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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407화

작가: 유애
의도된 혼사?

현비가 결국 타협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고작해야 경여궁에서 소란을 떨 뿐으로 현비가 소씨 집안 사람을 시켜 밖에서 소동을 피우게 할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아마 이점은 황제조차 현비를 무시했을 걸?

그렇다는 건 현비의 생사는 거의 정해진 거나 다름없다. 어쩐지 태후가 다급하게 안풍친왕비를 오라고 불렀더라.

현비가 이토록 미쳐 날뛰는 것은 보이지 않는 가운데 권력이 침투했기 때문이다.

원경릉은 심사숙고 했다. 현비가 바보야? 조금도 그렇지 않다. 만약 황제가 예전의 황제라면 현비가 이겼을 것이다. 왜냐면 황제는 태자와 공주의 생모라는 입장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후원에 큰 불은 참아낼 지언 정 조금의 불똥도 밖으로 튀어나가 서는 안된다.

황제는 황실의 체면을 가장 중시한다. 수년간 부부로 있으며 현비는 황제를 잘 알고 황제의 약점을 쥐고 있다고 생각했다.

황제가 타협만 해주면 현비는 이전의 그 어질고 지혜로운 아내로 돌아갈 것이며, 황제도 여러 해 함께 한 부부의 정을 생각해 현비를 용서해 줄 것이다. 그리고 소씨 집안 쪽은 어쨌든 태후의 친정이므로 효심이 깊은 황제가 심하게 할 리는 없고 찬바람이 불고 지나가면 다시 발탁해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현비는 생각하고 있었다.

현비는 이번은 공주의 혼사를 가족 문제라고 생각했다.

황제 입장에선 정치를 펼치는 중대한 일이자, 국가와 민생에 관한 대사다. 황제는 너무 오래 가난해서 북당을 위해 뭔가 출구를 찾아야만 했다. 위에서는 황제가 결단성 있게 치고 나가라고 압박했다. 막는 사람은 죽여라.

“황제가 어쩌면 소씨 집안을 한 번 봐줄 수 있지만, 현비라는 악의 축은 아마 다시는 제멋대로 하게 놔두지 않을 것이다. 지켜 보려 무나, 설을 쇠고 나면 대외적으로 현비의 병세가 악화되었다고 선포할 거야.” 안풍친왕비가 말했다.

원경릉은 안풍친왕비에게, “절 불러 내셔서 분석을 들려주셨는데 제가 뭘 하길 원하십니까?”

안풍친왕비가 고개를 끄덕이며, “맞아, 만약 황제가 마지막에 현비에게 손을 쓰면 자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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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섣달 그믐밤안풍친왕비가, “현비가 소란만 안 떨면 혼사는 순리대로 거행될 거야, 모두 기뻐하며 말이지. 하지만 만약 현비가 소동을 일으키면…… 딸이 시집가는데 모친이 저주를 퍼부으면 밖에선 혼란이 일거야. 이게 무슨 짓인가? 공주가 출가하기 전에 현비를 죽일 수도 없는 것이, 아무튼 황제는 딸을 사랑해서 그런 재수없는 경우를 당하게 하고 싶지 않은 거야. 그리고 예법을 어지럽히고 싶지도 않은 게 만약 현비가 죽으면 공주는 어미의 삼년상을 지키느라 혼례를 연기할 수밖에 없지.”원경릉이, “어떻게 연기할 수가 있어요? 지금 황제 폐하는 이리 나리가 사위가 되는 걸 한시도 지체할 수 없는 상황인데, 만약 이리 나리가 혼인 할 의사가 없으면 조금도 서두를 필요가 없지만 어쩌다가 혼인을 하겠다는 마음이 들어서 냉정언이 중매 명단까지 줬다고 하더군요. 냉정언과 혼담이 오갈 정도면 전부 신분이 높은 분이겠지요.”황제가 초조하지 않을 수 있나? 이리 나리와 경성의 고위급 집안이 혼인으로 맺어진 뒤 세력을 키워간다면?우문호가 말할 것처럼 이리 나리에게 붙어 이득을 취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차치하더라도 반드시 손에 꽉 쥐고 있어야 만의 하나라도 실수가 없을 것이다.그래서 혼사는 미룰 수 없다. 현비는 아마도 이 점을 알고 황제가 공주의 혼사 전에는 자신을 죽일 리 없다는 것을 정확히 파악하고 대담하게 황귀비 자리와 소씨 집안의 세력을 키우는 도박을 생각해 냈음이 분명하다.원경릉은 마음 속으로 한숨만 계속 나는 게, 이 높은 사람들은 피한방울 흘리지 않고 전쟁을 하는데 자기는 마침 좋은 혼담이라고 생각했었다.“네가 수락하지 않으면 그때, 황제가 다섯째를 밖으로 출장을 보내겠지. 하지만 그렇게 되면 부자 관계는 망가져.” 안풍친왕비가 말했다.원경릉이 심사숙고했으나, “정말 다른 방법이 없으면 이렇게 할 수밖에 없네요. 태후 마마께서 현비마마를 설득해 보셨고, 태자도 설득해 봤고, 오늘밤 왕비마마까지 설득해 보셨는데 안되니 사실 다른 방법이 없는 거죠.”안풍친왕비가

