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 1623화

작가: 유애
할머니를 떠보는 원경릉

원씨 집안의 오빠는 지금 조정 일을 맡아 새벽같이 나가 밤중에 들어오다 보니 저녁 수라는 할머니와 손녀 둘 뿐이다.

노마님은 몸이 좋지 않아 담백하게 드시는데 원경릉이 돌아왔다고 사람을 시켜 고기요리와 탕을 두어 개 더 하라고 시켰다.

할머니는 원경릉의 얼굴을 보고 애처로워서, “세상에 빼짝 마른 것 좀 봐, 몸보신 좀 해야겠구나.”

원경릉이 웃으며, “네, 알겠습니다. 오늘밤은 세 그릇 도전!”

“너무 많이 먹어도 안돼, 세끼를 균형 있게 몸을 보해야 예뻐져서 태자 전하께 딸을 또 안겨드리지.” 할머니가 은근 바라고 계시는 눈치다.

원경릉이 듣고 순간 멈칫하며, “아뇨, 할머니. 저와 태자는 더이상 낳지 않기로 했어요. 세 아이만 해도 데리고 다니기 힘들어요. 더는 소화 못해요.”

“네가 데리고 다닐 것도 아니고 낳기만 하면 다른 사람이 널 위해 데리고 다닐 텐데, 낳고 안 낳고는 너희가 결정하는 게 아니라 하늘이 결정하시는 거지. 넌 태자 전하의 정비인데 설마 계속 피임약을 먹고 있는 건 아니겠지?” 할머니가 이렇게 말하며 원경릉에게, “아이를 낳은 지 1년이 지났는데 왜 뱃속에 아직 소식이 없어? 정말 피임약을 먹은 건 아니지?”

원경릉이 기침을 하더니, “아……아뇨, 할머니 말씀대로 하늘이 아직 주실 마음이 없으신 가봐요.”

“태자 전하의 몸이 안 좋으신 건 아니고? 종일 바쁘시니 참. 그래도 밤일은 거르면 안된다. 태자 전하께 넌지시 알려드려. 아들이 있어도 딸이 또 있어야 한다고. 아들 딸이 다 있어야 자식복이 있는 거라고.”

“예예예,” 원경릉이 얼른 말꼬리를 돌려, “돌아가서 전하와 상의할 게요.”

노마님이 째려보며, “전하와 상의하긴 뭘 상의해? 어의랑 상의 해야지. 어의에게 처방을 내려 달라고 하렴. 둘 다 체질이 좋지 않으니 일단 몸 상태를 만들어야 돼, 올해 가지는 게 제일 좋아. 이제 늦가을이니 겨울 지나면 봄 아니냐, 한여름에 낳게 되니 아이가 한달이 됐을 때 감기 걸릴 일도 없고 딱 좋구나.”

원경릉이 옆에서
잠긴 챕터
GoodNovel에서 계속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여 앱을 다운로드하세요

관련 챕터

  • 명의 왕비   제 1624화

    홍엽의 과거원씨 집안 노마님은 나중에 더 생각해 보더니, “굳이 널 특별히 좋아한 소년을 얘기하라면 딱히 떠오르는 사람이 없지만 네가 그때 몰래 나갔다가 강에 빠졌는데 어떤 소년이 널 구해줬지. 네 생명의 은인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나중에 네 외종 할아버지가 그 소년을 집으로 불러 며칠 머물게 하고 갈 때 은자와 옷을 줘서 널 구한 은혜에 보답한 셈 쳤었다.”“그 소년이 몇 살이었어요? 이름은요?” 원경릉이 다급하게 물었다.“이름은 기억이 안 나고, 대략 열 대여섯살 정도 됐을 거야. 가엾은 아이였지. 아버지가 죽고 과부가 된 어머니가 데려와서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었거든.” 노마님은 머리를 쥐어짜도 더 이상 생각나지 않자 하는 수 없이, “이런 건 뭐 하게? 중요한 거냐?”원경릉이 천진하게, “약간 중요해요. 할머니, 단주에 서신을 써서 외종조부님께 그 소년의 이름, 내력을 좀 여쭤봐 주세요. 어쨌든 그 남자아이와 관련된 거면 뭐든 알아야 겠어요.”노마님은 원경릉이 이렇게 급하게 구는 것을 보고, “그래, 내일 서신을 보내마. 단주는 멀지 않으니 빠른 말로 달려갔다 오면 며칠이면 돌아올 게야. 넌 기다리기만 하면 돼.”원경릉이, “예, 고마워요 할머니.”초왕부로 돌아와 이 일을 우문호에게 얘기했다.우문호가 다 듣고, “그렇게 말하니 정말 가능성이 있는 듯해. 우리가 홍엽에 대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어릴 때 북당에서 산 적이 있는 것으로 볼 때, 어머니가 북당 사람일 가능성이 있어. 아니면 선비족인데 북당에 자리를 잡고 살았을 수도 있고. 당시 홍엽을 데리고 갔을 때 그의 어머니는 살해당했지.”“누구한테?” 원경릉이 물었다.“소홍천의 조사에 따르면 홍엽공자의 아버지 즉 독고 대장군이 보낸 사람이 죽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해.”원경릉이 질겁해서, “자기 말은 홍엽의 아버지가 홍엽의 어머니를 죽였다는 거야?”“확실하지는 않지만 가능성이 커.”“그럼 홍엽은 몇 살 때 독고 가문으로 간 거야?”“조사해 낼 수 없었어. 홍매문 사람이 조사해보

