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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1장

작가: 레몬맛 고양이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2-12-09 16:30:04
그는 결과를 목정침에게 알렸고 목정침은 믿지 않는 반응이었다. 이미 전지가 예군작이라는 마음의 준비를 했어서 그런지 결과를 믿을 수 없었다.

  생각을 하다가 경소경은 채혈을 했던 간호사에게 연락을 했다. “채혈할 때 이상한 거 없었어요?”

  간호사는 생각을 하다가 말했다. “있었어요. 그 예군작 옆에 키 크고 훤칠했던 남자가 저랑 부딪혔었는데 제가 주머니 만져 봤을 때 샘플이 있길래, 별 생각 없었었어요. 예군작씨 혈액은 어디에 쓰시려고요? 제가 도와드렸는데 밥이라도 사셔야 하는 거 아니에요?”

  경소경은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그는 지금 일을 하려는 거지 여자를 꼬시려는 게 아니었기에 밥은 절대로 사줄 수 없었다. “알겠어요. 다른 사람한테 절대 발설하지 말아요. 아니면 예가네 사람들이 귀찮게 할 거예요. 아무렇지 않은 척해요. 밥은 당분간은 시간이 없으니까 돈으로 줄게요. 알아서 가서 사 먹어요. 일이 있어서 먼저 끊을 게요.”

  간호사가 대답을 하기도 전에 그는 전화를 끊고 운전대를 주먹으로 쳤다. 간호사가 말한 남자는 아택이었고, 샘플이 분명 아택으로 인해 바뀌었을 테다. 예가네 사람들은 역시 상대하기 어려웠다.

  지금 예군작은 더욱 경계하고 있었고, 또 채혈을 하는 건 거의 불가능했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만약 예군작이 진짜 예군작이 아니라면 예가네 사람들이 이미 알지 않았을까? 예가네 사람들은 가짜를 받아줄 수 있나? 이런 일은 그보다 목정침이 하는 게 나았다.

  저녁. 목정침의 차는 예가네 저택으로 들어왔다.

  국청곡은 예가네 어르신 뒤에 서 있었고, 목정침이 차에서 내리던 순간 그녀의 시선을 빼앗아버렸다. 제도에서 제일 부자인 목가네 도련님은 역시 명불허전이었다. 분위기나 외모나 뭐하나 빠지는 게 없었다.

  목정침이 다가오자 국정곡은 시선을 돌렸다. 예가네 어르신은 목정침에게 악수를 건넸다. “귀한 손님이 오셨네요, 안으로 들어오세요.”

  목정침은 어깨를 피고 있었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가까이할 수 없는 아우라를 갖고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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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시 후, 예가네 어르신은 자료를 내려놓고 아무런 흔들림 없이 목정침을 보았다. “목 대표님, 이걸 왜 보여주시는 거죠? 이 사람 저는 모르는데요. 누구인가요?”  목정침은 길다란 손가락으로 여유롭게 책상을 두드리며 눈빛은 차가웠다. 그는 가벼운 말투로 “아버지가 살아계실 때 남기고 가신 핏줄이에요.”  예가네 어르신 심장은 충격을 받아서 살짝 아파왔고, 티를 내고 싶지 않아 애써 참았다. “이 전지라는 사람이… 목가네 사람이라고요? 정말 몰랐네요, 목가네에서도 배 다른 아들이 있다니. 전지씨가 남아프리카에서 사라진 이유는 알고 계시겠죠? 그럼 지금… 살아 돌아왔다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목정침은 무표정으로 콧방귀를 뀌었다. “그쪽 손자분이랑 전지랑 같은 곳에 있었더라고요. 다사고를 당했고, 시간과 장소도 같더라고요. 원래 모든 사람들이 다 손자인 예군작씨가 장애인인줄 알았는데, 이제 모두가 장애인이 아닌 걸 알고있죠. 성형도 했었고요. 그럼 어르신은 지금의 예군작이 예전에 예군작이 아니라고 생각해본 적 없으신가요?”  예가네 어르신은 식은 땀을 흘리며 가슴을 부여잡았다. “집사… 집사!”  집사는 황급히 들어와서 어르신에게 약을 주었고, 한참이 지나고서 어르신은 평정심을 되찾았다.  목정침은 여전히 아무렇지 않았고 어르신의 얼굴을 응시하며 말했다. “제가 뭐 실수했나요? 연세가 많으셔서 큰 충격을 받으면 안되실 텐데요.”  예가네 어르신은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 “아니요… 제가 나이를 먹어서 몸이 안좋아서요. 최근에 군작이가 또 사고를 당해서 제가 마음을 많이 써서 그런지 기력이 딸리네요. 방금 말하신 건 제가 아는 게 하나도 없어요. 군작이 다리는 비록 저한테 숨겼지만 저희 예가네 일이고 전 이미 용서했어요. 제 손자는 잘못이 없어요. 동생분이 살아 있는지 확인하고 싶으신거면 저희 예가네랑은 상관없을 거 같네요.”  목정침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 “이번에 예군작씨가 왜 사고를 당하셨는지는 아세요? 왜 진몽요를 누군가 해칠 거라는 걸 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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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제1073장

