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의 모든 챕터: 챕터 1081 - 챕터 1090

1359 챕터

제1081장

온연의 웃음 소리는 아래까지 들렸고 진락의 귀까지 들려오자 진락은 은근슬쩍 툴툴거렸다. “벌써 30인데 결혼도 안 한 남자라니 참 부끄럽네요…”  가는 길. 온연은 가방에서 거울을 꺼내 화장을 고쳤고, 급하게 나오는 바람에 립스틱이 살짝 번져 있었다.  이제 막 수정을 했는데 목정침은 그녀의 얼굴을 돌려 손가락으로 입술을 닦았다. “그렇게 빨간 거 바르지 말라고 했잖아. 그 립스틱들 내가 다 버릴 거야.”  그녀는 그의 손을 때렸다. “진짜 난 당신을 안 때리고 싶은 순간이 없어요. 이거 막 수정한 거잖아요! 그리고 어디가 빨갛다고 그래요? 이미 제일 연한 색상이에요. 그냥 내 입술 자체가 좀 빨간 거라고요. 하여간 상남자들은 왜 이러나 몰라!”  그녀가 다시 화장을 수정하지 않자 그는 만족스럽게 입꼬리를 올렸다.  화를 삭인 후, 온연은 가는 길이 아직 남아서 물었다. “예군작 쪽은 좀 진전이 있어요? 예가네 사람들 되게 조심할 거 같은데.”  목정침은 휴지를 꺼내서 손가락에 뭍은 립스틱을 닦았다. “큰 문제는 없어. 예군작이 이미 퇴원했으니까 기회는 또 찾으면 돼. 그 다리 회복하려면 아직은 좀 걸릴 거야. 지금 예가네도 긴장된 분위기라 진몽요랑 소경이 쪽 신경 쓸 겨를도 없을 거야. 지금 그래서 다들 잘 지내고 있잖아. 만약 예군작이 일을 저지르지 않는다면 시간은 문제가 안돼.”  온연네 회사 문 앞에 도착하자 목정침은 그녀가 차에서 내리려고 할 때 잡아당겨 그녀에게 입을 맞췄다. “립스틱 수정하지 마.”  온연은 놀라서 운전석에 앉아 있는 진락을 보고 얼굴을 붉혔다. “창피하게 왜 이래요!”  그는 웃으며 그녀를 배웅했고, 이때 진락의 웃음 소리가 들렸다. 그는 웃던 걸 멈추고 다시 진지한 표정으로 돌아왔다. “뭘 웃어? 솔로 주제에.”  진락은 웃을 수 없었다. 목정침은 여전히 직설적으로 사람에게 상처를 주었다. 솔로는 좀 웃으면 안되나?  경가네 그룹.  경소경은 요즘 회의하느라 바빴고, 임원과 함께 사무실 구역을 지나칠 때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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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2장

이순이었다. 이순은 늘 이렇게 사라진 듯 사라지지 않았다. 번호를 차단하면 또 새로 번호를 만들고, 이쯤되면 그가 번호를 바꾸는 게 더 나을 법도 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그는 계속 예군작이 전지인지 알아내지 못 했는데, 지금 이순이 예군작 밑에서 일을 하면 이용해 먹을 수 있지 않을까?  그는 이미 이 문제를 생각해 봤었지만 또 다른 귀찮은 일들이 생길까 봐 행동으로 옮기지 않았다. 지금 이순이 예군작 밑에서 일을 하지 않겠다고 하자 그는 살짝 망설였다. 만약 진짜라면? 그와 이순은 그래도 정이 있었고, 그저 원하던 대로 발전하지 못 했을 뿐이었다.  여기까지 생각한 그는 빠르게 답장했다. ‘오후 3시에 연락해.’  점심은 진몽요와 함께 먹은 뒤 그는 그녀를 데리고 사무실에 와서 낮잠을 재웠다. 그는 계속시간을 확인하며 진몽요가 거의 잠들 때 작게 말했다. “자고 있어요, 3시에 잠깐 나갔다 와야 해서요. 금방 와서 저녁에 맛있는 거 사줄게요.”  진몽요는 비몽사몽하게 말했다. “그래요, 다녀와요. 나 자는 거 방해하지 말고요.”  그는 조심스럽게 외투를 걸치고 회사 밖으로 나와 차에 탄 후에 이순에게 전화를 걸었다. “동항에 그 카페로 와.”  카페는 공공장소라서 시끄럽진 않지만 사람이 적지도 않고 딱 이순을 보기에 적합한 장소였다. 그녀에게 그래도 경계심을 늦추진 않았다.  카페에 도착해서 앉자 이순도 바로 도착했다. 그녀는 조용하고 어두워 보이는 색깔을 좋아했고, 머리부터 발 끝까지 다 검은 색이었다. 게다가 늘 조용한 모습까지 보면 왠지 모르게 분위기가 억눌렸다.  “이렇게 먼 곳에서 만나자고 하시다니, 진몽요씨한테 저랑 만나는 거 들킬까 봐 그러세요?” 이순은 장난식으로 물었다.  “무슨 일인데? 용건만 말해.” 경소경은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이순은 웨이터를 불러 커피를 주문한 뒤 본론을 말했다. “제가 꼭 용건이 있어야 하나요? 제가 말했잖아요, 그냥 만나고 싶었다고요. 이제 예군작 밑에서 일도 그만두고, 이 도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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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3장

