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의 모든 챕터: 챕터 1071 - 챕터 1080

1359 챕터

제1071장

그는 결과를 목정침에게 알렸고 목정침은 믿지 않는 반응이었다. 이미 전지가 예군작이라는 마음의 준비를 했어서 그런지 결과를 믿을 수 없었다.  생각을 하다가 경소경은 채혈을 했던 간호사에게 연락을 했다. “채혈할 때 이상한 거 없었어요?”  간호사는 생각을 하다가 말했다. “있었어요. 그 예군작 옆에 키 크고 훤칠했던 남자가 저랑 부딪혔었는데 제가 주머니 만져 봤을 때 샘플이 있길래, 별 생각 없었었어요. 예군작씨 혈액은 어디에 쓰시려고요? 제가 도와드렸는데 밥이라도 사셔야 하는 거 아니에요?”  경소경은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그는 지금 일을 하려는 거지 여자를 꼬시려는 게 아니었기에 밥은 절대로 사줄 수 없었다. “알겠어요. 다른 사람한테 절대 발설하지 말아요. 아니면 예가네 사람들이 귀찮게 할 거예요. 아무렇지 않은 척해요. 밥은 당분간은 시간이 없으니까 돈으로 줄게요. 알아서 가서 사 먹어요. 일이 있어서 먼저 끊을 게요.”  간호사가 대답을 하기도 전에 그는 전화를 끊고 운전대를 주먹으로 쳤다. 간호사가 말한 남자는 아택이었고, 샘플이 분명 아택으로 인해 바뀌었을 테다. 예가네 사람들은 역시 상대하기 어려웠다.  지금 예군작은 더욱 경계하고 있었고, 또 채혈을 하는 건 거의 불가능했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만약 예군작이 진짜 예군작이 아니라면 예가네 사람들이 이미 알지 않았을까? 예가네 사람들은 가짜를 받아줄 수 있나? 이런 일은 그보다 목정침이 하는 게 나았다.  저녁. 목정침의 차는 예가네 저택으로 들어왔다.  국청곡은 예가네 어르신 뒤에 서 있었고, 목정침이 차에서 내리던 순간 그녀의 시선을 빼앗아버렸다. 제도에서 제일 부자인 목가네 도련님은 역시 명불허전이었다. 분위기나 외모나 뭐하나 빠지는 게 없었다.  목정침이 다가오자 국정곡은 시선을 돌렸다. 예가네 어르신은 목정침에게 악수를 건넸다. “귀한 손님이 오셨네요, 안으로 들어오세요.”  목정침은 어깨를 피고 있었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가까이할 수 없는 아우라를 갖고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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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2장

잠시 후, 예가네 어르신은 자료를 내려놓고 아무런 흔들림 없이 목정침을 보았다. “목 대표님, 이걸 왜 보여주시는 거죠? 이 사람 저는 모르는데요. 누구인가요?”  목정침은 길다란 손가락으로 여유롭게 책상을 두드리며 눈빛은 차가웠다. 그는 가벼운 말투로 “아버지가 살아계실 때 남기고 가신 핏줄이에요.”  예가네 어르신 심장은 충격을 받아서 살짝 아파왔고, 티를 내고 싶지 않아 애써 참았다. “이 전지라는 사람이… 목가네 사람이라고요? 정말 몰랐네요, 목가네에서도 배 다른 아들이 있다니. 전지씨가 남아프리카에서 사라진 이유는 알고 계시겠죠? 그럼 지금… 살아 돌아왔다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목정침은 무표정으로 콧방귀를 뀌었다. “그쪽 손자분이랑 전지랑 같은 곳에 있었더라고요. 다사고를 당했고, 시간과 장소도 같더라고요. 원래 모든 사람들이 다 손자인 예군작씨가 장애인인줄 알았는데, 이제 모두가 장애인이 아닌 걸 알고있죠. 성형도 했었고요. 그럼 어르신은 지금의 예군작이 예전에 예군작이 아니라고 생각해본 적 없으신가요?”  예가네 어르신은 식은 땀을 흘리며 가슴을 부여잡았다. “집사… 집사!”  집사는 황급히 들어와서 어르신에게 약을 주었고, 한참이 지나고서 어르신은 평정심을 되찾았다.  목정침은 여전히 아무렇지 않았고 어르신의 얼굴을 응시하며 말했다. “제가 뭐 실수했나요? 연세가 많으셔서 큰 충격을 받으면 안되실 텐데요.”  예가네 어르신은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 “아니요… 제가 나이를 먹어서 몸이 안좋아서요. 최근에 군작이가 또 사고를 당해서 제가 마음을 많이 써서 그런지 기력이 딸리네요. 방금 말하신 건 제가 아는 게 하나도 없어요. 군작이 다리는 비록 저한테 숨겼지만 저희 예가네 일이고 전 이미 용서했어요. 제 손자는 잘못이 없어요. 동생분이 살아 있는지 확인하고 싶으신거면 저희 예가네랑은 상관없을 거 같네요.”  목정침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 “이번에 예군작씨가 왜 사고를 당하셨는지는 아세요? 왜 진몽요를 누군가 해칠 거라는 걸 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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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3장

