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Chapter 61 - Chapter 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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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장

이리는 고개를 슬쩍 끄덕이며 말했다.“별 다른 문제 없으면.. 이만 가보겠습니다.”이리가 회사로 돌아오자 디자인부 사원들이 그녀를 둘러싸듯 모였다.“어떻게 됐어요? 통과됐어요?”이리는 아무 말도 없이 곧장 화장실로 향했고, 임립을 마주친 후에야 비로소 입을 열었다.“통과됐어요. 임대표님…”임립은 조금도 의외라고 생각하지 않았는지 바로 대꾸하였다.“좋아, 그럼 회사 깨끗이 청소하고 일찍이 휴가 시작하자. 퇴근 시간 기다릴 필요도 없겠어.”그 소식이 들려오자 온 디자인부 사원들이 기뻐하며 펄쩍 뛰었다. 오직 온연만이 가만히 자리에 앉아있을 뿐 이였다. 그녀는 묵묵히 물건들을 챙겨 화장실로 향했고, 거울을 바라보며 창백한 입술에 립스틱을 덧발랐다. 목정침이 속상해하지 않기를 바랬기 때문이다.그 순간, 한 화장실 칸안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온연이 목정침에게 결혼을 발표하라며 몰아붙인 걸로 보이지? 애초에 아무런 교제도 없던데다가, 온연이 원고를 전달했을 때는 부결되기까지 했잖아? 난 원고에는 문제가 없었다고 생각해, 온연이 일을 망친거지. 오죽하면 이번에는 이주임이 직접 나서서 원고를 전달했겠어? 대체 무슨 수를 써서 목정침의 침대에 몸을 들인건지…”또 다른 이가 이에 대꾸했다.“그러니까말야. 그 둘 관계 알고서 깜짝 놀랐다니까? 검색해봤는데, 이상할 것도 없더라. 입양된지가 수년째라며, 같은 지붕 아래 살던 온연이 제일 먼저 이득을 가로채낸거지. 수를 써서 협박하면 목정침 같이 착한 사람은 꼼짝없이 잡히는 수밖에 없잖아? 그 애 심가 셋째랑도 잤었다며, 근데 목정침은 왜 온연한테 잘해주는 거야?”“내 말이, 그런 애가 목정침이랑 결혼이라니… 애초에, 그런 애가 짝이 있다니!”“지금 잘나가는 것도 금방 망하게될거야. 두고 보자고, 저런 애는 좋은 결과가 있을 수가 없어. 야근까지 해서 피곤해 미치겠네. 휴가 아니였으면 진작 불러다가 손 좀 봐줬을거야. 평소에는 말도 없고 사람들이랑 따로놀더만, 아주 꽃뱀이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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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장

목정침은 얼떨떨한 채로 얕게 한모금을 들이켰다. 그윽한 단내가 입안에 퍼지며 그의 미간이 더욱 찌푸려졌다. 어릴 때부터 단 것을 싫어하던 그는 괴로울 뿐 이였다.온연은 번뜩, 자신이 방금 무슨 짓을 했는지 깨달았다. 내가 마시던 밀크티를 목정침에게 준거야? 게다가 이걸 정말 마시기까지 하다니?!빨대위에 자신이 남겼던 립스틱 자국이 눈에 들어왔다.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밀크티를 품에 안으며 아무렇지 않은 척 창밖을 내다보았다. 당황해서 어쩔 줄을 몰랐다. 남은 밀크티를 마셔야 할지 말아야 할지 긴가민가했다.목정침은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다만, 밀크티를 품에 꼭 안은 모습이 우스웠다. 그저 한 모금 마셨을 뿐인데, 그게 그렇게 아깝나?곧 저택에 다다를 무렵, 목정침의 핸드폰이 갑자기 울렸다. 그는 화면의 착신표시를 보고는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온연이 나긋한 말투로 말했다.“전화 받아요. 저는 신경쓰지 마요.”목정침은 온연을 힐끗 보았으나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다. 