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의 모든 챕터: 챕터 211 - 챕터 220

1359 챕터

제211장

목정침에게 의심을 받지 않기 위해 그녀는 이리에게 조퇴를 신청을 냈다. 임립에게 직접 말하지 않은 이유는 그가 입 싸게 목정침에게 말할 가봐 겁나서였다. 회사에서 나온 그녀는 과일을 조금 사들고 바로 택시를 잡아 중심 병원으로 갔다. 심개의 병실 앞에 도착한 후 그녀는 한참을 망설이다 문을 두드렸다. 병실 안에서 심개의 청아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들어오세요.”그의 목소리를 듣자 그녀는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그녀는 얼굴에 웃음을 띠며 문을 열고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 “나 오늘 미리 퇴근했어. 너 입원했다는 게 생각나서 한번 보러 왔어. 몸은 좀 어때?”심개는 조금 의아했다. 자신을 찾아온 사람이 그녀일 줄은 상상도 못했다. 정신 차렸을 때 그는 이미 활짝 웃고 있었다. “난 네가… 안 올 줄 알았어. 난 괜찮아. 다리가 부러진 거뿐인데 뭐. 그렇게 심각하지도 않고. 앉고 싶은데 앉아.”온연은 그를 한참이나 훑어보았다. 그녀의 마음속의 죄책감은 더 심해졌다. 잘 지내던 사람이 지금 이렇게 병원복을 입고 침상에 누워있다니. 그것도 다리에 깁스를 하고서. 그의 얼굴에는 핏기가 없었고 거의 죽을 상을 하고 있었다. “저기… 미안해…”심개가 웃으며 그녀에게 물었다. “왜 네가 미안하다 그래?”그녀는 입술을 몇 번 물었다. “목씨 그룹이 너네 회사 인수했잖아… 네가 귀국하고 나서 일이 그렇게나 많이 생겼는데, 나도 너한테 뭐라 말해줘야 할지도 모르겠고. 내가 목정침 대신해서 사과할게. 근데… 그 사람이 한 일들 내가 막을 수 없는 일들이었어. 그래서… 미안해. 난 항상 널 제일 좋은 친구라고 생각했어. 아름다운 추억도 엄청 많고. 나랑 가깝게 지내지 마. 우리가 아무 사이가 아니기만 하면 심씨 집안도, 너한테도 더 이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거야.”심개의 표정이 얼어버렸다. “넌 우리 회사가 왜 인수됐다고 생각해? 내가 왜 약혼했다가 파혼했을 거 같아? 내가 아무것도 신경 안 쓰고 이렇게까지 했는데 넌 나한테 멀리 떨어지라니. 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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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2장

그녀는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는 대답했다. "예를 들면, 나 유산하고 나서 그 사람한테 성질부리느라 할 말 못 할 말 다 했어. 그래서 세상 사람들이 내가 양다리 걸친 거 다 알아버렸어. 그런데도 그사람 나한테 한마디도 안 따졌어. 더 많지만, 이 정도면 충분한 것 같은데. 그렇게 최악은 아니야. 진짜로. 심개, 나 정말 괜찮아. 내가 죄인의 딸이라 목가네에 진 빚이 있다고 생각하는게 내 고충이야. 솔직히 말하면 목정침은 나한테 물질적인 만족도 줄 수 있어. 그 사람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기도 하고. 우리 사이에는 원망만 있는게 아니야. 십년간 끈끈하게 쌓아온 정이라는 것도 있어. 그 정이 사랑을 넘어선지 이미 오래됐어. 우린 가족이야, 나빠봤자야."그녀의 말에 심개에 눈동자가 어두워졌다. "그래? 그럼 다행이네… 진짜 그렇다면 제일 좋겠지만… 네가 그 사람을 좋아하는 마음이 헛되질 않길 바랄게…"그녀는 더 이상 이곳에 있을 수가 없었다. "저기… 나 이제 그만 가야 할 것 같아. 몸조리 잘해."심개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그녀가 문 앞으로 걸어갔을 때 심개가 갑자기 그녀를 불러 세웠다. "연아…!"그녀의 발길이 멈추었다. 그녀는 고개를 돌리지 않았고 눈물이 앞을 가리기 시작했다."이것만큼은 꼭 기억해. 무슨 일이 생기든 나랑 몽요가 네 옆에 있다는걸. 만약 정말 언젠가 목정침이 널 실망시켰다면 너한테는 아직 우리가…있어…"그녀는 황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도망치듯 병원을 벗어났다. 회사는 병원이랑 좀 거리가 있었다. 비록 그녀는 꼼꼼히 시간을 계산했지만 차가 막힐 거라는 걸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목가네로 돌아왔을 때는 이미 평소보다 한 시간이나 늦은 상태였다. 목정침은 벌써 집에 도착한 상태였고 모닝과 한가롭게 거실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모닝을 보자 그녀는 갑자기 잊었던 일이 생각났다…모닝이 그녀를 보며 말했다. "온연, 퇴근하고 같이 쇼핑하러 가기로 하지 않았나요? 회사 사람들은 당신이 한 시간 일찍 퇴근했다고 하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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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3장

