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청곡은 믿지 않았고 그녀는 예군작이 이순의 옷을 벗기는 걸 직접 봤었다. “사실대로 말해요. 곤란하게 안 할게요. 나한테 겁먹을 필요 없어요.” 이순은 그래도 고개를 저었다. “정말 아니에요. 그날 보신 것 같은 그런 일은 없었어요. 저를 건들이신 적도 없었고, 그 날 거기 있던 거 저한테 뭐 좀 시키려고 그러신 거예요. 제가 경소경씨를 좀 알거든요.” 국청곡은 그제서야 이해가 됐다. “알겠어요. 그 사람이 경소경이랑 진몽요 떨어트려 놓으라고 한 거죠?” 이순은 고개를 끄덕이고 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이런 집안에서는 말을 아끼는 게 상책이었다. 국청곡은 적어도 이순과 예군작이 그런 사이가 아니라는 사실에 안도했다. “요즘 그 사람이 또 시킨 일 있어요? 숨기지 말아요. 난 그저 궁금할 뿐이에요. 나는 그 사람한테 이익을 우선시해주는 사람이지 사생활에 왈가왈부하지 않아요.” 이순은 잠시 망설이다 입을 열었다. “아니요. 그 날 이후로 저를 한번도 부르지 않으셨어요. 특별하게 지시할 게 없으시면 저를 찾지도 않으시고요. 저한테 멈추라고 하시기 전까지는 저는 늘 같은 방식으로 일을 해요. 왈가왈부하지 않으시는 게 좋아요. 가만히 예가네 사모님으로 있는 것도 나쁘지 않잖아요.” 국청곡은 아무 말없이 집으로 들어갔다. 일기예보에서 곧 눈이 온다고 해서 날씨가 많이 추워졌다. 예군작에게 옷을 입혀준 뒤, 그를 눕혀 놓고 긴 한숨을 쉬었다. “쉬어요, 아택 불러줄게요. 난게스트룸에서 잘게요.” 그녀는 망설이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나중에 다리가 다 나아도 우리는… 부부인 척하는 게 좋겠어요. 갑자기 어떤 일들을 강요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저도 제 혼인을 선택할 권리가 없었으니까요. 당신도 마찬가지잖아요. 그냥 이렇게 지내요. 앞으로 각자의 사생활은 묻지 말고, 그렇다고 사람들 앞에서는 너무 안 좋게 보이진 말고요.” 방 문이 닫히고 예군작은 말이 없었다. 이렇게 사는 게 오히려 나았다. 저녁, 목가네. 온연은 방문 쪽에서 나
온연은 그를 붙잡았다. “아주머니 자고 있는데, 지금 옮기겠다고요? 오늘은 그냥 이렇게 자고 내일 사람 시켜서 옮기면 되잖아요? 더 자요. 나도 바로 잘 거예요.” 목정침도 비몽사몽해서 거기까지 생각을 못 했는지 대답을 하고 다시 누웠다. 콩알이는 몸을 움직이며 모유를 먹었고, 발을 목정침 위에 올려놓자 목정침은 그를 보며 웃으며 작은 발을 만지작거렸다. 이 장면을 본 온연은 입꼬리를 올렸다. 목정침은 딸이 아니라서 아쉬워한 듯 보였지만 정작 그러지 않았다. 다음 날 아침. 유씨 아주머니는 문을 두들겼다. “도련님, 사모님, 큰일 났어요. 작은 도련님이 사라지셨어요!” 목정침은 일어나서 문을 열었다. “여기 있어요. 어제 새벽에 알아서 기어왔더라고요. 앞으로 저녁에는 저희가 챙길게요. 그동안 피곤하셨잖아요.” 유씨 아주머니는 거의 눈물을 흘리기 직전이었다. “죄송해요, 정말 죄송해요. 다 제 잘못이에요. 어제 저녁에 눈이 너무 내려서 추웠는지, 제가 너무 잠에 깊이 들었어요. 작은 도련님은 괜찮으신 거예요? 침대가 높은데 어떻게 내려오셨데요?” 목정침은 어깨를 들썩였다. “그건 모르겠어요. 너무 걱정마세요, 괜찮아요. 