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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가 사랑한 여인의 모든 챕터: 챕터 811 - 챕터 820

2479 챕터

811장

언초는 기묵비의 눈을 마주 보고 밝게 웃으며 말했다.“이게 설마 기 선생님이 여자들에게 말을 거는 방식인가요? 전 우리가 못 만날 거라고 생각했어요. 왜냐하면 기모진의 여자친구가 되기 전에는 한 번도 경도에 온 적이 없거든요.”그녀는 더욱더 다정하게 기모진의 팔짱을 끼며 말했다. 그리고 기모진은 부드럽게 언초의 손을 잡으며 웃었다. 두 사람은 더할 나위 없이 따뜻하고 다정해 보였다.소만리는 뒤돌아 섰다. 기모진과 언초의 다정한 모습을 더는 보고 싶지 않아서였다. 기묵비는 스치듯 가볍게 언초를 지나갔고 그제야 우산을 펼치고 소만리를 우산 속으로 안으며 걸어갔다.위청재는 발자국 소리를 듣고 기모진이 여자친구를 데리고 온 줄 알았다. 그러나 고개를 돌려보니 뜻밖에도 소만리와 기묵비가 나란히 걸어오는 것이 아닌가.위청재의 얼굴에 일순간 웃음이 사라졌다.“쯧, 참 희한한 손님이네.”위청재는 비웃으며 말했다.“한 명은 모진을 무너뜨리려고 안달이 난 작은 숙부이고, 한 명은 거짓된 사랑으로 기모진에게 복수하려는 전처로군. 흥! 어디 말해 봐, 오늘은 또 무슨 꼬투리를 잡으러 왔어?”기묵비는 차가운 눈빛으로 흘겨보며 말했다.“옛날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면 잠자코 입 다물고 있어요.““작은 숙부가 이번에는 어떤 방법으로 우리 가족을 곤경에 빠뜨리려 하는지 똑똑히 볼 거예요.”조금도 흔들림이 없는 기모진의 목소리가 울려왔다. 비록 그의 어조는 강하지 않았지만 기세는 조금도 꺾이지 않았다.기묵비가 기모진과 눈을 마주치자 보이지 않는 미묘하고도 강렬한 신경전이 오갔다.그러자 위청재는 바로 그때 눈을 희번덕거리며 소만리에게 말했다.“소만리, 봤니? 모진은 이미 여자친구가 있어! 정말 우리 모진이가 너 아니면 안 된다고 생각하니? 흥!”그녀는 만면에 웃음을 띠며 언초에게 다가가며 말했다.“초초, 어서 들어와 앉아라.”“어머니 고맙습니다.”“고맙긴, 우린 곧 가족이 될 건데 뭘.”위청재는 특별히 더 가족이라는 두 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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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2장

”뭐? 임신했어?”위청재는 경악하며 경멸하는 눈빛으로 말했다.“흥. 참, 너 대단하구나. 나중에 그 아이가 태어나면 뭐라고 불러야 할지 모르겠구나.”“어머니는 신경 쓰실 것 없어요. 어떻게 부르든 제가 이 아이에게 엄마 노릇은 제대로 할 거니까 어머니와는 상관없는 일이죠.” 소만리는 평온하게 대꾸했다.위청재는 슬쩍 비웃으며 말했다.“소만리, 너 정말....”“어머니 그냥 드세요.” 기모진은 차갑게 위청재의 말을 끊고 소만리를 보며 말했다.“숙모가 임신했으니 몸조리 잘 해야지.”그는 탕수육 한 조각을 집어 그녀의 접시에 올려주며 말했다.“예전에 이걸 즐겨 먹던 게 생각나서.”“고맙습니다만 이젠 좋아하지 않아요... 당신은 당신 약혼녀에게나 음식을 챙겨주시죠. 내 일은 상관 마시고요.”소만리는 끝까지 냉담함을 이어가며 기모진이 집어준 음식은 전혀 건드리지도 않고 오히려 고개를 돌려 기묵비를 보고 웃었다.기 할아버지는 이 광경을 보면서 미간이 점점 더 깊어졌다.저녁을 먹은 후, 기묵비는 문밖에 서서 전화를 받고 있었고 기모진과 언초는 소파에 앉아서 웨딩잡지를 뒤적거리며 결혼식에 대해 의논하고 있었다.소만리는 기모진이 다른 여자들과 친하게 지내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고 마침 기 할아버지가 그녀를 불러서 바로 위층에 있는 서재로 향했다.서재.기 할아버지는 돋보기안경을 쓰고 책상 위의 사진을 집어 들며 아쉬운 듯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이렇게 여러 해가 지났구나. 난 너와 모진이 그때처럼 행복하고 즐거운 결말을 맺을 줄 알았는데… 너희들이 이리 헤어지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구나.”소만리는 가슴이 아팠으나 다가가서 그 사진을 보았다.“제 외할아버지 사진이네요?소만리는 사진 속의 외할아버지를 알아보았다. 기 할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때 모진을 데리고 사월산으로 휴가를 갔다가 그곳에서 옛 전우를 만났었지. 그 당시 그는 어린 소녀를 한 명 데리고 있었단다. 그 소녀가 바로 너였지. 이 사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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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3장