  • 명의 왕비   제 1409화

    악몽즐거웠던 어린 시절이여,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게 안타깝구나.“얼른, 소원 빌어야지!” 할머니가 재촉했다.원경릉은 두 손을 모으고 눈을 감은 채 마음 속으로 기도했다. 살아있을 동안 아빠, 엄마, 오빠를 만날 수 있기를.눈을 뜨니 할머니가 간절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무슨 소원을 빌었니?”원경릉이 웃으며, “엄청 큰 소원을 빌었죠. 내일 아침에 일어나면 할머니가 만든 떡국을 먹게 해 주세요.”할머니가 웃으며, “그것은 반드시 이뤄질 거다.”할머니와 손녀가 밥을 먹는데 원경릉은 집에 와서 할머니와 먹으려고 일부러 궁에서 배불리 먹지 않기도 했고 안풍친왕비의 말을 듣고 나니 식욕이 뚝 떨어져서 먹기 싫었는데 김이 모락모락 나는 할머니의 요리를 보니 순간 배가 꼬르륵거렸다.밥을 먹고 나란히 앉아 전에 즐거웠던 일을 얘기하는데 특별한 날이고 분위기다 보니 더욱 집이 그리웠다.원경릉이 잠을 자며 꿈을 꿨다. 꿈 속에 어린 시절로 돌아가 설날을 맞는데 엄마가 원경릉에게 새 다운 자켓을 선물해 주셨다. 선홍색 새 다운 자켓을 입자 옷에서 계속 피가 떨어지고, 바늘로 찌르듯이 아팠다. 원경릉이 울부짖으며 엄마에게 자켓을 벗겨 달라고 하는데 엄마가 와서 아무리 벗기려고 해도 자켓이 원경릉을 꽁꽁 싸맨 채, 안에 수많은 예리한 바늘이 돋아서 원경릉의 피부를 뚫고 엄마는 원경릉을 안고 같이 울었다.“여보, 일어나!” 누군가 귓가에서 작게 부르고 있다. 초조한 목소리다. 원경릉은 두 손으로 자신을 끌어안고 촉촉한 입술이 덮여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바늘이 찌르는 고통이 점점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우문호다.원경릉은 천천히 눈을 뜨는데 눈꺼풀이 어찌나 무거운지 실눈같이 벌어진 틈으로 사람그림자가 퍼뜩 보였다가 다시 눈을 감았다.원경릉은 여전히 꿈 속이다. 하지만 선혈이 흐르는 다운 자켓이 아니라 큰 강의 피안에 서 있는 꿈이다. 우문호는 멀리서 원경릉을 보고 있고, 원경릉은 가고 싶지만 다리도, 배도 없어서 두 눈을 멀쩡히 뜨고 우문호가 수영해서 건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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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의 왕비   제 1411화

    새해 첫 날만두가 혼자서 떡국 세 그릇을 먹어 치웠다. 떡국이 뜨거워서 유모가 후후 불어 천천히 먹여주자 만두는 급해서 발을 동동 구르며, 동생이 자기 걸 빼앗아 먹을 까봐 동생들 못 오게 손으로 막다가 찰떡이를 밀기까지 했다.원경릉이 웃음을 터트리며, “이 녀석은 동생을 조금도 아끼지 않네.”우문호가 보고서 어이가 없는지, “컸으면 한 대 맞았다.”“어릴 때부터 가르쳐야지, 맞아야 하면 지금 맞는 거야.” 원경릉이 걸어가서 찰떡이를 한 손으로 안고, “형이 먹을 걸 안 주지? 우리 형아 때릴까?”찰떡이가 만두를 한번 보는데 만두가 부리부리하게 노려보며 통통한 손을 들어 찰떡이를 위협하는데, 찰떡이가 순간 분을 꾹 참고, “형아 때리지 마요!”우문호가 만두의 엉덩이를 한 대 때리며, “형이 동생을 괴롭혀? 아주 능력이 좋구나!”만두는 아빠를 무서워해서 아빠가 성낼 까봐 입도 뻥긋 못하고 더이상 못 오게 막지 않았다.원경릉은 아이들을 모두 내려놓고 함께 할머니께 세배를 드렸다.할머니는 미리 세배돈을 준비하셨는데 기쁘신 지 환히 웃으신다.세배를 하고 떡국을 먹는데 살짝 식어서 술술 넘어가는 게 만두는 한번에 떡 다섯개를 먹고 몸을 흔들며 ‘마이쪙, 마이쪙’ 춤을 춘다. 증조할머니 솜씨가 아주 마음에 쏙 드는 모양이다.할머니는 떡 두개를 드시더니 수저를 놓고 웃으며 일가족을 지켜 보는데, 찰떡이가 제일 우아하게 유치 8개로 떡을 앙 물고는 통통한 손으로 잡고 먹었다.경단이도 나름 잘 먹는데 약간 안달이 난 것이 또 형이 와서 가져갈 까봐 유모의 손을 치며 빨리 달라고 했다.떡국을 먹고 마당으로 나가 산책을 하며 새해 기분을 냈는데 할머니는 추운 것을 싫어해서 안 나가셨다.다바오와 눈 늑대들은 목에 복주머니를 묶고 눈밭을 뛰고 구르는데 늑대와 개가 이토록 잘 어울리다니 볼 수록 빠져들었다.이리 나리는 올해 여기서 새해를 맞았는데 어젯밤 집에 돌아가 거기서 해넘이 밥을 먹고 자시쯤 돌아와서, 오늘 할머니가 이리 나리에게 떡국을 가져다 주셔서