집사의 말을 듣자 예가네 어르신은 화를 식혔다. 그래, 목가네는 더 핏줄이 없는데, 아무리 배 다른 자식이어도 목가네 사람이었다. 그는 정말 자신의 손자를 사칭한 사람이 목가네 사람일 줄은 몰랐고 이것 또한 좋은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목정침은 목가네로 돌아온 이후, 처음으로 바로 샤워를 하러 들어가지 않고 서재로 들어가 경소경에게 전화를 걸었다. “내가 예가네 갔다 와서 어르신 좀 떠봤어. 전지 자료를 보자마자 분명히 반응이 있었어. 말투나 행동에서. 예군작이 진짜 예군작이 아닌 걸 알고 있는데 일단 받아들이고 숨기는 걸 선택한 모양이야. 그니까 진짜 예군작을 죽었을지도 몰라. 이제, 예가네는 예군작의 우산이 되어줄 거고, 예군작이 전지인지 알아내는 건 더 어려워졌어.”  경소경은 목소리를 낮췄다. “다른 집 손자를 키워준다는 말이야? 진짜 대단하네. 예가네 이제 후계자 더 없지? 예군작 하나 남았다고 들었는데. 예군작이 진짜가 아니더라고 예가네 어르신은 떠받들 수밖에 없게네. 예군작이 그만두고 싶다고 할까 봐. 우리는 다른 방법을 생각해봐야 겠어. 예군작이 누군지 반드시 알아내야 해. 아니면 내 마음이 불안해.”  목정침은 미간을 주물렀다. “알겠어, 내가 방법 생각해볼게. 너뿐만이 아니라 나도 알고싶어. 그래도… 전지는 목가네 사람이니까. 일단 진몽요 몰래 전화하고 있으니까 우선 끊자.”  경소경은 난처한 듯 말했다. “넌 진짜 그 사람이 얼마나 살쪘는지 몰라. 힘이 엄청 쎄서, 내가 잠에서 깨우면 일어나서 거의 날 질식시키려고 해. 나도 어쩔도리가 없다니까. 정침아, 부탁 좀 할게. 내가 신세 좀 져야겠어.”  목정침은 어이가 없다는 말투였다. “신세는 무슨. 나한테 뭔 그런 소리를 해. 됐어, 끊어.”  예가네 저택은 멀어서 갔다오니까 이미 늦은 시간이었고, 온연은 이미 잠 들어 있었다.  샤워를 하고, 목정침은 그녀를 깨우지 않고 조심스럽게 이불을 덮어준 후 잠에 들었다.  둘째 날, 진몽요는 경소경을 끌고 혼인신고를 하러 가자고 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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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4장

