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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황제가 사랑한 여인: Chapter 2301 - Chapter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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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1장

”군연.”예선은 미소를 지으며 다정하고 자연스럽게 소군연의 이름을 불렀다.소군연은 예선의 따뜻한 미소를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묘한 느낌이 솟아났다.그는 이 느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알 수 없었지만 예선의 따뜻한 미소를 보고 있자니 왠지 온몸이 편안해지고 마음이 설레었다.“군연, 어서 빨리 차를 타고 집에 가자꾸나. 더 이상 내문이를 기다리게 하지 말고 어서 가자구.”소군연의 모친은 짜증 섞인 목소리로 그를 재촉했다.소군연은 모친을 곁눈으로 살짝 바라보며 알았다고 말하고는 다시 고개를 돌려 예선과 시선을 맞추었다.“난, 많은 걸 잊었어요. 기억하지 못해요.”소군연이 입을 열어 말했다.여전히 온화한 그의 목소리와 그의 말투였다.“내가 지금 유일하게 기억하는 것은 내 이름이에요. 어머니와 내문이가 나한테 몇 가지 사진과 동영상을 보여주며 나에게 일어난 일에 대해 말해 주었죠. 성가신 일에 더 이상 얽히고 싶지 않으니 당분간 날 찾지 않았으면 좋겠군요.”예상치 못한 소군연의 말이 예선의 얼굴에서 미소를 날려 버렸다.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매너 있게 다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오늘 퇴원한다고 해서 와 봤어요.”예선은 웃으며 손에 쥐고 있던 꽃다발을 건넸다.“이 꽃, 드리고 싶었어요. 퇴원하신 거 축하드려요. 집으로 돌아가서도 잘 치료하세요. 다른 생각은 아무것도 하지 말구요. 머지않아 예전처럼 건강한 모습으로 회복할 거예요. 그러면 자연스럽게 기억을 회복할 것이고 아마도 당신이 다시 날 찾을 거라고 믿어요.”예선이 웃으며 말을 마쳤고 소군연이 넋을 잃고 자신을 쳐다보고 있자 그녀는 직접 소군연의 손에 꽃다발을 쥐여 주었다.두 사람의 손끝이 닿는 순간 소군연의 심장이 마구 뛰기 시작했다.“군연, 몸조리 잘 하고 꼭 건강해져야 해요. 소만리가 날 기다리고 있어서 이만 가 볼게요. 조심히 들어가세요.”예선은 소군연을 향해 손을 흔들며 조금도 질척이지 않고 쿨하게 돌아섰다.소군연은 그녀의 뒷모습을 뚫어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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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2장

소군연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지만 예선의 뒷모습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예선은 소만리의 차에 올라타자마자 애써 짓고 있던 미소를 거두었다.그녀의 마음은 사실 조금도 쿨하지 못했다.그저 그의 앞에서 질척거리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을 뿐이었다.예선이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지 소만리는 너무도 잘 알 것 같았다.비록 소만리의 마음속에는 예선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 가득했지만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잠자코 예선의 생각을 존중해 주었다.예선도 지금은 자신이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잘 안다.소군연의 모친과 영내문이 연합해 자신을 모함하는 데는 도저히 대처하기 어려웠다.영내문은 어떻게 감당할 수 있겠지만 소군연의 모친은 소군연과 혈육 관계로 얽힌 사람이었다.