온연이 함께 있는 것은 중요하지 않았으나 전화 내용을 그녀에게 들려주고 싶지 않았을 뿐이다.온연은 성난 듯 입을 꾹 다문 채 저택에 다다랐다. 그녀는 차에서 내려 습관적으로 뒷문 쪽으로 향했고 목정침은 걸음을 멈추더니 다소 냉소적인 말투로 물었다.“대문이 익숙하지 않은 가봐?”온연은 그 말을 듣자마자 걸음을 돌려 대문으로 향했고, 시선을 내린 채 대문에 들어서자 경호원이 공손한 태도로 온연에게 인사를 올리며 말을 붙였다.“사모님.”온연은 고개를 더욱 숙이며 유씨 아주머니를 찾아 주방으로 쪼르르 들어갔다. 오직 유씨 아주머니와 함께 있을 때 그녀는 편안함을 느꼈다. 반찬을 고르던 유씨 아주머니는 온연이 들어서는 것을 보자 웃으며 말했다.“오늘은 아주 일찍 왔네?”온연은 밀크티를 내려놓고는 익숙한 듯 소매를 걷어 올리며 일을 거들려 들었다.“회사 휴가거든요. 오는 길에 목정침을 만나서 같이 왔죠.”“그럼 도련님이랑 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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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장

”안심하셔도 돼요. 사모님 깨어나시면 식사 챙겨 드릴께요.”유씨 아주머니는 신발을 꺼내어 진열해주며 목정침에게 말했다. 그는 묵묵히 저택을 나섰고, 그의 차가 저택을 완전히 나설 무렵 온연이 유유히 깨어났다. 핸드폰을 들어 시간을 확인하는 듯 하더니 이내 씁쓸한 듯 말했다.“아주머니? 왜 저 안 깨우셨어요?”“도련님이 며칠 많이 피곤 했을 거라고 깨우지 말라 하시더라. 저녁 데워서 갖다 줄게. 얼마나 피곤했으면 밥도 먹지 않고 잠들었겠니. 참, 도련님은 방금 외출하셨어.”웃으며 말을 건네는 유씨 아주머니에 온연은 어리둥절 한 채 식탁으로 몸을 옮겼다. 식탁 위에는 핸드폰이 놓여있었다. 목정침이 두고 간 듯했다. 그녀는 필사적으로 신경 쓰지 않으려 했으나 미친 듯이 울리는 전화에 결국 발신자를 확인했다. 발신자는 강연연이였다. “도련님 대신해서 받지 그래?”온연은 고개를 가로저었다.“됐어요. 이따가 휴대폰 안 챙긴 걸 눈치채면 돌아와서 가져가겠죠.”유씨 아주머니는 온연을 못났다는 듯 한번 쳐다보더니 핸드폰을 잡아들고는 단번에 수신 버튼을 눌렀다.“여보세요, 실례지만 누구신가요?”곧이어 수화기 너머로 까칠한 강연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당신은 누군데요? 오빠 핸드폰이 왜 그쪽한테 있어요?”온연은 놀란 듯 유씨 아주머니에게 끊으라 손짓했지만, 계속해서 말을 이어갈 뿐 이였다.“저는 도련님 저택 가정부입니다. 우리 도련님은 지금 부인이랑 목욕하고 계시고요. 무슨 일 있으시면 도련님 나오신 후에 말씀 전해드리겠습니다.”온연은 그 말에 눈이 휘둥그레 해졌다. 아주머니의 그 말에는 너무 많은 뜻을 담고 있었다. 온연은 한동안 굳어 있을 수밖에 없었다. 강연연도 마찬가지인 듯했으나 곧 다시 쏘아붙였다.“당신 지금 뭐라고, 같이 목욕을 해? 그럴 리가 없잖아, 오빠가 방금 분명히 지금 나간다고 했어!”유씨 아주머니는 퉁명스레 대꾸했다.“믿거나 말거나, 당신 마음대로 하세요.”… 그 말을 끝으로 아주머니는 전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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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장