    집사의 말을 듣자 예가네 어르신은 화를 식혔다. 그래, 목가네는 더 핏줄이 없는데, 아무리 배 다른 자식이어도 목가네 사람이었다. 그는 정말 자신의 손자를 사칭한 사람이 목가네 사람일 줄은 몰랐고 이것 또한 좋은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목정침은 목가네로 돌아온 이후, 처음으로 바로 샤워를 하러 들어가지 않고 서재로 들어가 경소경에게 전화를 걸었다. “내가 예가네 갔다 와서 어르신 좀 떠봤어. 전지 자료를 보자마자 분명히 반응이 있었어. 말투나 행동에서. 예군작이 진짜 예군작이 아닌 걸 알고 있는데 일단 받아들이고 숨기는 걸 선택한 모양이야. 그니까 진짜 예군작을 죽었을지도 몰라. 이제, 예가네는 예군작의 우산이 되어줄 거고, 예군작이 전지인지 알아내는 건 더 어려워졌어.”  경소경은 목소리를 낮췄다. “다른 집 손자를 키워준다는 말이야? 진짜 대단하네. 예가네 이제 후계자 더 없지? 예군작 하나 남았다고 들었는데. 예군작이 진짜가 아니더라고 예가네 어르신은 떠받들 수밖에 없게네. 예군작이 그만두고 싶다고 할까 봐. 우리는 다른 방법을 생각해봐야 겠어. 예군작이 누군지 반드시 알아내야 해. 아니면 내 마음이 불안해.”  목정침은 미간을 주물렀다. “알겠어, 내가 방법 생각해볼게. 너뿐만이 아니라 나도 알고싶어. 그래도… 전지는 목가네 사람이니까. 일단 진몽요 몰래 전화하고 있으니까 우선 끊자.”  경소경은 난처한 듯 말했다. “넌 진짜 그 사람이 얼마나 살쪘는지 몰라. 힘이 엄청 쎄서, 내가 잠에서 깨우면 일어나서 거의 날 질식시키려고 해. 나도 어쩔도리가 없다니까. 정침아, 부탁 좀 할게. 내가 신세 좀 져야겠어.”  목정침은 어이가 없다는 말투였다. “신세는 무슨. 나한테 뭔 그런 소리를 해. 됐어, 끊어.”  예가네 저택은 멀어서 갔다오니까 이미 늦은 시간이었고, 온연은 이미 잠 들어 있었다.  샤워를 하고, 목정침은 그녀를 깨우지 않고 조심스럽게 이불을 덮어준 후 잠에 들었다.  둘째 날, 진몽요는 경소경을 끌고 혼인신고를 하러 가자고 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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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제1074장

    차에 탄 그는 바로 주민센터로 향했다. 진몽요는 조수석에 앉아서 손은 쉴새 없이 이리저리 움직였고 시도때도 없이 머리를 정리했다. 갑자기 조수석 앞에 있던 서랍이 살짝 열려 있는 걸 발견했고, 하얀 종이가 삐져 나와 있었다. 그녀는 서랍을 열어 종이를 꺼냈고 경소경은 바로 브레이크를 밟아서 그녀는 이마를 박았다.  그 잠깐 사이에 그녀는 종이에 적힌 글자를 보았다. ‘유전자 검사지.’  그녀가 내용을 확인하기도 전에 경소경은 종이를 빼앗았다. “당신… 내 물건 함부로 만지지 말아요.”  그녀는 놀란 눈으로 그를 보았고, 그는 시선을 피했다. 그런 그녀는 더 의심하기 시작했다. “무슨 뜻이에요? 당신 물건 내 맘대로 만질 수 있는 거 아니에요? 내가 안 건들인 물건이 뭐가 있었어요? 경소경씨, 이거 무슨 유전자 검사지예요? 누구 거예요? 오늘 나한테 제대로 설명 못 하면, 아들 성 바꿀 거예요!” 그녀가 방금 이마를 박았지만 그는 종이에만 신경이 가 있는 걸 보면 뭔가 꿍꿍이가 있었다.  경소경의 손에는 식은땀이 났다. 그 검사지는 예군작과 목정침의 것이었다. 그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지금은 당장 말할 수 없었다. 하지만 제대로 설명하지 못 하면 진몽요는 절대 넘어가지 않을 것이다. 그는 검사지를 찢어서 창문 밖으로 던졌다. “그… 정침이랑 콩알이 유전자 검사한 거예요. 말하기가 좀 그랬어요. 당신이 온연한테 말해서 나중에 두 사람이 싸우게 될까 봐요. 알겠어요?”  중요한 순간엔 형제를 팔 수밖에 없었다.  진몽요는 반신반의했다. “목정침씨랑 콩알이요? 그럼, 목정침이 연이 몰래 친자 검사를 하고 당신이 대신 수령한 거예요? 어떻게 그럴 수 있어요? 연이는 아예 다른 남자가 없었는데, 의심해서 뭐해요?”  경소경은 웃으며 말했다. “그러니까요, 나도 그렇게 말했어요. 콩알이는 당연히 친 자식이죠. 그래서 나보고 검사 좀 해달라고 부탁했는데, 보여주기도 전에 당신한테 들켰네요. 온연한테 말 안 할 거죠? 둘이 사이 좋은 건 알지만 이 얘기가 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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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제1075장