당연히 엄마로서 자신의 아들을 관리할 권리가 있는 것이다.그러나 예선 자신은 어떤가.원래는 약혼녀였지만 지금 소군연이 그녀를 기억하지 못하니 그녀가 뭐라고 주장할 수 있겠는가?머릿속이 복잡해진 예선은 소만리에게 차를 세워달라고 부탁해서 길가에 내렸다.소만리는 예선을 혼자 두기가 마음 편하지 않았지만 예선은 기분 전환을 하고 싶다고 고집했고 결국 소만리는 먼저 갈 수밖에 없었다.예선은 정처없이 혼자 거리를 방황했다.손을 잡고 걸어가는 연인들을 보며 자연스럽게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을 떠올렸다.“군연, 당신은 곧 날 기억하게 될 거예요. 난 믿어요.”예선이 마음속으로 되뇌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그녀는 마음을 추스르고 우선 일에 매진하기로 결심했다.매일같이 이런 부정적인 생각에 에너지를 빼앗겨서는 안 될 것 같았다.예선은 돌아서서 허탈한 미소를 지었다.그런데 그녀의 시선이 길가에 있던 노점상에 꽂혔다.그녀가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기억 속의 그 옛날 일들이 마치 파노라마처럼 그녀의 머릿속에 단번에 펼쳐졌다...초등학교 다니던 시절, 아직 순진무구했던 아이였던 그녀는 자신을 사랑해 주는 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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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3장

예선이 도움을 청했다.이는 사영인이 간절히 바라던 바였다.“예선아, 무슨 일이든 얼마든지 말해도 돼.”예선은 주위를 한번 힐끔 둘러보고는 입을 열었다.“우리 어디 가서 앉아서 얘기해요.”사영인은 눈길을 돌리면서 말했다.“이 근처에 딱 맞는 곳이 있어. 예선아, 엄마 따라와.”사영인이 길을 안내했고 예선은 망설임 없이 사영인의 차에 올라탔다.차가 출발한 지 몇 분 만에 두 사람은 어느 고급 아파트 아래에 멈춰 섰다.예선은 이 일대가 낯설지 않았다.이곳은 자신이 일하는 직장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었다.그녀는 예전에 사영인이 자신을 위해 회사 근처에 아파트를 샀다고 했던 말을 떠올렸다.눈앞에 있는 아파트가 아마도 사영인이 말했던 그 아파트일 가능성이 컸다.물론 예선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녀는 사영인에게 어떤 물적 도움도 받을 생각이 없었다.사영인이 예전에 그녀에게 주었던 상처를 이런 식으로 갚으려 애쓴다는 걸 그녀는 모르지 않았다.엘리베이터가 로비에 도착했고 예선은 멀어져 가던 생각의 끝을 부여잡고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사영인은 예선을 데리고 아파트 문 앞에 도착했고 지문을 이용해 간단하게 현관문을 열었다.문이 열리자 은은한 향기가 예선의 코끝을 자극했다.은은한 꽃향기를 품은 거실에는 환한 햇살이 비치고 있었고 마치 편안한 위로의 공간처럼 예선에게 푸근함을 선사했다.예선이 더욱 놀란 것은 아파트의 인테리어였다.뜻밖에도 모든 인테리어 장식이 그녀의 스타일대로 꾸며져 있었다.작은 것부터 큰 것까지 어느 것 하나 소홀함이 없이 완벽했다.사영인이 얼마나 심혈을 기울여 이곳을 마련했는지 알 것 같았다.사영인은 홍차를 끓여서 예선에게 따라 주었다.따스한 햇살이 내리쬐는 거실에서 두 모녀는 소파에 앉아 잠시 편안함을 만끽했다.사영인은 예선을 보고 기대와 사랑이 가득 담긴 눈빛으로 미소를 지었다.“예선이 너도 짐작하겠지만, 그래 맞아. 사실 이 아파트 너한테 주려고 엄마가 산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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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4장