  • 명의 왕비   제 1412화

    이리 나리의 분노이리 나리는 두 손을 소매에 찔러 넣고 의자에 비스듬히 기댔는데 입술에는 혈색이 별로 없고 눈 밑이 약간 검푸른 것이 어제 잠을 못 잔 것 같다. 콧잔등에 푸른 힘줄이 살짝 도드라지며 우문호에게, “눈 늑대와 다바오 목에 있는 복주머니를 있다가 빼앗아 가시면 되는 일 아닙니까.”우문호가 화가 나서, “태자를 도대체 뭘로 보는 겁니까? 태자가 지금 개랑 세배돈을 다퉈야 겠습니까?”이리 나리가 눈썹을 살짝 치켜 올리며 약간 의아하다는 듯, “어엿한 일국의 태자가 개를 무시하는 겁니까?”우문호가 코웃음을 치며, “진지하시군요. 전 그저 잘 지내보자고 한 말인데, 농담하신 거면 재미없었습니다.”이리 나리는 살짝 한숨을 쉬고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됐습니다. 태자 나리와 따지고 들어서 뭐하겠습니까? 억울하지만 화를 낼 수 없으니 태자 나리께는 역시 제가 잘못한 걸로 하지요.”우문호가 미간을 찌푸리며, “영이를 신부로 맞이하기 싫으시면 제가 말씀드리면 그만입니다.”“어떻게 제가 그분과 혼례를 치고 싶지 않은 게 되죠?” 이리 나리가 의아해 했다.“혼사때문에 그런 게 아닙니까?”이리 나리가 천천히 고개를 흔들며, “그 여자가 딱 좋다고 생각하는데 바깥사람들처럼 이렇게 저를 모함하시면 안되죠. 지금 경성 사람들이 전부 저를 호색한이라고, 황실과 같은 급이 되려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 상인의 체면을 다 구겼다고 수근거립니다. 앞으로 제가 장사를 할 때 상대에게 비웃음을 듣게 되겠지요.”원경릉은 관자놀이가 뛰는 것을 느끼며 얼른, “정초인데 이런 얘기 해서 뭐 하게요? 됐어요.”우문호가 의심스런 눈초리로, “무슨 뜻입니까, 누가 이리 나리를 모함한다는 말입니까? 바깥사람들이 왜 그렇게 얘기하죠?”“혼사가 정해진 그날부터 밖에 이런 유언비어가 떠돌기 시작했습니다. 못 들으셨습니까?”우문호가 고개를 흔들고 원경릉을 보자 원경릉은 시선을 피했다. “저는 몰랐습니다, 어떻게 된 일입니까?”원경릉은 아무 것도 모르는 척 할 수밖에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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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배원경릉이 놀라서 작은 소리로, “사부님 말씀이 맞아요.”이리 나리는 표정을 가다듬고, “그리고, 이 일을 궁에서 어떻게 처리할지 난 모르지만 태자가 반드시 알아야 할 게 있어. 앞으로 소씨 집안과 선을 아주 분명히 그어야만 해. 조금의 구정물도 튀어서는 안돼. 만약 그렇게 되면 태자를 해치게 될 테니. 사람들이 하는 말이 왜 두려운 줄 알아? 사람들의 말은 대세와 타인의 마음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야.”원경릉이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이리 나리의 말뜻은 우문호를 소씨 집안에서 완전히 떼어놓으라는 것으로 결국 현비와 완전히 갈라서게 만들라는 것이다.말이 쉽지 모자 사이 어떻게 갈라놔?이리 나리가 일어나 씩씩거리며, “말로 하니까 열이 확 뻗치네.”이리 나리가 나가서 큰 소리로, “떡들아, 가자. 할아버지가 너희들 간식 줄게. 눈늑대도 데리고 가자.” 시름을 푸는 데는 눈 늑대가 최고다!말이 떨어지자 마자 쏜살같이 달려온다!반시진 후 우문호가 그늘진 얼굴로 돌아왔는데 망토를 들고 원경릉에게 입혀주며, “이렇게 추운데 안으로 좀 들어오면 안돼? 조금 있으면 사람들이 세배하러 올 거야.”오늘 여섯째 부부와 일곱째가 올 거다.일부러 방금 일은 우문호에게 얘기하지 않았다.우문호가 뭘 알아봤는지도 묻지 않았다.“좋아!” 원경릉이 우문호의 손을 잡고 일어나 소월각으로 돌아간 지 얼마 되지 않아, 밖에 회왕 부부와 제왕이 왔다는 소리가 들렸다.미색은 분명 왔을 것이 이리 나리가 여기 있기 때문이다.전부 가족이라 겉치레 인사말은 집어치우고 따듯한 방에서 두런두런 얘기를 나눴다.하지만 제왕은 하필 남이 감추고 듣기 싫어하는 말만 골라서 하더니 결국, “형, 요 며칠 바깥에 사람들이 어찌나 험한 말을 하던지, 형도 들어봤어? 이리 나리가 말이야…… 하여간 전에 형이 공주부에서 형수와 있었던 일이랑 똑같이 떠든데.”제왕의 혀를 마음대로 놀렸지만 그래도 차마 그 말은 못했다.미색이 싸늘한 눈빛으로, “소씨 집안 사람들이 퍼트린 말이예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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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머니를 죽이라고?우문호가 천천히 손가락에서 힘을 빼자 팔걸이에 손바닥 자국이 생기고 가운데 금이 갔다. 우문호 얼굴이 점차 평정을 되찾으며, “흠, 알았어.”원경릉이 걱정스러워서 심장이 벌렁거리는데 어젯밤 그 꿈이 떠올랐다.회왕이 얼른 화제를 바꾸어, “어? 우리 조카들 어디 갔죠?”원경릉이 시선을 거두고 쉰 목소리로, “이리 나리와 같이 놀러갔어요.”“아, 걔들이랑 놀고 싶었는데.” 회왕이 따스하고 해맑게 웃었다.원경릉이 괴로워하는 눈빛으로 한숨을 쉬는 것을 보고, 미색이 원경릉을 불러 같이 나가자고 하고 삼형제는 안에서 얘기하라고 남겨뒀다.둘이 복도를 따라 정자로 가며 미색이, “제가 이런 말 했다고, 절 원망하지 마세요. 사실 라만 스승님이 그저께 경성으로 돌아가시며 우리 집에서 밤새 얘기하셨어요. 스승님이 이리 나리를 굉장히 아끼시고 정말 자기 아들로 여겨서 금이야 옥이야 아끼시죠. 태자 전하께서 처리해야만 하실 일은 그래야 합니다. 불효자가 되는 걸 망설이시면 안됩니다. 