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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가 사랑한 여인의 모든 챕터: 챕터 2331 - 챕터 2340

2479 챕터

2331장

예선은 잠시 멈칫했다.예기욱이 어떤 심정인지 짐작이 갔다.그녀는 긴 한숨을 내쉬며 입가에 쓴웃음을 지었다.“내가 어렸을 때 엄마 아빠는 절 버리셨어요. 최근에야 두 분이 절 찾아오셨죠.”예선의 말이 떨어짐과 동시에 마침 전방의 신호가 빨간색으로 바뀌었다.차가 멈추었고 나익현은 예선에게 시선을 옮겼다.그의 눈에는 안타까움과 충격이 함께 떠올랐다.“그게 사실이라면 예 교수님 같은 뛰어난 인재가 젊은 나이에 크나큰 잘못을 저질렀다는 얘긴데, 뭔가 오해가 있었던 거 아니에요?”“오해 아니에요.”예선이 부정했다.“제가 직접 그들에게 물어봤어요. 진짜 일부러 날 버렸냐고. 그들이 모두 인정했구요.”예선의 대답을 들은 나익현은 여전히 못 믿겠다는 표정을 지었다.“때로는 우리가 직접 본 것도 사실이 아닐 때가 있잖아요.”“하지만 그들이 당시 날 원하지 않았다는 건 사실이에요.”예선의 말을 듣고 나익현도 더 이상 뭐라고 말하기가 난감했다.그는 예선이 더 이상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그 일을 다시 언급하지 않았다.30분 정도 후 나익현은 예선이 알려 준 주소로 그녀를 데려다주었다.소만리는 원래 예선을 태우고 집으로 올 생각이었는데 30분 전에 예선이 집에 데려다줄 사람이 있다고 하길래 혼자 집으로 돌아온 터였다.나익현이 대문 앞에서 신사적인 자태를 뽐내며 차에서 내려 예선을 위해 직접 조수석 문을 열어주는 것을 본 소만리는 두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나익현 사장님이시죠?”나익현은 소만리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아, 안녕하세요. 전에 비즈니스 모임에서 한번 뵈었었죠.”“어쩐지 낯이 익다 했어요.”소만리는 웃으며 예의 바르게 말했고 안으로 들어가서 차나 한잔하고 가라고 나익현에게 청했으나 그는 볼일이 있다며 그냥 돌아섰다.소만리는 예선을 돌아보며 말했다.“널 집에 데려다준다던 사람이 회사 사장님이었어? 어떻게 너한테 이렇게 잘 해 줘? 설마 너한테 호감 있는 거 아니야?”“그럴 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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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32장

기모진이 건넨 초대장을 받아든 소만리는 의혹에 가득 찬 눈빛으로 천천히 초대장을 열었다.초청인은 소만리가 모르는 사람이었다.그러나 내용을 찬찬히 바라보던 소만리는 소스라치게 놀라고 말았다.“소군연 선배가 영내문이랑 결혼한다고?”기모진은 짙은 눈썹을 한껏 찌푸리며 말했다.“나도 다른 사람한테서 전해 받은 청첩장이야. 영내문처럼 오만하고 거만한 여자가 차마 우리한테는 청첩장을 보내진 못했나 봐. 우리가 미리 알고 무슨 짓을 할까 봐 두려운 거지.”“자신이 다 지은 밥에 우리가 재를 뿌리게 만들고 싶지 않았던 거지. 일단 결혼을 한 후에는 소군연 선배가 기억을 되찾는다고 해도 자신과 소군연이 결혼했다는 사실을 바꿀 방법이 없을 테니까.”소만리는 단번에 영내문의 속셈을 꿰뚫어보았다.기모진도 소만리와 같은 생각이었다.두 사람은 말없이 고개를 들어 마당에서 막내아들과 놀고 있는 예선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소만리, 예선이한테 이 일 알릴 거야?”미소를 짓고 있는 영내문을 바라보며 소만리는 고개를 가로저었다.“영내문을 만나러 가 봐야겠어.”“소만리, 나도 같이 가.”“아니야, 그럴 필요 없어. 나 혼자로도 충분해.”소만리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 내가 처리할 수 있어.”영내문이 소만리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는 걸 기모진도 잘 안다.그래도 마음속에 드리워진 불안한 감정은 어쩔 수 없었다.“그럼 무슨 일이 있으면 바로 나한테 알려 줘야 해.”“그럴게.”소만리는 대답했다.더 이상 시간을 지체하고 싶지 않았던 소만리는 바로 다음날 차를 몰고 소 씨 집안으로 향했다.도착하자마자 대문에 큰 글씨로 경사스러운 문구를 써 붙여 놓은 것으로 보아 청첩장에 적힌 일이 사실인 것 같았다.소군연과 영내문의 결혼은 정말 사실이었다.소만리는 차를 세우고 대문 쪽으로 걸어갔고 가까이 가기도 전에 마당에서 인부들이 바쁘게 시설물을 배치하는 것을 보았다.“얼른얼른 좀 움직여요. 뭘 우물쭈물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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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33장