  • 명의 왕비   제 1625화

    홍엽과 북당“무슨 일이야?” 원경릉은 손에 식은땀에 나며 미묘한 기분이 들었는데, 완전 상상을 초월하는 얘기가 펼쳐졌다.“우리 북당을 연 황제인 문제 폐하는 사실 절반 선비족의 혈통이 흐르고 있어. 문제께서는 선비의 지난 왕조였던 성제의 손자와 당시 녹나라(鹿國)여자 사이에서 태어나셨는데, 나중에 선비족에 내분이 생겨 문제 폐하의 부친을 죽이고 문제 폐하는 어머니를 따라 녹나라로 돌아갔지. 그런데 하필이면 녹나라의 황제는 어리석고 잔인해서 백성들은 불안한 나날을 보내다가 결국 봉기하게 된 거야. 문제 폐하도 뜻을 세워 대군에 가담해 결국 이 북당 천하를 안정화 시키게 되었지. 그런데 당시 내분으로 문제 폐하의 부친을 죽인 사람이 바로 독고 가문 사람이거든. 독고 가문 사람들은 줄곧 우리 북당이 문제 폐하 부친의 원수를 갚기 위해 선비를 멸하고 선비족을 북당의 판도 안에 넣을 거라고 믿고 있어.”원경릉은 어이없는 게 이토록 난리를 쳤것만, 선비와 북당은 결국 같은 조상에 같은 뿌리를 가지고 있다는 거잖아?비록 문제부터 지금까지 선비의 혈통은 거의 남아있지 않겠지만.“그래서 지금 선비 황제도 성이 우문씨야?”우문호가 고개를 흔들고, “아니, 우문씨 집안은 벌써 멸족 당했고 선비는 원래 하나의 씨족으로 한 때 중원을 주름잡으며 중원을 깔보고 ‘선비’를 계속 국호로 쓰고 있어. 단씨(段氏)가 우문씨를 멸족 시킨 후 계속 선비라는 국호로 나라를 세우고 강산을 지배해서 지금까지 이어져 왔지. 하지만 단씨 집안의 강산은 조만간 독고 집안의 강산이라고 불러야 할 거야.”원경릉이 문득 깨닫고, “그래서 단황제와 독고 가문 사람이 전부 우문씨 가문이 복수하러 와서 선비를 빼앗아 갈 거라 생각 하는구나? 자기 말대로면 선비가 가장 중점으로 맞서는게 아마도 진짜 북당일 거야.”“홍엽은……” 우문호가 얼굴을 찌푸리며, “태도가 굉장히 애매해. 보기엔 절대적으로 독고 대장군에게 충성하는 것 같지만 아직까지도 성을 바꾸지 않았고 독자적으로 많은 움직임을 보이는데 독고 가

  • 명의 왕비   제 1626화

    원경릉의 생명의 은인며칠이 지나 단주에 서신을 가져갔던 사람이 돌아와 원씨 집안 노마님이 원경릉을 불러 상황을 알려주었다.“네 외종조부께서 알아보니 그 소년은 이미 이사 가고 없고, 이름이 뭐였는지 아무도 기억을 못 했다는 구나. 그 아이가 전에 살던 곳에 물어보니 원래 부근에 살던 사람은 전부 이사 갔고 이미 11년이나 지나서 수도 없이 바뀌는 바람에 거의 물어 볼 수 없었지만 그 소년 엄마는 아는 사람이 있지 뭐냐. 소년의 엄마는 삯바느질로 생계를 연명했기 때문에 은자는 좀 썼지만 물어볼 수 있었지.”“소년의 모친은 이름이 뭔가요?” 원경릉이 급히 물었다.“이름은 뭐라고 불렀는지 모르겠지만, 옷에 항상 붉은 낙엽이 수놓아져 있어서 다들 그녀를 홍엽 부인이라고 불렀고, 외지에서 와서 본적이 어디인지 까지는 아무도 모르고, 네 외종조부께서 당시 우리가 경성으로 돌아간 지 얼마 되지 않아, 홍엽 부인이 병으로 죽고 그 소년도 외지로 생계를 찾아 나갔다고 했어.”원경릉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렇다는 건 정말 홍엽 공자라는 걸까?원경릉은 머릿속이 혼란하고 기억이 전혀 없다. 원래 몸 주인도 홍엽을 기억하지 못하는데 홍엽본인은 이렇게 오랜 시간 기억하고 있었다고?홍엽의 눈에 드러났던 감정은 논리적으로 보면 이상하다. 왜냐면 원래 몸 주인의 목숨을 구해준 ‘생명의 은인’이라면 홍엽이 어떤 감정을 가질 리 없고, 있어도 원래 몸 주인인 원경릉이 품어야 마땅하다.하지만 원래 몸 주인 원경릉은 그때 고작 일고 여덟 살이라 여자의 사랑을 몰랐다. 그래서 원래 몸 주인인 원경릉이 한결같이 좋아한 사람은 우문호였다. 본인 말에 따르면 13살때부터 우문호를 좋아하기 시작했으니 원경릉의 마음 속에 소위 ‘생명의 은인’의 자리는 아마도 없었을 것이다. 조금이라도 자리가 있었으면 이렇게 완전히 잊지는 않았을 테니 말이다.원경릉은 머릿속이 혼란해서 눈을 감자, 마치 졸졸 물이 흐르는 것을 보고 있는 것 같다. 할머니는 그가 물에 빠진 원경릉을 구했다고 했는데 설마,