황제 폐하께서는 많은 일을 태자전하께 감추는 것은 첫째로 태자전하를 보호하기 위함 이고, 둘째로 사실은 본인도 현비 마마를 용납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라만 스승님은 원래 태자비 마마께서 태자 전하를 모시고 경성을 떠나게 할 생각이셨으나 저는 옳지 않다고 생각해서 오늘 태자전하 앞에서 일부러 이런 얘기를 한 겁니다.”원경릉은 올해가 시작되자마자 바로 일이 터질 거란 걸 알고 손발이 차가워지며, “하지만 소씨 집안 쪽에 폐하께서 처분을 내리지 않으시면 태자 전하께서 뭘 할 수 있겠어?”미색이 고개를 흔들며, “전 모르죠. 단지 대의를 위해 부모를 멸해야 할 거란 생각이예요.”원경릉이 가득 쌓인 눈을 보며 마음이 더욱 차가워져서, “누구를 멸해? 자기 엄마를 멸해?”“현비 마마가 밉지 않으세요?” 미색이 의아하다는 듯 원경릉을 쳐다봤다.“증오해!” 원경릉은 이 말을 잘근잘근 곱씹어 봤다. 어떻게 밉지 않을 수가 있어? 원경릉의 마음 속엔 현비가 죽기를 바라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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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이야어쨌든 많은 사람의 목표가 현비의 죽음인데, 왜 우문호 손을 더럽혀 괴롭게 만들 필요가 있어?그리고 우문호는 원경릉때문에 현비에게 화가 난 것으로 다음은……원경릉은 생각할 수록 놀랍고 떨린 게, 아이를 낳을 때부터 우문호와 현비 사이에 관계가 악화되기 시작해, 우문호가 겉으로는 하하 웃는 모습이지만 모자의 혈연 관계를 위해 속으로 계속 분을 삭이며 태평한듯 가장해 왔다.이제 모든 일이 수면 위로 올라온 상황에 우문호는 뭘 할 수 있을까? 우문호 입장에서 뭘 하든 다 잘못이다.원경릉의 표정이 굳은 것을 보고 미색도 당황하며, “제가 말을 잘못했어요?”원경릉이 부끄럽기도 하고 걱정스런 모습으로 고개를 저으며, “아니야, 말하지 말았으면 했는데 이미 다 얘기했으니, 태자 전하께서 어떻게 하시는지 지켜보자.”미색이 작은 목소리로, “사실 제가 마마를 대신해서 불의를 보고 분개한 거기도 하고, 태자 전하께서는 분명 마마를 보호할 거예요, 모친이 뭐요? 한쪽은 아내와 정의, 다른 한쪽은 모친과 죄인데 어느 쪽을 택할지 태자 전하께서는 이미 생각이 있으실 겁니다. 태자 전하께서 현비 마마를 택할 까봐 걱정하지 마세요, 절대 그럴 리 없어요.”“태자 전하께서 현비 마마를 택할 게 걱정인 게 아니라……” 원경릉은 말해봤 자 소용없다 싶은 게 미색은 자신을 위해 얘기해 준 것으로 잘잘못을 가리지 못하는 사람이 아니다. “됐어, 미색, 고마워.”미색은 미간을 찌푸리며 자기가 뭔가 또 일을 망쳤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우문호는 땅거미가 질 무렵 혼자 소씨 집안을 찾아갔다. 정월 초하루, 우문호가 외갓집에 들어서더니 두말없이 바로 때려 부수고 집에 불을 질렀다.소씨 집안 사람들은 놀라서 멍하니 있다가 얼른 사람을 보내 태후 마마를 찾았다.태후 마마께서 이 소식을 듣고 크게 노하셨으나 소씨 집안을 구하라는 성지를 내리지는 않으셨다. 새해 정월 초하루에 소씨 집안에 큰 불이 나서 비록 인명 피해는 없었으나 저택은 싹 타버렸다.소씨 집안에서 바로 입궁해 황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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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에 원가에서 온 가문이 강북부로 이주한 적이 있었다.북쪽은 바람과 모래가 거셌지만 원가의 사람들에게는 전혀 낯설지 않았고, 오히려 고향과 비슷한 정감을 느끼게 했다.이리 나리는 원가의 사업을 줄이도록 도우며, 관리하기 쉬운 몇몇 가게만 남겼다.탕양은 일곱째 아가씨에게 장사를 내려놓아도 괜찮은지 물은 적 있었는데, 그때 일곱째 아가씨가 말했었다.“그런 말 마시오. 내 능력을 충분히 증명했으니 이제 만족스럽소. 열심히 해서 큰 성과를 얻었으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오. 평생 바삐 지낼 수도 없잖소. 그렇게 돈을 많이 벌어서 뭐 하겠소? 다 잘 살기 위해 번 것이오. 가업을 나눠 받은 돈만 해도 평생 다 못 쓸 만큼 많소. 그리고 가게들도 계속 돈을 벌 텐데 뭐가 아쉽겠소?”탕양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손에 익은 일이라, 혹시라도 아쉬워할까봐 걱정했소. 사실 나도 당신이 이렇게 고생하는 것이 싫었소. 당신만 괜찮다면 다행이오.”일곱째 아가씨는 미소를 지었고, 그의 말에 모두가 기뻐했다.“한가해지는 것도 괜찮소. 1년에 두세 달은 약도성에 가서 지내면 얼마나 여유롭겠소.”하지만 탕양이 눈살을 찌푸렸다. 1년에 두세 달이면, 왕복하는 시간까지 더해 최소 반년은 걸릴 것이고, 그 말은 반년 동안이나 그의 곁에 없다는 뜻이었다.게다가 그도 경성을 몇 달씩 떠나는 건 불가능했다. 지금은 황제 곁을 하루라도 떠나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하지만 그는 그녀가 행복하면 그걸로 충분했다. 물론 그는 늘 함께하고 싶었지만, 오래된 부부였기에 항상 붙어있을 필요는 없었다.북당은 점점 부유해지고 있었다. 원가가 일부 사업을 매각하면서 그 변화를 실감할 수 있었다.가게들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싸웠고, 좋은 위치에 있는 가게들은 더더욱 귀한 존재가 되었다.원래 원가는 모든 가게를 이리 나리에게 넘기려 했지만, 이리 나리는 거절했다.그리고 안풍친왕이 먼저 나서서 이리 나리가 이미 너무 많은 가게를 보유하고 있고, 특히 경성에서의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 독점 우