영내문은 웨딩샵에서 웨딩드레스를 입어 보고 있다가 갑자기 소군연의 모친 전화를 받고 바로 차를 몰고 소 씨 집으로 달려왔다.그녀는 소만리가 소군연에게 무슨 말을 할지 너무나 걱정스러웠다.지금 자신이 바라던 것이 목전에 왔는데 여기서 망칠 수는 없었다.방 안.소군연은 소만리를 소파에 앉으라고 권했고 가정부에게 차와 간식을 부탁했다.“당신은 예선의 친구, 소만리죠.”소군연은 소만리를 보며 관계를 확인하려는 듯 말했다.소만리를 살짝 웃으며 입을 열었다.“소군연 선배, 난 예선의 친구예요. 하지만 선배 친구이기도 해요. 우리는 사이가 참 좋았어요.”소군연은 소만리의 말을 듣고 생각에 잠긴 듯했다.“소군연 선배, 옛날 일을 완전히 기억하지 못하는 건 아니죠?”소군연은 정신을 가다듬고 고개를 살래살래 흔들었다.“기억의 회로를 가로막는 뭔가가 있는 것처럼 과거에 대해 아무것도 생각이 나지 않아요. 굳이 힘들게 생각하려고 하면 머리가 너무 무거워져요.”“그렇다면 너무 무리하게 생각하지 마세요.”소만리가 부드럽게 만류했다.“제가 저명한 뇌과 전문의를 잘 알아요. 그분이 군연 선배의 상황을 듣고 얼른 데리고 오라고 하셨어요. 충분히 치료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하시면서요. 군연 선배가 언제 시간이 되는지 몰라서 내가 선배를 데리고 그 의사한테 가 보려고 온 거예요.”“지난번에 예선도 나한테 말했어요. 저명한 뇌과 전문의를 알고 있다고...”“바로 예선이 말한 그 전문의예요. 그분은 정말 실력이 좋은 분이세요.”소만리가 확신에 찬 눈빛으로 말했다.“사실 난 언제라도 괜찮아요.”소군연이 관심이 있는 듯 말했다.“언제든지 괜찮지만...”“군연아, 이 여자가 하는 말 듣지 마. 다 헛소리야. 그런 의사가 어디 있어?”소군연의 모친이 갑자기 들이닥쳐서 소군연의 말을 끊어 버리고는 몹시 언짢은 투로 소만리에게 경고했다.“소만리, 군연이 결혼식을 축하해 주기 위해 온 거라면 문제 삼지 않겠지만 다른 일로 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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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34장