소만리는 기모진의 눈 속에서 너무나도 공격적인 횡포와 강압을 느꼈다.그녀는 그가 통제 불능의 일을 저질러 뱃속의 아이를 다치게 할까 봐 걱정스러웠다.“기모진 당신이 말했잖아요. 우린 이미 끝났다고. 당신이 더 이상 날 사랑하지 않는 이상 나한테 이렇게 치근덕대지 말아요.“소만리는 그에게 다시 한 번 일깨워주며 동시에 벗어나려고 발버둥 쳤다.그러나 기모진은 얇은 입술을 말아 올리고 의미심장한 미소를 띄며 잘생긴 얼굴을 그녀의 눈앞으로 가져갔다.“왜 그렇게 내가 무서워? 내가 당신을 잡아먹기라도 할까 봐?”그가 그녀의 빰에 엷게 술 냄새를 풍기며 속삭이자 소만리의 귀밑이 뜨거워졌다. 손을 들어 가슴에 얹었다.그녀는 약간 당황했지만 애써 자신의 감정을 가라앉히고 냉담한 표정으로 그를 마주했다.“기모진, 지금 당신의 위치를 기억해 봐요. 나는 지금 당신 작은 아버지의 아내라고요. 당신의 작은어머니가 되는….”“소만리, 당신 입 다물어.”그는 갑자기 목소리를 차갑게 내리고 그녀의 말을 끊고 계속 말을 이어갔다.“소만리, 당신 도대체 왜 그래? 기묵비가 전에 무슨 짓을 했는지 벌써 잊었어? 그가 어떻게 여온을 죽였는지 잊었냐고? 당신이 어떻게 그와 혼인신고를 할 수 있어? 어떻게 그 사람과 잠을 자고 아이를 가질 수 있냐고? 당신 미쳤어?”그의 감정은 점점 더 통제할 수 없게 되었고 소만리는 그가 퍼붓는 원망이 너무나 괴로웠다.그녀는 황급히 손을 들어 기모진의 얼굴을 향해 내리쳤다.“퍽”남자는 할 말을 잃고 멍하게 서 있었다.“기모진, 미친 사람은 당신이야.”소만리는 마음속의 아픔을 꾹 참고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며 말했다.“기모진, 당신은 이미 날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했었죠. 날 사랑하지 않는다면 더 이상 내 일에 신경 쓰지 말아요!”그녀는 주먹을 꽉 쥐고 억울함을 애써 누르며 말을 이어갔다.“당신의 그 약혼녀와 잘 살아요. 내가 어떤 남자와 함께 있고 어떤 남자의 아이를 낳든 나에게 물어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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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4장