아주머니 나이도 있으신데 애 보는 거 이제 힘드시잖아요.” 유씨 아주머니는 조심스러웠다. “아니면 제 월급 좀 까주시겠어요? 제가 이런 실수까지 하다니. 작은 도련님이 무사하셔서 다행이지 아니면 저도 죽음이었을 거예요.” 목정침은 자신이 너무 진지해서 유씨 아주머니를 놀래켰나 싶어 웃었다. “정말 괜찮아요. 사소한 일로 자책하지 마세요. 아이가 크면 기어다니기도 하고 알아서 돌아다닐 수도 있는 거죠. 예상밖에 상황은 피할 수 없어요. 낮에 사람 시켜서 침대 저희 방으로 옮겨주세요. 앞으로 낮에는 아주머니가 봐주시고 저녁에는 저희가 보면 될 거 같아요.” 유씨 아주머니는 그래도 눈물을 흘렸다. 목정침이 아빠가 되고 나서 많이 바뀐 모습에 감동을 받았다. 온연은 아이를 데리고 일어나서 아래층으로 내려가 보니 정원에
온연의 웃음 소리는 아래까지 들렸고 진락의 귀까지 들려오자 진락은 은근슬쩍 툴툴거렸다. “벌써 30인데 결혼도 안 한 남자라니 참 부끄럽네요…” 가는 길. 온연은 가방에서 거울을 꺼내 화장을 고쳤고, 급하게 나오는 바람에 립스틱이 살짝 번져 있었다. 이제 막 수정을 했는데 목정침은 그녀의 얼굴을 돌려 손가락으로 입술을 닦았다. “그렇게 빨간 거 바르지 말라고 했잖아. 그 립스틱들 내가 다 버릴 거야.” 그녀는 그의 손을 때렸다. “진짜 난 당신을 안 때리고 싶은 순간이 없어요. 이거 막 수정한 거잖아요! 그리고 어디가 빨갛다고 그래요? 이미 제일 연한 색상이에요. 그냥 내 입술 자체가 좀 빨간 거라고요. 하여간 상남자들은 왜 이러나 몰라!” 그녀가 다시 화장을 수정하지 않자 그는 만족스럽게 입꼬리를 올렸다. 화를 삭인 후, 온연은 가는 길이 아직 남아서 물었다. “예군작 쪽은 좀 진전이 있어요? 예가네 사람들 되게 조심할 거 같은데.” 목정침은 휴지를 꺼내서 손가락에 뭍은 립스틱을 닦았다. “큰 문제는 없어. 예군작이 이미 퇴원했으니까 기회는 또 찾으면 돼. 그 다리 회복하려면 아직은 좀 걸릴 거야. 지금 예가네도 긴장된 분위기라 진몽요랑 소경이 쪽 신경 쓸 겨를도 없을 거야. 지금 그래서 다들 잘 지내고 있잖아. 만약 예군작이 일을 저지르지 않는다면 시간은 문제가 안돼.” 온연네 회사 문 앞에 도착하자 목정침은 그녀가 차에서 내리려고 할 때 잡아당겨 그녀에게 입을 맞췄다. “립스틱 수정하지 마.” 온연은 놀라서 운전석에 앉아 있는 진락을 보고 얼굴을 붉혔다. “창피하게 왜 이래요!” 그는 웃으며 그녀를 배웅했고, 이때 진락의 웃음 소리가 들렸다. 그는 웃던 걸 멈추고 다시 진지한 표정으로 돌아왔다. “뭘 웃어? 솔로 주제에.” 진락은 웃을 수 없었다. 목정침은 여전히 직설적으로 사람에게 상처를 주었다. 솔로는 좀 웃으면 안되나? 경가네 그룹. 경소경은 요즘 회의하느라 바빴고, 임원과 함께 사무실 구역을 지나칠 때 진
이순이었다. 이순은 늘 이렇게 사라진 듯 사라지지 않았다. 번호를 차단하면 또 새로 번호를 만들고, 이쯤되면 그가 번호를 바꾸는 게 더 나을 법도 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그는 계속 예군작이 전지인지 알아내지 못 했는데, 지금 이순이 예군작 밑에서 일을 하면 이용해 먹을 수 있지 않을까? 그는 이미 이 문제를 생각해 봤었지만 또 다른 귀찮은 일들이 생길까 봐 행동으로 옮기지 않았다. 지금 이순이 예군작 밑에서 일을 하지 않겠다고 하자 그는 살짝 망설였다. 만약 진짜라면? 그와 이순은 그래도 정이 있었고, 그저 원하던 대로 발전하지 못 했을 뿐이었다. 