그녀는 살짝 숨을 들이마셨다. “제가 도와드릴게요. 저는 이미 목숨을 받쳤는데 이정도는 별 거 아니에요. 나중에 다 되면 연락 드릴게요. 얼른 가보세요, 저 만난 거 들키지 마시고요. 저랑 연락했던 흔적도 다 지우세요.”  그녀는 바로 일어나서 자리를 떠났다. 직원은 따뜻한 커피를 가져와서 빈 자리 앞에 두었고, 경소경은 그 커피를 보며 깊은 생각에 잠겨 마음이 불안했다. 이순이 일처리를 하는 건 안심이 됐지만 그래도 위험요소는 배제할 수 없었다. 그는 그녀에게 모험을 시킨 걸 살짝 후회했고, 여자를 이용하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진몽요와 연관이 있으니 다른 선택권이 없었다.  눈이 내리는 날. 하늘은 금방 어두워졌고, 경소경은 차를 끌고 진몽요를 데리고 백수완 별장으로 향했다. 평소에 그는 조심스럽게 운전을 하는 편이지만, 오늘은 눈이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마음은 불안해져 신호위반까지 했다.  진몽요는 요즘 그의 정서가 불안정한 걸 알아서 대화를 시도해 봤지만 바뀌는 건 없었다. 그녀도 마음이 무거워졌고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고 싶었다.  집에 도착해서 차에서 내릴 때 그녀는 일부러 문을 세게 닫았고, 그에게 화가 난 티를 내지 않는다면 그는 진지하게 문제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 같았다.  경소경은 그녀의 달라진 태도를 눈치채고 어이없이 웃으며 그녀를 따라가 안았다. “아주머니, 또 왜 그래요? 배고파요?”  그녀는 그를 노려보며 “도대체 왜 그래요? 난 당신이 자꾸 나한테 뭔가 숨기고 있는 것 같아요. 방금 운전할 때 신호위반 했잖아요. 이렇게 조심을 안 하는 사람이 아닌데 당신이 이럴수록 스트레스 받아요. 난 나한테 뭐 숨기는 거 싫어요.”  그의 미소는 살짝 굳었지만 다시 원래대로 돌아와 그녀는 데리고 집으로 들어갔다. “히터 켜줄게요, 추우면 안되니까. 내가 저녁 금방 해줄게요. 그리고 의심 좀 그만해요. 그냥 오늘 회의 생각하느라 정신이 좀 팔려 있던 것뿐이에요. 앞으로는 절대 안 그럴 게요. 차에 당신이랑 아이를 태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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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4장

