아직 주실 마음이 없으신 가봐요.”“태자 전하의 몸이 안 좋으신 건 아니고? 종일 바쁘시니 참. 그래도 밤일은 거르면 안된다. 태자 전하께 넌지시 알려드려. 아들이 있어도 딸이 또 있어야 한다고. 아들 딸이 다 있어야 자식복이 있는 거라고.”“예예예,” 원경릉이 얼른 말꼬리를 돌려, “돌아가서 전하와 상의할 게요.”노마님이 째려보며, “전하와 상의하긴 뭘 상의해? 어의랑 상의 해야지. 어의에게 처방을 내려 달라고 하렴. 둘 다 체질이 좋지 않으니 일단 몸 상태를 만들어야 돼, 올해 가지는 게 제일 좋아. 이제 늦가을이니 겨울 지나면 봄 아니냐, 한여름에 낳게 되니 아이가 한달이 됐을 때 감기 걸릴 일도 없고 딱 좋구나.”원경릉이 옆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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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624화

홍엽의 과거원씨 집안 노마님은 나중에 더 생각해 보더니, “굳이 널 특별히 좋아한 소년을 얘기하라면 딱히 떠오르는 사람이 없지만 네가 그때 몰래 나갔다가 강에 빠졌는데 어떤 소년이 널 구해줬지. 네 생명의 은인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나중에 네 외종 할아버지가 그 소년을 집으로 불러 며칠 머물게 하고 갈 때 은자와 옷을 줘서 널 구한 은혜에 보답한 셈 쳤었다.”“그 소년이 몇 살이었어요? 이름은요?” 원경릉이 다급하게 물었다.“이름은 기억이 안 나고, 대략 열 대여섯살 정도 됐을 거야. 가엾은 아이였지. 아버지가 죽고 과부가 된 어머니가 데려와서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었거든.” 노마님은 머리를 쥐어짜도 더 이상 생각나지 않자 하는 수 없이, “이런 건 뭐 하게? 중요한 거냐?”원경릉이 천진하게, “약간 중요해요. 할머니, 단주에 서신을 써서 외종조부님께 그 소년의 이름, 내력을 좀 여쭤봐 주세요. 어쨌든 그 남자아이와 관련된 거면 뭐든 알아야 겠어요.”노마님은 원경릉이 이렇게 급하게 구는 것을 보고, “그래, 내일 서신을 보내마. 단주는 멀지 않으니 빠른 말로 달려갔다 오면 며칠이면 돌아올 게야. 넌 기다리기만 하면 돼.”원경릉이, “예, 고마워요 할머니.”초왕부로 돌아와 이 일을 우문호에게 얘기했다.우문호가 다 듣고, “그렇게 말하니 정말 가능성이 있는 듯해. 우리가 홍엽에 대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어릴 때 북당에서 산 적이 있는 것으로 볼 때, 어머니가 북당 사람일 가능성이 있어. 아니면 선비족인데 북당에 자리를 잡고 살았을 수도 있고. 당시 홍엽을 데리고 갔을 때 그의 어머니는 살해당했지.”“누구한테?” 원경릉이 물었다.“소홍천의 조사에 따르면 홍엽공자의 아버지 즉 독고 대장군이 보낸 사람이 죽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해.”원경릉이 질겁해서, “자기 말은 홍엽의 아버지가 홍엽의 어머니를 죽였다는 거야?”“확실하지는 않지만 가능성이 커.”“그럼 홍엽은 몇 살 때 독고 가문으로 간 거야?”“조사해 낼 수 없었어. 홍매문 사람이 조사해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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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625화