여기까지 생각한 그는 빠르게 답장했다. ‘오후 3시에 연락해.’ 점심은 진몽요와 함께 먹은 뒤 그는 그녀를 데리고 사무실에 와서 낮잠을 재웠다. 그는 계속시간을 확인하며 진몽요가 거의 잠들 때 작게 말했다. “자고 있어요, 3시에 잠깐 나갔다 와야 해서요. 금방 와서 저녁에 맛있는 거 사줄게요.” 진몽요는 비몽사몽하게 말했다. “그래요, 다녀와요. 나 자는 거 방해하지 말고요.” 그는 조심스럽게 외투를 걸치고 회사 밖으로 나와 차에 탄 후에 이순에게 전화를 걸었다. “동항에 그 카페로 와.” 카페는 공공장소라서 시끄럽진 않지만 사람이 적지도 않고 딱 이순을 보기에 적합한 장소였다. 그녀에게 그래도 경계심을 늦추진 않았다. 카페에 도착해서 앉자 이순도 바로 도착했다. 그녀는 조용하고 어두워 보이는 색깔을 좋아했고, 머리부터 발 끝까지 다 검은 색이었다. 게다가 늘 조용한 모습까지 보면 왠지 모르게 분위기가 억눌렸다. “이렇게 먼 곳에서 만나자고 하시다니, 진몽요씨한테 저랑 만나는 거 들킬까 봐 그러세요?” 이순은 장난식으로 물었다. “무슨 일인데? 용건만 말해.” 경소경은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이순은 웨이터를 불러 커피를 주문한 뒤 본론을 말했다. “제가 꼭 용건이 있어야 하나요? 제가 말했잖아요, 그냥 만나고 싶었다고요. 이제 예군작 밑에서 일도 그만두고, 이 도시를
그녀는 살짝 숨을 들이마셨다. “제가 도와드릴게요. 저는 이미 목숨을 받쳤는데 이정도는 별 거 아니에요. 나중에 다 되면 연락 드릴게요. 얼른 가보세요, 저 만난 거 들키지 마시고요. 저랑 연락했던 흔적도 다 지우세요.” 그녀는 바로 일어나서 자리를 떠났다. 직원은 따뜻한 커피를 가져와서 빈 자리 앞에 두었고, 경소경은 그 커피를 보며 깊은 생각에 잠겨 마음이 불안했다. 이순이 일처리를 하는 건 안심이 됐지만 그래도 위험요소는 배제할 수 없었다. 그는 그녀에게 모험을 시킨 걸 살짝 후회했고, 여자를 이용하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진몽요와 연관이 있으니 다른 선택권이 없었다. 눈이 내리는 날. 하늘은 금방 어두워졌고, 경소경은 차를 끌고 진몽요를 데리고 백수완 별장으로 향했다. 평소에 그는 조심스럽게 운전을 하는 편이지만, 오늘은 눈이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마음은 불안해져 신호위반까지 했다. 진몽요는 요즘 그의 정서가 불안정한 걸 알아서 대화를 시도해 봤지만 바뀌는 건 없었다. 그녀도 마음이 무거워졌고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고 싶었다. 집에 도착해서 차에서 내릴 때 그녀는 일부러 문을 세게 닫았고, 그에게 화가 난 티를 내지 않는다면 그는 진지하게 문제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 같았다. 경소경은 그녀의 달라진 태도를 눈치채고 어이없이 웃으며 그녀를 따라가 안았다. “아주머니, 또 왜 그래요? 배고파요?” 그녀는 그를 노려보며 “도대체 왜 그래요? 난 당신이 자꾸 나한테 뭔가 숨기고 있는 것 같아요. 방금 운전할 때 신호위반 했잖아요. 이렇게 조심을 안 하는 사람이 아닌데 당신이 이럴수록 스트레스 받아요. 난 나한테 뭐 숨기는 거 싫어요.” 그의 미소는 살짝 굳었지만 다시 원래대로 돌아와 그녀는 데리고 집으로 들어갔다. “히터 켜줄게요, 추우면 안되니까. 내가 저녁 금방 해줄게요. 그리고 의심 좀 그만해요. 그냥 오늘 회의 생각하느라 정신이 좀 팔려 있던 것뿐이에요. 앞으로는 절대 안 그럴 게요. 차에 당신이랑 아이를 태웠는데