    주민센터에서 혼인신고를 한 뒤, 진몽요는 기쁜 마음으로 빨간 서류를 가방에 넣었다. “오늘 좋은 날인데, 점심으로 맛있는 거 먹을까요?”  경소경은 아픈 귀를 만지며 말했다. “알겠어요, 당신이 기쁘면 다 마음대로 해요.”  그녀는 그를 노려봤다. “내가 기쁘면? 그럼 당신은 안 기쁘다는 소리에요? 경소경씨, 자꾸 그런 표정으로 있지 말고 불만이 있으면 나한테 말로 해요. 내가 강제로 하는 거잖아요! 자꾸 표정 일그러지면 우리 딸이 안 예쁠지도 모르잖아요. 그럼 다 당신 탓이에요!”  경소경은 더 이상의 잔소리를 피하기 위해 얼른 그녀를 차에 태웠다. “알겠어요, 웃으면 되잖아요. 점심은 당신 먹고 싶은 거 먹으면 돼요. 난 당신이랑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좋으니까요. 불만 없어요. 이따가 회사에 큰 회의가 있어서, 회의 끝나고 밥 먹으러 가도 되죠?”  드디어 진몽요가 웃었다. “사실 나도 괜히 이러는 거 아니에요. 요즘 당신이 이상하잖아요. 계속 혼자서 멍 때리고. 집에서도 회사에서도 다 그러고 있었어요. 뭐 안 좋은 일 있어요? 나한테 말해요. 내가 비록 머리는 안 좋아도 기분 좋게 해줄 수는 있잖아요~”  경소경은 마음이 좋지 않았다. “아… 아니에요. 다 일 때문이죠. 괜찮아요, 너무 신경 쓰지 말아요.”  회사로 돌아온 후, 진몽요는 몰래 유전자 검사 얘기를 온연에게 말했고, 경소경과 목정침이 이런 일로 싸울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녀는 이런 일을 온연에게 숨기고 싶지 않아 심지어 목정침을 욕하기까지 했다.  문자를 받은 온연은 마시고 있던 물을 뿜었다. 그녀는 주변에 있던 동료들에게 미안한 듯 웃으며 얼른 컵을 내려놓고 휴지로 책상을 닦았다. 그녀는 목정침이 콩알이와의 친자 검사한 걸 믿지 않았고, 진몽요가 본 건 예군작과 목정침의 검사지라고 생각했다.  경소경의 대처 방법에 어이가 없던 와중에, 그녀는 죄책감이 들었다. 진몽요는 그녀에게 숨기는 게 없었지만 그녀는 그러지 못 했다.  그녀는 대충 답장했다. ‘괜찮아, 사실 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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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제1076장

    병실 안, 예가네 어르신은 다른 사람들을 내보냈다. “어제 목정침이 날 찾아왔었어.”  병상에 있던 예군작의 몸은 살짝 굳었다. “그래서요?”  어르신은 그를 똑바로 응시했다. “너 목가네 사람이지? 근데 목정침이 널 용서하지 못 했으니까 남아프리카에서 진짜 예군작을 만난 거고. 그리고 군작이가 된 거지.”  예군작은 단언하지 않았다. “무슨 말이 하고싶으신 거예요? 제 과거에 대해서 저는 숨기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언급할 이유도 없다고 보는데요. 저랑 목가네는 지금 아무런 관계가 없어요.”  어르신은 혀를 찼다. “넌 그렇게 핏줄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 목정침이 널 그렇게 대했는데 넌 네 모든 걸 다 가져오고 싶지 않아? 나중에 목가네랑 예가네가 다 네 것이 될 수 있는데, 그 정도 야망도 없어?”  예군작은 웃었다. “저도 알아요, 예가네가 목가네랑 이전에 사이 안 좋았던 거. 하지만 이미 오래된 일이고 이미 두 가문은 각자의 영역이 생겼죠. 제가 목가네 사람이라는 걸 빌려서, 예가네 신분으로 예가네랑 목가네를 통합하고 싶으신 거죠? 복수도 할 수 있을 테니까요. 하지만 저를 너무 과대 평가하셨어요. 목정침을 과소 평가하셨고요. 그때 목가네 항공사고 났을때, 목정침은 겨우 8살이었고,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목가네를 주목하고 있었는데 아무도 할 수 있는 게 없었죠. 결국 18살짜리 아무것도 모르는 애가 후계자가 됐는데,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애라고 생각하세요? 만약 제가 그 항공사고를 자초한 사람이 목정침이락 하면 어쩌실래요?”  예가네 어르신은 벙쪘다. “보아하니 목가네도 예가네보다 더 깨끗한 건 아니구나. 목정침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이니까. 이번에 처음 만났어도 바로 알아봤어. 그래서, 넌 무섭니? 죽을까 봐 무서워? 그냥 예군작의 신분으로 거북이 껍데기 안에 숨어서 편하게 살고 싶어? 근데 목정침은 널 가만두지 않을 거야. 목정침은 자기가 그의 방식으로 네가 전지인지 아닌지 알아내겠다고 했어. 네가 전지인 거 알게 되면 어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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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제1077장

