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황제가 사랑한 여인: Bab 2181 - Bab 2190

2479 Bab

2181장

소군연은 시름에 잠긴 표정으로 시선을 떨구었다.이 순간 도저히 예선과 눈을 마주칠 용기가 나지 않는 듯 잠시 침묵한 후 겨우 입을 열었다.“이번 주 일요일로 잡았어.”예선은 천천히 주먹을 쥐었다. 마치 자기 자신에게 지금 이 상황을 설득시키는 것 같았다.이윽고 그녀가 소군연을 바라보며 엷은 미소를 띠며 말했다.“뭐, 그것도 나쁘지 않아요. 날짜가 빨리 정해진 만큼 이 상황이 빨리 끝나겠죠.”예선은 다시 젓가락을 들고 고개를 숙여 음식을 집으며 말했다.“할아버지 상태가 완전히 안정되셔서 당신과 영내문이 거짓 커플 행세를 계속할 필요가 없길 바랄 뿐이에요.”“예선.”소군연은 손을 뻗어 예선의 손을 잡았다.그녀의 얼굴은 비록 웃고 있었지만 그는 그녀의 마음이 분명 많이 아플 거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예선, 날 믿어 줘. 나와 영내문의 약혼식은 할아버지의 눈을 가리기 위한 잠깐의 연극일 뿐이야. 내 마음속에 결혼하고 싶은 단 한 사람은 오직 예선 당신뿐이야.”예선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당연히 당신을 믿어요.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이런 일에 동의했겠어요?”예선의 대답을 듣고 소군연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번졌다.그는 다시 한번 힘을 주어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예선, 이 일이 끝나면 다시는 당신을 억울하고 불쾌하게 만들지 않을 거야.”예선은 살짝 의아한 듯 눈을 깜빡거렸다.소군연이 이런 말을 하는 연유가 무엇인지 감이 잡히지 않았기 때문이다.그러나 그녀는 더 이상 따지지 않고 계속 식사를 이어가려고 했다.그때 소군연의 핸드폰이 울렸다.누구한테서 전화가 왔는지 예선은 알 수 없었다.하지만 전화를 받은 소군연의 눈에 기쁨과 흥분 같은 빛이 스쳐 지나가는 것을 보았다.식사를 마친 후 소군연은 예선을 회사 입구까지 데려다주고 급히 차를 몰고 떠났다.예선은 회사 입구에 서서 멀어져 가는 소군연의 차를 바라보며 뭔가 문제가 있는 게 분명하다고 생각했다.소군연이 차를 몰고 향한 곳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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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82장

소군연이 돌아왔다는 하인의 말에 영내문은 아양스레 미소 지으며 일어나 소군연에게 다가왔다.“군연 오빠, 왔어요.”소군연은 예의상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어쩐 일이야?”“군연아, 그게 무슨 소리냐? 영내문은 네 약혼녀인데 어쩐 일로 왔냐니?”소군연의 모친이 미소를 지으며 소군연을 나무랐다.“군연아, 이리 와 봐. 내문이가 널 오래 기다렸어. 얘가 글쎄 널 기다리느라고 아직 점심도 못 먹었단다!”“아니에요, 어머니.”영내문은 수줍은 듯 얼굴을 붉혔다.소군연은 덤덤한 얼굴로 거실에 들어섰다.“무슨 일로 날 기다렸어?”영내문은 방긋 웃으며 소군연에게 다가갔다.“군연 오빠, 우리 이번 주 일요일에 약혼하잖아요. 시간이 촉박해서 우선 필요한 것들은 부모들께서 준비해 주셨는데, 부모님들이 준비할 수 없는 게 있다고 하시네요. 그건 오빠랑 나랑 둘이 가서 고르라고 하셔서요.”소군연은 의아해하며 반듯하게 생긴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그게 뭔데?”“뭐긴, 너네 결혼반지지!”소군연의 모친이 강조하듯 말했다.“너네들이 우선 가서 결혼반지 디자인을 대강 골라봐. 정 마음에 드는 게 없으면 엄마가 세상에서 가장 예쁜 반지를 만들어줄 사람을 데려오마!”“소만리를 찾아가 보세요. 보석 디자인 업계에선 매우 유명한 디자이너예요. 예전에 소만리가 디자인했던 브랜드 주얼리들은 정말 예뻤어요.”영내문이 건의했다.그 말에 소군연은 벨벳 상자를 쥐고 있던 손을 움켜쥐었다.영내문은 기대에 찬 얼굴로 말했다.“군연 오빠, 소만리가 동창이라고 들었는데 혹시 오빠가 나서서 부탁하면 안 돼요? 오빠가 부탁하면 거절하지 않을 것 같은데요.”“난 소만리랑 동창이 아니야. 소만리는 학교 후배야.”“그럼...”영내문이 뭐라고 말을 하려다 입을 다물었다.소군연의 손에 아주 단아하고 고혹적인 보라색 벨벳 상자가 들려 있는 것이 보였기 때문이다.저 정도 사이즈의 상자는 분명 반지를 담을 때 쓰는 것이다.영내문은 눈이 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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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83장