  • 명의 왕비   제 1627화

    허스키이리 나리는 마당에 차탁을 펼쳐 놓고 홍엽공자와 같이 앉아 있는데 이리 나리는 홍엽공자를 보는 게 아니라 마당을 온통 뛰어다니며 신난 흑백 얼룩 늑대를 보며 엄마 미소를 짓고 있다.원경릉이 자세히 보더니 경악을 금치 못했는데, 이게 어디가 늑대라는 거야? 이건 분명…… 멍청함의 극치를 달리는 허스키잖아.저 허스키는 계속 자기 꼬리를 쫓아 뱅뱅 돌고 있다. 빨리 도느라 늑대와 비슷한 소리를 내는데 허스키가 이렇게 짖는 건 다들 아는 사실이라고.허스키는 시베리아 썰매개로 원경릉이 알고 있는 역사 상, 고대에는 없었는데 홍엽은 도대체 어디서 찾아온 걸까?이리 나리는 평생을 늑대에 빠져서 눈 늑대를 얻지 못하자 이렇게 외모가 뛰어나고 눈동자가 파란 ‘늑대’만 봐도 좋아 죽는다. 홍엽은 정말 타인의 비위를 맞출 줄 아는 사람이다.이리 나리는 곁눈질로 원경릉이 바로 일어나는 것을 보고, “마침 잘 왔어, 사부에게 일이 있으니 네가 사부를 대신해 손님을 좀 접대하시게.” 말을 마치고 한 손으로 탁자 위에 고기를 들고 문을 나가자, 허스키는 먹고 싶은지 바람처럼 쫓아 나가는데, 이리 나리는 허스키가 쫓아오자 좋아 죽겠는지 폴짝폴짝 뛰며 과연 이 늑대와 인연이 있다고 생각했다.원경릉은 자포자기 심정으로 시선을 거두고 탁자 옆에 앉아 있는 홍엽공자를 봤다.여전히 온통 붉은 색 비단 옷을 입었다. 하지만 전에는 민무늬 였는데 오늘 입은 건 구름무늬 자수가 놓아져 있고 단추를 채우는 위치가 은박으로 돼있어 시원스럽고 경쾌한 느낌이 더하다.오늘도 관을 쓰지 않고 벽옥으로 만든 비녀를 꽂았고, 호박색 눈동자엔 온화한 미소가 넘실거리는 게 이리 나리와 비교해 봐도 손색이 없는 외모다.특히 그 뭔 가에 미혹된 듯한 눈빛은 불길한 전조처럼 느껴졌다.“오셨군요!” 홍엽이 살짝 소매를 잡고 초대하는 손짓을 하며, “앉으시지요, 저와 차나 하십시다.”원경릉이 그와 분명하게 하는 것도 좋을 거란 생각에 심호흡을 하고 방금 이리 나리가 앉았던 자리에 앉았다.원경릉이

  • 명의 왕비   제 1628화

    남자들이란홍엽은 고개를 끄덕이며 송구한 마음으로, “이거 제가 잘 알지 못해서 송구하게 됐습니다!”“어디서 이 개를 찾으셨는지 모르겠네요? 제가 알기로는 중원에 이런 썰매개는 없을 텐데.” 적어도 이 시대에는 말이다. 썰매개는 아직 들어오기 전인 게 분명하다.“친구가 준 겁니다.” 홍엽이 말했다.“공자께서는 경성에 친구가 없지 않으셨나요?”홍엽공자가 이를 살짝 드러내고 환하게 웃으며, “얄팍한 사귐은 어디나 있죠.”원경릉이, “이렇게 희귀한 견종을 보낼 만한 사이가 얄팍한 사귐은 아닐 겁니다. 공자께서 경성에 오실 때 데리고 온 사람도 없고, 이 개도 데리고 있지 않은 것을 볼 때 경성의 지인께서 보내셨을 게 분명한데, 부럽네요! 북당에 오신지 얼마 되지도 않으셨는데 누가 선물까지 다 보내고.”홍엽이 원경릉에게 웃으며, “고작 개 한 마리인 걸요. 친한 벗만 줄 수 있을 정도는 아니지 않나요? 그럼 제가 이리 나리께 드린 건, 이리 나리가 저와 알고 지내는 사이 이상이란 얘기가 아닙니까? 당신은 여전히 어릴 때 같네요. 말 속에 뼈가 있어요.”원경릉의 기세가 순간 약해졌다. 홍엽이 정말 교활한 것은 중요한 부분을 얘기하다가 원경릉이 받아 칠 수 없는 것으로 화제를 옮겨버린다는 사실이다. 홍엽이 일어나 예를 취하고, “전 일이 있어서 이만!”“조심해서 가세요!” 원경릉은 속으로 작게 한숨을 내쉬고 말했다.홍엽은 원경릉을 뚫어지게 한 번 보고 눈을 빛내더니 뒤돌아 갔다.“엮이길 바라는 사람은 한사코 엮이지 않으니 참 상대하기 어렵네요. 그리고 저 분이 마마를 보는 눈빛이 이상했습니다. 마치 할 말이 많은데 입을 열 수 없다는 듯 아주 유감스러운 느낌이었습니다.” 눈치가 한 박자 늦은 만아 마저 알아 볼 정도라니. 원경릉이 마음이 뒤숭숭해서, “저자는 목적이 있으니 우리가 조심하면 돼.”기어코 진검승부를 하지 않으니 이쪽도 응수할 방법이 없다.홍엽이 간 뒤, 이리 나리가 허스키를 데리고 나왔는데 놀면서 더웠는지 겉옷을 벗고 옷을 허리춤에

  • 명의 왕비   제 1629화

    이리나리와 우문령원경릉이, “두분 사이가 소원한 게 이정도 인가요? 어떻게 평생을 살죠?”“나이도 어린데 그렇게 나중까지 뭐 하러 생각해? 평생……” 이리 나리의 눈빛이 이윽고 막막해 지더니, “평생은 너무 길어, 생각 안 해, 안 할래!”말을 마치고 이리 나리는 개를 데리고 가고, 원경릉만 가을 바람 속에 덜렁 남겨졌다.원경릉이 한참 있다가 일어나 얘기 좀 하려고 우문령을 찾았다.우문령은 서재에서 불경을 필사하고 있었는데, 나이가 한창 젊은 사람이 불경을 필사 하는 모습에 원경릉은 뜻밖이란 생각과 함께 방금 이리 나리가 현묘한 불가의 가르침 같은 말을 한 게,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에 보조를 맞추는 거구나 느껴졌다.망한 상황은 아닌 거 같군.“먹고 살만 해?” 원경릉이 우문령 곁에 앉아 그녀가 쓴 수려한 글씨를 바라봤다.우문령은 얼굴이 발그레하고 근심스런 빛이 없는 게 전에 비하면 상당히 평온하고 안정된 모습으로 오히려 이리 나리를 닮았다.“잘 지내요, 자유롭게.” 우문령이 붓을 내려놓고 원경릉의 손을 잡아 끌며 신나서, “오면서 왜 말도 안 했어요? 맛있는 거 준비해 드리려고 했는데, 우리 집에 요리사가 열 몇명이 있는데 전부 각지에서 온 사람으로 각종 지역의 정통 요리, 간식을 만들 줄 알고, 맛도 초왕부보다 좋아요.”아무런 근심걱정 없는 청춘을 보니 원경릉의 마음도 위로가 되었다. 그래 누군가 편안한 나날을 누리고 있는 거라면 그들의 고생도 가치가 있다.우문령과 좀 얘기를 나눠 보니 지금 이리 나리와 사이좋게 지내고 있기는 하다. 비록 결혼한 이래 아직까지 합방을 하지 않았다고 해도 우문령이 세 번이나 이리 나리의 손을 잡아 끌었고, 마지막 한번은 뿌리치지 않고 본관에서 후원까지 가는데 성공했다고 얼굴을 붉히고 손을 배배 꼬며 말했다.원경릉이 우문령에게 이리 나리에 대해 어떻게 생각 하냐고 물었더니 턱을 괴고 생각하더니 얼굴이 더 빨개지며, “그이는 사실 좋은 사람이예요, 대범하고 저한테 나가서 좋아하는 거 사라고 돈도 많이 주