차에 탄 그는 바로 주민센터로 향했다. 진몽요는 조수석에 앉아서 손은 쉴새 없이 이리저리 움직였고 시도때도 없이 머리를 정리했다. 갑자기 조수석 앞에 있던 서랍이 살짝 열려 있는 걸 발견했고, 하얀 종이가 삐져 나와 있었다. 그녀는 서랍을 열어 종이를 꺼냈고 경소경은 바로 브레이크를 밟아서 그녀는 이마를 박았다.  그 잠깐 사이에 그녀는 종이에 적힌 글자를 보았다. ‘유전자 검사지.’  그녀가 내용을 확인하기도 전에 경소경은 종이를 빼앗았다. “당신… 내 물건 함부로 만지지 말아요.”  그녀는 놀란 눈으로 그를 보았고, 그는 시선을 피했다. 그런 그녀는 더 의심하기 시작했다. “무슨 뜻이에요? 당신 물건 내 맘대로 만질 수 있는 거 아니에요? 내가 안 건들인 물건이 뭐가 있었어요? 경소경씨, 이거 무슨 유전자 검사지예요? 누구 거예요? 오늘 나한테 제대로 설명 못 하면, 아들 성 바꿀 거예요!” 그녀가 방금 이마를 박았지만 그는 종이에만 신경이 가 있는 걸 보면 뭔가 꿍꿍이가 있었다.  경소경의 손에는 식은땀이 났다. 그 검사지는 예군작과 목정침의 것이었다. 그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지금은 당장 말할 수 없었다. 하지만 제대로 설명하지 못 하면 진몽요는 절대 넘어가지 않을 것이다. 그는 검사지를 찢어서 창문 밖으로 던졌다. “그… 정침이랑 콩알이 유전자 검사한 거예요. 말하기가 좀 그랬어요. 당신이 온연한테 말해서 나중에 두 사람이 싸우게 될까 봐요. 알겠어요?”  중요한 순간엔 형제를 팔 수밖에 없었다.  진몽요는 반신반의했다. “목정침씨랑 콩알이요? 그럼, 목정침이 연이 몰래 친자 검사를 하고 당신이 대신 수령한 거예요? 어떻게 그럴 수 있어요? 연이는 아예 다른 남자가 없었는데, 의심해서 뭐해요?”  경소경은 웃으며 말했다. “그러니까요, 나도 그렇게 말했어요. 콩알이는 당연히 친 자식이죠. 그래서 나보고 검사 좀 해달라고 부탁했는데, 보여주기도 전에 당신한테 들켰네요. 온연한테 말 안 할 거죠? 둘이 사이 좋은 건 알지만 이 얘기가 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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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5장

주민센터에서 혼인신고를 한 뒤, 진몽요는 기쁜 마음으로 빨간 서류를 가방에 넣었다. “오늘 좋은 날인데, 점심으로 맛있는 거 먹을까요?”  경소경은 아픈 귀를 만지며 말했다. “알겠어요, 당신이 기쁘면 다 마음대로 해요.”  그녀는 그를 노려봤다. “내가 기쁘면? 그럼 당신은 안 기쁘다는 소리에요? 경소경씨, 자꾸 그런 표정으로 있지 말고 불만이 있으면 나한테 말로 해요. 내가 강제로 하는 거잖아요! 자꾸 표정 일그러지면 우리 딸이 안 예쁠지도 모르잖아요. 그럼 다 당신 탓이에요!”  경소경은 더 이상의 잔소리를 피하기 위해 얼른 그녀를 차에 태웠다. “알겠어요, 웃으면 되잖아요. 점심은 당신 먹고 싶은 거 먹으면 돼요. 난 당신이랑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좋으니까요. 불만 없어요. 이따가 회사에 큰 회의가 있어서, 회의 끝나고 밥 먹으러 가도 되죠?”  드디어 진몽요가 웃었다. “사실 나도 괜히 이러는 거 아니에요. 요즘 당신이 이상하잖아요. 계속 혼자서 멍 때리고. 집에서도 회사에서도 다 그러고 있었어요. 뭐 안 좋은 일 있어요? 나한테 말해요. 내가 비록 머리는 안 좋아도 기분 좋게 해줄 수는 있잖아요~”  경소경은 마음이 좋지 않았다. “아… 아니에요. 다 일 때문이죠. 괜찮아요, 너무 신경 쓰지 말아요.”  회사로 돌아온 후, 진몽요는 몰래 유전자 검사 얘기를 온연에게 말했고, 경소경과 목정침이 이런 일로 싸울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녀는 이런 일을 온연에게 숨기고 싶지 않아 심지어 목정침을 욕하기까지 했다.  문자를 받은 온연은 마시고 있던 물을 뿜었다. 그녀는 주변에 있던 동료들에게 미안한 듯 웃으며 얼른 컵을 내려놓고 휴지로 책상을 닦았다. 그녀는 목정침이 콩알이와의 친자 검사한 걸 믿지 않았고, 진몽요가 본 건 예군작과 목정침의 검사지라고 생각했다.  경소경의 대처 방법에 어이가 없던 와중에, 그녀는 죄책감이 들었다. 진몽요는 그녀에게 숨기는 게 없었지만 그녀는 그러지 못 했다.  그녀는 대충 답장했다. ‘괜찮아, 사실 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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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6장