소군연이 이번 주 일요일에 영내문과 약혼식을 올린다고 말한 이후로 예선은 마음을 집중할 수가 없었다.신경 쓰지 않는다면 그건 분명 거짓말이다.가짜이긴 하지만 약혼은 약혼인 것이다.그녀의 마음이 왠지 모르게 안절부절못했다.그리고 예선이 뭔가 불안해하고 있다는 걸 옆에 있던 나다희가 눈치를 채고 말을 걸었다.“예선 언니, 무슨 걱정 있어요? 왜 그렇게 넋이 나간 사람처럼 하고 있어요?”나다희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예선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가로저으며 부인했다.“아니에요. 다음 디자인 건을 어떻게 해야 할지 그거 생각하고 있었어요.”“내가 보기엔 그게 아닌 것 같은데요?”나다희는 웃으며 눈을 깜빡거렸다.“예선 언니, 혹시 그 잘생긴 남자친구랑 싸웠어요?”예선은 웃으며 나다희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다희 씨, 언제 그렇게 남의 가십거리에 관심이 많았어요?”“아니, 그런 게 아니라요. 난 언니가 걱정되어서 그런 거예요.”나다희는 진지한 얼굴로 대답했다.이 말을 들은 예선은 자신도 모르게 입을 꾹 다물어 버렸다.그 모습을 본 나다희는 더욱 짙은 의혹을 품었다.“예선 언니, 뭔가 기분 나쁜 일이 있으면 나한테 말해요. 내가 진심으로 언니한테 좋은 친구, 좋은 동생이 되고 싶어요. 고민있으면 나한테 털어놔 보세요.”나다희의 말에 예선은 마음이 따뜻해졌다.회사에서 이렇게 진심으로 자신을 배려해 주는 친구를 만날 줄은 몰랐다.예선은 미소를 지으며 무거운 한숨을 내뱉었다.잠깐 쉬는 시간에 예선은 결국 자신의 고민을 나다희에게 말했다.나다희는 그 말을 듣고 한참 동안 어리둥절해하다가 믿기지 않는다는 듯 물었다.“그런 일이? 정말이에요? 난 그런 얘기 드라마에서나 나오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정말 실제로 있군요.”“나도 이게 사실이 아니길 바라지만 벌써 내일모레가 약혼식 날이에요.”예선은 가벼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가짜라고 해도 언니 마음이 너무 불편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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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84장