  • 명의 왕비   제 1630화

    안풍친왕 배후 조종이날, 안풍친왕 부부는 태상황의 문병과 동시에 태상황에게 그들이 경성을 떠난다는 걸 알리기 위해 입궁했다.바꿔 말해, 그들은 보친왕의 일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것이다.궁에서 나와 이를 알리기 위해 초왕부로 갔다.“이렇게 금방 가세요?” 원경릉이 아쉬워하며 안풍친왕비가 사람이 좋으니 경성에 며칠 더 묵었으면 하고 바랬다.안풍친왕비가, “얼마 지내고 돌아오마. 지금 이 중차대한 시기에 경성에 머무는 건 좋지 않아. 나도 소인배들이 날뛰는 꼴을 보고 싶지 않기도 하고.”원경릉이 이해하지 못하고, “소인배들이 날뛴다고요?”안풍친왕비는 냉랭한 미소를 짓고 아무 말이 없는 가운데, 안풍친왕은 우울하고 불쾌한 얼굴이라 원경릉은 감히 안풍친왕께 물어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안풍친왕비가 나중에 우문호에게, “그 애는 어떤 벌을 받아도 마땅해. 하지만 집안 사람은 추궁하지 마라, 식구들은 이미 전부 서절에 돌아가 있어서 이 일에 대해서 알지도 못해.”“걱정 마세요. 이 일은 연좌할 정도는 아닙니다.” 우문호가 말했다.안풍친왕비가 살짝 고개를 끄덕이고 표정에 드러내지 않았지만 역시 한 가닥 슬픔이 떠올랐다.안풍친왕 부부가 떠난 뒤 원경릉이 우문호에게 물었다. “어떻게 된 거야?”우문호가 얼굴을 찡그리며, “조정에서 어떤 사람이 보친왕 일을 가지고 장계를 올렸는데, 보친왕은 배후 인물에게 지시를 받아 병여도를 훔친 것으로, 역모를 꾀할 목적의 배후 인물은 따로 있고 보친왕은 단지 앞잡이에 불과하다는 거야. 병여도는 잃어버린 게 아니라 배후의 인물이 가져갔다는 거지.”원경릉이 경악하며, “누가 감히 그런 소리를? 그 말은 안풍친왕 전하를 의심하는 거잖아?”“맞아, 안풍친왕 전하의 성격으로 봐서 이런 얘기를 들으면 폭발하고도 남는데 왕비께서 말려서 겨우 분노하지 않으시고 떠나기로 하신 거야.”원경릉이, “어쩐지 방금 안풍친왕 어르신 얼굴이 불쾌하시 더라니!”“이 일이 일으킨 시시비비가 하나 둘이 아니야, 조만 간에 정리하지 않으면 무슨 풍

  • 명의 왕비   제 1631화

    보친왕의 명단어두침침한 빛이 보친왕의 푸르뎅뎅한 얼굴에 비추고, 눈꺼풀은 무심하게 아래로 쳐진 채 쓴웃음을 지으며, “당시 첩자가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어, 내 신분도 드러나지 않았는데 북막의 진씨 집안 말고 또 누가 있나?”“당신이 그렇게 신중하지 못한 사람으로는 안 보이는군요.” 우문호가 보친왕을 노려보면 말했다. 이번 계획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물 샐 틈 없이 주도 면밀하게 짜 놓고, 고작 무릎만한 도랑에 배가 뒤집혔다고? 그럴 가능성은 낮아도 너무 낮다.보친왕은 계속 쓴웃음을 지으며, “나쁜 일이 익숙하지 않아서 사건을 안배하는 것과 너희들을 방비하는 건 알아도 내 주변 사람을 방비해야 할 줄은 몰랐지. 본질적으로는 경험이 없었다고 할까.”“누가 의심스럽습니까? 어쨌든 당신 밀실에 접근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테니까요.” “내 밀실에 접근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지만 내 곁에 사람들은 복잡해. 대부분 떳떳하게 온 사람들도 아니고. 요 1~2년간 인력이 급하게 필요해서 하나하나 자세히 조사하지 못했거든. 이것도 병여도를 훔칠 때 내가 직접 나선 이유야. 중대한 일일 때는 그들을 믿을 수가 없어. 그런데 자네가 갑자기 의심 가는 사람이 없냐고 하는데, 있지. 전부 의심스러워. 떳떳하게 내 밀실에 접근할 수 있는 사람은 적지만 개인적으로는 다 가능하니까.”제왕이 한쪽에서 이 말을 듣고 화가 나서, “전부 의심스럽다니 그게 말이예요 방귀예요? 우릴 놀리는 겁니까?”보친왕이 아무렇지도 않게 제왕을 한번 훑어 보더니 냉정하게, “내 말이 방귀 같다고 생각하면 안 물어보면 그만이지. 판결이 코 앞인데 지금 내 입장에서는 죽는 게 차라리 나아. 난 이미 미련따위 없으니 숨길 필요가 뭐가 있나?”우문호는 피곤함과 욱하는 마음을 숨기기 힘들어, “당신도 우문씨인데, 이런 천벌을 받을 짓을 저지르고도 부끄럽지 않습니까? 허울좋은 소리는 집어 치우고 협조해 주셨으면 합니다. 잘 생각해 보시고 의심 가는 사람 몇 명의 명단을 주세요. 만약 병여도를