홍엽과 북당“무슨 일이야?” 원경릉은 손에 식은땀에 나며 미묘한 기분이 들었는데, 완전 상상을 초월하는 얘기가 펼쳐졌다.“우리 북당을 연 황제인 문제 폐하는 사실 절반 선비족의 혈통이 흐르고 있어. 문제께서는 선비의 지난 왕조였던 성제의 손자와 당시 녹나라(鹿國)여자 사이에서 태어나셨는데, 나중에 선비족에 내분이 생겨 문제 폐하의 부친을 죽이고 문제 폐하는 어머니를 따라 녹나라로 돌아갔지. 그런데 하필이면 녹나라의 황제는 어리석고 잔인해서 백성들은 불안한 나날을 보내다가 결국 봉기하게 된 거야. 문제 폐하도 뜻을 세워 대군에 가담해 결국 이 북당 천하를 안정화 시키게 되었지. 그런데 당시 내분으로 문제 폐하의 부친을 죽인 사람이 바로 독고 가문 사람이거든. 독고 가문 사람들은 줄곧 우리 북당이 문제 폐하 부친의 원수를 갚기 위해 선비를 멸하고 선비족을 북당의 판도 안에 넣을 거라고 믿고 있어.”원경릉은 어이없는 게 이토록 난리를 쳤것만, 선비와 북당은 결국 같은 조상에 같은 뿌리를 가지고 있다는 거잖아?비록 문제부터 지금까지 선비의 혈통은 거의 남아있지 않겠지만.“그래서 지금 선비 황제도 성이 우문씨야?”우문호가 고개를 흔들고, “아니, 우문씨 집안은 벌써 멸족 당했고 선비는 원래 하나의 씨족으로 한 때 중원을 주름잡으며 중원을 깔보고 ‘선비’를 계속 국호로 쓰고 있어. 단씨(段氏)가 우문씨를 멸족 시킨 후 계속 선비라는 국호로 나라를 세우고 강산을 지배해서 지금까지 이어져 왔지. 하지만 단씨 집안의 강산은 조만간 독고 집안의 강산이라고 불러야 할 거야.”원경릉이 문득 깨닫고, “그래서 단황제와 독고 가문 사람이 전부 우문씨 가문이 복수하러 와서 선비를 빼앗아 갈 거라 생각 하는구나? 자기 말대로면 선비가 가장 중점으로 맞서는게 아마도 진짜 북당일 거야.”“홍엽은……” 우문호가 얼굴을 찌푸리며, “태도가 굉장히 애매해. 보기엔 절대적으로 독고 대장군에게 충성하는 것 같지만 아직까지도 성을 바꾸지 않았고 독자적으로 많은 움직임을 보이는데 독고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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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626화

원경릉의 생명의 은인며칠이 지나 단주에 서신을 가져갔던 사람이 돌아와 원씨 집안 노마님이 원경릉을 불러 상황을 알려주었다.“네 외종조부께서 알아보니 그 소년은 이미 이사 가고 없고, 이름이 뭐였는지 아무도 기억을 못 했다는 구나. 그 아이가 전에 살던 곳에 물어보니 원래 부근에 살던 사람은 전부 이사 갔고 이미 11년이나 지나서 수도 없이 바뀌는 바람에 거의 물어 볼 수 없었지만 그 소년 엄마는 아는 사람이 있지 뭐냐. 소년의 엄마는 삯바느질로 생계를 연명했기 때문에 은자는 좀 썼지만 물어볼 수 있었지.”“소년의 모친은 이름이 뭔가요?” 원경릉이 급히 물었다.“이름은 뭐라고 불렀는지 모르겠지만, 옷에 항상 붉은 낙엽이 수놓아져 있어서 다들 그녀를 홍엽 부인이라고 불렀고, 외지에서 와서 본적이 어디인지 까지는 아무도 모르고, 네 외종조부께서 당시 우리가 경성으로 돌아간 지 얼마 되지 않아, 홍엽 부인이 병으로 죽고 그 소년도 외지로 생계를 찾아 나갔다고 했어.”원경릉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렇다는 건 정말 홍엽 공자라는 걸까?