기대로 부풀어오른 마음을 애써 누른 예선은 감사한 마음을 가득 담아 말했다.“정말 고마워요.”“예선아, 엄마한테는 고맙다는 말 안 해도 돼.”사영인의 눈에는 뜨거운 모성애가 넘쳐흘렀다.예선은 마음이 한결 따뜻해졌다.사영인의 진심 어린 관심과 사랑을 느낀 예선은 더 이상 고맙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예선은 그 후로 바로 아파트를 떠나지 않고 사영인의 안내를 들으며 아파트를 한번 휙 돌아보았다.아파트는 200평에 달하는 엄청난 공간을 품고 있었고 다양한 꽃들로 둘러싸인 발코니에는 바람결에 묻어오는 꽃향기가 아득하게 코끝을 감쌌다.예선도 실내 디자인을 하고 있어서 이 지역의 집값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사영인이 자신에게 선물하려고 한 이 집은 인테리어까지 더 하면 어마어마한 가격을 자랑할 것이 틀림없었다.어느덧 저녁 무렵이 되었고 사영인은 너무나 기뻤다.예선이 바로 아파트를 떠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자신과 함께 시장을 보고 같이 음식을 만들 줄은 정말이지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이었다.석양이 은은히 대지를 적시고 부엌에서는 군침을 자극하는 맛깔스러운 향기가 풍겨 왔다.사영인은 마치 꿈을 꾸고 있는 듯했다.예선과 함께 요리를 하고 따뜻한 한 끼를 같이 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기분이 좋아 보이기는 예선도 마찬가지였다.그녀는 사영인이 초빙한 의사가 분명 군연의 상태를 호전시킬 수 있을 거라는 걸 확신했다.예선의 기분이 좋아지자 사영인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식사를 마친 두 사람은 함께 뒷정리를 했고 함께 산책을 하자는 사영인의 제안에 예선도 거절하지 않고 응했다.은은한 가로등 불빛 아래 예선과 사영인은 천천히 여유로운 발걸음을 옮겼고 봄날의 저녁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와 두 사람 사이에 꽃향기를 실어 왔다.그러다 예선은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마음속에 품었던 의혹을 던졌다.“저기, 그 이후에 그 사람 본 적 있어요?”사영인은 천천히 걸음을 멈추었고 깊고 오묘한 눈빛으로 예선을 바라보았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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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장

회사 일을 모두 마친 예선은 퇴근 준비를 마치고 아파트 쪽으로 가려고 나섰다.그러나 회사 문을 나서자마자 차 한 대가 그녀 앞에 나타났고 차창이 스르륵 내렸다.그러자 생각지도 못한 나익현이 예의 신사적인 미소를 띠며 예선을 바라보았다.“어디 가세요? 내가 데려다줄게요.”나익현이 정중하게 말했다.예선은 어리둥절했다.나익현 사장은 원래도 친절한 사람이었지만 어쨌든 예선에겐 사장님이었다.사장님과 함께 차를 타고 간다는 것은 아무리 편하려야 편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잠시 거절할 명분을 찾고 있던 예선이 드디어 입을 떼려는데 갑자기 나익현이 차에서 내려 예선을 위해 에스코트하며 조수석 문을 열어주는 것이 아닌가.“어서 타세요. 내가 데려다줄게요.”“...”나익현이 직접 문을 열어주니 예선은 더욱더 어쩔 줄을 몰랐고 어떻게 거절해야 할지 머릿속이 하얘졌다.“불편해할 필요 없어요. 예선 씨가 어디로 가는지 다 알아요. 마침 나도 그쪽으로 가던 길이구요. 그냥 가는 길에 데려다주려는 것뿐이에요.”나익현이 이렇게 말하자 예선은 더욱더 놀란 눈을 하고 그를 쳐다보았다.“제가 어디로 가는지 아신다구요?”“음, 뭐 그렇죠.”나익현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차에 올라타라는 듯 예선을 향해 손짓을 했다.호기심이 발동한 예선은 일단 나익현의 차에 올라탔다.차에 시동이 걸리는 소리가 들리자 예선이 기다렸다는 듯이 물었다.“사장님, 제가 어디로 가는지 어떻게 아세요?”나익현은 은은한 미소를 지었다.“내가 무슨 재주로 알겠어요. 그런데 그렇게 말하지 않았으면 예선 씨가 이 차를 탔겠어요? 아마 타지 않았을 걸요.”나익현의 말에 예선은 다시 한번 정신이 멍해졌다.방금 나익현이 예선에게 한 말은 단지 그녀를 차에 태우기 위한 거짓말이었던 것이다.예선은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사장님, 정말 감사합니다만 제가 가려는 곳은 이 근처예요. 걸어서 10분 정도면 도착할 수 있어요. 그러니 번거롭게 이러실 필요 없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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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장