”주소 불러줘. 지금 바로 데리러 갈게.”전지는 바로 대꾸했다. 반시간쯤 지났을까, 전지의 차가 저택 문 앞에 다다랐다. 온연은 몸에 두른 외투로 다시 한번 몸을 감싸 안으며 차에 올랐다. 늦은 밤의 기온이 사람을 얼어붙게 만들 듯했다. 입구에서 밤을 새우던 경호원은 들어선 차가 목정침의 차가 아님을 파악하고는 조심스레 번호판을 외웠다. 온언은 너무 멀리 나서기 싫었던 탓에 전지에게 길목에 차를 세우게 하였다.“우리 차 안에서 얘기 나누자. 오늘은 정말 너무 늦은 것 같아.” 마주본 전지의 얼굴에는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내가 오늘은 너무 피곤해서, 일단 내가 묵는 호텔로 가자. 얘기 끝나면 차 불러서 돌아갈 수 있도록 할게. 혹시나 그때 가서 계획이 틀어질까봐… 자세한 거 하나하나 상의해보고 싶어. 몽요의 가장 친한 친구는 너 하나뿐이라 너 의외에 다른 누가 날 도와줄 수 있을지 모르겠어. 이번 딱 한 번만 부탁할게.”온연은 더 이상 거절할 수 없어 전지를 따라 호텔로 향했다. 호텔에 도착해 방에 들어서자 미리 주문해 두었던 배달음식이 뒤따랐다.“뭐 좀 먹을래?’“난 괜찮아. 근데 너 이제서야 저녁 먹는거야?”“몽요를 도와서 보석 재료를 훔친 사람 행방을 찾고 있거든. 그래서 요 며칠 잠을 설쳤어. 여기까지 오게 해서 미안하네……”늦은 식사를 하며 대꾸하던 전지는 말을 끝맺기도 전에 부주의로 국물을 쏟았고 그의 옷이 물들었다. 전지의 찌푸려진 눈살을 보니 기분이 최악에 다다른 듯했다.“아…… 미안해. 얼른 씻고올게. 조금만 기다려줘.”“괜찮아, 괜찮아. 씻어내고 와. 기다릴게.”온연이 위로하는 듯한 말투로 대답하자 전지는 고개를 끄덕이고 일어나 욕실로 향했다. 가만히 그를 기다리는데, 반투명한 유리로 이루어진 화장실의 벽과 문에 습기가 차오르자 안의 상황이 적나라하게 들여다보였다. 이를 발견한 온연은 당황스러웠고 밖에서 그를 기다릴 심상으로 몸을 일으켜 세웠다. 나가기 위해서는 욕실을 지나쳐가야만 했기에 잠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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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장

욕실은 방음이라도 되는지, 전지는 소리를 듣지못한 채 계속해서 샤워를 이어갔다. 곧이어 진몽요의 방카드를 빼앗은 경호원들에 의해 문이 열리고, 문이 열리며 마주한 목정침의 눈은 설원과도 같았다. 잘못한 일은 없었으나 그의 눈빛에 겁먹은 온연은 뒷걸음질 칠수밖에 없었다. 막 경호원의 견제에서 벗어난 진몽요가 온연의 앞에 서 그를 막아섰다.“목정침, 나도 당신처럼 급하니까 할 말 있으면 좋게 말하고 끝내요. 그 전에, 이 상황에 대해서는 전지가 나오면 차근차근 들어보는 걸로 하죠? 연이는 이런 행동할 사람이 아니고, 전지 또한 그럴 사람 아니에요!”“…… 무슨 일이야?”전지가 마침내 바깥의 상황이 이상함을 깨달았는지 문 밖으로 나왔고, 방 안에 갑자기 늘어난 사람들에 당황한듯 말을 했다. 목정침의 눈빛은 더욱 차갑게 식었고, 진몽요는 퉁명스레 대꾸했다.“나한테 묻는 거야? 누구한테 묻는 건데 지금?”전지는 급히 설명한다.“내가, 일이 있어서… 온연을 찾았어. 호텔에 막 도착해 저녁을 먹다가 옷에 음식을 쏟아버려서, 그래서 샤워를……”“적당히 하지? 핑계가 지나치네.”전지의 말을 끝맺기도 전에 목정침은 싸늘한 목소리로 그의 말을 끊었다. 더 이상 설명하기도 입이 아픈 듯 전지는 진몽요를 쳐다보며 말했다.“너도 그렇게 생각하는 거야? 내가 너를 속이고 있다고?”진몽요는 그를 한번, 온연을 한번 쳐다보고서는 몇 초간을 망설였다. 이내 무슨 말을 하려 입을 여는 순간, 전지가 헛웃음을 내뱉으며 말했다.“됐어, 그만하자. 네 뜻대로 생각해.”목정침은 온연을 힐끗 쳐다보고는 무언가 손짓을 하더니 그대로 돌아 나갔다. 곧이어 두명의 경호원이 온연에게 다가와 그녀를 밖으로 이끌었다. 굳이 그녀를 거칠게 끌어내지 않았다. 마치 목정침은 원래도 이렇게나 온연을 믿지 않아왔다는 듯, 그녀가 원래 아무렇게나 행동하는 여자인 것 마냥. 돌아가는 길, 목정침의 얼굴은 무섭도록 어두웠다. 온연은 눈을 내리깔고는 침묵 한 채였다. 굳이 이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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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장