  • 명의 왕비   제3178화

    원경릉이 깜짝 놀라며 말했다.“일곱째요? 일곱째는 분명 원용의에게 말할 것이고, 원용의는 또 사식이에게 얘기할 것이고, 사식이도 분명 서일에게 전할 것일 텐데요. 만약 서일이 알게 되면, 이제 북당 전체가 다 알게 될 것이오.”우문호는 순간 당황해하며 말했다.“그건 내가 생각지도 못했네.”원경릉의 말에도 일리가 있었다. 아마 지금쯤 황실 친왕들 사이에서 이미 탕양의 이야기가 뒷말로 오가고 있을 것이었다. 겨우 부인을 얻었는데, 밤에 함께 자지 못한다니 참 안타까운 일이라 생각할 것이다.우문호는 탕 대인에 대해 미안한 마음이 들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다들 뒤에서 탕양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여인들이 수군거리니, 남자들은 그를 도우려 했다.물론 부부 사이의 일에 직접적으로 간섭할 수는 없었기에, 대신 탕양을 술자리로 초대해 술로 고민을 푸는 방법을 제안했다.그렇게 며칠째 술을 마시던 탕양은 자신의 비밀이 모두에게 알려졌다는 사실을 깨달아 한숨을 쉬며 말했다.“제 탓입니다. 폐하가 비밀을 지키지 못한다는 걸 깜빡했습니다.”제왕이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너무 신경 쓰지 말거라. 이런 일은 억지로 되는 게 아니다. 여인은 때로 달래줄 필요가 있는 법이다.”그러자 탕양이 어찌할 바를 몰라하며 말했다.“제가 폐하께 이 이야기를 했을 땐, 혼례한지 얼마 안 되었을 때였습니다.”“알고 있다. 서두르지는 말거라.”모두가 이해한다는 눈빛으로 탕양을 바라보았지만, 탕양은 더 이상 해명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그들은 이미 혼인했지만, 오랜 부부 생활을 한 터라, 남녀 간의 정이 때로는 하루아침에 급격히 발전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탕 대인은 돌아가자마자 일곱째 아가씨에게 이 일을 전했다.그러자 일곱째 아가씨가 웃으며 한숨을 내쉬었다.“정말이지, 어찌 허구한 날 남의 부부 일에만 관심을 가지니, 할 일이 없나 보오.”“신경 쓰지 마시오. 우리가 잘 살면 그만이니.”탕양은 일곱째 아가씨를 안으며 자신감에 찬 표정을 지었다.

  • 명의 왕비   제3177화

    원경릉은 궁으로 돌아와 이 일을 다섯째에게 이야기했다. 그러자 다섯째가 말했다.“사실 한 번 돌아가는 것도 괜찮을 것 같소? 그저 경성만 한 바퀴 둘러보면 되지 않소.”“아이들을 데려다줄 때 휘종제 어르신께서 슬퍼하셨소. 이번 생에 고향으로 못 돌아올지도 모른다고. 그래서 돌멩이 하나를 건네주니, 그걸 안고 울었소.”“정말 안타깝소!”다섯째는 증조할아버지 생각에 마음 아파했지만, 이내 말을 이어 나갔다.“하지만 큰할아버지께서 그를 데려오지 않는 이유도 있을 것이오. 휘종제 어르신을 잘 아는 것도 아니지 않소? 몇 번 만나보니, 활달하고 산만한 성격에 무슨 사고를 일곱째인지 모를 것 같은 느낌이 들었소.”“맞소.”원경릉도 깊이 공감했다. 특히 그가 전화로 끈질기게 설득할 때는 정말 무서울 정도였다.“다른 일은 없었소? 부모님 건강은 어땠소? 처남은 여자 친구가 생겼소? 만두는 공부를 잘하고 있소?”다섯째가 끊임없이 질문했다. “괜찮소. 부모님 건강도 괜찮긴 하지만, 아버지께서 고혈압이 생겨서 약을 오래 드셔야 하오. 오빠는 여자 친구가 없네. 주진과 아직도 서로 솔직히 이야기하지 않은 상황이오. 만두는 걱정 안 해도 되네. 내년에 돌아올 것이니.”“다행이오!”다섯째가 기뻐해 하며 말했다. 그는 늘 만두의 능력을 눈여겨보았기에, 그가 돌아오면 나라의 일들을 조금이라도 도와줄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비록 많은 부담을 짊어지진 못하지만 그래도 괜히 기대가 되었다.“추 할머니 병은 어떠하신가?”다섯째가 또 물었다.“아직은 괜찮소. 아주 좋아졌네. 약에 내성이 생기지만 않으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오.”원경릉이 말하자 다섯째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분들이 늘 건강해지시길 바랄 뿐이오.”평범한 사람들조차도 적성루 사람들에게 감동하기 쉬운데, 하물며 북당의 황제인 자신은 오죽하겠는가.“계란은 소식 왔소?”원경릉이 물었다.“왔네. 보시오!”다섯째는 소매 안에서 구겨진 편지를 꺼냈는데, 비둘기를 통해 받은 그 편지에는 몇 줄의 짧은