    예군작은 아무 말이 없었다. 그는 진몽요가 이미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걸 알고 있었다. 그가 놓친 그 3년은 헛되게 보냈고, 그녀에게 그 시간을 자신의 남은 생으로 보답하려 했다. 그는 그저 예전에 자신만 바라보던 그 여자가, 자신을 사랑했던 것처럼 다른 남자를 사랑하게 됐다는 걸 믿을 수 없었다.  그저 그는 마음이 편하지 않았고… 그 끈을 놓치기 싫었다. 그는 모든 걸 포기하고 그녀만 원했는데 이젠 안되는 건가?  한 달 후.  예군작은 수술이 끝나고 예가네 저택으로 돌아왔다.  이 한 달 동안, 그는 죄수 같은 생활을 했고, 매 순간 마다 예가네 어르신이 고용한 사람들의 감시하에 살아왔다. 감시뿐만이 아니라, 목정침쪽 사람이 그의 신분을 알아낼까 봐 경호한 것도 있었다.  이 기간동안, 예가네 어르신은 제도를 떠나지 않고 제도의 사업을 직접 관리했다. 예군작은 불평하지 않았고, 지금 그는 예군작으로 살 수밖에 없었다.  국청곡은 자상하게 그를 보살폈다. 거의 그가 먹고 마시는 건 다 그녀가 직접 도와줬고, 태양처럼 늘 높은 곳에서 거만하던 소녀가 그의 앞에선 얌전하고 순종적이었다. 그는 그런 국청곡에게 단 한번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 자신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군작씨, 할 말이 있는데, 화 내지 않고 잘 생각해 보겠다고 약속해 줄 수 있어요?”  국청곡의 조심스러운 부탁에 예군작은 시선을 거두고 인상을 찌푸렸다. “말해요.”  그녀는 그의 옆에 꿇어 앉아 희망찬 눈빛으로 말했다. “저 임신했어요.”  그의 표정은 순식간에 차가워졌다. “지워요, 난 아이 싫어요.”  그녀의 얼굴은 창백해졌다. 이미 그의 반응을 알고 있었음에도 심장은 쿵하고 떨어졌다. “당신… 그냥 좀 긍정적으로 생각해 봐 줄 수 없어요? 만약 할아버지가 제가 임신한 걸 알게 된다면, 지우지 못 하게 하실 거예요. 저희 집 사람들도 그렇고요.”  그는 그녀의 턱을 잡고 차가운 눈으로 그녀를 주시했다. “그럼 다른 사람들이 모르게 해요. 내가 약속할게요. 당신이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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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청곡은 임신한 사실을 어르신에게 알리지 않고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 “할아버지, 제가 군작씨 잘 챙기고 있어요. 꼭 다리 다 나을 때까지 도울 거예요. 제가 사업은 잘 몰라서 요즘 고생 많으실 텐데 일찍 쉬세요. 여긴 제가 지키고 있을 게요.”  어르신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인 후 뒤돌아 나갔다.  국청곡은 안 좋은 감정을 누르고 그를 떠봤다. “샤워하는 거 도와줄까요?”  예군작은 그녀의 평평한 배를 보았다. “아택 불러와요ㅛ.”  그녀는 이를 꽉 깨물었다. “왜요? 이젠 보여주기 싫어요? 예전에는 감추지 않았잖아요.”  그는 말없이 휠체어를 끌고 욕실 앞으로 갔다. “아택!”  아택은 소리를 듣고 방으로 들어왔고, 국청곡의 표정을 보자 망설이며 동작을 멈췄다. “도련님, 어르신이 부르셔서 잠깐 다녀오겠습니다.”  공기는 순식간에 차가워졌고, 잠시 후 국청곡은 예군작의 팔을 잡았다. 예군작은 더 이상 거절하지 않고 일어나서 그녀에게 힘을 실었다.  샤워를 하면서 두 사람은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이미 겨울의 막바지라 뜨거운 물과 체력 소모 때문에 국청곡에 이마엔 땀방울이 맺혔다. 그녀의 하얀 스웨터도 습기가 찼고 그녀의 볼은 살짝 빨개져 있었다.  그는 참지 못 하고 물었다. “이러고 싶어요? 난 이혼할 수 있어요. 상관없으니까.”  그녀의 동작은 살짝 굳었고 그의 얼굴을 보지 않았다. “내가 이러고 싶든 말든 무슨 상관이에요? 내가 좋아서 하는 거예요. 결혼이랑 이혼이 당신한테 그렇게 가벼운 일이었다니 참 실망이네요. 하지만 난 절망하지 않았어요. 난 당신이 나를 진몽요만큼 사랑해주길 바라지 않아요. 사람이 한 평생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서 여생을 살아가는 건 애초에 쉽지 않은 일이니까요. 두 가지 다 얻는 건 욕심이지 한 가지만 얻어도 성공한 거죠. 내가 알고 싶은 건… 당신은 분명 이혼 후에 후폭풍을 걱정하면서, 왜 이혼을 하면서까지 아이를 지우고 싶어하는 거예요? 당신 아이이기도 하잖아요… 나한테 명확한 사유를 알려줘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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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청곡은 믿지 않았고 그녀는 예군작이 이순의 옷을 벗기는 걸 직접 봤었다. “사실대로 말해요. 곤란하게 안 할게요. 나한테 겁먹을 필요 없어요.”  이순은 그래도 고개를 저었다. “정말 아니에요. 그날 보신 것 같은 그런 일은 없었어요. 저를 건들이신 적도 없었고, 그 날 거기 있던 거 저한테 뭐 좀 시키려고 그러신 거예요. 제가 경소경씨를 좀 알거든요.”  국청곡은 그제서야 이해가 됐다. “알겠어요. 그 사람이 경소경이랑 진몽요 떨어트려 놓으라고 한 거죠?”  이순은 고개를 끄덕이고 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이런 집안에서는 말을 아끼는 게 상책이었다.  국청곡은 적어도 이순과 예군작이 그런 사이가 아니라는 사실에 안도했다. “요즘 그 사람이 또 시킨 일 있어요? 숨기지 말아요. 난 그저 궁금할 뿐이에요. 나는 그 사람한테 이익을 우선시해주는 사람이지 사생활에 왈가왈부하지 않아요.”  이순은 잠시 망설이다 입을 열었다. “아니요. 그 날 이후로 저를 한번도 부르지 않으셨어요. 특별하게 지시할 게 없으시면 저를 찾지도 않으시고요. 저한테 멈추라고 하시기 전까지는 저는 늘 같은 방식으로 일을 해요. 왈가왈부하지 않으시는 게 좋아요. 가만히 예가네 사모님으로 있는 것도 나쁘지 않잖아요.”  국청곡은 아무 말없이 집으로 들어갔다. 일기예보에서 곧 눈이 온다고 해서 날씨가 많이 추워졌다.  예군작에게 옷을 입혀준 뒤, 그를 눕혀 놓고 긴 한숨을 쉬었다. “쉬어요, 아택 불러줄게요. 난게스트룸에서 잘게요.” 그녀는 망설이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나중에 다리가 다 나아도 우리는… 부부인 척하는 게 좋겠어요. 갑자기 어떤 일들을 강요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저도 제 혼인을 선택할 권리가 없었으니까요. 당신도 마찬가지잖아요. 그냥 이렇게 지내요. 앞으로 각자의 사생활은 묻지 말고, 그렇다고 사람들 앞에서는 너무 안 좋게 보이진 말고요.”  방 문이 닫히고 예군작은 말이 없었다. 이렇게 사는 게 오히려 나았다.  저녁, 목가네.  온연은 방문 쪽에서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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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군작은 갑자기 흥미가 떨어져 일어나 옷깃을 정리한 뒤, 바로 클럽에서 나왔다.  온 몸에 술냄새를 풍기며 예가네 저택으로 돌아온 뒤, 저택은 너무 불안할 정도로 조용했다. 그는 취했고, 술기운이 너무 올라와서 비틀거리며 위층으로 올라가며 국청곡의 이름을 불렀다.  국청곡은 자고 있다가 놀라서 깼고, 아이가 혹시라도 시끄러워서 깰까 봐 잠옷 원피스를 입고 일어나서 나와봤다. 그가 계단 입구에 앉아 인사불성이 된 걸 보고 그녀는 마음속 분노가 삭으라 들었다. “왜 이렇게 많이 마셨어요? 저녁에 그렇게 시끄럽게 하면 아이가 깰까 봐 걱정도 안돼요? 가요, 방에 가서 쉬게 내가 부축 해줄게요. 술 많이 마셨는데 속은 괜찮아요?”  그녀가 팔을 뻗어 그의 팔을 잡았을 때, 그는 갑자기 일어나서 그녀를 품에 안았고, 예전에는 느껴보지 못했던 힘으로 안았다. 그녀는 살짝 발꿈치를 들었고, 그를 밀어내야 할지 계속 안고 있어야 할지 몰랐다. 그가 분명 사람을 착각한 게 아닐까? 아니면 어떻게 이렇게 평소와 다를 수 있지?  그녀가 여러가지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그가 갑자기 중얼거렸다. “당신은 나중에 다른 사람을 사랑해서 갑작스럽게 나를 떠날 거예요?”  그녀는 살짝 힘으로 그를 밀어냈다. “아니요. 당신 취했어요, 그만해요. 너무 늦었어요.”  그는 그녀의 말을 듣지 않고, 그녀의 턱을 잡은 뒤 강제로 그를 보게 만들었다. “지금 나한테 왜 이렇게 성의가 없어요? 내가 당신이 싫어하는 일을 많이 했었잖아요, 그럼 날 떠날 생각 해본 적 있어요?”  그녀는 술 취한 남자를 상대하기 피곤해서 솔직하게 답했다. “있어요, 됐죠? 난 당신이 완전 체념할 때까지 기다리다가 아이를 데리고 당신을 떠날 거예요.”  그는 침묵했다. 갑작스러운 고요함은 사람을 두렵게 만들었다.  그의 차가운 눈빛을 보고 국청곡은 단호하게 대답한 걸 후회했다. “당신 술 먹고 주정부리면 나 계속 무시할 거예요.”  그는 무섭게 그녀의 입술을 덮쳤다.  그는 강제로 그녀를 안아서 안방으