최신 챕터

  • 명의 왕비   제3189화

    이 점에 대해 양여혜는 한 번도 언급한 적이 없었다. 그 전문가의 팀원들도 말한 적이 없었고, 그녀가 이전에 컴퓨터에서 봤던 데이터도 지금 노트의 데이터와 일치했다. 그러나 노트에는 찢어진 흔적이 남아 있었다.보아하니, 그녀는 다섯째의 병이 나은 뒤 다시 한번 돌아가 조사를 해야 할 듯했다.그래도 이번에 과다 투여를 하지 않아 다행이었다.그녀가 물건을 정리하며 말했다."서일, 돌아가서 쉬거라. 마지막 일만 마무리하고 바로 궁으로 돌아갈 것이다.""예. 마마도 일찍 쉬세요!"서일은 나가는 김에 죽은 쥐를 처리하려 손을 뻗었다. 그는 어찌 사람보다 훨씬 작은 쥐로 약물 실험을 할 수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이곳의 의원은 모두 사람을 대상으로 약을 실험하고 있었다."다치지 말거라. 해부할 것이니!"원경릉은 즉시 그를 제지했다."해부요? 해부까지 해야 합니까?"서일은 쥐를 든 채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죽은 것도 모자라 해부까지 하다니, 쥐들이 불쌍하다고 생각했다."그래. 해부해야 한다."원경릉은 습관적으로 약상자에서 메스를 꺼내려 했으나, 약상자를 소월궁에 놓고 왔다는 것을 깨닫고 이내 서일에게 말했다."서일, 소월궁으로 가서 내 약상자를 가져 오너라. 절대 안에 있는 것을 건드리지 말거라. 알겠느냐?""예. 바로 다녀오겠습니다!"서일은 말하자마자 약상자를 가지러 소월궁으로 달려갔다.소월궁에 오자, 잠들어 있는 우문호의 모습을 보았다. 열 때문인지, 악몽을 꾸는 것인지 그는 얼굴을 찡그린 채 불편한 모습이었다. 목여 태감이 곁에서 지키며 이따금 따뜻한 수건으로 그의 이마를 닦아주고 있었다.서일은 발소리를 죽이고 약상자를 집어 들어 황급히 원경릉에게 전해주었다.약상자를 연 원경릉은 서일이 놓은 주사기를 보고 멈칫했다."어찌 주사기가 두 개인 것이냐? 하나만 놓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다섯째에게 몇 대를 놓은 것이냐?""두 대요!"서일이 서둘러 말했다. 그러더니 약상자 속 주사기 위치를 가리키며 말했다."여기 하나 더 놓

  • 명의 왕비   제3188화

    "예!"서일은 주사기를 내려놓고는, 옆에 있던 또 다른 주사기를 들여다보며 말했다."하지만 방금 그 약과는 색이 다릅니다.""네가 무엇을 안다고 그러냐? 어떤 약은 색을 더하기도 한다. 붉은 약이나, 노란 약을 본 적 없는 것이냐? 전에 수보가 사용했던 약도 노란색이었다.""맞는 말씀입니다!"서일은 더 이상 묻지 않고 바로 주사를 놓았다. 그렇게 치료가 끝나자마자 우문호가 바로 눕고는, 다시 목여 태감에게 말했다."황후에게 주사를 맞았으니, 조급히 올 필요 없다고 전하시게. 늦은 시각이라, 길도 어두울 텐데 서두르다 다칠라."목여 태감은 고개를 끄덕이고 서일에게 말했다."서 대인, 폐하를 잘 보살펴주시게. 바로 다녀오겠네."서일이 답했다."제가 다녀오겠습니다. 제가 더 빨리 다녀올 수 있습니다!"그는 말을 마치자마자 바로 달려 나갔다.우문호는 약기운 때문인지 다행히 어지럼증이 조금 가라앉은 것 같았다. 그는 눈을 감고 잠에 들었는데, 목여 태감은 여전히 곁을 떠나지 않고 그의 옆을 지키며 안쓰럽게 바라보았다.그는 황제의 운명이 참 고달프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 태상황을 모셨을 때, 태상황도 밤낮으로 정무를 처리하며 후궁 문제까지 챙겨야 했다. 지금의 황제는 후궁 걱정은 덜었지만, 조정의 관한 걱정은 끝이 없었다.목여 태감은 우문호의 창백하고 여윈 얼굴을 바라보며 마음 아파했다.목여 태감은 따뜻한 물을 준비하라 명했다. 목여 태감은 그가 더 편히 잘 수 있도록 그의 얼굴을 닦아주려 했다.서일은 실험실로 향했는데, 원경릉이 모든 실험용 쥐를 다시 잡아 와 쥐들의 상태를 기록하고 있었다. 서일이 들어오는 것을 본 후, 그녀가 노트를 내려놓고 물었다."곧 돌아가마. 다섯째는 어떠냐? 열은 내렸느냐?""괜찮습니다. 제가 직접 주사를 놓았으니 서두르지 않으셔도 된다고 폐하께서 전하라 하셨습니다."서일이 약간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네가 주사를 놓았다고?"원경릉은 서일이 주사를 놓을 줄 알자, 조금 놀랐다."예. 주사 놓는