병실 안, 예가네 어르신은 다른 사람들을 내보냈다. “어제 목정침이 날 찾아왔었어.”  병상에 있던 예군작의 몸은 살짝 굳었다. “그래서요?”  어르신은 그를 똑바로 응시했다. “너 목가네 사람이지? 근데 목정침이 널 용서하지 못 했으니까 남아프리카에서 진짜 예군작을 만난 거고. 그리고 군작이가 된 거지.”  예군작은 단언하지 않았다. “무슨 말이 하고싶으신 거예요? 제 과거에 대해서 저는 숨기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언급할 이유도 없다고 보는데요. 저랑 목가네는 지금 아무런 관계가 없어요.”  어르신은 혀를 찼다. “넌 그렇게 핏줄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 목정침이 널 그렇게 대했는데 넌 네 모든 걸 다 가져오고 싶지 않아? 나중에 목가네랑 예가네가 다 네 것이 될 수 있는데, 그 정도 야망도 없어?”  예군작은 웃었다. “저도 알아요, 예가네가 목가네랑 이전에 사이 안 좋았던 거. 하지만 이미 오래된 일이고 이미 두 가문은 각자의 영역이 생겼죠. 제가 목가네 사람이라는 걸 빌려서, 예가네 신분으로 예가네랑 목가네를 통합하고 싶으신 거죠? 복수도 할 수 있을 테니까요. 하지만 저를 너무 과대 평가하셨어요. 목정침을 과소 평가하셨고요. 그때 목가네 항공사고 났을때, 목정침은 겨우 8살이었고,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목가네를 주목하고 있었는데 아무도 할 수 있는 게 없었죠. 결국 18살짜리 아무것도 모르는 애가 후계자가 됐는데,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애라고 생각하세요? 만약 제가 그 항공사고를 자초한 사람이 목정침이락 하면 어쩌실래요?”  예가네 어르신은 벙쪘다. “보아하니 목가네도 예가네보다 더 깨끗한 건 아니구나. 목정침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이니까. 이번에 처음 만났어도 바로 알아봤어. 그래서, 넌 무섭니? 죽을까 봐 무서워? 그냥 예군작의 신분으로 거북이 껍데기 안에 숨어서 편하게 살고 싶어? 근데 목정침은 널 가만두지 않을 거야. 목정침은 자기가 그의 방식으로 네가 전지인지 아닌지 알아내겠다고 했어. 네가 전지인 거 알게 되면 어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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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7장

예군작은 아무 말이 없었다. 그는 진몽요가 이미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걸 알고 있었다. 그가 놓친 그 3년은 헛되게 보냈고, 그녀에게 그 시간을 자신의 남은 생으로 보답하려 했다. 그는 그저 예전에 자신만 바라보던 그 여자가, 자신을 사랑했던 것처럼 다른 남자를 사랑하게 됐다는 걸 믿을 수 없었다.  그저 그는 마음이 편하지 않았고… 그 끈을 놓치기 싫었다. 그는 모든 걸 포기하고 그녀만 원했는데 이젠 안되는 건가?  한 달 후.  예군작은 수술이 끝나고 예가네 저택으로 돌아왔다.  이 한 달 동안, 그는 죄수 같은 생활을 했고, 매 순간 마다 예가네 어르신이 고용한 사람들의 감시하에 살아왔다. 감시뿐만이 아니라, 목정침쪽 사람이 그의 신분을 알아낼까 봐 경호한 것도 있었다.  이 기간동안, 예가네 어르신은 제도를 떠나지 않고 제도의 사업을 직접 관리했다. 예군작은 불평하지 않았고, 지금 그는 예군작으로 살 수밖에 없었다.  국청곡은 자상하게 그를 보살폈다. 거의 그가 먹고 마시는 건 다 그녀가 직접 도와줬고, 태양처럼 늘 높은 곳에서 거만하던 소녀가 그의 앞에선 얌전하고 순종적이었다. 그는 그런 국청곡에게 단 한번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 자신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군작씨, 할 말이 있는데, 화 내지 않고 잘 생각해 보겠다고 약속해 줄 수 있어요?”  국청곡의 조심스러운 부탁에 예군작은 시선을 거두고 인상을 찌푸렸다. “말해요.”  그녀는 그의 옆에 꿇어 앉아 희망찬 눈빛으로 말했다. “저 임신했어요.”  그의 표정은 순식간에 차가워졌다. “지워요, 난 아이 싫어요.”  그녀의 얼굴은 창백해졌다. 이미 그의 반응을 알고 있었음에도 심장은 쿵하고 떨어졌다. “당신… 그냥 좀 긍정적으로 생각해 봐 줄 수 없어요? 만약 할아버지가 제가 임신한 걸 알게 된다면, 지우지 못 하게 하실 거예요. 저희 집 사람들도 그렇고요.”  그는 그녀의 턱을 잡고 차가운 눈으로 그녀를 주시했다. “그럼 다른 사람들이 모르게 해요. 내가 약속할게요. 당신이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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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8장