창밖에는 빗방울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고 그의 마음속에는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것 같았다.“방금 올라오는데 소만리를 봤어요. 얼굴색이 어두워 보이던데 무슨 일 있어요?”걱정스러운 듯 말없이 눈을 내리깔고 있는 기모진에게 언초가 서재로 들어오며 말했다.“내가 너무 밉다고 하더군. 죽었으면 좋겠다고.”기모진은 붉게 물든 깊은 눈동자를 보이며 말했다. 눈 밑에는 달갑지 않은 슬픔이 가득했다.“그녀가 기묵비의 아이를 가졌어. 역시나 날 사랑하지 않았어.”“아마 그녀에게도 어쩔 수 없는 고충이 있을지도 몰라요.”언초가 위로했다.“무슨 고충이길래 그렇게 많은 사람을 불러서까지 나를 죽이고 싶은 마음이 들었을까…“기모진이 힘없이 애써 웃으며 돌아서서 말했다.“그날 F국에서 당신이 아니었다면 아마 나는 죽었을 거야.”“전 당신을 구했고, 당신도 저를 구했죠.“언초가 미소 지으며 말을 이었다.“그들이 지금 떠날 것 같은데 배웅하러 갈래요?”“보낼 것도 없고 날 보고 싶어 하지도 않을 거야. 당신은 가 봐. 당신을 보고 싶어 할 거 아냐.”기모진이 자조하며 힘없이 웃었다. 언초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한 채 기모진을 두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이미 떠날 준비를 마친 기묵비와 소만리를 보고 언초는 웃으며 다가갔다.“모진은 술에 취해서 방에서 쉬고 있어요. 제가 모진을 대신해서 두 분을 배웅하러 왔어요.”돌아서서 가고 있던 소만리는 언초의 목소리를 듣고 그녀를 돌아보았다.그녀는 왠지 이 얼굴이 낯이 익다는 생각을 또 한 번 했다. 그러나 어디서 봤는지 도무지 생각나지 않았다.기묵비도 배웅하러 온 언초를 보았지만 더 이상 입을 열지 않고 소만리를 안고 돌아섰다.언초는 조용히 시선을 올려 떠나가는 긴 두 그림자를 바라보며 입꼬리를 가볍게 말아 올렸다.기묵비, 당신 말이 맞아. 우리 만난 적 있어.보아하니 당신은 지금의 내 얼굴에서 낯익은 느낌을 찾은 모양인데, 내가 당신 기억 속에 살아있다는 걸 다행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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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5장

CCTV에 표시된 시간은 초요가 병원에 가서 유산하기 하루 전날이었다.당시 병원에서 그는 초요의 신체검사 결과지를 주웠고, 초요는 그의 아이를 임신한 후 바로 낙태수술을 받았다는 것을 인정했다.그러나 사실은 그가 생각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그날 그는 기모진을 처리하려고 계획을 세웠으나 소만리가 갑자기 나타나 자신의 몸을 날려 기모진을 향한 총알을 막았다.이것이 그를 몹시 화나게 하였고 그는 서재에 들어가 그를 위로하는 초요에게 분풀이를 했다.그는 당시 초요에게 그를 위해 죽을 수 있을 만큼 사랑하느냐고 물었다. 그때 초요는 망설였다.그래서 그는 그녀가 그 정도로는 그를 원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지금 CCTV를 보고 있는 순간 그녀가 무의식적으로 배를 만지는 것을 보고 알았다.그녀는 원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그의 아이를 임신했기 때문에 대답을 망설였던 것이다.그러나 그는 노발대발하며 그녀를 뿌리치고는 다시는 쳐다보지 않았다.그때도 초요는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 그는 그녀가 자기에게 욕을 먹어서 겁에 질린 줄 알고 가버렸다.하지만 그 자신조차 그녀를 테이블 구석으로 내던질 줄은 상상도 못했지만 그로 인해 그녀의 배는 탁자 모서리에 심하게 부딪히고 말았다!그녀는 제대로 소리도 지르지 못하고 눈물만 머금은 채 떠나가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기묵비는 문득 온몸이 차가워지는 것을 느끼며 말했다.“아냐, 아냐 이래선 안 돼.”그는 눈썹을 잔뜩 찌푸린 채 중얼거리며 그 자신의 행동을 부인하였다.초요는 다음 날에야 병원으로 갔다. 만약 당시 무슨 일이 있었더라면 바로 병원에 갔을 것이다.그러니 그가 초요를 밀친 것과는 무관해야 했다.기묵비는 그녀와의 관계를 끊으려 했지만 자신을 속여봐도 소용없었다.이때 장 씨 아줌마가 마침 그의 지시대로 우려낸 홍차를 가지고 들어왔다. 아줌마는 찻잔을 놓고 가려고 했으나 기묵비는 그녀를 잠시 불러 그날의 일을 물었다.“초요는 쭉 당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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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6장