  • 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제1359장

    목정침은 여유롭게 그를 보았다. “어디서 날 봤는데? 목가네는 절대 아닐 테고. 네 당시 그 신분으로는 목가네에 들어올 자격이 없었잖아.”  예군작은 그가 총구를 겨누는 것 같은 그의 말을 신경 쓰지 않고, 여자들을 다 쫒아 낸 뒤 두 사람만 남았을 때 말했다. “맞아, 목가네는 아니야. 우리 엄마랑 내가 살던 아파트 밑이였지.”  아파트 밑?  목정침은 자세히 회상을 했다. 전에 한번 그가 아버지를 따라서 회사에서 회의를 한 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한 아파트에 들른 적이 있었다. 아버지는 그에게 오랜 친구를 금방 만나고 올 테니 차에서 기다리라고 했었다.  그는 의구심을 갖지 않고 다른 쪽으로 생각하지 않았었다. 대충 10 여분 정도 기다렸던 것 같은데 아마 그때였던 거 같다. 생각해보니 웃겼다. 아버지는 애인을 만나러 가는 거였는데, 그는 아무것도 모르고 밑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만약 그가 미리 알았더라면 어쩌면 그 후에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이런 일들 때문에, 그는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미움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왜 그가 그런 일을 알게 만든 걸까? 왜 그가 그런 곳에 가게 한 걸까? 아버지는 그를 완전히 바보취급 했었다…  그의 반응을 보며 예군작이 이어서 말했다. “아마 생각났겠지. 그때 나도 밑에서 놀고 있었어. 아버지가 위로 올라가는 걸 보면서, 나도 예전처럼 신나게 따라올라 가려다가 형을 봤어. 그 순간 내 두 다리는 굳어버리고 말았지. 형한테 호기심도 생기고 질투도 나면서, 처음으로 내가 사생아라는 걸 확실히 알게 됐어. 형은 외제차 안에 타고 있고, 제일 좋은 대우를 받고 있었지만, 나는 엄마랑 빛도 안 들어오는 곳에 살면서, 당당하게 아빠랑 나가 보지도 못 했어. 단 한 번도… 나랑 우리 엄마가 아파도, 아버지는 사람을 보내셔서 우리를 병원에 보내주셨지.  난 언제부터 아빠를 싫어했을까…? 거의 기억도 안 나. 근데 갑자기 싫어한 게 된 건 아니고, 시간이 점점 지나면서 감정이 쌓였어. 난 우리 엄마도 싫