영내문은 소군연의 집 근처 웨딩샵에서 웨딩드레스를 입어 보고 있었기 때문에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게다가 급한 마음에 속도를 높여 달려왔기 때문에 순식간에 나타날 수 있었다.소만리는 발자국 소리를 듣고 뒤를 돌아보았다.영내문의 당황한 얼굴을 보며 입술을 들썩이며 말했다.“영내문, 정말 날아왔네요. 1초라도 지체하면 내가 당신의 계획을 망쳐 버릴까 봐 걱정됐어요?”영내문의 얼굴이 일순 어두워졌다.그러나 그녀는 소군연이 같이 있는 것을 보고는 바로 가면을 쓴 듯 연기를 하기 시작했다.영내문은 세상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소만리, 난 정말 이해가 안 되네요. 당신이 예선과 아주 친한 친구란 건 알지만 친구를 이런 식으로 돕는 건 아니죠. 매번 나한테 이런 모욕을 주면 안 되는 거잖아요, 네?”영내문의 능청스러운 연기에 소만리는 아무런 감정 기복 없이 싸늘한 표정으로 말했다.“영내문, 당신 연기는 정말 언제 봐도 출중하군요. 이러니 무식하고 아무 생각없는 사람들은 속을 수밖에.”소군연의 모친은 무식하고 아무 생각 없는 사람들이란 표현을 듣고는 왠지 자신을 비꼬는 말 같았다.소군연의 모친은 기가 찬 듯 씩씩거렸지만 감히 소만리의 말에 대들 생각은 하지 못하고 자신보다는 말싸움에 일가견이 있는 영내문 옆에 바짝 붙어 서 있었다.역시나 영내문은 거침없이 소만리를 향해 퍼붓기 시작했다.“소만리, 말이 너무 지나치군요. 비록 당신네 기 씨 그룹이나 모 씨 그룹이 우리보다 세력이 크다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람을 이렇게 함부로 괴롭혀서는 안 되는 거죠.”영내문은 억울한 얼굴로 소군연에게 다가갔다.“군연 오빠, 저 여자가 오빠한테 무슨 얘기를 했는지 모르지만 절대 저 여자 말 믿지 마세요. 어렸을 때부터 오빠만을 따르기로 한 내 마음은 줄곧 한결같았어요. 난 한 번도 오빠를 속인 적이 없다구요.”영내문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뺨치는 연기를 선보이며 눈살을 한껏 찌푸려 소군연을 애틋하게 바라보았다.소군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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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35장