”소만리, 난 널 사랑하지 않아.”“여기 제 약혼녀 초초예요.”“왜? 기부인은 내가 기묵비의 아이를 해칠까 두려운 건가?”소만리는 가슴 아파하며 자신의 배를 만졌다.기모진, 당신의 아이야.이번 생에서 당신 말고는 내게 다른 남자는 없어.그런데 당신은 결국 나를 믿지 못하는군.소만리는 고민스러운 듯 웃더니, 갑자기 이틀 전 자신의 실연한 얘기를 털어놓는 낯선 사람을 위챗에 추가한 것이 생각났다.그녀는 지금 이 낯선 사람 외에는 아무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었다.소만리는 그 사람의 위챗 대화창을 열었다. 어떤 방식으로 말을 걸어야 할지 고민하다 그냥 안부를 물었더니 그쪽에서 바로 답장이 왔다.[안녕하세요. 친추해 주셔서 너무 기뻐요.][안녕하세요.]소만리가 답했다.[저기, 저 실연당했어요. 기분이 우울해요. 지금 저랑 얘기 좀 할 수 있을까요?]소만리도 기분이 우울했던 참에 있는 말 없는 말 주저리주저리 이 사람과 얘기하기 시작했다.이튿날 깨어나자 비로소 소만리는 자기도 모르는 와중에 잠들어 버린 것을 알았다.그녀는 씻고 아래층으로 내려와 아침을 다 먹을 즈음 기묵비가 왔다.그는 그녀를 데리고 기 씨 그룹으로 가서 말했다. 소만리에게 기 씨 그룹 보석디자인 부문 감독을 맡아 달라고 했다. 소만리는 거절할 권리가 없었다. 그러나 만일의 하나를 위해서 계약을 협의하기로 했다. 기모진과도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기모진은 2억 원을 제시하였다. 자신을 위해 보석을 주문 제작해 줄 것을 기 씨 그룹에 요구하였다.소만리는 기묵비가 그녀를 시험해 보려고 이런 일을 꾸몄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러나 뜻밖에도 기묵비는 대범하게, 그것도 한밤중에 소만리를 기모진과 단독으로 협의하게 하였다.소만리는 이른바 기 씨 그룹의 총재 직함의 기모진과 회의실에서 만났다.이 시간에는 부서의 모든 사람들이 퇴근한다. 건물 전체에는 그들 둘뿐이다.이때 기모진은 소만리의 맞은편에 앉아 그녀를 한 번도 쳐다보지 않고 전혀 개의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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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7장

기모진은 소만리의 갑작스럽고 적극적인 포옹이 의아했다.어둠 속에서 그는 무의식적으로 소만리의 허리에 손을 얹었으나 말투는 오히려 담담했다.“계약에 관한 일 말고 기부인이 나와 무슨 할 말이 있지?”소만리는 지금 기모진이 자신에게 차갑게 말하는 것을 탓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예전에 자기는 더 모진 태도로 그를 대했기 때문이다.“기모진, 정말 중요한 일이 있어.”기모진은 핸드폰의 희미한 불빛을 빌려 눈을 내리깔고 품 안의 소만리를 바라보며 말했다.“말해 봐.”소만리는 심호흡을 하고도 여전히 경계하는 표정으로 회의실 입구를 보았다. 그녀는 기모진의 팔을 잡고 있는 손에 약간 더 힘을 주며 말했다.“모진, 사실 우리의 여......”“윙윙윙.......”소만리가 말을 더 하려는데 공교롭게도 마침 바닥에 떨어진 핸드폰이 진동하기 시작했다.그녀의 심장은 요동 쳤고 빛을 내뿜는 핸드폰 화면에는 기묵비의 이름이 떠 있었다.이미 더 말을 이을 수가 없어 하고 싶은 말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소만리는 주먹을 불끈 쥐며 어쩔 수 없다는 듯 체념하며 쓴웃음을 지었다.역시 그녀는 결코 기묵비의 감시에서 빠져나갈 수 없었다.“무슨 말인데?” 기모진이 다시 물었다. 그의 말투는 부드러웠다. 아마도 그녀가 방금 그를 “모진"이라고 불렀기 때문인 것 같았다. “더덩.”갑자기 회의실 전등이 환하게 켜졌지만 소만리의 마음속 등불은 이미 꺼져가고 있었다.그녀는 황급히 기모진을 꼭 잡고 있던 두 손을 풀고 빨리 핸드폰을 주워들었다.기묵비의 전화를 막 받으려는 순간 기모진이 그녀의 손목을 잡아당겼다. 소만리는 놀라고 당황한 눈빛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 “기모진, 손 놔.”“아까 하려던 말 아직 안 했잖아. “남자는 굳은 표정을 하고 여자를 추궁했다. “당신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던 거야?”그의 깊은 눈을 바라보니 소만리의 마음속에서 수많은 충동이 밀려왔다.순간 그녀는 기모진이 정말로 그녀를 사랑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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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8장