  • 명의 왕비   제3187화

    체온을 측정해 보니 무려 40도였다.“고열이오. 또 다른 증상은 없소?”원경릉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바쁜 와중에 병까지 든 다섯째가 안쓰러워졌다.우문호가 그녀의 손을 꽉 잡고 말했다.“걱정할 필요 없소. 그저 재채기 몇 번에 조금 어지럽고, 코가 막히며 목이 약간 찌릿한 정도네. 별일 아니네.”원경릉은 서둘러 청진기를 꺼내 심장과 폐를 확인해 보았는데, 다행히 특별한 이상이 없는 것으로 보아, 비를 맞아 감기에 걸려 열이 나는 듯했고, 바이러스가 호흡기를 공격하는 것으로 보였다.그녀가 말했다.“해열제를 먼저 먹고 주사를 맞은 후, 푹 자고 나면 내일 괜찮아질 것이오.”그녀는 해열제를 찾아내자, 서일이 바로 물을 준비해 왔다. 우문호는 해열제를 삼킨 뒤, 바로 물을 마셨다.이는 그가 약을 먹을 때 늘 하는 습관이었다.원경릉은 주사기를 꺼내 약물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녀가 주사기를 손에 들자마자, 우문호가 침을 꿀꺽 삼키며 말했다.“꼭 이걸 맞아야 하오?”“주사를 맞으면 빨리 낫습니다. 바쁘다 하지 않았소?”원경릉이 부드럽게 그를 달랬다. 우문호는 약은 한 움큼씩 먹을 수 있는 반면, 주사는 몹시 무서워했다.옆에서 서일도 말을 보탰다.“아프지 않습니다. 금방 끝날 겁니다.”“근육 주사가 제일 빠르오. 정말 안 아플 거라네.”원경릉이 웃으며 덧붙였다.우문호는 바쁜 나랏일을 떠올리며 더 이상 아프면 안 된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주사의 아픔을 참기만 하면 내일 나은 몸으로 조회에 참석할 수 있었다.“좋소. 그럼 빨리 낫게 두 대 놓으시게!”우문호가 용기를 내어 웃으며 말했다.“마마…!“그때 밖에서 녹주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쥐들이 갑자기 우리를 부수고 탈출했습니다. 궁녀를 시켜 잡았지만, 두 마리나 놓쳐 버렸습니다.”원경릉은 쥐들이 대나무 우리를 부술 정도로 강해질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그녀는 다급히 주사기를 약상자에 내려놓으며 말했다.“다섯째, 조금 있다가 돌아와서 다시 주사 놓겠소.”그러자 우문호

  • 명의 왕비   제3186화

    이 약은 사실 원경릉이 맡은 프로젝트가 아닌, 그녀의 실험실에 있던 다른 전문가팀이 진행하던 것이었다. 그러나 그 전문가가 뜻밖의 사고로 행방불명이 되면서 양여혜가 그녀에게 팀을 이끌고 연구를 이어가도록 했다.원경릉은 연구 단계에 처한 약을 약상자에 넣어 가져온 후 실험용 쥐에게 주사했다. 그녀는 궁에 간단한 실험실을 마련해 실험용 쥐를 관찰하고 데이터를 정리하는 기본적인 작업을 했다. 하지만 심도 있는 연구를 하기 위해서는 현대로 돌아가야만 했다.부부는 각자의 일로 바삐 보내며, 이삼일 동안 식사도 함께하지 못하는 경우가 점점 많아졌다.전형적인 바쁜 부부의 모습이었다.며칠 밤을 상의한 끝에 우문호는 과거시험 문제를 정하고 주 시험관을 명했다. 그리고 천제를 올려, 이번 과거시험에서 나라에 유용한 인재를 선발할 수 있도록 하늘에 기원했다.그렇게 천제 의식이 반쯤 진행되었을 때, 갑작스럽게 쏟아진 폭우로 의식은 중단되었다. 제단 위에 있는 우문호와 대신들은 비에 흠뻑 젖었지만, 의식을 끝까지 마쳐야 했다. 천제를 마치고 궁으로 돌아온 우문호는 비를 맞은 탓에 연신 재채기 했다.그는 궁으로 돌아가자마자 녹주가 끓여준 생강차를 연거푸 두 그릇 마셨다. 원경릉이 아직 돌아오지 않자, 우문호는 다시 어서방으로 가서 내각에서 올린 상소문을 검토했다. 내각에서 올리는 상소문은 가장 중요한 일이었다. 일반적인 문제는 냉정언이 먼저 확인한 후, 바로 처리했다.자시까지 바삐 보내고 난 후, 우문호는 몸 상태가 점점 이상하고 어지럽다고 느끼기 시작했다. 문턱에 앉아서 졸고 있는 목여 태감을 보며, 그는 관자놀이를 누르며 버거움을 느꼈다.황위에 오른 후, 우문호는 거의 아픈 적이 없었다. 하지만 연달아 밤을 새우고 비까지 맞은 데다 환절기에 찬바람을 맞으니 감당하기에 더욱 어려웠다.하지만 우문호는 일을 마저 처리하려 억지로 애를 썼다.목이 조금 말랐지만, 목여 태감을 깨우기 귀찮아진 그는 차갑게 식어버린 차를 한 모금 마시고 다시 일을 이어갔다. 상소문을 보자마