목정침은 입꼬리에 비꼬는 듯한 웃음이 걸렸다. "허… 친구? 친구끼리는 아무렇지 않게 잠도 자나 보지?"그녀의 호흡이 순간 멈춰버렸다. "그렇게 말하지 말아 주세요. 어쨌든 과거잖아요. 이렇게 물고 늘어질 필요 없잖아요. 나도 당신이 강연연이랑 뒹구는 것도 신경 안 쓰잖아요."그가 냉소를 뿜어냈다. "허허… 내가 걔랑 잤는지 안 잤는지 네가 어떻게 알아? 너랑 심개 일은 온 세상 사람들이 다 알아! 내가 진짜로 물고 늘어졌다면 넌 걔 만나지도 못했어. 그러니까 네가 병원 갈 기회도 생긴 거야, 알아? 게다가 내가 누구랑 같이 있든 신경 안 쓴다며? "신경을 안 쓴다고?온연은 그의 말속에 담긴 의미를 곱씹어 보았다. 자신이 신경을 쓰는지 안 쓰는지 열심히 고민하고 있었다. 호텔에서 그와 그녀의 목소리를 들었을 때 그녀는 왜 도망을 쳤을까? 마음이 텅 비어 버린 것 같았고 감정 기복이 심해졌다. 도대체 신경을 쓰는 걸가까 안 쓰는 걸까?사랑하지 않는 건 맞지만 배신은 배신이다. 어느 누가 이런 짓을 참을 수 있을까? 그도. 그녀도."그때는 오해였어요. 믿든 말든 알아서 하세요." 그녀의 말투에는 힘이 없었다. 자신의 순결을 분명히 그에게 줬는데, 그는 그걸 정말 모르는걸가? 그가 만났던 여자가 강연연만은 아니겠지? "그래! 오해! 심개의 침대에 누운 여자 너 아니었나? 너 다음날에 걔 옷 입고 집으로 왔잖아?! 이게 어떻게 오해야?! 설마 나한테 옷만 벗고 침대에서 아무 짓도 안 했다고 하지는 않겠지?!" 그는 고함을 지르며 옆에 있던 테이블을 걷어찼다. 테이블 위에 있던 다구와 책이 바닥에 떨어지며 요란한 소리를 냈다. 온연은 제자리에 가만히 서있었다. 그녀의 몸이 조금 경직되었고 입술을 조금 움직였으나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는 그녀가 하고 싶었던 말을 모두 막아버렸다. 그때 진짜 심개와 단지 옷 벗고 침대에 누워 잠만 잤다고 그녀가 말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짜 우스운 소리다.그녀가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걸 보자 그의 눈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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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4장

