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후 목정침은 화제를 돌렸다. “온가네 공사 거의 다 됐어. 언제 가 볼래?” 온연의 마음엔 드디어 기쁨이 찾아왔다. “다음주 주말에 갈래요. 얼른 가서 보고 싶어요. 온가네 옛날 모습도 분명 목가네랑 비슷할 거 같아요.” 목정침이 말했다. “근데 아쉬운 건 사람이 안 살면 생기가 별로 없잖아. 이미 사람들이 집 보러 올 수 있게 조치해놨어. 그리고 앞으로 주기적으로 집 치우고 지킬 사람도 있을 거니까 걱정하지 마.” 온연은 걱정하지 않았다. 그녀는 목정침이 일처리 잘하는 걸 알았기에 이런 일은 전적으로 그에게 맡겼다. 그녀는 그냥 일을 맡기기만 할 뿐 돈까지 목정침이 다 책임졌다. “고마워요.” 목정침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무슨 소리하는 거야? 그런 말 들으려고 한 거 아니야. 꼭 나한테까지 고마워 해야겠어?” 그녀는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이건 마음에서 나오는 감정이라 숨길 수 없어요. 일부러 그러는 게 아니라요. 경소경씨 봐요, 사소한 일도 몽요한테 숨겨서 두 사람 사이가 지금 팽팽한데, 당신도 나한테 여러가지를 숨기니 나도 좀 성질 부려볼까요?” 목정침은 눈을 깔았다. “너한테 말해야 되는 게 있으면 난 절대 안 숨겨. 말할 필요 없는 것만 말하지 않을 뿐.” 그녀는 알고 있었기에 더 묻지 않았다. 그때 항공사고의 진실을 여전히 알고 싶었지만 목정침은 더 언급하지 않았다. 백수완 별장. 집으로 돌아온 후, 진몽요는 바로 방으로 쉬러 들어갔다. 밥도 안 먹고 경소경과 대화를 나누지도 않았다. 경소경은 지금 그녀의 기분을 신경 쓸 겨를이 없어서 평소처럼 달래주지 않고 그녀의 기분을 따랐다. 두 사람이 같은 침대에 눕자 드디어 싸움이 발발했다. 진몽요는 눌러 뒀던 감정을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경소경씨, 당신 참 나를 힘들게 하네요.” 경소경의 몸은 살짝 굳었고, 손을 뻗어 그녀를 만지며 부드럽게 말했다. “왜 그렇게 생각해요?” 그녀는 바로 그를 밀쳐냈다. “나도 모르겠어요. 나는 지금의 생활에 대
이건 온연이 했던 말과는 완전 달랐기에 진몽요는 의심을 접었다. “당신 정말이에요? 맹세할 수 있어요? 날 속이는 거라면 우린 끝이에요.” 경소경은 고민했다. 맹세는 무슨! 특히 이런 맹세는 절대할 수 없었다. “진몽요씨, 난 이런 일 가지고 맹세하고 싶지 않아요. 그리고 우리는 끝날 일이 없으니까 평생 꿈도 꾸지 말아요!” 그녀는 그를 끌어당겼다. “거짓말이니까 맹세 못 하는 거죠? 맞죠? 당신은 내가 바보 같아서 속이기 쉽다고 생각하잖아요. 정말 너무해요!” 그는 그녀의 입술을 막고 그녀가 중얼거리는 걸 막았다. 이때 예가네 저택. 예군작은 서재에서 어르신과 대치중이었고, 두 사람은 안 좋은 표정으로 서로에게 절대 양보하지 않고 있었다. 어르신은 무섭게 책상을 내려쳤다. “이게 다 널 위해서잖아. 너 예군작이 되고 싶다며? 예가네 사람들은 절대 자비롭지 않아. 너가 이러는데 내가 어떻게 마음편히 예가네를 너한테 넘겨줄 수 있겠어? 너를 배신했던 사람은 절대 가만두면 안돼. 그건 골칫덩어리야. 난 널 위해서 깨끗하게 처리해줬을 뿐이야!” 예군작은 차갑게 말했다. “저 도와주실 필요 없어요. 이순은 아무것도 몰라요. 