잠시 후 나다희는 영내문으로부터 답장을 받았는데 메시지 속에는 한 장의 사진이 있었다.예전에 예선의 남자친구가 회사 로비로 온 적이 있어서 나다희는 예선의 남자친구 얼굴을 알고 있었다.영내문이 보내준 사진을 보니 바로 그때 예선의 그 남자친구였다.두 사람은 동일 인물이었던 것이다.하지만 영내문이 보내준 소군연의 사진은 보아하니 영내문이 몰래 찍은 것 같았다.“세상에, 이런 우연의 일치라니.”나다희가 얼떨떨해하며 말했다.나익현은 가까이에서 나다희의 이런 모습을 보고도 여전히 아무렇지도 않은 듯 담담했다.“소 씨 집안 도련님 노릇도 참 쉽지 않구만.”“오빠 지금 뭐라고 그랬어? 오빠 혹시 예선 언니 남자친구 알아?”“소군연이잖아. 경도 4대 귀족 중 하나인 소 씨 집안 도련님. 항상 겸손하고 점잖은 사람이라고 소문이 자자하지. 학교 다닐 때부터 그 사람에 대해 들어왔었어.”“그 남자가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었어?”나다희가 놀란 얼굴로 물었다.“인성도 좋고 처신도 아주 잘해서 흠잡을 데 없는 사람으로 정평이 나 있지.”나익현이 소군연에 대해 꽤나 상세히 설명했다.그러나 나다희는 오히려 실망한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었다.“원래 그렇게 잘난 남자였구나. 그럼 오빠보다 잘났다는 거야?”나익현은 나다희의 말이 이해가 되지 않는 듯 되물었다.“나보다 잘났냐고?”“그래, 내가 원래 오빠랑 예선 언니 엮어주려고 했거든. 그런데 알고 보니 예선 언니한테 남자친구가 있는 거야. 게다가 그 남자친구가 그렇게 완벽하고 대단한 사람이라니 예선 언니를 내 올케언니로 삼을 생각은 물거품이 되었지 뭐야.”나다희가 유감스럽다는 듯 탄식했다.나익현은 커피를 홀짝이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퇴근 후 아파트로 돌아온 예선은 소군연이 집에 와 있는 것을 보았다.소군연은 그녀를 위해 일찌감치 그녀의 아파트로 와서 그녀가 좋아하는 요리들로 상다리가 부러지도록 한 상 차려놓고 양초를 켜서 로맨틱하고 은은한 분위기를 만들어 놓고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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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85장

영내문을 따라 호텔 약혼식장으로 들어가는 이 사람의 그림자를 보며 예선은 갑자기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금요일 나다희에게 남자친구의 가짜 약혼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았던 것을 떠올린 예선은 눈앞의 광경에 입을 다물지 못했고 뭔가에 홀린 듯 그대로 차 문을 열고 차에서 내렸다.그러나 예선이 약혼식장 입구에 도착했을 때 문을 지키던 경호원이 그녀를 가로막고 초청장을 보여달라고 요구했다.물론 예선은 초청장 같은 건 없었다.그녀는 한쪽 옆으로 가서 소만리에게 바로 전화를 걸었고 소만리는 상황을 대충 듣고는 예선에게 그 자리에서 딱 기다리라고 말했다.이윽고 호텔 로비 매니저가 급히 달려와 약혼식장 입구에 서 있던 예선을 보자마자 바로 인사를 하며 말했다.“예선 씨 되십니까?”예선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맞아요.”“안녕하세요. 방금 사모님께서 전화로 다 말씀해 주셨습니다. 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얼른 이쪽으로 들어오세요.”예선은 자신이 약혼식장으로 들어가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음을 깨닫고 감사의 인사를 한 뒤 무사히 약혼식장 안으로 들어갔다.약혼식장은 굉장히 시끌벅적했다.소 씨 가문과 영 씨 가문은 모두 경도에서 내로라하는 집안이었다.약혼식은 비록 허울뿐인 가짜였지만 약혼식장은 어디에 내놔도 조금도 뒤지지 않을 정도로 최고의 인테리어로 장식되어 있었다.예선은 영내문이 소군연에게 진심으로 마음이 있음을 확인했다.영내문은 말로는 소군연을 도와주는 거라고 했지만 실제로 눈으로 보니 영내문의 속내가 시커멓다는 게 훤히 보였다.불길한 예감이 그녀의 심장을 사방에서 조여 들어와 그녀의 마음을 점점 더 초조하게 만들었다.소군연을 향한 영내문의 마음이 진심이 아니라면 어떻게 이렇게 할 수 있겠는가?가짜 약혼식을 이렇게 화려하게 한다고?말도 안 된다.그럴 가능성은 전혀 없다.소군연이 원하지 않는 한 그 누구도 그의 마음을 강요할 수는 없다.예선은 마음속으로 스스로를 다독여 보면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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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86장