온연은 아무 말없이 타올만 움켜쥐었다. 눈을 감고 그를 보지 않으려 애썼다. 차라리 안보기라도 한다면 조금이나마 덜 무서울 것 같았다. 목정침의 시선은 이내 온연의 어깨 위 흉터로 향했다. 그 때문에 생긴 상처였지만 그는 오히려 비웃음을 흘렸다.“정말 역겹다, 너.”목정침은 그대로 떠났다. 그녀에게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 이는 이전의 그가 일을 처리하는 방식과는 달랐다. 방문이 거칠게 차였다. 온연은 영혼 없는 꼭두각시 마냥 침대 가장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온연은 밤새 눈을 붙이지 못했다. 더 이상 만취한 목정침을 데려가라는 전화도 없을 것이며, 술에 취한 목정침이 마치 다른 사람이라도 된 듯 고양이처럼 그녀를 간지럽히는 일도 없을 것이다.아침 8시, 유씨 아주머니가 방문을 두드리고는 들어섰다.“연아, 안자고 있지? 일어나서 뭐라도 먹지 그래? 도련님이랑… 무슨 일 있는 거야?“안 먹어도 돼요. 괜찮아요.”온연은 이불을 꼭 끌어올리며 대답했다. 유씨 아주머니는 한숨을 폭 내쉬었으나, 더 이상 물어보지는 않았다. 그때, 온연의 핸드폰이 울려 대기 시작했다. 굳이 받기 싫었으나 시끄러운 벨소리에 짜증이 난 온연은 힘없이 핸드폰을 들어올리고는 곧바로 전화를 받았다. 곧이어 진몽요의 목소리가 흘러 들어왔다.“연아, 괜찮아? 나랑 전지는 얘기 잘 끝냈어. 애초에 너희들 의심하지도 않았고… 목정침이 너한테 무슨 짓이라도 한 건 아닌지 걱정돼서.”“아니야, 난 괜찮아.”온연이 머뭇대다 대답했다. 어딘가 안좋은듯한 목소리에 진몽요는 걱정스러운 투로 되물었다.“목이 쉰 것 같은데? 감기 걸린 거 아니야?”온연은 코로 호흡을 들이쉬었다. 이미 아무 냄새도 맡을 수 없는 상태였다.“그런 것 같네, 괜찮아. 나 먼저 끊을게.” 어젯밤 찬물을 맞은 탓에 온몸이 나른하고 정신이 몽롱했다. 전화를 끊고 흐릿한 정신으로 잠이 들었다. 다시 온연이 눈을 뜨자, 그 곳은 병원이었다. 병원의 소독 냄새는 여전했다. 소독 냄새는 이상한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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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장

온연은 그 일에 대하여 아무 말도 꺼내지 않은 상태였다. 그런데 어찌 그녀를 믿겠는가? 처음부터 그는 믿지 않았을 것이다. 유씨 아주머니는 마음이 쓰였으나 별 다른 수가 없었기에 아쉬울 뿐 이였다. 밤이 깊었음에도 유씨 아주머니는 병원을 떠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런 그녀에게 온연은 집에 가서 쉴 것을 강요하며 그녀를 돌려보냈다. 오래 있어봤자 하루 있을 것이고 고작 감기일 뿐이라 혼자서도 문제없었다.낮에 잠을 오래 잔 탓인지 온연은 쉽게 잠들지 못하였다. 병상에 누워 가만히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겼다. 갑자기, 병실 밖에서 누군가의 외침이 들려왔다.“당신 거기서 뭐하는거야?!”놀란 온연이 눈을 번쩍 떴다. 병실의 작은 창으로 사람의 얼굴이 황급히 지나갔다. 도대체 누가, 왜 훔쳐본것이지? 온연은 이곳에 잠시도 더 있을 수 없었다. 짐을 모두 챙겨 환자복을 갈아입지도 않은 채 병원을 나왔다. 퇴원 수속도 진행하지 않았다.저택으로 돌아오니, 만물이 고요한 상태였다. 정원의 가로등과 대문의 등불만이 반짝였다. 목정침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온연은 그녀의 방으로 돌아와 이불로 몸을 감쌌다. 마음이 조금씩 안정되었다. 역시, 집에는 다른 곳에는 없는 마력이 있는 듯하였다.그 시각 병원.긴 그림자가 온연이 머물던 병실 앞에 멈춰 섰다. 늘씬한 손으로 병실의 문을 열었으나 병상은 이미 비어 있는 상태였다. 남자는 간호사에게 빠른 걸음으로 다가갔다.“23호 침대 환자, 어디로 간거야?!”남자의 얼굴이 다소 냉담해지자 놀란 간호사가 그제야 놀란 듯 찾아나서기 시작했다. 