  • 명의 왕비   제3176화

    “별다른 뜻은 없소. 오늘 밤에 유난히 감성적이라 그저 한마디 해본 거네. 사실 너무 감동해서 그러네. 비록 항상 탕 대인에게 빨리 혼인하라고 재촉하긴 했지만, 그가 일곱째 아가씨와 혼인할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소.”“괜찮소!”원경릉은 그의 품에 안겨 그의 심장 소리를 들으며 말했다.“어쨌든 탕양은 우리와 함께 걸어온 사람이오. 그러니 그가 사랑하는 여인과 함께하게 된 건 우리 모두에게 기쁜 일이오.”우문호는 벌써 술에 취한듯 머리가 약간 어지러웠다. 술에 취하면 항상 눈앞의 모든 것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곤 했는데, 익숙한 천장, 익숙한 사람, 익숙한 탁자와 의자. 취기가 돌며 모든 것들이 꿈처럼 느껴졌다.그는 마치 다시 초왕 우문호로 돌아간 듯했고, 갓 원경릉과 마음이 통했던 때로 돌아간 기분이었다.그 당시 외부 정세는 불안정했고, 태자 자리를 둘러싼 다툼이 막 시작되었던 때였다. 형제끼리 반목하며, 치열하게 싸웠던 시절을 돌아보면 잃지 않고 오히려 더 많은 것을 얻었다는 사실에 감사하게 되었다.우문호가 원경릉을 바라보며 부드럽게 말했다.“원 선생, 몇 년간 아주 긴 꿈을 꾼 것 같지만, 되돌아보니 정말 다행이라고 느껴지네. 사실 모든 행운과 행복은 원 선생의 잘못된 연구에서 비롯된 것이오. 원 선생이 오지 않았다면 내 인생이 어땠었을까 싶네.”그러자 원경릉이 말했다.“누군가가 이 세상에 몇 시간과 공간이 존재한다고 했소. 우리와 똑같은 사람들이 다른 세상 속에서 살아가고 있을 수도 있네. 아마도 어떤 공간에서는 내가 없는 대신 다른 사람이 당신과 함께 있을 수도 있소.”우문호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그 세상 속의 나는 정말 불쌍할 것이오.”“그건 모르오. 어쨌든 그곳의 당신은 나를 모르고, 우리가 지금 얼마나 행복한지도 모를 것이오. 각자가 행복을 정의하는 방식은 다르오. 어떤 사람들은 매 끼니 고기가 있는 게 최대의 행복일 수도 있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은 봉급이 오르길 바랄 것이오. 또 가족이 화목하고 건강하기를 바라기도 하고

  • 명의 왕비   제3175화

    우문호는 혼인을 하사하는 조서를 내렸다. 이는 탕양의 혼사에 화룡점정을 더하는 일이었다.온 경성 사람들이 탕양이 황제를 모시는 신하인 것을 알고 있었기에, 그녀의 혼사에 주목했다.탕양은 왕부에서부터 황제를 지지해 온 충신이었으며, 군신 간의 정은 형제의 관계에 못지않았다.거기에 황제가 직접 혼인을 하사했으니, 이는 더할 나위 없는 영광이었다. 그래서 다들 두터운 예물을 준비해 축하하러 왔다.혼례는 초왕부에서 열렸다. 비록 초왕부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지만, 이번 경사에 많은 지원이 몰렸다. 여러 왕부에서 사람을 보내왔고, 미색은 돈에 힘까지 보태며 혼사 지출의 3할이나 부담했다.희상궁도 돌아와 모든 일을 총괄했다. 희상궁은 비록 나이가 많았지만, 여전히 일 처리 능력이 뛰어났다. 그녀는 여러 왕부에서 온 사람들을 지휘하며 완벽하게 일을 조율했다.혼례 당일, 황제와 황후도 참석했다.신부가 도착하여, 혼례를 올릴 때 우문호와 원경릉은 상석에 앉아 신랑 신부의 절을 받고는, 그 다음으로 기상궁도 절을 받았다.우문호가 원경릉의 손을 잡으며 흐뭇한 표정으로 말했다.“탕 대인이 드디어 철이 들었고, 가정을 이루었으니 정말 기쁘네.”원경릉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이제 마음이 풀립니까? 그러니 앞으로는 더 이상 잔소리하지 마시지요.”“잔소리는 계속할 것이다. 이젠 아이를 낳으라고 해야지.”우문호는 걱정이 끝이 없다는 듯 말하자, 원경릉이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아이 낳는 일은 하늘에 맡겨야 하네.”“그래도 몇 가지 비법을 전수해 줄 수는 있소.”우문호가 자부심 넘치는 표정으로 말했다.“좀 더 크게 말해보시오. 다른 사람들이 못 들을까 봐 걱정이오?”원경릉이 그를 흘겨보았다.주변 사람들이 모두 그들을 바라보며 부러움 섞인 표정을 지었다. 많은 사람이 첩을 두고도 황제만큼 자식을 많이 두지는 못했지만, 황제는 복도 많고 자식도 많은 사람이었다. 저녁 연회에서 우문호는 과음했지만 원경릉은 그를 막지 않았다. 이런 노부의 감격은 술로 달래야 한