”아이고, 우리 군연이가 내문이 같이 좋은 여자를 얻었으니, 정말 우리 집안의 경사예요.”소군연의 모친은 영내문을 높이 치켜세웠다.그러느라 마치 자신의 아들이 얼마나 훌륭하고 빛나는 남자인지 잊은 것 같았다.영내문은 친지들이 한목소리로 칭찬하는 소리를 들으며 수줍게 눈을 내리깔았다.“어머니, 과찬이세요. 그렇게 치켜세우지 마세요. 군연 오빠와 결혼하는 것이야말로 저한테는 크나큰 행운이에요.”“보세요, 이것 좀 보시라구요. 내문이가 이렇게 겸손하다니까.”소군연의 모친은 입이 닳도록 영내문을 칭찬했다.“너처럼 정숙하고 겸손한 며느리가 우리 집에 들어온 건 정말 우리 집안의 복이야.”영내문을 그 말을 듣고 쑥스러운 듯 얼굴을 붉혔다.영내문의 모친도 얼굴에 환한 미소를 머금은 채 말을 거들었다.“내문아, 앞으로 너 군연이랑 사이좋게 잘 지내야 해. 약혼하면 이제 부부나 다름없어. 나중에 그 예선이라는 여자가 와서 자기가 소 씨 집안 며느리라고 우겨도 똑 부러지게 행동해야 해.”“엄마, 그렇게 하면 안 좋지 않을까?”영내문이 생각에 잠기며 얼굴을 찡그렸다.“군연 오빠는 이 약혼식이 단지 형식적인 것인 줄로 알고 있어.”“왜 안 좋아? 넌 이제 소 씨 집안 며느리인데.”영내문의 모친은 정색을 하며 강조했다.“군연이만 가짜 약혼이라고 생각하지, 여기 모인 사람들은 모두 진짜 약혼식인 줄 알고 있어!”모친의 말에 영내문의 얼굴은 순식간에 자신감과 자부심으로 가득 차 올랐고 눈에는 승리의 기쁨으로 넘쳐흘렀다.“참, 그러고 보니 왜 아직도 군연이는 안 보여요?”“내가 가서 찾아볼게요.”소군연의 모친이 나오려고 하는 모습을 보이자 예선은 심장이 서늘해졌다.깜짝 놀란 예선이 그 자리를 피하려고 얼른 돌아섰을 때 누군가의 손이 그녀의 손을 덥석 잡았다.예선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뒤에서는 그녀를 향해 가까워지는 발자국 소리를 들었다.그녀의 손을 잡은 사람은 얼른 그녀를 계단 입구로 끌어당겼다.계단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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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87장

나다희가 이렇게 충동적으로 나올 줄 몰랐던 예선은 얼른 뒤돌아서서 그녀를 붙잡았다.“다희 씨, 가지 말아요.”예선이 자신을 막아서자 나다희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왜 못 가게 해요? 저렇게 양가가 서로 결탁해서 언니 남자친구를 속이고 언니를 험담하고 있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어떻게 가만히 있을 수가 있어요?”어떻게 가만히 있을 수가 있겠는가?예선은 멍하니 서서 과거에 자신이 어떻게 했는지를 떠올렸다.그녀 자신도 항상 이렇게 직설적이고 불의를 보면 참지 않는 성격이었다.예전에 기모진이 소만리를 힘들게 했을 때도 그녀는 두려워하지 않고 소만리를 대신해 따지고 야단을 쳤다.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되었을까.예선은 자신도 모르게 헛웃음이 피식 나왔다.소군연을 사랑한 후로 자신의 날카로운 발톱들은 다 온데간데없어진 것이다.소군연과의 사랑을 위해 그녀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한 걸음씩 양보하고 타협했던 것이었다.소 씨 집안사람들이 자신을 업신여긴다는 걸 알면서도 그녀는 매번 웃는 낯으로 그들을 대했었다.왜냐하면 사랑하는 두 사람의 감정은 결국 두 사람만의 감정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가족, 나아가 두 집안 사이의 일이기 때문이다.“예선 언니, 지금 무슨 생각해요?”예선이 멍한 얼굴을 하고 있자 나다희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자신이 너무 흥분한 나머지 예선을 난처하게 만든 건 아닐까 걱정이 되었고 결국 나다희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미안해하며 사과했다.“예선 언니, 난 언니를 난처하게 만들 생각은 없었어요. 언니가 너무 억울한 것 같다는 생각에 내가 너무 흥분했어요.”“나도 다희 씨가 날 위해 그런 거라는 거 알아요. 하지만 이 일은 우선 조금 생각해 봐요.”“생각해 보는 거 좋아요. 하지만 우선은 적어도 남자친구한테는 알려야 하잖아요. 이 약혼식은 절대 거행되어서는 안 돼요! 한번 코가 꿰어 버리면 뒷일이 너무 번거로워져요.”나다희가 심각한 얼굴로 예선을 타일렀다.예선은 나다희의 말도 어느 정도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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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88장

