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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 왕비의 모든 챕터: 챕터 1401 - 챕터 1410

3191 챕터

제 1401화

제왕의 진심태자를 세우려면 반드시 적자를 뽑을 거라고 지나치게 단정했던 황후 자신이 원망스럽고, 부친이 조정에서 ‘일인지하 만인지상(一人之下萬人之上)’이라 만에 하나도 실수가 있을 리 없다는 생각에 사전에 그를 위한 계획을 세워 두지 못한 게 한스럽다.이제 와서 전부 때늦은 일이지만 말이다.황후는 여덟째를 곁에 앉히고 마음을 가다듬어 제왕에게, “내가 너한테 자주 이러지 않는 거 알지. 너도 잘 살아야지, 원용의 그 계집애도 지금 정혼을 했다는데 네 곁도 계속 비워 둘 수는 없어, 해를 넘기거든 네 아바마마께 주청을 드려 사람을 물색해 보마. 너도 언제까지나 죽은 사람한테 연연해서야 쓰나.”제왕의 눈에 회색빛 어둠이 끼며 조용히 고개를 흔들었다.이때 멋모르고 여덟째가, “원 누나 좋아, 나 원 누나한테 장가 갈래.”황후가 웃는데 마음이 쓰리다. 이 아이는 영원히 정상인과 같이 혼인하고 아이를 낳을 수 없으니 자신이 죽는 순간까지 여덟째 걱정일 것이다.눈가가 촉촉히 젖는데 여덟째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그래, 그래, 어미가 우리 창이한테 황자비를 구해주마, 어때?”여덟째가 고집을 부르며, “원 누나랑 할래.”황후가 울컥하고 그만 울어버렸다.황후는 여덟째에게서 떨어져서 짙은 빨강으로 손톱을 꾸민 두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울었다. 오늘이 섣달 그믐이라 소리 죽여 우는데, “내 운명은 어찌 이리도 기구한가? 원래 여인천하(女人天下)로 황후가 가장 존귀하고 너희 형제 둘은 황제와 황후의 유일한 적자들이거늘, 어째서 내 불쌍한 운명을 따르는 것이냐?”제왕의 마음도 괴로운데, 무릎을 꿇고 두 손을 황후의 무릎에 올리고 작은 소리로, “어마마마 울지 마세요, 어마마마 말씀대로 제가 하면 되지요.”황후가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으며 억지로 미소를 띠고, “오늘은 좋은 날이니 울어서는 안되지, 재수없다.”황후는 제왕에게, “네 마음 속에 아직 명취에 대한 미련이 남았어? 저 세상에 간지도 오래 됐는데 그만 잊어야지. 원씨 집안의 그 계집애 내가 보기엔 꽤 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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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402화

기왕의 기대회왕 부부는 아주 늦게 입궁했는데, 무슨 일이 있어 시간을 지체한 건 아니고, 전에 미색이 자기가 임신한 줄 알고 온데 떠벌렸다가 결과 아니었던 게 밝혀졌던 지라, 미색 본인은 모두 수다를 떨 때 입궁하기가 송구했다. 사람들을 볼 면목이 없었던 것이다.궁은 시끌벅적해서 저녁 연회 때 명원제도 제사를 지내고 돌아와 황실 종친들과 같이 애기하고 친왕들이 곁에 동석한 가운데, 태자 우문호는 오늘밤 명원제 비서로 명원제가 가는 곳은 어디든 동석해서 명원제가 무슨 말을 하면 태자는 오토 리플레이처럼 반복해야 했는데, 그도 그럴 것이 사람이 너무 많고 폭죽소리가 그치지 않는데다 황제의 몸으로 소리를 지를 수도 없기 때문이다. 태자로 책봉된 이래 우문호는 조정 신료들의 마음에 조금씩 그 위상이 높아져서 오늘 밤 황실의 가족 연회의 많은 종친들도 전부 태자를 둘러싸는 바람에 다른 사람은 소외되지 않을 수 없었다.기왕이 안왕에게 씩씩대며, “저 사람들 좀 봐, 쓰레기에 파리 꼬이는 거 같네, 재수없어.”기왕은 지금 명원제 앞에서는 개과천선한 것처럼 다시는 권력에 집착하지 않고 최대한 겸손하고 단정한 척 하지만 오늘 밤 자신이 전에 가졌던 모든 영화를 우문호에게 빼앗긴 것을 보니, 아직 수련이 부족한지 자기도 모르게 이런 말을 뱉고 말았다.안왕은 전혀 개의치 않고 미소를 지으며, “태자지 않습니까, 미래의 황제, 당연히 화제의 중심이어야 지요!”기왕이 이 말을 듣고 눈을 흘기며, “네 입에서 나오는 거 숨 쉬는 거 빼고 다 거짓말이지? 양심을 속이면 안 괴로워?”안왕이 개의치 않고 어두운 빛이 번뜩이며, “큰형, 해서 될 말, 안될 말 아직도 구분이 안되십니까? 그리고 형 머리로 오늘 이 상황이 어떤 건지 감이 안 와요? 우린 들러리인데 들러리로 역할만 하면 돼요, 누굴 질투할 상황입니까? 전에 형이 태자였을 때, 지금 태자는 형을 샘내지 않았어요.”기왕이 콧방귀를 뀌고 답답한 지 아예 입을 닫아 버렸다.기왕이 태자이던 시절, 기왕을 시샘하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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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403화