그는 앞으로 걸어가 뼈마디 마디 분명한 손으로 그녀의 턱을 잡았다. 눈 밑에는 조롱이 섞여있었다. "나, 한 번도 널 가족이라고 생각한 적 없어. 네가 어렸을 때부터 내 목적은 오직 복수뿐이었어. 매번 널 볼 때마다 죽이고 싶은 충동이 들었지만 네가 중학생이 되니까 갑자기 좀 달라 보이더라. 눈에 거슬리지도 않고. 내 말 무슨 뜻인지 알아듣겠어? 난 네가 다 클 때까지 기다렸어. 근데 미처 손쓰기도 전에 심개가 선수 친 거야. 내 물건이 다른 사람 손에 물들었어. 내가 어떻게 해야 할 것 같아?""어떻게 내가 널 가족이라고 생각한다는 멍청한 생각을 할 수 있어? 난 그냥 네 죗값을 받고 싶은 사람일 뿐이야. 널 내 옆에 둔 것도 장난감 대신이고. 내가 왜 다른 남자랑 노닥거리지 못하게 둔 건지 이제야 이해가 돼? 왜나하면… 넌 내 물건이니까! 다른 사람이 손대는 게 싫으니까! 맞아, 나 너 안 사랑해. 영원히 사랑하지 않을 거야. 네가 날 사랑하든 말든 신경 안 써… 이 얘기 그만해. 더 하면 재미없을 줄 알아."코앞에 서있는 남자를 바라보는 온연은 이 상황을 믿을 수가 없었다. 아까 그 말들이 진짜 그 사람 입에서 나온 게 맞나? 예전에는 그가 차갑고 냉랭하고 얼음장같은 사람인 줄 알았다. 하지만 이제 보니 겉과 속이 다른 사람이기도 했다. 그가 한 말들이 날카로운 칼처럼 그녀를 찔러댔다. 그녀의 눈에 보였던 가족이란 건 이렇게 우스운 거였구나, 십 년 동안 동고동락했던 남자가 계속 자신을 장난감 취급을 하고 있었구나…그녀는 진짜로… 아무것도 가진 게 없구나…그녀는 글썽이는 눈물을 참으며 힘겹게 웃었다. "말해줘서 고마워요. 당신한테 내가 그런 존재였다니, 계속 모르고 있었는데 이젠 알겠어요. 정말 미안해요. 장난감 주제에 목씨 집안 안주인 자리까지 차지해서."그녀의 턱을 잡고 있던 목정침의 손에 힘이 점점 풀렸다. 그녀 눈동자에 가득 찬 상처를 똑똑히 볼수 있었다. 그녀가 그에 관한 모든 일에 무관심한 게 아니었다. 그녀도 괴로울 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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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5장

온연이 자조적으로 웃어 보였다.“그 사람은 나한테 줄곧 그래왔어요. 가끔은 다른 사람들이 부러워요, 그 사람의 따뜻한 모습을 볼 수 있잖아요. 같이 지낸 지 이미 10년이 더 되었는데… 아마 한 번도 못 봤던 것 같네요.”모닝은 그녀를 비웃지 않았다. 오히려 동정해왔다.“내가 봐왔던 것에 따르면, 정침씨는 그냥 화가 나서 그렇게 말했던 걸 거예요.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자세히 모르지만, 여자로서 말 해주자면, 정침씨 말에는 큰 진심도 없었을 거예요. 전에는 그 사람이 당신을 좋아한다는 걸 안 믿었거든요. 심지어는 멜로 드라마를 너무 많이 봐서 당신이 가짜 임신이나 다른 수를 써서 결혼한 줄 알았어요. 그런데, 지금은 믿음이 가네요. 오히려 그 사람이 당신과 반드시 결혼하겠다고 한 거였죠?”온연은 어딘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무슨 뜻 이예요? 그 사람이 그렇게까지 말 했는데, 저희 둘 사이에 감정이 있다고 느껴져요?”모닝은 고개를 들어 별이 몇 개 박힌 적막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녀는 잠시동안 생각을 거친 후 에야 입을 열었다.“당신, 목정침이 그 쪽을 부양하고, 그 쪽과 결혼한 게 정말 단지 당신을 노리개 삼으며 복수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죠? 정말 그런 거였다면, 그 사람은 당신이 상상도 못 해봤을 악랄한 짓들을 벌여왔을 거 예요. 게다가 한 평생 당신을 가지고 놀기 위해 자신의 지식을 밑진다는 것도 말도 안 되고요. 이쯤 됐으면 그 사람이 하는 말은 거의 다 반어일 거예요. 당신이 그 사람을 안 사랑한다고 말 한 후예야 노발대발 한 거죠? 그 사람이 원하는 건 당신의 사랑인데 무슨 가족애를 따져요?”모닝이 계속 말을 이었다.“제가 만약 당신이라면 이렇게 답답하게 하지 않았을 거예요. 그 사람이 만약 사랑을 원한다면, 그 성격으로는 사랑 말고는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을 거예요. 정말로요. 내가 그 사람한테 마음이 움직였던 건 사실이예요. 그래서 뒷조사까지 해 봤는데, 난잡한 사생활 따위는 찾아볼 수 없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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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6장