그는 일어나서 주방으로 걸어갔다. “아이는 호기심이 많은 거예요, 나를 싫어하는 게 아니라.”  예가네 저택.  예군작과 국청곡 그리고 어르신은 식탁에서 밥을 먹고 있었고, 국청곡과 어르신만 얘기를 나누고 예군작은 거의 말을 하지 않았다.  한참 대화를 하던 중 어르신이 물었다. “청곡아, 요즘 왜 이렇게 고기를 잘 먹어? 예전에는 다이어트 한다면서 세끼를 다 조금 먹더니. 요즘 잘 먹어서 살 좀 붙은 거 같은데 오히려 더 좋아보이네. 앞으로도 이렇게 잘 먹어야 해. 건강이 제일 중요하니까.”  국청곡은 예군작을 보며 그의 동작이 살짝 굳은 걸 보자 얼른 말했다. “건강검진에서 의사 선생님이 요즘 빈혈기가 심한 것 같다고 편식하지 말라고 하셔서요. 이렇게 한번 잘 먹으면 또 잘 먹는 편이에요.”  어르신은 웃었다. “그래? 의사 선생님이 말이 맞아. 빈혈이면 잘 먹어줘야지. 좋아하는 거 있으면 다 주방에 시켜. 나랑 군작이는 뭐든 잘 먹으니까. 난 너가 임신한 줄 알았는데 착각이었나 보구나. 나중에 군작이 다리 다 나으면 아이 생각해 봐. 그래도 살아 있을 때 증손주 봤으면 좋겠어서.”  국청곡은 식은 땀을 흘렸다. “어…네…알겠습니다…”  예군작은 젓가락을 내려놨다. “저 다 먹었어요, 방에 들어가 볼게요.”  국청곡은 얼른 일어나서 그를 방으로 보내려 했는데 이때 배가 식탁 모서리에 살짝 부딪혔다. 그녀의 안색이 창백해지면서 통증을 느꼈지만 심호흡을 한 뒤 예군작의 뒤를 따라가 그를 안방으로 데려다 주었다.  문을 닫고, 예군작은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 “아픈데 왜 아무 말도 안 해요? 어차피 오래 못 숨길 거 병원에 검사하러 갈 겸 그냥 지워요.”  그는 그녀의 배가 부딪힌 걸 보았다… 그녀는 그의 손을 뿌리치고 “안 아파요. 그리고 아직 생각 안 해봤어요. 그러니까 당신이 원하는 대로 하려는 생각 말아요. 이 아이는 내가 낳고싶으면 낳는 거예요, 다 내 마음이라고요. 쉬어요, 난 아직 밥 다 못 먹었어요. 무슨 일 있으면 아택씨 불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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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5장

그는 입술을 움직여 아택을 불렀다. “감시 카메라 봐봐. 나 밥 먹을 때 누가 내 방에 왔었나.”  아택은 의아했다. “방에는 감시 카메라가 없는데요. 안방에도 없고요. 밖에만 있습니다.”  그는 아택을 보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방 밖에 안방 대문 비추고 있는 카메라 있어. 너가 모르는 거지 노인네가 설치해 뒀어. 노인네 직원들 찾아가서 알아봐. 숨기고 그럴 거 없어.”  아택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금방 다녀오겠습니다.”  5분 후, 아택이 돌아왔다. “도련님, 이순이었습니다! 방 앞에서 서성거리다가 사람이 없는 걸 확인하고 방으로 들어왔습니다. 왜 들어왔는지는 모르겠는데, 다시 아무렇지 않게 나갔습니다. 뭐 가져간 것도 없는 거 같은데 뭐 잃어버린 거 있으십니까? 오늘 미리 사직서 냈는데, 도련님께 전해드리라고 했습니다.”  예군작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걔 당장 잡아서 지하에 가둬. 그리고 핸드폰부터 뺏어서 안에 있는 어떠한 내용도 삭제 못하게 해.”  아택은 무슨 일이 생겼음을 직감하고 얼른 사람들을 데리고 이순을 찾아나섰다. 이순은 물건을 정리하고 나가려던 순간, 문이 열리고 도망치기도 전에 잡혀버렸다. 그녀는 이렇게 빨리 들킬 줄 몰랐다. 어쩐지 경소경이 그렇게 조심하라고 하더라니…  지하실로 끌려온 그녀는 예군작 앞에 던져졌고, 무릎이 바닥 쓸려서 아픈 나머지 순간 바닥에서 일어날 수 없었다.  예군작은 휠체어에서 그녀를 내려다보며 그녀의 핸드폰을 뒤지며 경소경과 연락한 흔적을 보고 차갑게 물었다. “오늘 경소경 만나고 왔어? 예전에는 다 나한테 말해줬었잖아. 나를 위해서 일 했으니까. 근데 이번엔 왜 말을 안 했을까? 응? 너 그만둔다는 얘기 들었어. 이게 우연일까? 너 사실대로 말해. 너한테 뭘 시킨 거야? 얌전히 말하면 내가 좀 봐줄게.”  이순은 이를 꽉 물고 말했다. “저한테 아무것도 안 시켰어요. 저는 이제 다른 곳도 다녀보고 싶어서 그만두는 것뿐이에요. 이번엔 그 분이랑 사적으로 만난 거였어서 말씀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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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6장