  • 명의 왕비   제3174화

    탕양이 뜨거운 눈빛을 반짝이며 말했다.“거짓말이라면 제 목숨을 앗아가도 됩니다.”일곱째 아가씨가 그의 시선을 보며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돌고 돌아 결국 대인과 함께하게 되었네요. 하지만 미리 말하자면 혼사가 너무 급작스럽게 성사되어 저도 어찌할 도리가 없었던 것입니다. 시집간 후에도 그저 명목상 부부로만 살 뿐, 당분간은 벗으로 지낼 것입니다. 이를 받아들일 수 있다면 혼사를 승낙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없던 걸로 하시지요.”그러자 탕양이 거의 생각할 겨를도 없이 대답했다.“받아들이겠습니다. 무엇이든 다 좋습니다. 혼사만 승낙한다면 그저 명분이라도 상관없습니다!”이로써 드디어 그의 수년간의 바람이 이루어졌다.일곱째 아가씨가 담담히 말했다.“그렇다면 어디서 지낼지 생각해 보시지요. 하지만 대인 방에는 다른 사람이 살고 있으니, 그곳에 지낼 수는 없습니다.”탕양이 다급하게 말했다.“걱정하지 마십시오. 황후 마마와 상의를 해보았습니다. 지금 초왕부에 아무도 살지 않으니, 우선 그곳에서 지내시지요. 전에 그 방은 저도 쓰지 않고, 바로 서일에게 줬습니다.”그러자 일곱째 아가씨가 물었다.“저택을 따로 살 생각은 안 해보셨습니까?”“전에 혼자였을 땐 그런 생각까지 하지 못 했습니다. 초왕부도 누군가 관리해야 하는 터라... 하지만 아가씨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돈을 모아 작은 집이라도 살 수 있습니다.”일곱째 아가씨는 초왕부를 둘러보았는데, 그리 호화롭지는 않았지만, 분위기가 몹시 편안했다. 하지만 황제의 옛 저택이라, 평생 이곳에서 지낼 수는 없을 것이다.“우선은 이곳에서 지내고, 나중에 땅을 사서 직접 집을 지으십시다.”땅을 사고 집을 짓는다는 것은 돈 많은 사람이나 할 수 있는 일이었기에, 탕양은 순간 자기가 보잘 것 없게 느껴졌다.그가 쭈뼛거리며 말했다.“걱정하지 마십시오. 이 일은… 꼭 마음속에 깊이 새겨 두겠습니다.”일곱째 아가씨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땅도 제가 사고, 집도 제가 지을 것입니다. 나중에 대인이 잘못이라

  • 명의 왕비   제3173화

    노태군이 손을 흔들며 말했다.“안 된다. 혼인 전에는 신랑 신부가 만날 수 없어. 이건 풍습이고 규칙이니, 어길 수 없다.”그러자 일곱째 아가씨가 웃음을 터뜨렸다.“하하하. 이 혼사에 정해진 규칙이 있긴 합니까? 어머니께서는 제가 그를 만나 오히려 싸움이 나서 혼사가 그릇될까 봐 걱정되시는 것 아닙니까? 어머니께 약속했으니, 반드시 혼사를 올릴 것입니다. 이제 마음이 놓이십니까?”노태군은 이 말을 듣고 나서야 비로소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좋다. 너도 장사하는 사람이니 신임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것이다. 약속했으니, 절대 번복할 수 없어. 목을 매겠다는 이 어미의 결심은 너가 반대하면 언제든 효력을 발휘할 것이다.”일곱째 아가씨가 이를 갈며 투덜댔다.“이렇게 얄미운 늙은이는 정말 처음입니다!”“나도 너처럼 고집 센 딸은 처음 본다.”노태군이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웃음소리가 들려오자, 원가 사람들은 그제야 한숨을 돌렸다. 일곱째 아가씨가 시집가는 것이 정말 꿈만 같게 느껴졌다.일곱째 아가씨의 혼사는 원가 사람들에게 마음의 짐과도 같았다.탕양은 일곱째 아가씨가 무사히 경성으로 돌아왔다는 소식을 듣고서야 한숨을 내쉬었다. 한숨을 내쉬고 나니, 눈물이 터져 나올 것 같은 감정이 북받쳤다. 그녀에게 아무 일도 없다는 생각에 그는 코끝이 다 시큰 거렸다.그날 밤, 일곱째 아가씨가 초왕부로 탕양을 찾아가자, 탕양은 그녀를 안으로 들인 후, 단둘이 방 안에서 이야기를 나누었다.탕양은 그녀를 바라보았는데, 붉은색 옷차림에 머리를 단정히 올려 깔끔하고 우아한 모습이 여전히 돋보였다. 세월의 흔적이 얼굴에 남아 있었지만, 오히려 그녀의 매력을 더해 주었다.그녀를 처음 알게 되었을 때는 패기 넘치던 청춘 시절이었는데, 눈 깜짝할 새에 이렇게나 많이 늙어 버렸다.탕양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감을 잡지 못했다. 수많은 감정이 얽혀 있었지만, 한마디 말도 제대로 꺼낼 수가 없었다.특히 약도성에서의 일을 겪고 난 뒤라, 첫마디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그