  • 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제1358장

    국청곡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가 언제부터 자신이 같이 자주길 원했었나? 예전에는 그녀가 방에서 자는 않는 것은 물론, 집에서 자지 않더라도 그는 절대로 묻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일부러 그를 피하고 있었다. 그녀는 요즘 자꾸 그가 이상한 생각을 하는 것 같았는데, 그녀는 출산을 하고 상처부위가 아직 회복이 되지 않은 것 같아 마음에 걸렸다. 그는 절대 남은 이해해 주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회사로 가는 길, 예군작의 얼굴은 매우 어두웠지만, 아택의 얼굴엔 봄바람이 부는 것처럼 기분이 매우 좋아 보였다.  예군작은 아택이 꼴보기 싫었다. “연애라도 시작했어? 아침부터 왜 그렇게 기분이 좋아.”  아택은 정직하게 말했다. “아니요, 그냥 단순히 기분이 좋아서요. 도련님은 왜 아침부터 화가 나셨어요?”  예군작은 국청곡을 떠올리자 화가 났다. “물어보지 마, 말하기 싫어. 오늘은 일찍 퇴근하고 클럽 가서 스트레스 좀 풀자.”  아택은 황급히 말했다. “저는 못 갈 것 같습니다, 도련님 혼자 다녀오세요. 안야씨가 저녁은 집에 와서 먹으라고 해서요.”  예군작은 그의 말에서 눈치를 챘다. “오, 그렇게까지 마음을 쓰는 거야? 이제 놀러도 안 가게? 남자가 그렇게 성실해서 어따 쓰게?”  아택은 사실대로 말했다. “단지 노는 게 지겨워서지, 다른 뜻은 없습니다. 그런 곳에서는 자기자신을 잃기 마련이니 안 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예군작은 아택을 강요하지 않았고 한 사람이 떠올랐다. 그 사람은 목정침이었다. 목정침과 그런 곳에 가면 재밌지 않을까?  ......  저녁. 목정침은 접대가 있다고 말한 뒤 집에 돌아와서 밥을 먹지 않았다. 온연도 그를 매우 믿었기에 더 묻지 않았다. 만약 그가 예군작에게 끌려가서 논 걸 알게 되면 화가 나서 미쳐 버릴 테다.  목정침은 장소에 도착한 후에서야 예군작이 음란하게 놀려는 걸 알았다. 룸 안에는 야릇한 조명이 켜져 있었고, 여자들은 다리를 훤히 내놓고 여러가지 자세를 취하고 있었으며, 예군

  • 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제1357장

    아택은 어떤 반응을 해야 할지 몰랐다. 예전에 예가네에서 어르신 밑에서 목숨을 받쳐 일하느라 너무 힘들어서 연애를 할 시간도 없었다. 나중엔 예군작 밑에서 일을 하면서, 클럽도 다니고 여자를 만나봤지만, 진짜 연애를 하려니 그는 하지 못 했다. 그는 꼭 찌질한 사내자식처럼 어쩔 줄을 몰라했다.  그가 대꾸를 안 하자 안야는 살짝 실망했다. “대체 이유가 뭐예요? 난 진짜 모르겠어서 그래요, 우리 정상적인 부부처럼 살기로 한 거 아니었어요? 근데… 우리가 지금 부부처럼 살고 있는 게 맞아요?”  아택은 그녀와 처음 자게 되었을 때가 떠올랐고, 그때는 예군작 때문에 임무를 완성해야 한다는 느낌으로 했었다.  그의 목젖이 살짝 움직였다. “가면 되잖아요…”  안야는 그가 매우 원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고, 꼭 그녀가 강요하는 느낌이었다. 그녀는 수치스러워서 입술을 깨물었다. “당신이 싫으면 나도 강요하지 않아요. 어차피 당신도 예군작 같은 사람 밑에서 일하니까 밖에서 많이 해봤을 거 아니에요. 원래 돈 많은 남자들은 다 그렇잖아요, 나 이해해요.”  아택은 머리가 아파왔다. “아니에요, 정말 아니에요. 도련님은 다리를 그렇게 오랫동안 다치셨는데 밖에 나가서 놀 시간이 어딨었겠어요? 이미 성실해지신지 오래 되셨고, 나도 매일 그 분만 따라다니니 혼자서는 더욱 그럴 일이 없어요. 나도… 싫은 거 아니에요. 그냥 시간 좀 필요해서 그래요.”  그가 젓가락을 내려놓자 안야는 빠르게 주방을 정리했다. “당신한데 준비할 시간을 주면 언제까지 시간이 필요할지 모르잖아요. 일단 들어와요.” 그녀는 말을 끝내고 먼저 안방으로 들어갔다.  아택은 어쩔 수 없이 따라 들어갔다.  안야는 갑자기 그를 안았고, 먼저 그에게 키스를 했다.  그녀의 부드러운 입술이 느껴지자, 아택은 숨이 멎었지만 이내 그녀의 허리에 팔을 감쌌다. ……  예군작은 하루종일 일을 하고 집에 돌아왔고, 국청곡이 안방이 아닌 아이방에서 자고 있는 걸 발견했다. 아이 방은 잠겨 있어서

  • 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제1356장

    아택은 침을 삼켰다. “아… 그냥 궁금해서 여쭤봤습니다.”  예군작은 일어나서 시계를 보고 외투를 챙겼다. “나 혼자 운전해서 퇴근할게, 너도 들어가.”  예군작은 대답을 한 뒤, 그를 위해 사무실 문을 열어주었고, 두 사람은 회사 문 앞까지 걸어간 뒤 각자의 길을 갔다.  예군작 밑에서 이렇게 오래 일을 하면서, 아택은 여전히 그의 심리를 알 수 없었다. 그는 어르신보다 더 파악하기 힘들었고, 사람의 마음은 깊기 때문에 한 사람을 파악하지 못 한다는 건 절대적으로 두려운 일이었다.  아택이 집에 돌아왔을 때 안야는 아직 자고 있지 않았고, 그들 대신해서 신발장에서 슬리퍼를 꺼낸 뒤, 또 능숙하게 주방에 들어가 그에게 줄 요리를 했다.  그녀가 바삐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서 아택은 왠지 모르게 마음이 놓였다. 아무리 집에 늦게 들어가도 누군가 불을 켜 놓고, 누군가 그를 기다리고, 따뜻한 밥이 준비되어 있는 건 인생에서 가장 편안함을 주는 일이었다.  그는 평소처럼 바로 샤워를 하지 않고, 소매를 걷어 올린 뒤 주방에 들어가 그녀가 요리하는 걸 도왔다. “오늘은 애기가 말 잘 들었어요?”  안야는 고개를 끄덕였다. “말 잘 들었어요, 사실 나 혼자서도 잘 챙길 수 있는데, 아주머니는 안 써도 되지 않을까요? 그러면 매달 소비를 좀 아낄 수 있잖아요. 당신 돈 버는 것도 힘든데, 우리끼리 아껴서 살면 좋잖아요. 당신은 움직이지 말고 좀 쉬어요, 하루종일 일하느라 피곤했을 텐데 이런 건 내가 하면 돼요.”  아택은 그녀에 의해 강제로 옆으로 쫓겨나서 완전히 끼어들 수 없었다. “그런 돈은 아낄 필요없어요. 집안 일도 하고 애도 보는데 당신도 힘들겠죠. 내 일은 엄청 힘든 편은 아니에요. 평소에 대부분은 거의 한가해서요.”  안야는 고개를 돌려 그를 향해 웃었다. “안 힘들면 다행이에요. 사실 내가 봤을 때 예군작씨도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아요, 적어도 당신한테는 잘해주니까요.”  아택은 평소에 뒤에서 예군작의 얘기를 하진 않지만, 이 점은