이순은 벙찐 채로 바닥에 있던 핸드폰을 주웠고, 경소경의 번호를 보며 핸드폰 위로 눈물을 흘렸다.  그녀는 무섭고, 죽을까 봐 두려웠다. 아무리 강해도 그녀는 여자였고, 그녀는 정말 살고 싶었다. 누군가 구하러 와 주길 바랐다. 만약 예전 같았으면 그녀가 위험해졌을 때 제일 먼저 경소경을 찾았겠지만 지금은 그럴 자격이 없었다.  그녀는 결국 전화를 걸었고 경소경이 당연히 안 받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 시간 그는 분명 자상하게 임신한 아내 진몽요를 돌보고 있을테다…  하지만 예상외로 전화가 연결됐다.  그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졌고 그녀의 몸은 하염없이 떨리고 있으며 최대한 울음을 참으며 구원해 달라는 욕망을 눌렀다. “소경씨, 이번 생에 만날 수 있어서 제 인생에 모든 운을 다 쓴 것 같아요. 이제 여기까지 인 것 같아요.” 말을 하고 그녀는 바로 전화를 끊었고, 경소경의 목소리를 듣지도 못했고, 그도 그녀의 목소리를 들었는지 알 수 없었다.  예군작은 이 상황을 보고 무표정으로 휠체어를 문 앞까지 끌고 갔다. “아택, 나 데려다 줘. 이 일은 다른 사람한테 맡겨. 너가 직접 못 할 거 알아.”  아택은 경고하는 눈빛으로 다른 사람들을 보았고, 그건 이순을 너무 잔인하게 다루지 말라는 의미였다.  방으로 돌아온 후, 예군작은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이제 가 봐. 가서 국청곡 어디 아픈데 없는지 물어보고. 저녁 먹을 때 책상에 배 좀 부딪혔거든.”  아택은 예군작의 옆모습을 보며 살짝 의외라고 생각했다. 예군작이 언제부터 국청곡을 신경 썼었지? 그는 대답했다. “네, 알겠습니다.”  국청곡 방 앞까지 걸어오자 그는 갑자기 국청곡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고 생각해 문을 두드리지도 않고 벌컥 열었다. “사모님, 저와 같이 지하실 좀 가주시죠!”  국청곡은 샤워를 하고 막 옷을 갈아입고 있었는데 깜짝 놀랐다. “아택씨! 뭐하는 거예요? 문부터 두들겼어야죠. 만약에 제가 옷도 안 입고 있었으면 어쩔 뻔했어요? 무슨 일인데요?”  아택은 그런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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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7장

한편 경소경은 핸드폰 화면을 보며 표정이 복잡해졌다. 이순의 전화는 무슨 의미였을까? 마치… 마지막 인사 같았다. 그래서 결국 들킨 건가?  물론 이건 예상하지 못 한 결과가 아니었다. 만약 정말 이렇게 됐다면 예군작이 이순을 가만두지 않을 텐데…  여기까지 생각한 그는 앞치마를 푸르고 차 키를 챙겼다. “몽요씨, 나 좀 나갔다 올 게요. 밥 먼저 먹고 있어요. 다 먹고 쉬고 있으면 금방 올 게요.”  진몽요는 인상을 쓰며 물었다. “어디가요? 밥도 다 했는데, 먹고 가지 그래요? 아무리 바빠도 밥은 먹고 가야죠.”  그는 그녀에게 거짓말하는 게 익숙하지 않나 일부러 눈빛을 피했다. “그… 회사에 급한 일이 갑자기 생겼어요. 괜찮아요. 난 이제 당신이랑 아이가 있으니 집안을 책임져야죠. 예전처럼 혼자가 아니잖아요. 돈 버는 게 중요하죠.”  비록 기쁘진 않았지만 진몽요도 불평하지 않고 그에게 조심히 다녀오라고 말해주었다.  밖으로 나온 경소경은 안도했다. 매번 그녀에게 거짓말을 하는 것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며 그녀에게 죄를 짓는 것 같았다.  그는 반복해서 이순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그는 갑자기 이순이 예가네 저택에서 안 좋은 일을 당하는 걸 알아도 구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곳은 그가 막 침입할 수 있는 곳이 아니었고. 이순이 전화 받기를 바라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는 차를 타고 예가네 저택 근처에 도착했고, 어둠 속에 호화로운 저택을 보며 그는 예군작에게 전화를 걸었다. 번호는 진몽요의 핸드폰에서 몰래 얻었다.  금세 전화가 연결되어 예군작의 갈라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구세요?”  그는 인상을 찌푸리고 차갑게 물었다. “이순은요?”  그의 목소리를 듣자 예군작은 소리내어 웃었다. “경소경씨? 진짜 재밌네요. 이순이 전화 건지가 좀 된 거 같은데, 왜 이제와서 전화를 주시는 거죠? 저는 경소경씨가 여자를 이용하는 사람인 줄은 몰랐네요. 쯧.”  예군작의 말투를 들으니 이순이 들통난 걸 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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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8장