  • 명의 왕비   제3185화

    우문호가 원경릉에게 물었다.“참, 아이들과 그룹… 채팅이 있다고 하지 않았소? 계란이가 이 일을 안다고 한 적 있소?”“우린 그런 이야기를 나누지 않소.”원경릉이 웃으며 대답했다.“그럼 무슨 이야기를 하는 것이오? 나도 들어갈 수 있소?”우문호가 물었다.원경릉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아마 안 될 것이오. 그룹 채팅은 단지 별칭일 뿐, 당신이 현대에서 본 통신 앱과 같은 것이 아니오. 우리는 의식으로 소통하는 것이라, 당신은 함께할 수 없소.”“그렇군.”우문호가 시큰둥한 표정으로 대답했다.원경릉은 그가 조금 서운해하는 것을 눈치채고는 그를 안고 말했다.“당신도 참. 지금까지 아이들과 나눈 이야기를 당신한테 숨긴 적 없이 모두 말해줬으니, 기분 나빠하지 마시오.”“기분 나쁜 것이 아니라, 혹시라도 계란이가 모르고 있다가 속상해할까 봐 걱정되는 것 뿐이라네.”우문호가 웃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시오. 계란이는 아직 사내를 좋아할 나이가 아니오.”우문호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만, 그저 한 아이의 아버지의 노파심으로 인해 작은 문제도 크게 보기 마련이었다.이 드넓은 세상을 아이들이 마음껏 탐험하는 것은 괜찮지만, 혹여나 아이들이 속상해할까 봐 늘 걱정이었다.한편, 요즘 다섯째는 과거시험으로 인해 바쁜 일상에 조금 지쳐 있었다.과거 시험장은 항상 부정행위로 난무하는 곳이었다. 과거로 인재를 등용하려는 조정의 목적과 달리, 일부 관리들은 그저 돈 벌 기회로 여길 뿐이었다.그래서 지금 주 시험관 자리를 차지하려는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었다.지난해까지는 냉 수보가 항상 주 시험관을 맡았지만, 그럼에도 다른 시험관들의 부정행위가 적발된 적이 있었다.이 일로 우문호는 3년에 한 번씩 화를 내곤 했다.올해 냉 수보는 주 시험관을 다른 사람으로 교체하겠다고 말하고 이 직책을 내려놓았다.최근 새로운 세금 제도를 추진하느라 바쁜 터라, 주 시험관직까지 겸할 시간이 없었다. 이에 우문호가 직접 시험관 선발 과정을 엄격히 관리하기로 했다.북당

  • 명의 왕비   제3184화

    택란은 순간 단순히 목숨을 구해준 은혜에 대한 보답 때문만은 아니라고 생각이 들었다. 어린 황제는 어린 시절부터 외롭고 힘들었을 것이기에, 란이라는 자의 언니와 몇 년을 함께 보내며 정이 생겼을 가능성이 충분했다.어쨌든, 단순히 은혜를 갚기 위해 은인의 언니와 결혼하는 것은 말이 안 되었고, 다소 억지스러웠다. 게다가 그가 왜 그 란이라는 사람이 정말 자신의 은인인지 확인도 하지 않고 사람을 데려갔을지도 의문이었다. 어쩌면 일을 맡은 부하가 임무를 대충 하며 거짓말을 꾸며냈으니, 어린 황제가 그 란이라는 사람에 대한 은혜 때문에 섣불리 믿어버린 것일지도 모른다.어린 시절의 감정이 가장 순수한 법이니까.“걱정하지 마십시오. 저희는 오직 발전만을 목표로 합니다!”주 아가씨도 상황을 잘 파악하고 있었다. 감정 문제는 공주에게 어울리지 않았고 아직 어리기도 하기에 혼담은 스무 살까지 미뤄도 늦지 않았다. 아니면 그녀처럼 혼자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한편, 출발 준비를 하는 동안 냉명여가 짐을 싸는 택란을 보며 물었다.“누나, 멀리 가는 것입니까?”“금국 량주에 다녀오려고 한다.”택란은 고개를 끄덕이며, 짐을 싸는 손을 멈추지 않고 답했다.그러자 냉명여의 눈이 반짝였다.“량주요? 그럼 나도 데려가면 안 됩니까? 량주에 변신술을 잘하는 사람이 많다고 들었습니다!”“가고 싶으냐? 그래. 데리고 갈 수는 있지만 말을 잘 들어야 한다!”택란이 웃으며 말했다.“잘 듣겠습니다! 꼭 약속하지요!”냉명여가 급히 다짐했다.“좋다. 그럼 가서 짐을 싸거라. 내일 출발할 것이니 서둘러야 할 것이다.”택란의 말이 끝나자마자 냉명여는 기쁜 얼굴로 쏜살같이 방으로 달려가 짐을 싸기 시작했다.이때, 이를 본 주 아가씨가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데려간다니요? 아직 어린아이인데… 귀찮게 굴지 않을까요?”“괜찮소. 지금 아직 어리니 더 많은 세상을 경험해야 하오. 계속 저택 안에만 두면 아무것도 스스로 못하는 아이로 자랄 뿐이네. 그건 냉 대인과 홍엽 아

  • 명의 왕비   제3183화

    세월이 흘러, 택란이 열한 살 되던 해에 드디어 만두가 돌아왔다.어린 나이에 집을 떠난 그는 이제 완전한 청년으로 성장해 돌아왔다. 그리고 떡들 세 명은 만으로 따지면 이미 열일곱 살이 되었다.만두는 도착하자마자 먼저 황제의 허락을 받고 군에서 수련을 시작했다. 비록 국경에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지만, 국력이 항상 군사력의 안정에 의해 뒷받침되기 때문에 군 경험이 매우 중요했다.나라를 안정적으로 통치하려면 먼저 군심을 얻어야 한다.우문호는 그의 선택을 전폭 지지하며, 국가에 대한 소속감을 키워주기 위해서 그를 작은 병사로 임명하여 군에 들여보냈다. 약도성은 이미 재건이 대부분 완료된 상태였다. 백성들도 마음을 다잡았고, 이제는 본격적인 발전만 남아 있었다. 이리 나리와 홍엽이 이곳에 왔을 때, 냉명여를 약도성에 남겨두었는데, 호명이 챙기려 했으나, 냉명여는 택란 곁에서 그녀를 보호하겠다고 고집을 부렸다.꽤 고집이 센 아이기에 그는 그저 놔두기로 했다. 변경은 심지를 단련하기에 좋은 곳이었고, 호명이 보살펴 주며 저택 안에 거주했기에 큰 문제는 생기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한편, 금나라에서는 새로운 소식이 전해졌다. 진국왕이 갑자기 세상을 떠나, 황제가 본격적으로 조정을 이끌게 되었다는 것이다. 수도는 원래 약도성 접경 지역에 새롭게 지은 곳으로 옮겨졌고, 이름 또한 량주로 바뀌었다. 금나라는 이제 공식적으로 량주를 수도로 정했다.이 소식이 약도성에 전해지자, 택란은 무척 기뻐하며 주 아가씨에게 물었다.“이제 본격적으로 채굴을 시작해도 될 것 같소. 금나라에 한 번 가볼 생각인데, 자네도 같이 가는 것이 어떻소?”그 해 택란은 훌쩍 성장해 주 아가씨보다 조금 더 커 있었다. 주 아가씨는 때때로 그녀를 보며, 대나무가 환생한 것이 아닌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 며칠 사이에 또 훌쩍 자란 것이다.택란의 아이 같던 분위기는 사라졌고, 훨씬 차분하고 성숙한 분위기를 풍겼다. 약도성의 거센 바람과 강한 햇빛 때문에 원래 하얗던 피부는 건강한 빛을