모닝은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만약 오늘 그 사람이 하는 말을 듣지 않고, 또 당신한테 화가 나 미칠 것 같았다면, 그 사람이 당신을 좋아한다는 걸 믿지 않았을 거예요. 그 사람이 당신을 좋아하지 않았더라면, 내가 쟁취해냈을 텐데, 지금은 얘기가 달라졌잖아요. 난 더 이상 손쓸 수 없겠네요. 당신 참 재주도 좋아요. 살아있는 천사처럼 부드러운 남자를 악마로 몰아붙이다니. 이건 당신을 인정할 수밖에 없겠네요.”“어머, 얘기 중 이예요? 자, 연아. 모 아가씨. 과일 좀 먹어요.”유씨 아주머니는 돌연 그녀들을 찾아왔고, 모닝이 하는 이야기를 들었는지 모닝에 대한 선입견이 풀어진 듯 보였다. 모닝도 이를 느낀 것 인지, 유씨 아주머니가 건넨 과일을 자연스레 받아 들었다.“네, 여기에 놔주세요.”유씨 아주머니는 과일을 내려놓고는 온연을 바라보았다.“연아, 도련님 아직 화 안 풀리셨어. 네가… 아니다, 됐다 됐어. 말 해봤자 헛수고지. 너도 퉁명스럽고, 도련님도 마찬가지고, 둘 다 똑같네!”온연은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모닝이 별안간 그녀의 입에 황도 한 조각을 입에 넣어주었다. 남에게 무언가 먹여진 것이 어색했던 온연은 고맙다고 말하면서도 얼굴이 굳어 있었다. 모닝은 오히려 밝은 웃음을 띈 채였다.“온연, 난 어릴 때 꽤나 못생겼었어요. 유치원과 초등학교를 정침씨랑 같이 다녔었는데, 난 미운 오리 새끼였고, 정침씨는 왕자님이었어요. 그 격차, 이해가 돼요? 어쨌든 나는 어릴 때부터 그 사람만을 우러러봤고, 당신은 결코 그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해서는 안 돼요. 전 그 사람이 대접을 못 받는다는 게 섭섭하거든요…”그 순간, 온연은 모닝의 눈가가 반짝이는 것을 발견하였다. 그것은 떨어지는 별똥별과도 같은 눈물이었다.밤 중, 목정침은 다시금 이곳을 떠났고, 모닝과 함께하지도 않아 그가 어디를 갔는지 그 누구도 알 수 없었다. 새벽 한시쯤, 모닝이 온연을 흔들어 깨웠다.“정침씨 아직도 안 돌아왔는데, 걱정 안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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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7장

온연은 아무것도 못 들은척하며 문을 열고 들어섰다.“임대표님, 무슨 일 이세요?”임립은 감정을 억제했지만, 여전히 웃지는 못한 상태였다. 안색이 어두워 보였다.“그… 정침네 회사에 가서 계약서 좀 받아와 줘야 할 것 같아요. 이 몇 건은 좀 급해요. 요 몇일 회사에 잔업을 더 하고 있는데, 몸도 안 좋으니 잔업은 안 해도 좋아요. 이건 내가 임시로 결정한 겁니다… 잘못했다가는 회사의 주인이 바뀌어서 내가 관여 못하게 될 수도 있어요. 그렇게 되기 전에 내가 한 번 더 뭔가 해 보여야해요.”온연은 고개를 끄덕여 보이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왔다. 정돈을 조금 한 뒤, 곧바로 아래층으로 향해 택시를 잡아 목씨 그룹 빌딩으로 향하였다.그녀는 순조롭게 빌딩으로 들어설 수 있었고, 46층에 도착해서는 스스로 신발을 벗고는 맨발로 바닥을 디뎠다. 목정침의 비서 엘리가 그의 사무실 문 앞에서 온연을 막아섰다.“잠시만 기다려주세요. 대표님께 먼저 말씀드리겠습니다.”잠시 후, 엘리는 목정침의 허가를 받은 듯 온연에게 말했다.“들어오세요.”온연을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고, 목정침은 고개를 숙이고는 무언가 써 내리는 듯하였다. 집중하는 그의 모습에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온연은 마음을 안정시키고는 서류를 그의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목대표님, 비상 디자인 그룹에서 나왔습니다. 서류 확인 부탁드립니다.”목정침은 서류를 흘겨보고는 아랑곳 않더니, 그녀의 맨발을 발견하고는 미간을 찌푸려 보였다. 그 후 곧장 서류에 서명하고는 그녀에게 돌려보냈다.“가보도록 해.”처음부터 끝까지 그는 그녀를 곧이 바라보지 않았다. 매 순간이 번거로운 듯, 그녀가 나타난 것이 그에게 방해가 된다는 듯 행동하였다. 온연은 문득 어젯밤 모닝이 했던 말이 생각났다. 만약 그가 자신을 노리개로만 생각하였다면, 왜 싸운 뒤 술을 마시러 갔을까? 만취할 때까지 술을 마시고는 결국 경소경의 집에서 하루 묵었다. 그녀가 고작 노리개라면 화풀이할 필요도 없이 아무렇지 않다는 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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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8장