  • 명의 왕비   제3172화

    일곱째 아가씨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그는 지금 헛소리를 하는 것입니다! 제가 어찌 그와 그런 일을 한다는 말입니까?”그녀의 표정을 보았는데,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아 잠시 멍해졌다.노태군이 이 상황을 보고 말했다.“정말 그와... 아무 일도 없었단 말이냐?”“물론입니다! 그날 밤 그는 술에 잔뜩 취해서 정신도 없었는데, 무슨 일이 있었겠습니까?”일곱째 아가씨가 퉁명스레 답했다.노태군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녀는 그런 기본적인 일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탕양이 정말 쓸모없는 놈이라 생각되었다. “네가 그렇게 말한다고 해서 우리가 어디 믿을 것 같으냐? 혼사는 이미 정해졌으니, 네가 무슨 말을 해도 물릴 수 없다. 혼사를 올리지 않으면, 이 어미 시신이나 수습해야 할 거다!”노태군이 차갑게 말하자, 일곱째 아가씨는 그만 분통을 터뜨렸다.“어머니, 어찌 이렇게 억지를 부리시는 것입니까?”“이 어미는 평생 이치를 따지며 살았지만 이번 일만큼은 예외다. 본디 자식의 혼사는 부모가 결정하는 법이다. 게다가 황후까지 중매에 나섰으니, 너에겐 반대할 권리가 없다. 어서 가서 준비나 하거라. 열닷새에 식을 올려야 하니.”“열닷새요? 모레잖습니까? 말도 안 됩니다! 이리 급히 저를 시집보내면, 제 체면은 어쩌라는 말씀입니까?”일곱째 아가씨가 소리치자, 노태군이 탁자를 쾅 내리치며 화를 냈다. “체면? 지금 체면이라 한 것이냐? 이 어미는 벌써 체면 다 버렸다! 네 혼담이 계속 흐지부지 되어 여태껏 시집도 못 가고 늙은 아가씨 취급받는 게 얼마나 창피한 줄 아느냐?! 매번 연회에 나가기만 하면 사람들이 물어보는데, 이 어미의 체면을 생각한 적 있느냐?”“그래도 아무에게나 시집갈 순 없지 않습니까. 평소 늘 말이 통하시는 분이신데, 어찌 이 문제에서는 이리도 고집을 부리시는 겁니까?”노태군이 그녀를 노려보며 말했다.“아무나? 그럼 내가 물으마. 탕양에게 아직 마음이 남아 있느냐?”그러자 일곱째 아가씨의 눈빛은 흔들렸지만, 애써 침착하게 답

  • 명의 왕비   제3171화

    혼담을 꺼낸 당일에 모든 일을 결정하는 것은 정말 드문 일이었다.하지만 원가는 세속적인 것에 신경 쓰지 않았다. 혼수도 원하는 대로 준비하게 했고, 잔칫상만 제대로 차리면 된다는 생각이었다. 잔칫상은 일곱째 아가씨가 결코 시집을 못 가는 것이 아니라고 세상에 알리는 용도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혼인 상대가 황제가 가장 신임받는 인물이라는 사실을 알리는 자리였다.따라서 잔칫상만큼은 빠질 수 없었다.이 부분은 탕양도 문제없이 해결할 수 있었다. 그동안 나름 저축해둔 돈이 있었기 때문에, 잔칫상을 준비하는 데는 아무 어려움이 없었다.하객 문제에 대해서도, 탕양은 아는 사람이 정말 많았기에 문제없었다. 다른 곳은 말할 것도 없고, 경성에만 백 상 이상은 문제없이 마련할 수 있었다.황제를 곁에서 모시는 자로서, 조정의 문무백관 중 그와 친분이 없는 사람이 대체 몇이나 되겠는가?이 모든 것을 논의한 후, 탕양은 마침내 의문을 물어볼 수 있었다.“노태군, 만약 일곱째 아가씨께서 동의하지 않으면 어찌해야 합니까?”“동의할 것이다. 원가는 혼사를 치르거나 상을 치르거나 내릴 결정을 둘 뿐이니, 그렇게 알고 있거라. 다른 선택은 없다.”노태군이 단호하게 말했다.“그건... 너무 과하지 않습니까!”탕양이 초조해하며 말했다. 왠지 일곱째 아가씨를 강요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혼사는 본디 두 사람이 마음이 맞아야 하는 것 아닌가.돌아가는 길에 탕양이 여전히 불안했해 하자, 원경릉이 그를 위로하며 말했다.“너무 많은 생각은 하지 말고, 그저 신랑이 될 마음의 준비만 해두시게. 일곱째 아가씨는 원가 식구들이 설득할 것이오.”“그녀가 원하지 않으면 어찌합니까? 곤란하게 하거나, 억지로 결혼하게 해서 그녀가 상처받는 건 싫습니다.”“아가씨도 동의할 것이오. 그렇지 않았다면, 약도성에서 자네를 뿌리치고 떠났을 것이네. 하지만 곁에 남아 자네를 보살폈잖나? 그것만 봐도 자네에 대한 마음이 있는 것이오.”“정말입니까?”탕양이 놀랐는데, 얼굴에 은은하게 빛이 맴돌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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