경소경은 운전대를 주먹으로 내려쳤다. 창문 밖으로 예가네 저택의 대문을 보며 쳐들어 가고 싶었지만 그는 자신이 그렇게 못 할 걸 알았다. 아니면 내일 신문 헤드라인엔 그가 타인에 집에 무단으로 침입했다는 기사로 도배될 거고, 그럼 진몽요에게 아무것도 숨길 수 없었다. 또 한가지의 경우는 그가 들어가면 영영 나오지 못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렇게 보고만 있어야 하나? 이순은 그 때문에 위험에 처해 있고, 그는 그녀에게 부탁한 걸 후회했다. 만약 만나지 않았더라면, 만약 부탁을 하지 않았더라면 그들은 계속 서로에게 신경 끄고 살면서 지금 같은 결과를 초래하지 않았을 테다.  그가 못하는 일은 목정침에게 대신 해달라고 할 수밖에 없었다.  목정침에게 연락을 하자 그는 전화 너머 아이의 목소리와 온연의 웃음소리가 들려 순간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몰랐다. 그는 이럴 때 목정침의 생활을 방해하는 게 적절하지 않았다.  “소경아, 무슨 일이야?” 목정침의 기분은 좋아보였다.  경소경은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 “예군작 관련해서 계속 진전이 없었잖아. 이순이 만나자고 하길래 만났는데, 내가 유전자 샘플 좀 가져다 달라고 부탁했거든, 근데… 예군작한테 들켰어. 그래서 지금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어. 아직 예가네 저택에 있는 거 같은데 확신할 수는 없어. 몽요씨한테 속이고 나와서 지금 예가네 저택 앞에 있어. 절대 못 들어갈 거 아는데, 마음이 너무 불안해…”  전화 너머 목정침은 진지해졌다. “지금 네 기분 알아, 네가 신경을 안 쓸 수 없겠지. 예군작 성격이라면 아마 이순한테 겁을 많이 줬을 거야. 그냥, 신고하자. 아무 핑계나 찾아서 경찰이 어떻게든 집에 들어가게 한 다음에 시간을 좀 끌자. 경찰이 들어가면 아무리 이순을 어떻게 해보려고 해도 예가네 저택 안에서는 어쩌지 못 할 거야. 내가 사람 시켜서 그쪽 감시 하라고 할 게. 만약 이순이 그 집에서 나오면 돌려 보내주자. 집으로 가 있어, 진몽요가 의심하기 전에.”  방법을 찾은 뒤, 목정침은 임집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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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9장