  • 명의 왕비   제3182화

    우문호는 정정이 계란이를 언급하지 않은 것을 보고 마음이 조금 놓였다. 보아하니 혼인 문제에 있어 두 사람은 합의를 봐 더는 이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 것 같았다.정정 대장군 부부는 경성에서 반 달 동안 머물렀고, 그동안 정정과 우문호는 시간이 날 때마다 말을 타거나, 군영과 산을 누비며 백성들을 살폈다.대두는 아이들과 즐겁게 지냈다. 비록 처음 이틀 동안은 계속 만두를 보고 싶다고 떼를 썼지만, 이제는 만두를 완전히 잊은 듯했다.그는 란이와도 갈등을 풀었고, 오히려 제일 친해져서 무엇을 하든 항상 함께했다.그렇게 2주가 지나 정정이 작별을 고하기 전, 우문호에게 대두의 배필을 찾은 것 같다고 말하며, 대두는 그녀가 자랄 때까지 잘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그의 말에 우문호가 어리둥절하며 물었다.“누구요?”정정이 웃으며 말했다.“지금은 말할 수 없소. 아직 확정된 일이 아니라, 나중에 잘못되면 감정이 상할 수도 있네.”“우리 사이에 말 못 할 게 어딨소?”우문호는 그의 말에 이미 기분이 상한 것 같았다.그러자 정정이 더욱 짓궂게 웃으며 말했다.“들으면 자네가 조급해질까 봐 그러네!”우문호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난 지금 이미 엄청 조급하네.”정정은 크게 웃으며 그의 어깨를 철썩 때리며 위로했다.“걱정하지 마시게. 계란이는 아니네. 계란이는 내 딸이기도 하니, 절대 며느리가 될 수 없소.”다른 남자가 계란이를 자기 딸이라 부른 건 처음이었지만, 우문호는 반감 없이 오히려 매우 기뻐, 활짝 웃으며 말했다.“맞네, 자네 말이 맞아. 계란이는 자네 딸이기도 하네. 우리 모두의 착한 딸이지.”근영군주는 이 말을 듣고 웃음을 터뜨리며 원경릉에게 말했다.“보아하니, 우리가 여기서 제일 쓸모없는 존재 같습니다…”“맞는 말입니다!”원경릉이 진지한 표정으로 맞장구치자 근영군주가 그녀를 가볍게 안으며 말했다.“앞으로는 자주 만나지 말고, 1년에 한 번만 봅시다! 시간이 어찌 이리 빨리 흐른다는 말입니까?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데, 눈

  • 명의 왕비   제3181화

    목장에서는 전보다 훨씬 뛰어난 전투마들을 사육했기에, 우문호는 마치 보물을 자랑하고 싶은 어린아이처럼 당장이라도 정정과 함께 보러 가고 싶어 했다.그러자 근영군주가 웃으며 말했다.“폐하께서 아직도 소년 같은 순수함을 지니시고 있다니, 참 보기 드물고 귀한 일이군요.”하지만 원경릉의 귀에는 이 말이 남편이 어린아이 같다는 말로만 들렸다.그녀는 이내 웃음을 터트렸다.“하하하. 사내들이 가끔 저렇게 유치할 때가 있잖습니까.”근영군주도 깊이 공감하며 말했다.“예. 평소엔 유치하다가도, 필요할 때는 놀라운 배짱과 결단력을 보여주지요. 집안을 지탱하기도 하고, 나라를 떠받치기도 하고. 안 그렇습니까?”원경릉도 미소를 띠며 고개를 끄덕였다.“맞습니다.”남자들이 말을 타러 나가자, 원경릉과 근영군주는 궁전 안에서 담소를 나누기 시작했다. 대두가 몹시 심심해하자 원경릉은 친왕비들에게 아이를 궁으로 데려와 아이들끼리 놀게 했다.대주의 손님을 정성껏 대접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기에 친왕비들은 아이들을 데리고 궁에 들어왔다.사실 대두와 비슷한 나이의 아이는 많지 않았다. 미색의 두 아이와, 원용의의 아이 모두 대두보다 어렸지만, 놀 벗이 없는 상황에 나이가 어린 것은 크게 문제 되지 않았다.대두는 외동아들로 자라 성격이 다소 거칠었다. 하지만 미색의 딸인 란이 역시 성격이 강하고 고집스러웠다. 어머니인 미색을 닮아 태생이 강한 성격을 타고난 것이었다.게다가 그녀에게 무술을 배워 한창 센 척을 할 시기라 대두와 몇 마디 말다툼 끝에 결국 몸싸움으로 번져 버렸다.란이가 대두를 때리자, 대두는 얼굴이 퉁퉁 부어오를 정도로 맞으면서도 전혀 반격하지 않고 그저 참고만 있었다. 끝까지 이를 악물고 버텨냈다.란이는 평소 늑대파에서 무술 대련을 했기에 상대가 반격하지 않고 그저 제자리에서 맞고만 있는 멍청한 모습을 경험한 적이 없었기에, 부어오른 대두의 뺨을 발견하곤 깜짝 놀라며 물었다.“어찌... 반격하지 않는 것입니까?”대두는 화난 표정으로 대답했다.“어찌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