원경릉은 머릿속이 혼란하고 기억이 전혀 없다. 원래 몸 주인도 홍엽을 기억하지 못하는데 홍엽본인은 이렇게 오랜 시간 기억하고 있었다고?홍엽의 눈에 드러났던 감정은 논리적으로 보면 이상하다. 왜냐면 원래 몸 주인의 목숨을 구해준 ‘생명의 은인’이라면 홍엽이 어떤 감정을 가질 리 없고, 있어도 원래 몸 주인인 원경릉이 품어야 마땅하다.하지만 원래 몸 주인 원경릉은 그때 고작 일고 여덟 살이라 여자의 사랑을 몰랐다. 그래서 원래 몸 주인인 원경릉이 한결같이 좋아한 사람은 우문호였다. 본인 말에 따르면 13살때부터 우문호를 좋아하기 시작했으니 원경릉의 마음 속에 소위 ‘생명의 은인’의 자리는 아마도 없었을 것이다. 조금이라도 자리가 있었으면 이렇게 완전히 잊지는 않았을 테니 말이다.원경릉은 머릿속이 혼란해서 눈을 감자, 마치 졸졸 물이 흐르는 것을 보고 있는 것 같다. 할머니는 그가 물에 빠진 원경릉을 구했다고 했는데 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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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627화

허스키이리 나리는 마당에 차탁을 펼쳐 놓고 홍엽공자와 같이 앉아 있는데 이리 나리는 홍엽공자를 보는 게 아니라 마당을 온통 뛰어다니며 신난 흑백 얼룩 늑대를 보며 엄마 미소를 짓고 있다.원경릉이 자세히 보더니 경악을 금치 못했는데, 이게 어디가 늑대라는 거야? 이건 분명…… 멍청함의 극치를 달리는 허스키잖아.저 허스키는 계속 자기 꼬리를 쫓아 뱅뱅 돌고 있다. 빨리 도느라 늑대와 비슷한 소리를 내는데 허스키가 이렇게 짖는 건 다들 아는 사실이라고.허스키는 시베리아 썰매개로 원경릉이 알고 있는 역사 상, 고대에는 없었는데 홍엽은 도대체 어디서 찾아온 걸까?이리 나리는 평생을 늑대에 빠져서 눈 늑대를 얻지 못하자 이렇게 외모가 뛰어나고 눈동자가 파란 ‘늑대’만 봐도 좋아 죽는다. 홍엽은 정말 타인의 비위를 맞출 줄 아는 사람이다.이리 나리는 곁눈질로 원경릉이 바로 일어나는 것을 보고, “마침 잘 왔어, 사부에게 일이 있으니 네가 사부를 대신해 손님을 좀 접대하시게.” 말을 마치고 한 손으로 탁자 위에 고기를 들고 문을 나가자, 허스키는 먹고 싶은지 바람처럼 쫓아 나가는데, 이리 나리는 허스키가 쫓아오자 좋아 죽겠는지 폴짝폴짝 뛰며 과연 이 늑대와 인연이 있다고 생각했다.원경릉은 자포자기 심정으로 시선을 거두고 탁자 옆에 앉아 있는 홍엽공자를 봤다.여전히 온통 붉은 색 비단 옷을 입었다. 하지만 전에는 민무늬 였는데 오늘 입은 건 구름무늬 자수가 놓아져 있고 단추를 채우는 위치가 은박으로 돼있어 시원스럽고 경쾌한 느낌이 더하다.오늘도 관을 쓰지 않고 벽옥으로 만든 비녀를 꽂았고, 호박색 눈동자엔 온화한 미소가 넘실거리는 게 이리 나리와 비교해 봐도 손색이 없는 외모다.특히 그 뭔 가에 미혹된 듯한 눈빛은 불길한 전조처럼 느껴졌다.“오셨군요!” 홍엽이 살짝 소매를 잡고 초대하는 손짓을 하며, “앉으시지요, 저와 차나 하십시다.”원경릉이 그와 분명하게 하는 것도 좋을 거란 생각에 심호흡을 하고 방금 이리 나리가 앉았던 자리에 앉았다.원경릉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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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628화