경소경이 머리카락 좀 가져오라고 해서 도와준 거지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았다고요. 그러니까 죽일 필요가 없어요! 제 일에 끼어들지 마시라고요!” 어르신은 웃었다. “하, 끼어들지 말라고? 네 일은 내가 간섭할 거야. 넌 전지로 돌아가기 싫겠지. 왜냐면 넌 감옥에 가기 싫으니까. 너가 예전에 어떤 사람이었는지 이미 조사 끝났어. 네 모든 걸 내가 다 알고 있어. 그리고 너와 진몽요의 과거도… 넌 정말 내가 생각한 것보다 인간성이 없어. 쯧.” 예군작은 침묵했다. 어르신은 성공적으로 그가 과거를 떠올리게 만들었고, 그 시간들을 돌이킬 수 없는 어두운 시간이었다. 그의 표정이 변하자 어르신은 진정했다. “군작아, 할아버지는 다 널 위해서 그런 거야. 일은 이미 일어났고, 이순은 이미 죽었어. 넌 그런 애 때문에 나랑 이렇게
예군작은 자신을 비웃었다. “그런 것까지 해명해서 뭐해? 그 사람이 나를 안 좋게 보는 게 중요한가? 난 절대 그 여자를 좋아할 수 없어. 당연히 날 좋아해주는 걸 바라지도 않고. 그럼 일이 복잡해지거든. 나랑 이혼 안 하는 걸로 난 만족해. 나 쉴 거야, 나가 봐.” 아택은 대답을 한 뒤 문을 닫고 나갔다. ...... 깊은 밤이 지나고, 함박 눈은 또 한번 도시를 뒤덮었다. 날이 밝기도 전에 미화원들은 길거리에 쌓인 눈을 치웠고, 나올 때 온연은 손에 입김을 불었다. “추워 죽겠어요, 오늘 날씨가 정말 춥네요. 유씨 아주머니한테 얘기해서 콩알이 옷 좀 두껍게 입혀야겠어요.” 목정침은 담담하게 말했다. “집에 히터되잖아, 옷 많이 입혀서 뭐하게?” 그녀는 말을 잃었다. 자신도 모르게 지능이 낮아진 건가? 임신하면 3년은 머리가 잘 안 돌아간다는 말이 진짜였나? 회사 문 앞에 도착하자 목정침은 그녀의 옷깃을 정리해주었다. “끝나고 데리러 올 게.” 그녀는 웃으며 차에서 내렸다. “알겠어요.” 이런 날씨엔 모든 사람들은 다 뜨거운 컵을 손에 쥐고 있기 바빠서, 회사에 들어오니 정수기엔 빨간 불이 들어와 있었다. 다른 사람들도 다 그녀와 같은 생각이었기에, 따듯한 물을 마시려면 동작이 빨라야했고, 아니면 물이 따뜻해질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어렵사리 따듯한 물을 받은 뒤, 그녀는 디자인 원고를 들고 작업실로 향했고, 회사에서 요구한 디자인을 만들려 했다. 손이 시려워서 살짝 굳었는지, 재봉틀을 쓰다가 그녀는 손가락이 바늘에 찔렸다. 그 순간 그녀는 너무 아파서 식은땀이 날 뻔했고, 얼굴도 창백해졌다. 그녀는 아픔을 참으며 손을 입어 넣고 지혈을 했다. 이때 어떤 사람이 그녀에게 밴드를 건넸다. “자, 여기요.” 그녀는 눈 앞에 아가씨를 보며 감사인사를 전했고, 밴드를 뜯은 뒤 한숨을 쉬었다. “너무 아프네요, 손 좀 녹이고 했어야 했는데.” 아가씨는 조심스럽게 제안했다. “손이 지금 다치신 것 같은데 아니면… 자료 주