남자는 냉한 어투로 소리쳤다.“당장 CCTV 확인해봐!”그 후 네 시간쯤 지났을까, 목정침은 피곤한 몸을 이끌고 저택에 들어섰다. 이미 시간은 아침 여섯시가 다되었고, 온연의 아침식사를 준비하던 유씨 아주머니와 그가 마주쳤다.“도련님? 이제 돌아오신거에요?”목정침은 옅은 ‘응.’ 소리를 내뱉은 후 곧장 위층으로 향했다. 침대 위 곤히 잠들어 있는 그림자를 마주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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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장

온연은 손에 들린 숟가락으로 김이 모락모락 나는 죽을 휘저었다. 아주머니의 제안에는 아무 반응도 하지 않았다. 목정침이 어젯밤 자신을 그토록 오래 찾은 것은 자신에게 책임이 돌아올 것이라 여겼기 때문일까? 그녀는 결코 자신이 그의 행동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집에 돌아오는 것을 원하지 않는 그에게 무릎을 꿇으며 간청할지라도 그는 그저 혐오감을 내비치고 말 것이다.기사는 인터넷을 통해 빠르게 퍼져나갔다. 목정침은 직접적인 대응을 하지는 않았으나 설 전 마지막 날을 맞아 초등학교에 기부를 하는 행보를 보였다. 온연은 새 기사들을 뒤적거리다 뜻밖의 최신 게시물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녀가 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 몰래 찍힌 사진으로, 병실 밖 그 사람이 불법촬영을 한 것으로 추정되었다. 사진 속 온연은 침대에 누워 창백한 얼굴을 한 채였다. 기사의 내용 전체는 목정침의 가정폭력으로 그녀가 입원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었다. 이전 그의 따뜻한 성품이 진실인지 구설수에 올랐다.온연은 반박하는 댓글을 써내려 갔으나 곧 그녀의 댓글은 네티즌들에 의해 뒤덮이고 말았다. 목정침의 사람됨은 남에게 감히 지탄받은 적이 없었는지 사람들의 반응은 반으로 극명하게 갈렸다. 그때 한 아이디가 온연의 눈에 들어왔다. 그는 되려 악플러들을 비난하고 있었다. 댓글은 욕설이 섞여 있음에도 왜 인지 귀엽기까지 했다. 온연의 기억이 맞다면 이 아이디는 진몽요의 것이다. 기사가 터진 후에도 딱히 진몽요에게 연락하지 않았지만 이런 상황이라면 말 해줄 필요도 없을 듯했다.다가오는 설을 맞아 입구를 꾸미던 때였다. 유씨 아주머니는 온연의 손에 들린 꾸밀 것을 받아 들었다.“연아. 내가 할게. 아직 다 낫지도 않았으니 가서 쉬어. 도련님께 전화도 한번 드려보고.”온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사실 열 살 터울인 목정침과 어떻게 소통해야 할지 감이 안 왔다. 그녀는 방으로 돌아와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예상과 달리 그는 몇 초 지나지 않아 전화를 받았고, 온연은 마음을 다잡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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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장