전화기 너머 기묵비의 목소리는 담담했다.“여온이한테 일이 생겼어.”소만리의 표정이 얼어붙었다. “뭐라구요? 일이 생겼다고요? 무슨 일인데요?”“여온이가 잘못하다가 넘어져서 머리가 깨지고 피가 많이 흘렀어. 방금 왕립병원에 입원했어.”기묵비의 말투는 평온했고 이어서 의미심장하게 물었다.“당신 지금 기모진이랑 같이 있어?”“저 지금 같이 있지 않아요. 지금 당장 비행기 표 예약해서 F국으로 돌아갈 거에요.”기모진은 회의실에서 나오다가 소만리가 엘리베이터를 향해 급히 달려가는 모습을 보았다. 기모진의 눈 속에 질투의 빛이 떠올렸다. “그 사람 전화 한 통에 이렇게 빨리 서둘러 돌아가서 그를 만나다니. 소만리, 넌 애초에 나한테 그렇게 신경 쓴 적 있었어?”소만리는 밤 비행기를 타고 F국으로 돌아갔다.그녀가 병원에 도착했을 때 기여온은 중환자실로 옮겨져 계속 관찰 중이었다. 투명한 유리창 너머로 소만리는 핏기 없는 인형의 얼굴을 보았다. 가슴이 아파서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유모가 말하길 기여온이 놀다가 실수로 머리를 부딪쳐서 깨졌다고 했다. 그러나 소만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이것은 기묵비의 경고였다.그는 그녀가 다른 어느 누구에게도 진실을 알리고 싶은 충동을 느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하는 것이었다. 그렇지 하지 않으면 온전히 상처받는 사람은 기여온이라는 경고였다.소만리는 지친 듯 의자에 앉았다. 마음이 더욱 지친 하루였다.눈앞에 기묵비의 큰 체구가 다가왔다. 소만리는 그것이 거대한 산맥처럼 느껴져 압도당하고 짓눌려 숨을 쉬기 어려웠다. 그녀는 이렇게 겁에 질린 채로 얼마나 더 많은 나날을 버텨야 할지 몰랐다.기묵비는 그녀에게 다가와 말했다.“여온은 생명에 지장은 없다고 해. 이렇게 일부러 급하게 올 필요는 없었어.”소만리는 마치 옥처럼 부드럽고 촉촉한 그의 얼굴을 보며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지금 저 안에 누워 있는 아이는 내가 10개월 동안 품어 낳은 내 혈육인데 어찌 편안하게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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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9장