그는 일어나서 주방으로 걸어갔다. “아이는 호기심이 많은 거예요, 나를 싫어하는 게 아니라.” 예가네 저택. 예군작과 국청곡 그리고 어르신은 식탁에서 밥을 먹고 있었고, 국청곡과 어르신만 얘기를 나누고 예군작은 거의 말을 하지 않았다. 한참 대화를 하던 중 어르신이 물었다. “청곡아, 요즘 왜 이렇게 고기를 잘 먹어? 예전에는 다이어트 한다면서 세끼를 다 조금 먹더니. 요즘 잘 먹어서 살 좀 붙은 거 같은데 오히려 더 좋아보이네. 앞으로도 이렇게 잘 먹어야 해. 건강이 제일 중요하니까.” 국청곡은 예군작을 보며 그의 동작이 살짝 굳은 걸 보자 얼른 말했다. “건강검진에서 의사 선생님이 요즘 빈혈기가 심한 것 같다고 편식하지 말라고 하셔서요. 이렇게 한번 잘 먹으면 또 잘 먹는 편이에요.” 어르신은 웃었다. “그래? 의사 선생님이 말이 맞아. 빈혈이면 잘 먹어줘야지. 좋아하는 거 있으면 다 주방에 시켜. 나랑 군작이는 뭐든 잘 먹으니까. 난 너가 임신한 줄 알았는데 착각이었나 보구나. 나중에 군작이 다리 다 나으면 아이 생각해 봐. 그래도 살아 있을 때 증손주 봤으면 좋겠어서.” 국청곡은 식은 땀을 흘렸다. “어…네…알겠습니다…” 예군작은 젓가락을 내려놨다. “저 다 먹었어요, 방에 들어가 볼게요.” 국청곡은 얼른 일어나서 그를 방으로 보내려 했는데 이때 배가 식탁 모서리에 살짝 부딪혔다. 그녀의 안색이 창백해지면서 통증을 느꼈지만 심호흡을 한 뒤 예군작의 뒤를 따라가 그를 안방으로 데려다 주었다. 문을 닫고, 예군작은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 “아픈데 왜 아무 말도 안 해요? 어차피 오래 못 숨길 거 병원에 검사하러 갈 겸 그냥 지워요.” 그는 그녀의 배가 부딪힌 걸 보았다… 그녀는 그의 손을 뿌리치고 “안 아파요. 그리고 아직 생각 안 해봤어요. 그러니까 당신이 원하는 대로 하려는 생각 말아요. 이 아이는 내가 낳고싶으면 낳는 거예요, 다 내 마음이라고요. 쉬어요, 난 아직 밥 다 못 먹었어요. 무슨 일 있으면 아택씨 불러요
그는 입술을 움직여 아택을 불렀다. “감시 카메라 봐봐. 나 밥 먹을 때 누가 내 방에 왔었나.” 아택은 의아했다. “방에는 감시 카메라가 없는데요. 안방에도 없고요. 밖에만 있습니다.” 그는 아택을 보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방 밖에 안방 대문 비추고 있는 카메라 있어. 너가 모르는 거지 노인네가 설치해 뒀어. 노인네 직원들 찾아가서 알아봐. 숨기고 그럴 거 없어.” 아택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금방 다녀오겠습니다.” 5분 후, 아택이 돌아왔다. “도련님, 이순이었습니다! 방 앞에서 서성거리다가 사람이 없는 걸 확인하고 방으로 들어왔습니다. 왜 들어왔는지는 모르겠는데, 다시 아무렇지 않게 나갔습니다. 뭐 가져간 것도 없는 거 같은데 뭐 잃어버린 거 있으십니까? 오늘 미리 사직서 냈는데, 도련님께 전해드리라고 했습니다.” 예군작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걔 당장 잡아서 지하에 가둬. 