예선은 이 남자를 보면서 왠지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그 남자도 예선을 보고는 잠시 멍한 표정을 짓는 것 같았다.남자는 예선에게서 시선을 거둔 후 바로 나익현에게 시선을 돌렸다.“익현아, 너 맞구나. 그런데 여긴 어쩐 일이야?”“아, 예 교수님. 오랜만에 뵙네요. 친구를 좀 데려다주려고 왔어요. 교수님은요? 언제 경도로 다시 돌아오신 거예요?”나익현이 웃으며 남자에게 물었다.남자는 그 말에 의미심장한 눈으로 예선을 바라보았다.“친구? 여자 친구야? 익현이 너 안목 좋은데.”“아, 예 교수님 오해십니다. 여자 친구 아니에요.”나익현은 성심껏 해명하며 시선을 낮추어 시계를 보았다.“교수님, 제가 지금 일이 좀 있어서 먼저 가 보겠습니다. 이틀 후에 교수님께 연락드리겠습니다. 제가 식사 대접을 꼭 하고 싶어요.”남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래, 다시 연락하자구.”나익현도 더는 길게 얘기하지 않고 곧바로 차를 몰고 그곳을 떠났다.길가에는 오고 가는 사람들이 많았음에도 단둘이 남은 예선과 남자는 왠지 어색한 기운을 떨칠 수가 없었다.결국 그 남자가 자신을 향해 정중하게 눈인사를 하는 것을 보고 예선도 얼른 예의 바른 미소로 답하고는 빠른 걸음으로 아파트 현관으로 들어갔다.남자는 예선의 뒷모습을 힐끔 쳐다보며 생각에 잠긴 듯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예선은 아파트로 들어가 엘리베이터가 내려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엘리베이터가 거의 도착할 때쯤 그녀는 뒤에서 자신을 향해 가까워지는 발자국 소리를 들었다.무심코 뒤를 돌아본 예선은 아까 나익현과 인사를 나누었던 남자가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모습을 보았다.엘리베이터가 마침 도착해서 예선은 안으로 들어가 층수를 눌렀는데 그 남자도 엘리베이터로 따라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아는 사람을 우연히 만났다면 그리 불편할 것도 없는 상황이었지만 아는 것도 모르는 것도 아닌 남자와 어설프게 다시 만나게 되자 그녀는 참으로 난처했다.게다가 이 남자는 엘리베이터에 타고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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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장

남자가 예선을 보며 잠시 머뭇거리는 사이 아파트 문이 열렸다.앞치마를 두른 채 주걱을 들고 있던 사영인은 뭔가 요리를 하느라 분주한 모습으로 두 사람을 맞이했다.남자가 예선과 함께 문 앞에 서 있는 것을 본 사영인은 깜짝 놀라며 말했다.“어? 어떻게 두 사람이 같이 왔어요?”“방금 아래층에서 만났어요.”남자가 말했다.그는 얼굴빛이 조금씩 미묘하게 변하고 있었고 예선을 바라보는 눈빛마저 심상치 않게 보였다.예선은 남자가 하는 말을 듣자마자 그가 오늘 만나기로 한 뇌과 전문의라는 것을 알아차렸다.화면이 정지된 듯 미동도 없던 사영인은 얼른 정신을 차리고 문을 활짝 열었다.“어서 들어와.”사영인은 다정한 미소를 지으며 예선에게 말했다.예선은 얼른 이 전문의와 소군연의 몸 상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고개를 끄덕이며 아파트로 들어갔다.남자는 미소를 지으며 들어가는 예선을 바라보면서도 따라 들어가지 못하고 한동안 멀뚱멀뚱 현관에 그대로 서 있었다.그의 눈빛은 마치 넋이 나간 듯 고요했고 초점을 잃은 눈동자는 예선의 얼굴에서 떠날 줄을 몰랐다.