이 일에 관해서 진몽요는 관대하지 않으려 해도 관대할 수밖에 없었다. 경소경에게 시간을 주기 위해서 그녀는 주말을 목가네에서 보내기로 했고, 하람네 집으로 가지도 않고, 강령의 집에도 가지 않았다. 이유는 어른들이 알면 경소경의 행동이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늘 활기가 가득 차 있던 그녀는 표정이 좋지 않았고 말도 하지 않은 채 소파에 앉아 오전 내내 멍을 때렸다.  온연은 속상했다. “몽요야, 너… 경소경씨가 이순의 뒷처리를 맡아줘서 싫은 거지? 그래도 사람이 죽었는데 그냥 하고싶은 대로 하게 해줘. 우리가 아량을 베풀자.”  진몽요는 고개를 저었다. “그런 거 아니야. 내가 기분 안 좋은 이유는 따로 있어.”  온연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그럼 뭔데?”  진몽요는 심호흡을 했다. “난 그 사람이 나한테 숨기는 게 있는 거 같아. 내가 아무리 물어도 말을 안 해, 그냥 계속 넘어가. 이순이 죽었던 그 날 밤, 밥이 다 됐는데 갑자기 회사에 급한 일이 있다면서 나갔어. 내가 먹고 가라 했는데도 무시하고. 내가 집에서 한참을 기다렸는데도 안 오길래, 먹을 거랑 목도리 갔다 줄 겸 회사에 갔는데, 없었어. 날 속인 거지. 예전에는 나한테 거짓말 같은 거 안 했는데…  집으로 다시 돌아왔을 때도 없었어. 내가 피곤해서 나도 모르게 잠에 들었다가 다음 날 일어나보니 집에 있더라고. 이상한 점은 없었는데 내가 물어보기도 전에 이순이 죽은 걸 알게 됐지. 됐어, 나중에 그냥 이순 일 좀 해결 되는대로 애기 좀 해 봐야지. 그 사람이 이럴수록 나도 스트레스 받아.”  그녀의 말투에서 불안함이 느껴졌고 온연은 진심으로 경청했다. 이순이 죽은 그 날 밤, 경소경은 예가네 저택에 갔다가 오랜 시간 돌아오지 않았다. 거리가 좀 있으니 아마 왔다갔다 하는데 오래 걸렸을 테다. 온연은 경소경을 대신해서 말했다. “너 그 사람 바람 났을까 봐 의심하는 거지? 절대 아니야. 그 날 저녁에 목정침씨랑 둘이 전화했는데, 그냥 회사 일로 바빴나 봐. 회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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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0장

잠시 후 목정침은 화제를 돌렸다. “온가네 공사 거의 다 됐어. 언제 가 볼래?”  온연의 마음엔 드디어 기쁨이 찾아왔다. “다음주 주말에 갈래요. 얼른 가서 보고 싶어요. 온가네 옛날 모습도 분명 목가네랑 비슷할 거 같아요.”  목정침이 말했다. “근데 아쉬운 건 사람이 안 살면 생기가 별로 없잖아. 이미 사람들이 집 보러 올 수 있게 조치해놨어. 그리고 앞으로 주기적으로 집 치우고 지킬 사람도 있을 거니까 걱정하지 마.”  온연은 걱정하지 않았다. 그녀는 목정침이 일처리 잘하는 걸 알았기에 이런 일은 전적으로 그에게 맡겼다. 그녀는 그냥 일을 맡기기만 할 뿐 돈까지 목정침이 다 책임졌다. “고마워요.”  목정침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무슨 소리하는 거야? 그런 말 들으려고 한 거 아니야. 꼭 나한테까지 고마워 해야겠어?”  그녀는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이건 마음에서 나오는 감정이라 숨길 수 없어요. 일부러 그러는 게 아니라요. 경소경씨 봐요, 사소한 일도 몽요한테 숨겨서 두 사람 사이가 지금 팽팽한데, 당신도 나한테 여러가지를 숨기니 나도 좀 성질 부려볼까요?”  목정침은 눈을 깔았다. “너한테 말해야 되는 게 있으면 난 절대 안 숨겨. 말할 필요 없는 것만 말하지 않을 뿐.”  그녀는 알고 있었기에 더 묻지 않았다. 그때 항공사고의 진실을 여전히 알고 싶었지만 목정침은 더 언급하지 않았다.  백수완 별장.  집으로 돌아온 후, 진몽요는 바로 방으로 쉬러 들어갔다. 밥도 안 먹고 경소경과 대화를 나누지도 않았다.  경소경은 지금 그녀의 기분을 신경 쓸 겨를이 없어서 평소처럼 달래주지 않고 그녀의 기분을 따랐다.  두 사람이 같은 침대에 눕자 드디어 싸움이 발발했다. 진몽요는 눌러 뒀던 감정을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경소경씨, 당신 참 나를 힘들게 하네요.”  경소경의 몸은 살짝 굳었고, 손을 뻗어 그녀를 만지며 부드럽게 말했다. “왜 그렇게 생각해요?”  그녀는 바로 그를 밀쳐냈다. “나도 모르겠어요. 나는 지금의 생활에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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