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입술을 움직여 아택을 불렀다. “감시 카메라 봐봐. 나 밥 먹을 때 누가 내 방에 왔었나.” 아택은 의아했다. “방에는 감시 카메라가 없는데요. 안방에도 없고요. 밖에만 있습니다.” 그는 아택을 보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방 밖에 안방 대문 비추고 있는 카메라 있어. 너가 모르는 거지 노인네가 설치해 뒀어. 노인네 직원들 찾아가서 알아봐. 숨기고 그럴 거 없어.” 아택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금방 다녀오겠습니다.” 5분 후, 아택이 돌아왔다. “도련님, 이순이었습니다! 방 앞에서 서성거리다가 사람이 없는 걸 확인하고 방으로 들어왔습니다. 왜 들어왔는지는 모르겠는데, 다시 아무렇지 않게 나갔습니다. 뭐 가져간 것도 없는 거 같은데 뭐 잃어버린 거 있으십니까? 오늘 미리 사직서 냈는데, 도련님께 전해드리라고 했습니다.” 예군작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걔 당장 잡아서 지하에 가둬. 그리고 핸드폰부터 뺏어서 안에 있는 어떠한 내용도 삭제 못하게 해.” 아택은 무슨 일이 생겼음을 직감하고 얼른 사람들을 데리고 이순을 찾아나섰다. 이순은 물건을 정리하고 나가려던 순간, 문이 열리고 도망치기도 전에 잡혀버렸다. 그녀는 이렇게 빨리 들킬 줄 몰랐다. 어쩐지 경소경이 그렇게 조심하라고 하더라니… 지하실로 끌려온 그녀는 예군작 앞에 던져졌고, 무릎이 바닥 쓸려서 아픈 나머지 순간 바닥에서 일어날 수 없었다. 예군작은 휠체어에서 그녀를 내려다보며 그녀의 핸드폰을 뒤지며 경소경과 연락한 흔적을 보고 차갑게 물었다. “오늘 경소경 만나고 왔어? 예전에는 다 나한테 말해줬었잖아. 나를 위해서 일 했으니까. 근데 이번엔 왜 말을 안 했을까? 응? 너 그만둔다는 얘기 들었어. 이게 우연일까? 너 사실대로 말해. 너한테 뭘 시킨 거야? 얌전히 말하면 내가 좀 봐줄게.” 이순은 이를 꽉 물고 말했다. “저한테 아무것도 안 시켰어요. 저는 이제 다른 곳도 다녀보고 싶어서 그만두는 것뿐이에요. 이번엔 그 분이랑 사적으로 만난 거였어서 말씀 안
이순은 벙찐 채로 바닥에 있던 핸드폰을 주웠고, 경소경의 번호를 보며 핸드폰 위로 눈물을 흘렸다. 그녀는 무섭고, 죽을까 봐 두려웠다. 아무리 강해도 그녀는 여자였고, 그녀는 정말 살고 싶었다. 누군가 구하러 와 주길 바랐다. 만약 예전 같았으면 그녀가 위험해졌을 때 제일 먼저 경소경을 찾았겠지만 지금은 그럴 자격이 없었다. 그녀는 결국 전화를 걸었고 경소경이 당연히 안 받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 시간 그는 분명 자상하게 임신한 아내 진몽요를 돌보고 있을테다… 하지만 예상외로 전화가 연결됐다. 그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졌고 그녀의 몸은 하염없이 떨리고 있으며 최대한 울음을 참으며 구원해 달라는 욕망을 눌렀다. “소경씨, 이번 생에 만날 수 있어서 제 인생에 모든 운을 다 쓴 것 같아요. 이제 여기까지 인 것 같아요.” 말을 하고 그녀는 바로 전화를 끊었고, 경소경의 목소리를 듣지도 못했고, 그도 그녀의 목소리를 들었는지 알 수 없었다. 예군작은 이 상황을 보고 무표정으로 휠체어를 문 앞까지 끌고 갔다. “아택, 나 데려다 줘. 이 일은 다른 사람한테 맡겨. 