그리고 핸드폰부터 뺏어서 안에 있는 어떠한 내용도 삭제 못하게 해.” 아택은 무슨 일이 생겼음을 직감하고 얼른 사람들을 데리고 이순을 찾아나섰다. 이순은 물건을 정리하고 나가려던 순간, 문이 열리고 도망치기도 전에 잡혀버렸다. 그녀는 이렇게 빨리 들킬 줄 몰랐다. 어쩐지 경소경이 그렇게 조심하라고 하더라니… 지하실로 끌려온 그녀는 예군작 앞에 던져졌고, 무릎이 바닥 쓸려서 아픈 나머지 순간 바닥에서 일어날 수 없었다. 예군작은 휠체어에서 그녀를 내려다보며 그녀의 핸드폰을 뒤지며 경소경과 연락한 흔적을 보고 차갑게 물었다. “오늘 경소경 만나고 왔어? 예전에는 다 나한테 말해줬었잖아. 나를 위해서 일 했으니까. 근데 이번엔 왜 말을 안 했을까? 응? 너 그만둔다는 얘기 들었어. 이게 우연일까? 너 사실대로 말해. 너한테 뭘 시킨 거야? 얌전히 말하면 내가 좀 봐줄게.” 이순은 이를 꽉 물고 말했다. “저한테 아무것도 안 시켰어요. 저는 이제 다른 곳도 다녀보고 싶어서 그만두는 것뿐이에요. 이번엔 그 분이랑 사적으로 만난 거였어서 말씀 안
이순은 벙찐 채로 바닥에 있던 핸드폰을 주웠고, 경소경의 번호를 보며 핸드폰 위로 눈물을 흘렸다. 그녀는 무섭고, 죽을까 봐 두려웠다. 아무리 강해도 그녀는 여자였고, 그녀는 정말 살고 싶었다. 누군가 구하러 와 주길 바랐다. 만약 예전 같았으면 그녀가 위험해졌을 때 제일 먼저 경소경을 찾았겠지만 지금은 그럴 자격이 없었다. 그녀는 결국 전화를 걸었고 경소경이 당연히 안 받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 시간 그는 분명 자상하게 임신한 아내 진몽요를 돌보고 있을테다… 하지만 예상외로 전화가 연결됐다. 그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졌고 그녀의 몸은 하염없이 떨리고 있으며 최대한 울음을 참으며 구원해 달라는 욕망을 눌렀다. “소경씨, 이번 생에 만날 수 있어서 제 인생에 모든 운을 다 쓴 것 같아요. 이제 여기까지 인 것 같아요.” 말을 하고 그녀는 바로 전화를 끊었고, 경소경의 목소리를 듣지도 못했고, 그도 그녀의 목소리를 들었는지 알 수 없었다. 예군작은 이 상황을 보고 무표정으로 휠체어를 문 앞까지 끌고 갔다. “아택, 나 데려다 줘. 이 일은 다른 사람한테 맡겨. 너가 직접 못 할 거 알아.” 아택은 경고하는 눈빛으로 다른 사람들을 보았고, 그건 이순을 너무 잔인하게 다루지 말라는 의미였다. 방으로 돌아온 후, 예군작은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이제 가 봐. 가서 국청곡 어디 아픈데 없는지 물어보고. 저녁 먹을 때 책상에 배 좀 부딪혔거든.” 아택은 예군작의 옆모습을 보며 살짝 의외라고 생각했다. 예군작이 언제부터 국청곡을 신경 썼었지? 그는 대답했다. “네, 알겠습니다.” 국청곡 방 앞까지 걸어오자 그는 갑자기 국청곡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고 생각해 문을 두드리지도 않고 벌컥 열었다. “사모님, 저와 같이 지하실 좀 가주시죠!” 국청곡은 샤워를 하고 막 옷을 갈아입고 있었는데 깜짝 놀랐다. “아택씨! 뭐하는 거예요? 문부터 두들겼어야죠. 만약에 제가 옷도 안 입고 있었으면 어쩔 뻔했어요? 무슨 일인데요?” 아택은 그런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