남자들이란홍엽은 고개를 끄덕이며 송구한 마음으로, “이거 제가 잘 알지 못해서 송구하게 됐습니다!”“어디서 이 개를 찾으셨는지 모르겠네요? 제가 알기로는 중원에 이런 썰매개는 없을 텐데.” 적어도 이 시대에는 말이다. 썰매개는 아직 들어오기 전인 게 분명하다.“친구가 준 겁니다.” 홍엽이 말했다.“공자께서는 경성에 친구가 없지 않으셨나요?”홍엽공자가 이를 살짝 드러내고 환하게 웃으며, “얄팍한 사귐은 어디나 있죠.”원경릉이, “이렇게 희귀한 견종을 보낼 만한 사이가 얄팍한 사귐은 아닐 겁니다. 공자께서 경성에 오실 때 데리고 온 사람도 없고, 이 개도 데리고 있지 않은 것을 볼 때 경성의 지인께서 보내셨을 게 분명한데, 부럽네요! 북당에 오신지 얼마 되지도 않으셨는데 누가 선물까지 다 보내고.”홍엽이 원경릉에게 웃으며, “고작 개 한 마리인 걸요. 친한 벗만 줄 수 있을 정도는 아니지 않나요? 그럼 제가 이리 나리께 드린 건, 이리 나리가 저와 알고 지내는 사이 이상이란 얘기가 아닙니까? 당신은 여전히 어릴 때 같네요. 말 속에 뼈가 있어요.”원경릉의 기세가 순간 약해졌다. 홍엽이 정말 교활한 것은 중요한 부분을 얘기하다가 원경릉이 받아 칠 수 없는 것으로 화제를 옮겨버린다는 사실이다. 홍엽이 일어나 예를 취하고, “전 일이 있어서 이만!”“조심해서 가세요!” 원경릉은 속으로 작게 한숨을 내쉬고 말했다.홍엽은 원경릉을 뚫어지게 한 번 보고 눈을 빛내더니 뒤돌아 갔다.“엮이길 바라는 사람은 한사코 엮이지 않으니 참 상대하기 어렵네요. 그리고 저 분이 마마를 보는 눈빛이 이상했습니다. 마치 할 말이 많은데 입을 열 수 없다는 듯 아주 유감스러운 느낌이었습니다.” 눈치가 한 박자 늦은 만아 마저 알아 볼 정도라니. 원경릉이 마음이 뒤숭숭해서, “저자는 목적이 있으니 우리가 조심하면 돼.”기어코 진검승부를 하지 않으니 이쪽도 응수할 방법이 없다.홍엽이 간 뒤, 이리 나리가 허스키를 데리고 나왔는데 놀면서 더웠는지 겉옷을 벗고 옷을 허리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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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629화

이리나리와 우문령원경릉이, “두분 사이가 소원한 게 이정도 인가요? 어떻게 평생을 살죠?”“나이도 어린데 그렇게 나중까지 뭐 하러 생각해? 평생……” 이리 나리의 눈빛이 이윽고 막막해 지더니, “평생은 너무 길어, 생각 안 해, 안 할래!”말을 마치고 이리 나리는 개를 데리고 가고, 원경릉만 가을 바람 속에 덜렁 남겨졌다.원경릉이 한참 있다가 일어나 얘기 좀 하려고 우문령을 찾았다.우문령은 서재에서 불경을 필사하고 있었는데, 나이가 한창 젊은 사람이 불경을 필사 하는 모습에 원경릉은 뜻밖이란 생각과 함께 방금 이리 나리가 현묘한 불가의 가르침 같은 말을 한 게,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에 보조를 맞추는 거구나 느껴졌다.망한 상황은 아닌 거 같군.“먹고 살만 해?” 원경릉이 우문령 곁에 앉아 그녀가 쓴 수려한 글씨를 바라봤다.우문령은 얼굴이 발그레하고 근심스런 빛이 없는 게 전에 비하면 상당히 평온하고 안정된 모습으로 오히려 이리 나리를 닮았다.“잘 지내요, 자유롭게.” 우문령이 붓을 내려놓고 원경릉의 손을 잡아 끌며 신나서, “오면서 왜 말도 안 했어요? 