너가 직접 못 할 거 알아.” 아택은 경고하는 눈빛으로 다른 사람들을 보았고, 그건 이순을 너무 잔인하게 다루지 말라는 의미였다. 방으로 돌아온 후, 예군작은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이제 가 봐. 가서 국청곡 어디 아픈데 없는지 물어보고. 저녁 먹을 때 책상에 배 좀 부딪혔거든.” 아택은 예군작의 옆모습을 보며 살짝 의외라고 생각했다. 예군작이 언제부터 국청곡을 신경 썼었지? 그는 대답했다. “네, 알겠습니다.” 국청곡 방 앞까지 걸어오자 그는 갑자기 국청곡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고 생각해 문을 두드리지도 않고 벌컥 열었다. “사모님, 저와 같이 지하실 좀 가주시죠!” 국청곡은 샤워를 하고 막 옷을 갈아입고 있었는데 깜짝 놀랐다. “아택씨! 뭐하는 거예요? 문부터 두들겼어야죠. 만약에 제가 옷도 안 입고 있었으면 어쩔 뻔했어요? 무슨 일인데요?” 아택은 그런 걸
한편 경소경은 핸드폰 화면을 보며 표정이 복잡해졌다. 이순의 전화는 무슨 의미였을까? 마치… 마지막 인사 같았다. 그래서 결국 들킨 건가? 물론 이건 예상하지 못 한 결과가 아니었다. 만약 정말 이렇게 됐다면 예군작이 이순을 가만두지 않을 텐데… 여기까지 생각한 그는 앞치마를 푸르고 차 키를 챙겼다. “몽요씨, 나 좀 나갔다 올 게요. 밥 먼저 먹고 있어요. 다 먹고 쉬고 있으면 금방 올 게요.” 진몽요는 인상을 쓰며 물었다. “어디가요? 밥도 다 했는데, 먹고 가지 그래요? 아무리 바빠도 밥은 먹고 가야죠.” 그는 그녀에게 거짓말하는 게 익숙하지 않나 일부러 눈빛을 피했다. “그… 회사에 급한 일이 갑자기 생겼어요. 괜찮아요. 난 이제 당신이랑 아이가 있으니 집안을 책임져야죠. 예전처럼 혼자가 아니잖아요. 돈 버는 게 중요하죠.” 비록 기쁘진 않았지만 진몽요도 불평하지 않고 그에게 조심히 다녀오라고 말해주었다. 밖으로 나온 경소경은 안도했다. 매번 그녀에게 거짓말을 하는 것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며 그녀에게 죄를 짓는 것 같았다. 그는 반복해서 이순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그는 갑자기 이순이 예가네 저택에서 안 좋은 일을 당하는 걸 알아도 구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곳은 그가 막 침입할 수 있는 곳이 아니었고. 이순이 전화 받기를 바라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는 차를 타고 예가네 저택 근처에 도착했고, 어둠 속에 호화로운 저택을 보며 그는 예군작에게 전화를 걸었다. 번호는 진몽요의 핸드폰에서 몰래 얻었다. 금세 전화가 연결되어 예군작의 갈라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구세요?” 그는 인상을 찌푸리고 차갑게 물었다. “이순은요?” 그의 목소리를 듣자 예군작은 소리내어 웃었다. “경소경씨? 진짜 재밌네요. 이순이 전화 건지가 좀 된 거 같은데, 왜 이제와서 전화를 주시는 거죠? 저는 경소경씨가 여자를 이용하는 사람인 줄은 몰랐네요. 쯧.” 예군작의 말투를 들으니 이순이 들통난 걸 기정