”그게 무서운 거라면 오지 않아도 돼.”“아니야~”목정침의 썰렁한 목소리와는 반대로 강연연이 앙탈을 부리며 대꾸했다.온연을 한 번 쳐다보고는 하려던 말을 멈춘 임집사는 목정침을 마중나섰다.“오셨습니까.”목정침은 ‘응.’ 한마디를 하고는 임집사에게 물었다.“집에 돈은 좀 보내드렸나?”“예, 보내 드릴 건 다 보내 드렸습니다.”목정침은 카드 한 장을 꺼내 그에게 건네 주었다.“이건 임집사 몫이야. 이번해도 수고했어.”“당연히 해야 할 일 입니다.”목정침의 하인들은 모두 대범했고, 임집사는 이를 사양하지 않았다. 매년 이래왔다.음식들이 곧 상에 올랐고 목정침은 강연연을 데리고 식탁에 앉았다. 온연은 고개를 내리깔고 굳이 그들을 쳐다보지 않으려 했으나 하필이면 그들은 온연의 맞은편에 자리하였다. 가까이 붙어 앉은 그들의 모습은 마치… 남이라고는 믿기지 않았다.“언니, 저희 어머니 아버지가 해외로 휴가를 가셨거든요. 혼자 심심하게 있기 싫어서 오빠랑 같이 왔어요, 괜찮죠?” 큼지막한 다이아가 박힌 반지를 만지작거리는 강연연의 얼굴에는 도발적인 미소가 띄워져 있었다. 온연은 그녀를 쳐다보지도 않은 채 대꾸했다.“내가 상관할 일 아니잖아.”강연연은 못마땅했다. 본인이 원하던 온연의 표정이 아니였다.“언니, 안 좋은 일이라도 있으신가봐요……”안 좋은 일? 온연은 한숨이 절로 나왔다. 문득 눈을 들어올려 강연연을 바라보니 그녀는 대범한 미소를 띄운 채였다.“아니, 나 기분 좋아. 이전에는 집에 사람도 없고 썰렁했는데, 오늘은 좀 다르네.”강연연의 얼굴이 곧 굳어졌다. 온연이 이렇게나 무관심을 보인다는 것을 믿지 않는다는 듯 다시 한번 쏘아붙이려는 순간 목정침이 벌떡 일어나 싸늘하게 말했다.“입맛이 없네. 난 서재로 가있을게.”강연연은 얌전히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했고, 목정침이 자리를 뜨자 그녀의 태도는 완전히 뒤바뀌었다.“온연, 너 잘 참아내네? 그게 아니면 오빠한테 그냥 관심이 없는건가? 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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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장

강연연은 마음이 무거워졌다. 목정침의 이런 모습은 그녀에게 낯설었다. 그녀는 잘 이해되지 않았다. 온연은 목정침을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왜 그의 곁을 떠나지 않는 것일까? 그리고 목정침 또한 이해되지 않았다. 대수롭지 않게 행동하면서, 그들의 재결합은 또 원하지 않는 다니. 그저 체면을 지키기 위함일까? 계속 이렇게 가다가는 영원히 그의 애인으로서 빛을 보지 못할 것이다. 그녀는 꿈에서까지 목부인의 자리를 꿈꿔왔는데, 온연은 이 자리를 쉽게 얻은 것도 모자라 아까워할 줄도 몰랐다. 여기까지 생각이 닿자, 강연연의 마음이 뒤틀리는 듯하였다.강연연은 목정침이 집안에서 바쁜 틈을 타 그의 방 욕실에서 샤워를 하고 온연의 실크 잠옷까지 걸쳐입었다. 마치 이 집의 여주인이라도 되는 것처럼 임집사를 찾았다.“당장 객실 준비 해줘야지?”임집사는 가만히 서서 온연을 바라보았다. 온연은 소파에 앉아 잡지를 넘기며 말했다.“가보세요.”임집사는 온연의 말이 끝나자 하인을 불러 방을 마련하게 했고, 강연연이 그런 임집사를 노려보며 입을 뗐다.“딱 개 수준이네. 눈치 볼 줄만 알지, 눈치 챌 줄은 모르잖아? 앞으로 누가 이곳의 안주인이 될지 몰라?”온연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강연연, 말 좀 바르게 못해?”강연연이 퉁명스레 대꾸한다.“왜? 네가 나한테 뭐 어쩔 수 있는데? 정침 오빠가 왜 나를 그믐밤에 데려왔는지 아직도 못 깨달았어? 지금 마련한 객실, 널 위해 마련한거야.”온연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잡고 있던 잡지 한부분이 구겨 들어갔다.“그래, 네가 여기서 목정침이랑 밤을 보내도 내가 뭐라 할 수는 없지. 근데, 여기 안주인이 되기 전에 똑똑히 알아 둬. 목정침은 떠벌려대는 성격 싫어해. 특히, 위세부리는 사람은 더.”“너보다 내가 오빠를 더 잘 알아! 네가 오빠랑 오래 지냈다고 해서 오빠를 다 안다고 생각하는 거야? 넌 죄인의 딸이야. 네 아버지가 오빠의 부모님을 죽였어, 오빠가 널 곁에 둔 건 널 벌주기 위해서야!”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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