국청곡은 임신한 사실을 어르신에게 알리지 않고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 “할아버지, 제가 군작씨 잘 챙기고 있어요. 꼭 다리 다 나을 때까지 도울 거예요. 제가 사업은 잘 몰라서 요즘 고생 많으실 텐데 일찍 쉬세요. 여긴 제가 지키고 있을 게요.”  어르신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인 후 뒤돌아 나갔다.  국청곡은 안 좋은 감정을 누르고 그를 떠봤다. “샤워하는 거 도와줄까요?”  예군작은 그녀의 평평한 배를 보았다. “아택 불러와요ㅛ.”  그녀는 이를 꽉 깨물었다. “왜요? 이젠 보여주기 싫어요? 예전에는 감추지 않았잖아요.”  그는 말없이 휠체어를 끌고 욕실 앞으로 갔다. “아택!”  아택은 소리를 듣고 방으로 들어왔고, 국청곡의 표정을 보자 망설이며 동작을 멈췄다. “도련님, 어르신이 부르셔서 잠깐 다녀오겠습니다.”  공기는 순식간에 차가워졌고, 잠시 후 국청곡은 예군작의 팔을 잡았다. 예군작은 더 이상 거절하지 않고 일어나서 그녀에게 힘을 실었다.  샤워를 하면서 두 사람은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이미 겨울의 막바지라 뜨거운 물과 체력 소모 때문에 국청곡에 이마엔 땀방울이 맺혔다. 그녀의 하얀 스웨터도 습기가 찼고 그녀의 볼은 살짝 빨개져 있었다.  그는 참지 못 하고 물었다. “이러고 싶어요? 난 이혼할 수 있어요. 상관없으니까.”  그녀의 동작은 살짝 굳었고 그의 얼굴을 보지 않았다. “내가 이러고 싶든 말든 무슨 상관이에요? 내가 좋아서 하는 거예요. 결혼이랑 이혼이 당신한테 그렇게 가벼운 일이었다니 참 실망이네요. 하지만 난 절망하지 않았어요. 난 당신이 나를 진몽요만큼 사랑해주길 바라지 않아요. 사람이 한 평생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서 여생을 살아가는 건 애초에 쉽지 않은 일이니까요. 두 가지 다 얻는 건 욕심이지 한 가지만 얻어도 성공한 거죠. 내가 알고 싶은 건… 당신은 분명 이혼 후에 후폭풍을 걱정하면서, 왜 이혼을 하면서까지 아이를 지우고 싶어하는 거예요? 당신 아이이기도 하잖아요… 나한테 명확한 사유를 알려줘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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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9장