예선은 남자가 멍하니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것을 눈치채고 약간 의아한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교수님, 들어오세요.”예선의 말에 남자는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들었지만 여전히 머뭇거리며 부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였다.그는 신발을 벗고 실내화로 갈아 신으면서도 시선은 여전히 예선에게 꽂혀 있었다.“아, 아가씨 이름이 예선이에요? 예선?”남자는 건성으로 실내화를 갈아 신으면서 옆에서 실내화를 갈아 신고 있는 예선을 유심히 바라보았다.예선은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이 남자의 시선이 적잖이 의아했다.“네, 예선이라고 합니다. 제 이름이 예선인 줄 어떻게 아셨어요?”남자는 흠칫 놀라며 아무렇게나 얼버무렸다.“아, 내가 예선 씨 어머니와 통화했을 때 어머님이 그러시더군요. 딸의 성이 내 성과 같다고.”“아, 그랬구나.”예선은 조금도 의심하지 않고 고개를 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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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장

남자는 가늠하기 힘든 표정을 지으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고개를 끄덕였다.“나와 예선 씨 어머니는 동창이에요.”“동창이요?”예선은 새삼 놀랐다.남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온화한 눈빛으로 예선의 얼굴을 쳐다보았다.그러나 그 눈빛은 이내 조금씩 굳어지기 시작했다.“나와 어머니는 오래전부터 알고 지냈죠. 난 피치 못할 사정으로 경도를 떠나 의학 공부를 했고 그렇게 십몇 년을 당신 어머니와는 아무 연락 없이 지내다가 최근에야 연락이 닿았지 뭐예요.”남자의 설명에 예선은 눈을 깜빡이며 잠자코 듣고 있는데 문득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얘기인즉슨 지금 이 남자와 사영인과의 관계가 꽤 가깝다는 뜻인데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예선은 마음속으로 이런저런 추측을 해 보았고 그때 사영인이 마침 다가와 말했다.“저녁 식사 준비 다 됐으니 손 씻고 다들 식탁에 앉으세요.”사영인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남자를 쳐다보다가 다시 예선을 향해 시선을 던졌다.“예선아, 마실 거 뭐 줄까? 내가 가져다줄게.”“난 다 괜찮아요. 예 교수님이 좋아하시는 걸로 같이 마실게요.”“두 분이 마시는 걸로 할게요. 나도 아무 상관없어요.”남자는 살짝 웃으며 사영인의 눈을 마주 보았다.예선은 사영인과 남자가 눈을 마주치는 모습을 보고 마음속에 뭔가 이상한 느낌이 스멀스멀 피어올랐지만 뭐라고 딱히 표현할 수는 없었다.예선은 더 깊이 생각하지 않고 남자와 함께 식탁으로 향했다.저녁식사는 아주 푸짐하게 한 상 차려져 있었다.모두 사영인이 준비한 음식이었다.남자는 젓가락을 집어서 탕수육을 입에 넣고 음미하듯 천천히 씹었고 맛이 좋은지 감탄하며 말했다.“최근 몇 년 동안 사업에만 전념하는 줄 알았더니 여전히 음식 솜씨가 뛰어나군요. 하나도 변함이 없어요. 20년 전과 맛이 똑같아요. 정말 옛날 생각나는데요.”남자는 감탄하는 말을 쏟아냈고 사영인과 예선은 동시에 멍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사영인은 눈살을 찌푸리며 생각에 잠긴 듯 아무 말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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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장