안풍친왕 부부 등장명원제가, “아바마마, 또 누가 옵니까?”주변을 둘러보니 오늘밤 올 사람들은 다 왔다. 누가 이 자리에 앉을 수 있는 거지?“네 큰아버지!” 태상황이 담담하게 말했다.“……” 멀쩡한 섣달 그믐날 밤 왜 사람한테 소리를 지르고 난리야? 아바마마는 갈수록 체면을 생각하지 않으신다.막 서로 안면을 익히던 참이었는데 갑자기 두려움에 떨게 만드는 호랑이의 포효가 멀리서 들려왔다. 비록 멀어도 지축을 뒤흔드는 뇌성 벼락 같이 온 연회장에 울려 퍼졌다.광명전 전체가 덜덜 떨리는 것 같다.호랑이 소리를 듣고, 앉아 있던 종친들이 서로 놀라, ‘그 사람이 왔네, 그 사람이 왔어, 그 사람이 호랑이를 데리고 돌아왔어.’ 당황했다.명원제는 입가를 실룩거리며, 망할, 진짜 큰아버지잖아!“안풍친왕이시다!” 누군가 외쳤다.안풍친왕이란 네 글자가 광명전에서 발휘하는 힘은 아까 그 호랑이의 포효와 맞먹는 것으로 황실의 연배가 있는 어른들에겐 명성이 자자했다.젊은 사람들도 당연히 이름을 들어는 봤으나 일찌감치 경성을 떠나서 북당엔 전설만 남았을 뿐 그 사람은 본 적이 없다.호랑이의 포효가 일정한 간격을 두고 점점 가까워졌다.호랑이 소리에 다들 흥분했다.원경릉은 호랑이 소리에 무협 로맨스의 주인공 같은 부부가 떠올랐다. 그분들이 돌아오셔서 설날을 맞으신다고?원경릉은 태상황이 안풍친왕비에게 꼬마 때 감정을 품고 있던 걸 기억하고 자기도 모르게 몰래 쳐다보니 태상황이 태연 작약하게 미동도 없이 앉아 있다. 늙은 여우는 역시 늙은 여우다. 감정이 표정에 하나도 드러나지 않는다.문밖에서 상선이 빠른 걸음으로 달려와 목소리 톤도 약간 변해서, “태상황 폐하, 황제 폐하께 아룁니다. 안풍친왕 부부 납시었습니다!”상선의 말이 떨어지자 마자 호랑이의 포효가 들려왔다.남자는 머리에 옥관을 쓰고 눈썹은 칼로 자른 듯 차가운 표정에 위엄이 어려 있다. 나이는 적지 않아 보이는 것이 눈가에 주름이 있으나 그 주름때문에 더욱 위엄이 선다.그와 손을 잡고 들어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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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404화