”신혼부부라 아주 금슬이 좋다 못해 뜨겁구만.”그는 날카로운 칼날 같은 비꼬는 말투를 하며 소만리의 신혼방을 지나갔다.그녀는 괴로워 속이 쓰린 것을 억지로 참으며 기모진과 언초가 팔짱을 끼고 밝은 미소를 지으며 걸어오는 것을 바라보았다. 소만리는 그들을 향해 말했다.“피차 마찬가지 아닌가요? 기 선생님과 당신의 약혼녀도 금슬이 좋아 보이는군요.” “물론이지.”기모진이 웃으며 말을 받았다. 그의 보드라운 눈길이 언초의 얼굴에 내려앉았다. “초초는 내 인생 가장 어두운 순간 한 줄기 빛처럼 나타났고 내 평생 초초처럼 좋은 여자를 만났으니 당연히 소중히 아껴줘야지.”“모진, 당신이 말한 것만큼은 아니에요.”언초는 수줍은 듯 말하며 기모진의 어깨에 몸을 기대며 말했다. “참, 어서 기 선생님과 기부인에게 청첩장을 드리세요.”청첩장?소만리는 당황스럽고 의아해서 뒤따라 가 보았다. 기모진은 세심하게 만든 청첩장을 그녀 앞에 내밀었다.“이번 주 토요일에 저와 기모진이 경도에서 약혼식을 거행하니까 작은 아버지와 작은 어머니도 오셔서 우리를 축복해 주셨으면 좋겠어요.”건네준 청첩장을 보는 소만리의 눈빛이 흐려졌다.그들은 과연 약혼을 하는 것이다.“나와 소만리는 꼭 제시간에 도착해서 참석할게요.”기묵비는 청첩장을 받고 웃으며 말했지만 마음 저 깊은 곳이 캄캄해져 오는 것을 느끼며 환하게 웃고 있는 언초를 바라보았다.어딘가에서 한 번쯤 본 듯한 이 느낌은 그의 평온했던 심장을 다시 휘저어 놓았다.언초는 기묵비의 그런 시선을 느끼고는 더욱더 대범하게 그를 반기며 말했다.“기 선생님, 왜 그렇게 저를 쳐다보세요?”“언초 양이 왠지 낯이 익어서요. “기묵비가 숨기지 않고 말했다. “그래요? 아마 저랑 비슷하게 생긴 사람이 많나 봐요. 그래서 기 선생님이 낯이 익어 하시는 것 같아요. “언초는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기모진의 팔을 끌어당겼다.“모진, 우리 갈까요. 저랑 같이 약혼드레스 보러 가요.”“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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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0장

그런데 기모진, 당신이 어떻게 알겠어. 내가 그때 당신을 따라간 건 당신을 구하기 위해서였다는 걸.당신은 단지 내가 변심했고 당신을 가지고 논 거라고 굳게 믿었지.그녀는 청첩장의 이름을 어루만지고 마음 아프게 웃었다. 눈시울이 뜨거워져 왔다.“모진, 당신이 만약 여온이 살아있다는 걸 안다면 정말 기뻐할 거야.”아픈 마음을 가라앉힌 후, 소만리는 다시 펜을 들어 마음속으로 생각하고 있던 모든 것을 설계도면에 그렸다. 다음날 그녀는 도안을 기모진에게 보냈다.그는 오랫동안 답장을 하지 않았는데 마치 그때 그가 그녀를 무시했던 상태와 흡사했다. 거의 저녁때가 되어서야 소만리는 기모진의 답장을 받았다. 디자인이 마음에 들지 않으니 다시 설계하라는 내용이었다.소만리는 기모진의 뜻에 따라 설계를 고쳤으나 거절당했고 그 후로도 몇 번을 고쳤다. 기모진은 늘 디자인이 마음에 안 든다고 했다. 소만리에게 그가 바쁘다는 걸 강조하며 이런 알맹이 없는 디자인을 보내 쓸데없이 자신의 귀중한 시간을 낭비하게 하지 말라고 했다. 소만리는 기모진이 일부러 그녀를 괴롭힌다고 생각하여 아예 아이패드를 가지고 그의 사무실로 직접 찾아갔다. 그곳은 기모진이 자신의 명의로 새로 세운 회사였다. 기 씨 그룹 빌딩에서 그리 멀지 않아 소만리는 몇 개의 블럭을 지나 곧 도착했다.그녀는 프런트 데스크로 가서 예의 바르게 자신을 소개하였다.“저는 기 사장님의 결혼반지를 설계하는 일을 맡고 있는 디자이너입니다. 제 명함입니다. 기 사장님께는 이미 메시지를 보내 반지 디자인에 관해 말씀 드리겠다고 했으니 기 사장님께 제가 도착했다고 알려주시겠어요.”“알겠습니다. 잠시만요.”데스크 직원은 소만리의 명함을 들고 기모진의 사무실로 갔다. 잠시 후 데스크 직원이 돌아왔다.“죄송하지만, 지금 사장님이 화상회의 중이시라 급하지 않으시다면 잠시 기다려 보시겠어요?”“네 알겠습니다. 기다리지요.”소만리는 시간을 확인하고 조용히 앉아서 기다렸다.기모진은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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