강연연은 예전과는 달라보였다. 얼룩덜룩했던 머리도 검은색으로 덮었고, 얼굴은 화장을 하지 않아서 청초해 보여서 온연과 많이 닮아 있었고, 옷도 단정하게 입고 있었다. “언니, 오해하지 마. 귀찮게 하러 온 거 아니야. 우리 엄마가 아파서 그래. 언니한테 말하지 말라고 했는데 그래도 언니가 한번 보러가는 게 맞는 거 같아서 알려주려고 왔어. 나 오래 못 있어. 곧 있으면 또 공부하러 출국해야 돼. 그래서 번거롭겠지만 언니가 좀 곁에 있어주면 좋겠어.” 온연은 인상을 찌푸렸다. 강연연이 언제부터 이렇게 얌전해진 거지? 그녀를 언니라고 부르면서, 진함을 ‘우리 엄마’ 라고 부르는 걸 들으며 그녀는 자신의 눈 앞에 이게 강연연이 맞다 의심했다. “언니라고 부르지 마, 못 듣겠으니까. 주소 줘, 내가 퇴근하고 가볼 게.” 강연연은 고개를 숙였다. “나도 내가 예전에 미안한 일 많이 했던 거 알아, 그땐 철이 안 들었어서… 사람은 언젠간 성장을 하잖아. 난 이제 예전이랑 달라.” 온연은 마음에 아무런 흔들림이 없었다. 강연연이 했던 잘못들은 말 몇 마디로 쉽게 용서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너가 어떻든 나랑 상관없어. 관심도 없고. 나 바빠, 다른 일 없으면 갈 게.” 그리고 그녀는 뒤돌아 갔다. 강연연이 그녀를 불렀지만 그녀는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작업실에 돌아온 그녀는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진함이 병에 걸린 건가? 어쩐지 그동안 자신을 찾아오지 않은 걸 보니, 그녀가 가봐야 하는 게 맞았다. 그녀는 오른손을 다쳐서 초안도 못 그리고, 디자인도 못 만드니 그냥 오후에 반차를 냈다. 회사에서 나오기 전에 그녀는 방금 전 그 아가씨한테 일을 맡긴 후 마음 편히 나왔다. 진함에 집에 도착한 그녀는 초인종을 눌렀고 문을 연 건 강연연이었다. 강연연은 그녀를 보고 무척 기뻐했다. “언니, 왔구나!” 그녀는 거리감이 들어서 표정이 차가웠다. “언니라고 부르지 말라고 했잖아. 그냥 온연이라고 불러.” 강연연은 실망한듯 옷깃을 잡았다. “알겠어…
잠시 후, 진함은 이어서 말했다. “연아, 너가 지금 잘 살아서 내가 옛날에 놓쳤던 것들을 메꿔주는 게 필요 없을 수도 있겠지. 미래가 어떨지 아직은 모르니까, 앞으로 우리가 다른 곳에서 살아도 꼭 지금처럼 잘 살아야 해.” 온연은 마음이 복잡해졌다. “전 그런 거 하나도 필요 없었어요. 늘 저한테 해주려고만 하셨잖아요. 그리고 어딜 가시든 제가 간섭할 수도 없는 일이고요.” 진함에 눈에는 슬픔이 보였다. “난 내가 이기적이라서 너를 포기했다고 생각할까 봐 그래. 지금도 널 떠나려 하잖아… 너가 이미 날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해도… 난 너가 그렇게 생각할까 봐 죄책감도 느끼고 망설여져…” 온연은 벌떡 일어났다. “아니요, 그렇게 생각 안 해요. 그러니까 죄책감 느끼실 필요도 없고 예전에 저한테 부족했던 건 이미 채워졌으니 외롭지도 않아요. 별 일 없으신 거 같으니 그만 가 볼게요.” 진함은 침대에서 내려와 그녀를 배웅하고 싶었지만, 움직일 때 수술부위에 통증이 느껴져 얼굴이 창백해졌다. 온연은 그녀를 부축하고 싶었지만 또 망설였다. “저 배웅 안 해주셔도 돼요. 잘 쉬세요.” 그리고 그녀는 도망치듯이 나왔다. 그녀는 자신이 왜 도망쳤는지 이해되지 않았다. 아마 자신의 연약한 속내를 진함에게 들킬까 봐 두려워했던 것 같다. 그녀는 진함이 다시 떠나지 않길 바란다고, 그 비워진 시간을 메꿔주면 한다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현실은 진함은 강연연의 미래를 위해서 언젠간 멀리 떠나, 강균성이 출소 후에도 그들을 찾지 못 하게 만들었을 테다. 사람의 인생은 안 그래도 짧은데, 과거에 잘못한 20년이 넘는 시간은 메꾸려 해도 할 수가 없었다. 미래도 공허할 거 같은 이 느낌에 마음이 아팠다… 그녀는 차라리 진함이 떠나고 나서 다시는 안 돌아왔으면 했다. 왜 몇 년 후에 다시 만나서, 그녀에게 기대를 심어줬다가 다시 져버리는 걸까? 목가네로 돌아온 후, 그녀는 두꺼운 코트를 벗자 몸이 훨씬 홀가분해진 느낌이어서 소파에 누워 움직이지 않았