온연은 유씨 아주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잔업이 있어 식사를 함께하지 못한다 전하였고, 유씨 아주머니는 별 말이 없었으나 단지 그녀의 몸이 버티지 못할까 걱정이 될 뿐이었다.8시가 넘은 시각, 임립이 차를 타 마시기 위해 사무실에서 나왔고, 아직까지 자리에 있는 온연을 보고는 어리둥절해 하였다.“왜 아직도 안 갔어요?”온연은 전혀 아랑곳 않은 듯 대꾸했다.“이리저리 움직일 것도 없이 하루 종일 앉아있어서 애초에 안 피곤했어요. 몇 시간 더 일하면 되는 건데, 대단할 것도 없잖아요? 몸이 안 좋았으면 진작 퇴근했을 거예요. 걱정 안 하셔도 돼요.”임립은 어딘가 신경 쓰였다.“이미 8시나 됐어요, 연장근무는 해봐야 9시 반 까지니까 지금이라도 가봐요, 괜찮아요.”온연은 그를 한 번 바라보고는 컴퓨터를 끄고 물건을 정리하기 시작하였다. 다른 말은 할 수 없었다. 임립은 남자였고, 자존심도 강했다. 그녀가 어떤 얘기를 들었든, 그의 면전에서 위로할 수는 없었고, 더군다나 집안 내부의 갈등이었기에 더더욱 끼어들 수 없었다.9시가 다 되어서야 목가네로 돌아왔다. 저택이 밝게 빛나고 있는 것을 보니 분명 목정침이 집에 있는 것이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탕위엔이 그녀의 품 속으로 뛰어들었고, 거실에서 별안간 모닝이 튀어나왔다. 곧 그녀가 마술이라도 부리듯 케이크 상자를 꺼내 보였다.“자, 야근 수고했어요.”온연은 케이크를 받아 들며 고맙다 전했고, 모닝은 혀를 내둘렀다.“됐어요, 고맙다는 말 바라고 한 거 아니에요. 얼른 준비하고 자러 가봐요. 정침씨는 방에 있을 거예요.”온연은 위층을 흘끗 쳐다보았고, 목정침이 시끄러워 할 것이 걱정되어 아래층의 욕실에서 샤워를 마친 후에야 방으로 돌아갔다.의외로 오늘 그는 일찍 잠든 듯하였다. 침대위에서 호흡을 균일하게 쉬는 것이 분명 잠든 것으로 보였다.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동작이 가벼워졌다. 침대 반대편에 조심히 눕자, 몸과 마음이 느슨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야근이 힘들지 않다고 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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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9장