”그들은 모두 약혼을 가짜가 아닌 정식 과정으로 진행하려고 하는데 언니 남자친구만 순진하게 속고 있는 거라구요.”예선은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며 가볍게 웃었다.“사람들 마음이 정말 간악해요. 난 내가 양보하는 것이 할아버지의 건강을 호전시킬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건 날 속이기 위한 새빨간 거짓말이었어요.”“그러니 예선 언니, 더 이상 이런 속임수를 참고 넘어가면 안 돼요. 어서 남자친구한테 사실을 말하세요. 겁내지 마세요. 무슨 일이 있더라도 난 정의의 편, 언니 편이라구요!”나다희는 맹세하듯 결연한 얼굴로 약혼식장으로 예선을 끌고 갔다.약혼식장 안 분위기는 후끈 달아올라 있었다.아마도 이 약혼으로 철저히 쇄기를 박기 위한 전략일 것이다.그들은 또한 많은 기자들을 불러 모았다.어쨌든 소 씨 집안은 경도에서 명문이었기 때문에 뉴스에 나올 만한 기사 거리였다.이때 많은 사람들은 소군연을 둘러싸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영내문도 어느새 소군연 옆에 다가왔다.그녀는 만면에 미소를 띠운 채 사리사욕이 가득한 눈으로 갖은 아양을 떨며 눈앞에 훤칠한 남자를 바라보았다.영내문의 모친은 영내문을 소군연의 곁으로 밀어붙이며 영내문과 소군연의 거리를 좁히려고 애썼지만 소군연은 좁히려고 하면 할수록 거리를 두는 모습이었다.그는 눈을 들어 약혼식장을 두리번거렸으나 예선의 모습을 찾지 못하자 얼굴을 찡그렸다.영내문은 소군연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모습을 보고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짐작했다.영내문은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군연 오빠, 누구 찾는 사람이라도 있어요?”영내문이 물었다.“아니야. 없어.”소군연은 담담하게 부인했다.“다음에는 무슨 순서야? 나 일이 좀 있어서 그러는데 진행 좀 빨리 하면 안 될까?”“군연아,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오늘은 너와 내문이의 좋은 날인데. 아무리 큰일이라도 이보다 더 큰일이 어디 있다구! 게다가 내문이 아버지는 지금 호텔 위층에서 중요한 고객이랑 비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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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89장