그녀는 좋은 일, 안 좋은 일을 모두 목정침에게 공유했다. 이건 사람의 본능이고, 가까운 사람에게는 아무것도 숨기지 않았다. 목정침은 진지하게 그녀를 보았다. “응, 그래서?” 그녀는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 “아프데요. 심한 병은 아닌 것 같은데, 수술한지 얼마 안 됐나 봐요. 그래서 그동안 저랑 콩알이를 보러 오지 않은 거고요… 강균성이 출소하기 전에 강연연을 데리고 떠나겠데요. 강균성을 못 찾는 곳으로요. 그게 맞는 결정이죠, 하지만… 왜 다시 나를 떠나서 죄책감을 느낀다는 말을 하는 걸까요? 난 신경도 안 썼는데…” 목정침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연아, 괜찮아. 사람마다 가는 길이 다르잖아. 이 도시에서 안 살게 되시더라도 계속 연락할 수 있어. 이건 흔한 일이니까 너무 속상해하지 마.” 그녀는 반박했다. “왜 내가 속상하다고 생각해요? 전혀 아니에요.” 그는 그녀의 얼굴을 들어, 깊은 눈동자로 주시하며 손가락으로 그녀의 볼을 만졌다. “눈에서 지금 속상함이 거의 흘러내리기 직전이야. 넌 처음 말을 했을 때부터 이미 왜 너랑 콩알이를 만나러 오지 않았는지 대신 변명해줬어. 널 일부러 안 보러 온 게 아니라고 강조한 거지. 그 분은 네 엄마잖아. 넌 그 분을 미워했었지만 이 감정을 그리워하고 있었겠지. 이미 속으로 다 용서한 거 아니었어?” 그런가? 온연은 눈동자를 내리깔고 눈에 비치는 감정을 숨겼다. “용서했네 못 했네 말로 할 수 없어요. 그냥 신경을 끄게 된 거죠. 며칠 전에 강연연이 귀국했어요. 또 곧 출국할 거라던데 자기를 대신해서 진함을 돌봐 달라는데 이게 맞는 건지 모르겠어요. 내가 그런 걸 잘하는 편도 아니고요.” 목정침은 그녀가 빈말을 하는 줄 알고 웃었다. “너 정말 안 갈 자신 있으면 마음대로 해. 그럼 나 먼저 씻으러 갈게. 손가락은 이따가 치료하자. 일할 때 좀 조심해. 뼈까지 다쳤으면 큰일 날 뻔했어.” 저녁시간. 목정침은 온연이 젓가락을 쓸 때 최대한 검지손가락을 피하자 걱정이 돼서 밴드를 뜯어
그녀는 얼굴이 빨개졌다. “그런 뜻이 아니잖아요~ 그리고 다 큰 남자가 애 좀 안는 게 뭐 어때서요? 어차피 당신 요즘 매일 애 잘 봐주잖아요. 얘기 그만하고 잘래요. 새벽에 수유도 해야 되고, 이제 슬슬 저녁 수유는 그만하려고요. 피곤해요.” 목정침은 나지막이 말했다. “피곤하면 일을 나가지 마. 애한테 기력을 쓰란 말이야. 애가 더 중요한 거 아니야? 피곤할 때까지 일하지 말라고 했잖아. 이제 애한테 주는 밥까지 줄이는 건 좀 그렇지 않아?” 온연은 자신이 힘들다고 말만 하면 그가 이때다 싶어 일하러 가지 말라고 하는 걸 알았다. “알겠어요, 안 줄이면 되잖아요. 난 할 수 있어요, 그러니까 말리지 말아요.” 그는 말없이 그녀의 다친 손을 잡고 조심스럽게 상처를 보고선 옛날을 떠올렸다. 예전에 겨울만 되면 그녀의 손은 쉽게 동상을 입어서 하얗게 일어났는데, 늘 얇고 낡은 옷만 입고 아무도 챙겨주지 않는 불쌍한 아이였다. 