  • 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제1355장

    진몽요는 억울해했다. “그러게 누가 나한테 장난치래요? 나도 순간 머리가 안 돌아가서 그런 거잖아요. 그래서 손부터 나간 거고요… 내가 잘못했어요. 나도 민망했어요, 당신 부모님이 다 봤잖아요. 지금 심장이 너무 빨리 뛰어서 목구멍 밖으로 튀어나올 거 같고, 진짜 창피한 건 나라고요! 어머님 아버님이 봤을 때 내가 엄청 예의 없는 아이로 보였을 거 아니에요! 근데 내가 방금 식당 입구 봤었는데, 우리 몇 명 밖에 없었어요~”  경소경도 진짜로 화가 난 게 아니었다. 그는 그녀의 생각이 단순한 걸 알았기에, 생각이 짧은 건 정상이었다. “알겠어요, 그만 해명해요. 해명하는 건 감추려는 거고, 감추려는 건 사실이라는 거잖아요. 내가 나이를 이렇게 먹고도 참… 됐어요, 어차피 당신이 맨날 집에서 안 그러는 것도 아니니까요. 우리 엄마 아빠는 당신이 이런 사람인 거 이미 알고 있으시고, 이미 머릿속에 깊이 각인되어 있을 거예요. 이번 생에 그 인식은 달라지지 않을 거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진몽요는 호기심에 물었다. “부모님 눈에는 내가 어떤 사람인데요?”  경소경은 입꼬리를 올린 뒤 못된 웃음을 지었다. “생각이 간단하고 사지가 발달된 사람이요.”  이 간단한 한 마디는 당연히 매를 벌었다.  백수완 별장으로 돌아온 후, 진몽요는 시간이 어느정도 됐으니 강령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물었다. “엄마, 집에 들어갔어요? 어떻게 됐어요? 말 좀 해줘봐요.”  전화 너머 강령은 너무 웃어서 주름이 졌다. “난 괜찮은 거 같아. 그 분이 나한테 선물도 준비해 주셨더라고, 근데 사람이 많아서 민망해서 바로 못 주셨데, 그래서 차에서 주셨어. 그 분이 그리신 그림이었어, 그럴듯하게 도장도 찍혀 있더라고. 그 분은 짝을 찾아서 안정적으로 삶을 살고 싶다고 하시는데, 다들 알다시피 그분은 불만이 없고, 내가 마음에 든다길래, 내 의견을 물어봐서 나도 괜찮다고 했지. 그 분 얼굴이 너무 빨개지셔서 어둠속에서도 빨개지신 게 보이더라. 난 그저 그 분이랑 공통된 관심사가 없

  • 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제1354장

    강령은 얼굴이 빨개졌다. “네, 좋네요… 제 딸도 샤브샤브를 좋아해서요, 나중에 같이 갈게요.”  진몽요는 이 좋은 소식을 듣고, 이런 자리만 아니었다면 이미 신나게 웃었을 테다. 허영준이 샤브샤브 가게를 갖고 있는 줄은 몰랐고, 이 가게는 정말 그녀의 입맛을 저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건 그녀가 앞으로 샤브샤브를 배 터질 때까지 먹을 수 있다는 뜻인가?  허영준은 경성욱처럼 말이 많지 않아서, 식탁에서는 거의 대화가 없었다. 밥을 다 먹고 식당에서 나온 뒤, 허영준은 강령을 보며 물었다. “혼자 사시죠?”  이 말은 첫 맞선 자리에서 묻기엔 조금 이상했고, 마치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못 하는 목적이 있는 것 같았다. 진몽요는 허영준의 바른 모습을 보고 이상한 생각이 들지 않아 강령을 대신해서 대답했다. “엄마는 지금 혼자 살고 계세요. 그래서 제가 자주 보러가요, 어차피 멀지도 않으니까요.”  허영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다들 가는 방향이 다르시니, 제가 가는 길이 같아서 데려다 드리고 싶다는 말을 하고 싶었어요. 그러면 다들 왔다 갔다 하실 필요 없잖아요.”  그랬다. 허영준은 그저 말이 별로 없었지만 마음씨는 세심해서 이미 가는 길이 같은지 아닌지도 생각하고 있었기에 진몽요는 웃었다. “네, 그럼 부탁드릴게요, 아저씨.”  강령과 허영준이 차를 타고 멀어지자 하람은 진몽요에게 물었다. “네가 봤을 땐 어떤 거 같아?”  진몽요가 대답을 하기도 전에 경소경이 끼어들었다. “이게 이 사람 맞선도 아닌데, 이 질문을 왜 이 사람한테 하세요? 이 사람 생각은 중요하지 않죠, 어머님 마음에 드셔야 하는 거잖아요.”  하람은 그를 노려봤다. “그럼 네가 봤을 땐 어떤 것 같은데? 너희 생각도 중요하지, 아니면 왜 다같이 밥을 먹었겠어? 그럴거면 그냥 두 사람 따로 만나서 얘기 나누게 했지…”  경소경은 생각을 하다가 말했다. “사람은 괜찮은 거 같아요, 성실하고, 근데 말은 잘 못 하시네요.”  진몽요는 경소경의 피드백이 너무 일반적이라고