영내문은 어렸을 때부터 소군연의 마음속에 쌓아온 자신의 이미지를 이렇게 하루아침에 무너지게 하고 싶지 않았다.영내문이 더 이상 날뛰지 않자 소만리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소만리는 영내문에게는 더 이상 말을 걸지 않고 소군연을 향했다.“소군연 선배,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 누가 연기를 하고 있는지 아마 마음속에는 이미 짐작이 갈 거예요. 기억상실은 일시적인 거예요. 잠시뿐이라구요. 곧 모든 것을 다 기억할 거구요. 선배가 누굴 사랑하는지 곧 다 기억할 거예요.”소만리는 영내문을 한번 힐끔 쳐다보고는 싸늘한 모습으로 뒤돌아섰다.영내문이 흉악한 눈빛으로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소만리는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블랙박스에는 아무것도 찍히지 않았지만 결국 제 발 저린 사람은 이미 침묵으로 진실을 말했군요.”“...”영내문은 그제야 소만리가 일부러 블랙박스 운운한 사실을 알았고 소만리의 꾀임에 넘어간 것이 분하고 억울해 미칠 지경이었다.소만리는 영내문의 그런 모습을 뒤로한 채 당당하게 현관을 나섰다.영내문은 황급히 뒤돌아서며 울음 섞인 목소리로 소군연에게 말했다.“군연 오빠, 소만리가 날 속이는 거 봤죠? 일부러 우리 사이를 이간질하려고 한다구요. 절대 저 여자를 믿지 마세요!”소군연은 온화한 눈동자를 치켜들었지만 그 눈빛은 엄숙하고 차갑게 변해 있었다.“나 지금 머리가 너무 어지러워. 방으로 들어가 좀 쉬어야겠어.”그는 말을 마치자 바로 일어서서 계단으로 향했다.영내문이 황급히 그를 뒤쫓았다.“군연 오빠, 어릴 때부터 오빠만을 쭉 봐 온 내 마음을 정말 모르겠어요? 정말 못 믿겠냐구요?”소군연의 발걸음이 뚝 멈췄다.“믿고 싶지만 왜 아까 아무 말도 않고 가만히 침묵했는지 말해 줄 수 있어?”“...”영내문은 할 말을 잃었다.그저 소군연이 자신을 뒤로하고 올라가는 뒷모습만 멍하니 바라볼 뿐이었다.소만리가 놓은 덫에 걸렸다는 생각에 영내문은 분노가 치밀어 올라 자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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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36장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길이 없는 소군연이 다급한 노크 소리에 얼굴을 찡그렸다.“군연아, 어서 문 열어.”그의 모친이 계속 재촉하며 문을 두드렸다.소군연은 방문을 열기 위해 몸을 일으켰고 문을 열자 애타는 자신의 어머니의 모습을 보고 짜증스럽게 말했다.“무슨 일이에요? 왜 이렇게 급하게 날 찾는 거냐구요?”“내문이한테 큰일이 났어!”소군연의 모친이 말했다.소군연은 모친의 말을 듣고 왠지 마음이 편안해졌다.한편 이런 일로 자신을 성가시게 한 것인가 생각하니 짜증이 밀려왔다.“무슨 일인데요?”“내문이가 유서를 남기고 약을 먹었어!”소군연의 모친의 표정을 보아하니 농담은 아닌 것 같았다.“지금 병원 응급실에 있어. 내문이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 군연아, 어쨌든 너도 어서 가 봐야 해.”상황을 알게 된 소군연은 주저하지 않고 코트를 집어 들었고 모친과 함께 병원으로 달려갔다.응급실 입구에 도착했을 때 의사가 막 나오고 있었다.소군연은 영내문의 부모가 급히 달려가 영내문의 상태에 대해 의사에게 묻는 모습을 보았다.의사는 보호자들을 편안하게 달래며 상황을 설명했다.“두 분 안심하세요. 방금 위세척에 성공했으니 생명에는 지장이 없을 거예요. 하지만 환자 몸이 많이 허약해 있어서 휴식을 잘 취해야 해요. 되도록이면 환자를 자극하지 말고 환자가 원하는 대로 들어주세요. 그렇지 않으면 자극받아서 환자 상태가 급격히 안 좋게 진행될 수도 있어요.”“고마워요. 닥터 류.”영내문의 부친은 의사와 친분이 있는 것 같았다.“내문이만 아무 일 없으면 그걸로 됐어요.”영내문의 모친은 옆에서 눈물을 닦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그러다가 소군연과 그의 모친이 오는 것을 보고는 갑자기 화가 나서 소군연에게 달려들어 한바탕 꾸짖었다.“소군연, 우리 내문이가 뭘 그렇게 잘못했어! 다른 사람이랑 짜고 이렇게 내문이 마음을 아프게 하다니. 네가 조금이라도 우리 내문이 생각했더라면 아이가 이런 끔찍한 생각을 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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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37장

”안녕히 계세요, 군연 오빠. 꼭 행복하셔야 해요.”영내문의 서명을 끝으로 편지는 마무리되어 있었다.상처를 입은 뒤 죽음을 각오하고 있던 영내문의 심정이 행간마다 알알이 읽혀지는 유서였다.“군연아, 내문이는 널 위해 이런 선택을 한 거야.”소군연의 모친은 옆에서 영내문의 유서를 함께 보며 소군연에게 말했다.“내문이는 정말 바보야. 다른 사람 때문에 이런 못난 생각을 하다니.”“예선과 소만리 때문이기도 하지만 결국 내문이가 가장 슬퍼한 건 네가 내문이를 믿어 주지 않았기 때문이야.”영내문의 모친이 강조하듯 말했다.“군연아, 내문이가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지만 네가 내문이를 잘 보살펴줘야 해. 방금 의사도 그랬듯이 내문이는 어떤 자극도 받으면 안 돼.”소군연은 눈앞에 있는 사람들이 사실 낯설었지만 영내문의 유서를 보고는 살며시 고개를 끄덕였다.영내문의 모친은 소군연이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하자 마음이 놓였다.하지만 유서에 적힌 내용을 생각해 보니 다시 화가 치밀어 올랐다.기 씨네 본가.마침 식사 시간이어서 소만리의 가족은 모두 식사 준비를 하고 있었다.예선은 소만리의 막내아들을 잠시도 손에서 떼지 않고 그에게 밥을 떠먹이고 있었다.소만리는 막내아들과 함께 있는 예선의 모습을 보고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소만리도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첫술을 뜨려고 했을 때 가사도우미가 급히 달려왔다.“사모님, 어떤 여자가 화가 나서 뛰쳐 들어왔어요. 꼭 사모님과 예선 씨를 만나야 한다면서요.”소만리와 기모진은 서로 의아한 눈빛을 주고받으며 그 여자가 누구일까 의아해하고 있는데 갑자기 영내문의 모친이 그들 앞에 나타났다.“당신들 지금 희희낙락 즐겁게 식사할 기분이 나요?”영내문의 모친은 다짜고짜 퍼부었다. 귀부인의 모습은 사라진 지 오래였다.위청재는 영내문의 모친을 잘 알고 있었다.평소 귀부인 모임에서 종종 만났던 사이인데 다짜고짜 들어와 소만리를 향해 욕설을 퍼붓자 위청재는 일어나서 소만리 앞을 막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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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38장