예기욱의 얼굴빛이 일순 어둡게 변했고 붉어진 눈가에는 조마조마한 빛이 스쳐 지나갔다.“예선이가 날 그 정도로 싫어해?”“당신만 싫어하는 게 아니라 나도 싫어해요.”사영인은 헛헛한 마음에 한숨을 내쉬었다.“하지만 누굴 탓하겠어요? 다 우리가 자초한 건데.”“아니, 당신 탓이 아니야. 다 내 탓이지.”예기욱은 지난날의 일들을 모두 자신의 탓으로 돌렸다.“그때 내가 일찍 알았더라면...”“이미 다 지난 일이에요. 더 이상 꺼내지 마세요.”사영인은 예기욱의 말을 잘랐다.그들 모두를 고통스럽게 했던 지난 일을 더 이상 떠올리고 싶지 않았다.“그해 무슨 일이 있었든 그건 모두 부모인 우리 잘못이에요. 예선 혼자 내버려두고 부모 없는 고아처럼 자라게 해선 안 되는 거였어요. 예선이 십수 년 동안 잃어버린 부모의 사랑을 이제 와서 무슨 수로 채울 수 있겠어요? 그게 우리한테는 평생의 한으로 남을 거예요.”예기욱은 이 말을 듣고 죄책감에 한숨을 내쉬었다.사영인은 마음이 아팠지만 예선이 조금씩 자신을 어머니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생각이 떠오르자 그녀의 얼굴에 다시 은은한 미소가 피어올랐다.“됐어요. 당신도 더 이상 깊이 생각하지 말아요. 결국 예선이가 우리 딸이란 사실은 변함이 없어요. 예선이는 입이 무겁고 마음이 약한 아이에요. 언젠가 예선이도 당신을 아버지로 받아들이는 날이 올 거예요.”“정말 그럴까?”예기욱이 기대에 찬 눈빛으로 말했다.“정말 그랬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때는 우리도 한 가족으로 모일 수 있겠지?”“한 가족이요?”사영인은 이 단어에 대해서는 아직 낯선 느낌이 드는지 의아해하는 눈빛으로 말했다.정말로 오래도록 동경해하던 모습이었지만 어찌 보면 그녀에겐 너무나 아득히 먼 일 같았다.사영인은 잠자코 한숨을 내뱉었고 예선이 다가오는 발자국 소리가 들리자 예기욱에게 눈짓을 하며 목소리를 낮추었다.“더 이상 말실수하지 말아요. 지금은 그냥 의사로 온 거예요. 예비 사위를 살리는 일에 우선 힘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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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0장

”자료들을 보면 남자친구는 다른 사람들보다 회복이 훨씬 빨랐어요. 회복이란 것은 부상자들의 체질에 따라 빠를 수도 느릴 수도 있거든요. 돌봐주는 사람들이 얼마나 잘 보살피느냐도 중요하죠. 보니까 남자친구의 외상은 기본적으로 지금은 아무 문제가 없어 보이네요.”“정말 아무 문제가 없나요?”예선은 안심이 되지 않는 듯 물었다.“남자친구가 사고가 난 후 며칠 동안 의식을 잃었었어요. 그때 의사는 식물인간이 될 수도 있다고 하셨구요.”“당시 검사 결과를 보면 뇌가 심하게 흔들렸고 눈에 보이는 작은 멍울이 신경을 압박하고 있어서 아주 적긴 하지만 식물인간이 될 가능성도 있었죠. 의사는 모든 가능성과 상황을 가족들에게 알려야 하니까요. 그렇지만 심각한 상황은 아니었어요.”예기욱의 설명을 듣고 예선은 순간 마음이 한결 놓였다.“그렇다면 현재 군연의 건강은 거의 괜찮아졌다는 말씀이네요.”“그렇게 말할 수 있어요.”이렇게 말하는 예기욱의 표정도 한결 편안해졌다.“지금 이 환자에게 가장 큰 문제는 지난날 기억 속에 있던 일들과 사람들을 잘 기억하지 못한다는 거예요. 사실 오랜 시간 동안 난 기억상실을 경험한 환자를 많이 봐 왔어요. 하지만 기본적으로 이 환자처럼 돌발적인 사건으로 인해 보이는 기억상실 증세는 그리 오래가지 않아요. 일시적이란 얘기죠.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예기욱의 말에 예선은 더욱 마음을 놓을 수 있었고 그녀의 얼굴에는 마음속에서 우러나온 미소가 환하게 피어올랐다.“음, 이렇게 해요. 언제 시간 되면 내가 남자친구를 보고 검사를 해 드릴게요.”“아, 정말요? 제가 꼭 그 사람 데리고 올게요.”예선은 더없이 기뻐하며 대답했다. 이제야 뭔가 희망이 보이는 것 같았다.예선이 의심할 것을 염려해 예기욱은 사영인의 아파트에서 오래 머물지 않고 잠시 앉아 있다가 먼저 떠났다.예기욱이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예선도 집으로 돌아갔다.집으로 돌아온 예선은 제일 먼저 소군연에게 연락했지만 역시나 아무도 받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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