진몽요가 거북한 기색을 보이며 얼떨떨하게 자신의 뺨을 어루만졌다.“정말…? 다른 법이 없는 걸… 아르바이트를 안 하면, 그 월급으로는 우리 엄마 못 부양해. 아냐, 그만 얘기하자. 얘기하면 짜증만 나지.”막 여덟 시가 되었 을쯤, 임립이 회사에 들어섰다. 그를 발견한 진몽요가 부랴부랴 계약서를 들고는 마중을 나갔다.“빨리빨리, 여기 서명 좀 부탁드려요! 9시 전에는 돌아가서 경소경한테 줘야해요!”임립은 그녀의 갑작스러운 ‘습격’에 당황하여 어쩔 줄을 모르는 듯하였다. 양복 앞주머니의 볼펜 마저도 쉽사리 찾아내지 못하고 있자, 진몽요가 온연의 자리에서 아무 볼펜이나 집어 그에게 전달하였다.“빨리, 빨리요!”계약서에 서명을 마치자 진몽요는 바람처럼 달아나버렸고, 임립은 여전히 상황파악이 어려운 듯 보였다.“온연… 내가 방금 서명한 게 어떤 계약서였죠? 볼 겨를도 없었는데, 이거 문제 생기는 거 아니겠죠…?”온연이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됐어요, 그럴 리가 있어요? 경소경이 받아오라고 한 거 잖아요, 문제 생기면 경소경을 찾아가시면 되겠네요. 전 일 시작 해볼테니 어서 할 일 하러 가보세요.”개열 본사.진몽요는 계약서들을 경소경의 손에 넘겨주고는 숨을 헐떡였다. 시간에 쫓겨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뻔했다.경소경은 한가로운 듯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이 계약서, 어제 당신한테 준 거 아니었나요?”진몽요는 찔리는 듯하였다.“어제는 너무 바빠서… 잊어버렸어요. 그쪽이 달라고 하기 전에 가져왔잖아요? 일을 완전 지체한 것도 아닌데, 설마 내 월급을 깎을 건 아니겠죠?”경소경은 몸 앞으로 팔짱을 끼고, 늘씬한 두 다리까지 꼬며 귀족 자제의 표준적인 자세를 취해 보이고는, 입가에 있는 듯 없는 듯한 미소를 머금었다.“내 회사 직원의 업무량을 모를 까봐요? 당신이 퇴근하고 아르바이트를 하는 건 내가 상관할 바 아니지만, 낮의 일에 영향을 끼치지는 말아야죠. 그리고… 당신, 안색 좀 봐봐요, 곧 죽겠어요.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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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0장

진몽요는 고개를 푹 숙여 보였다. 혹시라도 단서가 잡힐까 두려웠다.“아니요, 길도 안 겹치고, 전 다른 일이 있어서요. 먼저 가세요.”경소경은 장님이 아니었다. 보통 저 맘 때쯤 여자들은 핸드폰과 화장품만 간단히 담을 핸드백을 주로 들고 다닐 텐데, 최근 진몽요는 핸드백 뿐 아니라 검은 쇼핑백까지 항상 챙겨 다녔다. 분명 무언가 산 것은 아닐 텐데, 그는 어딘가 호기심이 들었다. 퇴근하고는 바삐 어디를 그렇게 가는 것일까?경소경은 그녀에게 대충 응하고는 기사에게 이동하라고 한 뒤, 다시금 골목 어귀에 정차하게 하였다. 진몽요가 택시에 올라타는 것을 확인하고는 기사에게 그 택시를 따라가라 분부하였고, 의구심이 든 기사가 그에게 물어왔다.“도련님, 오늘은 돌아가서 식사하시는 거 아니십니까? 어디로 가시죠? 곧 시간이 다 돼 가는데…”경소경은 눈살을 찌푸려 보였다.“어머니께는 오늘 내가 일이 생겨서 같이 식사 못한다고 전해드려.”그는 진몽요를 따라 나섰고, 곧 진몽요가 탄 택시가 한 클럽 앞에서 세워지는 것을 발견하였다. 잠시 망설이다 이내 기사에게 차를 세우라 하였고, 그녀를 따라 혼자 클럽으로 들어섰다. 이 클럽은 일찍 영업을 시작하는 듯하였고 지금 시간에는 손님이 많이 없었다. 오가는 이들은 모두 내부 직원인 듯 보였다. 웨이터와 홍보 매니저를 제외하고는, 술 접대를 하는 듯한 사람들이 있었다. 그는 어딘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잠시 생각에 잠겼던 그는 진몽요에게 직접 묻는 대신, 프런트 데스크로 가 자세한 상황을 물었다. 사람을 알아보러 왔다는 그의 말에 데스크 직원의 태도가 악질적으로 변하였다.“선생님, 다른 건 생각 마시고, 여기서 환영 받으며 놀다 가시죠.”경소경은 침착한 얼굴로 지갑을 꺼내고는 겹겹이 쌓은 지폐를 데스크에 내려놓았다. 그 후 핸드폰에 진몽요의 사진을 띄운 뒤, 직원에게 내밀었다.“이 여자를 원하니까, 내 룸으로 데리고 와.”그 사진은 입사하던 당시 진몽요의 증명 사진이었다. 화장을 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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