위청재가 하는 말에 화가 난 영내문의 모친은 화를 주체하다 못해 미칠 지경이었다.그녀는 소군연에게서 가져온 유서를 꺼내 위청재의 얼굴을 향해 던졌다.위청재가 언짢은 표정으로 영내문의 모친이 던지는 종이를 받아들고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말했다.“이게 뭐예요? 왜 나한테 던져요?”“내 딸 유서예요!”영내문의 모친은 이를 갈며 소리쳤다.“위청재, 내 딸 유서 똑똑히 보세요. 설마 다 보고 나서도 당신 며느리가 아무 잘못이 없다는 말은 못 할 거예요.”영내문의 모친이 노여움을 가라앉히지 못하는 모습을 보고 소만리는 아침에 소군연의 집에 찾아가서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영내문의 유서?”예선은 미간을 찌푸린 채 소만리의 막내아들을 안고 얼른 위청재한테 다가갔다.위청재가 이른바 유서를 열자 소만리도 그 내용을 바로 알아차렸다.유서에는 자신이 매우 슬프고 억울하다는 영내문의 호소가 여기저기에 담겨 있었다.그녀는 소만리와 예선이 자신을 모욕하고 게다가 자신을 믿어 주지 않는 소군연에게 상심한 채 이런 결심을 했노라 구구절절 써 놓았다.유서 말미에는 자신의 부모에게 아무도 탓하지 말라는 당부를 하며 끝내 소군연에게 환심을 사려는 의도도 보였다.얼마나 의리가 깊고 착하고 다정한 여자로 보이고 싶었을까.하지만 소만리의 눈에 비친 영내문의 유서는 수상한 냄새가 짙게 배어 있었다.“위청재, 똑똑히 봤어요? 당신 며느리가 얼마나 사악한 짓을 했는지 이제 알겠어요? 난 이 일을 인터넷에 공개할 거예요. 반드시 내 딸을 위해 정의를 되찾을 거라구요!”영내문의 모친은 말을 마치자마자 손을 뻗어 유서를 다시 집어 가려고 했다.그러나 위청재는 급히 손을 뒤로 뺐다.“위청재, 이게 무슨 짓이에요? 내 딸 유서 돌려줘요!”영내문의 모친은 손을 내밀어 악랄하게 말했다.위청재는 담담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내 며느리는 절대 그런 사람이 아니에요. 난 확신할 수 있어요. 이 유서를 인터넷에 공개한다면 아마 당신의 체면이 곤두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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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39장