국청곡은 믿지 않았고 그녀는 예군작이 이순의 옷을 벗기는 걸 직접 봤었다. “사실대로 말해요. 곤란하게 안 할게요. 나한테 겁먹을 필요 없어요.”  이순은 그래도 고개를 저었다. “정말 아니에요. 그날 보신 것 같은 그런 일은 없었어요. 저를 건들이신 적도 없었고, 그 날 거기 있던 거 저한테 뭐 좀 시키려고 그러신 거예요. 제가 경소경씨를 좀 알거든요.”  국청곡은 그제서야 이해가 됐다. “알겠어요. 그 사람이 경소경이랑 진몽요 떨어트려 놓으라고 한 거죠?”  이순은 고개를 끄덕이고 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이런 집안에서는 말을 아끼는 게 상책이었다.  국청곡은 적어도 이순과 예군작이 그런 사이가 아니라는 사실에 안도했다. “요즘 그 사람이 또 시킨 일 있어요? 숨기지 말아요. 난 그저 궁금할 뿐이에요. 나는 그 사람한테 이익을 우선시해주는 사람이지 사생활에 왈가왈부하지 않아요.”  이순은 잠시 망설이다 입을 열었다. “아니요. 그 날 이후로 저를 한번도 부르지 않으셨어요. 특별하게 지시할 게 없으시면 저를 찾지도 않으시고요. 저한테 멈추라고 하시기 전까지는 저는 늘 같은 방식으로 일을 해요. 왈가왈부하지 않으시는 게 좋아요. 가만히 예가네 사모님으로 있는 것도 나쁘지 않잖아요.”  국청곡은 아무 말없이 집으로 들어갔다. 일기예보에서 곧 눈이 온다고 해서 날씨가 많이 추워졌다.  예군작에게 옷을 입혀준 뒤, 그를 눕혀 놓고 긴 한숨을 쉬었다. “쉬어요, 아택 불러줄게요. 난게스트룸에서 잘게요.” 그녀는 망설이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나중에 다리가 다 나아도 우리는… 부부인 척하는 게 좋겠어요. 갑자기 어떤 일들을 강요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저도 제 혼인을 선택할 권리가 없었으니까요. 당신도 마찬가지잖아요. 그냥 이렇게 지내요. 앞으로 각자의 사생활은 묻지 말고, 그렇다고 사람들 앞에서는 너무 안 좋게 보이진 말고요.”  방 문이 닫히고 예군작은 말이 없었다. 이렇게 사는 게 오히려 나았다.  저녁, 목가네.  온연은 방문 쪽에서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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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0장

온연은 그를 붙잡았다. “아주머니 자고 있는데, 지금 옮기겠다고요? 오늘은 그냥 이렇게 자고 내일 사람 시켜서 옮기면 되잖아요? 더 자요. 나도 바로 잘 거예요.”  목정침도 비몽사몽해서 거기까지 생각을 못 했는지 대답을 하고 다시 누웠다. 콩알이는 몸을 움직이며 모유를 먹었고, 발을 목정침 위에 올려놓자 목정침은 그를 보며 웃으며 작은 발을 만지작거렸다.  이 장면을 본 온연은 입꼬리를 올렸다. 목정침은 딸이 아니라서 아쉬워한 듯 보였지만 정작 그러지 않았다.  다음 날 아침. 유씨 아주머니는 문을 두들겼다. “도련님, 사모님, 큰일 났어요. 작은 도련님이 사라지셨어요!”  목정침은 일어나서 문을 열었다. “여기 있어요. 어제 새벽에 알아서 기어왔더라고요. 앞으로 저녁에는 저희가 챙길게요. 그동안 피곤하셨잖아요.”  유씨 아주머니는 거의 눈물을 흘리기 직전이었다. “죄송해요, 정말 죄송해요. 다 제 잘못이에요. 어제 저녁에 눈이 너무 내려서 추웠는지, 제가 너무 잠에 깊이 들었어요. 작은 도련님은 괜찮으신 거예요? 침대가 높은데 어떻게 내려오셨데요?”  목정침은 어깨를 들썩였다. “그건 모르겠어요. 너무 걱정마세요, 괜찮아요. 아주머니 나이도 있으신데 애 보는 거 이제 힘드시잖아요.”  유씨 아주머니는 조심스러웠다. “아니면 제 월급 좀 까주시겠어요? 제가 이런 실수까지 하다니. 작은 도련님이 무사하셔서 다행이지 아니면 저도 죽음이었을 거예요.”  목정침은 자신이 너무 진지해서 유씨 아주머니를 놀래켰나 싶어 웃었다. “정말 괜찮아요. 사소한 일로 자책하지 마세요. 아이가 크면 기어다니기도 하고 알아서 돌아다닐 수도 있는 거죠. 예상밖에 상황은 피할 수 없어요. 낮에 사람 시켜서 침대 저희 방으로 옮겨주세요. 앞으로 낮에는 아주머니가 봐주시고 저녁에는 저희가 보면 될 거 같아요.”  유씨 아주머니는 그래도 눈물을 흘렸다. 목정침이 아빠가 되고 나서 많이 바뀐 모습에 감동을 받았다.  온연은 아이를 데리고 일어나서 아래층으로 내려가 보니 정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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