미친 존재감명원제는 이렇게 말하며 광명전 앞에 도사리고 앉아 있는 위풍당당한 황금빛 호랑이를 흘끔 쳐다봤다. 방금 안풍친왕이 걸어 들어 올 때 호랑이가 앞길을 여는 모습이 장난이 아니었다.안풍친왕이 명원제에게, “헤어진 지 수년 동안 황제 조카도 괄목상대해야 할 만큼 변했군. 이제 네가 다스리는 북당은 왕성하고 번영하는 구나. 잘하고 있어!”안풍친왕은 근엄하고 진지해서 말할 때도 엄숙한 태도로, 눈가에 온화함을 머금고 있지만 명원제 눈에는 여전히 두렵고 떨렸다.안풍친왕은 말을 마치고 고개를 돌려 태상황을 보는데 누그러진 얼굴로, “다음 보위를 잘 물려줬 구만.”태상황이 마침내 웃으며, “그래요, 과인은 만족합니다.”한마디였으나 태상황이 황제를 최대한 칭찬하는 말이었다.안풍친왕은 다시 우문호를 보더니 그에게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했다.우문호는 정중하게 예를 취했다.한편, 안풍친왕비는 안왕비 곁에 앉은 것이 안풍친왕비와 안왕비는 원래 같은 출신이나 안왕비는 안풍친왕비를 본 적이 없어서 상당히 어색하게 쭈뼛쭈뼛하고 있다.태후가 안풍친왕비를 보고 한숨까지 쉬며, “생각해보니 왕비마마를 20여년을 뵙지 못했는데, 하늘이 왕비마마를 특별 대우하셔서 저와 비슷한 연배인데 저보다 한참 젊어 보이십니다.”안풍친왕비가 웃으며, “마음에 걱정거리 없이 개운한 나날이라 조금 젊어 보이나 봅니다. 태후마마는 저와 달리 궁에서 이 큰 후궁을 다스리시니 신경 쓰실 일이 많지요.”태후가 미소를 지으며, “그래요, 그래서 안풍친왕비는 복을 받았 다니까요.”연회가 시작되고 궁인들이 잘 차려진 요리를 줄줄이 받쳐들고 들어왔다. 이 훌륭한 음식은 상당히 보기에는 좋았으나 날이 추워서 수라간에서 광명전으로 가져오는 동안 식어 입에 넣어도 조금도 맛있지 않았다.그나마 시작할 때 나온 탕은 뜨끈뜨끈했다. 다른 음식은 차가웠지만 다들 익숙한 지 요리 하나를 한 입 씩 먹고 치우고 다음 요리를 내오게 했다.안풍친왕비는 안왕비에게 친절해서 탕을 별로 안 먹자, “몸이 약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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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405화

안풍친왕비가 납신 이유다행히 노래와 춤이 시작되어 건배를 제의하는 사람 없이 모두 밖에 무희들의 아름다운 춤사위를 관람했다.관현악기 소리에 북소리가 섞여 들리며 사람의 마음을 한없이 평온하게 했다.원경릉은 마음 속으로 어서 연회가 끝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게 할머니가 초왕부에서 섣달 그믐밤을 함께 보내고자 기다리시기 때문이다.여기 와서 2년, 작년 설엔 외로웠지만 할머니가 오신 뒤로 나날이 여기 뿌리를 내릴 수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마치 인생에 근원이 생긴 기분이다.그리고 그녀가 연회가 빨리 끝났으면 하고 바라는 건 사실 속사정이 있는 게, 요 2년간 궁중에서 연회를 열 때마다 마지막엔 결국 크던 작던 일이 터져서 불쾌했다.안풍친왕비는 뒤에 자리를 떠서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는데 요리는 16가지가 전부 상에 올랐음에도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연회가 거의 끝날 무렵 안풍친왕비가 들어오는 것이 보였고 얼굴은 약간 노해 있었다.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있는데 원경릉도 묻기 뭐했으나, 안풍친왕비가 자리에 앉은 뒤 두 잔을 연거푸 마시는 게 확실히 열 받은 것 같다.다들 안풍친왕비의 이런 행동을 이상하게 여긴 게 도대체 무슨 일일까?가무 한 곡이 또 끝나고 안풍친왕비가 원경릉에게, “밖에 분위기가 괜찮던데 나랑 나가서 좀 걸읍시다. 배가 불러서.”원경릉도 간절히 원하며, “좋아요!”두 사람이 자리에서 나왔는데 바람이 상당히 찼다. 분위기는 꽤 있어서 정원에 온통 등이 휘황찬란하게 걸려 있고 땅에는 흰 눈 위에 폭죽 터진 껍질이 깔려서 온통 붉은 색이다.원경릉은 털옷을 입지 않아 망토를 여며도 여전히 추웠다.광명전 마당에서 나오는 길에 둘은 말 없이 어화원 위쪽 현월정으로 걸어가는데 이 안에서 안왕비 사건이 있었다.두 사람이 들어간 후 안풍친왕비가 가리개를 내려 찬바람을 막았다.자리에 앉은 뒤 안풍친왕비가 원경릉에게, “이번에 내가 온건 일이 있어서야.”원경릉도 두 분이 갑자기 돌아와서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안풍친왕비가 말씀해주신 다니, “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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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406화