소군연은 오늘 기분이 별로 좋지 못했다.왜냐하면 영내문과 가짜이긴 하지만 약혼식을 해야 했기 때문이었다.그러나 지금 예선의 얼굴을 보고 나니 기분이 확 밝아졌다.“정말? 정말 나와 결혼하고 싶어?”소군연은 예선을 꼭 껴안고 기쁨과 기대를 맘껏 표현했다.예선은 미소 지으며 소군연의 품에서 나와 소군연의 다정한 눈빛을 마주 보았다.“물론이죠. 안 그러면 내가 오늘 여기 왜 왔겠어요? 설마 내가 질투 나서 온 줄 알았어요?”“하하. 맞아. 내 여자친구가 날 못 믿고 질투하는 줄 알았어.”소군연은 농담을 했다.“그럴 리가요? 난 당연히 내 남자친구를 믿죠. 하지만 질투가 전혀 나지 않은 건 아니었어요.”예선도 같이 웃었다. 그러나 속고 있는 소군연을 생각하니 마음 한켠에 안쓰러운 심정을 지울 수가 없었다.지금 소군연 혼자 유일하게 속고 있는 것이었다.그는 이 약혼이 정말 형식적인 가짜라고 생각했고 영내문이 친절하게 도와주고 있는 거라고 믿고 있었다.할아버지 병세가 악화되지 않아야 한다는 명분으로 모든 사람들이 그를 속이고 있는 것이었다.예선은 소군연에게 진실을 알려야 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고 영내문과의 거짓 약혼식도 여기서 멈춰야 한다고 생각했다.그렇지 않으면 나중에 도저히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될 것이다.그런데 소군연은 예선의 대답을 듣고 있으니 마음이 갑자기 뜨겁게 달아올랐다.그는 예선과 연애한 기간이 그리 길지 않았지만 평생 자신이 지키고 싶은 단 한 사람이 예선임을 확신했다.지금이 딱 그 타이밍일지도 모른다.소군연은 갑자기 말이 없어졌고 대신 심장 박동은 요동치기 시작했다.그는 손을 뻗어 자신의 상의 주머니를 만졌다.소만리가 특별히 직접 디자인하고 제작해 준 청혼 반지를 지금 예선에게 끼워주고 싶었다.그런데 느낌이 이상했다. 그는 주머니에 손을 더 깊숙이 찔러 보았다.그럼에도 거기 있어야 할 벨벳 상자가 만져지지 않았다.소군연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고 그 모습을 지켜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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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90장

”아니에요. 어머니, 얼른 가요!”영내문이 앞으로 나와 소군연의 모친의 손을 잡고 나가려는 시늉을 했다.소군연의 모친은 그런 영내문의 모습을 더욱 이상하게 여기며 무슨 상황인지 확실히 확인해야겠다고 생각했다.소군연의 모친은 영내문을 돌려세웠고 멀리서 서로 웃고 떠들고 있는 소군연과 예선의 모습을 보았다.소군연의 모친은 갑자기 화가 치밀어 올랐다.“정말 어처구니가 없구나!”소군연의 모친은 불같이 화를 냈다.“너와 소군연의 약혼식장에 버젓이 모습을 드러내다니! 내문아, 너무 상심하지 말거라. 내가 바로 가서 내쫓아 버리고 말 테니까!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소군연의 모친은 말을 마치자마자 화가 난 얼굴로 예선 쪽으로 얼른 걸어갔다.“어머니, 어머니, 가지 마세요.”영내문은 건성으로 소군연의 모친을 말리는 척했지만 입가에 번지는 미소는 숨길 수가 없었다.인기척을 들은 소군연과 예선은 동시에 눈을 들어 뒤를 보았고 예선은 그들을 향해 다가오는 사람을 보고 깜짝 놀랐다.소군연의 모친이 자신의 얼굴을 향해 손을 번쩍 들어 올리는 것이었다.“타닥!”둔탁한 소리와 함께 소군연은 모친의 손목을 힘껏 잡았다.“엄마, 뭐하시는 거예요!”소군연이 당황해하며 냉랭한 얼굴로 물었다.소군연의 모친은 화가 나서 소군연의 손을 뿌리쳤다.“왜 그걸 나한테 물어보니? 군연아, 너 지금 뭐하는 짓이냐? 영내문은 네 약혼녀야. 앞으로 네 남은 인생을 함께할 사람이라구! 그런데 네가 지금 이 여자랑 여기서 서로 희희낙락하고 있는데 내문이가 어떻게 마음이 아무렇지도 않겠니? 넌 지켜야 할 도덕도 모르니! 저질스럽게! 너 이것밖에 안 돼?”소군연의 모친은 기세를 드높여 소군연을 꾸짖었고 이를 보고 있던 예선은 속으로 정말 어이가 없다고 생각했다.저질스럽다고? 도덕이 어떻다고?소군연의 모친은 어디서 이런 용기가 나온 걸까?감히 소군연에게 도덕을 운운하며 비난을 퍼붓다니!저질스럽고 도덕을 모르는 사람들은 분명 그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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