경소경은 운전대를 주먹으로 내려쳤다. 창문 밖으로 예가네 저택의 대문을 보며 쳐들어 가고 싶었지만 그는 자신이 그렇게 못 할 걸 알았다. 아니면 내일 신문 헤드라인엔 그가 타인에 집에 무단으로 침입했다는 기사로 도배될 거고, 그럼 진몽요에게 아무것도 숨길 수 없었다. 또 한가지의 경우는 그가 들어가면 영영 나오지 못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렇게 보고만 있어야 하나? 이순은 그 때문에 위험에 처해 있고, 그는 그녀에게 부탁한 걸 후회했다. 만약 만나지 않았더라면, 만약 부탁을 하지 않았더라면 그들은 계속 서로에게 신경 끄고 살면서 지금 같은 결과를 초래하지 않았을 테다. 그가 못하는 일은 목정침에게 대신 해달라고 할 수밖에 없었다. 목정침에게 연락을 하자 그는 전화 너머 아이의 목소리와 온연의 웃음소리가 들려 순간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몰랐다. 그는 이럴 때 목정침의 생활을 방해하는 게 적절하지 않았다. “소경아, 무슨 일이야?” 목정침의 기분은 좋아보였다. 경소경은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 “예군작 관련해서 계속 진전이 없었잖아. 이순이 만나자고 하길래 만났는데, 내가 유전자 샘플 좀 가져다 달라고 부탁했거든, 근데… 예군작한테 들켰어. 그래서 지금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어. 아직 예가네 저택에 있는 거 같은데 확신할 수는 없어. 몽요씨한테 속이고 나와서 지금 예가네 저택 앞에 있어. 절대 못 들어갈 거 아는데, 마음이 너무 불안해…” 전화 너머 목정침은 진지해졌다. “지금 네 기분 알아, 네가 신경을 안 쓸 수 없겠지. 예군작 성격이라면 아마 이순한테 겁을 많이 줬을 거야. 그냥, 신고하자. 아무 핑계나 찾아서 경찰이 어떻게든 집에 들어가게 한 다음에 시간을 좀 끌자. 경찰이 들어가면 아무리 이순을 어떻게 해보려고 해도 예가네 저택 안에서는 어쩌지 못 할 거야. 내가 사람 시켜서 그쪽 감시 하라고 할 게. 만약 이순이 그 집에서 나오면 돌려 보내주자. 집으로 가 있어, 진몽요가 의심하기 전에.” 방법을 찾은 뒤, 목정침은 임집사를
이 일에 관해서 진몽요는 관대하지 않으려 해도 관대할 수밖에 없었다. 경소경에게 시간을 주기 위해서 그녀는 주말을 목가네에서 보내기로 했고, 하람네 집으로 가지도 않고, 강령의 집에도 가지 않았다. 이유는 어른들이 알면 경소경의 행동이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늘 활기가 가득 차 있던 그녀는 표정이 좋지 않았고 말도 하지 않은 채 소파에 앉아 오전 내내 멍을 때렸다. 온연은 속상했다. “몽요야, 너… 경소경씨가 이순의 뒷처리를 맡아줘서 싫은 거지? 그래도 사람이 죽었는데 그냥 하고싶은 대로 하게 해줘. 우리가 아량을 베풀자.” 진몽요는 고개를 저었다. “그런 거 아니야. 내가 기분 안 좋은 이유는 따로 있어.” 온연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그럼 뭔데?” 진몽요는 심호흡을 했다. “난 그 사람이 나한테 숨기는 게 있는 거 같아. 내가 아무리 물어도 말을 안 해, 그냥 계속 넘어가. 이순이 죽었던 그 날 밤, 밥이 다 됐는데 갑자기 회사에 급한 일이 있다면서 나갔어. 내가 먹고 가라 했는데도 무시하고. 내가 집에서 한참을 기다렸는데도 안 오길래, 먹을 거랑 목도리 갔다 줄 겸 회사에 갔는데, 없었어. 날 속인 거지. 예전에는 나한테 거짓말 같은 거 안 했는데… 집으로 다시 돌아왔을 때도 없었어. 