맛있는 거 준비해 드리려고 했는데, 우리 집에 요리사가 열 몇명이 있는데 전부 각지에서 온 사람으로 각종 지역의 정통 요리, 간식을 만들 줄 알고, 맛도 초왕부보다 좋아요.”아무런 근심걱정 없는 청춘을 보니 원경릉의 마음도 위로가 되었다. 그래 누군가 편안한 나날을 누리고 있는 거라면 그들의 고생도 가치가 있다.우문령과 좀 얘기를 나눠 보니 지금 이리 나리와 사이좋게 지내고 있기는 하다. 비록 결혼한 이래 아직까지 합방을 하지 않았다고 해도 우문령이 세 번이나 이리 나리의 손을 잡아 끌었고, 마지막 한번은 뿌리치지 않고 본관에서 후원까지 가는데 성공했다고 얼굴을 붉히고 손을 배배 꼬며 말했다.원경릉이 우문령에게 이리 나리에 대해 어떻게 생각 하냐고 물었더니 턱을 괴고 생각하더니 얼굴이 더 빨개지며, “그이는 사실 좋은 사람이예요, 대범하고 저한테 나가서 좋아하는 거 사라고 돈도 많이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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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630화

안풍친왕 배후 조종이날, 안풍친왕 부부는 태상황의 문병과 동시에 태상황에게 그들이 경성을 떠난다는 걸 알리기 위해 입궁했다.바꿔 말해, 그들은 보친왕의 일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것이다.궁에서 나와 이를 알리기 위해 초왕부로 갔다.“이렇게 금방 가세요?” 원경릉이 아쉬워하며 안풍친왕비가 사람이 좋으니 경성에 며칠 더 묵었으면 하고 바랬다.안풍친왕비가, “얼마 지내고 돌아오마. 지금 이 중차대한 시기에 경성에 머무는 건 좋지 않아. 나도 소인배들이 날뛰는 꼴을 보고 싶지 않기도 하고.”원경릉이 이해하지 못하고, “소인배들이 날뛴다고요?”안풍친왕비는 냉랭한 미소를 짓고 아무 말이 없는 가운데, 안풍친왕은 우울하고 불쾌한 얼굴이라 원경릉은 감히 안풍친왕께 물어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안풍친왕비가 나중에 우문호에게, “그 애는 어떤 벌을 받아도 마땅해. 하지만 집안 사람은 추궁하지 마라, 식구들은 이미 전부 서절에 돌아가 있어서 이 일에 대해서 알지도 못해.”“걱정 마세요. 이 일은 연좌할 정도는 아닙니다.” 우문호가 말했다.안풍친왕비가 살짝 고개를 끄덕이고 표정에 드러내지 않았지만 역시 한 가닥 슬픔이 떠올랐다.안풍친왕 부부가 떠난 뒤 원경릉이 우문호에게 물었다. “어떻게 된 거야?”우문호가 얼굴을 찡그리며, “조정에서 어떤 사람이 보친왕 일을 가지고 장계를 올렸는데, 보친왕은 배후 인물에게 지시를 받아 병여도를 훔친 것으로, 역모를 꾀할 목적의 배후 인물은 따로 있고 보친왕은 단지 앞잡이에 불과하다는 거야. 병여도는 잃어버린 게 아니라 배후의 인물이 가져갔다는 거지.”원경릉이 경악하며, “누가 감히 그런 소리를? 그 말은 안풍친왕 전하를 의심하는 거잖아?”“맞아, 안풍친왕 전하의 성격으로 봐서 이런 얘기를 들으면 폭발하고도 남는데 왕비께서 말려서 겨우 분노하지 않으시고 떠나기로 하신 거야.”원경릉이, “어쩐지 방금 안풍친왕 어르신 얼굴이 불쾌하시 더라니!”“이 일이 일으킨 시시비비가 하나 둘이 아니야, 조만 간에 정리하지 않으면 무슨 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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