현비의 의도원경릉은 그래도 이해할 수가 없어, “어마마마는 지금 금족령으로 바깥과 연락하실 수가 없습니다. 어마마마께서 어떻게 소씨 집안 사람에게 헛소문을 퍼트리게 하겠습니까? 소씨 집안 사람들도 어떻게 태후마마의 말씀을 듣지 않고 어마마마의 말을 듣는지요? 그리고 소씨 집안 사람들이 이렇게 소문을 퍼트려 자기들에게 좋은 점이 뭐가 있습니까?”게다가 현비가 이렇게 소동을 부리는 건 득보다 실이 많은데, 현비가 바보가 아닌 이상 그럴 리 없지 않을까? 그리고 황제가 상인의 지위를 올려주겠다고 결정했는데 외부에 이렇게 거짓을 퍼트리면 조정이 민심을 수렴하는데 불리하다.“현비는 궁에서 오랜 세월을 있었네. 주변에 자신의 뜻을 전할 만한 사람 한둘이 왜 없겠나? 소씨 집안은 태후의 말을 듣지 않아. 태후는 소씨 집안은 그다지 크게 염두해두지 않지만 현비는 줄곧 소씨 집안을 위해 지략을 펴 왔지. 게다가 이제 다섯째가 태자가 되었네. 무한한 영광이 불을 보듯 훤해. 소씨 집안 사람들은 분명 꼬리를 흔들어 대겠지, 현비가 왜 반대하는지 상상이 안 되니?” 안풍친왕비가 말을 마치고 원경릉을 바라봤다.원경릉이 머뭇거리며, “어마마마께서 상인을 깔봐서 인가요?”안풍친왕비가, “그건 그 중 하나일 뿐이야, 현비는 상인을 업신여기지. 어엿한 일국의 공주가 시정의 장사치 나부랭이에게 시집을 가다니 이건 현비의 얼굴에 따귀를 날리는 셈일 거야. 지금 혼기를 맞은 공주가 우문령 하나가 아니니, 현비 생각엔 황제가 우문령이 아닌 다른 공주를 시집 보내면 된다고 생각할 거야. 하지만 제일 큰 원인은 태자가 책봉된 이래 지금까지 자신의 신분이 올라가지 않았을 뿐 아니라 금족령을 당했으니 얼마나 분하고 억울하겠어? 그런데 너와 태자까지 자기를 지지하고 돕지 않으니, 알아서 부활의 전기를 마련하고자 하는데 공주의 혼사만큼은 명실상부하게 자신이 관여할 수가 있거든.”원경릉은 안풍친왕비에게 이 점을 지적 받고 순간 이해가 되면서, “그래서 어마마마의 최종 목적은 이 혼인을 막고자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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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407화

의도된 혼사?현비가 결국 타협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고작해야 경여궁에서 소란을 떨 뿐으로 현비가 소씨 집안 사람을 시켜 밖에서 소동을 피우게 할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아마 이점은 황제조차 현비를 무시했을 걸?그렇다는 건 현비의 생사는 거의 정해진 거나 다름없다. 어쩐지 태후가 다급하게 안풍친왕비를 오라고 불렀더라.현비가 이토록 미쳐 날뛰는 것은 보이지 않는 가운데 권력이 침투했기 때문이다.원경릉은 심사숙고 했다. 현비가 바보야? 조금도 그렇지 않다. 만약 황제가 예전의 황제라면 현비가 이겼을 것이다. 왜냐면 황제는 태자와 공주의 생모라는 입장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후원에 큰 불은 참아낼 지언 정 조금의 불똥도 밖으로 튀어나가 서는 안된다.황제는 황실의 체면을 가장 중시한다. 수년간 부부로 있으며 현비는 황제를 잘 알고 황제의 약점을 쥐고 있다고 생각했다.황제가 타협만 해주면 현비는 이전의 그 어질고 지혜로운 아내로 돌아갈 것이며, 황제도 여러 해 함께 한 부부의 정을 생각해 현비를 용서해 줄 것이다. 그리고 소씨 집안 쪽은 어쨌든 태후의 친정이므로 효심이 깊은 황제가 심하게 할 리는 없고 찬바람이 불고 지나가면 다시 발탁해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현비는 생각하고 있었다.현비는 이번은 공주의 혼사를 가족 문제라고 생각했다.황제 입장에선 정치를 펼치는 중대한 일이자, 국가와 민생에 관한 대사다. 황제는 너무 오래 가난해서 북당을 위해 뭔가 출구를 찾아야만 했다. 위에서는 황제가 결단성 있게 치고 나가라고 압박했다. 막는 사람은 죽여라.“황제가 어쩌면 소씨 집안을 한 번 봐줄 수 있지만, 현비라는 악의 축은 아마 다시는 제멋대로 하게 놔두지 않을 것이다. 지켜 보려 무나, 설을 쇠고 나면 대외적으로 현비의 병세가 악화되었다고 선포할 거야.” 안풍친왕비가 말했다.원경릉은 안풍친왕비에게, “절 불러 내셔서 분석을 들려주셨는데 제가 뭘 하길 원하십니까?”안풍친왕비가 고개를 끄덕이며, “맞아, 만약 황제가 마지막에 현비에게 손을 쓰면 자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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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408화