내가 피곤해서 나도 모르게 잠에 들었다가 다음 날 일어나보니 집에 있더라고. 이상한 점은 없었는데 내가 물어보기도 전에 이순이 죽은 걸 알게 됐지. 됐어, 나중에 그냥 이순 일 좀 해결 되는대로 애기 좀 해 봐야지. 그 사람이 이럴수록 나도 스트레스 받아.” 그녀의 말투에서 불안함이 느껴졌고 온연은 진심으로 경청했다. 이순이 죽은 그 날 밤, 경소경은 예가네 저택에 갔다가 오랜 시간 돌아오지 않았다. 거리가 좀 있으니 아마 왔다갔다 하는데 오래 걸렸을 테다. 온연은 경소경을 대신해서 말했다. “너 그 사람 바람 났을까 봐 의심하는 거지? 절대 아니야. 그 날 저녁에 목정침씨랑 둘이 전화했는데, 그냥 회사 일로 바빴나 봐. 회사에
잠시 후 목정침은 화제를 돌렸다. “온가네 공사 거의 다 됐어. 언제 가 볼래?” 온연의 마음엔 드디어 기쁨이 찾아왔다. “다음주 주말에 갈래요. 얼른 가서 보고 싶어요. 온가네 옛날 모습도 분명 목가네랑 비슷할 거 같아요.” 목정침이 말했다. “근데 아쉬운 건 사람이 안 살면 생기가 별로 없잖아. 이미 사람들이 집 보러 올 수 있게 조치해놨어. 그리고 앞으로 주기적으로 집 치우고 지킬 사람도 있을 거니까 걱정하지 마.” 온연은 걱정하지 않았다. 그녀는 목정침이 일처리 잘하는 걸 알았기에 이런 일은 전적으로 그에게 맡겼다. 그녀는 그냥 일을 맡기기만 할 뿐 돈까지 목정침이 다 책임졌다. “고마워요.” 목정침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무슨 소리하는 거야? 그런 말 들으려고 한 거 아니야. 꼭 나한테까지 고마워 해야겠어?” 그녀는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이건 마음에서 나오는 감정이라 숨길 수 없어요. 일부러 그러는 게 아니라요. 경소경씨 봐요, 사소한 일도 몽요한테 숨겨서 두 사람 사이가 지금 팽팽한데, 당신도 나한테 여러가지를 숨기니 나도 좀 성질 부려볼까요?” 목정침은 눈을 깔았다. “너한테 말해야 되는 게 있으면 난 절대 안 숨겨. 말할 필요 없는 것만 말하지 않을 뿐.” 그녀는 알고 있었기에 더 묻지 않았다. 그때 항공사고의 진실을 여전히 알고 싶었지만 목정침은 더 언급하지 않았다. 백수완 별장. 집으로 돌아온 후, 진몽요는 바로 방으로 쉬러 들어갔다. 밥도 안 먹고 경소경과 대화를 나누지도 않았다. 경소경은 지금 그녀의 기분을 신경 쓸 겨를이 없어서 평소처럼 달래주지 않고 그녀의 기분을 따랐다. 두 사람이 같은 침대에 눕자 드디어 싸움이 발발했다. 진몽요는 눌러 뒀던 감정을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경소경씨, 당신 참 나를 힘들게 하네요.” 경소경의 몸은 살짝 굳었고, 손을 뻗어 그녀를 만지며 부드럽게 말했다. “왜 그렇게 생각해요?” 그녀는 바로 그를 밀쳐냈다. “나도 모르겠어요. 나는 지금의 생활에 대
이건 온연이 했던 말과는 완전 달랐기에 진몽요는 의심을 접었다. “당신 정말이에요? 맹세할 수 있어요? 날 속이는 거라면 우린 끝이에요.” 경소경은 고민했다. 맹세는 무슨! 특히 이런 맹세는 절대할 수 없었다. “진몽요씨, 난 이런 일 가지고 맹세하고 싶지 않아요. 그리고 우리는 끝날 일이 없으니까 평생 꿈도 꾸지 말아요!” 그녀는 그를 끌어당겼다. “거짓말이니까 맹세 못 하는 거죠? 맞죠? 당신은 내가 바보 같아서 속이기 쉽다고 생각하잖아요. 정말 너무해요!” 그는 그녀의 입술을 막고 그녀가 중얼거리는 걸 막았다. 이때 예가네 저택. 