그녀는 늘 그에게 고개를 숙이지 않았고, 그도 그런 그녀를 챙겨주려 하지 않았다. 지금 돌이켜보니 이 모든 게 다 죄책감으로 돌아왔다. 그는 그때 자신이 왜 그렇게 나쁘게 굴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지금은 조금만 다쳐도 이렇게 마음이 아픈데 말이다. 다시 그녀의 얼굴을 보니 그녀는 이미 잠 들어 있었다. 그녀는 편히 숨을 쉬고 있었지만 속눈썹 아래는 다크서클이 내려 앉아 있었다. 그는 손가락으로 그녀의 얼굴을 만졌다. 그때 그렇게 어렸던 소녀가 지금은 그의 아들의 엄마가 되었다니, 이건 신이 그에게 주신 유일한 행운이었다. 둘째 날, 온연은 활기차게 회사에 갔다. 어제 저녁엔 목정침이 콩알이를 챙겨서 그녀가 푹 잘 수 있었다. 그녀가 작업실 문 앞에 걸어갔을 때, 안에서 나는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렸고 엄 매니저가 누군가를 혼내고 있었다. “이정도 일도 못 하는데 우리가 너를 왜 써야되니? 그냥 진로 바꾸지 그래? 이 일은 너랑 안 맞아, 여기서 일하기엔 넌 역부족이야!” 이상한 생각에 그녀는 문을 열고 들
인턴은 흐느끼며 말했다. “그런 게 아니에요. 제가 어제 11시까지 야근까지 하면서 완성해 놨는데, 마네킹 위에 입혀 놓고 검사까지 하고 갔는데, 아침에 오니까 마네킹은 누가 가져가고, 이 천쪼가리들만 남아 있었어요. 저도 정말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겠어요!” 주변에서 이 광경을 보던 직원들은 아무 말이 없었고, 온연은 인턴을 보며 그녀가 거짓말을하는 것 같지 않았다. 그럼 누가 일부러 이런 일을 벌인 걸까? 그녀는 인턴의 어깨를 두들겼다. “괜찮아요, 그쪽 탓 아니에요. 내가 어제 급하게 가는 바람에 내 잘못도 있으니까, 엄 매니저님 이번에는 그냥 넘어가죠. 지금 빨리 한다고 해도 도와줄 사람이 필요해요. 제가 손을 다쳤거든요.” 온연이 이렇게 말하자 엄 매니저는 인턴을 노려봤다. “운 좋은 줄 알고 잘 도와드려. 또 이러면 진짜 쫓겨날 줄 알아!” 엄 매니저가 나가자 온연은 앉아서 인턴의 명찰을 보았다. “이름이 서양양이에요? 오늘 나 좀도와줘요. 같이하면 좀 빠를테니까요. 내가 봤을 때 샘플은 누가 망가트린 거 같아요. 그쪽 잘못 아니에요.” 서양양은 눈물을 닦았다. “정말 저를 믿어 주시는 건가요? 하지만 매니저님은 제 말을 안 들어주시고, 회사에서 저를 대변해 주는 사람도 없어요. 다른 직원 분들은 매일 저한테 일만 시키시고, 저는 하루 종일 시키는 일만 해요. 그러다가 매일 새벽까지 야근해도, 아무도 고맙다는 말도 안 하시고 다들 당연하다고 생각하세요.” 온연은 서양양의 상처가 가득한 손가락을 보았고, 열 손가락 중 8개는 다 밴드가 붙여져 있었으며, 오래된 상처도 새로 난 상처도 많아서 그녀의 말이 진짜 같았다. “앞으로 내 일만 도와줘요, 다른 사람들 신경쓰지 말고요. 부탁할게요, 앞으로 잘 해봐요.” 서양양은 놀란 눈으로 온연을 보았다. 회사 직원들은 뒤에서 온연이 목가네 사모님이라, 그녀가 평소에 말이 없기도 하고 회사 직원들과 큰 접촉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상상보다 사귀기 어려운 사람이 아니었고, 그녀에게 잘 해보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