섣달 그믐밤안풍친왕비가, “현비가 소란만 안 떨면 혼사는 순리대로 거행될 거야, 모두 기뻐하며 말이지. 하지만 만약 현비가 소동을 일으키면…… 딸이 시집가는데 모친이 저주를 퍼부으면 밖에선 혼란이 일거야. 이게 무슨 짓인가? 공주가 출가하기 전에 현비를 죽일 수도 없는 것이, 아무튼 황제는 딸을 사랑해서 그런 재수없는 경우를 당하게 하고 싶지 않은 거야. 그리고 예법을 어지럽히고 싶지도 않은 게 만약 현비가 죽으면 공주는 어미의 삼년상을 지키느라 혼례를 연기할 수밖에 없지.”원경릉이, “어떻게 연기할 수가 있어요? 지금 황제 폐하는 이리 나리가 사위가 되는 걸 한시도 지체할 수 없는 상황인데, 만약 이리 나리가 혼인 할 의사가 없으면 조금도 서두를 필요가 없지만 어쩌다가 혼인을 하겠다는 마음이 들어서 냉정언이 중매 명단까지 줬다고 하더군요. 냉정언과 혼담이 오갈 정도면 전부 신분이 높은 분이겠지요.”황제가 초조하지 않을 수 있나? 이리 나리와 경성의 고위급 집안이 혼인으로 맺어진 뒤 세력을 키워간다면?우문호가 말할 것처럼 이리 나리에게 붙어 이득을 취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차치하더라도 반드시 손에 꽉 쥐고 있어야 만의 하나라도 실수가 없을 것이다.그래서 혼사는 미룰 수 없다. 현비는 아마도 이 점을 알고 황제가 공주의 혼사 전에는 자신을 죽일 리 없다는 것을 정확히 파악하고 대담하게 황귀비 자리와 소씨 집안의 세력을 키우는 도박을 생각해 냈음이 분명하다.원경릉은 마음 속으로 한숨만 계속 나는 게, 이 높은 사람들은 피한방울 흘리지 않고 전쟁을 하는데 자기는 마침 좋은 혼담이라고 생각했었다.“네가 수락하지 않으면 그때, 황제가 다섯째를 밖으로 출장을 보내겠지. 하지만 그렇게 되면 부자 관계는 망가져.” 안풍친왕비가 말했다.원경릉이 심사숙고했으나, “정말 다른 방법이 없으면 이렇게 할 수밖에 없네요. 태후 마마께서 현비마마를 설득해 보셨고, 태자도 설득해 봤고, 오늘밤 왕비마마까지 설득해 보셨는데 안되니 사실 다른 방법이 없는 거죠.”안풍친왕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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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409화