  • 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제1353장

    진몽요는 이런 일을 참고 있을 수 없어서, 경가네 공관에서 나오자마자 강령에서 살짝 얘기를 흘렸다. 강령의 태도는 사람을 본 다음에 다시 얘기해보자는 느낌이었고, 이미 한번의 실패를 통해서 조금 더 현명해졌기 때문에, 이번에는 제대로 상대를 봐야 했다.  순식간에 주말이 다가왔고, 진몽요는 원래 온연이랑 놀러 나가기로 했던 약속을 취소했다. 온연은 진몽요가 엄마에게 맞선을 주선하려는 걸 알고 의아해하지 않았다. 사람은 늘 그런 것 같았다. 나이가 젊든 많든, 다들 짝이 있어야 했다. 사람은 원래부터 무리지어 사는 동물이니 그 누구도 혼자 외롭게 살고싶어 하지 않았다.  백수완 레스토랑에 예약한 룸에 경소경은 요리를 배치한 뒤, 모든 게 준비가 다 되어 있었고, 이제 봄바람만 불어오면 됐다. 그 ‘봄바람’은 아직 오지 않았다.  강령은 잘 관리한 얼굴에 홍조를 띄웠다. “사돈, 그 분 만나 뵌 적 있으시죠? 좀 웃기실 것 같지만, 저 조금 긴장되네요. 이런 일까지 다들 출동해주시니 조금 죄송해서요.”  하람은 웃었다. “만난 적 있어요, 저희 집 사람보다 더 바르게 생겼으니 걱정 마세요. 마음이나 겉모습이나 다 이 사람보다 나으니까요.”  경성욱은 옆에서 감히 반박하진 못 했다. 그의 동문이 어디가 더 낫단 말인가? 그가 그렇게 후졌나?  사람들이 거의 30분정도 기다린 뒤, ‘봄바람’이 도착했다. 얼굴엔 비록 세월의 흔적이 묻어 있었지만, 여전히 젊었을 때의 풍채가 보였다. 유유상종이라는 말이 있듯이, 경성욱의 동문은 여러 방면에서 못난 게 없었다. 젊은 사람을 사이에 있어도 경소경처럼 인기가 많았고, 이 나이를 먹었어도 여전히 잘생긴 아저씨였다.  “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제가 나올 때 근처에서 차가 막혀서, 마음은 급했는데 방법이 없었어서요. 제가 사죄의 의미로 이번 식사 대접하겠습니다.”  경성욱이 말수가 적은 걸 알고 분위기를 살리는 일은 다 하람이 했다. “괜찮아요 허씨, 저희가 남도 아닌데요 뭘.” 말을 하면서 그녀는 강령의

  • 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제1352장

    경소경은 경성욱이 아이를 안고 싶어하는 걸 알고 바로 아이를 건네주었다. “한번 보세요.”  경성욱은 기쁘게 아이를 받은 한번 살펴보았다. 사실 기저귀는 갈은지 얼마 안돼서 깨끗했다.  경소경이 한가한 걸 보자 진몽요는 그를 째려봤고 경소경은 눈물없이 울고 있었다. 그는 아이를 안기 싫은 게 아니라 기회가 없었던 거였다.  식사 시간. 아이는 유모차 안에서 분유를 먹고 있었고, 유모차는 하람 옆에 있어서 하람은 밥을 먹으면서도 아이를 놀아주었다.  진몽요는 하람은 완전 존경했다. 처음에 그녀는 하람이 아이에 대한 열정이 한 순간일 줄 알았고, 시간이 지나면 아이를 귀찮아 할 줄 알았다. 그런데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그녀의 모습은 여전했고, 늘 손에서 놓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니 하람에게 아이를 맡겨서 그녀도 안심이 되었다.  갑자기, 하람은 그녀를 보며 물었다. “요즘 내가 애 보느라 사돈이랑 쇼핑할 시간도 없었고, 연락할 새도 없었는데, 넌 사돈이 혼자 계시는데 걱정 안되니?”  진몽요는 걱정이 없는 편이라, 많은 생각을 하지 않았어서 대답했다. “걱정할 게 뭐 있어요? 집에 대문 보안도 최고로 설치해 두었으니 괜찮아요. 제가 엄마 집에 가기도 해요, 시간만 있으면 가거든요.”  하람은 헛기침을 두 번 했다. “그… 사돈한테 새 짝 찾아드릴 생각은 없어? 너도 이제 시집왔고, 사돈도 계속 혼자 계시면 심심하시잖아, 나중에 나이 들었을 때 짝이 있으면 좋잖아. 지금은 비록 젊으셔서 마음대로 노실 수 있어도 혼자면 있으면 외롭기 마련이니까…”  중매하는 일은 하람도 처음이라 어떻게 얘기를 꺼내야 할지 몰랐고, 진몽요가 신경쓸까 봐 더 걱정했다.  진몽요는 그제서야 하람의 뜻을 이해하고 문득 깨달아서 말했다. “아아아… 그 일은 저도 생각 했었어요. 엄마도 예전에 스스로 노력해보셨는데, 적절한 사람을 못 찾았어요, 다 이상하고 못 미더운 사람들이었거든요. 저도 지금은 거기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어서, 제가 생각을 많이 못 해드린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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