소만리는 거침없고 당당한 자세로 영내문의 모친에게 유서를 건넸다.“가져가세요. 인터넷에 폭로를 해서 댓글 부대를 동원해 날 공격할 수는 있지만 그것이 진실을 가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당신은 내 막내아들보다 더 순진한 거예요.”“...”영내문의 모친은 연거푸 퍼붓는 소만리의 반박에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그녀는 소만리가 들고 있던 유서를 빼앗고는 화가 난 듯 소만리를 가리켰다.“소만리, 기 씨 집안과 모 씨 집안이 당신 뒷배에 있다고 너무 기고만장해 있지 마세요. 내가 기어코 이 일을 인터넷에 폭로할 거예요. 그 후에 당신이 얼마나 우쭐해하는지 내가 똑똑히 지켜볼 거예요! 흥!”영내문의 모친은 성난 눈으로 소만리를 쏘아보며 휙 돌아섰다.영내문의 모친이 떠나자 소만리는 눈엣가시 같은 사람이 없어져서 속이 후련했지만 예선은 짐짓 소만리가 걱정되기 시작했다.“소만리, 너 언제 영내문을 찾아갔었어?”일이 이렇게 되자 소만리도 더는 예선에게 숨길 수 없다고 생각했다.그러나 소만리가 입을 떼기도 전에 옆에 서 있던 기모진이 한발 먼저 입을 열었다.“소군연과 영내문이 다음 주에 결혼한다는 소식을 어제 전해 듣고 오늘 일부러 찾아간 거였어. 아마 그 일로 소군연이 영내문을 의심하면서 결혼을 꺼려 한 것이 일의 발단이 되지 않았을까 싶어.”기모진은 담담하게 말했지만 그의 통찰력은 역시 대단했다.소만리 역시 기모진의 생각에 동의했다.소군연이 영내문과 소만리의 대화를 듣고 영내문에 대해 의심을 품게 되자 영내문은 기억을 잃은 소군연이 자신을 믿게 할 좀 더 강한 장치가 필요했을 것이다.그리하여 영내문은 자살을 가장하게 된 것임에 틀림없다.하지만 예선은 이 얘기를 듣고 나서 도저히 침착할 수가 없었다.“군연과 영내문이 결혼한다고? 다음 주에?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예선은 이 소식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예선아, 지금은 냉정해야 해. 소군연 선배는 기억을 잃었기 때문에 영내문한테 이용당했고 영내문은 그런 선배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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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40장

영내문은 사실 줄곧 거짓말을 해왔기 때문에 이번 일 또한 그녀가 벌인 자작극임에 틀림없다고 예선은 확신했다.사실 영내문은 지금 정신도 맑았고 몸에도 아무런 상처 하나 나지 않았다.영내문은 지금 자신의 모친이 먹을 것을 사러 나간 틈을 타서 편하게 핸드폰을 들고 인터넷을 뒤적거리며 네티즌들이 소만리에 퍼붓는 욕설을 흐뭇하고 바라보고 있었다.그때 갑자기 누군가가 문을 밀고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그녀는 소군연이 자신을 보러 온 게 아닌가 생각하며 얼른 핸드폰을 내려놓고 허약한 척 누웠지만 들어온 사람이 예선이라는 걸 보고는 정신이 멍해져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녀는 그저 멍한 눈으로 예선의 눈빛을 살피며 아무렇지도 않게 다시 허약한 척 자세를 유지했다.“예선, 당신이 여긴 웬일이에요? 누가 당신한테 이 병실에 들어와도 된다고 했어요? 당신 얼굴 다시는 보고 싶지 않아요.”영내문은 눈살을 찌푸리며 언짢은 표정으로 예선을 바라보았다.“엄마! 엄마! 어디 있어?”영내문은 유난히 힘없는 목소리로 병실 밖을 향해 자신의 모친을 불렀다.예선은 시치미를 떼고 있는 영내문을 보며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이 나왔다.“영내문, 여기 나 말고 아무도 없으니 아픈 척 연기하지 않아도 돼요.”자신에게 다가오는 예선을 바라보며 영내문은 더욱 당황스러워했다.“예선, 가까이 오지 마세요. 난 정말 당신 보고 싶지 않으니까.”영내문은 일부러 연약한 투로 말하며 더욱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당신이 군연 오빠를 많이 좋아한다는 거 알아요. 난 당신이랑 싸울 마음이 없다구요, 알겠어요? 당신이 군연 오빠를 진심으로 사랑한다면 난 아무것도 따지지 않을게요. 나중에 내가 돌아가서 군연 오빠와의 결혼식을 취소하도록 부모님을 설득할게요. 그러니 날 내버려둬요. 소만리가 더 이상 날 괴롭히지 않게 좀 해 달라구요. 난 그냥 조용히 살고 싶어요...”이렇게 말하면서 영내문은 울음을 터뜨리기 시작했다.예선은 영내문의 거짓 연기를 두 눈 뜨고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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