악몽즐거웠던 어린 시절이여,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게 안타깝구나.“얼른, 소원 빌어야지!” 할머니가 재촉했다.원경릉은 두 손을 모으고 눈을 감은 채 마음 속으로 기도했다. 살아있을 동안 아빠, 엄마, 오빠를 만날 수 있기를.눈을 뜨니 할머니가 간절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무슨 소원을 빌었니?”원경릉이 웃으며, “엄청 큰 소원을 빌었죠. 내일 아침에 일어나면 할머니가 만든 떡국을 먹게 해 주세요.”할머니가 웃으며, “그것은 반드시 이뤄질 거다.”할머니와 손녀가 밥을 먹는데 원경릉은 집에 와서 할머니와 먹으려고 일부러 궁에서 배불리 먹지 않기도 했고 안풍친왕비의 말을 듣고 나니 식욕이 뚝 떨어져서 먹기 싫었는데 김이 모락모락 나는 할머니의 요리를 보니 순간 배가 꼬르륵거렸다.밥을 먹고 나란히 앉아 전에 즐거웠던 일을 얘기하는데 특별한 날이고 분위기다 보니 더욱 집이 그리웠다.원경릉이 잠을 자며 꿈을 꿨다. 꿈 속에 어린 시절로 돌아가 설날을 맞는데 엄마가 원경릉에게 새 다운 자켓을 선물해 주셨다. 선홍색 새 다운 자켓을 입자 옷에서 계속 피가 떨어지고, 바늘로 찌르듯이 아팠다. 원경릉이 울부짖으며 엄마에게 자켓을 벗겨 달라고 하는데 엄마가 와서 아무리 벗기려고 해도 자켓이 원경릉을 꽁꽁 싸맨 채, 안에 수많은 예리한 바늘이 돋아서 원경릉의 피부를 뚫고 엄마는 원경릉을 안고 같이 울었다.“여보, 일어나!” 누군가 귓가에서 작게 부르고 있다. 초조한 목소리다. 원경릉은 두 손으로 자신을 끌어안고 촉촉한 입술이 덮여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바늘이 찌르는 고통이 점점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우문호다.원경릉은 천천히 눈을 뜨는데 눈꺼풀이 어찌나 무거운지 실눈같이 벌어진 틈으로 사람그림자가 퍼뜩 보였다가 다시 눈을 감았다.원경릉은 여전히 꿈 속이다. 하지만 선혈이 흐르는 다운 자켓이 아니라 큰 강의 피안에 서 있는 꿈이다. 우문호는 멀리서 원경릉을 보고 있고, 원경릉은 가고 싶지만 다리도, 배도 없어서 두 눈을 멀쩡히 뜨고 우문호가 수영해서 건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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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410화

악몽에서 깨어나원경릉은 아직도 꿈 속인 듯 중얼거리며, “무슨 일이야?”우문호는 원경릉을 안고 그녀의 머리를 가슴에 파묻은 채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궁에서 돌아왔더니 당신이 계속 울고 있었어, 아프다면서, 반시진이나 아무리 불러도 깨지 않았다고. 꿈에서 뭘 본 거야? 놀라 죽을 뻔 했잖아.”“꿈에서 뭘 봤지?” 원경릉이 갑자기 몸서리를 치며 꿈속의 절망이 마음을 다시 휩쓸고 지나가는지, “꿈에 피 묻은 겉옷을 봤어. 겉옷 안에 엄청 예리한 바늘이 수도 없이 박혀 있어서, 그리고 꿈 속에 자기랑 내가 강에……”“말하지 마, 그냥 악몽일 뿐이야. 됐어 그만해.” 우문호가 손으로 원경릉의 입을 막는데 가슴이 쿵쿵 뛰었다.원경릉은 너무 피곤해서 도저히 안 되겠기에 서서히 눈을 감았다. 그녀는 오랫동안 이런 끔찍한 꿈을 꾼 적이 없다.“최근 너무 피곤했건 거 아냐? 영이 혼례 치르고 나면 우리 좀 나가자.” 우문호가 원경릉의 머리카락을 만지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원경릉이 번쩍 눈을 뜨고, “나……나간다고?”“응, 당신 데리고 바람 쐬게. 일년 동안 너무 많은 일이 있어서 당신 계속 그런 환경속에 갇혀 있었잖아. 정신적으로 무너질 만도 하지. 우리 나가서 바람 쐬자. 원용의 결혼 즈음에 다시 돌아 오지 뭐.”원경릉이 주저하며, “자기……갈 수 있겠어?”“너보다 중요한 건 없어.” 우문호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방금 내가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 영이 혼례 마치면 우리 나가자, 가고 싶은 데 없어?”원경릉이 가만있다가 공허한 목소리로, “어디 가고 싶은 지 모르겠어, 그래도 어디든 가면 좋을 거 같아.”우문호가 원경릉에게 키스하며, “그래, 내가 계획을 세우지.”원경릉은 휘장에 늘어뜨린 술이 천천히 나부끼는 것을 보며, 눈앞에서 팔랑팔랑 하는 사이로 외부의 빛줄기가 비춰 들기 시작했다. 날이 이미 밝았다.“넌 더 자.” 우문호가 안타까워하며, “눈이 다 부었네.”“아냐, 나 일어나야 돼, 할머니가 떡국 끓여 주실 거야.” 원경릉의 신년 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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