예군작은 서재에서 어르신과 대치중이었고, 두 사람은 안 좋은 표정으로 서로에게 절대 양보하지 않고 있었다. 어르신은 무섭게 책상을 내려쳤다. “이게 다 널 위해서잖아. 너 예군작이 되고 싶다며? 예가네 사람들은 절대 자비롭지 않아. 너가 이러는데 내가 어떻게 마음편히 예가네를 너한테 넘겨줄 수 있겠어? 너를 배신했던 사람은 절대 가만두면 안돼. 그건 골칫덩어리야. 난 널 위해서 깨끗하게 처리해줬을 뿐이야!” 예군작은 차갑게 말했다. “저 도와주실 필요 없어요. 이순은 아무것도 몰라요. 경소경이 머리카락 좀 가져오라고 해서 도와준 거지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았다고요. 그러니까 죽일 필요가 없어요! 제 일에 끼어들지 마시라고요!” 어르신은 웃었다. “하, 끼어들지 말라고? 네 일은 내가 간섭할 거야. 넌 전지로 돌아가기 싫겠지. 왜냐면 넌 감옥에 가기 싫으니까. 너가 예전에 어떤 사람이었는지 이미 조사 끝났어. 네 모든 걸 내가 다 알고 있어. 그리고 너와 진몽요의 과거도… 넌 정말 내가 생각한 것보다 인간성이 없어. 쯧.” 예군작은 침묵했다. 어르신은 성공적으로 그가 과거를 떠올리게 만들었고, 그 시간들을 돌이킬 수 없는 어두운 시간이었다. 그의 표정이 변하자 어르신은 진정했다. “군작아, 할아버지는 다 널 위해서 그런 거야. 일은 이미 일어났고, 이순은 이미 죽었어. 넌 그런 애 때문에 나랑 이렇게
예군작은 자신을 비웃었다. “그런 것까지 해명해서 뭐해? 그 사람이 나를 안 좋게 보는 게 중요한가? 난 절대 그 여자를 좋아할 수 없어. 당연히 날 좋아해주는 걸 바라지도 않고. 그럼 일이 복잡해지거든. 나랑 이혼 안 하는 걸로 난 만족해. 나 쉴 거야, 나가 봐.” 아택은 대답을 한 뒤 문을 닫고 나갔다. ...... 깊은 밤이 지나고, 함박 눈은 또 한번 도시를 뒤덮었다. 날이 밝기도 전에 미화원들은 길거리에 쌓인 눈을 치웠고, 나올 때 온연은 손에 입김을 불었다. “추워 죽겠어요, 오늘 날씨가 정말 춥네요. 유씨 아주머니한테 얘기해서 콩알이 옷 좀 두껍게 입혀야겠어요.” 목정침은 담담하게 말했다. “집에 히터되잖아, 옷 많이 입혀서 뭐하게?” 그녀는 말을 잃었다. 자신도 모르게 지능이 낮아진 건가? 임신하면 3년은 머리가 잘 안 돌아간다는 말이 진짜였나? 회사 문 앞에 도착하자 목정침은 그녀의 옷깃을 정리해주었다. “끝나고 데리러 올 게.” 그녀는 웃으며 차에서 내렸다. “알겠어요.” 이런 날씨엔 모든 사람들은 다 뜨거운 컵을 손에 쥐고 있기 바빠서, 회사에 들어오니 정수기엔 빨간 불이 들어와 있었다. 다른 사람들도 다 그녀와 같은 생각이었기에, 따듯한 물을 마시려면 동작이 빨라야했고, 아니면 물이 따뜻해질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어렵사리 따듯한 물을 받은 뒤, 그녀는 디자인 원고를 들고 작업실로 향했고, 회사에서 요구한 디자인을 만들려 했다. 손이 시려워서 살짝 굳었는지, 재봉틀을 쓰다가 그녀는 손가락이 바늘에 찔렸다. 그 순간 그녀는 너무 아파서 식은땀이 날 뻔했고, 얼굴도 창백해졌다. 그녀는 아픔을 참으며 손을 입어 넣고 지혈을 했다. 이때 어떤 사람이 그녀에게 밴드를 건넸다. “자, 여기요.” 그녀는 눈 앞에 아가씨를 보며 감사인사를 전했고, 밴드를 뜯은 뒤 한숨을 쉬었다. “너무 아프네요, 손 좀 녹이고 했어야 했는데.” 아가씨는 조심스럽게 제안했다. “손이 지금 다치신 것 같은데 아니면… 자료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